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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의 천벌(天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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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상
최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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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의 天罰[천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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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朝鮮民俗資料[조선민속자료]〉第二編[제이편]인 朝鮮童話[조선동화]의 第二四番[제이사번], 「범의 天罰[천벌]」이란 이야기가 그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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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차한 과부가 두 남매를 데리고 사느라고, 날마다 동리 집으로 품팔이를 가면, 집에는 어린 남매가 어미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루는 어머니가 이웃 동리의 푸짐한 일을 맡아서 개떡 조각을 만들어 가지고, 아이들에게 집 잘 보고 누가 오든지 마구 집에 들여보내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나갔다. 이웃 동리로 가는 고개 마루턱에를 당도하니, 난데없는 범이 한 마리 나와서 가진 것이 무엇이냐 그것을 주면 아니 잡아먹겠다고 하는지라, 겁이 나서 펄쩍 주저앉으면서 떡을 내어던진즉, 한 입에 널름 집어먹고 「요것으로는 아니 되겠다. 네 오른쪽 팔을 떼어 먹게 하면 살려 주마」하거늘, 할 수 없이 내어주고 이어 왼편 팔을 내어주고 이렇게 해서라도 집에 두고 온 자식들을 또 만날까 하였더니, 무도한 범이 마침내 어멈을 온통 잡아먹고야 말았다. 그리고 범이 그 아이들까지 잡아먹을 양으로, 어미의 옷을 죄다 입고 그 집으로 와서는 「문 열어라, 어머니가 왔다」한즉, 아이들이 처음에는 열지 않고 여러 번 승강이를 하다가 나중에는 속아서 문을 열고 들였다. 들어오는 것을 보매 옷은 같아도 어머니가 아니므로, 두 아이가 겁이 나서 「뒷간에 좀 갔다 와요」하고, 그만 밖으로 나와서는 우물곁에 있는 큰 나무 위로 더위잡고 올라갔다. 범이 기다리다 못하여 밖으로 나와서 우물 속에 두 아이의 그림자가 비친 것을 보고, 나무 위를 쳐다보고서 「너희들 어떻게 그 나무로 올라갔니」하거늘, 오라비는 약아서 「예, 기름칠을 하고서 올라왔어요」하여, 그대로 해서 미끄러워 올라오지 못하다가 다시 동생을 보고 물으매, 아직 철이 없어서 「도끼로 찍어 발 디딜 금을 내고 올라왔소」하여, 그대로 하여 부덩부덩 올라오게 되었다. 두 男妹[남매]가 「이를 어찌하나, 하느님이나 살려 주옵소서」하고 하늘을 우러러 축수를 하였더니, 과연 하늘로서 굵은 동아줄이 내려와서, 그것을 붙들매 줄이 술술 당기어서 하늘로 올라갔다. 범도 기어이 아이들을 쫓아가 잡을 양으로, 역시 하늘을 향하여 祈願[기원]을 한즉, 또 동아줄이 내려오거늘, 그것을 붙드니 여전히 술술 올라갔다. 그러나 이 줄은 썩은 동아줄이었다. 높다랗게 올라가자마자 중간이 탁 끊어져서, 범이 그만 곤두박이로 떨어져서, 뼈도 남지 않고 죽었다. 그 떨어지는 곳에 마침 수숫대가 섰더니, 범의 피가 묻어 붉은 줄이 지니, 시방까지 수수깡의 붉은 점은 그때 범의 피가 전해 내려오는 것이요, 이 남매는 하늘로 올라가서, 오라비는 해가 되고 누이 동생은 달이 되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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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이야기가 있지 않습니까. 원래 몽고의 이야기에도 딴 이야기의 한 부분이 들어와 붙고, 조선 이야기에 複合[복합]된 分子[분자]가 있음으로 하여,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꼭 부합하지는 아니하지마는, 대체에 있어서 이 두 군데 이야기가 서로 남이라고 할 수 없음은 누구나 생각할 것입니다. 몽고 같은 사막에서는 밖에 나가서 무서운 것이 귀신 할멈이겠지마는, 조선같이 산이 많고 산에는 범이 많던 나라에서는 시골 길에 나서서 가장 무서운 것이 범을 만남입니다. 이러한 지방 사정을 따라서 필요한 변화를 이루면서 이야기의 줄거리 사연은 依然[의연]히 공통되는 根源[근원]을 나타내고 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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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本[일본]과 조선이 문화적으로 어떻게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지냄은 새삼스럽게 적지도 않으려니와, 몽고와 조선으로 말할지라도 人種[인종]으로나 언어로나 풍속으로나 역사로나 피차간에 所料[소료] 이상의 친밀한 교섭이 있음은 두드러진 사실입니다. 아득한 옛날 일은 모르는 체할지라도 고려 시절에는 下代[하대] 一三○[일삼○]년쯤 동안 두 나라 王室[왕실]이 항상 장인 사위의 관계를 계속하여서, 줄잡아도 兩國[양국]의 京城[경성]과 宮廷[궁정]의 사이에는 줄곧 동일한 공기가 서려 있고, 동일한 생활 사실 또 문화 가치가 존재하였었으니까, 이러한 사정만으로라도 양국 민족의 민담 동화의 위에 상당한 유사와 연락이 있음직함이 무론입니다. 그러나 민담 동화 ── 곧 이야기 세계의 교통은 이러한 後代的[후대적] 조건을 훨씬 초월해 가서, 가물가물 아질아질한 오랜 옛날에까지 소급해 올라감이 보통의 사실이요, 중간과 후세에 이러한 관계가 있을 것 같으면, 다만 그러한 기회가 더 많고 그렇게 될 조건이 더 편리했을 것을 생각케 할 따름입니다. 엄청난 옛날에 엄청나게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와 나라들 사이에 엄청난 이야기가 서로 연락을 가지는 예가 퍽 많이 있읍니다. 조선에도 그런 실례를 수두룩하게 지적할 수 있음이 무론입니다.
【원문】범의 천벌(天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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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3년 01월 0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