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S 여러분! 반갑습니다.    [로그인]
키워드 :
한글 
◈ 정열(情熱)은 병(病)인가 ◈
◇ 3 ◇
카탈로그   목차 (총 : 3권)     이전 3권 ▶마지막
1939.3.14~
김동인
1
情熱[정열]은 病[병]인가 (계속)
 
 
2
“여보게. 꼭 와 줘야 하네.”
 
3
꽤 오래간만에 서구는 선우 박사의 병원을 찾아갔다. 찾아갔더니 이런 말 저런 말 꺼내자 자기의 생일이 모레(일요일)이니 부인과 매씨를 동반하고서 꼭 오라는 것이었다.
 
4
선우와 서구는 좀체의 가까운 새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구가 그 병원을 찾는 것은 어떤 때는 하루에 두세 번씩도 찾고 혹은 서너 달은 끔쩍들썩 안하는 때도 있었다. 선우 박사의 소위 애인이라는 김여경(金麗卿)이를 만나는 자리에서 본 이래 진실로 두 달 가까이나 지나서 오늘 처음 선우 내과를 찾은 것이었다. 찾았다 해야 무슨 별다른 용무가 있은 바도 아니요, 그 근처를 지나다가 병원으로는 약간 한가한 시간이기에 둘러 본 뿐이지 아무 목적도 없었다.
 
5
그랬더니 선우는 그 새 서구를 퍽이나 기다리던 듯이 몇 마디 인사가 지나간 뒤에는 다짜고짜로 모레 자기 생일에 가족이 모두 좀 와 달라는 것이었다.
 
6
“나는 참석하기로 다짐두세.”
 
7
서구는 먼저 이렇게 대답하였다.
 
8
“그렇지만 내 안해는 안해의 승낙을 들어야 할 게고 연이는 또 연이의 의견두 있을 테니까 동반이라는 점을 빼놓구 말하세.”
 
9
거기 대해서 선우는 우습도록 황망히 서구의 의견에 반대하였다.
 
10
“여보게. 나 ― 나두 아다시피 자네 부인께서야 자네 승낙하면 문제없을게구. 연씨 말일세. 연씨는 꼭 와 주세야겠네.”
 
11
“이건 무슨 여천지(女天地)인가. 우리 집에서두 사내 하나에 여편네 둘이 오라니 일대 이요. 자네 편에도 자당이 계실 게고 사각앙(四角鴦) ― 아, 아, 아, 아.”
 
12
서구는 웃음인지 진정인지 분명치 못한 소리를 서너 마디를 한 뒤에 계속하였다.
 
13
“김여경 양이 출석지회를 하실 테니 일대 이(二)요 모두가 남자대 여자는 일대 이일세그려.”
 
14
“또 농담 ―.”
 
15
“농담이 아니라 사실이 그렇지 않은가. 혹은 자네는 의사니까 의사의 입장으루 여자는 생리학적 남자는 절반으루 뵈는지는 모르겠네마는….”
 
16
“또 ―.”
 
17
“그렇지 않으면 왜 일대 인가?”
 
18
거기 대해서 선우는 아주 숫자(數字)적으로 자기가 청한 사람이 어떤 사람은 남녀가 삼대 일도 있고 이대 일도 있고 하여 무슨 계획적으로 이대 일로 한 것이 아닌데 우연히 자기네 집안과 서구네 집안이 이대 일로 되어서 오해를 사게 되었다는 점을 누누히 설명하였다.
 
19
“그럼 이대 일 아닌 사람두 있기는 한가?”
 
20
“하다뿐이리. 자넨 왜 온갖 사물을 괴상야릇하게 관찰하나?”
 
21
“그런 게 아니라, 현재 사실이 그러니까 그걸 지적한 뿐이 아닌가. 그런데 대체 자넨 사각 양 ― 아니 김여경 양과 정식으루 혼약을 했나 안했나. 오늘 어디 그것을 좀 따져 보세.”
 
