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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대(三代) ◈

◇ 새 누이동생 ◇

해설목차  1권  2권  3권  4권  5권  6권 7권  8권  9권  10권  11권  12권  13권  14권  15권  16권  17권  18권  19권  20권  21권  22권  23권  24권  25권  26권  27권  28권  29권  30권  31권  32권  33권  34권  35권  36권  37권  38권  39권  40권  41권  42권  염상섭

1. 새 누이동생

1
덕기는 잔데 조부 몰래 빠져 나와 총독부 도서관에 들어가 앉아서 반나절을 보냈다. 급히 참고하여야 할 것은 아니나 어디서 시간 보낼 데가 없기 때문이다. 제삿날 집에 들어앉았으면 영감님이 안방으로 드나들며 잔소리하는 것도 듣기 싫고, 안에서는 여편네들이 법석들을 하는 통에 부쩝을 할 수 없는데다가 생전 붙잡아 보지 못하던 모필로 조부 앞에 꿇어앉아서 축문을 쓰기도 싫고 제물을 괴어 올리는 데 시중을 들기도 싫었다. 하여간에 오늘 은 조부의 분부가 내리기 전에 일찌감치 빠져 나왔다가 어둡거든 들어가자는 것이었다. 덕기는 전깃불이 들어오기 전에 도서관에서 나와서 어디 가 차나 먹을까 하고 진고개로 향하였다. 병화 생각도 나기는 하였지만 병화를 끌면 또 술을 먹게 되고 게다가 사람을 꼬집는 그 찡얼대는 소리가 머릿살도 아파서 혼자 조용히 돌아다니는 편이 좋았다. 우선 책사에 들어가서 책을 뒤지다가 잡지 두어 권을 사들고 나와서 복작대는 거리를 예서 제서 흘러나오는 축음기 소리를 들어가며 올라갔다.
 
2
일전에 병화가 갔던 바커스 생각이 났다. 경애가 여전히 잘 있나? 하는 생각도 떠오른다. 그 동안 며칠이 퍽 오래된 것 같기도 하고 그날 저녁 일이 먼 날 꾸었던 꿈같이 기억에 흐릿하기도 하다. 떠나가기 전에 한 번 더 가서 경애를 만나보고 자세한 사정이나 물어보고 가려는 생각이 없지 않았고, 또 그저께 저녁에 병화와 새문 밖 '소바' 집에서 나와 끌고 그리 가볼까 하는 생각도 하였으나 병화를 데리고 가면 조용히 이야기가 되지 못할 것이요, 공연히 부친의 감추어진 허물까지 병화에게 알리게 될 것이 싫어서 언제든지 가면 혼자 가보리라 하는 생각이었었다. 그러나 좀처럼 갈 용기가 아니 났다. 진고개로 향할 때부터 몽롱히 그런 생각이 아니 나는 것은 아니었으나,
 
3
'하지만 거기에는 술뿐이요 밥이 없어...'
 
4
바커스가 가까워오니까 덕기는 이런 생각을 하고 그만 두어 버리겠다고 생각을 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아 가려는 핑계에 지나지 않았다.
 
5
'지금 못 가면 못 가보고 떠나는 게다. 그 동안에- 봄방학에 다시 귀국할 동안에 또 어디로 불려갈지 모르니까 결국 다시는 영영 못 만날지 모른다...'
 
6
이렇게 생각하면 그래도 그대로 가버리는 것이 섭섭하고 인사가 아닐 것 같기도 하다.
 
7
'하지만 내가 안 찾아가본다고 인사가 아닐 것이야 무어 있나! 자기네들이 해결할 문제면 자기네들이 해결할 것이요, 또 벌써 해결되었으면 고만 아닌가...'
 
8
이렇게 내던지는 생각으로 단념해버리려고도 하였다. 그러나 딸- 누이가 살았다면 문제가 그렇게 간단할 것도 같지 않다.
 
9
'간단치 않으면 어떻게 또 하나? 간단치 않을수록 내 힘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요, 자기네들도 그만 생각들이야 있겠지!... 그러나 한 핏줄이다!... 부모가 다아 세상을 떠난다면 그 애는 누가 거두나?'
 
