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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주(鄭夢周) 최후(最後)의 일(日) ◈
◇ 第二編(제2편) 鄭夢周(정몽주) 最後(최후)의 日(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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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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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戱曲 鄭夢周 最後의 日
2
第二編 鄭夢周 最後의 日
 
 
 

一, 아버지와 아들

 
4
[사람] 이성게(李成桂) 이방원(李芳遠) 정도전(鄭道傳) 조준(趙浚) 남암(南闇) 조영귀(趙英珪)
 
 
 

1. 이성게의 객실

 
6
넓고 큰 이성게의 객실. 객실 앞에는 두 명의 병졸이 지키고 섰다. 고요 개국이래 사백칠십오년재 이른 봄. 칩도 덥도 않은 저녁이다.
 
7
이 넓은 객실에 불이 환ㅡ하게 키여왔고, 이성게와 방원을 중심으로 하고 정도전 조준 남암 조영귀 등의 무리가 죽- 둘너 앉었다.
 
8
방원 :    그것은 안됩니다. 절대로 안됩니다.
 
9
성게 :    안되기는 무었이 안된단 말이냐. 한 번 정하면 그만이다. 누가 며라구 해도 소용 없다. 나는 내일 아츰 일즉이 해주를 행하야 떠나겠다.
 
10
방원 :    글제 금금 아버지의 처지로서는 일각 일초를 이 송도에서 떠나시면 안됩니다. 아버지는 누구를 믿으십니가. 누구를 믿으시고 여기를 비여 놓시려 합니가. 긋까지 세자 마중 나가는 것은 아버지가 아니라도 다른 사람이 또 얼마든지 있지않읍니가.
 
11
성게 :    나는 아무도 믿지 안는다. 그렇면서도 내일 떠나겠다.
 
12
방원 :    아버지가 여기를 비여 놓으면 무사하실 줄 아십니가. 그 동안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줄 아십니가.
 
13
성게 :    일이 일어나면 어떻고 안 이러나면 어떻단 말이냐.
 
14
방원 :    여기를 비기만 비신대면 엄청난 일이 꼭 폭발됩니다. 아버지의 꿈도 안꾸든 무서운 일이 일어나고 말 것입니다.
 
15
성게 :    떠나면 떠났다. 그 뿐이다. 그 뿐이다.
 
16
방원 :    아버지가 증 그렇게 해주를 향하야 떠나시겠다면 떠나시기 전에 지나 하나 여쭈어볼 말이 있습니다. 그것은ㅡ.
 
17
성게 :    그것은ㅡ.
 
18
방원은 이러나 객실문을 열고 가만이, 그러나 챙챙한 목소리로,
 
19
방원 :    그 동안에 아무도 온 사람은 없었지.
 
20
병졸 :    녜. 아무도 안 왔습니다.
 
21
방원 :    또 누가 오든지 바로 드려보내지 말어라.
 
22
하고 도로 문을 닸는다.
 
 
 

2. 또 이성게의 객실

 
24
방원 :    여쭈어 볼 말은 다른 말이 아닙니다. 아버지는 정시중을 믿으십니가.
 
25
성게 :    무엇이 어째?!
 
26
방원 :    아버지께서 해주로 행하여 떠나시기 전에 정시중을 죽여 버리는 것이 좋을가 싶어 말입니다. 아니 꼭 죽여야 합니다.
 
27
성게 :    믿느냐? 그것이 무슨 소리냐.
 
28
방원 :    정시중을 죽여야 합니다.
 
29
성게 :    이 놈! 그것이 무슨 소리냐.
 
30
방원 :    여기를 떠나시랴면 정몽주는 죽여야 합니다. 그 놈의 목을 안 잘느고서는 안심 못합니다.
 
31
성게 :    이 자식아! 말을 삼가서 해라. 정시중은 네 애비의 친구다. 너는 그 때 운제도 그 따우 소리를 한 일이 있지. 너는 그 때 내가 타일는 말을 벌서 잊어버렸단 말이냐.
 
32
방원 :    잊이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즉금이나 그 때나 제 生覺(생각)은 변하지 않았었습니다. 정몽주는 죽여야 합니다. 그 놈의 목이 붙어 있고서는 아무 일도 안됩니다. 아니, 일이 되기는 커냥 됩대 우리들의 목이 달어납니다. 아버지가 안 죽이시면 아버지께서 들어가시게 됩니다. 아버지 뿐만이 아니라, 여기 있는 십여 인의 사람이 죄-다 정몽주의 손에 찍소리도 못하고 죽습니다.
 
33
성게 :    정시중은 내가 잘 안다. 나와 친구다. 그는 어떠한 일이 있든지 죄 없이 사람을 죽일 사람은 아니다.
 
34
방원 :    그것도 저도 잘 압니다. 그러나 죄라는 것은 딴 것이 아닙니다. 지는 것이 죄입니다. 맞어죽는 것이 죄입니다. 송장의 입은 말을 못 합니다. 누구고 피를 뒤여쓴 놈은 죄인입니다. 아버지가 지시면 아버지가 죄인이고, 정몽주가 지면 정몽주가 죄인입니다.
 
35
성게 :    그것은 무서운 소리다. 공맹의 길을 배운 사람의 입에서 나올 소리가 아니다.
 