22
여기서 선우 박사는 삼십 남자답지 않게 ― 또는 골독(汨篤) 학구(學究)답지 않게 얼굴을 새빨갛게 하였다.
 
23
“서 군….”
 
24
머뭇거렸다.
 
25
“사실은 저 ― 그 ― 웃지 말게.”
 
26
“누가 웃는가?”
 
27
“좀 여러분께 감정해 달라기 위해설세그려.”
 
28
“애인 감정인가?”
 
29
박사는 마치 열여덟의 처녀와 같이 얼굴을 붉혔다.
 
30
“아 생리학적으로나 의학적으로 자네가 충분히 감정했을 게 아닌가?
 
31
입으로는 이렇게 말하면서도 서구는 그동안 박사가 김여경의 치맛자락 한 귀를 만져 보지 못했을 것을 뻔히 알았다.
 
32
조그만 한 마디의 농담을 던지고 나서 서구는 약간 옷깃을 바로하는 태도로 선우를 향하였다.
 
33
“여보게 선우.”
 
34
보통 조선 사람이 흉없는 친구를 부를 때는 그 당호를 부르거나 이름을 부르거나 성(姓)에는 군(君)자를 붙여서 하는 법이다. 그러나 선우 박사는 성(姓)이 두 자요 이름이 한 자인 까닭에 흔히 ‘선우’라고도 불리었다.
 
35
세상을 웃고 지내려는 인생관을 가진 서구가 약간 옷깃을 바로하고 묻는 바람에 선우 박사도 약간 당황했다.
 
36
“왜 그러나?”
 
37
“김 양 말이세. 김여경 양.”
 
38
이번에는 사각 앙(四角鴦)이라지 않았다.
 
39
“김 양을 자네는 언제부터 아나?”
 
40
선우는 당황하고 당황한 위에 더 당황하였다.
 
41
“올봄에. 그 자네게 소개하기 한 달쯤 전일세.”
 
42
“자네 성격으루 이런 질문에 대답하기가 썩 어려울 걸세마는 내가 묻는 대로 어디 마음에 있는 그대로를 대답해 보게. 심문은 아닐세.”
 
43
“무언가.”
 
44
“김 양의 용모를 취했나 맘보를 취했나?”
 
45
침착해 들으려야 선우의 성격으로는 침착해 들을 말이 아니었다. 그의 다혈질(多血質)의 얼굴은 핏덩이로 변한 듯싶었다.
 
46
“어디 대답을 해보게. 자네두 아다시피 여성 관계로는 내가자네의 대선배(大先輩)야. 그러니까 내 의견두 들어 두는 게 해로울 거 없을 걸세.”
 
47
선우는 한참을 머뭇거리다가야 대답하였다.
 
48
“그 ― 으를 자네에게 소개한 지 한 달쯤 전일세.”
 
49
“어떤 인연으루?”
 
50
“조그만 일에라두 심장이 몹시 뛰논다구…. 심장에 무슨 고장이나 없는가구.”
 
51
“그래서.”
 
52
“왜 잘 진찰해 봤지만 고장은 없어. 아마 처녀기의 수접기가 ―.”
 
53
서구는 하마터면 폭발하려는 폭소를 간신히 참았다. 그 체격에 처녀로서의 심장 고동?
 
54
“그래서?”
 
55
좌우간 뒤를 채근하였다.
 
56
“심장엔 고장이 없어두 기생증이 있는 모양이야. 그래서 한동안 치료받으러 다니던 중에 차차 가까워졌지.”
 
57
“그래서 혼약 성립인가?”
 
58
“아냐.”
 
59
여기서 박사는 당황해 부인하였다.
 
60
“혼약야 자네두 청하구 모두 그러구야 할 게 아닌가. 그저 가까이 지내면서 보노라니 맘보가 곱단 말이여. 그래서 가까운 선배(先輩)며 친지들 앞에 소개허구 그분들의 의견을 봐서 결정할 걸세.”
 
61
“그럼 나두 그 친지의 한 사람이 되는 셈인가?”
 
62
“자네 의견을 가장 참고할 생각일세.”
 