10
덕기는 머릿속이 띵하였다. 부모들의 일이니만큼 또 게다가 경애란 사람이 단순히 서모이었던 사람이 아니라 자기와는 어렸을 때 동무니만큼 모든 일이 거북하다. 덕기는 성질이 무뚝뚝하게 무어나 딱 끊어버리는 사람 같으면 아무 일 없지만 그렇지도 않은 성미다. 너무 다심하고 다감하니만큼 무엇을 보거나 듣고는 혼자 꺼림해하는 것이다.
 
11
'어쨌든 차나 먹어가며 좀더 생각을 해보고 가든 말든 하자.'는 생각을 하며 찻집을 고르며 천천히 걷는다.
 
12
"어디 가요?"
 
13
진고개 복작대는 길바닥이라 뒤에서 이런 여자의 목소리가 들릴 법하나 덕기는 그대로 걷는다.
 
14
"나 좀 봐요!"
 
15
바로 뒤에서 같은 목소리가 난다. 덕기는 귀가 번쩍하며 휙 돌아다보았다.
 
16
경애가 딱 섰다!
 
17
웃지도 않는 얼굴로 누구를 나무라는 사람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마주 바라본다.
 
18
덕기는 마침 이렇게 만난 것이 신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
 
19
"어디 가슈?"
 
20
경애는 그제야 조금 상글해 보인다.
 
21
"좋은 찻집은 없나 하고 찾는 중인데..."
 
22
하고 덕기도 의미 없이 웃어 보인다.
 
23
"그런데 왜 그저 안 떠났소?"
 
24
"내일이면 떠날 텐데..."
 
25
덕기는 말끝을 어떻게 아물려야 좋을지 몰라서 어름어름한다. 깍듯이 공대도 하기 싫고 반말도 하기 어려운 터이다.
 
26
"내가 바쁘지만 않으면 어디든지 같이 가서 이야기라도 좀 하겠지만..."
 
27
하며 경애는 눈을 말똥히 뜨고 무슨 생각을 한다.
 
28
"그리 늦지도 않았는데 잠깐 근처에서 저녁이나 먹읍시다그려. 그렇지 않아도 좀 다시 한번 들러볼까 하였던 터인데..."
 
29
"이야기할 것도 별로 없지만, 아이가 감기로 대단해서 지금 가는 길인데..."
 
30
"어디루든지 잠깐 갑시다."
 
31
'아이'라는 말에 덕기는 더욱이 붙들어 물어보고 싶었다.
 
32
"그럼 잠깐만..."
 
33
하고 경애는 따라섰다.
 
34
덕기는 나란히 서서 걸으면서 이전 경애와 지금 경애를 비교해 보았다. 벌써 5년만에 비로소 만났건마는 얼굴은 조금도 상한 데가 없어 보이고 키도 그때보다 더 컸을 것 같지도 않았다. 다만 얼굴 표정과 몸 가지는 것, 수작 붙이는 것이 달라졌을 뿐이다.
 
35
'이 여자가 바커스 같은 그런 조그마한 술집의 고용살이꾼이라고 누가 곧이 들을꾸?'
 
36
덕기는 경애의 양장한 모양을 보고 혼자 생각을 하였다. 속에다가는 무엇을 입었는지 어스름한 속에서 보이지 않으나 위에 들쓴 짙은 등황색 외투와 감숭한 모자와 서슬 있는 에나멜 뾰족구두로 보아서 어디 무도장이나 무대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만한 차림차림이다.
 
37
"아이는 지금 어디 있는데, 대단하진 않으우?"
 
38
한참만에 덕기가 입을 벌렸다.
 
39
"창골 어머니한테. 그런데 돌림감긴지 벌써 사흘째나 되는데 점점 더해 가나 봐- 뒈질 거면 어서 뒈저버려두 좋겠지만."
 
40
경애는 이런 소리를 하고 입을 뾰족 내민다.
 
41
다른 데는 번화할 것 같아서 역시 일본 국숫집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42
할말이 많을 것 같으나 막상 마주 앉고 보니 할말이 없었다.
 
