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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목 ◈
◇ 제 3 막 ◇
카탈로그   목차 (총 : 3권)     이전 3권 ▶마지막
1947.4
함세덕
1
고목
2
제 3 막
 
 
3
같은 장소, 두 시간 후.
 
4
마당에는 벤 가장구와 뿌리가 가득히 쌓였고, 톱밥과 파헤친 흙이 줄비하게 어질러져 있다. 거복은 담배를 한 대 피우고 맹첨지는 가장구를 패서 잎사귀를 훑고 처는 그것을 곡간으로 나르고 있다. 거복의 노모, 몹시 언짢은 얼굴로 들어온다.
 
 
5
처   (나뭇단을 놓고 달려가며) 어머님, 지금 돌아오세요?
 
6
거 복  (앉은 채) 끝났어요?
 
7
노 모  (불유쾌한 듯) 그래. (허리를 펴며) 아이구 아이구.
 
8
처   (부축해서 마루에 앉히고 허리를 두들겨 준다.)
 
9
거 복  그래 각하께선 어디루 가셨어요?
 
10
노 모  어디루 가긴 어디루 가셔, 연회장으로 가셨지.
 
11
거 복  그런데 왜 어머닌 안 가셨어요?
 
12
노 모  가기 싫어서 난 그만뒀다.
 
13
거 복  (의아하여) 가기 싫으시다니요?
 
14
노 모  부인이 난 조선 여잔 줄 알았더니, 서양 사람이더라.
 
15
거 복  서양 사람이요?
 
16
노 모  그래 쪽두 안 찌구 비녀두 안 꽂았더라. 그런 줄 알았더면 난 첨부터 가지두 않았다.
 
17
거 복  아, 외국에 오래 나가 계셨으니 자연 그 나라 사람하구 결혼할 수밖에 없지 않어요? 혼인엔 국경이 없단 말도 못 들으셨어요?
 
18
노 모  그야 아누하구 결혼하시더래두 상관없지만, 오 각하를 모실 부인은 장차 이 나라의 왕비가 되실 분이 아니냐? 내가 열세 살에 대궐에 들어가 스물두 해 동안 중전마마를 모셨지만 양국부인은 한 분두 없으셨다. 예전부터 우리나라엔 양국서 시집오신 왕빈 한 분두 안 계셨어.
 
19
거 복  그분은 정말루 우리 독립을 위해서 애쓰구 계시는 훌륭한 부인이세요.
 
20
노 모  애쓰구 계시단 예긴 노늘 오 각하께서두 하시더라. 그렇지만 우리나라 예법으루 양국부인을 왕비루 받들 순 없어. 군수 영감두 미친 녀석이지, 백줴 그이 만세를 부르라는 거야. 난 못 부르겠다구 했다. 그것만은 못 부른다. 절대로 못 불러.
 
21
거 복  그럼 기부 신청두 안 하구 나오셨겠군요?
 
22
노 모  그이한테 왜 이 귀중한 보물을 바친단 말이냐? 거양사람들이야 화덕피구 살지 화톳불 쬐구 산다더냐? 요샌 석탄 피우는 것도 귀찮아서 방에다 수중길 피우구 산다더라
 
23
거 복  각하께서 이번에 지으시는 별장은 조선식 온돌방이에요.
 
24
노 모  서양사람들은 방바닥에선 뼈가 배겨 못 잔다더라. 화로란 안방 아랫목에 들여놔야만 값어치가 있는 법이야. 화로두 화로려니와 그 양반들이 바둑이나 장길 둘 줄이나 아시겠냐?
 
25
거 복  어머니 때문에 내 일생은 망치구 말았어요 일본놈 시대엔 그놈들 인종 차별하는 통에 아무것두 못 했지만 해방되서 군수자리라두 하나 얻어 해볼까 했더니 어머니 때문에 다 틀어지구 말었어요. (하고 울 듯 외친다.)
 
26
노 모  안 되문 조상탓이라더니 왜 날 가지구 탓이냐 탓이?
 
27
거 복  가는 게 있어야 오는 게 있지요 기부두 하나 안 바치구 무슨 염치루 벼슬자릴 얻어 하란 말이에요? 빨리 곽교장한테 얘기하시구 신청해 달라구 그러세요.
 
28
노 모  (물을 가르듯이) 난 못 가겠다. 다리 뒀다 뭘하자는 거냐? 늙은 에미 부려먹으려구 하지 말구 네가 가서 하든지 말든디 하렴. (하고 성이 나서 안으로 들어간다.)
 
29
거 복  (망설이다가 결심을 하고) 하까 그 명주 목도리 어떡했어?
 
30
처   안방 횃대에 걸렸수.
 
31
거 복  이럴 줄 알았더면 애당초 내가 갈걸 공연히. (하고 안으로 들어간다.)
 
32
(나무에서는 쓰르라미가 또 한바탕 패우처럼 울어댄다. 곤충채집망을 든 동리 아이〔초등학교 오륙 학년 정도〕한길에 나타난다.)
 
33
아 이  아주머니, 수국이 누나 저기서 울구 있어요
 
34
처   네, 누구하구 쌈했나 봐요 메뚜기 잡으러 뒷산에 가니까 향교 담 모퉁이에서 울고 있어요.
 
35
처   잘못 봤는 게지? 수국이 누난 지금 오 각하님 환영회장에 있을걸?
 
36
아 이  으응, 거짓말 아니에요 내가 앞으루 가서 왜 우냐구 하니까 막 밭고랑 쪽을루 달아났어요. 못 믿으세겠거든 아주머니가 향교 앞에 가보세요. (하고 다시 나간다.)
 
37
(처, 문 밖에 섯 걱정되어 밖을 내다본다. 수국, 풀이 하나도 없이 소연히 들어온다. 마당을 지나 마루로 가더니 털썩 주저앉는다.)
 
38
처   (딸 가까이 오묘 감지하려는 듯이) 벌써 파했냐?
 
39
수 국  (말 없이 고개만 옆으로 흔든다.)
 
40
처   그럼?
 
41
수 국  속이 상해서 시작하는데 그냥 나와 버렸어.
 
42
처   무슨 일이 있었냐?
 
43
수 국  각하께서 수 놓은 방석에다 온통 구둣발루 흙칠을 해놓으셨어.
 
44
처   구둣발루?
 
45
수 국  응, 아마 주당인 줄 아셨던 모양이야. 진흙 묻은 구둣발루 밟구 걸아가시겠지.
 
46
처   거양에선 방에두 신발 신구 들어간다니까......오랫동안 습관이 되셔서 그러셨나 부구나, 쩟쩟 안내하는 사람들이 못난 녀석들이지.
 
47
수 국  아무리 습관이시기루 조선 마루하고 서양 홀을 구별 모 하실까? (하고 엎어져 운다.)
 
48
처   울지 마라. 다른 사람이 밟았다문 모를까 각하께 바친 보료를 각하께서 모르시구 밟으신 걸 뭘 그러니? 어서 일어나라, 느 아버지 나오시기 전에.
 
