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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대(三代) ◈
◇ 답장 ◇
해설   목차 (총 : 42권)     이전 24권 다음
1932년
염상섭
1
삼대(三代)
2
24. 답장
 
 
3
"홍경애란 카페의 그런 여자인 줄만 알았더니 퍽 얌전하고 좋은 사람이던데요?"
 
4
"어떻게 좋아?"
 
5
"모던 걸은 모던 걸이지마는, 얌전하고 싹싹해 보이지 않아요?"
 
6
병화도 필순이 경애를 칭찬하는 것이 반갑기는 하나 단순히 싹싹하고 얌전하다고만 칭찬
 
7
하는 것은 미흡하였다. 그보다도 경애가 자기네 일을 용감하게 도와주는 점을 창찬하여 주었더면 더 좋았을 것이다.
 
8
"카페 계집애려니 하는 생각은 어떻게 해보았어? 뉘게 들었어?"
 
9
필순은 대답이 딱 막혔다. 덕기의 편지를 몰래 보고 알았다는 말을 해도 좋을 것 같기는 하나 그만두어버렸다.
 
10
"진고개 그 집에 다니지 않아요? 어쨌든 선생님이 행복이십니다. 그런 좋은 데가 있는데 왜 여기서 이 고생을 하셔요. 어서 떠나가셔요."
 
11
필순은 놀린다.
 
12
"당치 않은 소리 말어! 그런데 참 여기 좀 앉어요, 할말이 있으니."
 
13
병화는 벽에 기대어 섰는 필순이 가까이 앉기를 기다려서 은근히 말을 꺼낸다.
 
14
"공장도 이제는 멀미가 나지?"
 
15
"그저 그렇지요."
 
16
"흠..."
 
17
하고 병화는 잠깐 침음하다가,
 
18
"이젠 음력설도 얼마 아니 남았으니까 필순이도 열 아홉 살이 되나? 스물이 되나?"
 
19
"그것 왜 물으세요?"
 
20
하고 필순은 얼굴이 살짝 발개진다.
 
21
"아니, 내가 중매를 하나 들어보려고. 허허허 얌전한 신랑이 하나 있는데..."
 
22
병화는 또 금시로 실없는 소리를 꺼냈다.
 
23
"몰라요, 몰라요,"
 
24
하며 필순이 일어서려니까,
 
25
"잘못 했어. 다시는 그런 소리 안할게 앉어요."
 
26
하고 병화는 빌어서 앉히고 그런 실없는 소리는 안 하리라고 생각하였다. 장엘 다닌달 수도 없고 시집은 가기 싫다고 어떻게 하면 좋담? 그야 내가 걱정을 안 해도 아버지 어머니께서 더 걱정을 하실 것이요, 필순이도 생각이 있겠지마는..."
 
27
"무에 걱정예요. 귀찮은 세상 죽어버리면 그만이지요. 무에 알뜰한 세상이라구..."
 
28
필순은 이런 소리를 잘하였다. 이맘때 계집애는 이런 말이 입에서 저절로 나오는가 싶었으나 어쨌든 가엾은 일이라고 병화는 생각하였다. 일전에 받은 덕기의 편지가 생각났다- 청춘의 꿈을 아름답게 꾸게 해 주어라...
 
29
병화는 코웃음을 무심코 쳤다.
 
30
필순은 병화가 혼자 실소를 하는 것을 말끔히 치어다보다가,
 
31
"왜 웃으세요?"
 
32
하고 시비조로 묻는다.
 
33
"아니- 죽는다니 말야. 죽기는 그렇게 쉰 줄 아나? 아예 그런 소리는 해 버릇 말어."
 
34
하고 병화는 덕기의 말을 냉소한 것이나 딴청을 하고 나서,
 
35
"그래 공부를 해보고 싶어?"
 
36
하고 물었다. 그러나 덕기의 말을 전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37
"왜요? 무슨 도리가 있어요?"
 
38
필순은 덕기의 말이 나오고 마는 게다 하며 반색을 아니할 수 없었다.
 
39
"어쨌든 할 수 있다면 해보겠어?"
 
