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夢周(몽주), 집으로 돌어가는 길 옆에 있는 柳源(유원)의 집에 각 가히 일흔 다. 海州(해주)서 맞어죽은 柳源(유원)의 장사는 벌서 그 전에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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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주 : 柳源(유원)은 참으로 악가운 사람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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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사 : 저도 언제나 그 양반은 존경하고 있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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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주 : 오늘, 그 집에 暫間(잠간) 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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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사 : 그 집에서도 반가워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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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말을 달이여 그 집에 일은다. 夢周(몽주)는 말에서 날이고 녹사안으로 들어가 鄭侍中(정시중)께서 오시였다고 여쭌다. 七八歲(칠팔세) 밖에 안되는 어린 少年(소년)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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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주 : 主人(주인) 兩班(양반)은 어데 가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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夢周(몽주) 少年(소년)을 안고 사랑방으로 들어간다. 夢周(몽주), 문을 열어 잭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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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주 : 네 저 나무를 보아라. 너는 저 나무가 더 크겠니, 저 근네 보이는 산이 더 크겠니. 어떤 것이 더 크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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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 그야 山(산)이 더 큰지요. 머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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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주 : 山(산)이 더 큰지, 山(산)이 꼭 더 크다. ㅡ 그러치만 너 여기서 저 나무하고 山(산)하구를 배바라. 어던 게 더 커 보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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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 여기서 봄에는 나무가 하날 우에 까지 자랐으닛가 나무가 더 큰 것 같이 보이지요. 머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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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 그래도 山(산)이 더 크지요. 머ㅡ 이까지 나무에야 번적 하면 올 너 가지만 저 山(산)에는 아즉 한 번도 올너가 본 적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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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주 : 너는 참 잘있다. 너는 똑똑한 아이다. 너는 여기서 보기에 나무가 저 山(산)보다 높운 것 같다고 나무한테 속으면 안된다. 山(산)은 언제나 나무보다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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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주 : 그래, 그래. 너는 그것을 잊어버리지 말고 꼭 오여 두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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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주 : 크면 차차로 쓸 데가 나슨다. 참, 네가 主人(주인)이랫지. 主人(주인)이면 主人(주인)노릇을 하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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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 主人(주인)노릇은 어떻게 하우 난 아즉 해 본 적이 없어서 잘 몰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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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주 : 손님이 오면 술을 내오는 법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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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 그람 이 안에 가서 술을 내올 테니 앉어 게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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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少年(소년) 안으로 들어간다. 夢周(몽주) 그 뒤 姿態(자태)를 보고아 차러운 맘을 禁(금)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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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 손님 오셨으니 어머니, 어서 술을 차려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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母(모) : 그리잔어도 卽今(즉금) 차린다. 오서 오신 손님이라구 하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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母(모) : 緘字(함자)는 무었이라 하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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母(모) : 손님이 오시면 그런 것을 물어보는 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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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 그람, 내가 나가서 물어가지고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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母(모) : 이번은 그만 두어라. 내가 먼저 알고 있다. 鄭夢周(정몽주)라구 하시는 분이다. 말할 수 없이 훌융하신 분이다. 느의 아버지도 先生(선생)님이라도 하였다. 너도 가서 先生(선생)님이라고 하구 글 좀 아르켜 달나고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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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 그런데 참 어머니, 나무가 더 크오, 山(산)이 더 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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母(모) : 애가 변안간 그게 무슨 소리여. 山(산)이 더 크지, 말해 무었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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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 그람 어머니도 똑똑하구먼요. 난 나가볼 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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母(모) : 아니, 누가 그런 말슴하시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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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 사랑에 온 손님이요. 그라고 그것을 꼭 외여두라구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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少年(소년)은 사랑으로 나간다. 녹사는 부엌일을 같이 거든다. 그라는 동안에 술상을 차러가지고 녹사를 준다. 