49
(거복, 목도리로 혹을 둘러싸고 안에서 나온다. 엎어져 우는 딸을 발견하고 주춤한다. 틀림없는 자기 딸인 것을 알자 돌연 안색이 싹 변한다.)
 
50
거 복  (억지로 평성을 꾸미며) 수숙이 너 웬일이냐?
 
51
수 국  (엎드린 채 무언) ......
 
52
거 복  설마 너두 느 어머니하구 느 할머니처럼 도중에서 나온 건 아니겠지?
 
53
처   배가 아퍼서 그냥 나왔다구 하우.
 
54
거 복  (노기가 폭발한다. 별안간 딸에게 달려들어 목덜미를 잡아끌더니 땅바닥에다 쓰러뜨린다.) 배가 좀 아프기루 고 샐 못 참구 도중에서...... (하고 장대를 집어 내리친다.)
 
55
처   여보, 수국인......수국인...... (하고 남편에게 매달린다.)
 
56
거 복  (뿌리치며) 저리 비켜! 이 팔 놔!
 
57
처   (다시 장대 끝에 결사코 매달리며) 여보, 여보.
 
58
거 복  (운신이 부자유해지자 장대를 쾡개치고 주먹으로 두들겨팬다.) 죽어라 이년, 죽어 이년! 너 같은 년은......너 같은 년은......
 
59
처   여보, 그 애만 나무랄 게 아니오, 그애만
 
60
거 복  이년을 나무라지 않구 누굴 나무래? 느 어멈은 자기 동생놈 땅 안 준다구 나왔구, 느 할머닌 양국부인이 뵈기 싫다구 나왔거니와, 네년은 왜 나왔냐, 응? 네년은 무슨 불평이 있어서 나왔어? (하고 계속해 두들긴다.)
 
61
(노모, 소란통에 안에서 나오다 이 광경을 목격하고증오에 찬 소리로 쏘아붙인다.)
 
62
노 모  잘 때린다 잘 때려. 죽여라, 아주 죽여라. 네 져석이 나한테 못한 화풀이를 딸한테다 하는구나, 응? 이 늙은 에민 차마 못 패겠으니까 만만한 딸년을 두들기는구나.
 
63
거 복  어머닌 가만히 계세요.
 
64
노 모  이 녀석아, 그렇게 능청스럽게 수국일 때리지 말구 직접 날 때려라 날때려. (하고 몸을 들이댄다.)
 
65
거 복  (딸을 잡았던 손을 놓는다.) 모두가 이 멍추 때문이야. (하고 처의 뺨따귀를 후려갈긴다.)
 
66
처   (눈에 불이 번쩍 나고 눈물이 콱 쏟아진다. 그러나 무저항)
 
67
수 국  (태합이 튀듯 벌떡 일어나더니 증오와 경멸과 분노에 찬 눈으로 부를 쏘아보며 계런욿 판자를 때리듯) 어디다 손찌검을 하는 거예요? (하고 반항한다.)
 
68
거 복  (처절한 딸의 안광에 머리 끝이 쭈삣한다.)
 
69
수 국  (독을 뿜는 듯) 진짜 멍추는 아버지예요.
 
70
거 복  뭣이?
 
71
수 국  마루하구양실을 구별 못 하시구, 보료하구 주당을 구별 못 하시는, 조선 사정에 서투른 양반을, 일본놈들 새 명당 메듯 왓쇼이 왓쇼이 하고 치켜들구 벼슬이나 한 자리 얻어볼까 하구 눈이 벌개서 쫓아댕기는 아버지 같은 양반이 진짜 멍추예요. 진짜 어리석은 멍추예요.
 
72
거 복  애써 공부시켜 놓으니까 애비 험담하는 구나? 각하께서 왜 이년아, 조선 사정에 어두우셔?
 
73
수 국  어둡지 않으면야 진흙 묻은 구둣발루 남이 한 달 동안 정성들여 놓은 자수보료를 질근질근 밟구 들어오실까?
 
74
거 복  다른 사람들이 모두들 보구 가만 있는데, 내가 중뿔나게 그런 소릴 어떻게 해요? 그래서 난 구두에 묻은 진흙을 털어드리려구 수건을 꺼내서 문지르니까 각하께선 성큼성큼 그냥 지나가 버리셨어. 이런 분이 어떻게 조선의 지도자구, 앞으로의 대통령이란 말이야? (하고 분에 못 이겨 다시 엎어져 운다.)
 
75
거 복  (변명하기 어려워) 자동찰 타구 가셨을 텐데 어떡허다 구두에 진흙이 묻으셨을구?
 
76
수 국  연회장 현관 앞이이번 장마에 질퍽하게 물이 고였더랬어. 깜박 잊어버리구 뭘 깔아 놓지 않은 모양이야. 그런 양반을 위해 실 한 가닥 한 가닥 정성을 들여 수를 놓았던 걸 생각하니까 분하구 억울해서 못 견디겠어 스트라이크에 퇴학 맞은 동무들을 배반하구 교장을 따라 들고 아갔던 걸 생각하면 부끄럽구 억울해 못 견디겠어. (하고 어께를 들먹거리면 느껴운다.)
 
77
거 복  너두 타국에 가서 삼십여 년씩 살다가 고향에 돌아와 봐라, 생소한가 안 한가? 서투르시다구 비난하구 배척하는 것만이 상수가 아니야 가르쳐 드리구 인도해 드리는 게 우리들의 의무야. (하고 주머니에서 금박테한 안경을 꺼내 쓰고 어울리지 않는 스틱을 짚고 나간다.)
 
78
수 국  (획 고개를 쳐들며) 어딜 가시는 거예요?
 
79
거 복  기부 신청하구 와야겠다.
 
80
수 국  (벌떡 일어나 쫒아가더니 부의 팔을 뒤에서 잡아제친다) 가두 소용 없어요.
 
81
거 복  소용 없긴, 왜?
 
82
수 국  기부했댔자 나오는 거 하나두 없어요,
 
83
거 복  (자신만만히) 없긴 왜 없어?
 
84
수 국  괜히 당 진데 질퍽거리구 나가지 마세요. 오늘 역원 개선에 아버진 벌써 미끄러지셨어요.
 
85
거 복  (눈이 충혈이 되며) 뭐, 뭐?
 
86
수 국  전형위원 뽑아가지구 역원들 개선하는데 아버진 재정부장에서 미끄러지셨어요.
 
87
거 복  (단연 부인한다.) 그럴 리가 있나? 그럴 리가 있나?
 
88
수 국  못 믿으시겠거든 대회장에 가보세요. 백로지에다 커다랗게 써서 붙여 놨을 테니. (하고 안으로 들어간다.)
 
89
(거복, 비 오는 밤 묘지길에서 도깨비를 만난 듯 말뚝처럼 그대로 뻣뻣해진다. 이윽고 허리가 뚝 부러진 듯 마루 끝에 가 털썩 주저앉는다. 정말로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듯 눈앞이 캄캄해진 모양이다. 노모, 보기 딱해 수국을 따라 들어간다. 군수 윤리곤, 행길로 들어온다. 모닝 그 바지에 온통 흙탕물이 튀었다. 미긴미낀한 다혈질에다 다년의 축농증으로 늘 킁킁거리는 버릇이 있다. 보통 아닌 거복의 모양에 주춤한다.)
 