43
"다들 안녕하슈?"
 
44
경애가 먼저 입을 벌렸다.
 
45
"예에."
 
46
"아버지께서는 여전히 '아아멘' 하시구?"
 
47
경애는 모멸하는 냉소를 띄운다.
 
48
"그렇지요."
 
49
덕기도 열없는 웃음을 띄웠다. 부친의 말이 나오는 것은 괴로웠다.
 
50
경애는 저녁을 먹고 나왔다고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덕기도 한편이 가만히 앉았으니 먹고 싶지 않아서 국수 한 그릇만 시켰다.
 
51
"지금 있는 데는 어떻게 간 거요?"
 
52
덕기는 우선 궁금한 것을 묻기 시작하였다.
 
53
"왜요?"
 
54
하고 경애는 웃기만 하다가,
 
55
"그 주인 여편네가 내 동무지요. 그래서 첫솜씨고 하니 같이 해보자고 끌어서 심심하기에 그대로 가본 것인데 재미있어요."
 
56
하고 살짝 웃는다.
 
57
덕기는 더 캐어묻기도 어려웠다.
 
58
"그애 몇살 되었소? 계집애던가..."
 
59
"이제 다섯 살이라우. 허지만 아들이었더면 더 성이 가셨을 게야."
 
60
부끄러워하는 기색도 없이 이렇게 대답을 하다가,
 
61
"그애야말로 예수--계집애 예수지."
 
62
하고 또 냉소를 한다.
 
63
"왜요?"
 
64
"애비 없는 아이니까 말요."
 
65
"왜?"
 
66
"호적이나 했다구? 예수교인--목사님은 그런 딸은 소용없고 조씨 댁의 가문을 더럽히니까 으레 그럴 것 아니오."
 
67
뱉듯이 이런 소리를 할 때 경애의 얼굴에는 살기가 잠깐 떴다 꺼진다.
 
68
덕기는 잠자코 국수만 쫓겨가는 듯이 먹고 일어섰다.
 
69
"글은 좀 외지지만 한번 안 가 보시려우? 지금 와서야 어린 게 불쌍하니 어쩌니 하고 싶지도 않지만 어쨌든..."
 
70
경애는 '소바' 집에서 나와서 진고개 길을 같이 내려오며 이런 소리를 꺼냈다.
 
71
경애는 '어쨌든...' 하고 말끝을 흐려버리는 것은 '어쨌든 한 핏줄이 아니냐' 하고 싶었으나 차마 입에서 나오지를 않았던 것이다.
 
72
덕기도 말눈치를 못 알아들은 것은 아니나 가자고 선뜻 대답은 아니 하였다.
 
73
처음부터 모른 척해 버리거나, 자란 뒤에는 몰라도 앓는 아이를 일부러 찾아가 볼 필요는 없을 것 같이도 생각이 들었다. 찾아가 볼 성의- 성의라는니보다도 애정이나 의리가 있다면 그것은 부친의 일이다. 쥐뿔나게 자기가 튀어 나설 막이 아닐 성도 싶었다.
 
74
'대관절 아버지는 어떤 생각이시고 얼만한 정도의 책임을 느끼시는 건가? 그는 그렇다 하고 민적을 안 해 주면 그 애는 자라서 어떻게 되라는 샘인고!...'
 
75
이런 생각을 하니 경애가 가엾고 보지 못 한 이복동생이 불쌍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그리고 이 두 모녀가 가엾으면 가엾을수록 부친이 또 못마땅하였다.
 
76
"내가 어째서 그렇게 되었는지 또는 어째서 지금 이렇게 되고 말았는지 그건 혹시 덕기씨도 알지 모르지만 알면 아는 대로 모르면 모르는 대로 내버려두고 내게 물을 것도 못 될 거요, 또 내가 말을 내놓고 시비를 따지고 싶지 않지만 어쨌든 그 애나 한번 가서 만나 보아 주시구려. 가만히 생각하면 역시 쓸데없는 일이요, 덕기씨로서는 성가신 군일이겠지만 그래도 그 애 쪽으로는 일 년 열두 달 한 번 들여다보는 사람도 없으니까. 아무리 어린것일지라도 너무 가엾어서..."
 
