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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단(文壇) 30년의 자취 ◈

◇ 나의 再婚(재혼) ◇

해설목차  서문  1권  2권  3권  4권  5권  6권  7권  8권  9권  10권  11권  12권  13권  14권  15권  16권  17권  18권  19권  20권  21권  22권  23권 24권  25권  26권  27권  28권  29권  30권  31권  32권  33권  34권  35권  36권  37권  38권  39권  1948.3~
김동인
1
서양 철인이,
 
2
‘사람의 살림이란 여편네 있어도 귀찮아 못 살겠거니와 여편네 없이도 또한 불편해 못 살겠다.’
 
3
고 갈파했거니와, 사실 안해 없는 홀아비 생활을 2년나마 하고 나니 인젠 진저리가 났다. 남매 두 어린 자식을 매일 가꾸어서 학교에 보내고 학교 하학한 뒤에는 또한 학과 복습을 시키고 이것은 사실 여인이 할 노릇이지 사내로서는 감당치 못할 노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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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년 여름 나는 두번째 결혼하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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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결혼하기에 가장 마음에 켕기는 점은 경제적 안정인데 둘러보아야 우리나라에 글 쓰는 사람으로 경제적으로 안정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문사의 안해란 가난쯤은 달게 각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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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하여 그 여름에 나는 지금 안해와 혼약을 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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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조금 앞서 나는 동아일보에 연재소설을 쓰기로 승낙을 한 것이었다. 동아일보에 연재소설의 요구는 늘 받아왔지만 일체로 신문소설은 거절해 오던 나로서도 결혼을 앞두고 경제문제 해결책으로 승낙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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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나에게 있어서 첫 훼절이었다. 아직껏 누가 무슨 소리를 하던 간에 나는 내 길만 닦아 나아간다던 그 주장은 꺾이고 대중소설에 손을 댄 나의 첫번의 훼절이었다.
 
9
이리하여 첫번 신문소설을 쓰기 위하여 龍岡(용강) 온천으로 가서 「젊은 그들」의 첫머리를 좀 써서 동아일보사로 보내자 동아일보는 그만 무기 정간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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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동아일보 편집국장이던 춘원 이광수에게서 간곡한 위로의 편지가 있었으나 나는 에라 잘 됐다쯤으로 쓰기 싫은 글 안 쓰게 되었으니 결국 잘 되었다고 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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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中外日報》(중외일보)(《시대일보》의 후신이다)에서 또 장편을 하나 요구한다. 그래서 《중외일보》에 대해서는 내 주장을 충분히 표시한 뒤에 그런 조건 아래서라도 써 달라면 써 주겠노라고 하여 「太平行」(태평행)을 쓰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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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간 처분을 받았던 동아일보는 그 가을부터 다시 나기 시작하였다. 거기는 「젊은 그들」이 실리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중외일보》가 나다 말다 하다가 깜빡 꺼지고 말았다. 「태평행」은 5, 60회 연재되다가 중단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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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이 땅에서 글 쓰는 사람의 비애란 자기가지여서 다 손꼽기도 어렵거니와, 작품 발표기관 문제도 그 큰 것의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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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이건 잡지건 작가에게 별별 소리를 다 하여 연재물을 시작하게 한 뒤에는 뒷 책임은 아주 무시해 버린다. 신문(혹은 잡지)의 체면과 체재상 소설 한편쯤 연재해야겠으니 연재를 하는 것이지, 그 작품이 완결되건 말건 그런 것은 염두에 두지 않는다. 그런지라 몇천 편의 소설이 신문이나 잡지에서 시작만 되다가 그 신문(혹은 잡지)의 폐간으로 중단되어 버렸는지 일일이 다 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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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행」도 《중외일보》의 폐간으로 중도에 끊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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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ㅡ 연말 가까이 나는 열 편의 창작과 그 밖에 4, 5편의 수필을 써 가지고 상경하였다. 그 새 독신생활 3년에 축적된 정력을 한꺼번에 쏟은 것 이었다. 열흘 동안에 창작 열 편과 수필 4, 5편을 써 던진 것이었다. 그것을 모두 돈으로 바꾸니 꽤 오래간만에 주머니가 두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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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두둑한 주머니를 털어서 평양에 남겨둔 오누이 두 아이의 겨울옷을 사 가지고 돌아올 때에 나는 돈의 힘의 고마움을 통절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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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뒤 나는 새 안해를 맞아왔다. 그러나 그 전후부터 나는 강렬한 불면 증에 걸려서 신음하던 중이었다. 파산이라 失妻(실처), 이런 가지가지의 불행한 사고가 만들어낸 병으로서, 약혼기간 중 약혼자를 찾아다닐 때도 최면제는 늘 끼고 다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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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상섭과 나와의 새에 소위 발가락 문제의 사건이 생긴 것이 아마 이때였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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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인(金東仁) [저자]
 
1948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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