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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문화의 위기 - 우리문단은 어찌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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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7.10.24
채만식
목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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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出版文化의 危機
2
—우리 文壇은 어찌 될까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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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신문과 잡지가 죄다 없어진다면 문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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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문들 이런 생각을 해보고 가슴이 더럭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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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방정맞은 소리라고 긴찮아할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래서 나 자신부터도 그건 나 일개인의 신경 약한 기우기리를 바라기는 하지만 그러나 눈에 보이는 몇 점 암운(暗雲)이 노상 그러한 대사(大事)를 저질러 놓지 말란 법도 없을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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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사를 저질러놓을 것 같다는 몇점 암운이란 건 조선의 신문 ‧ 잡지가 간행되는 데 대한 소위 객관적 정세와 주관적 정세를 통틀어 말한것인데, 그중 객관적 정세라고 하면 지적이나 비판의 피안에 있어 윤전기가 감히 참견할 수 없는 것이고, 만만다하고 할까 들추어볼 것은 주관적 정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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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프 기근 이후 대소를 물론하고 신문 ‧ 잡지를 발행하는 당사자들의 말은 “이래서야 신문을(혹은 잡지를) 해나갈 수가 있어야지!” 하는 한 결같은 비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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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물어보나마나 종이값이 비싼 게 그 중대한 원인 중의 하나라고 한다. 즉 영업적으로 수지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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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부문의 문화고 대개 그렇지 아니한 것이 없기는 하지만 그중에도 현재 우리가 향유하고 있는 출판문화는 기형적으로 레벨이 높다.(고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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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현대문화가는 것은 그것이 경제적 하층구조에 토대를 두지 않고서 인위적인 ‘문화운동’이 지주가 되어 굳지 못한 모래땅에다가 아쉰대로 일으켜세운 것이다. 말하자면 공중누각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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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하룻밤에 된 로마’요, 그렇기 때문에 조그마한 사회적 동요 나 경제적 변동을 만나고 보면 토대는 여지없이 뒤흔들려 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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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 메이드의 비애라고나 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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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 잡지의 당사자들은 애초에 의도가 그처럼 문화건설을 위함이지 영리를 목적함이 아니요, 아직까지 그렇기는 하다 하더라고, 그러니까 이익의 배당은 바라지 않는다지만 그것을 지탱해 나가기 위해서는 수지만은 들어맞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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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잖고야 몇백 몇천만금을 준비해둔 용지불갈(用之不竭)할 돈이 아니요, 일 개인이나 혹은 몇 개인의 출자액이라는 게 빠안히 한정되어 있 을 것이니, 그처럼 종시 수지가 맞지 않고 보면 출자액이 다 쓰이는 날이 결국 문을 닫아야 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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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마하나마『풍림(風林)』이나『백광(白光)』도 그러한 이유로써 중단 이 되었으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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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有産)의 개인이 문화사업이라는 것에 출자를 하는 것은 다분(多分)의 기분이요, 그렇기 때문에 그들에게 무제한코 출자를 계속하기를 바라는 것은 이상주의적 감상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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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신문사의 간부의 말을 들었더니, 근자의 시국 관계로 신문 부수가 얼마간 늘기는 했으나 그 얼마간 는 것쯤으로는 신문사가 도리어 더 손해를 보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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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테커든 일약 몇십만 부가 늘고 일변 광고요금도 지금보다 올라서 신문 제작의 단가가 내려야만 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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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프의 기근은 아직도 끝이 보이잖아 종이값은 이 앞으로도 더 오르기만 하는 형세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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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다가 요즈음 금융경색은 신문사의 살림에도 미치지 않으란 법이 없다. 이문을 곧잘 보아오던 영리회사도 수형(手形)의 부도를 당하 고 문을 철갈하는 이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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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신문이 그러한 난관에 다들렸거늘 잡지라고 성할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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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라야 문단과 간섭을 가진 것은『조선문학』외에 2,3개에 불과하다. 