녹사 받어가지고 사랑 房(방)으로 가지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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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사 : 主人(주인)은 없어소 많이 잡수시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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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주 : 많이 먹기는 하겠는데 오늘 술은 꼭 主人(주인)이 게서야 먹겠다고 여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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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사 : 그러면 婦人(부인)더러 나오시라는 말슴입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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柳源(유원)의 부인이 녹사를 딸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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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 손님이 오시면 어머니도 나오시는 法(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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婦人(부인) : 오늘 손님은 特別(특별)한 손님이다. 왜 나오시라시였나 손님께 여쭈어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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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주 :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내가 前(전)에도 퍽 자조 와서 술을 많이 얻어먹고 醜狀(추상)도 많이 뵈였었는데, 오늘 아조 잔득 먹고서 醜態(추태)토 쏟어놀대로 죄-다 쏘더놓고 아조 마즈막을 만들라 하고 나오시란 것이라구 여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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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 너머 찔어서 다 몰느겠어요. 무렁 어머니도 옆에 게시니가 알어 들으시었을테지. 어머니 알어들으시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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母(모) : 그래 알어들었다. 그런데 이번을 마즈막 짓지 말고, 이 다음에도 前(전)과 같이 자조자조 오시라고 여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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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주 : 음. 알어들었다. 오고는 싶으나, 必然(필연)코 딴 먼 데로 가기 또래 아마 못오리라고 여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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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는 동안에도 술이 작고 딸우고 마시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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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 딴데를 어데를 가시느라고 여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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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주 : 나이가 많어 아마 柳公(유공)이 간 곳에 가기가 쉽다고 여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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母는 깜 놀난다. 그리고 눈물을 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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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 어머니 왜 우시오. 손님이 오시면 우는 法(법)이요. 그러면 나도 울가. 엥엥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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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주 : 손님이 있는 때에는 안 우는 법이다. 느의 어머님이 어데 우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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趙英珪(조영규), 趙英茂(조영무), 高呂(고려) 李敷(이부) 등의 무리 쇠도리개를 멘 놈, 칼을 둘 식이나 찬 놈, 활을 멘 놈, 善竹橋로 向(향)하여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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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珪(영규) : 오늘은 그여코 그 놈을 녹여버리는구나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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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呂(고려) : 녹사 녀석도 또 딸어올테지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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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 딸어오면 그 놈마저 녹혀 버리지 머. 걱정이 무어여. 쇠도리깨 한 대면 그만인걸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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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여 : 別(별)노 모이다 만치. 卽(즉) 鄭(정)가 놈한테 무었이 빨게 있다구 그 놈을 딸우고 있어. 서럽베아들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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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하여 一行(일행)은 善竹橋(선죽교)에 일으러 모다 자리를 定(정)하고 몸을 숨기여 夢周(몽주) 오기만 기달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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夢周(몽주), 술이 얼골에 올느도록 잔득 醉(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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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사 : 언저 그만 잡수시오. 몸에 해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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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주 : 음. 그래. 그람 그만 먹자. 어서 집에 가자. 말을 갔다 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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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쌀빗쌀하며 자리를 일어슨다. 少年(소년)과 그의 어머니도 딸이 나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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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사 : 大監(대감)! 꺽구로 타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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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사 : 大監(대감)도 오늘은 作亂(작란)을 다 하십니다. 술을 그렇게 많이 잡수고 말을 꺽구로 타고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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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주 : 父母(부모)님 손으로 고히고히 자란 몸을 오늘이야말로 되잔은 것들에게 칼을 받을 테니 本精神(본정신) 갖이고서야 어찌 敢(감)히 눈을 감겠니. 그 되잔은 것들을 어찌 面(면)을 서로 맛대고 볼 수 있게니. 차라리 뒤로 보는 것이 낫겠다. 자! 어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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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사, 챗죽으로 말 궁뎅이를 치며 달여간다. 少年(소년)과 어멈 눈물을 흘리며 멀이멀이 발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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