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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분(花粉) ◈
◇ 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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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
이효석
 

1. 6

 
2
시절은 시절만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위해서도 있는 것이다.
 
3
여름이 한창 짙어서 날이 무덥고 초목이 무성해진 것은‘푸른 집’의 정운을 빈틈없이 울창하고 짙은 녹음 속에 무르녹게 해준 것이요, 따라서 집안 사람들의 감정까지도 거기에 맞도록 변해 주자는 것이었다. 나뭇잎은 우거질 대로 우거지고 풀은 자랄 대로 자라고 꽃은 필대로 피어서 뜰 안은 모래를 깐 하아얀 지름길만을 남겨 놓고는 저년 푸른 바다요, 찬란한 색채의 동산이었다. 기운에 넘치는 풀줄기는 때로는 지름길의 경계선을 넘어서 길 위를 덮어버려 이른 아침에 첫길을 헤치는 사람은 흔한 이슬로 해서 옷자락과 발을 흠뻑 적시고야 만다. 옷을 적시게 하는 것은 이슬뿐이 아니어서 화단 위 꽃들도 벌써 남은 붕오리가 없이 활짝 피어나서 오색의 화려한 색채가 눈을 아프게 하고 꽃밭에 들어서는 날이면 어느 결엔지도 모르게 옷자락 군데군데에 꽃물이 들어버리는 것이었다. 모든 것이 자랄 대로 자라고 필대로 피어서 청춘이라는 것 생명이라는 것을 한껏 내보이며 그 이상 더 자랄 틈이 없는 마지막 가위에 이른 듯했다. 뜰 안은 아름답고 찬란하고 자랑이 있 고 힘이 넘치고 으늑한 그늘이 져서 그림자와 깊이가 생겼다. 그것은 그대로 바다 속을 흐르는 세찬 조수와도 같이 사람에게 옮아오고 영향을 주어서 창을 덮고 대청 안을 물들이는 푸른빛에 그대로 젖으면서 모르는 결에 자연의 풍속을 본받고 모방하고 그것과 완전히 화하고 일치되어 제물에 청춘의 자랑을 배우고 자극을 흡수하고 생명력의 발전을 계획하고 비밀을 음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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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단에 들어설 때 단주는 아직도 찬란한 희망을 버리지 않는 것이요, 풀 속 에 설 때 세란은 진할 바 없는 울창한 정력을 맡길 바 없어서 기지개를 쓰고 창밖으로 어두운 나무그늘을 내다보는 현마의 마음속에는 으슥한 비밀이 거미줄같이 피어올랐다. 세상에는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마음의 비밀--- 어머니에게도 말할 수 없고 하늘과 땅에도 고백할 수 없고 나뭇가지 위새에게도 하소연하기가 부끄럽고, 아니 자기 자신에게조차 일러들이기가 무서운 마음의 비밀이 있다. 현마는 그런 마음의 비밀에 떨면서도 그것이 점점 곰팡이나 좀같이 마음속을 먹어 가고 점령해 가는 것을 억제하는 도리가 없었다. 그가 내다보는 나무그늘 아래에 선 미란은 자기가 바로 그 현마의 마음의 비밀의 대상이 되어 있을 줄은 꿈에두 생각지 못하고 그는 그로서의 딴 생각과 회포 속에 잠겨서 먼 것을 꿈꾸는 것이었다. 낮과 밤으로 한가한 틈을 타서는 붕선화를 뜯어서 손톱을 물들이고 꽃밭에 들어 꽃씨를 찾고 하는 옥녀조차가 아득한 앞날을 내다보며 서글픈 기쁨을 느끼고 있는지 모른다.---이렇게 해서 집안 전체가 시절의 영향을 입고 자연의 숨결을 받아서 다 각각 자기의 경영에 잠겨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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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속에서 시절의 행사의 하나인 피서의 문제가 누구의 입에선지도 모르게 제출되었을 때 각각 의견이 많고 의론이 분분했다. 대체로 한가하다고는 해도 사의 잡무가 빠지 않는 현마로서는 피서니 무어나 나서서 법석을 할 수는 없었고 집이 그렇게 넓고 시원하니 새벽에 풀 이슬이나 맞고 넓은 목욕실에 냉수나 대놓고 무시로 철벅거리면 제물에 피서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인데 대해서 반대파의 괴수가 세란이어서 냉수 속에 철벅거리는 것이 대체 피서란 것이냐고 핀잔을 주며 일년 동안 집에만 갇혀 있던 값으로 오래간만에 기차도 타보고 딴 세상의 공기도 마시고 풍경도 보고 사람도 만나고 하는 것이 피서의 뜻이라는 것을 누누이 설명했다. 거기에 맞추어서 맞장구를 치는 것이 단주였고 미란은 도대체 그런 의론에 귀도 기울이려고 안 하고 혼자 떨어져 생각에만 잠기고 있는 것은 영훈을 잃어버린 쓸쓸한 마 음에 피서니 무어니 넉넉한 여유는 없었던 까닭이다.---그렇게 며칠 동안이 나 해결을 못보고 우물쭈물하던 정세가 하루아침에 돌변하면서 세란의 일파가 세력을 얻어 드디어 피서행이 결정된 것은 의외의 사정이 일어난 까닭이었다. 식료품 무역상 구미양행의 축들 만태와 죽석 부부의 권고를 받아 한 데 어울리게 된 것이다. 오랫동안 적당한 별장터를 구하고 있던 남편 만태가 장사일로 만주를 여행하다가 관북지방에 들렸던 길에 주을 산골에다가 한 채의 별장을 사게되었던 것이다. 온천엣 삼 마장쯤 들어간 산골은 망명해 있는 외국 사람의 부락‘노비나’촌이라는 것인데 여름이 되면 그 부락이 피서지로 변해서 도회에 있는 외국인들이 한동안 모여들고는 했다. 마침 영국인이 소유하고 있던 별장이 팔리게 된 것을 알고 만태는 공교롭게 그것을 손에 넣게 되었다. 원체 헐값이었던 까닭에 굴러온 호박이라고 욕심을 낸 것이었으나 막상 집안을 자세히 살펴보았을 때 얼마나 많은 가족을 위해서 설계한 것인지 넓고 횅횅해서 적은 식구에게는 도저히 부적당할 뿐 아니라 쓸모가 적음을 느끼게 되었다. 식구래야 죽석과 단 두 부부뿐인 것이니 아무리 시원스런 피서라고는 해도 넓은 마당에 단 두 마리 자웅의 닭이 어슬거리는 격이어서 집 한구석에서 남편이 차를 끓여 오라고 소리를 쳐도 다른 한구석에서 책을 잃고 있던 사랑하는 아내에게는 그것이 문밖을 스치는 바람소리로밖에는 들리지 않는대도 걱정인 것이다. 그렇다고 오랫동안 원이던 별장을 사놓고 쓰지 않는 것도 멋쩍어서 한여름 동안 우선 시험을 해볼 결심으로 부부 협의의 결과 죽석은 동무 세란을 생각하고 그들 가족을 청하기로 작정한 것이었다. 세란은 기쁜 소식에 귀가 번쩍 뜨이며 막역한 사이라 물론 사양할 것도 없었으나 그것으로서 현마에 대한 피서의 구실이 확적히 선 것을 기뻐해서 생각 여부가 없이 그 자리로 무릎을 쳤던 것이다. 현마에게 의론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의견을 윽박아 대서는 결국 그 모처럼의 호의를 받게 되고 우물쭈물 망성이던 피서행이 순식간에 해결을 본 것이다. 죽석과 세란이 친한 것만큼 현마는 만태와 벗하는 사이였으므로 그도 그다지 찌뿌득할 것은 없었으나 어떻든 이미 현마가 함락한 이상 단주쯤은 세란의 앞에 문제도 아닌 것이요, 미란도 그것이 바다가 아니요 산속이라는 점에서 귀가 솔곳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쾌활한 미란으로서도 여름 한철의 해수욕장의 풍경만은 결딜 수 없었다. 구라파주의를 대체로 찬동하고 받아들이면서도 남녀들이 벌거벗고 원시의 풍속을 과장하면서 육체와 청춘을 자랑하는 듯이 모든 생각을 육체 위로만 유혹하고 인도하는 것을 상스러운 풍습으로 서 홀연히 나타나기 시작하던 환영을 홀몰아 버렸다. 얄궂은 전화라고 탄하면서 수화기를 들었을 때 반드시 얄궂은 전화가 아니었던 것은 의외에도 거기에 역시 영훈의 꿈이 연속되어 나타난 까닭이다. 전화는 바로 영훈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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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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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련히 들려 오는 목소리에 미란은 꿈을 뺏긴 심술도 덮쳐서 퉁명스럽게 재촉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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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시겠어요. 알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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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는 여전히 가늘고 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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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대세요 얼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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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넘게 사람을 놀리는 셈인가 하고 홧김에 끊어 버리려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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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란씨, 미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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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목소리로 문득 자기를 찾아낸 듯 귀가 뜨이면서 수화기를 바싹 귀에다 대었다. 그리운 사람의 목소리로는 자기의 이름이 가장 귀익은 것이고 정답게 들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미란은 자기의 이름의 발음으로 그것이 영훈임을 알아맞힌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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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했죠. 겨우 알았어요, 용서하세요. 난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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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두 몰라 주세요. 가제 맡은 교실의 학생들 이름만큼두 기억하시지 않는 모양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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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망하는 독한 어조--- 무척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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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잘 기억하구 있으니까 되려 모르나봐요.