90
처   (맞으며) 어떻게 이렇게 나오셨습니까?
 
91
윤군수  킁,킁, 돌아가다가 궁금해서 들렸지요. (침울한 공기를 전환하려고) 거 걸레 있거든 좀 빌려 주십쇼.
 
92
처   (집어주며) 웬 흙을 이렇게 많이?
 
93
윤군수  각하를 전송하는데 자동차 자퀴에서 흙이 튀어서, 킁, 킁, 입으루두 다 들어간걸요 (퉤 하고 침을 뱉는다.)
 
94
거 복  (돌연 미몽에서 깬 듯 군수 앞으로 간다. 그의 팔을 붙들고 호소하듯이) 군수 영감, 재정부장을 개선했다는 게 사실이오?
 
95
윤군수  (대답하기 난처한 듯 고개만 끄덕인다.)
 
96
거 복  오돌쇠라니요? 영사관 고쓰가이〔아아〕루 있다가 통역 바람에 돈 잡았다는 그 돌쇠는 아니겠지요?
 
97
윤군수  바로 그 돌쇠 씨요. 킁, 킁, 이번에 오관수라구 개명하셨다구 하오
 
98
거 복  (적의와 모멸에 찬) 가문두 지벌두 없는, 북해도루 대판으루 떠돌아 댕기던 놈을?
 
99
윤군수  킁, 킁, 허지만 경제적으룬 절대 권리가 있소 킁, 킁, 현금만 오백만 원이구 접수한 일본집하구 공장하구 모두 합하면 칠팔백만 원이 넘을 거라구하오.
 
100
거 복  그만한 돈으 나두 있소. 정미소하구 전당포하구 논장하구 합하면 내 재산두 팔백만 원은 좋이 될 거요
 
101
윤군수  허지만 그재산은 거복 씨 개인 것이지, 킁, 킁, 우리 대국당 재정하구야 아무 관계 없는 것 아니오?
 
102
거 복  관계 없기야 오곰보나 내나 매한가지지요.
 
103
윤군수  돌쇠 씨께선 킁, 킁, 이번 오 각하께, 독립자금으루 오십만 원을 쾌히 기부하셨소 킁, 킁.
 
104
거 복  .......
 
105
윤군수  단순히 돈 때문에 돌쇠 시를 천거한 건 아니지만......킁, 킁, 처음엔 거복 씨께서 그대루 유임하시두룩 내정을 햇었는데......사람의 평가란 그런 대회석상에서 킁, 킁, 그 당시 그 당시의 공기에 따라서 돌변하는 모양입디다. 돌쇠 씨께서 백만 원을 돌 한 개 던지듯 쾌히 내놓으시니까 군중들니 일제히 박수갈채를 합디다. 킁, 킁, 그렇게 되니까 전형위원들두 자기두 모르게 생각이 바뀌어졌나 봅디다. 발표된 이름을 보니까 거복 씨 대신 오관수씨루 됐었소.
 
106
거 복  ......
 
107
윤군수  사실 말이지, 정치란 돈 없ㅇ인 못 하는 거요. 장개석이가 제 아무리 기구 나르는 장사라두 절강재벌 없이야 꼼짝 못 하지요. 킁, 킁, 그리고 미국 같은 나라에서두 돈 없인 대통령 선거에 입후보를 못 한답디다.
 
108
거 복  ......
 
109
윤군수  세상에선 오 각하를 장사꾼이니 모리배니 하구 비난하지만 그게 다 정치가 뭔지 모르구 하는 소리요 킁, 킁, 정치란 돈이요 우리두 처음 애국당 전국대회차 서울에 갔다가 대뜸 ‘정치를 하는 덴 돈이 필요하오 돈을 가지구 오시오 그 대신 영수증을 떼드리리다’ 소릴 들었을 때 킁, 킁, 당수께 여간 환멸을 느꼈던 세 아니오 허지만 차차 우리두 정칠 해보니까 킁, 킁, 돈의 필요가 절실히 느겨집디다. 나라를 좀먹구 독립을 방해하는 공산당 극렬 분자들을 두들겨 부수는 데두 돈이 들지 않소? 킁, 킁, 테러단이야 돈 안 받고 움직이겠소? 그러니 거복 씨두 정치를 본격적으루 한번 해보시혀거든 목돈을 좀 쓰시오, 목돈을. 킁, 킁.
 
110
거 복  ......
 
111
윤군수  (처에게) 킁, 킁, 아가 왜 도즁에 나가셨어요?
 
112
처   빨래 삶어논 것 때문에......
 
113
윤군수  어머님게선 왜 또? 킁, 킁.
 
114
처   허리가 아프셔서 나오셨다는군요.
 
115
윤군수  앞으루 좀더 적극적으루 나와들 주십쇼. 킁, 킁, 그리구 참 오늘 기부하시기루 된 저 행자나문 어머니께서 잊어버리구 가셨나 부다구, 우리 여편네가 대신 적어넣어 드렸다구 합니다.
 
116
거 복  (낭패하여) 부인께서 대신 적어넣으셨대요?
 
117
윤군수  그렇게 놀랄 거 없소. 우리 여편네가 적어넣었다니까, 우리 이름으루 한 줄 아시오? 킁, 킁, 당신 이름으로 했답디다. 박거복 씨 이름으루 했답디다.
 
118
거 복  (더한층 낭패한 표정) ......
 
119
윤군수  킁, 킁, 또 좋은 기회가 있겠지요.
 
120
거 복  ......
 
121
처   안녕히 가십쇼.
 
122
(윤군수, 연신 킁킁거리며 장대한 걸음으로 나간다.)
 
123
처   (군수를 바래고 돌아오며) 여보, 애국당 간부자리두 떨어졌다니 앞으루 독립이 되더래두 벼슬자리 하나 못 얻어 하게 될 게 아니오?
 
124
거 복  (호통을 친다.) 듣기 싫어.
 
125
처   아이 깜짝이야. 벼슬두 못할 바에야 무슨 정성이 뻗쳤다구 오백 년이나 된 나물 베어 바친단 말이오?
 
126
거 복  허느니 내가 그 말이야. 빨리 곽목사한테 좀 뛰어갔다. 와.
 
127
처   거긴 왜요?
 
128
거 복  가서 각하께 아까 기부 신청한 거 취소하겠다구 하구 와.
 
129
처   네. (하고 행주치마를 벗어 던지고 급히 나간다.)
 
130
(거복, 만성치질을 앓는 사나이처럼 무거운 다리로 자기 방으로 들어간다. 전면 후면 미닫이와 덧문을 꽉꽉 닫는다. 이윽고 끙끙 앓는 신음소리가 안에서 들려온다. 곽목사와 처, 이야기하며 들어온다. 도중에서 만났나 보다.)
 
