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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고어) 
◈ 부주전(父主前) 상백시(上白是) ◈
◇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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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상
박용철
1
父主前[부주전] 上白是[상백시]
 
 
2
前般上書伏想下覽矣伏未審塞▣[전반상서복상하람의복미심색▣]
 
3
外內分氣體一享萬安[외내분기체일향만안] 花節均安伏▣區區不任下▣之支[화절균안복구구불임하지지][자] 客中眠食無恙新學期自昨日始業耳[객중면식무양신학기자작일시업이] 就伏白[취복백] 昨年[작년]에 말슴하시던 女敎員來任事[여교원내임사]는 如何[여하]히 決定[결정]되었사온지 今春[금춘]부터 오게되랴면 只今[지금]까지 萬事[만사]가 다 決定[결정]되였어야될줄 압니다 小子[소자]는 今日[금일]까지 다만 수접은 생각으로 저의 所見[소견]을 한번도 아버지께 說破[설파]하지 못하였읍니다 아버지께서 듣기를 願[원]하심을 알면서도 제가 생각하여도 못생겼읍니다 그러나 오늘부터는 생각하는 바를 服裝[복장]없이 말슴 여쭙기로 決心[결심]하였읍니다 그리하는 것은 아버지께서 家事[가사]를 處理[처리]하시는데 有益無害[유익무해]할줄로믿난 緣故[연고]입니다 小子[소자]로하여곰 이와같이 決心[결심]하게 한 動機[동기]와 放學[방학]동안 긴 밤 동안에 생각한 바를 여쭙겠읍니다.
 
4
저는 鳳愛[봉애]의 前程[전정]에 대하여 前[전]부터 생각하여 왔읍니다 그리하여 工夫[공부]시켜야 하겠다는 結論[결론]에 到達[도달]하였었읍니다 그러나 그것을 實行[실행]하는데는 많은 困難[곤란]이 있읍니다 그러고 當人[당인]에게는 自覺[자각]이 없다 또 時期[시기]가 너무 늦었다는 어리석은 핑게로 우선 당장을 덮어 갔었읍니다.
 
5
지난 年末[연말]에 봉애에게서 便紙[편지]를 받았읍니다 그 便紙[편지]의 끝을 同封[동봉]합니다 짧은 두어줄 가운데 얼마나 슬픈 意味[의미]를 품었는지 알 수 없읍니다 어떤 大詩人[대시인]의 時[시]라도 이보다 더 悲哀調[비애조]를 띠었겠읍니까 이것은 自己[자기]의 슬픈 運命[운명]의 自覺[자각]입니다 저는 그것을 읽고 가슴이 떨렸읍니다 마치 檢事[검사]의 起訴理由[기소이유]를 읽혀들린 罪人[죄인]같이. 저는 봉애에게 罪[죄]를 지은 것 같습니다 鳳愛[봉애]와 저는 다 같은 아버지의 子女[자녀]입니다 같은 權利[권리]를 가졌을 것입니다 그런데 實狀[실상]을 보면 저는 不滿[불만]없이 마음대로 工夫[공부]하고 지냅니다 鳳愛[봉애]는 萬一[만일]그대로두면 不過三年[불과삼년]에 警謀浮薄[경모부박]한 少年[소년]에게 시집이라고 가겠읍▣ 은 다 警謀浮薄[경모부박]한 故[고]로 十中九[십중구] 百中九十九人[백중구십구인]까지도. 衆人座上에서 自己[자기]의 妻[처]를 사랑한다고 하면 큰 羞辱[수욕]으로 여기난 故[고]로 무삼 矛盾[모순]인지 妻子[처자]의 定義[정의]가 무엇인지요 그 後[후]의 鳳愛[봉애]의 運命[운명]은 暗黑[암흑]합니다 想像[상상]할 수도 없읍니다 어떠한 悲慘[비참]한 運命[운명]에 울며 世上[세상]을 보낼지 豫測[예측]할 수 없읍니다 破滅[파멸]로 들어가는 것을 救[구]하는 것은 지금입니다. 今春[금춘]을 넘기면 다시 슬픈 一年[일년]이 늘어질줄압니다 아무것도 모를 줄 알고 가르치지도 아니하고 버려두었어도 제절로 自己[자기]의 悲哀[비애]가 가득한 前程[전정]을 豫想[예상]하고 슬퍼하게 되었읍니다 그것을 생각하면 눈물을 禁[금]할 수 없읍니다 하물며 他人[타인]도 아니오 自己[자기]의 肉身兄弟姉妹[육신형제자매]인데야.
 
6
時期[시기]가 이미 늦었다고 하면 그 時期[시기]를 늦게한 것은 누구의 責[책]이냐고 저의 良心[양심]은 反問[반문]합니다 이와같은 口實[구실]참으로 더럽고 卑劣[비열]한 責任廻避[책임회피]의 생각입니다 사람이 自己[자기]의 當然[당연]히 질 責任[책임]을 廻避[회피]하는 것은 가장 卑怯[비겁]한 일입니다. 저는 鳳愛[봉애]와 갈라받을 權利[권리]를 獨占[독점]하였읍니다 卽盜賊[즉도적]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봉애▣ 對[대]하야 罪[죄]를 지었읍니다 그 代身[대신]에 只今[지금]부터는 봉애를 爲[위]하야 全力[전력]을 다 할 義務[의무]가 있읍니다 下答[하답]을 받자오면 卽時通信敎授[즉시통신교수]를 始作[시작]할 決心[결심]입니다 時期[시기]도 決[결]코 늦지않습니다 七八年工夫[칠팔년공부]하야 二十二三[이십이삼]에 婚[혼]▣하면 일른셈입니다 西洋[서양]사람같이 二十五六[이십오육]에 結婚[결혼]할 생각만 있으면 大學[대학]이라도 卒業[졸업]할수있겠읍니다 저는 제 아우나 四寸[사촌]들이 한 사람이라도 長上[장상]의 專制[전제]로 結婚[결혼]하기를 願[원]하지아니합니다 힘만 자라면 원 世上[세상]이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제 從行間[종행간]에서 제가 한사람 犧牲[희생]이 되었으니 넉넉할 줄 압니다 事實[사실]이 그러하기를 祝願[축원]합니다 나무에서 떠러진 經驗[경험]있는 者[자]로서 後生[후생]이 危殆[위태]한 나무끝에 오르는 것을 힘을 다하여 막지아니할 不道德者[불도덕자] 沒人情者[몰인정자]있으리오 前車[전차]의 ▣한길을 다시 踏[답]할 愚者[우자]어디있으리오 靑春時[청춘시]에 사랑의 꿈속에서 彷徨[방황]하는 것은 人生[인생]에 다시없는 快樂[쾌락]일것입니다 사랑하는 子女[자녀]로 부터 따뜻한 火爐[화로]를 빼았고 어름장을 쥐어줌이 어찌 賢父母[현부모]의 할 바리오 그렇다고 小子[소자]의 그 前[전]마음이 變[변]하였나하고 念慮[염려]하실 必要[필요]는 없읍니다 小子[소자]는 充分[충분]한 覺悟[각오]를 가졌읍니다 自己[자기]의 快樂[쾌락]을 위하야 人[인]을 犧牲[희생]으로 하는 그런利己的[이기적]은 아닙니다 더욱이 어린 弟妹[제매]들의 犧牲[희생]이 된다면 슬픈 中[중]에 오히려 기쁨을 發見[발견]하겠읍니다.
 
7
今春[금춘]에 女敎師[여교사]를 招來[초래]하는데 집에서 若干[약간]의 寄附金[기부금]까지라도 覺悟[각오]하면 반드시 될 줄 믿삽나이다 정 不能[불능]하면 個人敎授[개인교수]라도 雇聘[고빙]할 수밖에 없는 줄 믿삽나이다 그것은 勿論經濟的困難[물론경제적곤란]인줄 압니다 小子[소자]도 집의 經濟[경제]가 넉넉지 못한 줄 압니다 小子[소자]도 可及的所用[가급적소용]을 節約[절약]할 생각입니다 사랑하는 어린 것의 幸福[행복]을 위하야 困難[곤란]이라도 忍耐[인내]할 수 밖에 없는 줄 믿삽나이다 萬一經濟上問題[만일경제상문제]로 못한다고 하면 小子[소자]에게는 더욱 큰 苦痛[고통]입니다 安閑[안한]하게 工夫[공부]하고 있을 수도 없을 듯 합니다 小子[소자]가 速[속]하게 ―六年[육년]보다는 四年[사년]에 四年[사년]보다는 三年[삼년]에 마치고 歸國[귀국]하랴는 原因[원인]의 大部[대부]가 거기 있는 것을 諒察[양찰]하시옵소서 女敎師[여교사]가 오게되면 ― 勿論[물론]올 것이오 期於[기어]코 招來[초래]하여야 할 것이나 ―室人[실인]도 人情上[인정상] 어려우나 데려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래 가슴에 맺혔던 것이오 또 神經[신경]이 興奮[흥분]되어서 말이 不足[부족]한 것도 過[과]한 것도 있을터이오나 下諒[하량]하시옵소서 小子[소자]는 다만 우러나오는 情誠[정성]으로 이것을 썼읍니다 두번 세번 下覽[하람]하시옵소서 또 깊이깊이 생각하시옵소서 어리고 철모르는 것의 불상한 前途[전도]를. 寶玉[보옥]이 地位[지위]도 鳳愛[봉애]보다 나을 것 없읍니다 이 上書[상서]를 季父主[계부주]에게도 보이시고 目前[목전]의 情實[정실]에 억매이지말고 어린 것의 참 幸福[행복]을 위하야 適當[적당]한 手段[수단]을 取[취]하면 喜悅千萬[희열천만]이겠삽나이다. 餘不備伏惟[여불비복유] 下鑑上書[하감상서]
 
8
大正癸亥一月九日[대정계해일월구일] 不肖子[불초자] 龍喆[용철] 上白是[상백시]
 
 