---지금두 막 창 기슭에서 누구 생각을 하구 있었게요. 목소리가 왜 그리 가 늘어요. 그러니까 대뜸 못 맞춰냈죠.---대체 어디 계세요. 언제 오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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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있는지 맞춰 보시면 얼마나 용하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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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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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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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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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집에서 하는 목소리가 왜 그렇게 가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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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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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가 가늘 이치를 생각해 보시죠. 목소리라는 건 멀수록 가늘지 않아요. 지금 이렇게 큰 목소리로 지껄여두 미란씨 귀에는 그렇게 작게 들리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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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가 아니란 말씀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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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소리는 지금 수천리 길을 걷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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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나. ---그럼 아직 이곳에 돌아오시지 않으셌단 말예요. 난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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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소리는 지금 자꾸 수천리 길을 걷구 있어요.---산맥을 넘구 들을 닫구 강을 건너구 서울을 지나구 철로를 타구 미란씨의 귀를 향해서 뒤를 이어 휭휭 내빼구 있어요.---그러게 그렇게 가늘구 아득하구 멀게 들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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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닫는 동안에 바람에 불리구 새에게 쫓기구 공기에 얼구 하느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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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어디세요, 얼른 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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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두 기차를 타구 동해안을 끼구 북쪽으로 하루를 더 온 곳. 천리가 너는 먼 산골 미란씨가. 계신 곳과는 엄청나게 다르구 먼 곳. 기차 속에서 바라본 그 첩첩한 산과 강과 벌판이 지금 우리 사이에 가로놓인 것을 생각하면 사실 이 전화두 거짓말 같구 미란씨의 목소리가 귀에 들려오는 것이 신기해 못 견디겠어요. 지금 눈앞에 떠오르는 미란씨의 자태를 생각하면서 그 사이에 놓인 그 많은 거리와 장야를 생각하면 견딜 수 없이 마음이 안타까워요. 그 먼 곳에서 어떻게 이렇게 목소리가 울려오는 것인지 그 목소리에는 미란씨의 입김과 체온이 숨어서 그것이 외줄철사를 타구 수천 리를 달아오구 알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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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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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겠죠.---사람들은 피서를 하느라구 이 고명한 피서지를 자꾸 찾아 와서는 산속을 변화하게 하구 온천 거리를 흥청흥청하게 해놓지만 그런 것이 제겐 다 관계없는 것같이 전 외롭구 적적하구---그러기 때문에 오늘 별안간 건 이 전화두 용서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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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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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훈의 지금 가 있는 곳이 바로 자기들이 피서지로 택해서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그곳일 줄야 어찌 알았으랴. 불유쾌한 기억을 씻어 버리기 위해 그가 거리에서 실종을 하고 그런 먼 온천지에 가 있음이 그로서는 자연스런 일이겠으나 우연히도 자기들의 목적지와 일치되었음이 신기하기 짝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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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은 온천에서두 제일 큰 여관. 지금 객실에는 저 혼자만이 있을 뿐 복도에는 간간이 하녀들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구 창밖으로는 저무는 개우물이 내다보이며 흰 반석 위에 낚싯대를 드리운 한가운 강태공들이 왼종일이래두 유유히 서 있는 것이 보이구 건너편 언덕 위 초가에는 좀 있으면 노오란 저녁 등불이 켜질 테구 전 막 저녁 목욕을 하구 나온 판이라 몸이 이렇게두 시원하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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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의 정경을 손에 잡을 듯이 들으면서 미란의 마음미 뛰노는 것이나 민망한 걱정도 솟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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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전화를 거시면서두 왜 이리 장황하게 말씀하세요. 미안해서 못 배기겠어요. 용건만 말씀하세요. 저를 기쁘게 하기 위하신 것이라면 그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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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전화란 왜 용건만을 말하란 것인가요. 특별한 볼일이 있어서 건 것이 아니구 미란씨의 목소리를 들어볼 양으로---제가 요새 날마다 생각하구 있던 게 무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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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안심두 되구요. 아무 기별 없이 감쪽같이 사라지신 걸 알구 오늘까지 얼마나 걱정이 된 줄 아세요. 그러던 것이 별안간 이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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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로는 마주 대면했을 때의 스스러움이 없어서 무슨 말이든지 부끄러운 것 없이 지껄일 수 있는 것 같았다. 미란이 실토를 했음으로 말미암아 전화는 다시 장황하게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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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연구소에서 당한 봉변쯤은 잊어버린 지 오래예요. 그것을 잊기위 해 딴 생각---용서하세요. 미란씨를 생각하기루 한 것이 요새 와서는 미란 씨가 모든 생각을 전부 차지하게 됐거든요. 생각하기 시작하면 자꾸만 생각 나서 자나깨나 생각하고 또 생각하노라면 이상스런 것은 되려 깜박 잊어버려져요. 얼굴이 잊혀지구 목소리가 잊혀지구--- 오늘두 아침에 잊혀진 미란 씨의 목소리가 진종일을 두구 생각해야 귓속에 떠올라야 말이죠. 땀을 흘리 구 생각하다가 결국 까마이득하구 멀기에 기어코 이 전화를 건 것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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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맘이 얼마나 빛나고 있는지 몰라요. 이 장거리 전화는 그런 뜻인 것이지 결코 용건이 있어서 건 것이 아니예요. 목소리를 더 들려주세요. 수 천 리를 날아오는 그 목소리가 얼마나 신기한지……"
 