36
방원 :    여기는 공자왈 맹자왈을 찾는 한거한 글방은 아닙니다. 네가 죽느냐 내가 죽느냐 서로 목이 왔다갔다하는 싸홈터입니다. 공맹은 선비였습니다. 글방 선생님이였습니다. 그러나 아버지 무관(武官) 입니다. 무관에게는 살인은 영광입니다. 아버지가 오늘날 얻으신 지위와 명에는 무었입니가. 다만 살인입니다. 출중한 살인이 있을 뿐입니다. 아버지는 이 때까지 수 많은 살인을 하시였습니다. 그렇면서 왜 정몽주 하나문은 안 죽이십니다. 못 죽이십니가. 더 볼 것 없습니다. 그저 성큼 죽여버리면 그만입니다.
 
37
남암 :    그렇습니다. 죽인대야 누가 며라겠읍니가. 또 며라구 한대야 죽은 놈이 실어나겠읍니가.
 
38
성게 :    안된다. 누가 며라구 하여도 소용 없다. 무었이 무서워서 정시중을 죽이느냐. 느의들은 정시중이 그렇게도 무서우냐. 느의들은 모두가 겁쟁이들이다.
 
39
방원 :    겁쟁이든 무었이든 좋습니다. 만약 아버지께서 집을 비시면서 정몽주를 안 죽이신대면 저도 生覺(생각)이 있습니다. 지가 정몽주를 죽이겠습니다.
 
40
성게 :    무엇이 어째?! 이 망할 자식! 제 에미 상도 벘기 전에 살인을 하겠단 말이냐. 천하야 불효하고 무도한 놈 같으니ㅡ.
 
41
조준 :    방원께서 즉접이야 죽이시겠읍니가. 말슴만 하시면 즈의들의 협녁해서 ㅡ.
 
42
성게 :    방원이가 죽이나 방원이의 말을 듣고 어너 딴 놈이 죽이거나 정시중만 죽여봐라, 그 놈의 목도 못 붙어있을 테니ㅡ.
 
43
도전 :    그야 방원께서도 하 답답해서 하시는 말슴이겠지요. 즈의들인들 정시중이 죽일 사람이 아닌 것을 몰느겠읍니가. 학자로써 인격자로써, 별논가로써, 열정가로써, 교육가로써, 고려에서는 그를 따를 사람이 없음을 즈의들인들 몰느겠읍니가. 그의 충성과 그의 증의감(正義感)은 고려 백성이 모두 인정합니다. 그러나 한번 다시 생각하면 그는 즉금 시중이라는 가장 높은 지위에 있고 그 알에는 그에게 글을 배운 수백 수천의 문신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즈의들의 미약한 힘도 헤아리지 않고 정시중을 떠밫여 가지고 일을 꾸미랴 암약(暗躍)을 게속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그들의 힘은 대단한 것이 못 됩니다. 그러나 잡초가 곡식보다 쉬 좋디기 한 번 일을 이루워 성곡하는 날에는 그 때에는 임의 어떻게도 할 수 없는 큰 힘이 되어버릴 것입니다. 그들은 일을 꾸밀 기회만 엿보고 있습니다. 즉극 잔득 이 곳을 노리고 있습니다. 눈 없으면 코라도 비여 먹으려하는 그들입니다. 시중께서 잠시라도 이곳을 떠나 안 게신다면 그 날 바로 일은 일어날 것입니다.
 
44
성게 :    그들이 일을 이루쿠리라고? 그러하면 됩대 좋지 않으냐. 일을 이리키기만 하면 모조리 몰살식혀버리면 그만이 아니냐? 죄 없는 놈을 죽이는 것은 용서 못할 일이다. 그러나 죄진 놈이야 아모리 죽인들 상관이 있느냐. 그들더러 일을 이리키라면 이리키래라무나. 그 날이 바로 그들의 죽는 날이다.
 
45
도전 :    시중께서 여기 게실때 그들이 일을 이리킨대면 즉금 말슴하신대로 입니다. 그러나 그들도 약은 놈들이라, 시중이 여기 게실떼어는 쥐 죽은 듯이 잠잣고 있다가 여기를 비기만 하시면 단번에 일을 이리킬 것이 사정이 난처하지 않읍니가. 이렇므로 우리 앞에는 즉금 세 가닥의 길이 놓어 있습니다. 하나는 시중께서 처음부터 해주로 가시지 말고 그대로 여기 게시라는 것입니다. 그러하면 그들도 아무 일도 못 꾸미고, 따러서 즉금대로 아무 일도 없을 것입니다. 다음에 정시중께서 해주로 가시겠다면 아까 방원께서 말슴한 것처럼 일을 꾀하는 그들ㅡ 더구나 그 일의 중심 인물인 정시중을 먼저 처치하시라는 것입니다. 정시중만 없으면 그들은 아무 일도 못 이리킬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만약 해주를 가시여 집을 비이시면서 또 정시중을 그대로 놓아두신대면 셋재의 길이 남어 있을 뿐입니다. 그것은 너 나 누구누구 할 것 없이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이 그들의 칼 앞에 목을 빌게 되는 길입니다. 이 셋재의 길 멸망의 길입니다. 시중께서는 즉금이 멸망의 길입니다. 시중께서는 즉금이 멸망의 길을 취하시랴 하십니다. 제가 제 목을 끈흐려하는 것입니다. 시중께서 수 십년간 동서남북 각처로 단이시며 승전하시고 공을 이루신 그 피와 땀의 결승이 즉금 일조에 전멸 당하고 마는 것입니다. 인명을 하나 액기시다가 다시 도리길 수 없는 무서운 구렁 속에 빶이시게 됩니다. 이 여러 가지 일을 깊이 생각하시고 신중히 태도를 정하시여야 합니다.
 
