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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단(文壇) 30년의 자취 ◈
◇ 《朝鮮日報(조선일보)》 시대 ◇
해설   목차 (총 : 39권)   서문     이전 32권 다음
1948.3~
김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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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文壇) 30년의 자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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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日報(조선일보)》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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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울로 이사를 와서 순전히 붓끝으로 먹어 나가려고, 월부로 집을 한 채 사고 고투한 지 1년나마 뒤에 금광부자 방응모가 그 새 폐간 상태에 있 던 조선일보가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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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바에 의지하건대 방응모는 본시 동아일보 定州(정주) 지국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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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동아일보 본사로 보내야 할 신문대금을 몇 달 밀렸다. 그래서 그때 동아일보 사장이던 고 송진우가 지국을 해소시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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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응모는 송진우에게 누차 한 번만 더 연기해 주기를 간청했지만 송진우는 단연 이를 거절하고 지국을 해소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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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분개한 방응모는 하릴없이 금광 덕대로 전향하였는데, 운이 터지느라고 금광에서 노다지가 나서 금광부자가 되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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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응모가 철천지한을 품은 자가 동아일보와 그 한 계통인 普成傳門學校(보성전문학교)였다. 내가 장차 크게 되면 동아일보를 압도할 신문과 보성 전문을 압도할 학교를 만들겠다는 결심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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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인지는 모르지만 방응모는 《중외일보》 폐간 임시에도 《중외일보》를 사려고 움직이다가 아직 자금에 미흡한 점이 있어서 모 출판사를 사려고 움직인 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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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는 하여간, 그때 사멸상태에 빠졌던 조선일보를 매수하여 다시 살린 그 공적은 크게 볼 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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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를 매수하여 蓮建洞(연건동)에 문을 열고 조만식 사장, 방응모 부사장, 주요한 편집국장이라는 진용으로 동아일보에 선전을 포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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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응모의 금력과 주요한의 편집기술은 동아일보와 넉넉히 맞설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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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윤전기가 한 대밖에 없는 조선일보로서는 동아일보의 일간 10페이지의 간행을 실력으로 당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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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조석간 간행이 인기를 사서, 더우기 투쟁력 왕성한 신진 기예의 기자로 조직된 주요한 내각의 참신한 취재 편집이 인기를 사서 조선일보가 과거 10년간을 따르다 따르다 못하여 참패한 동아일보와의 쟁파전에 조선일보는 드디어 동아일보를 육박하고 압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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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순 이래 동아일보의 공로자 이광수를 조선일보에서 뽑아 오고, 명예사장 조만식을 들쳐내고 방응모 자신이 사장이 되고, 이리하여 조선일보는 동아일보와 대등의 위에 오르고 지국장 떼인 분풀이는 충분히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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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의 에피소우드로 방응모는 옛날 원수 송진우와 사사에 겨루어 어떤 좌석에 초대를 받을지라도 자기가 먼저 가서 송진우의 웃자리에 앉아야지, 차례가 뒤떨어져서 아랫자리로 가게 되면 불쾌한 표정까지 감추지 못했다 하니, 그의 성격을 가히 짐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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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의 성적이 이처럼 좋으니 그는 안심이 생겨서, 사장 조만식을 갈아내고 스스로 사장이 되고 조선일보를 사실상 키운 공로자 주요한을 내쫓고, 조선일보의 독재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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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방응모 조선일보가 될 때 불리어서, 조선일보의 학예부를 40일간 맡아본 일이 있다. 이 40일간의 봉급 생활로서 과부의 서방질이나 일반으로나 스스로도 창피하게 생각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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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동안에도 한두 가지의 유쾌한 일은 있었으니, 하나는 위에도 말 한 일이 있지만 민촌 이기영의 발견이었다. 