44
영훈이 전례가 없이 수다스럽고 장황한 것도 대면이 아니고 전화의 중매를 중간에 세운 까닭읽까. 놀라리만큼 다변한 영훈의 오늘의 태도는 여간 심상한 것으로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 것이 사랑의 고백이라는 것이 아닐까. 오랫동안 마음속에 묵었던 감정을---대면해서는 말하기 거북한 하소연을 전화로 하는 것이 아닐까. 기다려 오던 마음의 증거를 얻은 듯 미란은 흥분되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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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말을 해두 말로는 외려 부족해요. 하루를 말한들 한 달을 말한들 맘이 시원하겠어요. 오늘 저를 다따가 놀라게 해주신 것같이 저두 며칠 있 으면 선생님을 깜짝 놀라게 해드릴 테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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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요. 전화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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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보다 더한 것.---살며시 등뒤에 나타나서 아웅 소리를 질러 드릴 테예요."
 
48
"제 등뒤에 나타나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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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은요. 바로 선생님 등뒤에---."
 
50
"이곳으로 오시단 말씀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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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까지 가르쳐 드리면 놀라게 하는 셈이 되나요. 참으시구 기다리세요. 이만 끊으세요. 데 묻지 마시구 끊으세요. 미안해서 그래요. 끊으시라니까요.……안 끊으시면 제가 끊을 테예요. 노여 마세요. 끊어요……"
 
52
그러다가는 한이 없을 것 같아서 마음을 독하게 먹고 미란은 자기편에서 수화기를 걸 수밖에는 없었다. 조급해 하는 영훈의 목소리가 귀속에 쟁쟁하게 남으면서 가엾기도 했으나 그것이 그를 위하는 마음이거니 생각하고는 기쁜 판에 세란에게로 뛰어갔다.
 
53
"나두 피서가요."
 
54
다짜고짜로 선언하고는 원족을 떠나는 아이같이 서성거리는 것이다.
 
55
"가구 말구요. 나두 가요, 가요."
 
56
세란은 빙그레 웃으며,
 
57
"큰 분부 내렸다. 어쩌다 별안간 맘이 내켰누. 이제야 미란이 덕에 집안 사람이 모두 피서를 떠나게 됐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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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정된 바엔 내일로래두 곧 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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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따 쫄쫄 늘이다가 이제 와서 독판 조급히 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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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초리에 주름을 잡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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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전화 못 들었을 줄 알구. 한마디두 놓치지 않구 다 들었다나.--- 선생과 제자의 정의가 그렇게 자별스럽운 건 내 또 첨 봤어."
 
62
"생쥐라구 남의 전화는 엿듣나. 이 투실투실한 생쥐 같으니라구."
 
63
옆구리를 찌르는 바람에 세란은 몸을 들었다가 금시 표정을 바로 잡는다.
 
64
"네가 부러워 못 견디겠다. 지금 내 상 위에 있는 것은 향기 높은 한잔의 홍차가 아니구 한 접시의 비계인 것이 슬퍼 못 견디겠다. 홍차의 향기를 잊은 지가 벌써 언제든지 까마아득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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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살이 찌구두 무슨 염치에 향기를 찾아. 욕심두 분수가 있지."
 
66
"그러게 안타깝단 말이지. 아무리 살이 찌구 나이가 늘어두 언제든지 그리운 건 그 향기!비계를 먹은 후같이 불쾌한 때는 없거든."
 
67
"날더러 지금 홍차의 시대란 연설이지."
 
68
"소원대로 얼른 그 향기를 찾아 주겠단 말이다. 나두 멀리서 향기의 찍 게지나 맡게.---피서는 내일로 곧 떠나기로 하구."
 
69
"내일!"
 
70
"어서 죽석한테 전화를 걸어야지."
 
71
일어서는 세란의 엉덩이를 밀치면서 미란은 날뛰었다.
 