 
9
봉애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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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두 번▣ 받아 잘보았다 漢文[한문]글자가 ▣ 눈에 띠이고 말을 맨드는 것이 참 나아가는 것을 볼 때에 ▣ 어렵지 않게 되겠다는 생각▣ 조곰 기쁜 생각도 난다 실상 말하면 너같은 어린때에는 快活[쾌활]하고 재미있고 질겁게 웃고 이 세상을 지내야 할 때인데 이런 걱정 저런 걱정하는 것 보면 하염없는 한숨에 이 세상은 어찌 이 모양으로 되였는고 싶으다 그리고 나와 제일 가까운 사이에 있는 동생을 마음것 유쾌하고 幸福[행복]스럽게 못맨든 爲人[위인]이 다음날 이 온 세상을 내 손으로 행복스럽게 맨들어 주리라고 믿고 있는 나를 도라다 보며 웃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봉애야 安心[안심]하여라 내가 못생긴 쟁이가 아니고 또 스사로 이러한 것을 깨달은 以上[이상]에 너 하나를 버리고 아무렇게나 되여라하고 나가고 싶은대로 다라나지는 아니하리라 지금은 믿난 것은 同氣間[동기간]들 뿐이다 내가 지금 깨닫고 옳다고 믿고 나가리라 하는 길을 찾어낸 이상에는 나는 믿고 너의들을 그 길로 끌고 나가리라 따라오기만 하면 어떠한 어려운 것이 있을지라도 무서워하지않고 나가리라 너도 몸이 약하여서 第一[제일] 걱정이다 마는 마음을 먼저 굳세게 먹어라 몸도 마음을 따라가는 적이 많으니라 제일은 저같이 생각하는 사람은 없나니라 父母[부모]니 兄弟[형제]니 하야도 다 제일 다음에 생각하는 것이다 勿論[물론] 아는 것이 없으니 우에 사람의 指導[지도]는 받아야 하지마는 亦是[역시] 제 主見[주견]이 第一[제일]이니라 나를 너는 믿지마는 아조 그렇게 흡쑥 믿을 것은 못된다 나도 바로 말하면 내 생각 다하고 다음에 네 생각을 하는데 不過[불과]하니라 그러나 너는 언제든지 마음에 있는 것은 숨기지 않고 나와 이야기하야 의논은 하여야 한다 이 말은 네가 요 다음 다 커서라도 않잊어야할 것이야 어머님이 지내시는 것을 想像[상상]해 보면 참 未安[미안]하단 말 밖에 없다 生前[생전]을 두고 별 자미스러운 일이라고는 없고 고생으로 지내시다가 늙은 末年[말년]에 또 저렇게 지내시니 참 慰勞[위로]할 말슴도 없을가보다 西洋[서양] 상말에 『불상한자여 네 일홈은 女子[여자]니라』하는 말이 있다 이 말이 항상 생각이 난다. 가깝한 일 물어볼 일 그외에라도 마음에 있는 말을 편지로 항상 하여라 이만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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十一月十八日[십일월십팔일] 멀리 있난 오라비로 붙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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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애 보아라
 
13
네게 붓든지가 매우 오래다 네 편지는 번번히 ▣ 여기도 요새는 꽤 칩다 서울쯤 아마 쌀쌀한 바람이 살을 에일게라 시험이 가까우리라 너무 마음을 죄인다던지 오새보새한다던지 하면 못쓴다 몸이 몬저 성해야지 학교 성적쯤이야 아모렇거니 참으로 事物[사물]에 對[대]한 理解力[이해력]이 하로 한달 한해 차츰 나아가면 그것이 工夫[공부]의 참 길일뿐. 그러고 한가지 우리가 살어가는데 우리의 感情[감정]에 얼마큼 餘裕[여유]가 있어야 한다 감정이 너무 切迫[절박]하면 이른바 센틔멘탈리즘(感傷主義[감상주의])으로 흘러드러가는 것이다 우리의 감정을 한거름 늦구어 더져놓코 웃어가며 批判[비판]할랴면 할만한 餘裕[여유](間隔[간격])가 있어야 한다 그 餘裕[여유]가 없으면 正確[정확]한 斷判[단판]은 바라지 못한다 무엇을 볼랴면 얼마쯤 떼워놓고 보아야 보이지않느냐 거듭 말한다 「나」가 무어냐 「幸福[행복]」이 무어냐 「사는것」이 무어냐 「갈길」이 어디냐 이러한 무름에 대한 대답이란 그리 쉽사리 얻는 것이 못되고 또 그것을 얻으랴고 괴로워하는 것은 高貴[고귀]한 괴로움이다 一生[일생]을 두고 그 解答[해답]을 얻으려 괴로워하다가 눈 감는 날 그 虛無[허무]를 깨닫는것도 우수운 노릇이다 그러나 그 괴로운가운데도 스사로 괴로워하는 제 心理[심리]를 도라보고 批判[비판]할 餘裕[여유]까지 잃어서는 안된다. 우선 이만두자 맞날때나 기다리자.
 
14
十二月十二日[십이월십이일] 옵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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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이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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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게 편지를 쓸랴고 쓸랴고 벼룬지가 벌써 언젠지 몰르겠다 이「キヨミデラ의 종소래」라는 글을 번역해 놓고도 아마 한 열흘은 더 지난 듯 하다 그걸로만 보드래도 내가 네게 편지 게을리한 책망은 얼마를 들어도 들을만한 줄 안다 그러나 편지에 약속하니 어쩌니 하는 소리를 그렇게 쓰는 것은 아니다 내야 그런 말을 들어도 집어삼킬만한 배도 있지마는 어머니께서는 그런소리를 들으시면 정말로 미안스럽게 녀기시니 어머니께 그런 무정지책은 하지마라 사람이란 특별히 너희들 자라나는 게집아희들이란 걸핏하면 그런 생각을 하는 법이다 내가 그를 모름도 아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이 이러날 때에 그것을 야속하네 설업네 하고 그대로 내퍼붓는 것은 高尙[고상]한 感情[감정]을 가진 사람은 못하는 것이다 그러한 情[정]을 혹은 지는 달에 비기고 들는 꽃 우는 새에 견우며 서리차고 달밝은 새벽 하늘에 南[남]에서 北[북]으로 외로히 울고 가는 기러기에 비기는 ▣▣은 이 글에 있듯이 고요한 밤중에 하소연하는 듯 울려오는 종소래 그 외에 아모 것이나 興[흥]이 나는대로 情[정]이 가는대로 마음에서 이러나는 波動[파동]에 마추어 노래하면 詩[시]로 되는 것이오 그것을 더 잔잔히 적으면 散文[산문]도 되는 것이다 그러는 동안에 처음에는 單純[단순]히 야속하다든 俗[속]되고 平凡[평범]한 情[정]이 달과 꽃과 기러기로 洗練[세련]한 바 되며 高尙[고상]한 感情[감정]으로 化[화]하는 동시에 훌륭한 詩[시]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글▣ 본색이다 또 한가지 할 말이 있다 네가 있따금 家庭[가정]의 妨害者[방해자]니 또는 내가 너따믄에 내 마음대로 못한다느니 그러한 걱정을 많이 하는 듯 하니 아 ― 여 그런 말은 하지도 말고 생각도 하지마라 네가 그리 家庭[가정]에 妨害者[방해자]될거야 무엇있느냐 내 생각으로는 그理由[이유]를 發見[발견]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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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대한 걱정은 或[혹] 그럴 법도 하지마는 그것도 그런 생각은 하지말라고 할 밖에 없다 우리 집안에 이러한 不幸事[불행사]를 내가 참아 입으로 多幸[다행]이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요 더군다나 어머니의 늙은진 얼굴을 뵈올때 그런 생각을 한 것만 해도 罪[죄]지은 듯한 마음이있는 바이지마는 실상 어떠한 意味[의미]로 보면 三年前[삼년전]부터의 不幸[불행]은 너와 나에게 한 幸福[행복]이라 할 수가 있느니라 우리집이 前[전]같이 그대로 지내왔다면 너▣가 지금같은 徹底[철저]한 (지금 徹底[철저]하다기는 어려우나) 覺悟[각오]를 했을 수가 있을가 疑問[의문]이다 나는 지금보기에는 이럭저럭 지내는 듯도 싶으나 마음에는 단단히 정한 바 있으니 너무 걱정은 하지 말어라 네가 있기로서니 설마 손에 冊[책] 한 권 든세옴 밖에 더 되랴 가지고 가는데 그리 짐될거야 있겠늬 시험에 한창 빗볼텐데 너무 길게 써도 妨害[방해]될라. 成績[성적]이 좀 뜻같이 되지못하여도 그리 落望[낙망]할거야 없다. 사람의 行爲[행위]의 價値[가치]는 반듯이 그 結果[결과]만 가지고 評價[평가]할 것은 못되는 줄로 안다 두사람이 꼭 같은 結果[결과]를 얻었다하더라도 그것을 行[행]하든 動機[동기]의 如何[여하]로 말미암아 그 行爲[행위]의 價値[가치]가 같지 않다 簡單[간단]한 例[예]는 正當[정당]히 얻은 點數[점수]와 不正[부정]하게 얻은 點數[점수]를 比較[비교]해보아라 한가지 잊지마라 「靑春[청춘]의 落望[낙망]은 오히려 달콤하다」落望[낙망]한다고 하는 가운대로 前程[전정]이 아직 멀므로 오히려 希望[희망]이 있는 故[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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龍喆[용철]쓴다
 
 