131
곽목사  그대루 기부하시라구 하시지요. 한번 적어 넣었던 걸 이제 와서 어떻게 취소하겠어요?
 
132
처   그래두 취소해 주십쇼 아무리 생각해두 그만두는 게 좋겠다구 하니까......어머님께서두 반대하시구......
 
133
곽목사  어떻게 이렇게 별안간에들 맘이 변하셨을까?
 
134
처   ......
 
135
곽목사  (둘러보더니) 나가셨나요?
 
136
처   몸이 편찮어 드러누우셨나 보군요.
 
137
(방안에서 거복의 끙끙 앓는 신음소리.)
 
138
곽목사  (마루로 올라간다. 문 앞에서) 어디가 편찮으시오?
 
139
신음소리 으흠, 으흠.
 
140
곽목사  그런데 기불 취소하시겠다구 했다지요?
 
141
신음소리 으흠, 으흠, 으흠.
 
142
곽목사  어리애 장난두 아니구, 대회석상에서 적어 넣었던 걸 지금 와서 어떻게 도루 물른단 말이오?
 
143
거복의 소리 기부는.......자유의사야......으흠, 으흠.
 
144
곽목사  아무리 자유의사라두 거복 씨 체면이 있지 않소?
 
145
거복의 소리 오늘부터......애국당......그만두면 그만 아니오......으흠, 으흠.
 
146
곽목사  그야 거복 씨만 그만두시면 그만이겠지요 허지만 우리 애국당 지부의 체면은 뭐겠소? 각하게서 달라구 요구하시지도 않은 물건을, 이쪽에서 자진해서 바친다구 기부 목록꺼지 작성해서 바쳐놓구 이제 와서 도루 물르겠다구 하면 우리 지부의 체면은 뭐며, 우리 읍 오만 읍민의 체면은 뭐겠소?
 
147
거 복  체면이 무슨 기급할 체면이야. (하고 활짝 문을 열어제친다. 그는 대짐을 끌러 머리를 둥리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당신들 꿍꿍이 속 다 알았소 나만 싹 빼돌리구 당신들 끼리끼리만 해먹으려는 꿍꿍이 셈속 다 알았소, 가 알았어.
 
148
곽목사  글쎄, 뭘 다 알았다구 자꾸 이러시오?
 
149
거 복  건너다 보니 절터란 말이오. 싹수가 노랗단 말이오 난 뭐 눈치코치두 없답디까? 자리두 하나 못 얻어 할 걸 빤히 알문서, 즉 쒀서 개 좋은 일 하려구 이 행자나물 공짜루 바치란 말이오? (하고 마루로 뛰어나온다.)
 
150
곽목사  (피하여 뒤로 물러 앉으며) 허 참, 그렇게 말씀허시문 거복 씨 인격을 의심치 않을 수 없겠는데.....
 
151
거 복  서루들 한몫 보자는 판에 인격이 무슨 개 말라빠진 인격이야? (하고 목사의 벗어 놓은 중산모를 주먹으로 내리친다.) 현금 기부 안한다구 한마디 의논두 없이 사람을 미끄러뜨리구, 돈 많이 기부했다구 영사관 고쓰가이질 하던 놈을 모셔다 앉히는게 당신들 인격이오?
 
152
곽목사  (모자를 집어 푹 꺼진 산을 바로 일으키며) 허 참, 거 거복 씨가 나한테 이렇게 무례한 폭행을 하실 줄은 몰랐는걸 유감이야, 유감이야. (하고 머리에다 얹는다. 피하는 듯 마루를 내려서며) 정 그러시다문 기분 취소하겠소. 허지만 대관절 저 나물 누굴 주려구 이러시는 거나 좀 압시다.
 
153
거 복  (뱉는 듯이) 아물 주문 어때?
 
154
곽목사  한 번 냈던 걸 취소두 해드리는데 그까짓 거야 못 가르쳐 주실 거 있소?
 
155
거 복  (반발적으로) 내 처남한테 팔려구 하오.
 
156
곽목사  (조롱하듯) 팔어요?
 
157
거 복  그렇소. 돈 받구 팔 테요. 삼천 원 받구 팔테요. 어쩔 테요? (하고 들이 댄다.)
 
158
곽목사  그럼 삼천 원에다 이 동리의 유서 깊은 고목을 팔아치우신단 말이오? 삼천 원에다 우리 고을의 자라온 역사 그대로인 이 고목을 팔아치우신단 말이오? 이조 오백 년의 산 역사를 단돈 삼천 원에?
 
159
거 복  (태연히) 그렇소 왜 배가 아프오?
 
160
곽목사  허, 거 참, 내가 왜 배가 아프단 말이오? 소화만 잘 되구 있소. 대관절 거복 씨 같은 부자가 돈 삼천 원을 받아서 뭐에다 쓰려구 이러시오?
 
161
거 복  나두 기부 좀 하려구 그러오. 그 돌쇠놈처럼 현금 기부를 하려구 그러오. 하하하하. (하고 혼자 통쾌하여 혹을 붙들고 웃는다.)
 
162
곽목사  (여우에게 흘린 듯 망연히 그를 바라보더니 초조히) 아니, 기불하시다니 누구한테 하신단 말이오?
 
163
거 복  (대답이 쿡 막힌다.) ......좌우지간 할 테요. 어엿하게기부할 테요.
 
164
처   (날쌔게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저 동리 청년단에다 하신대요.
 
165
거 복  (소생한 듯) 그렇소. 동리 청년한테 할 작정이오. 수해구제금으루 말이오 그렇소. 동리 청년단 위원장 하 선생한테 줘서 수해동포 의연금으루 써달라구 할 작정이오. (하고 진땀을 씻는다.)
 
166
곽목사  (불쾌한 듯) 그럼 이 나물 결국 수해구제금으루 베시게 되는 폭이군요?
 
167
거 복  그렇소 왜 입맛이 좀 쓰시오? 하하하하. (하고 천둥치듯 웃는다.)
 
168
(이때 하동정, 후문으로 들어온다. 곽목사, 모멸에 찬 눈으로 그를 흘겨본다.)
 
169
거 복  (맨발바닥으로 뛰어내려가 그의 손을 붙들며) 하 선생, 마침 잘 오셨소 어서 올라오시오 그렇지 않아도 지금 댁으로 우리 수국일 보낼려던 참이었소.
 
170
동 정  (외의 친절에 어안이 벙벙하면서 끌려 올라간다.)
 
171
거 복  (방석을 권하며 처에게) 들어가서 그 우물에 찬 수박 좀 썰어 와.
 
172
곽목사  흥. (약이 올라 혼자 주먹을 쥔 채 씨근거린다.)
 
173
동 정  목사님두 올라오시지요.
 
174
곽목사  댁이 누굴 약을 올리는 거요?
 
175
동 정  그렇게 말씀하실 거야 있습니까? (거복에게) 그래 대회엔 나가 보셨습니까?
 
176
거 복  난 이놈의 혹 때문에 못 나가구 어머니하구 수국 어머니하구 수국이가 나갔다 왔지요.
 