72
피서행이 결정되자 그것만으로 집안은 한 고패 열린 듯이 별안간 번잡해져서 각각 자기의 행장들을 꾸미는 것을 한 가지의 중대한 사업이나 하는 것처럼 필요 이상으로 정성을 들이고 힘을 들이고 하면서 그렇게 시간을 보 내기를 기쁨으로 들 여겼다. 미란은 의장을 들쳐서 여름옷에다가 등산복을 준비한다 소설책을 모아 들인다 하면, 세란은 화장품에 한충의 주의를 더하 고 사진기계를 수리하고 망원경을 사들이곤 하면서 그 두 사람의 법석으로 집안은 파장 후같이 너절부러하게 헤트러져서 그 뒷수습을 하는 것이 옥녀의 한 가지 덧붙인 일이 되었다. 일상의 찻그릇이며 기명에 유달리 사치한 그들이 요행 그 점에 마음을 쓸 필요가 없었던 것은 별장 안에 외국 사람 쓰던 것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까닭이었다. 생활에 드는 일절의 양식도 죽 석들 편에서 준비하게 되어 직접 가게에서 잼이니 소시지니 버터니 통조림이니 하는 것들을 그것만으로 한 짝의 짐이 충분히 되리만큼 흔하게 집어내고 한편 쌀과 야채를 수하물로 한 짐이 되게 부쳤고, 한 가지 딱한 것은 크림이니 잼이니 베이컨이니 설레는 그들로서 그것들이 든 포대 속에 따로 된장과 고추장의 오지항아리를 준비하지 않으면 안되었던 것이다. 구라파주의에 젖어서 자나깨나 그것을 원하고 갈망하는 그들로서 오히려 된장 단지를 절대로 필요로 한 것을 보면 피부에 배어진 고향의 냄새와 빛깔을 떨칠 수 없는 모양이다. 그들의 주의가 철저하지 못한 탓인지도 모르기는 하나 그 풍토적 양식에 한 사람도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으며 묵묵한 인정 가운데에서 향토의 산물은 짐 속에서 의젓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던 것이다. 구미 양행은 주로 외국인을 상대로 하고 있는 까닭에 만태의 요량으로는 그들이 거반 피서를 떠나 거래가 조금 삠할 때 아우에게나 가게를 맡기고 일행과는 떨어져 떠날 생각으로 우선 죽석만을 세란들의 한패와 먼저 동행시켰다. 그렇게 되니 결과로 보면 원래는 자기들이 계획하고 권고만 것이었으나 수의 비례가 너무도 기우는 까닭에 우세한 세란의 식구들 속에서는 주인과 여러 사람의 손님---세란들의 한패는 일가족속이 달려들어 주인의 자리를 뺏고 자기들만을 위한 피서를 결의한 듯한 느낌이 있었다. 세란과 미란은 물론 현마도 제일차에 참가하게 되었고 단주만이 당분간 떨어지게 되었다. 현마 도 사 일과 집 건사의 관계로 단주와는 교대의 약속이어서 그의 피서의 기간은 반달 동안 단주가 집을 지키고 사 일을 보다가 교대하러 올 때까지라는 것이었다. 현마는 가장으로서 할 수 없는 노릇이라 달관도 할 수 있었으나 단주에게는 그 조건이 반드시 반가운 것이 아니었다. 될 수만 있다면 미란들과 함께 피서지에서 온 여름을 나고 싶어서 반지빠르게 절반의 기한이라는 것이 싫었고 빈집을 지키노라고 혼자 떨렁하게 남아 있기도 쓸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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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런 불만을 품으면서도 결국에는 솔곳이 남아 있게 된 것이니 썩 내키지는 않는다고 해도 역시 거기에 마땅한 숨은 마음의 이유가 없는 것이 아니었다. ‘옥녀와 자기’---전에는 그다지 주의를 끌지 않았던 것이 어느 결엔지 새로운 제목으로서 마음속에 떠오르기 시작했던 것이다. 확실히 그 가 몇 달 전보다는 엄청나게 자라나던 탓이요, 세상이 한결 허랑하게 넓어 진 증거였다. 한번 야산으로 나서 짐승 맛을 들인 이리의 식욕 앞에는 골짝을 뛰는 한 마리의 토끼도 심상하게는 보이지 않는다. 인생을 알기 시작한 지 단시간에 우둔한 백치같이 다른 생각 다 없이 식욕만이 무섭게 날카로워 면서 어느 결엔지 이리의 악덕을 배우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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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녀의 존재가 시선의 초점이 되기 시작한 것은 확실히 미란과 일이 있은 후부터였다 입이 살꼈다고. 진미 이외의 거의 천하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그것까지가 구미를 돋구어 주는 셈이었다. 단주는 원래가 악식가였고 세상에 이런 악식가는 많은 것이다. 입을 오므리고 가장 고귀하고 사치 한 척 차례진 포도를 두어 알 따서 점잖게 오물거리는 것이나 기실 악식가의 소질을 다분히 갖추고 있어서 눈에 뜨이지 않는 곳에 들어가면 띠를 풀고 활개를 펴고, 개구리를 들어라 뱀도 좋다대구 입을 벌리고 갖은 악식을 도맡아 할는지 모른다. 사람치고 누구 한 사람이 굴레를 벗어날 사람이 없 을는지도 모른다. 사람치고 누구 한 사람이 굴레를 벗어날 사람이 없을는 지도 모른다. 단주도 그런 악식가의 한 사람임을 면하지 못하는 것이며 자 기도 모르는 동안에 차차 그 본능과 면목을 발휘하려고 하는 것이었다. 빈 집에서는 자기가 왕 노릇을 하게 될 것이며 모든 것이---뜰도 초목도 피아노도 옥녀도 자기의 지배를 벗어나고 거역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것이 은연중에 그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었다. 자기에게 가장 가까운 것이 옥녀임에 그것이 가령 미란이나 세란일 때와 비기면 월등의 손색이 있다고는 해도 그 대신 처녀지라는 신선한 식욕이 벌충해 주는 것이었다. 이런 것은 욕망도 계책도 아닌 것이요, 채 그런 것으로 나타나기 전의 숨은 마음의 이유였던 것은 물론이다. 떠나는 날은 집안이 금시에 폐가나 된 듯 세란과 미란과 현마가 빠져 나가자 방안과 뜰이 휑뎅드레하게 비어졌다. 세 사람이 각각 가방들을 들고 가벼운 차림으로 대문을 나섰을 때 그들을 보낼 양으로 나선 단주와 옥녀는 그 휑휑한 뜰을 돌아다보면서 전에 없이 집안이 넓어진 것을 느꼈다. 지금까지 옥녀는 집안에서는 온전한 한 사람의 몫을 못보고 언제든 지 한구석에 있는 둥 만 둥 숨어서 대수롭지 않은 처지에 있었던 것이 별안간 넓어진 그 집안에서는 잠깐 동안은 어떻든 네 활개를 펴고 의젓한 한 사 람으로서의 자기의 존재를 굳세게 주장할 날이 온 것도 같았다. 이방 저 방을 내 것같이 왔다 갔다 하고 화장품도 마음대로 써볼 수 있는 것이요, 뜰의 화초도 참으로 즐거운 마음으로 사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세란처럼 혹은 미란처럼 집안을 참으로 내 것 같이 휘둘러보고 지배할 수 있는 것이다.--- 옥녀가 그런 생각에 잠길 때 단주는 집안을 돌아보고 섭섭하고 쓸쓸한 생각을 버릴 수는 없었으나 그 쓸쓸한 생각을 없애려면 역시 옥녀를 바라보며 모든 다른 생각을 말살해 버리는 수밖에는 없었다. 미란들의 유쾌한 자태와 피서지에서의 기쁜 날들을 탐내고 부러워해서는 안 된다. 빈 집안을 한가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옥녀의 자태들 그들에게 밑지지 않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느끼면서 옥녀를 바라보는 눈에는 애써 유쾌한 빛을 띠우고 애정을 담으려고 했다 그러나. 그런 노력의 표정에서의외에도 영향을 받은 것은 세란이었다. 세란의 민첩한 눈에는 단주와 옥녀의 자태는 문득 심상한 것이 아니라고 느껴지면서 별안간 의혹과 근심이 솟는 것이었다. 