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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거장(停車場) 근처(近處) ◈
◇ 정거장 근처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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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7.4~10.
채만식
1
停車場近處
 
2
2
 
 
3
철소댕 덮는 소리에 덕쇠는 죽을 힘을 내어서 도로 돌아섰다.
 
4
전에 더러 막걸리잔도 사먹고 요기도 하고 해서 늘 다니는 줄 알고 있을 터이니 어떻게 잘 사정을 하면 줄는지도 모르고 또 애초에 이 집앞으로 돌림길까지 해서 온 것도 그 짬을 대고 왔던 것이다.
 
5
“저, 미안허지만 내일 꼭 갖다 드리께 오전어치만 주시유…… 오늘저녁에 짐을 못 져서 그러닝개 내일 저녁에 짐을 지면 꼭 실수 않구 갖다 드릴 게라우.”
 
6
“못히여라우.”
 
7
전주댁은 들은 성도 아니하고 있다가 맵살스럽게 잡아떼어 버린다.
 
8
덕쇠는 돌아서서 밖으로 나왔다. 나오다가 아까 정거장에서 색시를 데리고 오던 그 활량과 마주쳤어도 몰라보았다.
 
9
그 사람은 이런 데서는 보기 드문 구동색 세루 두루마기에 그 밑으로 삼팔 바지가 보이고, 반지르르한 구두를 신고 머리를 기름으로 갈라붙이고 한 말쑥한 활량인데, 국밥집으로 들어오다가 덕쇠를 만나자 아까 정거장에서처럼 유심히 훑어보면서 지나친다.
 
10
지나쳐놓고는 잠깐 무엇을 생각하더니
 
11
“거 덕쇠 아닌가?”
 
12
하고 부른다.
 
13
덕쇠는 누가 아는 사람이 있어 그렇게 친숙하게 부르나 하는 의심도 날 겨를이 없이 지게를 짊어지다가 말고 돌아섰다.
 
14
아까 정거장에서 보던 그 활량이다. 빙긋이 웃고 섰는 것이 알아도 잘 아는 사람인 듯싶은데,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까 덕쇠도 퍽 낯이 익기는 하나 누군지는 섬뻑 생각이 나지는 아니했다.
 
15
“덕쇠지? 나 춘삼이네 춘삼이……”
 
16
“어, 춘…… 춘…… 저 고……”
 
17
덕쇠는 비로소 춘삼이를 알아내었다. 그래 그는 어! 하고 춘삼이라고 부르려 하였으나 옛날의 춘삼이와는 너무 달라서 차마 춘삼이라고 불러지지가 아니했고, 그래 고생원이라고 부르려고 하였으나 그건 또 어쩐지 거북해서 그렇게 더듬더듬한 것이다.
 
18
춘삼이는 그 속은 모르고 얼핏
 
19
“응응, 고춘삼이여 …… 알겄는가?”
 
20
하고 다시 반가와한다.
 
21
춘삼이는 한 동리에서 살던 사람이다. 한 동리에 살기는 했어도 춘삼이는 제 땅마지기나 있어 같은 농사꾼이로되 덕쇠 같은 알짜 생일꾼과는 먹는 길이 달랐다. 그래 별로 상종도 없었고 동리에서 아침 저녁으로 만나야 그저
 
22
“밥 먹었는가?”
 
23
“응 어데 가는가?”
 
24
하는 입에 붙은 인사나 하고 지나칠 따름이었었다.
 
25
그런 터라 한 십 년 전에 춘삼이가 땅마지기나 있는 것을 톨톨 팔아가 지고 대처(都市[도시])로 장사를 나간 뒤에는 서로 만난 일도 없고, 요 며칠 전에 그 춘삼이가 돈을 많이 모아가지고 돌아와 정거장 근처에서 색시를 사다 두고 술장수를 시작했다는 둥 그래 살던 동리를 찾아와서 돌아다니다가 갔다는 둥 그런 소문을 덕쇠도 듣기는 했지만, 그저 지나가는 이야기로 듣고 말았지 춘삼이를 생각해본 일은 없었다.
 