63
“내 의견? 이 색마 씨의 의견을?”
 
64
“….”
 
65
“그럼 내 먼저 물어 볼 일이 있네. ― 이젠 시원하이. 저 선풍기 치게. 대체 솔직하게 말하자면 김 양은 외모는 미인이랄 수 없어. 그 외모에다가 남복을 시켜 놓으면 전라도 참빗 장사 총각일세그려. 사실 사내 녀석이 계집에게 반한다 하는 건 얼굴 판대기가 반반하거나 스타일이 좋다거나 해서 하는 일인데 그건 며칠이 못 가서 서로 떨어져. 그 대신 마음과 마음의 이해라는 건 영구히 간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겠지. 그렇지만 ―.”
 
66
서구로도 약간 말해 거북한 모양이었다. 한순간 머뭇거리었다.
 
67
“그렇지만 말야. 전라도 참빗 장수 총각에 남복시킨 사람에게 대한 사랑두 그렇지 않을까. 일시적으로 맘보만 곱다구 반해 놓았다가 일후 후회하는 일은 안 생기겠나? 남자구 여자구 외표를 갖다가 아주 무시할 수 없는 걸세. 늙어선 외표가 쓸데없다 하지만 젊어서 정 안 가던 짝에게 늙어선들 새삼스레 정 가겠나? 잘 생각해 보게. 생각해 보아.”
 
68
서구는 담배 하나를 꺼내어 붙이면서 말을 끝냈다.
 
69
선우 박사는 서구의 이 말에 적지 않게 감동되었다.
 
70
말에 감동된다는 것은 말의 의미보다도 첫째로 말하는 태도에 감동되었다.
 
71
이 서구라는 친구 웬만한 말은 모두 농(弄)조로 넘겨버리고 대답까지도 농조로 하므로 어디까지가 농담이며 어디까지가 진심인지 경계선을 구별키 힘든 사람이었다.
 
72
오늘도 처음에는 농으로 시작하였다. 그러나 차차 어느덧 농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진실로 선우 박사의 배필을 작정하는 데 신중히 주의하기를 청한다. 이 태도가 기뻤다.
 
73
그 다음에 서구의 말의 뜻에 감동되었다.
 
74
사실 선우 박사 자신도 김여경을 결코 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선우 박사 자기의 말마따나 맘보 하나만 본 것이었다. 맘보는 어느 모로 보든지 참 고왔다.
 
75
“또 그 자네 말마따나 맘보 말일세.”
 
76
서구는 이야기를 계속하였다.
 
77
“자넨 여자 상종이 정 없지?”
 
78
“드물지.”
 
79
서구는 몸을 돌려서 자기 뒤에 있는 라디오를 틀어 놓았다. 자기네의 이야기가 곁방에 있는 간호부들에게 들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80
“내 짐작컨대 자네 여자 상종이란 기껏해야 환자나 간호부들뿐이겠네그려.”
 
81
“응.”
 
82
“환자는 환자지 여자라구 따루 취급할 수 없으니깐 여자 상종이란 간호부 뿐일세그려.”
 
83
“응.”
 
84
박사는 그저 응응 할 밖에는 도리가 없었다.
 
85
“간호부란 동물은 ― 간호부란 인물은 개중에는 혹은 봉사(奉仕)정신이라든가 희생 기분을 가지고 와 있는 사람두 있을지 모르지만 십중팔구는 월급 ― 월급이 얼만가? 이십 원? 이십오 원?”
 
86
“그저 이십오 원에서 사십 원꺼정?…”
 
87
“그 돈을 자네에게서 따내다가 제 부모든가 동생 자식이나 남편과 살림하고자 와 있는 게지. 뭐 선우 박사께 반해서 와 있다든가 세상에 불쌍한 병인들을 간호코자 와 있다든가 하는 사람은 적겠지? 그런가? 안 그런가?”
 
88
“아마 대개 그편이겠지.”
 