애초에 세란은 피서하는 동안 단주와 함께 있기를 원했고 당분간이라도 그를 혼자 남겨 두기를 즐기지 않았으나 형편상 하는 수 없이 그렇게 된 것을 미안히 여기고 있던 터에 옥녀와의 표저의 교류는 떠나는 그날 처음으로 목도한 것이 어서 그 미묘한 눈치를 보고는 마음이 설레기 시작한 것이었다. 빈집에 둘 만을---그것도 속이 무궁한 단주와 어느 결엔지 철이 들대로 든 옥녀와를 남겨둠이 옳은 일일까---병들 기회를 일부러 주는 셈이지 그들의 사이가 언제까지든지성할 것인가---이런 불안이 솟으면서 두 사람의 나란히 선 자태를 바라보려니까 그만 여행의 구미조차 떨어졌다. 우두커니 섰는 것을 미란이 재촉해서 등을 밀치는 바람에 걸음을 떼 놓기는 했으나 쏘는 듯이 날카로운 세란의 시선을 단주는 멸시하는 듯 항의하는 듯 되쏘아 붙이면서 말뚝같이 거만하게 버티고 섰었다. 남의 감정을 누그려도 보고 농락도 해보고---대체 그런 기술을 어느 틈에 배운 것일구 하면서 단주는 스스로 자기의 태도에 경탄하는 수밖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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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석들의 별장은 온천과 ‘노비나’촌과의 중간쯤 되는 언덕 허리에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노비나’촌 사람들과 어울릴 필요도 없었고 온천 거리 의 번잡한 속에 휩쓸릴 것도 없어서 흡사 한적한 곳에 독립된 왕국을 이룬 감이 있었다. 온천까지는 물을 맞거나 양식을 살 때 내려가면 그만이요, 사 람이 그리우면 ‘노비나’촌에 가서 멋대로 근처를 거닐면 그만이었다.‘노비나’까지는 두어 마장 가량의 거리밖에는 안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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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에는 하아얀 모래를 깐 위로 사치한 사시나무가 잎새는 물론 휘추리채 바람에 간들 간들 흔들리고 높은 시렁 위로는 머루와 다래넝쿨이 친친 감겨 올라 제물에 정자를 만들고 그 아래에 차 식탁이 놓여 휴게소를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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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고 마딘 잡초를 군데군데 깎아 버리고는 긴 이랑을 만들어 한이랑에 한 가지씩 색다른 화초를 심었다. 모든 격식이야지와는 달라서 미란은 역시 도회의 집보다는 한결 낫고 시원하다고 느끼면서 행복된 여름의 기쁨을 금할 수 없었다. 말이 들은 것같이 집안 규격이 지나치게 넓어서 그렇게 일행이 대거해 왔기에 망정이지 부부쯤이 와서는 어느 구석에 박혔는지를 모를 법도 했다. 복판에 강당만한 넓은 객실 겸 공동실이있고 그 양편으로는 한 편에 두 간씩 조그만 독방이 합 네 간 붙어서 그네방의 문이 모두 객실로 열렸고 창 있는 양편 밖으로는 넓은 복도이자 베란다가 길게 뻗쳤다. 따로 요리실과 목욕실과 헛간이 붙은 것은 물론 흡사 합숙소같이도 대규모의 집 이었다. 전에 있던 주인이 이사해 간 후이라 방안에는 침대와 의자와 탁자들만이 앙상하게 남아 한산한 느낌이 났으나 만태는 별장을 망간 손에 넣었을 뿐으로 아직 설비도 차장도 베풀 사이가 없이 떠나들 왔던 까닭에 첫해의 설핀 살림을 살 수밖에 없이된 것은 개척자의 슬픔으로 하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설핀 속에서 각각들 가지고 온 것으로 방들을 꾸미고 치장하고 새로운 경영에 맞도록들 힘썼다. 도회에서 흘러온 순회극단의 비애였던지도 모른다. 낯설은 극장 설핀 무대를 장식하느라고 못 박는 소리들을 탕탕 내면서 배경을 세우고 막을 드리우고 조명을 장치하느라고들 설레는 그 식이었다. 연극을 다한 며칠 뒤이면 다시 부수고 뜯고 할 것을 그래도 공들여 그 며칠을 위해서 꾸미고 만드는 것이다. 부서질 줄을 번연히 알면서도 애써 꾸며야 하는 것이 인간의 소중한 경영이라는 것을 안 점에서는 미란들 피서단의 일행도 순회극단의 일행에 밑질 것이 없었다. 피서는 연극같이 불과 며칠에 그치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들의 정성껏 꾸며 가는 정신은 일반이었다. 넓은 창과 탁자 위를 덮기 위해서는 가지고 왔던 알로알록한 헝겊을 이모저모 오려서 벼락 커튼과 탁자보를 만들어야 하고 휑하니 무미한 벽을 감추기 위해서는 잡지 속의 그림이라도 모조리 뜯어 붙이는 편이 안 붙이는 것보다는 나은 것이며 침대맡에는 화병도 놓고 인형도 세우고---가지고 온 것들을 모조리 적당하게 이용하는 수밖에는 없었다. 여자들의 모양을 보고는 현마도 자기만이 팔짱을 끼고 있을 수도 없어서 산에서 나무를 베어다가는 톱과 자귀로 날림의자를 만드는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집에는 의자가 부족해서 만태가 올 때 여러 벌 사가지고 오기로는 되어 있으나 우선 아쉬운 판에 현마는 자진적으로 목수가 되어서 못을 개개 빗 박으며 제 조작의 의 자 제작에 종사했다. 필요가 행동을 요구하고 직업을 준다. 현마는 서투른 자귀질을 하다가는 빙그레 웃으면서 일종의 기쁨을 금하지 못하며 생활의 철학이라고 할까, 전에는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던 한 가지의 이치를 터득하기 시작했다. 그 날림의자가 대단히 소중한 것이어서 여자들은 다투어서 한 개씩들을 침실로 나르며 객실에 놓으며들 했다. 비교적 호사스럽게 자리온 미란에게는 그런 궁박한 처지는 처음 맛보는 것이나 그릴 것이 없이 자란 아이에게도 원족을 나간 하루 동안의 부자유는 도리어 즐겁게 참을 수 있는 격으로 미란도 생후 처음으로 살림살이의 한몫을 거들어 요리도 하고 나무도 패고 장에도 가고 하는 동안에 격에 없는 생활의 기쁨을 알고 곤란을 곤란으로 여기지 않게 되었다. 현마에 밑지지 않게 도끼를 들고는 장작을 우겨댔으며 바구니를 들고 온천으로 장을 보러 갈 때에는 휘파람을 불며 어깨춤을 추며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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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네 사람이었던 까닭에 네 간의 침실을 한 간씩 차지하고는 밤 이외의 시간은 대게 객실에서들 지내기로 되었다. 한쪽 편의 두 간에는 세란과 미란의 형제가 들고 맞은편 두 간에는 현마와 죽석이 들게 된 것은 별로 계획과 순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닥치는 대로 한 간씩을 점령들 한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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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도 죽석이 주인인 까닭에 그에게 가장 좋은 방을 주게 되었던 것이요, 나머지 세간 중에서는 제일 협착하고 작은 방이 있었으니 이것은 세 사람 중에서는 불가불현마의 차지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현마는 두 여자 앞에서 신사의 예절로서 그 가장 작은 방을 싫어하지 않고 받을 수밖에는 없었다. 