 
19
봉애 읽어라
 
20
네 편지는 거퍼 받았다 객지의 몸이 여러가지 바뿐 中[중]에도 과히 건강치 못한 듯 싶으니 멀리서 탁갑기만 하구나 누이야 너 울기는 웨 우늬 사람이 너무 푸러져서 죽같이 되여버려서야 어린 것이지만은 너는 아마 마음을 지나치게 緊張[긴장]식혀서 못쓴다 줄이 너무 되면 떠러진다 더구나 굵고 실하지는 못한 줄이. 네가 成績[성적]이 前學期[전학기]만 좀 못하기로 내가 그렇게 ▣정될 줄 아늬거야 일이 너무 말리면 弱[약]한 몸에 괴롭기도 할라 弱馬卜重[약마복중]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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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이 무겁다고 피할 수가 있는 사람들이냐 네가 무엇무엇을 맡었다고 그것이 榮光[영광]될거야 있겠늬 그렇지만 나는 學校[학교]다닐 적에 會[회]의 任命[임명]이라고 띠여본 일이 없다 그래 너와 나와 對照[대조]해 생각코는 가만이 웃는다 나의 마음의 자랑인 누이야 어리고 弱[약]한 마음을 너무 괴롭히지 말어라 우리가 아무리 바둥거려도 地球[지구]는 廿四時間[입사시간]의 自轉[자전]을 하고 三百六十五日[삼백육십오일]의 公轉[공전]을 한다 꽃은 누구를 위하야 피는 것이아니며 새는 누구를 기뿌게 하려고 우는 것도 아니다 그대신 물론 누구를 울리려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한가지한가지 일을 차근차근히 하여 나가는데 結果[결과]를 豫見[예견]하고 手段[수단]을 講究[강구]하여 나가야 한다. 우리는 生活[생활]을 觀照[관조]하는 同時[동시]에 生活[생활]을 生活[생활]하여야 한다 누이야 붉은 꽃닢을 눈물로 너무 적시우지말라 人生[인생]이란 살기에 그리 자미스럽기만한 것은 아니나 努力[노력]해 보잘 값이 없는 것은 아니다 西洋活動寫眞[서양활동사진]같은데 女子[여자]가 父母[부모]나 兄[형]에게 무엇을 하여 달라고 목에 매여달리고 얼굴을 부비며 조르는 것을 본다 이제 네가 나의 어려울 것을 미루 걱정걱정하며 말한 자리하기를 어려워 하는 것을 본다 어느게 人情[인정]아닐 배 없지만은 저의 繁華[번화]함에 우리의 외로움이 너무 마조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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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던지 말이던지 좀 더 어린 사람같이 수얼스럽게 그래야 나는 무슨 말이던지 좀 더 수얼하겠다 서울다 집은 쉽게 작만하지 못하겠다 그러니 우선 한두달 寄宿舍[기숙사]에 더 있게 하여라 그렇지 않고라도 다른 道理[도리]가 있으면 나는 너를 믿으니 알아서 하여라마는 夏命會討議問題[하명회토의문제]라고는 別[별]로히 생각나는 것이 없다. 또 問題[문제]를 提出[제출]할 만하면 一介抱負[일개포부]가 있어야 할텐데 별로히 이야기할 것이 없다 그리고 날짜도 지나갔겠고나 위선 이만하고 學年初[학년초]에 費用[비용]이나 알려라 얼마간 不足[부족]하겠지 이만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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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月廿八日[삼월입팔일] 龍兒[용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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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자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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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글은 받아 읽었다 네가 생각하고 있는 것도 대강 엿볼 수 있고 네 글 쓴 것도 전보다는 얼마간 나어진 것 같다 나는 이것을 그대로 고치기가 어려워 새판으로 맨들었다 될 수 있는대로 너의 본뜻을 상하지 아니하려 하였으나 네가 애써 맨들어 쓴 말이라든지 修辭[수사]는 다 다러나고 졸가리만 남었다 또는 너의들 少女時代[소녀시대]에 있는 感受性[감수성]이 다 사러졌다 이것은 아까운 일이나마 내가 고쳐지으면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정 아까우면 네 글 끝 한토막을 내가 지은 끝에다 붙혀 달아도 無妨[무방]하겠다. 자세한 이야기는 학교로 가서 보고 말하겠지만 너는 幸福[행복]이란 말을 일부러 피한 것 같이 내 눈에 보인다. 勿論[물론]사람은 맛당히 더욱이나 이 時代[시대]에 태여난 우리로서 제 스스로의 幸福[행복]만을 위하야 살아서는 아니될 것이나 그러나 全[전]혀 民族[민족]이나 나라만을 위하야 獻身[헌신]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그것이 한 非常時期[비상시기], 가령 戰爭[전쟁]이나 民族的激烈[민족적격렬]한 鬪爭期[투쟁기]에 있어서는 不可能[불가능]한 일은 아니리라마는 길게 두고 個人生活[개인생활]에 樂[낙]이 없으면 全生活[전생활]의 推進力[추진력]을 잃어버리고 停滯[정체]에 빠져 아모 일도 못하는 危險[위험]이었을 것이다 (여긔 例外[예외]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作文末段[작문말단]은 以上[이상]의 意味[의미]로 내가 집어넌 것이다 잘생각해 보아라. 日氣[일기]도 치워지고 서울서 지낼 별맛도 없음으로 쉬(月末[월말])집에 가서 겨을이나 지내고 올가한다 이번 토요일에는 나 오겠지(그안에 맞나보겠지마는)둘이 사진을 하나 백일까 하니 그리 준비를 하여라 될 수 있으면 검정 옷으로 늦어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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十一月二十三日[십일월이십삼일] 오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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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애야 너 아마 그동안 궁금하였을라 네편 지를 본 지가 한 수무날이나 되는 것 같다 그때에 현옥이에게 한 편지도 보았다 그러고 네가 내 생각기보다 더 비관도 하고 더 괴로워하는 줄도 알았으나 무어라고 타이를 말도 쉬 생각나지 않고 또 이런데서 일에 흥없이 사는 사람은 날의 限界[한계]가 없어서 하로이틀 하는 것이 수무날도 가고 한달도 가는 수가 없는거야 아니지마는 모도가 다 내 붓이 게을르고 마음이 부족한 탓이지 다른 것이 있겠늬 내가 네 마음 먹는데 對[대]하야 몇마디 말하고져 하는 것이니 새겨드러라 대범 젊은 사람치고 그날 그날 밥먹고 잠자고 머리는 쓰는 일 없이 사는 사람이면 모르거니와 비록 꿈같은 리상일 망정 어떠한 리상을 품고 아릿다운 장래를 꿈꾸다가 뜻같지아니한 현실(現實)의 세상을 눈앞에 대할 때에 비관으로 들어가지 아니하는 사람은 천생이 아조 락관적(樂觀的)이거나 神經[신경]이 鈍[둔]한 사람이리라 그러나 비록 내일 죽을지는 모를지언정 앞으로 긴 날이 남은 줄로 녀기는 젊은이의 비관에는 어대인지 달큼한 맛이 있어 앞길의 빛을 기대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젊은이의 비관은 달큼하고 어른의 비관은 씁쓸하고 늙은이의 비관은 아조 절망으로 들어간다」는 말이 있나니라 오늘은 비록 어려운 가운대 있고 뜻을 펴지 못할지라도 얼마동안만 참고 지나면 다시 새로운 길이 열리리라 오늘날 참고 지내는 것이 내리상으로 나가는 길을 한거름이라도 가깝게 하여준다면 하고 오늘을 참는 것이다 만일 이만한 바람이라도 없으면 어느 뉘가 그 시각에 이 세상을 떠나기를 주저하랴마는 이러한 바람을 바리게 할 것이 무엇이냐 이 바람을 가지는 것이 청춘의 힘이란다「함렡」라는 연극에 「함렡」라는 王子[왕자]가 자기어머니와 삼촌과 간통하야 아버지를 죽인 흔적을알고 원수를갚을까말까혼자괴로워하다가 거짓미친체하고 혼자씹으렁거리는말이 「산단 말이냐 만단 말이냐 그것이 문제로고나 살자니 이 세상은 이것저것 속상하고 화나는 것 뿐 기나긴 잠 가운데 한쪽 꿈같은 이 세상을 떠나기야 무어그리 어려우랴마는 죽음으로 이 꿈을 끊고 다시 긴 잠으로 드러간다면 그 잠 가운데 다시 또 더 사나운 꿈이 없다고 누가 말하랴」이 같은 말로 그의 흔들리는 심사를 나타낸 데가 있다. 봉애야 눈을 널리고 날카롭게 하야 비극(悲劇) 덩어리 괴로움 덩어리 이 세상을 보아라 더 자세히 살펴라 「구약」에 「에레미야」라는 선지자가 자긔 나라가 망하야 예루살렘이 터만 남은 것을 보고 「아 ― 내 슬픔같은 슬픔이 어데 있나보라」하고 부루짖은 데가 있다 그러나 내 한사람으로 그렇게 부르짖을 생각은 없다 도로혀 「나의 괴롬같은 괴롬을 격지않는 이가 있나보라」하고 싶다 눈앞에 괴로움이 있다하면 그는 앞으로 나갈 길을 찾는 괴로움이오 아조 그 자리에서 꺽꾸러지는 괴로움은 아니다」이것을 알어라 우리의 길이 여긔서 막혀서 우리가 꺽꾸러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사못친 길은 아닌 것이다 지금 우리가 머뭇거리는 것은 어느 길이 더 낳을가하고 주저하는 데 지나지 않다 마즈막 악을 내여서 죽기를 한정하고 나갈 지경까지는 아니되였다 지금아버지께서 네게 좀 심하게 하시는 것 같으나 다른 사람은 그 뜻을 모를지언정 나는 그 뜻을 짐작한다 아버지께서는 다만 네가 만일 실수를 하면 그 시비가 자기에게로 돌아올 것을 두려워하야 지금부터 시비맥이를 하시는데 지내지 못한다 아버지께서 그렇게 말슴하시는 것은 아니나 우리 알기에도 아버지가 그리 몽매하셔서 여자학교에 감은 큰 죄로 아시는 것도 아니오 또 부모와 자식들 형제남매간 같은 관게는 부부라든지 임군신하의 관게와는 다른 것이다 끊으면 끊어지고 붙히면 붙혀지는 것으로는 생각지않는다 뗀다고 떼여도 쓸데없고 자기가 한번 낳은 이상에는 아들이며 딸인가 한다 그러므로 아버지의 하시는 것은 될 수 있는대로 네게 어렵게 하여서 너로 하여금 실수함이 없게 하려는 마음이 많으신 줄 안다 무릇 사람이 범연한 사이면 저사람이 위태한 일을 하던 좋은 일을 하던「맘대로 해보게」하고 구경만 하는 것이다 참으로 사랑하고 친한 사이라야 저 사람이 내 마음에 마땅치 않은 일 실수하면 큰일날 일을 하랴고 할 때에는 싸홈을 하야 틀리기를 어려워하지않고 말리는 것이다 내가 무엇을 하랴할때에 충심으로 그것을 도아주는 이도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지만은 나와 다토기를 사양치않고 구태여 말리는사람도 나를 사랑하는 사람인 줄을 알어라 다만 그때에 그 일에 對[대]하야 뜻이 같고 다를 뿐이지 정은 마찬가진 것이다 지금 우리집 형편을 말하면 네가 학비 관게로 어렵게 되여서 잘못되기를바랄만큼 아버지께서 너를 그렇게 미워하는 것도 아니오 도로혀 너에게 은근히 바람이 있는 것이오 또 어머니와 아버지 관게를 말하여도 어머님을 생각하면 눈물도 나오는 일이지마는 뉘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노릇 박절한 말슴이나마 길지않은 여생 어떻게든지 지내시다가 돌아가실 수 밖에 없는 노릇 효성도 효성이오 인정도 인정이려니와 남은 날이기 ― 라 사람이 늙은 사람을 위하야 전연 히생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인 줄로 알 수밖에 있나냐 그외에 것이야 다 어떻게던지 되여 갈 것 그러고 보면 남은 것은 내일 뿐이다 내일도 다른 것이야 문제될 것 없다마는 네형과의 관게가 어려울 뿐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다만어렵고 까다로울 뿐이지 不可能[불가능]한 노릇은 아니다 일로 말하면 끊기가 어려운 일은 있으나 끊을 수 없는 일은 없는 것이다 실이 잘못맺히면 온전히 풀기는 어려울지언정 마즈막 끊기로 하면 무엇이 그리 어려우랴 어린네가 네 일을 가지고 걱정하는 것만 보아도 내가 미안스러운 마음이 없지 않다 더욱이 내 일까닭으로 네가 그렇게 걱정한다면 (걱정아니 할 수야 없겠지마는)내 마음을 둘 데가 없다 그러고 사람의 목숨이 적어도 보이지마는 그리 가벼운 것도 아니다 죽고 살기를 걸고 하는 일은 그 目的物[목적물]이 또한 그만큼 커야하는 것이다 「사람이 한번 죽지 두번 죽나」하고 높은 가지에 달린 감 한개를 따러 죽기한하고 올라간다던지 남과 싸호고 화난다고 목매 죽는다던지 싸호는 소의 뿔을 붙잡는다던지 하야 목숨을 버린다면 이것이 이른바「외자죽엄」이오 日本[일본]말로 大死[대사]라는 것이다 사람이 큰 일을 이루랴면 목숨을 걸어야하는 것이지마는 죽으면 하나밖에 없는 귀한 목숨을 바치는 것이니 살아서 얻을랴고 하는것이 또한 내 목숨과 比較[비교]하야 부끄럽지 아니할 만한 것이라야 하지 그렇지 아니하면 죽고 살기를 걸만한 것은 없나니라 바느질을 하다가 일가슴이사나와서 애가 터진다고 우물에 빠져죽은 女子[여자]가 있다고 하거든 그것을 웃지말고 스사로 도리켜 살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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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않아도 「兒女子[아녀자]의 偏狹[편협]한 마음」이라고 두고 쓰는 말이 있는 줄을 알어라 사람이 목숨을 내걸면 하지 못할 일이 별로 없나니라 精神[정신]없이 걸어다니다가 電車[전차]에 치여죽은 사람과 妾[첩]하고 싸호고 물에 빠져죽은 사나희가 있는 것을 新聞[신문]에서 보고 불상한 생각보다도 비웃는 마음이 몬저 이러나더라 정신이 삭막해서 두서가 없어 알아보기 어려울 것 같다 내가 정신없이 썼으니 네나 정신차려 읽어라 몸 성히 공부 잘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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九月二十日[구월이십일] 네오라비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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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三年[삼년]을 날지 아니코 울지 아니니 그 날매 장차 하날을 찌를 것이오 (飛將沖天[비장충천]) 울매 장차 사람을 놀래리라(鳴將驚人[명장경인])는 말이 있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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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조 깜박 잊고 있었다 九月末[구월말]이 되랴면 한참 남은 것으로만 녀기고 있었고나 덧없는 나달이 흐르는 물같다고 누가 하든가 너히가 金剛山[금강산]에를 가면 벌서 丹楓[단풍]닢이 붉게 빨갛게 奇岩怪石[기암괴석]사이를 단장하고 있겠고나 內金剛[내금강]에를 못간다면 甚[심]히 遺憾[유감]이다 費用關係[비용관계]도 많이 틀릴것은 없을 터인데 그러나 玉流洞[옥류동]의 美[미]는 內金剛[내금강]의 山色[산색]에 淸秀脫俗[청수탈속]하여 仙味[선미]가 있는데 비겨 健康美[건강미]가 있다고 할까 검우레레한게. 그러나 九龍瀑[구룡폭]가 雄壯[웅장]하야 瀑布[폭포]밑에 沼[소]에서는 소름이 끼칠 것이다 上八潭[상팔담]에 기어올라 內金剛[내금강]을 望見[망견]하면 金剛山眺望[금강산조망]의 一適處[일적처]일 것이다 金剛山[금강산]의 全景[전경]을 질기는데는 높은데 올라 멀리 바라보는데 있다 그 中[중] 上八潭[상팔담]도 한 곳이다 萬物相[만물상]은 記憶[기억]이 茫然[망연]하다 去年[거년]에는 病[병]이 나서 미처 萬物相[만물상]을 못보았음으로. 그러나 거기도 길은 험하야 새악시들에게는 適當[적당]치 않을 듯 하다 新萬物相[신만물상]의 險[험]을 밟으면 奇恢[기회]한 맞은 있을 것이다 海金剛[해금강]의 뱃노리로 日氣[일기]나 晴朗[청랑]하면 一日淸遊[일일청유]에는 足[족]할 것이다 金剛山出入口[금강산출입구]되는 長箭港[장전항]의 兩便風光[양편풍광]도 그것이 金剛山[금강산]옆에 있으니가 빛이 가리워지지 그렇지않으면 훌륭한 別莊地帶[별장지대]라고 할 것이다. 