89
“그러니깐두루 말야. 자네가 본 바의 여자라는 건 모두 순탄한 길을 밟아 나가는 사람들이 아니어든.”
 
90
그런 때에 자네 앞에 김사각(四角) ― 용서하게. 그 김씨가 나타났으니 자네가 지금껏 보던 여인과는 대상부동인 여인이란 말이지 반하는 게 당연하지. 그렇지만 사내의 욕심이란 제 안해가 외표가 남보다 썩 떨어지는 것두 속이 편치 못해. 처음엔 소위 맘보가 곱다구서 덜컥 혼인을 한다 하세. 혼인한 뒤 한가한 일요일이든가 그런 날 자네 내외분이 동반해서 산보라두 나간다고 하세. 그런 때 길에서 보는 사람들 ― 사내건 여편네건 말일세 ― 그 아가씨 참 체격두 웅장두 하시군. 지게를 져 먹어두 남편 굶기지는 않을 걸 이런 소리라두 들리면 마음이 좋겠나? 자네게 진찰받으러 오는 미녀들을 젖가슴을 두드리면서 지금 집에서 양복장을 혼자서 지구 딴 곳으로 옮겨놓을 마누라를 생각하면 기쁘겠나? 이런 감정이 쌓이고 쌓이면 나중에 마누라에게 대한 불만이 차차 커 갈 게 아닌가. 그 감정이 커질 대루 다 커진 뒤엔 그때두 맘보를 곱다구 그냥 자네가 얼굴을 붉히며 여왕님 여왕님 하겠나?”
 
91
박사는 머리를 숙이고 고요히 들었다.
 
92
직하고 고지식한 박사는 과연 서구의 지적한 바와 같은 코스로서 김여경을 애인으로 택한 것이었다. 그러나 서구의 의견을 듣고 보니 그 역 그럴 만한 일이다.
 
93
한참 머리를 수그리고 있다가 서구를 쳐다보았다. 서구는 에라 봐라 하는 듯이 안락의자에 넘어져서 담배만 뻐근뻐근 빨고 있다. 남성미와 여성미(男·女性美)를 아울러 가진 서구는 아무런 짓을 하더라도 남에게 미움은 사지 않을 사람이었다.
 
94
서구는 그 날 어슬어슬하여서야 선우 내과를 나왔다.
 
95
선우 박사와 이야기할 동안 그의 머리 한편 구석에서 들먹거리던 생각이 그 집을 나서자 아주 구체화하여 저절로 머리를 기울이게 하였다.
 
96
선우 박사에게 대하여 김여경이와 혼약하지 말라는 교환조건으로는 좋은 배필을 지정하여 줄 의무가 있다.
 
97
서구가 선우 박사에게 권할 적당한 배우자가 두 사람이었다.
 
98
한 사람은 자기의 누이 연이었다. 안해의 당부도 늘 있었거니와 사실 남편의 자격으로는 선우 박사만한 사람이 쉽지 않을 것이다.
 
99
외표도 남자다운 위에 상당한 사회적 명예와 지위도 있고 먹을 것도 있을 뿐더러 개업의(開業醫)로서 이 도시의 제일류로 뽑히는 사람이고 성격으로 볼지라도 사회적으로는 제법 똑똑하다. 안해를 맞으면 안해에게는 상당한 판관 노릇을 할 듯하고 음식 같은 것도 남달리 까다롭지 않아 아무 것이나 잘 먹으며 ― 안해의 입장으로 보자면 이만한 남편은 조선 천지에도 몇 사람이 되지 못할 것이다.
 
100
어렸을 적부터 선우와 친히 지내기 때문에 그의 성격이며 기호와 온갖 점을 다 아는 서구는 사실 자기의 매부로 삼기에 가장 적당한 인물인 줄 잘 안다. 그 위에 자기의 누이 연이의 성격으로 보아서 이런 남편이 가장 적당하고 마음에 들 것임도 알고 ― 또 선우 박사의 성격으로 보아서 연이와 같은 안해를 맞아야만 가정을 마음놓고 주부(主婦)에게 맡기고 박사 자신은 자기의 천직에 갱진할 수 있을 것임도 잘 안다. 선우 박사에게서 김여경을 떼어 내는 대신 자기의 누이를 주고 싶었다.
 