그 결과 결정되고 배당된 것이 그런 형식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형식 속에서 네 사람은 방이야 아무편에 붙었든 간에 한 간의 방은 결국 독립된 한 간의 방이므로 부자유도 불편도 없이 아직은 나날을 무사히 지내 갔었다. 무엇보다도 각자의 방이 필요한 것은 잠잘 때뿐이요, 하루의 많은 시간을 객실과 문밖 뜰과 산과 길에서 지내게 되는 까닭에 방의 배당의 의 식은 네 사람을 그다지 괴롭히지는 않았다. 미란은 저녁때만 되면 자기가 도맡아 보는 일과인 듯이 바구니를 들고 온천 거리로 내려가거나 별장 아래 편과수원으로 내려갔다. 과수원에서는 푸른 풋능금이나 토마토를 사는 것 이요, 거리의 가게에서는 배추니 무니 파니 신선한 야채를 샀다. 물론 야채만을 사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중요한 목표는 천 바구니의 야채보다도 한 사람의 사람이었다. 여관에 유숙하고 있는 영훈은 일행이 오던 날로 별장을 찾아와서 이삿짐을 거들어주고 한 후 거의 날마다 별장을 찾게는 된 것이나 미란은 역시 온천에 그와 단둘이 있을 때가 자유롭고 행복스러웠다. 피서지에서는 별장과 돌담과 울이 없는 것같이 모든 것에 테두리가 없고 경계선이 없었다. 지름길과 언덕 위 나무들과 길바닥의 화초와 골짝의 시냇물과 양편에 아카시아나무 우거진 산보 길은 근처의 모든 사람의 것이지 한 사람의 것은 아니었으며 이웃 별장의 뜰 앞을 기웃거렸다고 책망하는 법도 없고 모르는 집 들창의 안과 밖에서 모르는 사람끼리 미소를 던지고 받는 수도 있 는 것이다. 별장 사람들이 온천으로 자유로 내려가고 온천 사람들이 별장터로 마음대로 올 수도 있어서 그것이 피서지의 풍속인 듯 스스러울 것이 없 고 해방적이었다. 영훈이 별장에 와서 아무리 눅진하게 궁동이를 붙여도 허물할 사람이 없으며 미란이 온천에 내려가서 마음껏 어질러놓아도 무방한 것은 이런 풍속에서 은연중에 온 습관이었다. 현마는 영훈의 출현에 깜짝 놀라서 마음에는 그 순간 약간의 금이 갔을는지 몰라도 겉으로는 대환영이 어서 세란의 설명으로 모든 곡절을 비로소 알고 미란과 영훈을 함께 빙그레 바라보는 것이었다 환영이라면 . 여자들의 환영이 더 큰 것이어서 그 지나친 환영을 받을수록에 현마의 눈치는 괴로워만 지면서 영훈도 온천에서 미란과 한가한 시간을 보내기를 좋아했다. 집에 있을 때 같은 예절이라는 것이 없이 미란은 성격이 일변한 듯 유쾌하게 데설거리면서 영훈의 방안을 한바탕은 어질러놓고 헤트려 놓고야 말았다. 천진난만하게 즐거운 때에는 이야기에 일정한 주제도 없고 거동의 통일도 없고 즉흥적이요, 산만하고 불꽃같이 돌발적이었다. 그렇게 의식의 통일이 없이 날뛰다가도 일단 밖으로 나와 나란히 서서 길을 걷고 자연을 바라보고 할 때면 마음이 가라앉으며 비로소 의식의 방향이 작정되고 반성이 솟으면서 말의 터가 작정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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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 걸어주신 장거리 전화 지금두 그 목소리 귀에 쟁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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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로는 다시 두 번 그 얼굴 잊지 않구 목소리 까먹지 않도록 실컷보아 두구 들어 두어야겠어요. 휑하니 외어 둬 두 가끔가다 잊어지는 건 웬 까닭인지요. 하루 여루시간 그 얼굴 바라보고 그 목소리 들어두 부족하고 못 마땅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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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전화의 연장인 듯도 했다. 스스럽고 부끄럽던 것이 그 전화로 말미암아 성격이 달라지고 마음이 갈아든 셈이었다. 지금 두 사람의 회화는 전과는 한 시대가 바뀌어진 느낌이 있었다. 별장으로 향하는 길은 좁아직 산속에서는 꽃이라는 것이 아주 흔한 것이어서 길바닥에까지 아깝게 헤트러져 있다. 산비탈 헐어진 곳에는 황토가 벌겋게 내솟았고 도라지꽃과 싸리나 무 포기가 서서 자줏빛 싸리나무 꽃에서는 눅진한 향기---꿀 냄새가 흘러왔다. 꿀 냄새같이 좋은 것이 없다. 영훈은 행복감에 넘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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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지금 누가 제일 행복스러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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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를 높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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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제일 행복스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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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끼를 가장 옳게 풀어낸 듯 미란의 자신에 넘치는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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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일 행복스럽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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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훈도 자기의 대답을 가장 옿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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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어떻게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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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일 행복스럽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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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예요 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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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칠억 