金剛山[금강산] 이야기는 이만 한고 脚本[각본]인가는 참 淸書[청서]하느라고 고생 많이 했다 평소 게으른 까닭도 있겠지마는 約束[약속]보다 一週日以上[일주일이상]이 늦어져서 未安千萬[미안천만]이다 劇[극]이라는 것은 이야기 까닭도 문제러니와 對話[대화]를 끌고 나가는데 妙[묘]가 있어야 하는데 본솜씨도 不足[부족]한데다가 벼락 것으로 뚜드려 마치니까 淸書[청서]할 때에 붓이 나가지 않는데가 많더라 그러니까 勿論[물론]다른데서 더 適當[적당]한 것이 있으면 그렇게 하고 어쩔수없이 「夕陽[석양]」을 하게 된다면 낯낯이 말을 그대로 외이려고 受苦[수고]할 必要[필요]는 없을 것 같다 더구나 四場[사장]같은데는 마음대로 말을 더 넣어서 더 우습게 하여도 좋을 것 같다 거기 혹 더 注意[주의]할것은 그것이 決定[결정]된 다음으로 밀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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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計[시계]는 어떻게 마음에 들드냐 여기서 몇 일 찾어보니까 아무래도 조곰 빠르든데. 學費[학비]를 더 일즉 보내 줄 것인데 정말 마음을 놓고 있었다 金剛山[금강산] 못 가게 된다고 너의들 걱정 무던히 했겠다 電報爲替[전보위체]를 보냈으니까 (五十圓[오십원]) 지금쯤은 네가 받었을지도 모르겠다 나하는 일은 그저 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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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八潭[상팔담] 올라가는데 石面[석면]이끼를 쪼아서 龍爺[용야] 永郞[영랑]이라고 題名[제명]한 것 있나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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九月二十一日[구월이십일일] 龍兒[용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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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애 받아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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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學校[학교]일에 대해서 네게 直接[직접] 여러가지 周旋[주선]을 命令[명령]한 것은 좀 無理[무리]한 注文[주문]이였든가 나는 네가 될수있는 대로 너의 性情[성정]의 가는 길을 取[취]하야 나가게 하고 ― 勿論[물론] 그것이 내 見解[견해]에 過[과]히 그릇치지않는 것으로 보이는 限[한]에서 ― 내 힘자라는데 까지는 부축하여 주려는 것이 소원이다 그런데 나는 실지로 네 性情嗜好等[성정기호등]을 觀察[관찰]할 機會[기회]를 적게 가졌었다 네가 女高普[여고보]에 있는 中[중]에 같이 좀 지내보려든 우리의 經綸[경륜]은 나의 無能[무능]으로 말미암음인지 빈탕이 되였고나 昨年[작년]에 林貞姬[임정희]도 서울있을 제인데 오막사리라도 얻어 自取生活[자취생활]이라도 시작될 듯 하더니 지나간 이야기거리가 되고 말았지 그러고 너는 내게 대하여서는 네 自身[자신]의 發表[발표]라고는 없이 내 말만 唯唯[유유]히 들어두고 마는 사람. 내가 참사람의 心肝[심간]을 드려다보는 눈이 있는 外[외]에는 널 알아보기 어렵지 않겠니 나는 그래 네 동무들의 편지 쪽들에서라도 네 日常生活[일상생활]을 줏어 모아보려고도 하지 너는 네 將來[장래]에 대하여서도 내게 말을 못해보았지 나를 대하면 하랴든 말도 못한다는 너도 딱한 일이지 네가 그것을 發表[발표]치 못하는 것을 네 心中[심중]에서도 分明[분명]한 計劃[계획]이 서지못한 연고일 것이다 (누가 自己將來[자기장래]에 대하여 明確[명확]한 예정을 세우는 사람이 있겠니) 그러나 때때로 떠오르는 空想[공상]같은 조각이라도 있을 것이니 그런 것들도 材料[재료]삼아 같이 硏究[연구]하였으면 도움도 될 터인데 너는 듣고 웃는 사람 노릇만하니 나는 그저 내 意見[의견]에 몇개를 느려노아 너의 選擇[선택]에 參考[참고]로 하여 줄밖에. 말이 좀 줄을빛글렸다 敎長[교장]에게 請[청]하란 것은 덮어놓고 同志社高等學部[동지사고등학부]에 入學[입학]시켜 달라고 졸르란 말이지 敎長[교장]이야 聽講生[청강생]을 알며 特別[특별]을 알겠니 시험않보고 어대 入學[입학]할 수 있느냐고 하거든 交涉[교섭]만 잘하면 이 편이 조선사람이고 하므로 特別[특별]이 入學[입학]식혀주는 수도 있다고 아모래도 外國[외국]사람이되여서 日本[일본]사람들과 똑같이 시험을 보아서 드러가기는 어렵다고 어떻게 잘 周旋[주선]해서 交涉[교섭]만 해준다면 그 다음에 同志社便[동지사편]에 特別入學[특별입학]이라야 된다던지 選科[선과]라거나 聽講生[청강생]으로는 될 수 있다거나 하는 回答[회답]이 있다면 그때알이지. 一般受驗者[일반수험자]와 같이 受驗[수험]하는데 가서는 紹介[소개]가 별 効果[효과]없는 것이다 奈良[내량]도 選科[선과]시험이 있다고 하나 어떻게 하는 것인지 모르거니와 (奈良[내량]에 科別[과별]도 좀 적어보내라) 一般[일반]에 競爭[경쟁]이 된다면 어려운 말이지 어떻게든지 個人[개인]으로 特別取扱[특별취급]을 받어야 수얼하지 日本女子大學募集規定[일본여자대학모집규정]도 얻어다 보아라 네가 勿論敎長[물론교장]에게 그런 말하기도 싫을 것이요 白氏[백씨]에게 편지하기도 창피하게녀길지나 일을 위하여 結末[결말]을 위하여 効果[효과]를 위하여 두번 말하고 세번 請[청]하여 될 터이면 그렇게라도 하여보라고 命[명]하는 것이다 혹간 네게 보이는 過度[과도]한 淸廉介潔[청렴개결], 그것은 이 세상에서 事業[사업]을 하여 나가는데는 좀 억제하여야 할 것으로 녀긴다 그 廉潔[염결]이 極度[극도]까지 行動[행동]에 나타난 것이 古代的忠臣[고대적충신] 烈女[열녀]일가 한다 거긔 感情[감정]의 請快[청쾌]는 있을 法[법]하나 事業[사업]은 없다 烈女[열녀]에 대하여는 너의 생각에 맡기자. 敵軍[적군]이 한 城[성]을 占領[점령]할 時[시]에 스사로 목숨을 끊는 忠臣[충신]이 그 自身[자신]의 感情[감정]에는 한충 快[쾌]할 것이나 이 感情[감정]의 快[쾌]를 取[취]하지않고 羞恥[수치]를 참으며 隱忍[은인]하야 後日[후일]에 事業[사업]이 있으면 우리는 그것을 取[취]할 것이다 (後日[후일]에 事業[사업]을 期必[기필]할 수없는 것이매 만일 잘못되면 뉘 그의 心思[심사]를 알어주랴마는) 우리는 行[행]하는사람 스사로의 感情如何[감정여하]보다도 그의 人間[인간]에 끼치는 事業成績[사업성적]의 大小[대소]를 가지고 그 行動[행동]의 價値[가치]를 評[평]하려함이 나의 効果主義[효과주의]의 道德觀[도덕관]이다 이 다 一時感情[일시감정]의 快不快[쾌불쾌]보다도 그 結果[결과]의 綿密[면밀]한 豫測[예측]에서 行動[행동]의 左右[좌우]를 決[결]하여야 한다는 것이 이 敎訓[교훈]이다. 行[행]하기가 가르치기 같이 쉬운 것은 아니다 무슨일에 臨[임]하던지 짜식거리지말고 고개짓하고 웃지말고 正面[정면]으로 對[대]하라고 내 일직이 너를 가르치었다 내 自身[자신]보다도 네가 그 原理[원리]를 더 敢行[감행]한 것을 기뻐한다 이제 이 敎訓[교훈]도 같은 結果[결과]를 가져왔으면한다 봉애야 네 생각이란 것이 언제 完全[완전]한 形體[형체]를 잡기를 기다려 發表[발표]할 게 아니라 생각나는 조각조각을 될 수 있는대로 알리어라 그리하여 그것을 材料[재료]삼아 같이 네 將來[장래]의 方途[방도]를 硏究[연구]하자 옵바에게 매달여 어리광부리고 졸르는 누이도 있지아니하냐 너다려 그러라는 말은 아니나 그 氣分[기분]을 좀 理解[이해]하고 배워라 우리의 早老性[조로성]은 決[결]코 贊成[찬성]만 할 것은 못 된다 문 잠그고 무색옷 입으며 분 발르고 자리에 들어가는 氣分[기분]가운데는 美[미]에 대한 애띠고 귀여운 憧憬[동경]이 있지아니한가 한다 英語[영어]를 벳겨보내라 講義[강의]해 보내마 무엇이든지 어려워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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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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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애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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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대로 붓은 들었다 네 졸업에 對[대]한 축하인사도 있어야 할 터인데 어찌 생각하면 「네가 벌써」하고 신기한 생각도 나지마는 또 어찌 생각하면 가장 당연한 일 같에서 할 말조차 없는 듯 하다 우리의 記憶[기억]에 남은 時間觀念[시간관념]이란 대단히 정확지 못한 모양이다 四年前[사년전]이라고 하면 數字的[수자적]으로 分明[분명]한 듯 하지마는 엇그젠듯 가까히 생각하기도 하고 또 한없이 멀어버린 일 같기도 하다 다만 입학시험때에 운동장에서 기다리며 바람과 몬지에 부댓기여 제가시험을 치루는게 한결 나으리라고 생각하든게 생각하며 절로 웃어진다 네 그동안 四年間[사년간]의 學校生活[학교생활]은 집의 무거움에 부댓기는 괴롬은 있었으나 努力[노력]과 奮鬪[분투]의 生活[생활]이었을것이며 스사로 돌아보아 結果[결과]에는 滿足[만족]지 않는다 할지라도 誠心[성심]것 일웠다는 慰安[위안]은 있을 것이다 내가 널더러 가라치기를 미루 기웃거리지말고 고개짓하지 말고 반듯이 걸어가서 正面[정면]으로 衝突[충돌](이 두 字[자]가 싫으나 그 밖에 말이 없다)하라고 하였다 그래 너는 工夫[공부]에 公會活動[공회활동]에 演劇[연극]에, 運動[운동]에, 그 誠實[성실]함은 가르친 나로 하여금 奮發[분발]을 본받는 마음을 이르키게 하는 바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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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 무슨일에나 미루 겁낼 것없이 한번 탁 부디쳐 보고 다시 手段[수단]을 생각하면 大槪方道[대개방도]가 생기는 것이오 미루 이러하면 이러하고 저리하면 저리한다고 열아문가지로 생각만 하고 있다가는 한번 부디쳐보지도 못하는 수가 많다 漢文[한문]에도 再思[재사]는 可[가] 三思[삼사]는 不可[불가]라는 말이 있다 한번 닥쳐보고 다음 手段[수단]을 생각하라 남을 대해서 千[천]번 가르쳐도 좋다고 생각한다 英國[영국]에 쁘라우닁(Browning)이라는 詩人[시인]은 樂觀的思想[낙관적사상]을 가지고 사람의 세상이라는 것은 필경 좋게 되리라고 믿고 그것은 사람의 奮鬪[분투]에 依[의]해서만 實現[실현]될 것이라고 믿은사람이었다 그의 죽을 때쯤의 詩[시]에 (never turned his back hut marched brenst forward), 등어리를 돌려댄 일 없고 (人生[인생]을 回避[회피]하야도 망한다는 뜻) 가슴 앞으로 나아가며 구름의 벗어짐을 의심치 않고 옳음(正[정])이 지는일 있드라도 그름(不正[부정])이 이기리라고는 믿지 않으며 우리가 넘어지기는 이러나려함이오 지기는 더 잘 싸호려함이오 잠자기는 깨기 위함이라고 하였다 (mnrch br ast forward) 이른바 正正當當[정정당당]한 態度[태도]다 비록 이러한 줄을 안다하자 남의 얼굴을 치여다보지않고 마음으로 웃으며 미리 겁내지않고 일에다 할 수가 있을가 이것이 문제다 佛敎[불교]의 이야기를 좀 하자 여기 어떤 사람이 있어서 人生[인생]을 苦海[고해]로 본다고 하자 거기는 生[생], 老[노], 病[병], 死[사]가 있다 오늘 歡樂[환락]의 極[극]을 다하던 사람도 내일 병들넌지모르며 三十年後[삼십년후]에는 老[노]를 免[면]치 못할 것이오 世界[세계]를 흔드는 事業[사업]을 한다할지라도 死[사]를 한번 만나는 날에는 그것이 다 무엇이냐 死字[사자]가 눈앞에 걸려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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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그렇게 死[사]를 늘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마는 눈앞에 늘 死[사]가 어릇거리는 사람을 생각해보아라 그사람에게 무슨樂[낙]이있을것이냐 그 煩憫[번민]이 어떠할것이냐 苦痛[고통] 끝에 이러한 解答[해답]을 얻을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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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煩惱[번뇌]할 게 무엇이냐 사람은 낫다 죽는다 아침에 생겼다 사라지는 안개나 하루사리의 목숨이나 人生五十年[인생오십년]이나 무슨 다름이 있느냐 모든 세상 것은 생겼다(生[생]) 조금 멈쳤다(住[주]) 문허져서(壞[괴]) 뷔는것(空[공])이 아니냐 그렇게 變轉[변전]하는 가운대서 내가 또 그 變轉[변전]을 걱정하고 괴로워 할 것이 무엇이냐 괴로움이란 무엇이냐 우리의 괴로움 불어가 헐된 것이 아니냐 모든 것이 우리 마음가운데 생겼다 사라지는 헐되고 헐된 것이 아니냐 이것이 理論的知識[이론적 지식]이다 이만한 解決[해결]은 누구나 하는 것이나 옆에서 누가가르쳐 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理論[이론]이다 이러한 理論[이론]을 한번만 들으면 그 괴로움은 다 없어질가 아니다 亦是[역시] 죽기는 싫고 무섭다 싫은 것을 보면 이마가 찌프려지고 좋은 것은 욕심이 난다 이것을 表面的知識[표면적지식]이라고 한다 참으로 得道[득도]를 하면 헐된것도 없고 헐되지 아니한 것도 없다 귀한 것 천한 것도 없고 욕심나는 것도 없고 괴로울 것도 없다 모든 것이 훤하게 빛 외는 光線[광선]과 같다 이것이 道通[도통]이라고 하고 眞智[진지]의 경게다 佛敎[불교]뿐 아니다 예수교인이면 누구나 모든 사람은 똑같이 사랑해야 한다고 말하며 또 그리해야 할 줄 찜은 알 것이다 그러나 밥 먹다 더러운 거지를 보면 구역질이 나고 미운 사람은 싫고 어여뿐 사람은 사랑옵다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아마 예수는 유대 民族[민족]은 똑같이 사랑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도 이방 사람을 얼마나 사랑했든가는 의문이다 表智[표지]는 배왔다 잊어버리는 英語[영어]와 같고 女學生[여학생]들이 외여 가지고 간 代數式[대수식]과 같다 眞智[진지]는 우리의 國語[국어]와 같다 眞智[진지]는 곧 우리의 意志[의지]요 生命[생명]이다 「正進[정진]」과 「眞智[진지]」가 다 오늘 새로 하는 말이 아니다 새로이 反省記憶[반성기억]하는 意味[의미]로 이만큼 訓說[훈설]하였다 네게는 한가지 더 말이 있다 언제나 웃지 않고 쓴 맛본 괴 얼굴 모양 찌프리고만 앉었는 것이 人生[인생]에 對[대]한 誠實[성실]이 아니오 樂[낙]은 排斥[배척]하는 것이 事實[사실]에 대한 熱心[열심]이 아니다 우슴만이 人生[인생]이 아닌거와 마찬가지로 人生[인생]은 우름만도 아니다 人生[인생] 그대로가 人生[인생]이다 그러므로 그 괴롬과 질검에 다 사모치는 것이 거기 誠實[성실]하는 길일가 한다 日常生活[일상생활]에 樂[낙]이 없이는 事業[사업]에 對[대]한 熱心[열심]은 長久[장구]하지를 못하다 心志[심지]의 和平[화평]은 樂[낙]이 없이 얻을 수 없다 그러므로 樂[낙]을 求[구]함이 罪惡[죄악]뿐은 아닐 것이다 여기서 네 生活[생활]의 調和[조화]를 바란다 事業[사업]을 爲[위]하여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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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 바람철도 지났는가 비가 개인 뒤에 하날이 포 ― 랗다 옷도 저런 옷을 입고 방도 저런 색을 칠했으면 쓰겠다 사람마다 편지머리에 봄에 對[대]한 文學的敍述[문학적서술]이 있을 터이니까 나도 닥금으로 적어 두었던 것을 좀 벳겨보자
 