46
성게 :    제의 할 일만 꼭 해나가면 그만이다. 세자를 해주까지 마중 나가는 것도 맛당이 나의 할 일임으로 내가 할 뿐이다. 그 외의 일은 생각할 것도 없다.
 
47
조준 :    제의 할 일만 꼭 하고 있다가는 맞어 죽을테니 사정이 난처하지 않습니가. 시중의 말슴은 나라에 아무 일도 없는 요순시대에 할 말슴입니다.
 
48
성게 :    느의들은 모두가 겁쟁이다. 정시중을 죽이지 않으면 이 편이 죽는다 죽는다 앤달을 대지만 그렇게 만만하게 사람이 죽는 줄 아느냐. 내가 전장에 나갈 때마다 즉금은 죽었지만 내 안해되는 이는 나를 보고 '몸을 조심하시오. 몸을 조심하시오.’ 언제나 걱정하였지만 이 때까지 순십년간 전지를 나단였어야 나는 죽지 않었고, 어데코 크게 부상해 본 적도 없었다.
 
49
방원 :    그것은 아버지가 재수가 좋어서 그렇습니다. 사람이란 언제 어떻게 될는지 누가 압니가. 아버지는 요새 너머 운수를 믿으시고 만심(慢心)이 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기는 사람만 늘 이긴다고 누가 보증합니가. 늘 이긴다고 생각하고 적(敵)을 경게치 아는 것이 만심이 아고 무었입니가. 적이 없어도 적이 생길가 염여할 것이여 늘 즉금 누 앞에 대적이 나탄하여 이 쪽의 틈만 엿보고 있는데, 이 대적을 물일칠 생각은 커냥 못 처오게 경게도 하시려 하지 않으시니 만심이 아니고 무었입니가. 아니 그것은 망영이십니다.
 
50
성게 :    이 놈! 그것이 네 애한테 하는 소리냐. 더구나 여러 사람 앞에서 그것이 할 소리냐. 내가 너한테 그렇게도 어리석어 보이드냐. 그렇게 못나 보이드냐. 이래보여도 네 애비는 수십년간 수많은 문과 무관들과 싸워서 한 번도 져 본 일은 없다. 너에게 네 애비가망녕 떠는 것 같이 보이거든 네 애비는 네 애비대로 할 터이니 너는 얼마든지 네 멋대로 하라무나. 정시중을 죽이든지 또 누구를 어짜든지. 너와 나와는 딴남이다. 죄에만 걸이면 너도 볼 것 다 볼터이니 ㅡ.
 
51
도전 :    방원께서 말슴 들이는 것이야 아버지의 몸을 염여하는 효성에서 나온 말슴이지, 그 외에 무었이 있겠읍니가.
 
52
성게 :    효라는 것은 어배의 맘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 효다. 방원이 같은 자식은 이해상관이 달느면 제 애비라도 죽일 여석이다.
 
53
남암 :    그것은 너무나 과한 말슴입니다. 방원께서도 아버지를 사랑하고 어떻게든지 아버지를 위하여 해보겠다는 지성이 지나처서 나온 말슴이오니 넓으신 맘으로 방원의 말을 용서하십시오.
 
54
성게 :    모르겠다. 느의들 하고 싶은 대로 하여라. 나는 내일 아츰일즉이 떠나겠다. 느의들도 그만 일즉이 돌어가 자거라. 나도 일즉 자겠다.
 
55
조준 :    그렇게 일즉 안 떠나시면ㅡ.
 
56
성게 :    길을 떠날 때에는 일즉 떠나야 한다. ㅡ 그렇고 방원이 너는 이 송경에 다시는 나오지 말고 느의 어머니 묘전에 가서 느 어머니 명혼이나 잘 모시여라. 내가 여기를 비인대야 삼사일 밖에 안된다.
 
 
 

3. 이성게의 집뜰

 
58
객실에서 뜰로 나오면 가만이 그러나 조급한 소리로
 
59
도전 :    방원께서는 어떻게 하시럄니가.
 
60
조준 :    먼저 생각했든대로 일이 하나도 안가고 매우 난처하게 되었습니다.
 
61
방원 :    전연 생각지 않었든 일도 안입니다. 그러나 아버지가 그렇게까지 망년이실 줄은 몰넜읍니다. 이번만은 이대로 두고 보고서 또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달이는 수밖에 별 도리 없는 것도 같은데……. 그렇치만 어느 때 어떠한 일이 폭발될는지 몰너 어떠한 일이 폭발 되든지 나에게로 바로 통지하고 나는 또 아버지와 열낙을 취하고 해서 서로 일을 그르트리지 않도록 합시다.
 