중에서 가장 행복스러운 게 나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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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제일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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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일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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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제일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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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기를 치다가 결국 마주보고 껄껄껄 웃으면서 좁은 길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내닫은 것이다. 행복감의 표현과 사랑의 고백은 점잖은 말과 태도로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요, 차라리 어린아이같이 허물없는 태도와 오도깝스런 방법으로만 되는 것이 아닐까. 두 사람은 모르는 결에 훌륭하게 그것을 해치운 셈이다. 전화로 시작된 사랑의 말이 아날에 은연중에 열매를 맺은 것이다. 두 사람의 마음은 마지막으로 알 것을 알아낸 듯 만족스러웠다. 싸리꽃 냄새를 맡으면서 지름길을 걸어가던 그들은 사실실칠억 중에서 첫째 둘째로 행복스러운 사람들같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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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란의 한 가지의 걱정은 피아노의 연습을 게을리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문제가 간단히 해결된 것은 산속에서의외에로 한 대의 피아노를 발견하게 된 까닭이다.‘노비나’촌 한가운데에는 극장과 무도실을 겸한 조그만 홀이 있었고 그 안에 피아노가 놓인 것을 영훈은 마을의 주인 양 코스키씨와 교섭한 결과 세를 맡기로 한 것이다. 사용료를 주고 하루에 몇 시간씩 홀에 들어가서 사용할 권리를 산 것이다. 미란의 걱정은 해소되어 영훈과 함께 날마다 홀에 다니는 것이 일과의 하나로 불었다. 악보들을 가져온 것이 다행해서 미란에게는 하루 하루가 뜻있어지고 놀아도 마음이 놓이고 피서가 한층 즐거운 것으로 되었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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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그림자 속에 묻혀 있는 까닭에 홀 안은 낮에도 어두웠다. 교회당 같이 기다란 창에서 빛이 흘러든다 해도 원체 휑한 방안은 구석에 박쥐라도 날아날 듯 어둠컴컴했다. 무대 바로 아래편에 놓여 있는 피아노는 창에서를러드는 빛을 정면으로 받게는 되었으나 그래도 촛불이라도 켰으면 할 정도의 어둠이었다. 건반을 향해서 두어 시간 들볶다 밖으로 나오면 눈이 부시고 골이 띵했으나 이런 때에는 시냇물에 내려가 바람도 쏘이고 산에 올라 나무 사이를 헤치기도 했다. 하루는 어두운 홀 안에서 막 연습을 시작하려 할 때였다. 밖에서 별안간 가제 들어가면 한참 동안은 눈이 어두워서 건반 조차 확실히 보이지 않았으니 그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미란은 영훈의 체온을 가까이 느낀 것이었다. 번개 같은 순간의 일이었다. 횃불같이 전신을 덥게 하면서 입술이 와 닿았다. 선지피를 끼얹은 두 얼굴이 달며 두 팔이 전신을 꼭 죄었다. 바다 속에서 낙지에게나 잡힌 듯 전신의 피가 엉겨드는 듯하다. 밝은 속에서는 도저히 용기를 못 낼 그런 돌발적인 행동---애정의 표현은 벼락같이 감행하지 않고는 못하는 것일까. 어두운 것이 다행이었다. 미란도 본능적으로 그의 팔에 전신을 던지고 그의 뜻에 몸을 맡기면서 자기의 팔에도 힘을 주었다. 부끄러운 김에 캄캄한 속에서도 눈을 감고 있었던 까닭에 무더운 어둠 속에서 그 똑같은 자세로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 몸에 불이 붙은 채 깊은 바다 속에 가라앉아 가는 것도 같았다. 그 날의 연습은 물론 틀려서 두 사람은 악보를 그대로 던져 두고 그 단 몸으로 밖으로 나와 버렸다. 좀체 식지 않고 말을 잊은 듯이 입들이 벌어지지 않았다. 아카시아나무 아래를 걸어오는 야한 색채의 옷을 입은 외국 여자가 유심히 자기들을 바라보는 것이 마치 홀 안에서의 밀이나 알고 있는 듯 미란은 제물에 고개가 숙었다. 그를 지내놓고 별장으로 향하는 길로 나섰을 때 미란에게는 다시 부끄러움이 솟으면서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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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덥고 피가 끓고 혼몽해지면서 바다 속으로 잠겨 들어가는 것이 그것이 사랑이란 것인가---생각하면서 비로소 훌륭한 세상을 안 듯도 싶었다. 흡족하고 자랑스러우면서 간들바람을 맞는 육체가 상쾌하고 거뿐했다. 그 자랑스럽고 훌륭한 것을 받기에 자기의 몸이 부족하고 부적당한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솟았다. 결코 작은 걱정이 아니었다. 문득 마음속에 돋아났던 것이 마치 흡수지 위에 퍼지는 잉크방울같이 볼 동안에 활짝 펴지면서 구름장감이 마음을 덮었다. 그 걱정이란 자기 몸의 허물과 관련되는 것이었다. 허물 있는 몸으로 그가 주는 맑은 행복을 받는 것이 그를 농락하는 것이 아닐까 느껴지면서 단주와 무의미하게 저지른 지나간 하룻밤 일이 무서운 채찍같이 몸을 매질하는 것이다. 몸이 맞도록 지울수 없는 영원한 흠집이 이제 와서 마음을 여위고 몸을 저밀 결과가 될 줄을 어찌 알았으랴. 그 지난 허물을 영훈에게 말함이 옳을까 안 함이 옳을까, 말함에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대체 그런 것을 터놓고 말할 수 있는 것인가---생각할수록에 마음이 섞갈려 지고 괴로워지면서 행복이 금시 불행으로 변해지는 그 조화에 두려운 생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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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는 열정과 정성만으로 족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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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물하고 있던 질문을 선생 앞에 던지는 아이 같은 그의 태도를 영훈은 찬찬히 바라보면서,
 