 
44
三 行 詩[삼행시]
 
45
나무닢 피기전
 
46
귀에선 새소리 창밖에 숫더리여
47
잠긴마음 깨트리고 불연듯 뛰여나니
48
봄조차 서로부르노라 재처우는 소리오녀
 
49
뿌렸다 근첬다 개고리우름에 석기는 비
50
게을리 굴러가는 첫봄의 우뢰소리에
51
한바로 누었던몸을 모으로 누이도다
 
52
이밤에 고요히 내리는 가는 비는
53
첨하끝에 듣는소리 헤이기도 하올듯이
54
행여나 님의 눈물아니면 이대도록 다수리
 
55
따에서 오르는김 품었느니 파란 내암
56
씻은듯 비지나고 돋우느니 푸른빛이
57
미칠듯 부등켜안고 뺨을 부벼 보오리 ─ 이것이 제일 좀 나은 모양이다
 
58
웃으며 넘어질듯 다름질하는 마을애들
59
마른잔듸우에다 순해를 저희혼자 차지한듯
60
어제도 찌푸렸던 하날이 오늘 이리풀리심은
 
 
61
晩喆[만철]이 童謠[동요]로 벳겨주다 이런것도 적어보았다
 
 
62
봄에부는바람
 
63
바람이 불어서
64
대수풀이 휘여질듯 넘어질듯
65
바다물결같이 출렁거린다
 
66
몰려오는 몬지가
67
떼로 떼를지여 고함지르며
68
병정떼같이 쳐들어온다
 
69
내사 무섭지도않다
70
보아라 마른 잔디틈에
71
새파란 대가리가 여기저기서
72
푸른하날을 보랏고 있지않느냐
 
73
三月二十八日[삼월이십팔일] 오빠서
 
74
어떻든 잘놀고 지내라.
 
 

 
75
林 貞 姬 氏[임정희씨]
 
76
이렇게 내가 먼저 붓을 들어 길을 열기로 합시다 貞姬[정희]라는 일홈을 귀로 안지는 꽤 오래되었고 또 내게 글을 쓰고 싶다는 글을 구경한지도 얼마되여서 便利[편리]함으로만 보아서라도 내가 먼저 쓰는 것이 마땅하였으나 그리 긴급히 할 말이 있는 것 같지도 아니하고 (그것은 오늘도 다름없는 바이나) 또 갑작이 나오지도 않아서 오늘까지 밀렸소 이새 가을 하늘이 연해 맑고 마음이 그 높음을 따르려는 제
 
77
모시고 지내는 양이 한갈 같으신지 세 사람 동무의 쉽지 않은 友情[우정]이 철원 넓은 벌을 앞에 놓고 그 宏闊[굉활]한 심사를 이여 페여나가기를 멀리서바라오 한장 글이 짧아지려는 것이 너무 초솔한 듯 하나 아모래도 나타나지 않는 마음을 구타여 붓으로 늘여보는 것도 용한 일이 아니니 貞姬氏[정희씨]의 글이 내 앞을 다시 열어주기를 기다리기로 합시다.
 