26
그러니까 오늘 저녁만 하더라도 춘삼이가 알은체하니까 덕쇠도 알아보고 인사를 한 것이지, 만일 춘삼이는 몰라보는데 덕쇠가 먼저 춘삼이를 알아보았다면 덕쇠는 그냥 저게 춘삼인가 보다고 속치부나 했지 춘삼이처럼 알은 체는 아니했을 것이다.
 
27
그러나 춘삼이로도 고향 동리에서 살던 때에 그리 탐탁하게 덕쇠와 정이 들었던 것도 아니요 하니까 그가 계획하는 일이 아니었더라면 그는 몸 차림새부터 이렇게 층이 지는 덕쇠 따위를 알은체도 아니했을 것이다.
 
28
아까 정거장에서도 그는 첫눈에 덕쇠를 알아보았다. 그래 거기서 데리고 올까말까 망설이다가 에라 내일이고 모레고 또 만나게 되겠지 하고서 그냥 지나친 것이다.
 
29
“나 지난 제 동리 들어가서 자네 소식은 들었네…… 밤으루 정거장에 나와서 짐벌이헌다구…… 얼마나 고생을 허는가!”
 
30
춘삼이는 구변 좋고 붙임성 있게 인사를 늘어놓는다.
 
31
“머 고생이랄 것 있간디……”
 
32
덕쇠는 이 거북한 ‘친구’ 한데 하오를 해야 좋을지 하게를 해야 좋을지 몰라 말끝이 흐지부지한다.
 
33
“참 반갑네…… 나는 그렁저렁 밥술이나 먹구 살지만 동리 사람들을 만나면 고생허는 게 여간 참 맘에 걸리지를 않는단 말이여 !…… 그레 시방 집으루 가는 길인가?”
 
34
“응.”
 
35
“이 치운데 !…… 허! 거 참…… 가세. 우리 집에 가서 모처럼 만났으니 술이나 한잔 먹구 보아서 자구 가게 허소…… 방두 많구 머 술은 얼마든지 있구 또 색시들두 시글시글허네. 허허허허.”
 
36
덕쇠는 좀 귀가 솔깃하기는 하나 대체 어쩐 영문인지를 몰라 벙벙하고 있다.
 
37
두 사람이 이렇게 수작하는 것을 술청에서 보고 있던 전주댁이 쏙 나서서 한마디 참례를 한다.
 
38
“아따 고상, 그렇게 친허거든 술이구 색시구 다 그만두구 국밥이나 한그릇 사서 대접허시유…… 시방 그이가 나더러 국밥 외상 달라든 판이라우.”
 
39
“응? 그리어?”
 
40
하고 춘삼이는 허겁을 피운다.
 
41
“그럼 그러구말구…… 원 이 사람아 시장했던가 분데 그렇거들랑 진작 나더러 그 말을 허지. 자, 이리 들어오소. 위선 여기서 요기나 허구 그러구나서 우리 집으루 가세…… 우리 집에 가서 요기두 허구 술두 먹구 해두 좋지만 우리 집에는 밥두 국두 다 떨어져서 나두 이 집으루 시키러 왔네, 허허…… 자 어서 들어오소 이 사람.”
 
42
덕쇠는 술청으로 따라 들어갔다.
 
43
“두 그릇 말어요?”
 
44
전주댁이 벌써 사발에다가 찬밥덩이를 담으면서 묻는다.
 
45
“응, 여기 두 그릇 주구 그러구 우리 집에 다섯 그릇만…… 손님이 와서 술을 먹다가 국밥을 청허구, 또 내가 아까 목포서 데리구 온 색시가 시장허다구 허구, 시방 야단났구만……”
 
46
“이 장터서 수잡은 이는 고상 하나뿐이여……”
 
47
전주댁은 국밥을 말면서 일변 입을 놀린다.
 
48
“고상 살리느라구 금전판이 터졌어!”
 
49
“우는 소리 그만허우…… 전주댁은 왜 나만 못해서?”
 
50
“흥? 내가 고상이라면 나는 춤을 덩실덩실 추겄수.”
 
51
덕쇠는 망할 계집년 지절거리느니 어서 바삐 국밥이나 가져오잖고 그런다고 뱃속의 전령이 다급했다.
 