62
남암 :    시중께서 갔다 오실 동안까지 아무 일도 없었으면 좋지만……. 유원(柳園)의 무리가 어느 때 들고 일어 슬는지…….
 
63
조준 :    설마 어떨나구. 삼사일 간에야.
 
64
도전 :    당신네들은 이대로 여기서 헤여지랴고 하오. 이대로ㅡ.
 
65
남암 :    그렇면 무슨 좋은 조리가 있오. 정작 시중께서 그라시니 어떻게 하오.
 
66
도전 :    아모리 하여도 이대로는 못 헤여지겠오. 오늘 밤에 사람들을 식혀서 몽주를 죽여버립시다. 시중이 여기 게신 오늘 밤 사이에 죽여 버립시다. 시중이 여기 게신 오늘 밤 사이에 죽여 버려야지, 내일 시중께서 떠나가신 뒤에는 이 쪽에서는 아무 일도 못 꾸밀 것이니가 ㅡ.
 
67
조준 :    그러하지만 시중이 아시면 큰일이 아니오.
 
68
도전 :    그것은 몰느도록 하면 되잔소. 도적놈이 들어와서 죽였다든지ㅡ. 시중께서 아모리 망영이 나신대도 결국은 이 쪽 편 들지, 그 쪽 편 드시겠오.
 
69
방원 :    그 말도 그럴 법하오. 아니, 그 말이 올소. 우리가 여기서 이대로 못 헤지겠고, 그렇다고 또 아버지 허락은 도저히 못 맡을 터이니 누구고 시겨서 조영규(趙英珪)든지, 누구든지ㅡ. 몽주를 암살하여 버립시다.
 
70
남암 :    영규 같으면 먼저 나갔으니 지가 불너가지고 오지요.
 
71
방원 :    그라시오. 좀 불너다 주시오.
 
72
남암 어둠 속에 사라진다.
 
73
방원 :    그렇면 내가 영규를 시겨서 몽주를 죽이게 할 터이니 모두 일즉덜 돌어가 주무시오. 영규면 몽주 하나쯤은 여부 없을테니 ㅡ.
 
74
도전 :    어쨋든 남 몰느게 죽이고 남 몰느게 도망해 오도록 하는 것 이 좋을 것 같으오.
 
75
방원 :    아따 증 안되는 판에는 아버지한터 혼구녁은 내가 혼저 날터이니가 모두 안심들 하고 돌어가 주무시오.
 
76
모두덜 어두움 속에 사러저 간다. 방원은 묵묵히 섰다. 뜰의 나무에서 밤새 우는 소리가 처량하게 들인다.
 
77
남암 :    영규 달이고 왔읍니다. 다들 돌어갔읍니가. 그렇면 저도 이만 가겠읍니다.
 
78
남암은 다시 어두움 속에 사러저 버린다.
 
79
방원 :    오늘 밤에 몽주를 죽일 수 있겠오ㅡ.
 
80
영규 :    몽주 하나쯤이야 언제든지 오라지요. 그렇치만 시중께서 아시면 큰 탈 납니다.
 
81
방원 :    그러한 것은 내가 죄ㅡ다 떠맡을 터이니 염여할 것 없오. 얼골을 가려 도적놈처럼 해 가지고 들어가 그저 몽주 하나만 짹 소리 못 하게 배여버리면 그만이오.
 
82
영규 :    그렇면 어느 때 쯤이 좋을까요.
 
83
방원 :    밤중이 좋겠지요. 꼭 밤중이.
 
84
영규 :    그런데 혹 그 부인이라든지, 누가 알게 되면 어떻게 합니가.
 
85
방원 :    알게 된다면ㅡ 글세 그것을 어떻게 할가ㅡ.
 
86
영규 :    부인에게 죄는 없으니가 부인까지 죽일 것은 없겠지요.
 
87
방원 :    그렇치만 발각이 되면 큰일이 아니요. 즉금 오백년간 게속 된 왕씨의 조정이 망하느냐 안 망하느냐 하는 때에 있어 부인네 목숨 하나를 어떻게 애길 수 있오. 부인이 몰느거든 그대로 내버려 두고, 알거든 부인마저 죽여버리시오.
 
 
 

二. 선생과 제자

 
89
[사람] 정몽주(鄭夢周) 부인(婦人) 유원(柳源) 조영규(趙英珪)
 
 
 

1. 정몽주의 안방

 
91
저녁을 먹고 아조 깡깜해젔을 때다. 이성게의 집에서 자기를 암살할 의논이 결정된 가트은 그날 밤에 안방에서 부인과 맛대 앉은 정몽주는 무었을 이야기하고 있는지ㅡ. 좀 큰 아들들은 벌서 딴 방에 가서 자고, 젓멕이만 부인 품 안에 안겨서 평화로운 잠을 코 골고 있다.
 
92
부인 :    아이 요새같이 인심이 흉흉하여서는 어데 잠도 편이 잘 수 있오?
 
93
몽주 :    사람이란 잠을 잘 자야지ㅡ. 왜 요새 잠을 잘 못자오.
 