그때의 민촌은 소위 살인 방화 소설 문사로 중앙 문단에서는 제외되어 있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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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당시 좌익 문사들의 생활은 참담하였다. 민족파 문사들은 탄압의 틈새를 꿰어, 어떻게든 뚫을 기교와 수법을 강구하여 탄압자들에게 대항하였지만, 그런 수법이나 기교를 강구할 기능이 없는 좌익문사들은 전업하지 않으면 굶을밖에는 도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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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白鐵(백철)도 좌익(동반자)계열의 한 맹장으로 민족과 문학가들을 덮어놓고 욕하던 패지만, 어떤날 조선일보에 나를 찾아와서, 인제부터 이데올로기를 고칠 테니 원고를 사 달라고 하면서 원고 뭉치를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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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당시 복간초라, 원고료 예산도 확정되지 않아서 지금 생각하면 얼굴 붉힐 정도의 돈을 지불하고 원고를 산 일이 있지만, 이렇듯 단 몇 푼이라도 지불해서, 가난에 쪼들리는 문사들에게 점심 한 그릇값이라도 내어 주기 위하여, 나는 늘 경리측과 다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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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어떤날 편집국장 주요한이 나에게 조선일보에 연애 소설 한 편을 실어야겠는데 누가 좋을 듯하냐 묻기에, 아마 여학생 소설로는 李泰俊(이태준)이 으뜸이라 대답했더니 요한 말이 채만식이 어떻겠느냐, 어떤 간부가 蔡(채)를 추천하는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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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태준은 그때 ‘신생사(新生社)’라는 데 들어가서 몇 편 수필의 전력은 있지만 아직 미지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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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만식이도 아직 전력이랄 것은 없지만 《조선문단》 제2기 (방춘해 《조선문단》이 폐간된 뒤에 최서해가 남 모라는 출재자를 붙들어 한 호인가 두 호인가 낸 일이 있다) 시절에 약간 문명을 낸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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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며칠 뒤 채만식이 원고 한 뭉치를 가지고 찾아왔다. 요한의 말이 그 원고를 보아서 고칠 데를 고쳐 주라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태준을 지지하는 사람이라, 채만식의 그 원고(「人形(인형)의 집을 나와서」라는 것 이었다) 여러 군데 뻑뻑 말살을 하여 도로 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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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뒤에는 나는 조선일보를 사직하고 나와서, 뒤는 모르지만 채만식의 그 「인형의 집을 나와서」가 먼저 조선일보 지상에 연재되고 그 뒤에는 이태준이 집필(아마 「聖母(성모)」라고 생각된다)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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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를 물러나와서 수절과부 서방질한 것 같아서 어이없이 있을 적에 어떤날 조선일보 사장 조만식이 찾아왔다. 그리고 내게 「雲峴宮(운현궁)의 봄」을 계속 집필을 파격의 원고료로써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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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조선일보에 재적할 동안 내가 책임맡은 학예면을 史譚(사담) 「雲峴宮(운현궁)의 봄」을 며칠에 한 번씩 연재하고 있었다. 하도 총망스러운 신문사 일의 여가에 쓰는 바이라, 쓰며 말며 그러했는데, 독자들에게서 좀 성실하게 연재하라는 투서가 자주 들어오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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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집값 월부금으로 치르던 것이 계속되는 시절에 갑자기 직장까지 떨어져서 어찌할 방도가 아직 서지 못했던 차이라 나는 이를 수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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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을 월부로 치르던 시절이라 내 원고를 한꺼번에 다 써갈 터이니, 원고료를 일시금으로 달라고, 그 조건으로 다시 원고료 생활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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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서의 원고료 생활이란 사실 불가능한 일이다. 더우기 일본의 準戰生活(준전생활) 체제의 강화시기로서, 인쇄 용지는 부족하였다. 검열제도 강화로 글 쓰기는 어렵겠다, 우리 사람의 습성으로 원고료 지불은 군돈 같아서 좀체 주지 않겠다, 그래도 원고료는 대정으로 주는 것이라 이쪽에서 채근하기는 면중스럽겠다, 등등의 관계로 그냥 글에 종사하는 사람은 쉽지 않고, 글을 부업으로 하거나 혹은 아주 글에서 떠나서 다른 직업으로 전향해 버리거나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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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년에도 ‘문단 침체’니 무에니 시비가 많았지만, 일반 대중의 이해 지지가 없고 관할 당국의 철저한 탄압 아래서 생활 방도도 보장되지 못한 문사들이 순전히 노력과 정성으로 그만한 업적이라도 쌓았다 하는 점을 크게 평가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자고로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의 문학이 이러한 곤경 학대 아래서 나서 자란 자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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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우기 조선문학은 조선어로써 조성되는 것이다. 南次郞(남차랑) 총독 시절에, 소학교서부터 조선어과를 뽑아 버리고 관공리는 가정에서도 일본말을 쓰라고 강제하며 가게에서 담배 한 갑을 사도 일본말로 하는 시절에 있어서도 그 강제, 탄압, 그 제재를 무릅쓰고 조선어를 사수하여 해방된 국가에 그대로 바친 그 위업에 대해서는 이 나라 언어를 사용하는 자, 한결같이 모두 사례를 하여야 할 것이다.
【원문】《朝鮮日報(조선일보)》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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