177
동 정  그래 감상이 어떻다고들 해요?
 
178
거 복  재미가 없어 모두들 도중에서 나온 모양이오 그리구 맹첨지두 갔다와선 하루종일 투덜거리구 있구......
 
179
동 정  이번 대회는 전적으루 실패하구밖에 볼 수 없지요. 댁의 식구들만 보더라두 그렇지요 어머니, 수국이 벌써 세 사람이 각하에게서 떨어져 나온 게 아닙니까? 게다가 맹첨지까지 합하면 도합 네 사람이 오 각하한테서 떨어진 셈입니다.
 
180
거 복  네 사람뿐이겠소. 나두 떨어졌소.
 
181
동 정  (의아한 듯) 수국 아버지께서두?
 
182
거 복  그렇소. 아주 똑 떨어지구 말았소. 삼복에 채미 꼭지 덜어지듯 정이 똑 떨어졌소.
 
183
동 정  그것 보십쇼. 그러게 제가 아까 뭐라구 했습니까? 조선독립과 오 각한 절대루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구 하실 때, 그 문젠 오늘 대회와 오 각하의 강연을 들으신 후에 얘기하시라구 안 그랬습니까? 오늘 강연회에서 도중에 돌아간 사람들은 비단 댁의 식구들만이 아닙니다. 허리에다 벤또를 차고 수십 리 밖에서 산을 넘고 들을 건너 모여들었던 수백 명의 농군들이 오 각하에게 실망하고 돌아갔다는 것은 조선의 노동자 농민을 비롯한 근로대중 전부가 오 각하에게서 떨어져 나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것은 오 각하께서 민주의 품안으로 들어오시지 못하고 늘 민중과 유리되어 있으시기 때문입니다. 늘 그들의 편이 되고, 그들의 이익과 행복을 위하여 싸워주시지 않고, 그들의 행복과 이익에 배치되는 자본가, 지주, 악덕 모리배들, 일부 특권계급만을 위해서 싸우고 있으시기 때문입니다. 대중이란 단순한 것입니다. 오늘 각하께서 북조선처럼 땅을 골고루 나눠 준다구 했어 보십시쇼. 그 사람들은 땅에 코가 닿도록 절을 하고 그야말로 신주님으로 받들었을 것입니다. 조선의 진정한 지도자들은 이들 대주의 손이 되고 발이 되는 분이어야만 합니다. 결코 수국 아버지 그 목에 달리신 혹 같은 존재여서는 안 될 것입니다.
 
184
거 복  하하하하. (통쾌하게 웃으며 혹에 붙은 수염 한 개를 쑥 뽑는다.)
 
185
곽목사  (얼굴이 푸르락누르락하여) 아니 그럼 어떻게 하시는 말씀이오?
 
186
동 정  진정으로 나라를 사랑하는 조선의 지도자는 결코 혹 같은 존재가 돼서는 안 된단 말이지요. 늘 민주의 기쁨과 슬픔을 알고, 그들의 이상을 알고 몸소 실천하는 손발이 되어야지, 긁어도 가렵지도 않고 때려도 아프지도 않는, 인체와 유리된, 혈관도 신경도 없는, 고기의 덩어리가 되어서는 안 된단 말입니다. 그건 사치품도 못 될뿐더러 오히려 거추장스럽지만 않겠어요?
 
187
거 복  사실 옳은 말이오 이놈의 혹 때문에 내가 어떻게 골치를 썩이고 있는 지 모르오 빨리 떼어 버려야만 하겠소.
 
188
곽목사  흥, 이제 알구 보니 그렇군?
 
189
거 복  뭐가 그렇단 말이오?
 
190
곽목사  당신이 좌경했단 말이오. 적색분자가 됐단 말이오. (측은하다는 듯이) 쩟쩟, 딱한 노릇이오 나이 오십에 무슨 공산주의요? 지각 좀 차리시오, 지각좀.
 
191
거 복  당신들 그 역원들 꼴 보기 싫어서두 공산당 해야겠소.
 
192
곽목사  우리 간부들 꼴 보기 싫어서가 아니라 위조지폐가 쓰구 싶어서 그러시겠지. 일천이백만 원이나 해먹은 그 위조지폐가 쓰구 싶어서 그러시겠지? 허지만 당신이 집하구 땅하구 보전하구, 하루라도 더 사시려거든 아예 공산당엔 들어가지 마시우. 신세 망쳐. (하고 머리를 흔들흔들 하며 나간다.)
 
193
동 정  조선이 바루 되려면 목사가 정칠 말어야만 할 텐데, 그 자들이 관청 요직을 차지하구 있으니 참 한심한 노릇이오.
 
194
거 복  (별안간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 ......
 
195
동 정  그럼 어떻게, 나물 베두룩 할까요?
 
196
거 복  (태도가 돌변하며) 나물 베다니요?
 
197
동 정  아까 기부해 주신다구 그러지 않으셨어요?
 
198
거 복  (펄쩍 뛰며) 기불 하다니요? 잘못 들으신 게지. 난 그런 말 한 적 없소.
 
199
동 정  없으시다니, 당장 그러시구 나서 금세 부인하십니까? 제가 들어오니까 사람을 보내려던 참이라구까지 하시구서.
 
200
동 정  그럼 곽목사한테 수해구제금으루 기부하시겠다구 한 건 농담이었단 말씀이세요?
 
201
거 복  농담이야 아니었지요.
 
202
동 정  그럼 이행을 하셔야지요. 이런 일이란 빠르면 빠를수룩 그만큼 더 생명을 건질 수 있는 것입니다.
 
203
거 복  하 선생, 내가 이 나물 기부하겠다구 한 건, 곽목사하구 우리 당 위원들을 약을 좀 올려줄려구 했던 거요 정말루 당신들한테 기부하려구 했던 건 아니오.
 
204
동 정  (언성을 높이며) 무엇이 어째요? 약을 올려주려구 했던 거라구요?
 
205
거 복  그, 그렇소.
 
206
동 정  (날카롭게) 그런데 왜 거기다 나를 꿀구 들어갔어요. 네? 왜 내 팔목을 붙들구 끌구 올라갔냔 말이에요? 내가 수국 아버지 약 올리는 재료 감이란 말이에요?
 
207
거 복  (약간 기가 꺾인다. 그러나 허세를 피며) 그럼 지나가는 말루 한마디 한 걸강제루 이행하라구 하는 거요?
 
208
동 정  강제가 아니라, 수국 아버지께서 정정당당히 이행하셔야 할 겁니다. 누군 뭐 헐 일이 없어서 이러구 다니는 줄 아세요?
 
209
거 복  허지만 나 직접 당신한테 대구 얘기했던 건 아니니까 이행할 수 없소 (하고 방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210
동 정  (방문 앞에 가 딱 막아 서며) 나한테 직접 하셨건 제삼자한테 하셨건 내준다구 하신 건 사실 아닙니까? 점잖으신 양반이 일구이언이 뭡니까?
 
211
거 복  허지만 난 곽목사한테 했지 당신한테 일구이언한 건 아니니까, 꼭 이행해야만 될 의문 없소 (하고 마루 뒷문으로 피해 나간다.)
 