94
부인 :    자기는 자지만, 왜 그렇게 꿈자리가 뒤숭숭한지 몰느겠어요. 만날 꿈여요. 똑 최장군이 실각(失脚)하여 돌아가실 때 같어요. 그때도 꿈자리가 몹시 뒤숭숭하였어요.
 
95
몽주 :    그렇면 또 무슨 사변이 이러나겠다는 말이요, 하하하. 만날 꿈이래야 만날 개꿈일테지요. 또 후미진 산 속에서 호랑이라도 맛났오.
 
96
부인 :    그까지 호랑이쯤 맛나면 쪼겨 달어나면 그만이지만 요새는 아조 흉한 것만 꿈에 보여요.
 
97
몽주 :    흉한 것이라면 무었이오ㅡ.
 
98
부인 :    사람이여요. 전부터 밤길 갈 때는 호랑이보다도 사람이 더 무섭다고 하지 않으오. 속이고 칼로 찔느니 사람처럼 흉악한 것이 또 어데 있오. 그러나 꿈 이야기는 해서 무었하오. 어서 가서 일즉 주무시오. 그렇치만 말여요. 저ㅡ.
 
99
부인은 한층 나지막한 소리로, 그리고 한없이 친근한 소리로,
 
100
부인 :    몸을 잘 조심하시오. 문 같은 것도 꼭꼭 장구고 주무시오. 이렇게 인심이 흉흉한 때에는 어느 때 어떤 일이 생길는지 몰느니가요 ㅡ.
 
101
몽주 :    염여마오. 꿈 같은 것 꾸지 말고 잘 자시오.
 
102
몽주 이러나 사랑으로 나가랴 할 지음에 대문이 삐드득 하는 소리 가가만이 들인다. 둘이 서로 서로의 얼굴을 본다.
 
103
부인 :    오늘 누가 찾아온다고 했오.
 
104
몽주 :    찾아온다는 사람은 없었는데 글세 누굴가ㅡ. 그렇지만 아무면 어떻겠오. 내가 나가 보고 오리다.
 
105
몽주 이러나 나가 서슴지 않고 대문을 열며
 
106
몽주 :    누시이온지ㅡ.
 
107
어둠 속에 웃독 서 있는 그림자가 허리를 궆이면,
 
108
유원 :    유원이올시다. 놀내시게 하여 죄송스럽습니다.
 
109
몽주 :    아ㅡ 유원인가? 어서 사랑으로 들어오게.
 
110
몽주 유원을 인도하여 사랑으로 들어간다.
 
111
유원 :    이시중은 내일 식전 일즉이 해주로 떠나간답니다. 일은 잘 되었읍니다.
 
112
위선 먼저 기뿐 소식을 전한다. 부인은 남편과 손의 밀담(密談)이 딴데로 들어지나 안나 하고 망을 보며 달을 바라보고 있다.
 
113
유원 :    시중께서는 그저 즈의들이 하고 있는 것을 보고만 게시오. 김구연(金龜聯)과 이번(李幡)하고도 무두 일이 정해젔읍니다. 그러고 해주로 가는 이시중은ㅡ.
 
114
유원이 번능적으로 소리를 낮추워,
 
115
유원 :    그 이시중도 처치해버리기로 하였읍니다.
 
116
몽주 :    이시중을 누가?
 
117
유원 :    지가 가기로 하였읍니다.
 
118
몽주 :    그대들은 내가 그만큼 일너도 내 말을 안 들을 작정인가. 그네들하고 싸워서 그대들 자신까지 몸을 드럽필 필요가 무슨 필욘가.
 
119
유원 :    모두가 나라를 위해섭니다. 즉금은 몸을 드럽피느냐 안느냐를 돌어 볼 때가 아니라라고 생각됩니다. 사태(事態)가 다시 없이 절박해젔읍니다. 인이니 천명이니 하는 공맹의 도를 찾을 때가 아닙니다.
 
 
120
……※ 여기서 하기가 실혀 靑書(청서)를 中止(중지)한다.
 
 
121
柳園(유원) :   모두가 나라를 위해섭니다. 卽今(즉금)은 몸을 더럽피여 지느냐 안느냐를 돌어볼 때가 아닙니다 孔孟之道(공자지도)를 찾을 때가 아닙니다. 爲先(위선) 먼저 그 놈들을 모조리 찔너 죽여야 합니다. 일은 즈덜이 죄다 할 터이니 大監(대감)께서는 求景(구경)만 하고 게시오.
 
122
夢周(몽주) :   그전부터 몇 번이나 한 말을. 나는 또 뒤푸리하고 싶지 않으나, 나는 당신네들에게 마즈막 말을 하여두니 한 번 다시 生覺(생각)해 보시오. 나는 李侍中(이시중)과는 數十年(십수년) 두고 사귀여 날여왔는데, 나는 李侍中(이시중) 처럼 모-든 일이 잘 되어 나가는 사람은 본 일이 없오. 崔瑩將軍(최영장군)이 그 놀날만 智略(지략)과 勇猛(용맹)을 가지고도 李侍中(이시중)에게는 그여히 敗退(패퇴)하여 목이 달어나지 않였오. 이시중에게 그만한 큰 德(덕)이 있는지 없는지는 몰으겠으나 어쩐지 그 사람은 끝끝내 失敗(실패) 할 사람으로 보이지 않으오. 더구나 그 앞에는 여러 子孫(자손)들이 잇고ㅡ 그 中(중)에 芳遠(방원)이는 어느 때 어떤 일을 해버릴지 몰으는 무서운 사람이 아니오. 그러니 잘 생각하시오. 그들과 싸우는 일이 根源(근원)에 잇어서 올은 길이 안일 뿐더러, 그들과 싸운대야 그리 싑사리 당신들이 생각하고 있는 成果(성과)는 거두기 어려울 것 같으오.
 