102
"더 무엇이 필요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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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이라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104
"자격이라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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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건너 외국에 들어갈 때에는 왜 신체검사가 엄중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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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허약하지 않은가 병을 가지지 않았나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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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허약하다구 사랑에 부적당하다는 법이 세상에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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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몸이 허약하다는 것을 드는 까닭에 미란은 어떻게 설명했으면 좋을 지를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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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겐 암만해두 자격이 없을 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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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외국의 세관 관리두 아니구 이민단의 검사원두 아니거든요."
 
111
"당장에서 눈을 감았다가 나중에 알리는 경우에는 뉘우침이 큰 법예요."
 
112
"난 나중두 모르구 과거두 모르구 현재만을 사랑해요. 과거에 병이 있었든 마든 미래에 병이 생기든 마든 그것이 무엇입니까. 현재의 열정과 wd성을 버리구 무엇을 구하겠습니까. 적어두 사랑에 있어서는 난 그런 태도를 가지는 사람예요."
 
113
"전 점점 죄나 져 들어가는 듯한 생각이 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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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적인 망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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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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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서도 미란의 걱정은 일반이다. 영훈은 자기의 말하는 속뜻을 확적히 알고 하는 소리인지 그렇지 않으면 자기의 비유를 그다지 큰 것으로 잡지 못하고 막연한 것으로 그릇 알고 말함인지를 분간할 수 없었다. 자기가 말한 것은 막연한 추상이 아니고 무서운 구체였다. 구체를 말함에는 불가불 비유를 쓸 수밖에는 없었던 것이다. 그 비밀과 곡절을 영훈은 참으로 아는 것일까, 걱정에 넘치는 마음은 영훈의 간곡한 태도의 표시로도 쉽사리 누그러질 줄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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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영훈을 사랑하는 마음은 억제할 수 없도록 솟는 것이었고 열정이 넘치면 넘칠수록에 자책의 마음도 더욱 솟았다. 그렇다고 그 후로 영훈이 번번이 요구해 오는 애정을 물리칠 수 없었던 것도 물론이요, 그것을 알뜰히 받아들일 뿐이 아니라 일충 바라면서 그 속에서 모든 반성을 잊어버리려고 했다. 피서라고는 해도 산을 헤매고 물속에 잠기고 꽃을 보고 바람을 쏘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닐 것이요, 별장에서는 그 단조한 일과에 맥이 나게 되고 더구나 긴 밤은 파적거리가 없이는 지내기 어려웠다. 객실에 우두커니 모여들 앉으면 조그만 포터블에 몇 장 가지고 오지 못한 레코드로 싫증이 나서 트럼프를 놀아 보았다 화투를 쳐보았다고심들을 하고 시간을 지우기에 노력들을 하는 형편이었다. 심심한 속에서 영훈은 밤에는 더욱 귀하고 반가운 손님이 되었다. 화투를 놀든지 음악을 듣든지 무엇을 하든지 그는 필요한 한몫을 보았다. 하루는 아마도 세란의 제의였던 듯하나 춤을 추어 보자는 의론이 나자 즉석에서 찬동을 얻어 이후 밤마다 그것이 유쾌한 파적거리가 되었다. 영훈은 온천에서는 구면이 되어버린 까닭에 여관에서는 이웃집에 레코드를 긁어 모아다가는 밤마다 제공했고 그 값으로 못 추는 춤의 교습을 받기로 되었다. 현마들 식구끼리는 허물없는 것이었고 영훈도 그 속에 한몫 끼는 것이 부자연스럽지 않았으나 죽석만은 멀리 둑 온 남편의 생각도 있고 남의 가족 속에 혼자 끼어서 건둥거릴 수도 없어서 처음에는 사양도 해 보았으나 세란의 고집에는 배겨내는 장서 없었고, 무엇보다도 개 중에서 그는 상당히 춤이 익숙한 편이어서 남들이 흔들거리는 것을 보고는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어 나중에는 제 스스로 팔을 버리고 나서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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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이 익숙한 것은 죽석뿐이 아니라 세란도 밑지지 않으리만큼 그 길에는 능란해서 둘이 겨르면 왈츠니 탱고니 못 추는 것이 없었으나 가장 중요한 현마와 영훈이 하잘것없는 것이 섭섭하고 멋찍었다. 벼락공부로 익혀가지고 추기 시작한 것이 기껏 트롯 정도였다. 그러나 간단한 스텝도 열중하기 시작하니 흥이 나서 레코드한 면이 짧고 성에 안 차는 것이었다. 미란은 약간 그 방면의 소양이 있던 터에 터득이 빨라서 얼마 안가 부드러운 스텝을 밟게 되었다. 사람이 적은 까닭에 돌려 가면서 추느라고 영훈은 세 사람과 한 번씩은 다 겨뤄보게 되었다. 미란과는 물론 세란과도 죽석과도 손을 잡아보는 것이나 미란과의 때에는 스텝보다는 높아 가는 감정에 얽매이게 되어 발이 빗나가고 자세가 뒤틀어지기가 일쑤었다. 춤추는 일과가 생긴 후부터는 영훈은 그 어느 날이나 밤이 패이는 줄 모르고 열중하게 되어 대개는 밤이 깊어서야 온천으로 내려갔다. 밤참을 먹고 차를 달여 마시고 난 후 영훈이 온천으로 행할 때에는 미란은 따라 나와서는 밤길을 중간쯤까지나 동무해서 걸었다. 몸에는 춤에서 받은 율동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즐겁고 유쾌한 기분에 밤기운이 한 방울 한 방울 술같이 몸에 잦아들었다. 그 아름다운 날마다의 밤이 무슨 까닭에 자기의 것이 되며 그 행복이 무슨 까닭에 자기의 차지가 되는가, 행복이 있다가는 필연코 불행히 뒤를 잇는 것이 아닐까 하면서 행복이 도리어 무서운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불행이란 어떤 데서 오는 것일까, 어떤 사람이 불행한 것인가---가야의 생각이 무뚝무뚝 떠오르는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가야는 지금 어디서 어떻게 하고 있을 것인가---이 생각은 가슴을 앙칼지게에우는 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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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를 생각하면 괴로워서 못 견딜 때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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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안에 뱅 돌던 그 말을 기어코 하룻밤 입 밖에 내지 않을 수 없었다. 가야라는 이름이 영훈의 가슴속에서도 물론 사라진 것이 아니었고 안개같이 서리우면서 마음을 항상 무겁게 둘러싸고 있었던 터이다. 아픈 상처를 다칠까봐 그대로 살며시 버려둔 셈이었던 것을 그날 밤 미란이 따짝거려서 뜨끔뜨끔 쑤시기 시작하게 만든 것이었다.
 
121
"가야의 이름은 찰그마리같이 차져서 가슴속에서 씻어낼래야 씻어낼 수 없습니다만."
 
122
제가 가진 허물 중에서 " 가야에게 대한 죄두 여간 큰 것이 아닌 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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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낭떠러지로 밀쳐버리구 나 혼자만이 솟아날려구 죄를 짓구 있는 것만 같아요. 변명을 해본 대두 결과에 있어선 그런 걸요."
 
124
"가엾은 생각으로야 나두 일반이지만 그런 생각과는 형편이 다르지 않습니까. 그의 뜻을 짓밟아 주구 불행으로 몰아넣은 것은 내나 미란씨가 아니 구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이 아니겠습니까. 그 힘을 낸들 어떻게 하겠습니까."
 
125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구 있을지 가야의 그 헤트러지는 눈동자를 생각하면 뼈가 저려져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서 부옇게 흐려지는 그 눈! 세상에서 그보다 가엾은 게 또 있어요."
 
126
"그렇게 나두 자꾸 잊으랴구 애쓰죠.……쓸데없는 일 더 생각하지 말기 로. 즐겁던 밤을 이렇게 슬프게 끝막을 까닭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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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들어 급스럽게 안아 주는 바람에 미란은 간신히 서글픈 속에서 깨어나기는 했다. 영훈의 힘은 날로 벅차 가는 것이어서 그 속에 몸을 맡기고 열정의 바다 속에 잠기면서 미란은 사실 한시라도 속히 모든 것을 잊게 되기를 원했다.
【원문】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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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효석(李孝石) [저자]
 
  1939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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