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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단(文壇) 30년의 자취 ◈
◇ 《靈臺(영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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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3~
김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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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文壇) 30년의 자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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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靈臺(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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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4년 여름 안서가 평양에 왔다. 아직 《조선문단》이 창간되기 전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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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벽》 혼자서 활보하던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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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영, 김억, 나, 이렇게는 대동강 특유의 정취인 ‘어죽놀이’를 하고 강에서 돌아오는 길에 어떤 요리집에 들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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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에서부터 시작된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더 진전시키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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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잡지가 없으면 자연 게을러진다. 의무적으로 꼭 써야 할 기회가 없으면 자연 붓을 들기 싫어지는 것이 인정이다. 게다가 우리의 기관 잡지가 아닌 잡지에 글을 쓰자면 자연 눈칫밥 먹는 것 같아서 쓰고 싶은 소리를 마음 대로 쓰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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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더러 《개벽》은 원고료를 바라서 쓰는 것 같아서 쓰기 싫고, 거저 쓰자니 남의 시비가 있고, 모두 귀찮으니 동인제의 잡지를 또 발간해 보자는 것이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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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논)는 일사천리로 진척되어 곧 착수하기로 하였다. 동인으로는, (가나다순) 金觀鎬(김관호), 素月(소월) 金廷湜(김연식), 金東仁(김동인), 岸曙(안서) 金億(김억), 流暗(유암) 金興濟(김흥제), 惟邦(유방) 金瓚永(김찬영), 長春(장춘) 田榮澤(전영택), 春園(춘원) 李光洙(이광수), 蘆月(노월) 林長和(임장화), 天園(천원) 吳天錫(오천석), 朱耀翰(주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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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하였다. 이것을 다시 따지면 예전 《창조》 동인에서 김환과 최승만, 동원(이일)이 없어지고, 소월(김정식)과 유암(김여제)이 새로 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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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약간(진실로 약간)의 이동이 있는 밖에는 《창조》 동인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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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호는 ‘靈臺(영대)’라 하기로 하였다. 옛날 문왕의 ‘영대’의 인연도 상서롭거니와, 한문 글자 ‘영대’의 네모나고 묵직한 생김생김도 노블리티하였고, 글자의 획수가 많으면서 삼척동자라도 다 아는 글자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거니와, 이남 발음으로 ‘영대’, 서도 발음으로 ‘녕대’라는 그 리듬과 신령 령자(靈(영)) 집 대자(臺(대))가 합한 그 모든 것이 우리의 고답적인 취미에 적합하여 제호는 ‘영대’라 하자는 내 의견은 이의없이 채 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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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직전에 상해에서 귀국해 있던 춘원(이광수)과 요한(주)도 오래간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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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대》에 붓을 잡았다. 요한보다도 춘원은 진실로 오래간만에 창작 집필이다. 「人生(인생)의 香氣(향기)」라는 자서 소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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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도 평양서, 인쇄도 평양서 하기로 하였다. 평양에는 동인으로는 김찬영과 내가 있을 뿐이다. 書家(서가) 盧三山(노삼산)에게 제호를 받아오고, 중국 고금명가 필적으로 ‘영’자와 ‘대’자를 수십 장 골라서 짝맞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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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마티스’와 ‘피카소’등의 素畫(소화)를 커트로 모고 목각 컷을 새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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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만단 준비를 다하여 1924년 8월 초하룻날 창간호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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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대》가 나온 직후에 서울서는 춘해(방인근)의 손으로 춘원 주재라는 명색으로 《조선문단》이 창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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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 직후에 예전에 《폐허》 잔당들이 모이어 《폐허이후》를 내었는데 창간호 즉 폐간호로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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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대》는 1924년 8월에 창간하여 1925년 정월에 제5호까지 내고 폐간했는데 평양 光文社(광문사)라는 광고지나 인쇄할 능력을 가진 인쇄소에 페이지 物(물)을 맡기고 보니 그 고생과 고심이 여간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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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행 직공들의 헌신적 협력(직공장이 나와 소학 동년 동창이었다)과 경영자 측의 희생적 원조의 덕으로 서너 달 뒤부터는 조금 낫게 되었으나, 처음은 참 맹랑한 상태로 도저히 할 것 같지 않았다. 