123
유원 :    즈의들은 일의 成果를 念慮하지 안습니다. 勝負(승부)를 重大視(중대시)않읍니다. 죽엄은 처음부터 覺悟(각오)하고 있읍니다. 저는 어떻게 하든지 李侍中(이시중) 하나만은 李侍中(이시중) 하나만은 죽여버려야 하겠읍니다.
 
124
몽주 :    그여히 當身(당신)네들은 鄭道傳(정도전) 南闇(남암) 趙浚(조준)만 죽이는 데도 滿足(만족) 못하시오들 그려. 더구나 法(법)으로써 官命(관명)으로써 刑罪(형죄)을 날이는데 滿足(만족) 못하고 그여히는 暗殺(암살)까지 꾀하려 하오 그려.
 
125
유원 :    法(법)으로만은 아모 일도 안됨니다. 非常時(비상시)에는 非常手段(비상수단)을 取하는 수 밖에 없읍니다. 저 편에서 칼로 찔느려 할 때, 이 편에서는 칼을 들고 일어스는 수 밖에 없읍니다.
 
126
몽주 :    어떠한 非常時(비상시)를 만나든지 그의 志操(지조)를 變(변)치 않고 가장 沈着(침착)히, 가장 和平(화편)한 맘으로 살어가는 것이 聖人(성인)의 道(도)를 닥거가는 사람의 義務(의무)가 아니오. 小人(소인)은 窮(궁)하면 亂(란)한다고 孔子(공자)님께서도 말슴하였지. 일의 勝敗(승패)는 하날에 있지요. 天命(천명)을 알고 天命(천명)에 順從(순종)하는 것이 우리의 길이지오. 너무나 人間的(인간적)이고 너무나 俗(속)된 싸흠이니, 칼이니 피 속에 몸을 던지는 것은 數十年間(수십년간) 두고두고 닥근 우리의 純潔(순결)한 목을 ㅡ朝(조)에 먹투셍이하는 것이오. 그러나 이런 말도 임의 所用(소용)없는 말이 되고 말었오만 한 번만 더 생각해 보시오. 당신은 머저 勝負(승부)를 重大視(중대시) 아는다고 하면서 如前(여전)히 지지안코 이기려고 싸흠하려 하는 것이 아니오. 死(사)를 覺悟(각오)하고 하는 짓이라 말하면서도 暗殺(암살)을 꾀하는 것은 제 몸을 保全(보전)하려 함이 아니요!
 
127
夢周(몽주)의 言辯(언변)은 漸次(점차)로 熱熱(열열)하여저 간다, 柳園(유원)은 저로도 아지 못하는 一種(일종)의 힘 앞에 차차 成□當(당)하여지고 屈服(굴복)하여지는 제 自身(자신)을 發見(발견)하고 깜작 놀난다.
 
128
夢周(몽주) :   사람은 어떻게 살어야 하나, 이것은 가장 큰 問題(문제)이겠지요. 그러나 사람은 어떻게 죽어야 하나, 이것이 그보다도 더 問題(문제)요. 우리는 卽今(즉금) 모두가 모두 이 크나큰 問題(문제) 앞에 서있오. 어떻게 죽어야 하나. 當身(당신)네들은 싸홈과 殺人(살인)의 길을 取(취)하였오. 칼과 피의 길을 取(취)하려 하였오. 그러나 그것이 要(요)컨대 죽엄을 들여워하여, 죽엄에서 몸을 避(피)하려 함이 아닌 것은 없오. 왜 칼로 남의 몸을 찔느는 代身(대신), 제 自身(자신)을 피 속에 던지려 하지 않으오. 그렇게도 삶이 貧(빈)이 나오. 그렇게도 勝利(승리)와 殺人(살인)이 불러우. 當身(당신)들은 아즉도 젊으오. 가슴 속에 눌늘내야 눌늘 수 없은 젊운 피가 끌어올느오. 當身(당신)네들 앞에는 憚憚(탄탄)한 前述(전술)가 있고 희망이 있소. 사람을 버리고 죽엄을 取(취)함에는 이 前述(전술)와 希望(희망)이 너무나 아까우오. 그럼 젊다는 綠故(록고)로, 前述(전술)가 淨淨(정정)하다는 綠故(록고)로 싸홈을 하고 칼질을 하여도 無關(무관)하다고는 아모두 말 못하겠지오. 젊으면 젊으니만치, 그만치 더 純潔(순결)하여야 하고, 그만치 몸이 純潔(순결)하여야 하지 않으오. 純潔(순결)한 맘, 純潔(순결)한 몸! 이것이야 말로 우리의 最大(최대)의 보배가 아니고 무었이요. 이것이야말로 聖人(성인)의 道(도)를 뜯히는 者(자)의 生命(생명)이 아니고 무었이요. 이런 말을 卽今(즉금)한들 무슨 所用(소용)이 있을가마는 그래도 둘이 앉어 조용히 이약이할 機會(기회)가 또 없을 듯하고, 또 或(혹)은 마즈막일는지도 몰너 나의 生覺(생각)하는 바 一論(일론)을 말하는 것이오.
 