212
(처, 마루 뒷문 앞에 나타나 그의 앞에 막아선다. 쟁반에 수박을 들었다.)
 
213
처   당신두 어린애두 아니구, 그게 뭐요? 행자나물 영팔이한테 팔아서 그돈으루 그제금 바치겠단 소린, 수박 썰면서 나두 들었소 준댔다 안 준댔다, 체통사납게 그게 뭐요? 다른 일두 아니구 일가친척 구하구, 한 고을 사람구하는 일에.
 
214
거 복  난 지나가는 말루 했대두 그러네.
 
215
처   당신이 아까 당신 입으루 나한테 뭐라구 했소? 땅은 못 주더래두 벼슬은 한 자리 얻어 준다구 안 그랬소?
 
216
거 복  누가 이렇게 될 줄 알았어?
 
217
처   그러니 땅두 못 주구 벼슬두 못 줄 바에야 이 나무라두 주두룩 헙시다.
 
218
거 복  나라를 위해 쓰라구 유언하신 나물 어떻게 영팔이한테 주라구 이이, 야단이야? 저리 비켜, 빨리.
 
219
(처가 움직이지 않으므로 돌아서서 내려온다. 피해서 중문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노모, 안에서 나와 문지방 앞에 막아 선다.)
 
220
노 모  너두 나일 쉰을 먹었으문 체통을 좀 차려라. 대가리 커다란 자식을 기르는 사람이 그게 무슨 꼴이냐? 손위 사람들두 아니구 동갑 또래 친구들두 아니구 아들뻘 되는 손아래 젊은이들한테 그게 무슨 점잖치 못한 짓이야?
 
221
거 복  어머닌 왜 또 나서시는 거예요?
 
222
노 모  나두 수해구제 기부한단 소릴 안에서 들었으니 허는 말이다. 우리 행자나무두 화로나 장기판이 돼가지구, 서투른 서양 부인 방으루 들어가는 것보단, 화려한 의거리 양복장이 돼가지구 새파란 색시 방을 들어가서 귀염받구 사랑받는 걸 좋아할 게다.
 
223
거 복  나라를 위해 쓰라구 유언하신 나물, 말 한마디 잘못했다구 백줴 시집가는 색실 위해 쓰란 말이세요?
 
224
노 모  나라를 위하는 거란 너같이 꼭 벼슬자리 얻어 하려구 쓰는 거만이라더냐? 수해구제두 나라를 위하는 일이구, 거지 구하는 것도 다 나라를 위하는 일이야. 그러게 인자한 임군은 왕위에 오르시문 거지잔치부터 베푸시는 법이란다.
 
225
거 복  모르문 어머닌 가만히나 계세요 얼른 저리 비키세요.
 
226
노 모  난 비킬 수 없다. 가려거든 내 눈앞에서 떳떳이 사내답게 냐주구 가거라. (노모가 움직이지 않으므로 거복, 피하여 중문과 창고 사잇길로 나가려고 한다. 수국, 사잇길에서 나오며 부의 앞에 막아 선다.)
 
227
수 국  화로하구 바둑판을 맹글어서 오 각하한테 기불 했더면 어떡헐 뻔했어요? 아까 그, 내 수포처럼 무참한 꼬락서니가 안 됐으리라구 누가 보증하겠어요?
 
228
거 복  이년아, 넌 또 왜 기가 나서 들이대는 거냐, 응? 이를테면 네가 하 선생을 두둔하는 거냐?
 
229
수 국  두둔이 아니라 아버지 때문에 난 얼굴 들고 밖엘 못 나가게 돼서 그러는 거예요. 진이하구 모두들 동맹유학을 했을 때두 아버진 나를 강제루 끌구 운동장 수챗구멍으루 등교를 시키지 않았어요? 난 하는 수 없이 아버지의 그 야비한 공갈과 협박에 못 이겨 동문들과 언역을 배반하구 뒷구멍으로 학교엘 나갔었던 거예요 구 후 퇴학 맞은 진이하구 그의 동무들은 전부 청년단에 들어가서 일하구 있어요 한 번은 속았지만 두 번씩 그들을 배반할 순 없어요 수해구제 의연금으루 내주신다구 했으니 내주세요.
 
230
거 복  이년아, 너두 그만큼 공불 했으문 애비 존경할 줄 좀 알아봐라, 존경할 줄좀 알아보, 청년단들한테 부끄러운 거야 그때 잠깐 지나면 그뿐이지만 나무를 내줘 봐라. 할아버님 유언은 두 번 다시 이행할 수 없게 될 테니.
 
231
수 국  걸핏하면 유언 소린 하나 잘 내놓으셔. 다 썩어빠진 나무 하날 가지구, 나라를 위하면 얼마나 위한단 말이에요? 곤경에 빠진 동포를 구하는 것도 훌륭히 나라를 위하는 길이에요.
 
232
거 복  빨리 비켜.
 
233
수 국  내놓고 가세요.
 
234
(거복, 딸을 움직이지 않으므로 눈을 희번덕거리며 앞을 피해 창고 문으로 나가려고 한다. 맹첨지, 창고 문에서 나오며 그의 앞에 허리를 굽히고 막아선다.)
 
235
거 복  (노발대발하며) 맹첨진 또 뭐야?
 
236
맹첨지  저야 뒨 어른께 무슨 여쭐 말씀이 있겠습니까......그저 저두......수해 구제두 나라를 위하는 일이란 거에......똑같은 생각이란 말이지요......나라두 있다구......우리 같은 사람 다 죽구 무슨 나라구 독립이구 있겠어요?
 
237
거 복  누가 맹첨지한테 그런 거 가르쳐 달래? 빨리 저리 비켜.
 
238
맹첨지  ......
 
239
거 복  이놈의 첨지가 쪽박을 차구 싶은가?
 
240
맹첨지  ...... (부동)
 
241
거 복  (돌아서서 동정을 중오와 분노로 흘겨본다.) 흥, 인제 알구 보니 당신이 장마에 끊어진 곡간 고쳐줍네 하구 드나들더니, 우리집 식구들한테다 주살놔줬구려. 호열자 예방주사 놓듯, 공산당 주살 놔줬구려? 그래 가지구 오늘 일제히 동맹파업을 시켰지?
 
242
동 정  (어이가 없는 듯이 그를 바라보고만 있다.) ......
 
243
거 복  (올연 판장 쪽으로 달려가 판장 문을 흔든다.) 초국이, 초국이, 이거 좀 와보게, 이거 좀 와봐.
 
244
(초국, 판장 문을 열고 들어온다. 뒤따라 진이.)
 
245
거 복  (응원을 청하듯) 초국이, 저자가 우리집 식구들을 충동질 시켜 가지구 이나물 베러가려구 하구 있네.
 
246
초 국  이 사람아, 자네가 자진해서 내주겠다구 아가 안 그랬나?
 
247
거 복  뭣이?
 
248
초 국  곽목사한테 하는 소릴 나두 판장 너머루 똑똑히 들었네.
 
