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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수양(大首陽) ◈
◇ 29 (二十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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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1년
김동인
1
대수양(大首陽) 29 (二十九)
 
 
2
한 명회 등이 돌아간 뒤에, 수양은 정침(正寢)에 들었다.
 
3
그러나 자리에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고 사방침에 몸을의 지하며 비스듬이 앉아 버렸다.
 
4
술을 먹지 않았으니 취하지 않았다. 취하지 않은 똑똑한 머리에는 안평의 생각이 불끈 솟아올랐다.
 
5
어렸을 적부터 까불고—까부는 위에 또한 비꼬아진 성격은 아직도 조금도 고쳐지지 않았다. 부왕(세종) 생존시에도 부왕은 얼마나 안평의 위인을 걱정하셨다. 부왕이 가사를의 논할 수 있는 단 한 사람인 백형 양녕대군을 조용히 만나면, 늘 첫째로는 동궁(선왕 문종)의 나약함을 근심하고 계속 하여 반드시 안평의 위인을 걱정하고 그 비틀어진 성격을 근심하고 하던 일은 수양은 아직 번히 기억하는 바다.
 
6
더욱이 백부 양녕은 부왕보다도 더 안평을 미워하던 분으로 그는 언젠가 아우님(세종)께 대하여,
 
7
『문학지사란 것은 겉으로는 의(義)를 가식하고 속으로는 이(利)를 도모하는 것, 안평이야 말로 이 사직에 가장 경계할 인물이올씨다.』
 
8
고 극언한 일까지 있었다.
 
9
부왕이 꺼리고 불신하는지라 부왕 생존시는 안평은 뒤로 숨어 다니면서 비꼬아진 웃음과 긁어내는 언어로나 앞막이를 하고 있었으나, 부왕 승하한 뒤 형왕(문종)등 극하자, 형왕은 수양보다도 안평을 신임하니만큼, 안평은 부왕시절과 달리, 표면에 나서서 가장 형왕을 돕는 체하며, 형왕께 대하 여 수양을 깎고 긁어서 형왕으로 하여금 한층 더 수양을 불신하게 하였다.
 
10
그 형왕마저 승하하고 어린 조카님이 등극하자 안평은 어떤 태도를 취하였다.
 
11
어머님도 없으신 어린 조카님이라 당연히 보좌하고 보호하고 해야 할 것이어늘 그 책임을 피하고, 무이정사며 담담정에 길게 누워서 일신상의 안락을 꿈꾸고 있다 하는 것도 마땅치 못한 일이다. 그러나 이것은, 혹은 너무 궁중에 접근하면 남의 의혹을 살 염려가 있으니 그것을 피하기 위해서라 면 이 역시 세득이한 일이다. 그런데 다만 길게 누워 있는 것이 아니고, 대신들과 결연하여 비밀히 왕래하며 무슨 꾀를 도모한다는 것은 웬 일이냐.
 
12
먼저 도(道)로 생각하리라.
 
13
—이 국가의 임금이시다. 이 국가의 신민으로 어찌 임금과 떠나서 신자들과 결탁을 하여 그의 농락 아래서 딴 생각을 하랴.
 
14
다시 의(義)로 생각하리라.
 
15
—형님(문종)의 외아드님이요, 아버님(세종)의 장손되는 분께 어찌 딴 생각을 둘 수 있으랴.
 
16
또한 인정으로 생각하리라.
 
17
—어리신 왕의 외로운 환경에 동정인들 어찌 안 가랴. 어느 모로 뜯어보아도, 안평의 행위에는 변명할 여지가 없다. 다만 지금의 결론이 단지 수양 자기의 억측이라든가 한 명회의 보고가 허보(虛報)라든가 하여야 안 평의 입장이 서게 될 터인데, 거기는 또한 과거의 안평의 행동과 근일의 행위 등을 종합하여 볼 때에 「허보」로 돌릴 수가 없었다.
 
