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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없던 구름이 오후만 되면 어디서 오는지 모르게 날마다 모여든다.
3
회색빛 음산한 구름도 아니고, 그렇다고 싸늘한 비늘구름이 조각조각 흩어져 있는 것도 아니다.
4
하이얀 솜을 펴논 것보다도 더 희고 더 부드럽고……, 그리고, 그 둥글고 깊고 그윽한 뭉게구름이 하얀 노인처럼 유한하게 떠 있는 것이다.
6
고 한 옛날 사람의 말대로 그렇게 희고 부드러운 구름에는 산봉우리보다도 더 첩첩하게 봉우리가 많다. 그러나, 결코 산봉우리처럼 그냥 많기만 한 것도 아니다.
7
알 수 없는 비밀을 가지고 한없는 변화를 부리고 있는 것이 여름의 뭉게구름이다.
8
불볕이 내리쬐는 넓은 마당 그 한 끝에 서 있는 높은 버드나무의 머리 위로 멀리 보이는 한 뭉치의 뭉게구름.
9
첩첩이 일어난 봉우리와 봉우리 속으로 휘몰아 들어가보았으면 거기에는 반드시 옛날 얘기 듣던 신선들의 잔치가 벌어져 있을 듯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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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든 손을 쉬고 무심히 앉아서 가만히 쳐다보고 있으면 하얀 봉우리 위에서 선녀들이 춤을 추는 모양이 눈에 보이는 듯한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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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참이나 보고 있는 동안에는 어느 틈에 구름의 형상이 변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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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다랗게 우뚝 솟은 봉우리가 어느 틈에 슬그머니 가로 퍼져 가지고 옆에 있더너 구름과 아무 말없이 합쳐 버리고 만다. 그러면 구름 한편 쪽에는 옅은 보랏빛으로 보드라운 그늘이 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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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간이 부는 바람에도 나무 끝은 한들한들 조용하게 흔들린다. 그러나, 그 뒤로 보이는 뭉게구름은 까딱도 하지 않는다. 어니 때까지도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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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가만히 보고 있으면 구름도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더할 수 없이 천천히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가만히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느리게 움직이면서도 구름은 만나면 합치고, 합치고는 새로운 봉우리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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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고 보고 있으면, 어느 틈에 보드랍던 보랏빛 그늘이 검은 그늘로 변해 가지고 햇볕을 가리면서 주먹같은 물방울을 내리 쏟는다. 모래를 내리 쏟는 듯한 형세로 발마이 나게 내리 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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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소리를 치면서 맥고 모자를 벗어 들고 양복쟁이가 뛴다. 미인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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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뛴다. 순사가 칼을 붙잡고 뛴다. 길가의 처마 밑마다 길 가던 사람이 쭉 늘어서 있다. 그 길로 인력거가 위세 좋게 달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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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 자던 부인이 놀라 깨어 일어나서 황망히 장독의 뚜껑을 덮고 빨래를 걷고 나니까 뚝뚝 소낙비는 그치고 햇볕이 반짝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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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부인은 빨래를 다시 넌다. 처마 밑에 늘어섰던 사람이 모두 헤어져서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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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던 기와 지붕과 가까운 산들이 세수를 하고 난 것처럼 깨끗하고 산뜻해지고 더 한층 선명하게 햇볕이 비친다. 빙수보다도 더 달고 서늘한 여름 낮의 한 줄기 양미(시원한 맛)! 이것도 잊지 못할 뭉게구름의 비밀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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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낙비가 지나간 후는 저녁때 가까운 때다. 소나기 장난에 시치미를 떼이는 뭉게구름이 높이로보다는 옆으로 길어져 가지고 무슨 회의나 잔치에 참례하는 것처럼 약속한 듯이 한쪽으로만 모두들 쏠리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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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여름의 하루가 무사히 저물고 서늘한 저녁 기운이 돌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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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볕밖에 아무것도 없는 듯싶은 더운 날, 뭉게구름의 변화를 바라보는 것은 분명히 여름의 좋은 흥취의 한 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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