77
경애의 말은 의외로 감상적이었다.
 
78
'이 여자도 역시 보통 여성, 가정적 어머니로구나!'
 
79
덕기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가자고 응낙을 하였다.
 
80
"내 처지는 실상 생각하면 우스꽝스럽게 난처는 하지만 그 애를 생각하면 가 보는 것도 옳은지 모르고... 또 더구나 아버지께서 그대로 내버려 두신다면- 그리고 역시 조가로 태어난 다음해는 10년 후 20년 후에 아무도 돌볼 사람이 아주 없어진다면 나마저 시치미를 뗄 수도 없지 않소. 이왕이면 잘 길러놓아야지 어리삥삥하게 내버려두었다가 사람들 버려놓는다든지 한 뒤에 거둔댔자 꼴만 안 될 것이오..."
 
81
덕기는 말하기가 퍽 거북한 듯이 떠듬떠듬 이런 소리를 해 들려주었다. 조가의 집 가문 더렵히지 않게 주의하라는 다짐이다.
 
82
경애는 찬찬히 걸으면서 귀만 귀울이고 아무 대꾸도 아니하였다. 어쨌든 그만큼이라도 생각해주는 것이 나이 보아서는 숙성하고 고맙기도 하였다. 그뿐 아니라 사실 말하자면 네 아버지 대신에 너라도 맡아가거라 하는 생각이 있어서 데리고 가서 보이려던 것인데 이편이 꺼내기 전에 저편에서 그만큼 생각하고 있는 것은 반가웠다.
 
83
'어쨌든 한번 만나뵈어 놓고 자주 찾아다니게 하면 그러는 동안에는 버리지는 못하게 되는 게다!'
 
84
이런 생각도 경애는 하는 것이다.
 
85
경애의 집은 북미창정 쑥 들어가서였다. 덕기는 처음 오는 길이라 다시 찾아나가기도 어려울 만큼 구석지다.
 
86
"약이나 좀 지어 가지고 왔니?"
 
87
모친은 기다렸다는 듯이 내달으며 소리를 치다가 덕기가 뒤에 섰는 것을 보고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88
집은 비교적 오똑한 얌전한 기와집이라 전등을 환히 켠 마루 안을 들여다보아도 살림이 군색하지는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89
'누구하고 사나? 아버지가 차려준 것일까?'
 
90
이런 생각을 하면서 덕기는 마루 위로 뒤따라 올라섰다.
 
91
누웠던 어린 아이는 엄마를 보고 금시로 캥캥거린다. 하루에 한 번식 보지만 이 엄마에게 안겨보는 일은 드물다.
 
92
그렇기 때문에 누워서 짜증을 낼 뿐이지 엄마더러 안으라고는 아니한다.
 
93
"우지 마라, 손님! 손님!"
 
94
하고 덕기를 가리키니까 낯 서투른 손님을 말끔히 쳐다보다가 이번에는 아주 울어 버린다.
 
95
"우리 예수씨- 우리 그리스도!"
 
96
젊은 어머니는 외투를 벗어서 벽에 걸고 와서 앉으며 누운 아이를 무릎 위에 안아 올린다.
 
97
덕기도 아랫목 발치에 앉았다.
 
98
"오빠! 오빠야. 너 아빠 보고 싶다고 하였지?"
 
99
하며 경애는 아이를 추슬러서 덕기 편으로 얼굴을 내민다. 열기로 해서 얼굴이 빨갛게 피어오른 아이는 오빠라는 소리에 눈물 어린 두 눈을 놀란 듯이 크게 뜨고 바라보다가 어머니 겨드랑 밑으로 고개를 파묻는다.
 
100
"왜? 오빠 안 것 같으냐?"
 
101
하고 경애는 덕기에게로 향하여 웃는다. 자기 입에서 오빠라는 말이 거침없이 나오는 것이 속으로 우습고 열없기도 하지만 덕기의 귀에도 서툴렀다.
 