249
거 복  아니 그럼, 자네두 이 나물 내주란 말인가?
 
250
초 국  첨부터 손이나 안 댔으문 모를까, 가장구하구 뿌릴 반 이상 베어놓아서 그대루 둥대두 살진 못 할걸세. 기왕 죽을 걸 끼구 있으문 뭘 하겠나? 시원스럽게 내주지.
 
251
거 복  니놈아, 그게 친구한테 할 소리냐? 앞뒷집에서불알 붙들구 같이 자라난 친구한테 할 소리냐? 경찰서에 달려가서 순사는 불러다 주지 못할망정, 돌아가신 느이 할아버질 봐서라두 네놈마저 맞장구를 쳐야 옳단 말이냐?
 
252
진 이  아저씨, 호열자 주사 맞으시는 셈 치시구 눈 딱 감구 내주세요.
 
253
거 복  뭐, 호열자 주사?
 
254
진 이  네, 지금 아저씨가 하 선생께서 주살 놔놓으셨다구 안 그러셨어요? 아저씬, 저 나무가 거미줄 하나 없이 깨끗하다구 하시지만, 아까 밭을 만드느라구 뿌리 근처를 파보니까 엄지손가락만한 굼벵이가 우굴우굴해요. 그러니 저 꼭대기에 올라가 보문 진드기두 여간 많이 득실거리지 않을 거예요. 나무 속에두 별 벌레가 다 먹었을 거구, 겨울엔 가장구 때문에 양지가 안 들구 나무 밑은 늘 숩하구 우중충하지 않았어요? 그러니 위생상으루 봐서두 좋지가 않어요. 거기다 밤낮 고살 지내니, 비 오는 날 밤엔 도깨비가 나올 것 같구, 무서워 죽겠어요.
 
255
초 국  아까 못 하겠다구 거절했네만, 자네가 수해구제에다 기부해 준다면 내가 무료루 봉사해 줌세.
 
256
거 복  네놈이 불난 집에 부채질이냐?
 
257
(거복, 노기확충하야 후문으로 나가려 하는데 초국, 앞을 막는다.)
 
258
초 국  (그의 팔을 붙들며) 그렇게 고집 피우지 말구 내주구 나가게.
 
259
(거복, 그의 손을 획 뿌리친다. 일동을 무의식중에 한 바퀴 흝어보니 마치 자기를 포위하고 있는 듯하다. 순간 생리적 불안과 공포가 뇌리를 덮는다. 돌연 뒷걸음질을 쳐 행자나무 앞으로 간다. 나무에다 등을 착 대고 방어자세를 취하며 비명에 가까운 규환을 한다.)
 
260
거 복  이놈들아, 나를 가운데다 몰아놓구 느이들이 재판을 할 작정이냐? 동래서 애비 때린 놈 잡아다 놓구 볼기 때리듯 나를 때릴 작정이냐? (하고 비지땀을 흘린다. 극도의 흥분으로 안색은 종잇장같이 하얘졌으며 안면은 뜨끔뜨끔 경련한다.)
 
261
동 정  (그의 앞으로 가며) 수국 아버지, 즈이가 수국 아버질 둘러싸게 된 건 무슨 사전 약속이 있었던 것도 아니요, 또 수국 아버지 말씀과 같이 미리 주사를 놨던 것두 아닙니다. 어떻게 우연히 이렇게 되구 말았습니다. 우리가 무슨 권한으루 수국 아버지를 재판하구, 무슨 권한으루 매질을 하겠습니까? 오늘 이 자리의 이 우연한 포위는 댁의 가족들과 이웃과 우리 청년단이, 그 이유는 다 각각 다르지만 이 행자나물 베는 데 대해서 의견이 일치한다는 것을 표시하는 것입니다. 이 기회에 깨끗이 기부해 주십쇼 수해동포와 계씨를 구하는 길일 뿐 아니라, 수국 아버지 자신을 구하는 길일 것입니다.
 
262
거 복  (미친 듯이 절규한다.) 나를 구하는 길이라니?
 
263
동 정  수국 아버지의 머리 속에 저 고목처럼, 가장구를 펼치고 있고 뿌리를 박고 있는 봉건잔재와 일제잔재를 깨끗이 청소하는 길이란 말입니다.
 
264
거 복  당신은 말 끝마다 일제잔재니 봉건잔재니 하지만, 난 그런 건 가져본적두 없거니와 털끝만치두 갖구 있지 않소.
 
265
동 정  잔재란 누구든지 자기 자신은 의식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댁의 조부님께서 생존하셨을 땐 나라란 곧 임금을 의미했던 것이고, 나라를 위해 쓰는 일이란 곧 임금을 위해 쓰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므로 할아버님의 이 유제는 수국 아버지 머리 속에 그대로 내려와 오 각하의 얼굴에 지난날의 대한과 임금의 면모를 느끼게 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할아버님대로부터 아버님대를 거쳐 수국 아버지대에 이르는 삼십여 년 동안 조선은 비록 나라를 빼앗기고 나라 없이 살아왔을 망정 나라에 대한 이상은 늘 백성과 함께 자라왔었고, 모든 애국자들은 이 이상을 위하여 용감히 싸워 왔었습니다. 이 이사이란 앞으로 우리들이 세울 새로운 나라에의 이상이었으며, 새로운 나라란 임금을 위한 나라가 아니라 우리들 백성 자신을 의한 나라여만 되겠다는 것 이었습니다. 요샛말로 하면 인민을 위한 나라란 말입니다. 그러므로 지금에 와서 나라를 위해 쓴다는 것은 곧 인민을 위해 쓴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수해동포나 전재민이란 우리 인민 중에 가장 고초를 받고 있는 불쌍한 동포들입니다. 그들을 위해 쓰는 것이 어째서 나라를 위해서 쓰는 길이 아니겠습니까?
 
266
거 복  (가슴이 약간 찌를 해오나 보다. 묵연히 듣고만 있다.) ......
 
267
동 정  일제잔재란 별 게 없습니다. 왜정시대에 군용재료 헌납하여 해군 대신에 감사장을 받어가지고 행세를 해보시려던 그 비루하고 오욕된 생각을 해방 후의 오늘깍지 그대루 가지고 오셔서 또다시 벼슬이나 이권이라두 하나 잡아보시려는 그 부패한 때를 말하는 것입니다.
 
268
거 복  (찔린 듯이 전신을 경련한다.) ......
 
269
동 정  조선의 독립이란 삼천만 민족의 한 사람 한 사람의 혈관 속에 잠재해 있는 이 같은 봉건잔재와 일제잔재를 뿌리째 뽑아버리지 않구는 절대루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이 잔재를 깨끗이 청소함으로써만 우리가 희망하는 진정한 민주주의의 국가를 세울 수 있습니다.
 
270
거 복  ......
 
271
동 정  그런 의미에서 이 나무를 기부해 주신다는 건, 아까 말씀한 바와 같이 나라를 위하는 길일 뿐 아니라 수국 아버지 자신께서 목욕하시는 길이요, 나아가 진정한 이 땅의 민주주의의 국가 건설을 추진시키는 길일 줄 압니다.
 