52
아까 그렇게도 구미가 당기고 푸짐해보여도 못 먹고 돌아서던 국밥을 척한 사발 앞에 놓으니, 덕쇠는 먹기가 아까와 잠시 소중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53
“자, 어서 들소.”
 
54
춘삼이는 덕쇠를 권하면서 저도 숟갈을 집어든다.
 
55
덕쇠는 한 숟갈 듬뿍이 떠서 입에 넣었다. 뜨거운 것도 모르겠고 그냥 입 안에서 스르르 녹아 씹을 짬도 없이 목구멍으로 넘어가 버린다.
 
56
“정거장에서 짐을 지구 허면 머 더러 벌이나 되든가?”
 
57
춘삼이가 연해 생각해 주는 조로 말을 묻는다.
 
58
“머 시언찬히여.”
 
59
덕쇠는 먹느라고 대답이 건성이다.
 
60
“올에 농사 한 마지기두 못 지었든가?”
 
61
“참봉네 논 닷 마지기를 부치기는 히였지만 어디 머 나락(벼) 한알갱이(한알)나 얻어먹었간디!”
 
62
“허! 거 흉년이 사람 죽여!”
 
63
“숭년이 아니라두 남의 논 얻어 지어서 남는 것이 있을꼬마는 숭년이 들면 인심까장(조차) 사나워져서……”
 
64
“그리서 시방은 어떻게 지내는가?”
 
65
“굶기를 부자집 개 밥 먹듯 허지 머……”
 
66
덕쇠는 그새 벌써 국밥 한 사발을 ‘부자집 개 밥 먹듯이’다 먹었다. 이마와 콧등에서는 땀이 흘렀다. 그러나 양은 반도 차지 못한 것 같았다.
 
67
춘삼이는 눈치 빠르게 또 한 그릇을 불러다 놓는다.
 
68
덕쇠는 사양하는 체하다가 다시 숟갈을 들었다. 반 양도 차지 아니했는데 한 그릇을 더 불러주는 춘삼이가 아까 맨처음 아무것도 먹지 아니했을 때에 요기를 시켜주려던 때보다 더 살뜰하고 고마웠다.
 
69
“거 저 금점에 나가서 일을 해볼 도리 하잖구!”
 
70
춘삼이는 아직도 남은 첫사발을 물리면서 숟갈을 놓는다.
 
71
“날마다 새벽이면 와는 보지만 써주어야 말이지!”
 
72
“것두 허기는 그래! 하두 많이 들어밀으닌깨니 어쩌다가 한두 자리 빈 자리가 나두 좀체루 머……”
 
73
덕쇠는 두 그릇째 국밥을 첫 번처럼 국물까지 쪽 다 들이마시고 숟갈을 놓았다. 처음 생각 같아서는 여남은 그릇은 먹을 것 같더니 두 그릇째 먹고 나니 속이 얼떨떨하고 배가 불룩 일어나 허리띠를 느꾸었다.
 
74
이렇게 배불리 먹고 나서 앞에 앉은 춘삼이를 바라보니, 손이라도 어루만지고 싶게 정이 솟아나고 하늘만하게 높이 보였다.
 
75
인제는 뱃속에 들어간 국밥이 새로 밥맛이 나고 온몸이 훗훗하여 이대로 십 년을 가도 배가 고프지 아니할 듯싶게 느긋이 안심이 되었다.
 
76
그러나 그 다음에 문득 생각나는 것은 집엣 사람들이다.
 
77
어머니와 안해…… 착 달라붙은 배를 허리띠로 졸라매고 앉아 행여 나온 길에 좁쌀 한 줌이라도 가지고 들어오나 까맣게 잠도 못 자고 기다리고 있는 꼴이 눈에 선연히 밟혔다.
 
78
그 일을 생각하니 금시로 불렀던 뱃속이 뉘엿거리고 혼자만 이렇게 배불리 먹은 것이 후회가 났다. 이러한 생각이 아까 그다지도 다급하게 시장하고 먹고 싶고 할 때에 났었다면, 그래 그 국밥을 먹지 아니했겠느냐 하면 그것은 거짓말이다.
 
 
79
덕쇠는 국밥집을 나와 춘삼이에게 끌리어 춘삼이 집으로 갔다.
 