78
체면삼아 봉애의 일을 페 끼치노라 잘 보아달라 부탁하는 것은 친형제 지지않는 사이에 도로혀서 어한 일 같으나 집안과 집안사이는 그렇지도 않은 것이니 우에 두분에게나 봉애집에서 인사 말슴 있더라고 해주셨으면 좋겠소, 이렇게 쓰고 보고 걸핏하면 생겨나는 어려워짐을 막기 위하야 지은 허물없음이 지나치는 듯도 하나 사랑하는 누이의 사랑하는 벗에 대한 허물없음으로 말하지않아 짐작하기를 바래오 아모래도 거북스러워지는 붓을 오늘은 이만 끊겠소.
 
79
― 九月十五日[구월십오일](昭和四年[소화사년]) 龍兒[용아]
 
 

 
80
貞 姬[정희] 에 게
 
81
푸른 하날에 가을 햇빛이 우렷하고 은비눌 구름이 손짓하여 부르듯 (반듯반듯하며)「나아기잤구나 나아가잤구나」가자니 오 ― 어디를 가잔 말이냐 이야말로 탁가운 마음 生[생]의 探險[탐험]에 배질할 용기야 물론 없고 가을날 우는 듯한 비올린소리따라 마련없는 나그내 길을 걸을 실망도 없으니 솔나무 밑에 가 서있어도 보라 잔디밭에가 퍽 주저 앉어도 보다 할 뿐
 
82
日前[일전] 어느동무에게 보낸 글에
 
 
83
오 ― 이하날아레 이공기속에
84
열매익히는 저 햇빛가득담은술잔을
85
고마이받들어 앞뒷없이 취하든 못해도
86
눈감은 만족에 바다같이 가라앉지도못하고
 
87
가슴에 머리에 넘치는 우름을
88
눈섭하나 깟닥하지 못하는사람은.
 
 
89
우리의 말할 수 없이 漠然[막연]한 不滿[불만] 분명히 目標[목표]가 서지 않는 憧憬[동경] 우리의 괴로움은 어쩐지 宿命的[숙명적]인가 보오.
 
90
우리는 다만 「무언지하겠다는 마음만 가득 안고」저 참나무같이 커지기를 바라는 것인가 보오 이웃 사람의 生[생]이야 너무도 矮小[왜소]하고나 우리는 좀더좀더 偉大[위대]하게 살고 싶고나 큰 물ㅅ결을 이르키는 물ㅅ장이 치고 싶고나 여늬 사람의 열곱절 힘세인 장사를 봅시다 그 사람의 生活[생활]이 반듯이 安樂[안락]하고 幸福[행복]할 것이냐 아니다 반듯이 그렇지는 못하다 그의 生命[생명]의 波動[파동]의 幅[폭]이 클 뿐이다 우리의 求[구]하는 것도 다만 힘있는 生[생] 우리는 知識[지식] 나부랭이에서 힘을 얻어서 열사람의 힘있는 생활을 해보려는 것인가 보오, 우리는 歷史[역사]에 制約[제약]될 여러가지 環境[환경]의 剌戟[랄극]에서 이러한 欲求[욕구]를 갖게 되었소마는 그를 實現[실현]시킬힘을 가지지 못한 것 우리가 반듯이 일의 成功[성공]만을 바랄 것이요 일 그것 가운대에서 全神經[전신경]이 緊張[긴장]하고 온 몸에 땀을 흘릴 멍에라도 메이기를 바라는 것이지마는 그 멍에를 매일만한 기회를 붙잡을 힘조차 不足[부족]한 것에 우리의 탁가움이 있소, 이 당나귀는 제게 실을 짐을 찾지못하였구려 이렇게 혼자 중얼거려 글을 지었소,
 
91
그래 댁내가 한가지 평안하시고 서이 지내는 모양이 한갈 같은지 같은 것이 좋을 것이야 있소 나어졌다는 소식이 듣고 싶소, 봉애의 건강이 별로 나어지는 게 없는 모양이니 실로 딱하오, 동모들에게 까지 걱정끼칠 것 같소, 나 지내는 모양은 그야말로 한갈 같소.
 
92
날더러 兄主[형주]라고 부르니 기쁜 마음은 제쳐놓고 兄主[형주]라는 일홈을 감당할런지는 모르겠소마는 貞姬[정희]를 사랑하는 누이로 여기는데는 주저하지 않겠소, 누이에게도 건강이 앞서기를 바라오.
 
93
[십], 十七[십칠] 龍兒[용아]
 
 

 
94
정 희 보 오
 
95
親披[친피] 두자를 無視[무시]하는 好奇心[호기심]에 끌렸으니 親披[친피]라고 쓴 것이 첫재 실수요 봉애 없을 때 체 夫[부]은 것은 運命[운명]으로 돌리고 斷念[단념]합시다 그러나 요 다음부터는 安心[안심]하고 아모 말이라도 하오「戀淚[연루]」라는 新術語[신술어]에 「白色[백색]의 淚[루]가 粉紅色[분홍색]의 淚[루]로 變[변]하더이다」라는 그 어떤 사람의 惡文[악문]을 想起[상기]하고 破顔大笑[파안대소]하였소 그러한 惡文[악문]을 쓰지말고 詩[시]를 쓰오, 다음 페지에 좋은 文例[문례]를 하나 뵈리다 읽어 외여보시오, 詩[시]를 읽거던 좀 천천히 읽으시오 貞姬[정희]가 좀 速[속]히 읽는 버릇이 있는가 하여 하는 말이오, 무엇이던지 速[속]히 읽는 것은 그리 좋은 일은 아닌 것 같소, 이것은 내 스사로가 가진 惡習慣[악습관]에서 밀우어 하는 말이오.
 
96
봉애를 도로 보내달랬으니 깟닥하면 내가 미움받겠소, 본시 생각은 봉애를 한번도 데리고 있어본 적이 없으므로 좀 같이 있으면서 모든 動靜[동정]을 몸소 살펴보자는 생각에 지나지 않았지 그렇게 정희의 눈물을 짜는 일 될 줄은 짐작 못했소, 같이 자미있게 지내는 것도 좋지마는 서로 좀 떠러져서 기▣보는 것도 精神上[정신상] 약 될가 하오.
 
 
97
오 월 소 식     정 지 용
 
98
오동나무꽃으로불밝힌 이곳첫여름이 그립지아니한가.
99
어린나그내꿈이 시시로파랑새가되여오려니.
100
나무밑으로가나 책상턱에이마를고일때나.
101
늬가남기고간 기억만이 소근소근거리는고나.
102
모처럼만에날러온소식에 반가운마음이 울렁거리여.
103
가여운글자마다 머언황해가남실거리나니.
 
104
……나는 갈매기같은 종선을 한창치달리고있다……
 
105
쾌활한 오월넥타이가 내쳐 난데없는순풍이되여,
106
하늘과딱닿은 푸른물결우에솟은,
107
외따른섬 로만팈를 찾어갈거나
 
108
국어와 아라비아글씨를배우러간
109
쬐그만 페스탈로치야 꾀꼬리같은선생님이야.
110
날마다밤마다 섬둘레가 근심스런풍랑에씹히는가하노니
111
은은이 밀려오는듯 멀리우는 올간소리. ── 끝 ──
 
 
112
이것은 江華島[강화도]로 先生[선생] 노릇간 사랑하는 누의를 불러서 지은 詩[시]이니 비록 그대의 切迫[절박]한 感情[감정]과 符合[부합]하지는 못할지언정 곳곳이 그럴듯 할 것이니 외여보오, 게으른 나도 이렇게 외여 쓸 만큼외 이는 詩[시]요 그러고 정희도 좋은 글을 써보시오 詩[시]와 文[문]의 差異[차이]가 그리 明確[명확]한 것이 아니니 어떻든 感情[감정]이 物象[물상]의 形態[형태]를 벌어서 表白[표백]되면 좋은 것이니, 아쉬우나마 내가 試官[시관] 노릇은 하지 「나도」하고 시조를 몇 首[수] 짓는데 한 五十分[오십분] 걸렸소.
 
 
113
공기는 높고맑아 새암물 약이되고
114
친구같은 아버지와 동기같은 어머니라
115
집웅이야 조그마하던 다시없어뵈더라
116
     (Your home)
 
117
시냇물 소리따라 짖거리는 말소리와
118
새악시 우슴에 굴러가는 거름이매
119
어느덧 접어드는길을 잊고지나가더라
120
     (安養寺道中[안양사도중])
 
121
어제야 알었던가 십년을 사굈던가
122
뷔인말 하지아녀 마음서로 비최던가
123
많을듯 적은말삼을 그대하소하여라
 
124
마른닢 깔아놓은 뒤언덕을 뛰여채니
125
장하다 철원벌 눈아래 깔리는고
126
말달릴 젊은마음이 도로살아오도다
 
127
발맞호든 여섯거름 돌아서니 헐되여라
128
마음에 등을지니 그림자 山[산]들 위로되랴
129
뒤ㅅ자최 애처로워라 더진듯걸어가더라
 
130
궁예의 꿈을실은 철원벌의 달만녀겨
131
흐린눈 떼여보니 다만한방 전기불을
132
웃방에 누이의숨소리만 들려들려오더라
 
 
133
이런 것들이 다 헐되인 붓작난인가 하오, 英語工夫[영어공부]는 내가 오면서 곧 冊[책]을 指定[지정]하고 方法[방법]을 말하랴든게 며칠 늦었소, ナシヨナル[나시요날] 四卷講義[사권강의]를 사부치오 工夫[공부]하기에 大段[대단] 좋은 冊[책]이라고 定評[정평]이 있는 것이오, 나는읽어보지 못했어도. 이것을 하로 열 페지씩,單字[단자] 알고 뽑아 쓰고 채리는데 四五十分[사오십분] 英語[영어]만 열다섯번 가량 읽어서 외여보는데 約[약] 한 時間[시간] 읽는 方法[방법]은 너무 빠르지 않게 意味[의미]와 맞후어서 句節[구절]이 잘 떠러지게 처음 읽을 때는 10페지에 四分[사분] ― 五分[오분] 걸리게 느릿느릿 읽고 입에 익거든 좀 빨리 읽어도 되나 너무 빠른 것은 禁物[금물] 熟語[숙어]와 特別[특별]한 用語例等[용어예등]을 좀 자세보는데 二三十分[이삼십분] 그래두 時間[시간]남짓 걸릴 것이고 그 외에 單字[단자]에 對[대]한 時間[시간]이 좀 걸릴 것이오, 이것을 하로 쉬지 말고 行[행]하오 하로라도 빼면 아니되오, 나종에야 무엇이 되던 위선 한가지의 專門的習得[전문적습득]이 있어야할 터인데 貞姬[정희]에게는 語學[어학]이 適切[적절]할가 하오 英文學[영문학]을 硏究[연구]하는 意氣[의기]로 좀 해보기를 바라오, 이 點[점]에서 우리 봉애는 專門[전문]의 習得[습득]이 대단 어려울 듯 싶어 걱정이오, 아마도 바쁜 마음 먹지말고 大器晩成[대기만성]이어니 하고 핑계나 하는게 좋을런지 貞姬[정희]는 짐 실리는대로 실을 수 있을 것 같으나 내가 무슨 指導[지도]를 한다하면 肉體的能力[육체적능력]이 許諾[허락]하는데까지 실어볼까하오.
 
134
月下[월하]의 一群[일군]에 フランシス·ヅヤム의 哀歌第一[애가제일](サマンに送[송]る哀歌[애가])을 읽어보오 이것은 죽은 벗을 생각한 것이지마는 읽으면 좋을 것이오.
 