그것들이 모두 심천(深淺)의 차는 있을망정 수지상 컨디션이 양호 하지 못할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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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마 울며불며 그런 대로 지탱을 해나간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요 또 그래야 할 일이요, 그러기를 바라기는 하지만, 그러나 만약 불행해서 조선의 신문과 잡지들이 죄다 쓰러진다면 그날부터의 문단은 없어지는 신문 ․ 잡지와 운명을 한가지로 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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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신문과 잡지가 죄다 없어진다면, 하기야 조선의 신문화 건설사상 ‘폼베이의 마지막날’ 못지 않은 큰 사건이니 그중의 하나 문학이 나 문단만이 타격을 받으랄 법은 없지만, 그래도 다른 부문의 문화는 신문이나 잡지가 없더라도 그런 대로 지탱해 나갈 수가 있되 유독 문단만은 지금 형편 같아서는 그럴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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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조선의 문학이나 문단이 미술이니 연극이니 음악이니 무용이니 하는 다른 부문의 예술과 달라 오로지 신문이나 잡지에만 목을 매달고 연명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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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도서출판이 왕성하다면 문학이나 문단도 신문 ․ 잡지 들한테 더부살이를 하지 않고서 독립해 나갈 수가 있을 테니까 오히려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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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 문학이나 문단이 신문 ․ 잡지에만 매달려서 살기 때문에 입는 손실은 새삼스럽게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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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문학잡지가 아니고는 신문이나 잡지들은 독자(獨自)의 개성으로 해서 문학이나 문단을 자기편에 위선 유리하도록 이용하려 들지 문학이나 문단의 발전이나 건설을 제일의로 삼지는 아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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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이 소위 ‘신문소설’이라서 형식과 수법만 소설에서 빌어다가 문학예술과는 인연이 먼 통속소설을 더 요구하는 것이며, 잡지가 또한 통속소설이나 야담(野談) 등속을 요구하는 것이며, 이러한 것이 신문 자 체로 앉아 본다면 부득이한 일이라 하겠지만, 그것이 문학이나 문단과 마찰이 생기고 그 마찰로 해서 오는 피해는 셋집살이로 떠도는 문학이나 문단만이 입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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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신문이나 잡지만을 책할 묘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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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뿐 아니라 소위 본격소설이 통속소설만큼 일반 대중으로부터 환영을 받지 못하는 원인이 본격소설이라고 해서 통속소설만큼 ‘재미있게’ ‘잘’ 쓰지 못하라는 법이 없는 이상 책임은 문단 즉 작자에게도 없다고 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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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돈』은 신문에 연재해도 독자들이 열광적으로 환영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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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스또이의『부활』이나 위고의『레미제라블』같은 좋은 작품을 쓴다면야 신문도 무엇이 안타까와 허접쓰레기 통속소설만 요구할 이치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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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렇든 그러한 신문 ․ 잡지나마 죄다 없어지고 마는 날에는 우리는 장차 무엇을 의지삼아 문학적 활동이나 문단을 지탱해나갈 것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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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그대로 있기로 들면 문학이 멸망한다고까지는 극언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문단만은 명색이 없어지고 말 것은 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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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우리는 장차의 그럴 날을 생각하고(가령 신문과 잡지가 그대 로 지탱해 나간다고 하더라도 문학의 보다 나은 발전과 문단의 보다 굳은 안전을 위해서) 대책이 없어서는 안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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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는 여러가지로 방도도 있을 것이나 가장 순편한 것으로는 동인지의 발간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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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중에도 재력이 족한 사람이 없는 게 아니니 그러한 한 사람이 중심이 되어 인쇄비 정도의 자금 판출과 동인들의 원고만 합한다면 2,3개의 동인지를 꾸준히 발행하기에 노상 큰 희생까지는 아니해도 넉넉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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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그것이 전연 불가능한 것이라면 다른 곳 사회에선들 동인지의 융성한 전례가 없을 턱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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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현재 우리에게도 동안 뜬 계간(季刊)이요 겸하여 문청(文靑) 중심 이기는 하지만『단층(斷層)』같은 동인지가 간행되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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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적으로 좋은 이론을 많이 전개도 시키고 무게 있는 작품들도 많이 써내는 것이 물론 문학의 본령이다. 그러나 이 긴급한 또 한개의 비상시에 임하여 문단인은 일변 착실한 경세가(經世家)도 되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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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문단의 ‘일꾼이 많이 많이’ 나와 달란 말이다.
【원문】출판문화의 위기 - 우리문단은 어찌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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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만식(蔡萬植)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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