40
"글쎄, 어떻게 해요? 제일 집안 때문에?"
 
41
"집안 일은 어떻게 되었든간에."
 
42
필순은 덕기가 자기 집 생활까지 돌보아 주마고 하지나 않았나 하는 공상을 해 보고는 고마운 생각과 그 사람이 왜 그처럼 열심일까 하는 의혹과 겁이 뒤섞여 났다.
 
43
"그래 공부를 하려면 무얼 하겠누?"
 
44
"아무거나 하죠."
 
45
사실 이것을 하겠다고 결정한 것은 없다. 그러나 장래 취직할 수 있는 점을 첫째 조건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46
"그러면 말야. 좀 멀리 떨어져 가야 공부할 길이 생긴다면 어떻게 할꾸?"
 
47
병화는 한참 주저하는 눈치더니 딱 결단했다는 표정으로 묻고 필순의 얼굴을 바라본다.
 
48
"멀리 어디요? 일본요?"
 
49
필순은 덕기가 있다는 경도를 생각하였다.
 
50
"아니, 그런 데는 아니고, 좀 가기 어려운 데야."
 
51
병화의 말에 필순은 자기의 공상이 깨어진 듯이 얼굴빛이 차차 변하여 간다.
 
52
붉은 나라 서울 모스크바로 공부하러 가지 않겠느냐는 말에 필순은 놀라움과 실망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53
"그런 데를 내가 어떻게 가요? 단 세 식구에서 내가 빠지면 어머니 아버지는 어떻게 사시게요?"
 
54
필순은 그런 일은 생각만 하여도 눈물이 날 것 같다. 굶으나 먹으나 따뜻한 부모의 사랑에 싸여 있고 싶은 것이다.
 
55
예전에 잘살 때 집에 둔 개가, 새끼 하나가 축이 난 것을 보고 먹지도 않고 온종일 들락날락거리던 것이 생각난다.
 
56
필순은 그 생각만 하고도 눈물이 괸다. 노서아라면 첫대바기에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서백리아다. 망망무제한 저물어가는 벌판에 다만 하나 어린 계집애가 가는 듯 마는 듯 타박거리며 가는 조그만 뒷모양이 원경으로 눈앞에 떠오른다. 그것이 자기라고 생각할 제 또 눈물이 솟을 것 같다.
 
57
"왜 싫어? 어머니 치맛고리에서 떨어질 수가 없어? 이런 속에 들어앉으면 별수 있나? 시원하게 몇 해 동안 나돌아다니며 공부도 하고 구경도 하고 오면 좋지 않어? 이 좁은 천지에 들어앉었으려야 나는 싫어! 나도 뒤쫓아갈 테니까 적적하다거나 염려될 거야 없지. 가보기로 하는 게 어때?"
 
58
병화는 열심으로 권한다. 그러나 필순에게는 귓가로 들렸다. 덕기가 아무쪼록 그러한 데로 끌어넣지 못하게 하는 것과는 정반대로 자기 집 사정을 보다시피 뻔히 알면서 이렇게 강권하는 것이 한편으로는 무정한 것같이도 생각되었다. 그러나 자기가 나가면 뒤미처서 쫓아오겠다는 말을 듣자 필순은 눈이 번쩍 뜨이는 것 같았다.
 
59
일도 일이거니와 둘의 세계를 찾아 모스크바에 가자는 말인가? 그러면 이 사람이 이때까지 내게 대해서 남유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인가? 꿈에도 생각지 않았던 일이나 그렇다고 놀라지는 않았다. 그러나 덕기의 편지로 보거나 이 때까지 서로 지낸 것으로 보거나 친하다는 남매간 같고 친구 같고 사제 간 같았을 뿐인데 저에게는 그렇게 말을 하여도 그것은 공연한 소리요, 자기 속생각은 따로 있었던가? 만일 그렇다면 홍경애와의 관계는 어떠한 것인가?
 