135
내, 정희의 손을 쥐오
 
136
十日月十七日[십일월십칠일] (昭和四年[소화사년]) 龍兒[용아]
 
137
쓰고 나서 정희 아버니 편지를 뵈오니 정희의 눈물이 훤칠한 강이 되여 흐르오 내가 울기는 왜 하는 그대의 性格[성격]이 보이는 듯 同感[동감]을 마지않소 쫓아오던지 데려가던지 끼리끼리의 交涉[교섭]을 마음대로 하구려
 
 

 
138
貞姬[정희] 보오
 
139
조선의 문학적 作品[작품] 춘향전 심청전 등은 다 解怨[해원]하기 위한 작품이라 하오, 해원이라고 까지는 할 수 없지마는 내가 정희의 못견디는정과 눈물을 가름하야 이러한 시조를 지었으니 한편으로 내 잠못자는 심심풀이를 하고 한편으로 親披[친피]의 죄에 대한 노염풀이를 할까하오,(親友[친우]와 같이 앉어 破顔[파안]은 하였을지언정 그대의 창피를 그렇게 널리 披露[피로]했을 理[리]없고 이 後[후]랑은 별 다른 조심이 있을 터이니 마음놓고 美文的[미문적] 러레터를 써보오) 이 다음 詩[시]조 여섯 首[수]는 정희가 봉애에게 지어보낸 것이니 내가 요전에 정희에게 보낸 여섯 首[수]와는 비교할 수 도 없는 걸작이오 내 시조를 貞[정]희가 추었지마는 그것은 다음 정희가 批評眼[비평안]이 없음을 말함에 지나지않고 情誼[정의]의 친함으로 글의 잘잘못을 덮었으니 정희의 眼目[안목]이 본시있다면 그 정의의 다시두러움을 감사하오.
 
140
정희로부터 봉애에게
 
141
초ㅅ불이 무어완디 멀거니 바랐는고
142
품이 그립단 말이야 참아하랴
143
네얼굴 다만바랐고 손을 쥐여 보고저
 
144
「우습다 우습다」하며 제절로 나는눈물
145
「운다 운다」웃으니를 무어그리 우수운고
146
날다려 어리석단가 저도보면 알것을
 
147
남달리 여겼더니 내한어이 어리석어
148
밝은달이 원망될줄 이제야 깨달은고
149
가지를 울리는 바람아 고이 건너 가렴아
 
150
그윽한 닭의우름 하멀리 들려온다
151
달근한 잠은 널조차 거기간가
152
벼개만 뺨을만지니 헐든하다 하올가
 
153
눈에자최 아른아른 가슴만 문득메여
154
또렷한 그림을 들어보니 도로심중
155
이렇듯 못 잊을놈을 어이뗀고 싶어라
 
156
너도공주 아니언디 내사무슴 왕자라냐
157
이야기 가운대 나오는 사람같이
158
떠러져 서로기리기만은 무슴일고 싶어라
 
159
     (十八日夜[십팔일야])
 
 
160
이 시조에 대해서는 그대가 가장 鑑賞[감상]을 正當[정당]히 할 처지에 있어서 批評[비평]의 資格[자격]과 權利[권리]가 있으니 마음대로 트집을 잡아보는게 어떻소
 
161
「ラマンチヨオ」는 받았는지 그 小說冊[소설책]은 歷史[역사]가 있소, 내 冊[책]을 尹心德[윤심덕]이가 얻어갔든게 어디로 간 줄을 몰랐더니 尹聖德[윤성덕]에게 놀러갔다가 偶然[우연]히 發見[발견]해 가지고 주인 모르게 훔쳐 가지고 왔소, 참 主人[주인]의 권리를 行使[행사]하였지만 前[전]에 내가 읽을 때에는 描寫[묘사]의 支離[지리]함을 느끼면서도 대단히 感激[감격]하여 읽었든 것인데 지금은 이야기를 다 잊어버렸소 정희가 그것을 읽는데 첫째 부탁은 「천천히읽으시오」 그러고 感想文[감상문] (이렇드면 作中[작중]의 諸主人公[제주인공]에 對[대]한)을 써보오 그리고 다시 힘이 미치거던 梗槪[경개]를 적어보오, 作品[작품]을 읽고 梗槪[경개]를 적어 보는 것은 대단한 공부일 것 같소 그러나 胃[위]는 더욱 애끼시고 工夫[공부]를 指導[지도]해서 學者[학자]를 맨드는 것 쯤은 어려운 일로 아니 여기오마는 heart의 병과 胃[위]의병은 낫울 재주 없어 보입디다 아버지 어머니 강녕하시고 아이들 무고하며 순남이 안녕하기를 바라고 이만
 
162
11.22 龍兒[용아]
 
 

 
163
나는 너를 잃어버렸다
 
164
나는 이 글이 君을 기다리게 될넌지 君[군]이 이 글을 기다리고 있는 처지인지를 모르고 이 글을 쓰오. 君[군]의 身邊[신변]에 對[대]한 나의 이 놀랄만한 無知[무지]를 생각고 웃으며, 엇그제까지의 詳知[상지]에 返照 [반조]하여.
 
165
오늘 아침에는 비인 정거장에서 ― 비인게 아니라 群衆[군중] 가운대서의 孤獨[고독]에서 ― 필요 이상의 기라 時間[시간]을 シヤクに障[장]つて 惱[뇌]ましげに步[보]き廻[회]つた.
 
166
그래 오늘 하로의 氣分[기분]의 울침은 반듯이 하나님의 탓만도 아니오, 종일 세염없는 비ㅅ소리에 부대끼며 문두드리는 사람도 없이 책을 집어먹었더니 소화불량이 되었소, 밤에는 雨中[우중]을 부러 寫眞[사진]구경을 갔지요, 갔다오니까 옷은 웃옷까지 젖었소, 수밀도를 씹어먹으며 이 편지를 쓰나 이대로 그치지 않으면 오늘밤에는 京元線[경원선]이 不通[불통]이 될게고 이 방은 새여서 잘 데가 없겠소.
 
167
나는 作文[작문]비슷한 글을 쓰오, 그래 作文[작문]속에 Joke를 집어넣고 入場券[입장권]을 同封[동봉]할 만한 마음의 餘裕[여유]를 活動寫眞[활동사진]덕에 얻었오, 그러나 恨[한] み를 述[술]べる 機會[기회]는 잃지않는게 上策[상책]이오, 설마 비때문에 물렸을 理[리]는 없고 그렇지않다면 더구나 그만한 理由[이유]를 推察[추찰]할 재조도 없고 그래 집에는 無事[무사]히 到着[도착]해서 우으로 아버지 아래로 아오들 얼마나반기고 새어머니의 환영도 많이 받는지 실로 알고져 하오
 
168
물론 여기 대한 答[답]을 들으렴이 아니라 오고 가는 길에 서로 만나지 못하고 어긋지는 不幸[불행]을 期待[기대]하는 바이지마는
 
169
여기서 끊으려오 流暢[유창]한 攻擊[공격]의 붓이 레터페퍼를 펄렁거려 넘길 셈을 잡고 會心[회심]의 미소를 가젔더니만 막상 당해보니 붓은 맘을 딿지않고 맘은 빗소리를 딸아 헐어지오.
 
170
七月四日[칠월사일] (昭和五年[소화오년]) ▣ 龍兒[용아]
 
171
[군]의 고달픈 자미의 幸福[행복]을 비오.
 
 

 
172
정희 案下[안하]
 
173
정거장에서 シヨンボリ 서있던 君[군]과 깊은 밤중을 달리는 기차 비 月井里[월정리]에서 기다리고 앉었는 君[군]의 외로움 자동차 집에서 밝기를기다리는 君[군]의 고달픔 나로 하여금 諧謔以上[해학이상]의 哀愁[애수]를 느끼게 하오 그래 요새일과는? 君[군]의 집공기의 건강함을 알므로 새삼스리 건강을 묻지 아니하려오, 나의 하로하로는 아모데 섬불로 別[별]로 다를 것이없소,綠陰[녹음]의 푸름이 나를 기쁘게 하지 못하고 회화나무의 짙은 그늘이 우리 사랑채를 외려 갑갑하게 하오.
 
174
나는 어제 한직을 앓았오, 그그제 몸에 異常[이상]이 있기에 설마하였더니 亦是京城以來[역시경성이래]의 延長[연장]일가 보오. 날이 우습게 넘어가오 讀書日誌[독서일지]를 比較[비교]하면 君[군]들에게 무릎을 굽힐가 보오 君[군]이나 봉애가 意外[의외]의 無知[무지]를 폭노할 때에 나의 沈鬱[침울]해짐을 기억해두오.
 
175
내가 무서워하는 것이 하나 있소, 내 人生[인생]의 決算期[결산기]가 왔다하고 그때에 붓대를 놓고 누으며 부르짖기를「我世[아세]に敗[패]れたり」나는 이것만을 避[피]하고 싶소.
 
176
不足[부족]한 才能[재능]과 空想的大望[공상적대망] 이는 一生[일생]을 眞空[진공] 속에 몰아넣으려하오 理由[이유]없는 不安[불안]과 焦燥[초조], 쓸데없는 것정과 헡된 希望[희망] 이 모든 憂鬱[우울]의 구름을 벗겨버리고 靑天白日[청천백일]같은 심사로 아모 不安[불안]없이 일을 計劃[계획]하고 부디쳐서 해내는 지경 나는 진실로 偉大[위대]한 健康[건강]이 욕심나오.
 
177
아침에 쓰던 걸 밤에 있어 쓰오. 글은 如前[여전]히 미끄럽지 못하오, 요새 詩[시]를 좀 쓸랴하지만 토막 밖에 생기지 않소, 君[군]도 혹?
 