129
柳園(유원) :   大監(대감)! 大監(대감)의 말슴을 듣는 동안에는 저는 사람을 죽일 생각도 싸홈을 할 생각도 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러나, 우리 젊은 사람끼리 모이면 모두가 아조 判(판)이 달읍니다. 李侍中(이시중)은 勿論(물론) 李氏(이씨)네 家族(가족)을 씨도 남기지 아노고 滅殺(멸살)하여 버리자는 意見(의견)까지 남니다. 鄭道傳(정도전)이니 趙浚(조준)이니 하는 무리도 씨도 안 남기고 죄ㅡ다 때려 죽이자고들 합니다. 그럿습니다. 즈의들은 몸은 어찌되여도 좋습니다. 아모리 더럽피여서도 좋습니다. 그들과 싸우다 목이 달어나고 四肢(사지)가 찢어저도 좋습니다. 다만 大監(대감)만 大監(대감) 하나만 지킬 수 있다면 大監(대감)한테 敢(감)히 손을 못 대도록 그들을 막을 수만 있다면. 大監(대감)을 노리는 그들의 칼을 꺽거버릴 수만 있다면ㅡ.
 
130
몽주 :    그것이 처음부터 슬데 적은 것이라는 말이오. 나는 當身(당신)들을 犧牲(희생)하여까지 삶을 貪(탐)내는 者(자)는 아니요. 當身(당신)들을 죽여가면서까지 죽엄에서 避亡(피망)하고저 하는 者(자)는 아니요. 삶과 죽엄은 하날에 있오. 나는 하날을 믿소. 그러하나 부데 當身(당신)들은 남의 걱정을 하지 말고, 各各(각각) 제 길을 똑바로 걸어서 一身(일신)을 그릇트리지 안토록 하시오. 죽이고, 속이고, 찔느고, 비고, 復讐(복수)하고……. 밤낮 이것만 일삼는 우리 高麗(고려) 朝廷(조정)에 죽여도 찔너도 아무 소리 않는 사람이 한 사람쯤은 잇어도 안 될 것이 무었 있소. 죽엄을 避(피)하지 안는 사람이 한 사람쯤 있어서 안 될 것이 무었 있오. 부테 當身(당신)들은 내 걱정을 말며 나를 爲(위)한 ㅡ切(절)의 計劃(계획)을 中止(중지)하시오. 나는 當身(당신)들이 하고 있는 일을 이 以上(이상) 더 그대로 보고 있을 수 없오. 우리의 맘은 하날이 보고 잇을 것이오. 스사로 칼에 피칠을 하여가며 그들과 싸우고, 그들을 죽일 必要(필요)가 무슨 必要(필요)요. 刑罪(형죄)과 復讐(복수)는 하날에 맛기시오. 우리는 다만, 다만 우리의 길을 걸읍시다.
 
131
유원 :    저는 大監(대감)의 말슴을 듣고 있으면 어찌하여야 좋을가 더욱 망성거리게 됩니다. 大監(대감), 어떠케 하면 좋겠읍니가…….
 
132
이 때 夢周(몽주)의 집 담에 사람 그림자가 하나 나탄한다.
 
133
暫時(잠시)동안 움직이지 않고 집 속에 動靜(동정)을 엿보다가 슬적 담을 뛰여 넘는다. 元來(원래) 그리 높지 않은 담이다. 나려 뛰는 발 소리에 마루에 글터 앉었든 婦人(부인)은 번적 눈을 뜨고 사랑으로 쫓어가며
 
134
부인 :    盜賊(도적)입니다! 盜賊(도적)이 들었습니다!
 
135
夢周(몽주)와 유원(柳園)이 다 本能的(본능적)으로 일어슨다.
 
136
담 안으로 날여 뛴 검은 그림자는 夢周(몽주)의 婦人(부인)이 외치는 소리를 듣고 단번에 칼을 빼여들고 婦人(부인) 있는 데로 쫓어덤벼 달빛에 번덱이는 칼을 들어 날여 치려 하니,
 
137
婦人(부인) :   사람 살이유!!!
 
138
柳園(유원)이 문을 차고 房(방)에 뛰여나가 칼을 빼여 婦人(부인)을 날여 치랴 하는 者(자)를 向(향)하여 칼을 날여 길인다. 그 者(자)는 슬적 몸을 피하며 칼을 다시 잡어 柳園(유원)과 맛대서서 슨다.
 
139
柳園(유원) :   이 놈, 왼놈이냐!
 
140
칼질을 하며 꾸짖는다.
 
141
ㅡ :     너야말로 외놈이냐. 왼놈이 나무 집에 밤에 들어왔느냐!!
 
142
그 者(자)도 칼질을 하여가며 應(응)한다.
 
143
유원 :    나는 이 놈 刑曹判書(형조판서) 柳園(유원)이다.
 