60
그것은 또 그만두고라도 정작 공부를 시키겠다는 덕기의 말은 지난 결에도 꺼내지 않으니 그것은 웬일일꾸? 혹시는 어제 달아난 피혁이라는가 하는 사람을 쫓아가라는 말인가? 그렇다면 피혁의 일을 도우라는 말인가? 혹은 아까 중매를 서마느니 신랑감이 있다느니 한 것으로 보아서 피혁을 쫓아가면 자연히 공부도 되고 결혼도 하게 되리라는 계책으로인가?
 
61
필순의 공상은 끝간 데를 몰랐다.
 
62
"부모가 안 계시면 아무렇게도 좋겠지마는... 그것도 남같이 동기가 많으면 먼 데라도 가겠지마는 내가 없으면 어머니 아버지는 어떡허시라구!"
 
63
필순은 또 한 번 같은 말을 탄식하듯이 뇌었다.
 
64
"만일 어머니 아버지께서 허락하신다면 어떡할 텐가?"
 
65
"허락하실 리두 없구 또 그렇게까지 해서 공부하긴 싫어요. 나 같은 여자가 필요하면 홍경애를 보내시면 어때요? 아무것두 모르는 나 같은 여자가 것이 그런 데를 가서야 공부도 안 될 것이요, 일도 안 될게 아닙니까?"
 
66
필순은 아무래도 그런 일생의 무거운 짐을 지고 유랑의 생애를 보낼 생각은 없었다. 부잣집 며느리가 되어가지고 호강하자는 것은 아니나, 벌어서 부모나 봉양하다가 시집을 가게 되면 갈라는 생각밖에 그리 큰 생각은 없는 것이다. 공부를 하겠다는 것도 직공 생활보다는 좀더 수입 있는 직업을 얻자는 수단이다. 평소에 부친이나 병화에게 감화를 받기는 받았으나 그렇다고 가정을 버리고 부모를 떠나서 무슨 일을 해보겠다는 것은 아니요, 결혼이나 일생의 행복까지 바친다는 것은 아니다.
 
67
"글쎄 말이야. 홍경애도 나갈 것이니 더욱 좋지 않은가. 내가 먼저 나가든 홍경애가 먼저 나가든 할 게니까 우리 모두 함께 나가서 마음놓고 살아 보자는 말이지."
 
68
이 말에 필순은 다시 의심이 든다. 아까 말눈치로 보아서는 둘이만 나가자는 것 같더니 홍경애까지 데리고 가면 자기에게 무슨 애욕을 가지고 권하는 것도 아닌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다만 일을 위하여서인 듯싶기도 하다. 그러나 그리 깊은 뜻은 없었다.
 
69
병화가 피혁한데 맡은 일 가운데 남녀 학생을 수삼인 골라 보낼 것도 하나인 때문에 필순의 사정은 모르는 바 아니나 공부하지 못해 애를 쓰는 판이니 어쩌면 나설 듯싶어서 물어본 것이나, 의외로 가정적 보통 여자와 다름 없는 것을 보고 실망하였다. 경애도 가리라는 말은 실상 의논 해본 일도 아니거니와 경애에게는 자식이 매달렸으니까 더욱 어려울 것이다. 그러고 보면 자기 아는 여자 가운데서는 별로 고를 만한 사람이 없다. 어쨌든 병화는 자기 맡은 일을 엉구어놓고서는 뛰어나가고 싶으나 그전에 내보낼 사람을 내놓아야 할 것이요, 또 이왕이면 필순이나 경애 같은 잘 아는 여성 하나를 내보내 두고 싶은 것이다.
 
70
"공부는 하고 싶어도 일본 같은 데 가서 편안히 대어주는 학비나 받아 쓰고 할 자국을 구하자니 어디 그런 입에 맞는 떡이 있을라구."
 
71
병화는 웃는다. 그러나 그 웃음이 비웃는 것 같은 데에 필순은 깜짝 놀라서 얼굴이 붉어지면서도 심사가 나서 잠자코 있다.
 
72
"그런 자국을 얻자면 돈 있는 늙은 놈의 첩 노릇이나 할 생각이 있으면 모르지마는 지금 세상에..."
 