178
가령 비ㅅ속에 정거장에 앉었던 氣分[기분]은 一個[일개]의 感情狀態[감정상태]이오, 그것을 君[군]의 눈앞에 뚜렷한 實體[실체]로 걸어놓고 言語[언어]로 再現[재현]하려 할 때에 君[군]은 非常[비상]한 困難[곤란]을 느낄 것이오, 「비는 오고 이어둔 밤에 나는 집에를 못가고 기다리고 있고나 아 외로워라」해도 나타나지 않고 「나는 졸다가 ノリコシ를 했다」하면 더욱이나 이것이 所謂詩人[소위시인]의 表現苦[표현고]라오, 近代詩人[근대시인]의 特別[특별]한 主張[주장]으로 詩[시]가 單純[단순]한 말재주가 아니라는 것은 이러한 體驗的感情狀態[체험적감정상태](勿論非凡[물론비범]한)를 要求[요구]하는 것이오, 쌈박 재주있는 말 한마디를 가지고 몇줄의 글을 이루는 것을 情緖[정서]의 基礎[기초]가 薄弱[박약]하대서 抒情詩[서정시]로서 높이보지 아니하려는 理由[이유]라오 그래서 感情[감정]의 訓練[훈련] 銳敏化[예민화] 深刻化[심각화]를 求[구]하다 甚[심]하야는 表現不可能[표현불가능]의 境界[경계]에 떠러지고 만다오 勿論[물론][군]에게 詩作[시작]을 薦[천]하는 意思[의사]는 毫末[호말]없고 英語工夫[영어공부]나 많이 해서 나를 뒤딸아오며 채찍질했으면 學業[학업]과 健剛[건강]의 兩報告[양보고]에 다 君[군]에게 뒤떠러졌으니 이미 一回戰[일회전]은 지나고 二回戰[이회전]에나 어디
 
179
七月九日[칠월구일] (昭和六年[소화육년]) 龍喆[용철]
 
180
仙人掌[선인장] 꽃봉오리를 넣어보내오 거기가서 물에나 잠가놓면 꽃이 필넌지
 
 

 
181
정희 앞
 
182
벌써 여러날 되었소 그간은 몸 성히 지나는지 아버지와 여러 동생들 다 연고없고? 요전 편지보아서는 몸이 편치못한 모양같더니 이새 회복되었소 연해서 氣溫[기온]이 났소 우리 몸 약한 사람들은 치운기가 들면 모든 機能[기능]이 活[활]발치 못해지오, 君[군]들도 치우면 여름이라도 럴샤쓰쯤 내 입을 만큼 몸조섭을 할 줄 알았으면 싶읍데다 綠陰[녹음]속에 쌓여서 개고리 소리를 듣고 사오마는 田園[전원]이 樂園[낙원]이 아니오, 生活[생활]의 最低線上[최저선상]에서 사람들은 배회하오, 나도 요새 좀 색다르게 빗 催促[최촉] 競賣手續[경매수속]논 調査[조사] 이런 일을 해보았소 하면 못할거야 없지마는 다른 모든 일과 마찬가지로 無意味[무의미]하오,이 事件[사건]이 가을이나 되여 끝을 짓기까지는 우리집 經濟[경제]가 潤滑[윤활]을 얻지 못할 모양이고 나도 雜務[잡무]의 責任[책임]을 벗지 못할 것같소 요새 波蘭作家[파란작가] 「레이몬트」의 노벨賞[상] 받은 小說[소설]「農民[농민]」을 읽으오, 秋 冬 春 夏[추동춘하], 四卷[사권]에 두 卷千餘頁[권천여엽]를 읽었소 波蘭[파란]의 一農村[일농촌]에서 그 마을에서는 第一[제일] 넉넉하다는 自作農[자작농]의 한 집안을 主[주]로 氣候[기후]의 變化[변화] 節季[절계]딸아 村中[촌중]에서 行[행]하는 여러가지 일이 風俗報告格[풍속보고격]으로 事實的[사실적]으로 描寫[묘사]되어 있고 먹고 살기 爲[위]한 苦役[고역] 서로 사이의 貪慾[탐욕], 뜯고 할키고 싸우고 욕하고 바늘끝만 한 일만 있어도 혀끝이 간지러워서 마을도는 여편네들 술잔끝에 싸우는 사내들 愚昧[우매] 陰險[음험] 여기도 한개의 最低線[최저선]의 生活[생활]이 있소.
 
183
朝鮮[조선]도 偉大[위대]한 寫實主義作家[사실주의작가]가 나서 農村[농촌]의 暗黑[암흑]을 그대로 그려놓는다면 이와 性質[성질]은 다를지언정 人類[인류]에 對[대]한 絶望[절망]을 이르키는데는 同一[동일]한 効果[효과]가 있을 것 같소.
 
184
내 요새 가끔 優[우]しさ가 가슴에 가득한 狀態[상태]를 그리려하오 やさしい에 對[대]한 譯語[역어]를 發明[발명]해 주오.
 
185
仙人掌[선인장]은 꽃이 되었소 그래,
 
186
七月二十一日[칠월이십일일] 龍喆[용철]
 
187
오늘은 君[군]의 머리로 다리를 때며 讚嘆[찬탄]이 대단합데다 나는 그것을 목에 감고 놀았소,
 
 

 
188
우리 정희 보소
 
189
날마다 편지 한장씩 쓰기도 文辭[문사]가 枯渴[고갈]해서 힘이 드니 그럴 지경이면은 글쓰는 러가 대체 무슨 소용이겠느냐는 의논이 생기겠소. 어제는 또 즘마음을 놓아서 하로 걸렀지 본시 날마다 쓰기로 한 약속이라는 것이 하로 걸러큼씩 쓰면 리행되는 무언중의 약속이 아니겠소. 그것은 물론 그렇다손치고 밤사이라도
 
190
집안이 모도 연고없으며 鍾逸[종일]이 一秒[일초]에 일곱 센치나 기게 되었는지요 여기서는 오늘이 南喆[남철]이 생일이라 미역국 끄려먹었소 어제 나는 達[달]이를 집에 맡겨두고 송정리가서 머리 깍고 죽니댁 한재댁 다녀 들어왔지요 총 시간은 세시간 밖에 않들었으니 염녀놓소 종달이는 아즉도 기침을 콜록콜록해서 방에 가도아 놓고 지내오 구미도 좀 상해서 먹는 것도 센치않지만 올때보다 말러가지고 갈게 지금부터 걱정이오. 明日[명일] 光州[광주] 좀 다녀 오려하오 九[구], 十一經[십일경] 떠나려는데 아침 車[차] 밤 車[차]가 또 문제요 스팀이 있어 피웠다껏다 하는데 피워놀 제는 더워서 땀이 죽죽 흐르고 꺼놓면 얼마 식은 다음에 다시 피워놓면 또 땀이 나고 하니 요전 밤에도 내가 땀을 어찌 흘렸는지 모른다오, 그래도 가기는 밤에 가는게 나을 듯 하고 아즉 결정하지 못하겠구려.
 
191
돈이 그렇게 똑 떠러졌으면 어떻게 살겠소
 
192
이 속에 살그먼이 十圓[십원] 넣보내오,
 
193
土地問題[토지문제]에 繼續的投資活動[계속적투자활동]은 反對[반대] 이번만은 해둘 수 밖에 없다는 말슴
 
194
이만 주립니다
 
195
三月六日[삼월육일] (昭和十年[소화십년]) 龍喆[용철]
 
 

 
196
貞姬[정희] 보이소
 
197
오늘 여기 떠나는 날 아침
 
198
어쩌녁에는 늦게 잤지오 그래도 아침에는 여섯시에 이러났소 마침 縮地劇團[축지극단] (日本劇硏格[일본극연격]) 京都公演[경도공연] 櫻花園[앵화원] 구경을했지요 조선 앵화원을 못봐서 比較硏究[비교연구]를 못해서 遺憾[유감]이요 晩喆[만철]이가 比較批評[비교비평]을 할테니 들어보오. 그 적게는 굉장한 行程[행정]을 했지요 먼저 大阪[대판]으로 가서 大阪城[대판성] 구경을 했는데 豊臣秀吉[풍신수길]이가 築造[축조]한 것 참말 宏壯[굉장]합데다 日本國力[일본국력]이 그때 能[능]히 이런 土木事業[토목사업]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을 보면 놀랬소 豊臣秀吉[풍신수길]의 畵像[화상]을 보니까 ― 자 어떻게 생겼을 듯하오 한번 알어 마쳐 보시오 바짝 마르고 못나게 생긴 것이 이것이 日本史上[일본사상]의 最大英雄[최대영웅]인가 하면 나도 말른 것 悲觀[비관]않기로 했소 살 오르기 소원 아니오 그런데 요새 살도 좀 오른 것 같소.
 
199
三越[삼월]을 잠간들러서 寶塚[보총](三四十里[삼사십리] 떠러져있소)으로 少女歌劇[소녀가극] 구경을 갔지오 이만한 것이 그렇게 人氣[인기]가 있는가 하면 우스운 생각이 나오 獨唱[독창] 하나 변변히 하는 것 없고 合唱[합창]은 梨花[이화] 코 ― 러쓰를 當[당]하랴면 아직 멀고 舞踊[무용]이래야 그야말로 그럭저럭 人形[인형]같은 것들이 나와서 女學校學藝會[여학교학예회] 같이 에로티씨즘이있을까, 나원 모를 일이라고 ツク) 생각했소이다.
 
200
京都[경도]와서 京美人[경미인]이라기에 어디를 가나 일부러 主義[주의]를 해봤지요 둘레둘레 야단하지마소, 會我迺家劇[회아내가극] 때나 活寫[활사]나 寶塚[보총]이나 그 中[중]에서는 寶塚[보총]이 좀 낳고 그러나 失望[실망]을 할 번 했는데 어쩌녁 築地公演[축지공연]에는 完然[완연]히 程度[정도]가 틀려서 기쁜데다 이를테면 京都[경도]인텔리를 쏙 뽑아논 모양인데 눈에 띠이는 얼굴들이 많아요 이걸로 봐도 美[미]가 結局[결국] 얼굴 뼈생김보다 그 腦[뇌]속에 있는 情緖[정서], 敎養[교양]에서 나오는 表情如何[표정여하]에 左右[좌우]되는 것이 더 크리라는 것을 切實[절실]히, 이렇게 理論的[이론적]이 되여서야 어디 「戀愛便紙[연애편지]」의 模範文[모범문]이 될 수 있겠소이까.
 
201
당신 먹던 약 다 되었거던 重澈[중철]이에게 가서 또 얻어다 먹고 어머니께 兩儀煎[양의전] 다려 드리소 우리 애기들 다 잘 있는가.
 
202
三月二十五日[삼월이십오일] (昭和十二年[소화십이년]) 龍生[용생]
 
 

 
203
貞姬[정희] 보오
 
204
밤새 집안에 별 연고없기 소원이오 우리는 그 날 무사이 왔지요 종달이가 먹겠다는 것이 어찌 많은지 타자마자 빵 한봉 만주 한봉 사이다 하나 우유에 변또까지 路費[노비]를 굉장히 많이 썼소이다 와서도 밥을 잘 먹소.
 
205
아버지 병환은 거진 나으셔서 손가락 끄터리만콤만 차올르면 完治[완치]되겠으니 그만이나 목에 멍울이 굉장히 커져서 걱정 지경이오 前[전]에 잡숫든 丸藥[환약]을 湯藥[탕약]해서 本格的[본격적]으로 잡숫는 中[중]인데 이제 좀 크는 것이 中止[중지]된 듯 하다 하시오 서모도 기침에 오래 보대끼는 中[중] 未差[미차] 한편이고 열울댁이는 젓몸살 等等[등등]에 좀 보대낀다 하오 수곡 할머니 송정리 제사에 가셨다가 어제 저녁에야 오셨는데 밤에 열울댁으로 가셨소 무장 어머님 별로 대단히 아프지는 아니하시고 그외에는 다들 잘 있는가 보오, 종원이 산술과 국문이 잘못한다고 어제부터 내게로 공부온다오 종대 여전하고 용진이 한창 이쁘게 구는데 따님이 아직은 에쁘지 못한 편으로 공논이오, 여기는 농사는 전에 없이 잘 되었는데 베여드릴때 비가 많아서 곡수받는 벼가 흙투성이된 놈 싻난 놈해서 말성이 많다고 하오.
 
206
위선 이만 쓰니 짐작하시오 난로는 어찌했소 어머니 肝油[간유]도 繼續服用[계속복용]시켜 드렸으면 애기들 약도 잊지말고
 
207
나는 여기서 며칠 먹고 자고 하면 살이 좀 찔상 싶소 제일 뜻뜻해서 몸이 활발하오, 치워서 옹구리고 들어 갈 생각은 아직 나지않소
 
208
써야할 날 하로 늦어서
 
209
(昭和十二年十一月二十八日[소화십이년십일월이십팔일]) 龍生[용생]
【원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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