144
ㅡ :     柳園(유원)이고 柳園(유원)보다 더한 놈이고 나는 너한테는 일 없다. 나는 夢周(몽주)는 어데 있느냐!
 
145
이 때 夢周(몽주) 어느 절엔가 나와서 옆에 서 있다.
 
146
몽주 :    내가 夢周(몽주)오. 나를 찾는 손님은 누구시온지ㅡ.
 
147
유원 :    大監(대감)은 가만히 게시오. 이 놈이 도적놈이 아니고 암만해도 ㅡ.
 
148
ㅡ :     오냐, 그렇다. 나는 도적놈은 아니다.
 
149
유원 :    이 놈이 암만해도 李(이)가 놈의 마루 밑을 지웃지웃하는 개 놈들인가 봅니다.
 
150
서로 칼싸홈을 하는 동안에 그 자는 차차로 밀여서 그여히 몸을 돌여 도망해 내뺀다.
 
151
유원 :    이 놈이 어데를ㅡ.
 
152
하고 그 者(자)의 뒤를 딸으려 할 때,
 
153
몽주 :    내버려 두오. 내버려 두오.
 
154
하고 柳園(유원)의 소매를 부뜬다.
 
155
유원 :    아닙니다. 노십시오. 저런 놈은 죽여야 합니다.
 
156
하고 夢周(몽주)의 잡은 소매를 뿌리치고, 다시 뛰여갈려 할 때에는 그 者(자)는 벌서 담을 뛰여넘어 避亡(피망)하여 버린 때다. 柳園(유원)이 칼을 든 채 도로 夢周(몽주) 있는 데로 오며,
 
157
유원 :    憤(분)한 놈을 노쳤읍니다. 卽今(즉금) 그 놈이 누구인지 몰으시겠읍니가? 제 귀가 잘못만 안들었다면 시방 그 놈은 아모리 하여도 趙英珪(조영규) ㅡ 그 놈 같읍니다. 꼭 틀림없이 趙英珪(조영규) 입니다.
 
158
몽주 :    아무면 어떠우. 가벼렸으면 그만이지.
 
159
유원 :    大監(대감)을 노리는 놈이 많은 줄은 前(전)부터 生覺(생각)지 않은 배가 아니나, 이처럼, 이처럼 大監(대감)의 中正(중정)이 위트러울 줄은 몰넜읍니다. 어떻게 슷불이 하고 잇다가는 큰일나겠읍니다. 인제는 躊躇躊躇(주적주적)하고 잇지못하겠읍니다. 來日 저는 金龜聯(김귀연)과 李幡(이번)과 約束(약속)한 대로 李侍中(이시중)의 뒤를 딸어 海州(해주)로 가서 어떻게 하든지, 李侍中(이시중)을 배여야 하겠습니다.
 
160
몽주 :    아까 나가 말한 것은 모두 잊었어.
 
161
유원 :    잊지는 않었습니다. 大監(대감)의 말슴을 누가 있겠습니다.그렇하지만 卽今(즉금)에는 제의 맘은 正(정)해 젔습니다. 칼과 피의 길입니다. 그 놈들을 滅殺(멸살)하기 前(전)에는 저는 이 길을 變(변)치 않겠습니다. 안녕히 주무십시오. 저는 가겠습니다.
 
162
몽주 :    나는 또 다시 當身(당신)들의 하는 일을 어떠타 말하고저 않으오. 여보, 婦人(부인). 술을 좀 차려다 주시오ㅡ.
 
163
부인은 부억흐로 들어가 술상을 차린다.
 
164
몽주 :    나는 내의 목숨이 오래 못 갈 것을 前(전)부터 生覺(생각)하고 있소. 오늘 밤에 或(혹)은 죽을 목숨이였는지도 몰으겠오. 來日(내일), 모래, 어너 때 어떤 일이 셍기며, 어데서 어떠한 사람에게 맞어 죽을지 그것을 누가 아우. 어서 이리 오시오.
 
165
夢周(몽주) 婦人(부인)이 차려가지고 온 술상을 받어가지고 말루 우에 놓으며 柳園(유원)을 請(청)한다. 柳園(유원)도 같이 마루에 걸터 안는다.
 
166
유원 :    대감은 왜 비관적으로만 生覺(생각)하십니가. 즈의들이 꼭 일을 일우워 놓겠습니다. 未來(미래)는 즈의들의 것입니다.
 
167
몽주 :    아하, 어서 한 잔 드시오. 누가 하눌이 하는 일을 아우. 이 술이 或(혹)은 둘이 난호는 最後(최후)의 술인지는 누가 아우. 오늘밤에는 달도 밝고 그려.
 
168
유원 :    참 밝습니다. 사람의 마음이 모두가 저덜 같다면 싸홈도 안코, 사람도 안 죽일 테지만ㅡ.
 
169
몽주 :    언제구 또 모두들 한 곳에 뫃여 달을 보고 風月(풍월)을 짓고 할 때가 올는지…….
 
170
이 때 절에서 때를 알외이는 쇠북소리가 댕댕 울여온다.
【원문】第二編(제2편) 鄭夢周(정몽주) 最後(최후)의 日(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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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3년 04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