73
병화의 불뚝심지는 또 이런 듣기 싫은 소리를 거침없이 하는 것이다. 필순은 듣기가 분하였다. 그러면서도 덕기의 말은 여전히 털끝만큼도 꺼내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느니보다도 미웠다. 만일 덕기에게 시기를 해서 그런다면 더러운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74
"아무러면 몸팔아가며 공부하자나요."
 
75
필순은 울고 싶은 감정으로 한마디하였다.
 
76
"그렇게 노할 게 아니라 지금 세상이 그렇다는 말이지. 지금 세상은 교육이라든지 학문이라는 것이 직업을 얻기 위한 수단이라는 데서 또 한 걸음 더 타락해서 결혼 조건이나 여자의 몸치장의 하나가 되었으니까 말이지. 여학생이라면 계집 자식 버리구 두 번 장가들려는 이런 세상이 아닌가. 허허허."
 
77
"그런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겠지요."
 
78
필순은 앙하는 소리로 대꾸를 한다.
 
79
"그렇지 않은 사람은 누구야?"
 
80
병화는 덕기를 생각하며 물었으나 필순은 대답을 주저한다.
 
81
"그래 그렇지 않은 사람이 공부를 하라면 할 텐가?"
 
82
필순은 역시 대답이 없다. 대답이 없는 것은 그렇게 하겠다는 말 같다.
 
83
"조덕기군이 공부나 시켰으면 좋겠다고는 하지마는 남의 은혜란 무서운 것이요, 받으면 받으니만큼 갚아야 할 것이니 무엇으로 갚을 텐가? 갚기를 바리지 않는 사람이 이 세상에 얼마나 있을까?"
 
84
필순은 그도 그렇기는 하다고 생각하였다.
 
85
"만일 조군이 독신이라면 나도 구태여 불찬성은 아니지마는 처자가 있지 않은가, 게다가 나이가 어리지 않은가?..."
 
86
필순은 고개를 떨어뜨리고 앉았을 뿐이다. 그 말도 옳은 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87
병화는 말을 끊어버리고 필순을 내보낸 뒤에 버둥버둥 누웠다가 일전에 받은 덕기의 편지를 생각하고는 오늘 답장을 써볼까 하여 책상 앞으로 다가앉았다.
 
88
서랍을 우선 여니 덕기의 찢어진 편지가 나온다. 일전에 피혁과 만나게 되던 날 나갈 제 또 무슨 일이 있을까보아 휴지를 버리려고 아직은 둔 것이다.
 
89
혹시 필순이가 이 편지를 꺼내 보지나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하니 이렇게 눈에 뛸 데에 넣어둔 것이 안 되었다는 생각도 하면서 두 쪽에 난 봉투에서 꺼내서 맞붙여 가며 다시 한 번 훑어보려니까 한편에는 제 차례대로 넣었으나 한 토막 편은 중간에 차례가 바뀌었다. 두 동강에 쭉 찢었다가 넣어둔 것이니 바뀌면 두 편이 다 바뀔 것이다.
 
90
"흐응, 꺼내 봤구나."
 
91
하며 병화는 하는 수 없다는 생각을 하였다.
 
92
무료한 세월이 고치에서 실 풀리듯이 지리하게도 질질 끌려나가네. 우리 나쎄에 인생이 무료하대서야 나도 벌써 쓰레기통에 들어갈 인생일세마는 좀더 긴장한 그날그날을 못 보내게 될지? 도리어 감옥에 들어가 있는 사람은 긴장한 항력과 풀려나갈 희망을 가지고 있을 터이니만큼 이따위로 죽지 못해 사는 생명을 주체 못하는 사람이 나뿐이겠나? 나뿐이 아니라고 결코 위로가 될 것도 아니지마는...
 
93
피혁을 떠나보낸 뒤로는 부쩍 신경이 더 날카로워지고 늘 신변에 검은 그림자가 쫓아다니는 것 같아서 앞뒤를 더욱 경계하고 조심조심하는 터이거니와 차차 본격적으로 활동을 개시할 터이니까 이 편지도 경찰에서 검열할지도 모르겠다는 짐작으로 일부러 이 말부터 쓴 것이다.
 