272
거 복  ......
 
273
(이때 후문으로 일본식으로 행장을 한 영팔과 그의 처 들어온다. 처의 등에는 영양부족으로 널브러진 젖먹이가 업혔으며 처의 창백한 얼굴은 흩어진 두발과 함께 괴담에 나오는 귀신을 연상케 한다. 일본서 나서 일본서 자라나 조선말을 못한다.)
 
274
영 팔  (이상한 공기에 잠깐 주저하더니 누나 앞으로 간다.) 누님 가겠수.
 
275
처   아니 간다니, 어디루?
 
276
영 팔  일본으루 다시 들어가겠수.
 
277
처   그럼 그 구석엘 또? (하고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고 그 자리에 엎어져 운다.)
 
278
(영팔의 처도 돌아서서 어린애를 얼르며 운다.)
 
279
영 팔  (거복에게) 매부, 그 동안 여러 가지루 폐만 끼쳤수. 여기 더 있었댔자 별수가 날 것 같지 않군요. 창피하지만 일본으루 다시 기러들어가는 수밖에 딴 도리가 없겠어요.
 
280
거 복  ......
 
281
영 팔  조선 나와 보니 이것이 내 고국인가 하는 생각이 자꾸만 난요. 여기 나올 때야 학교 운동장에서 거적 깔구 지내다 다시 기어돌아갈 줄 생각이나 했겠어요? 여기단 그래두 일본 사람들이 다정하고 따뜻해요. 같은 수용소에 있는 만주서 온 어떤 영감은 날보구 일본 들어간다구 친일파라구 하더군요 허지만 사실에 있어 조선 나와 반 년이 넘었지만 따뜻한 밥 한 덩일 얻어먹었으면 개잡놈이에요.
 
282
처   (가슴이 메어 더 한층 오열한다.)
 
283
영 팔  사실은 벌써부터 도루 들어갈려구 했었지만, 야미배가 원체 비싸서 못 들어갔었던 거예요. 오늘 일본인 세와까이( )에서 스물한 명이 떠난다기에 비루하지만 니쓰구리 해주구, 짐 날러다 주기루 하구, 그 틈에 껴서 하든까지 같이 가기로 했어요.
 
284
거 복  (노모에게) 사돈 마나님, 그럼 안녕히 계십쇼.
 
285
노 모  이렇게 섭섭하게 떠나서......이럴 줄 알았더면 아침이라두 한 끼 멕여서 떠내보낼걸. (하고 눈물이 글썽한다.)
 
286
영 팔  (자기 처에게) 오바산니 오와까래시나〔아주머닌께 작별인사 여쭤〕.
 
287
영팔처  (공손히 인사한다.)
 
288
노 모  (측은하여) 에미가 저러니 젖이 나올 리가 있나.
 
289
영 팔  (자기 처에게) 오니이사마니모 시나구자〔형님에게도 해야지〕.
 
290
영팔처  (절한다.)
 
291
거 복  (가슴이 뭉클해 외면을 한다.)
 
292
영 팔  그럼 수국이두 잘 있구......
 
293
수 국  (돌아서서 운다.)
 
294
영 팔  (맹첨지에게) 영감님, 또 뵙지요.
 
295
맹첨지  (한숨을 훅 쉬며) 자알 가시오.
 
296
(영팔, 자기 처를 재촉하여 나간다. 노모, 수국, 할아범, 처, 울면서 뒤따른다. 쓰르라미가 소낙비처럼 울어댄다. 무거운 침묵. 처, 울면서 되돌아온다.)
 
297
처   당신은 벽이요, 돌이요, 기두이오. 어떻게 저것들을 여기서 살게 할 길이 없겠소?
 
298
거 복  ...... (동요를 짓누르려고 고민한다.)
 
299
처   (그의 몸을 붙들고 흔들며) 어떻게 다시 들어가지 않구 살게 할 길이 없겠소?
 
300
거 복  (다시 세차게 흔들며) 없겠소?
 
301
처   그럼?
 
302
거 복  음......그리구 돈은 하 선생 드리라구 해.
 
303
(늘어섰던 일동, 진통 끝에 분만을 본 듯 안도의 한숨을 훅 쉬고 약속이나 한듯이 서로들 얼굴을 바라본다. 처,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르는 듯이 급히 밖으로 나간다.)
 
304
초 국  그 말 한마디가 그렇게두 힘든가? 죽은 진이 어멈 초산할 때보다두 더하네.
 
305
거 복  ......공산당에선 내 땅두 이렇게 뺏어갈 거야......오늘 같은 똑같은 방법으루, 할아버님때부터 내려오는 이천석지길 뺏어갈 거야......나를 막다른 골목에다 몰아넣어 놓구......꼼짝달싹두 못 하게 칭칭 얽어 놓구......내, 이, 이천석지길 송두리째 뺏어갈 거야......
 
306
(하고 오한이 끼친 듯 전신을 부르르 떨더니, 부상한 짐승같이 무거운 걸음새로 마루로 올라간다. 또다시 폭우가 한번 쏟아지려나 보다. 바람이 어디서인지 획 불어와 마루 한편에 쓸어 놓았던 장기본을 휘날린다. 거복, 얼굴과 몸에 휘날려오는 장기본을 털려고 하지도 않으며 방으로 들어가 문을 꼭꼭 잠근다. 처를 선두로 나갔던 일행 다시 돌아온다.)
 
307
동 정  (달려가 영팔에게) 빨리 이 보따리 끌러 내리십쇼
 
308
수 국  (영팔의 처에게) 네에상 아까장 하야구 오로시대〔언니 빨리 어린애 내려주.〕
 
309
노 모  (처에게) 아까 그 수박, 하 선생 건 모두 드려라.
 
310
영 팔  (보따리를 내려놓으며) 수박보다두 나물 먼저 베어야겠습니다.
 
311
초 국  (저고리를 벗으며) 내가 베어드리지요.
 
312
영 팔  (이구동성) 초국 씨께서요?
 
313
동 정  
 
314
초 국  네, 구제금 대신 근로봉살 하지요 (하고 수건으로 머리를 질끈 동여매더니 도끼를 든다.)
 
315
(긴장이 풀린 일동의 웅성거리는 화기애애한 가운데 기운찬 초국의 세련된 첫 도끼가 쩡 하고 나무 밑둥에 떨어진다. 일동 환성을 친다. 무성한 가장구에서 쓰르라미가 린, 린, 리인 하고 이에 호응한다. 이어 방에서는 도기에 자신의 늑골을 찍히는 듯한 거복의 비통한 신음소리가 들려온다. 막의 템포와 함께 이 도끼와 쓰르라미와 신음소리는 일치된 하모니를 가지고 계속된다. 무생물과 곤충과 인간의 이 세 가지 소리는 새로운 시대에의 건설과 오불관언의 중립과 역사에 낙오된 반동자의 타락한 말로의 호읍〔 〕그대로를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316
-막-
【원문】제 3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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