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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냥이와 염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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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상
최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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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냥이와 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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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어머니 없는 틈을 타서 사나운 짐승이 어머니 시늉을 하고 와서 집에 두고 간 자식들을 잡아먹으려 하는데, 어미의 부탁으로 자식들이 얼른 문을 열어 주지 않는 것을 목소리를 고치고 검은 손발에 흰칠을 하여 감쪽같이 속이고 들어가서 자식들을 잡아먹고 혹은 먹지도 못하고서 그 짐승이 큰 버력을 입은 이야기로 말하여도 조선· 몽고에만 있는 것 아니라, 뛰어가 서양 여러 나라에 더 재미 있는 본새의 여러 이야기를 발견하는 바입니다. 〈그림과 및 동화집〉이라고 하면 어린 아이들에게는 무론이요 어른들의 사이에도 애독되는 책이지요. 그 중의 어느 것은 문학상에 큰 讚賞[찬상]을 받기까지 함은 시방 새삼스레 설명할 것도 없는 일이거니와, 그 동화집(처음 출판이 西曆[서력] 一八一二年[일팔일이년])에 採錄[채록]된 게르만 民族[민족]의 민담 동화 一三○[일삼○]여 편의 중에서도 이러한 套式[투식]의 이야기를 찾아내자면 찾아낼 수 있읍니다. 우선 제五[오]번 승냥이와 염소의 새끼 일곱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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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 염소 하나가 새끼 일곱 마리를 데리고 사는데, 하루는 숲속으로 먹을 것을 찾으러 나가면서 새끼들더러 신신 당부하기를 「승냥이를 조심하여 혹시 變服[변복]을 하고 올지라도 집에 들이지를 말아라. 승냥이는 목이 쉰 목소리요 발이 새까마니까 주의해서 보면 너희들도 속을 까닭이 없느니라」 하고 나갔다. 얼마 아니 가서 문 밖에서 「문을 열어 다오. 네 어멈이다. 너희들 먹을 것을 가지고 왔다」하는데 쉰 목소리이므로 새끼 염소들이 핀잔주기를 「우리 어머니는 목소리가 고운데 너는 쉰 목소리니 승냥이야, 누구를 속이려고 하느냐」하였다. 승냥이가 市街[시가]로 나와서 白墨[백묵] 하나를 사 먹어 목소리를 다듬어 가지고 와서 또 문을 열라고 하면서 새까만 발로 창 지방을 짚었다. 새끼들이 발을 보고 「그 발을 가지고 누구를 속이려고」한대, 승냥이가 다시 밀가루 칠을 하여 가지고 가서 하얀 발을 보이면서 영절스러운 말을 하므로, 새끼들이 속고 문을 열어 주었다. 그런데 들어오는 놈은 승냥이므로 새끼 염소들이 혼이 나서 몸들을 피하는데, 한 놈은 테이블 밑으로, 다음 놈은 침상 속으로, 세째 놈은 난로 속으로, 네째 놈은 부엌으로, 다섯째 놈은 饌欌[찬장] 속으로, 여섯째 놈은 빨래 자배기 밑으로, 일곱째 놈은 벽에 걸린 時計錘櫃[시계추궤]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러나 승냥이는 숨은 놈을 찾아내서 모조리 잡아 먹고 다만 時計錘櫃[시계추궤] 속에 들어간 놈만이 들키지 않고 말았다. 어미 염소가 고대 돌아와서 집안이 산란한 꼴을 보고 여섯놈의 이름을 불러야 죄다 대답이 없는데, 일곱째 놈만이 時計錘櫃[시계추궤] 속에서 「나 여기 있소」하므로 끄집어내어 전후 경과를 들었다. 어미 염소가 너무도 원통하여 울면서 밖으로 나와 보니, 승냥이가 食困[식곤]으로 하여 정자 나무 밑에서 땅이 떠나가도록 코를 골면서 잠이 깊이 들었다. 어미 염소가 승냥이를 보니 터지도록 부른 뱃속에서 무엇인지 꿈틀꿈틀하거늘, 새끼들이 아직 살았나 하고 얼른 따라온 막내놈을 시켜 가위와 바늘과 청올치를 가져다가 가위로 승냥이 배를 가르니, 새끼들이 한 놈씩 툭툭 뛰어나왔다. 승냥이가 워낙 배가 고팠던 터이라, 모두 통째로 꿀떡꿀떡 삼켰던 고로, 잇자국 하나 나지 않고 성하게 있은 것이다. 그래서 일곱 놈을 시켜 얼른 조약돌을 날라다가 승냥이 뱃속에 대신 처넣고 번개같이 빨리 잘랐던 데를 꿰매어 놓으니, 어떻게 감쪽같았는지 승냥이는 잠도 깨지 아니하였다. 실컷 잔 다음에 승양이가 잠을 깨니, 목이 말라서 못견디겠으므로 몸을 일으킨 즉, 배가 출렁출렁하고 대그럭대그럭 소리가 나므로, 내가 염소 새끼를 먹지 않고 조약돌을 먹었는가 야릇한 일도 있다 하고, 개울로 가서 몸을 굽히고 물을 먹으려 하다가, 무거운 조약돌에 끌려서 그냥 개울물에 빠져서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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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것이 그 一例[일례]입니다. 구라파 삼림 속의 승냥이는 조선 산골에서는 범으로도 변하겠지요. 밀가루 칠하는 데까지가 용하게 같음을 신기하게 여길 만합니다. 〈處容歌[처용가]〉의 문자로, 山[산]에 물에 千里[천리] 萬里[만리]로 몇이나 곱지른 듯 먼 지방에서 이만만 하여도 내용이 신통히 일치한다고 할 것 아닙니까.
【원문】승냥이와 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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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남선(崔南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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