매달 우리가 지불하는 인쇄료의 반액에 해당하는 새 활자를 계속적으로 사들여서 조금 인쇄소 꼴이 나게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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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서울서 판매를 맡은 노월(임장화)과 안서(김억)에게서는 판매대금을 엽전 한 푼도 오지 않았다. 그 실정을 조사해 조고자 나는 1924년 상경하여 몸을 임노월의 집에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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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노월이라는 친구 재미있는 친구로서 탄실 김명순과 동서생활을 하다가 탄실은 모에게 빼앗기는 체하고 밀어치우고 현재는 金元周(김원주), 지금은 중이 되어 있는(수행 누락)과 동서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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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주는 본시 모 전문학교 교수의 영부인으로 조선 신여성계의 혁혁한 존재로 있었는데(주원 자신의 말에 의지하자면) 남편인 교수씨의 의족(교수씨는 다리가 제 다리가 못 되고 의족이다)이 밤마다 선뜩선뜩 맨살에 닿는 것이 역하여 임노월의 유혹에 응하였노라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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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3, 4년 전 李東園(이동원)의 소개로 서울 어떤 고지대의 문화주택(교수씨의 댁)의 마담으로서의 김원주, 신여성계의 지도자요 花形(화형)으로서의 김원주를 본 일이 있느니만치 지금 임노월의 집에서 행주치마를 입고 된장찌개를 끓이는 김원주에게― 더우기 임노월의 안해인지 소실인지 정체불명한 김원주에게 매우 모멸하는 눈초리를 던졌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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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신경이 약간 둔한 김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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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김 선생님, 이게 얼마만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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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반겨 맞는다. 나는 그 날 하루를 노월의 집에서 묵고 이튿날 노월에게 (원주도 듣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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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네 집은 제일에 춥고, 그 위에 나는 된장국과 콩나물만으로는 밥이 목을 넘지 않으니 여관으로 떠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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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선언하고 그의 집을 나와서 나의 年來(연래)의 定宿(정숙)인 태평여관으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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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때 《영대》에 「遺書(유서)」라는 소설을 연재 중으로 신년호까지나 나야 끝날 예산이었다. 그래서 신년호까지는 부득이 내야겠는데 《영대》 판매대금의 행방을 조사해 보니 안서의 술값과 노월의 콩나물 값으로 둘이 경쟁적으로 ‘총판매소’에서 찾아가는 형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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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영대》는 신년호까지나 내고서는 폐간하려고 마음먹고 다시 평양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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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으로 돌아와서는 김찬영과 의논하고 《영대》는 생명 6개월로, 제5호로 폐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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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대》를 걷어치우기로 하고, 나는 소위 ‘산보’차로 잠깐 동경을 가는 길에 서울에 들렀더니, 춘원도 「인생의 향기」가 중단되는 것을 아꼈고, 안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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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대》 제6호는 어찌하고 동경으로 산보를 가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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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항의하였다. ‘동경 산보’면 한두 시간이나 하루이틀로 끝날 것이 아니고, 한두 달은 걸릴 것이니 그동안 《영대》는 어쩔 작정이냐는 것이다. 그래서 유방(김찬영)의 의견이 폐간하는 게 좋겠다 하여 폐간하기로 합의가 되었다 하니, 안서는 깜짝 놀라며 폐간이란 웬 말이냐 한다. 그래서 솔직하게 폐간 이유를 말했더니 안서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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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게 연말연시가 아닌가, 양해하게 양해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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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미 왕복 차표를 산 터이라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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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영대》는 다섯 호로 다시 죽었다. 《영대》는 다섯 호로 죽었지만 조선문학 발전에는 아무 공헌도 없이 폐간된 것이다. 예전 《창조》를 발간할 때는 동인들의 의기가 벌써 ‘조선문학 건설의 본화’라는 생각 아래서 정열과 정성으로 불탔지만 이번의 《영대》는, 1. 게을지 않기 위하여 1. 눈칫글 아닌 글을 자유로이 쓰기 위하여 이처럼 순전히 우리 동인들 자신의 필요와 욕구 때문에 생겨 났던 것이라, 거기는 조선문학을 건설한다든가 발전시킨다든가 하는 의욕은 낄 여지가 없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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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그때 대정 14년으로서 제1차 전쟁으로 돈벌이도 많이 하였고 문화 발달도 많이 한 ‘大正(대정) 爛熟期(난숙기)’였다. 난숙기의 일본의 수도 동경은 漫步者(만보자)의 기분으로 간간 들여다보기는 흥미있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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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의 비극을 겪고 경제적인 여유를 잃기 이전까지는 나는 1년에 한두 번씩 동경을 ‘산보’식으로 다녀오는 것이 취미요, 겸해 습관으로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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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하여 《영대》를 집어친 뒤에는 또 잠깐 동경을 다녀온 것이다.
【원문】《靈臺(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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