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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오는 봄밤 ◈
《카탈로그》 본문	1934.6 권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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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봄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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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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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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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이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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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창 밖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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궂은 비 오는 소리가 투둑투둑 들린다

7

이런 때엔 어쩐지 센티멘탈하게 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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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멀둥멀둥한 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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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다란 천장에 작은 말똥 같이 붙어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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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한 전등불을 쳐다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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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투덕투덕하는 봄비소리를 들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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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지나() 옛일을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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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내가 시외 ××동에 있을 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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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인지 사월인지 그 어느날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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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과 같이 굵은 봄비 방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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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창밖에 양철작을 투당투당 뚜드리는데 비둘기 통만한 적은 토막방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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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나―남숙이 그리고 다른 동무 다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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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지에 싼 마마콩을 가운데 놓고 앉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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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에 타는 젊은 눈들을 서로 마주 반짝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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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코 연기를 뭉게뭉게 품으면서

21

짜른 봄밤이 깊어 질대로 깊어진 줄도 모르고

22

이 일 저 일을 의논하던 그날 밤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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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나하고 홍(洪)하고 크지도 않은 의견이 맞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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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다 저도 모르게 낯빛이 붉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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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럽게 하던 말소리가 커질 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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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웃으면서 양쪽 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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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입을 막던 그날밤 일이 생각난다

28

그래서 이웃집 벽시계가 열두시 치는 소리를 듣고도 한참 지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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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동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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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없이 가만가만 헤어질 때에

31

다 낡아빠진 우산 한 개를

32

남숙이와 조(趙)가 같이 받치고 줄나란히 가는 것을

33

헌 망토를 머리 위까지 둘러쓰고 가는 네가

34

뒤에서 농으로 놀려주던 그날밤 일이

35

오늘밤 유달리도 센티멘탈하게 생각난다

36

―≪문학창조≫(1934,6)

【원문】비오는 봄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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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 : 2022년 03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