102
영리한 예쁜 애라고 덕기는 생각하며 벙벙히 앉았기가 안되어서,
 
103
"아직두 열이 있겠군! 한약을 좀 써보지요."
 
104
하고 경애의 모친을 쳐다보았다.
 
105
모친이란 사람은 좀 수다스럽고 좀 거벽스러워는 보이나 함부로 된 위인 같지는 않다.
 
106
이 때까지 눈치만 슬슬 보고 앉았던 모친은 입을 벌린 틈을 탄 듯이,
 
107
"이 양반이 맏아드님?"
 
108
하고 딸에게 눈짓을 슬슬 한다.
 
109
딸도 눈으로 대답을 하며,
 
110
"우리 어머니세요."
 
111
하고 덕기에게 인사를 시킨다.
 
112
"응, 이 양반이 맏아드님이야!"
 
113
하고 누구를 놀리듯이 뇐다.
 
114
아까부터 오빠라는 말에 알아차렸던 것이나 좀 못마땅한 얼굴빛으로 호들갑스럽게 대꾸를 하고 나서 수다를 늘어놓으려 한다.
 
115
어쩌면 그렇게 발을 뚝 끊으신단 말이오? 이 때 3년이 되어야 같은 서울 안에서 자식이 궁금해서라도 좀 들여다보아 줄 게 아니오? 내 딸하고 무슨 원수를 졌기로 그럴 수는 없는데..."
 
116
딸이 눈짓을 하다못해,
 
117
"그런 소리는 왜 이 양반보고 해요!"
 
118
하고 핀잔을 주니까 말을 멈칫하다가 그래도 분이 치미는 듯이,
 
119
"어쨌든 이걸 이만치라도 켜놓을 제야 이 늙은 년의 뼛골이 얼마나 빠졌겠는가를 좀 생각해보라고 가서 말씀이나 하우."
 
120
하고 얼굴이 시뻘개진다.
 
121
덕기는 의외의 큰소리에 뜨끔하지 않을 수 없었으나 꿀 먹은 벙어리처럼 고개를 수그리고 앉았을 따름이다. 애초에는 어떻게 된 일이요 또 무슨 까닭에 헤어졌는지 궁금은 하나 물어볼 수도 없었다.
 
122
"이, 장한 집 한 채 맡기었다고 어린애도 아니 돌아보니 그럴 자식을 왜 낳아 놓았더란 말이오?"
 
123
모친이 또 말을 꺼내려니까, 경애는 암상을 내며 모친더러 건넌방으로 가라고 소리를 친다. 덕기는 애매한 야단을 만나나 어찌하는 수 없었다. 그러면 '응, 이 집은 아버지가 사주신 집이로군!' 하며 무슨 새 소문이나 들은 듯싶어 노파의 입에서 또 무슨 말이 나왔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하였다.
 
124
"왜 말 못할 게 무어냐? 무슨 죄졌니? 부자간이면야 부친에게 당한 듣기 싫은 소리라도 듣는 것이지... 당신이나 이애(어미 무릎에 안긴 애를 가리키며)나 아버지 잘못 만난 탓이지. 어쨌든 이제는 이 애를 데려 가슈. 당신두 이제는 공부 다하고 나온 모양이니 아버지가 안 데려다 기른다면 당신이라도 데려다가 기르슈. 어엿한 누이동생인데 데려다 기르기로 억울할 건 조금도 없을 게니!"
 
125
"가만히 계셔요. 어떻게 하든 좋도록 조처를 하지요. 그보다도 어서 약을 써서 병부터 나아야 하지 않아요?"
 
126
덕기는 겨우 이렇게 한마디를 하였다.
 
127
"어머니는 괜히 까닭도 모르는 이를 붙들고 왜 이러슈. 참 정말 어서 건너가세요."
 
128
하고 딸은 민주를 대듯이 모친을 또 윽박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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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참조
▣ 기본 정보
◈ 기본
삼대(三代) [제목]
 
염상섭(廉想涉) [저자]
 
1932년 [발표]
 
◈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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