80
덕쇠는 기왕 혼자 먹은 것은 먹은 것이니 할 수 없는 일이요, 인제는 어서 바삐 집으로 돌아가 식구들이 헛기다리지나 않게 할 요량인데, 춘삼이는 굳이 붙잡고 놓아주지 아니했다.
 
81
오랜만에 만났는데 그렇게 국밥 한 그릇씩만 나누고 갈리다니 섭섭해서 될 말이냐고 잡아 끌었다.
 
82
덕쇠는 이 고마운 정리를 차마 뿌리치지 못하여 끄는 대로 끌리어갔다 술이나 몇잔 먹고 일어서려니 하고.
 
83
춘삼이네 집에서는 방방이 손님이 들어 새장구소리에 색시들의 노랫소리, 잘급하게 외치는 소리, 손님들의 걸걸한 소리, 부르는 소리, 대답 소리 모두 한데 뒤섞여 왁자하니 요란했다.
 
84
덕쇠는 어리둥절하기도 하다. 이러한 집의 주인한테 극진한 대접을 받고 이렇게 청받아 오는 것이 어찌 신이 나는 것 같았다.
 
85
조용한 뒷방에서 춘삼이와 마주 앉아 술상을 받았다.
 
86
옆에는 색시 하나가 술주전자를 들고 어여쁘게 앉아 시중을 든다.
 
87
생전에는 받아보지 못하던 대접이요 호강이다.
 
88
합성 금비녀니 어룽진 회장이니 버석거리는 인조견이니를 알아볼 턱이 없는지라 덕쇠는 옆에 앉은 색시가 도무지 기막히게 예쁘고 호사스러워 보였다. 전에 더러 길에서 그러한 색시를 만나면 높다랗게 피어있는 꽃 같아 우러러만 보기도 흐뭇하던 것이 오늘밤은 이렇게 앞에 앉히고 시중을 들리고 그래 마음대로 데리고 놀고 하니 덕쇠는 이게 꿈인가 생신가 분간하기에 애가 쓰였다.
 
89
술이 얼큰해졌다.
 
90
술에 기운을 얻어 덕쇠는 색시의 손을 한번 잡으려고 제 손을 내밀었다.
 
91
개이빨같이 쩍쩍 벌어지고 흉한 손이 제가 보기에도 좀 무렴했으나 그대로 덥석 쥐었다.
 
92
덕쇠의 손에는 색시의 손이 비단결같이 보드랍고 온몸이 찌지지했다.
 
93
“어 명옥이…… 어 참 응 우리 이 고상허구는 참……”
 
94
감격은 한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이렇게 대중없이 웅얼거리는 것이다.
 
95
“어 고상 안 그리어? 우리가 참 다 한동네(동리)서 응……”
 
96
“아무렴 그렇구말구……”
 
97
술은 취하지도 아니한 춘삼이가 취한 체하고 마주 허꼬부라진 소리를 한다.
 
98
“그런디 응, 고상 나는 이 이 명옥이 같은 각시(색시)허구 응 한바탕 살어보았으면 죽어두 원이 없겠어 흐흐……”
 
99
“이 사람 자네 각시는 머 누구만 못해서 그런 소리를 허는가?…… 나 같으면 자네 각시만헌 각시가 있으면 세상 부러울 것 없겠데……”
 
100
“허 참? 그까짓 것이? 헤! 참! 고상두 날 놀리느만, 우리 각시? 헤 명옥이 똥이나 핥어먹으라지.”
 
101
이것은 덕쇠의 실토정이다. 덕쇠는 이때까지 그의 안해 ‘이쁜이’를 이쁘다고 본 적은 한번도 없다. 하물며 명옥이한테 빗대 보다니 어림도 없는 말이다. 언제 이쁠 사이가 없었던 것이다. 여덟살 때에 민며느리로 데려왔으니 그때에 덕쇠한테 그애가 이쁜 계집으로 보였을 리 없는 것이요, 그 뒤는 누더기를 두르고 부하니 뜬 대가리에 이나 시글시글하고 얼굴은 노상 땟국이 괴죄죄 흐르고 했으니, 그런데다가 말을 잘 듣지 아니하여 하루에도 몇 번씩 쿡쿡 쥐어박질리기 아니면 사뭇 매를 맞았으니 그래 이쁘게 보였을 리 없고, 그렇게 자라다가 이쁜이 나이 열다섯이요 덕쇠 나이 스물여덟. 때 명색 성례라고 지냈고, 그 뒤 삼 년이나 있다가 작년부터 겨우 서방 각시 흉내를 내게 되었으니 그때 역시 이쁘게는 보이지 아니했고, 그런지라 시방도 덕쇠한테는 이쁜이는 명옥이 같은 색시의 똥이나 핥아먹을 잡이지, 이쁘다니 천만엣 말이다.
 