18
그 새의 안평의 언행 등으로 미루어 벌써 그 맛 추측은 갔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도 상식 이상의 일이요, 또한 동모제(同母弟)라는 핸디캪이 있기 때문에 생각이 거기 및지 못하였던 것이다. 한 명회의 보고를 듣고 보니, 그런 일이 있을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19
『아아. 이 일을 어찌 하나.』
 
20
안평이 나이 벌써 삼십, 그의 성격은, 인젠 굳어질 대로 굳어진 사람이어서 아무런 노력이라도 고칠 수가 도저히 없을 것이었다. 안평이 이 세상에서 무서워하는 다만 한 사람인 부왕이, 생존시에 그만큼 늘 엄책하고 훈계하여 고쳐보려 하였으나 고쳐지지 않은 안평이라, 성격 이미 굳어진 위에 또한 내심 복종치 않은 수양 자기의 책망 훈계쯤으로는 어림도 없을 것이었다.
 
21
성격은 못 고치나마 그의 품고 있는 생각이나마 어떻게 고칠 수가 없을까.
 
22
비꼬아진 사람이라, 잘못 건드리었다가는 더 빗나갈 염려가 있다. 그렇다고 얼르고 달래서 마음 돌리기에는 너무 장발하였다.
 
23
과단성이 없는 사람이라, 앞장서서 뚱기칠 김 종서만 없으면 자기가 앞장서지는 못할 사람이다. 그러나, 이(利)에는 생사를 가리지 않는 이 속세에서, 김 종서가 없어진다 해도 제이 김 종서가 또 생길 것이고, 제 삼 김 종서가 또 생길 것으로, 끝이 없고 한이 없을 것이다.
 
24
잘못하다가는 이(利)를 위하여 생겨날 유혈극— 수양은 몸을 떨었다. 안평의 문제를 썩 잘 해결하지 못하면 반드시 유혈의 참극은 일어날 것이었다. 일을 저될 대로 내버려두면, 어린 임금은 아무 것도 모르고 대궐에 안온히 날 동안, 밖에서는 자기의 일신의 안전과 영을 도모하는 음 모가 빚어져서, 가장 고약한 종류의 유혈극이 연출될 것이었다.
 
25
이 유혈극을 방지하는 수단으로 「독(毒)을 제하는데 독으로 한다」는 방법을 쓰면 또 다른 종류의 유혈극이 연출이 될 것이었다.
 
26
어느 편으로라도 유혈극이요, 어느 편으로라도 혈족 상잔의 참극이었다.
 
27
이 두 가지를 다 피하고 평온리에 무사할 도리는 없는가.
 
28
선왕(문종)도 적지 않게 성격이 비틀어진 분이었다. 그러나 그래도 백부 양녕대군만은 저어하고 양녕의 진언이면 약간 뜻과 상반되는 일이라도 승복하였다. 그러나 안평은 백부에 게까지도 불복할 뿐 아니라 반항하기까지도 사양치 않을 사 람이었다. 양녕 또한 입장이 입장이라, 위력으로까지 안평을 누르지 못한다.
 
29
여기 만약 안평을 정면으로 꾸짖고 호령할 사람이 있다하면 그것은 수양 자기뿐이다. 친형이라는 지위로서 안평을 호령하려면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 형에게 대하여 심복은 커녕 반항심을 품고 있는 안평이라, 그 호령에 복종치는 물론 않을 것이요, 도리어 반대의 길로 벋기가 십상팔구요, 혹은 딱 버티고 대항할는지도 알 수 없다. —이도 못할 노릇이었다.
 
30
이도 못하고 저도 못하고, 그렇다고 또한 방임할 수도 없고—안평의 문제는 과연 골치 쓰고 난처한 일이었다. 지금 임시적으로나 저쪽에서 손쓰지 못하도록 황보 인과 김 종서의 아들을 이번 사행에 수원으로 데리고 가려고 마음먹었다. 그 두 아들을 수양이 잡고 있을 동안은 아무 일도 생겨 나지 못할 것으로 임시의 안심은 얻을 수가 있겠지만 그 뒤는 어찌하나.
【원문】29 (二十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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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인(金東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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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1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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