94
이런 편지도 실상은 한가로우니까 소견삼아 쓰는 것일세마는 이제는 그만 두어야 할까보이. 바빠서 그런 게 아니라 결국 소용이 무어냐는 말일세. 자네가 아무리 나와 같은 시대에 숨을 쉬기로 자네야 미구에 할아버님이 그 유산과 함께 물려주실 시대의 꼬리에 매달려갈 사람 아닌가. 매달려간다기보다도 시대의 꼬리를 붙들고 늘어붙어 앉을 거 아닌가? 금고를 맡아 보게, 돈을 만져보게, 지금 생각으로는 뻗어가는 시대의 큰 수레에 탈 것 같을 듯싶지마는 그 육중한 금고를 안고 탈수야 없으니 시대의 꼬이나 붙들고 늘어질 수밖에 더 있겠나. 시대를 붙들어놓으려는 엉뚱한 생각은 다만 보수적일 뿐 아니라 당랑거철인 줄을 모르는 게 아니면서, 그밖에 갈 길이 없을 거니 내 설교쯤 마이동풍 아닌가? 쓸데없는 한문자의 유회는 해서 무얼 하겠나. 몇 해를 두고 길러내다시피 한 필순이도 실망일세마는 필순이 역시 결국에 시대의 꼬리를 붙들고 주저앉을 위인밖에 아니 되네. 여자란 원체 보수적이요, 새 시대의 선도자가 되기를 기대할 수는 없는 것이며 나이나 성격 관계도 없지 않겠지마는 필순이 하나도 내 힘으로는 시대의 수레에 집어올릴 수 없는 것을 생각할 제, 자네게 내가 천만 언을 하면 무엇하겠나. 자기가 무력한 탓이지? 나 닮으라고 설교를 하거나 강요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틀렸는지? 그것은 자네 판단에 맡기네마는 그러나 아직도 한 가지 믿는 것은 아무리 베돌던 닭도 때가 되면 홰 안에 제풀에 찾아들리라는 것일세. 필순이나 자네나 길을 돌아서라도 다시 만날 날이 있으리라는 말일세.
 
95
필순이는 지금 자네의 소원대로 그 소위 청춘의 꿈에 감잡혀 들어가는 판일세마는 여기에 안된 것은 자네의 편지를 골독히 쑤셔보았다는 사실이네. 이러한 객쩍은 편지는 그만두자고 한 동기도 거기에 있거니와, 내 시대로 걸어나오다가 자네의 시대에 주저앉아버린 중요한 암시를 준 것은 확실히 자네의 편지들이요, 자네의 그 값싼 동정인 것이 분명하이. 일이 이렇게 되고 보니, 그만 때 아이들로는 무리치도 않은 일이나 하여간 이제는 난 모르네. 필순이의 일은 자네가 알아 하게. 나를 중간에 세우지 말고 자네네 뜻대로 자네 힘대로 하게. 그러나 꿈이 깰 때, 현실로 돌아오면 반드시 또다시 나를 찾을 것을 믿네. 또한 자네만 하더라도 미구불원에 자네 할아버니께서 지키시던 모든 범절과 가규와 법도는 그 유산목록에 함께 끼여서 자네가 상속할 모양일세마는, 자네로 생각하면 땅문서만 이 필요할 것일세. 그러나 그 땅문서까지는 시대에 대한 민감과 양심이 있는 것을 내가 잘 아니까 말일세.
 
96
자네 부친- 그이는 자네 조부에게는 기독교도로서 이단이었지마는, 자네에게도 시대 의식으로서 이단일 것일세. 그에게는 얼마 동안 술잔과 19세기의 인형의 무릎을 맡겨두는 것도 좋은 일이나 아편을 정말 자시지나 않게 주의를 하게.
 
97
그리고 홍경애?- 이 여자는 아마 자네 부친의 것이라느니보다도 내 것이 되기 쉬울 가능성이 충분하이마는 그는 19세기가 아니라 20세기의 인형일세. 그 정도로 나는 사랑할지 모르네. 그만쯤 알아두게. 더 쓸 것도 없고 쓰기도 싫으니 부득요령의 잔소리가 되었네. 그러나 요령 있는 말을 하다가는 감수가 될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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