102
똥이나 핥으라는 덕쇠의 말에 명옥이는 자리러지게 웃고 춘삼이도 허허 하고 웃는다.
 
103
그 말에 신이 나서 덕쇠는 점점 더한다.
 
104
“그까짓 년 밉디밉게 생긴 것이 자식두 못 낳구…… 일없이 일없어……”
 
105
“그래두 이 사람 지날 제 잠깐 길가에서 보았네만 쓱 화장이나 시키구 옷이나 잘 입혀놓아 보소. 똑떨어지겠데……”
 
106
“아니여, 아니여.”
 
107
“그럼 내가 그렇게 버젓하게 만들어놀 테니 자네 어쩔랑가?”
 
108
“응? 어찌여? 어, 내가 절을 백 번만 허지.”
 
109
“허허허허…… 그럴 게 아니라 여보소, 이건 취담이 아니라 진정인데…… 자네 그렇게 지내는 것보다 무어 장사라두 해서 나처럼 한밑천 잡어가지구 떵떵거리구 살어야지 거 큰일 안 났는가?”
 
110
“큰일? 응 큰일났지…… 그렇지만 밑천…… 요것, 요것 말이여 요것.”
 
111
하면서 덕쇠는 연해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인다.
 
112
“글세 요놈의 것이 있어야지?”
 
113
“있자면 있을 수두 있지만……”
 
114
“없어 없어…… 밭이래야 공수 한밭밖에 없구, 쇠래야 담뱃대밖에 없구, 털난 짐승이래야 쥐밖에 없구, 그러구 응 그러구, 곡식이래야 이 뱃속에 들은 콩팥밖에 없구, 없어 없어…… 흐흐흐흐……”
 
115
“그래두 있자면 있어.”
 
116
“있어? 어디가?”
 
117
“자네 각시를 일 년만 우리 집에다 둔다면 내가 백 원 하나는 줄 테닝개니……”
 
118
말을 해놓고 춘삼이는 덕쇠의 눈치를 살핀다. 덕쇠는 그것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이 눈을 끄먹끄먹한다. 그러나 확실히 정신은 들었다.
 
119
“무어! 우리 각시를?”
 
120
“응.”
 
121
“무엇허게?
 
122
“자네가 아까 이쁘다구 안허든 이 명옥이보다 더 이쁘게 채려놓구…… 내 영업을 해주구…… 그러면 자네 각시가 이뻐지기까지 허닝개니 두루 좋잖은가?”
 
123
“증말?”
 
124
“하, 이 사람아, 범연헌 새라구 내가 자네더러 거짓말을 허겠는가.”
 
125
덕쇠는 또 끄먹끄먹 생각을 한다. 다른 생각은 나지 아니해도 그것은 분명 기막히게 좋은 일인 것만은 어렴풋하게나마 알 수가 있었다.
 
126
“그러구 자네는 그 돈 백 원으루 장사를 해서 일 년 만에 도루 갚구…… 허기야 자네허구 나허구 처지에 갚구 안 갚구 헐 것두 없네마는…… 좌우간일 년이 지내거들랑 아주 선녀처럼 이뻐진 자네 각시를 도루 데려가구……”
 
127
“참말인가?”
 
128
덕쇠는 술로 흐릿한 머릿속에 춘삼이와 같이 될 제 팔자가 빙빙 떠돌기 시작했다.
 
129
“거짓말이면 내가 우리 돌아가신 아버지를 두구 증명을 허겠네.”
 
130
춘삼이는 자못 기색을 가다듬어 가지고 준절하게 나무라듯 한다. 이러고 보면 덕쇠도 더 따질 나위가 없다. 다만 기뻐하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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