101
그러나 누이 밖에 또 한사람 좋은 배필이 있었다.
 
102
홍채옥이었다.
 
103
선우 박사의(여자에게 대하여) 좀 어릿어릿한 성격이 홍채옥이의 정열적 성격과 내외가 된다면 장차 비록 아들 딸을 수십 명을 낳고 백발이 성상하게 될 때까지라도 총각 처녀의 시대와 같은 정도의 정열적 연애가 계속이 될 것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선우 박사와 홍채옥 ― 이 내외는 선우 박사와 서연(徐娟)이라는 내외와는 의미가 다른 행복이 늙기까지 계속이 될 것이다.
 
104
연이와 채옥이 ― 이 두 사람은 다 선우 박사에게 권하고 싶은 ― 그리고 또 결혼이 성립되면 늙기까지 행복이 계속될 만한 좋은 내외이었다.
 
105
김여경은 사실에 있어서 선우 박사가 사괸 맨 처음의 여인이라 총각의 정력이 자기의 아는 단 한 사람인 처녀의 위에 부어진 뿐이지, 진실한 서로 이해하고 도와 줄 좋은 배필이라고는 할 수가 없었다.
 
106
아직 캄캄하게 어둡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벌써 가로등(街路燈)이 켜진 인도를 지팡이를 두르면서 가벼운 걸음으로 걸어가지만 서구의 머리는 위에와 같은 두 갈래의 생각 때문에 약간 어지러웠다.
 
107
“자, 어떻게 하나?”
 
108
무슨 생각을 하든간에 무겁고 어렵게 생각치 않고 대범하고 가볍게 생각하는 것이 습관으로 된 서구는, 이 말하자면 꽤 중대한 문제도 그의 두르는 지팡이와 같이 아주 가볍게 생각하면서 호호탕탕히 자기의 집으로 발을 옮겼다.
 
109
이리하여 그가 이 도시의 중심지 네 거리를 방금 건너설 때 서구가 향하여 가는 방향과는 정직각(正直角)되는 쪽에서 남쪽으로 향하여 나오던 어떤 여학생과 하마터면 마주칠 뻔하였다. 생각에 잠기기 때문에 미처 못 본 것이었다.
 
110
마주칠 뻔하면서 본능적으로 여학생을 굽어보았다. 여학생도 본능적으로 쳐다보았다.
 
111
“아 ―.”
 
112
“미스 홍.”
 
113
두 사람의 입에서는 동시에 말이 나왔다.
 
114
홍채옥이었다. 채옥이의 얼굴은 순간에 주홍빛을 넘어서 자줏빛으로 변하였다.
 
115
“미스 홍. 어디를?”
 
116
“집으로 가는 길이어요. 동무네 집에 갔다가….”
 
117
가로등(街路燈)이 켜졌다 하지만 아직 시간으로는 황혼으로서 품행 단정한 여학생은 좀 황황히 제 집으로 돌아갈 시각이요 좀 수상한 여인은 바야흐로 외출(外出)의 준비를 할 시각이었다.
 
118
한순간 서구를 우러러본 채옥은 머리를 다시 푹 숙이어 버렸다. 그 숙인 머리의 꼭대기를 서구는 잠시 굽어보고 있었다.
 
119
서구가 먼저 입을 열었다.
 
120
“부모님께 걱정 안 들으시겠으믄 어디서 잠깐 저녁이나 같이 할까요?”
 
121
채옥이는 한순간 다시 서구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자기의 눈과 서구의 눈이 마주치기 때문에 황급히 다시 머리를 숙여 버렸다.
 
122
시점은 여름 방학 때였다.
 
123
이맘때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니까 한 걸음 더 나가서 부모님께,
 
124
“저녁꺼정 먹고 가라구 너무 성화쳐서 저녁은 얻어 먹구 왔어요.”
 
125
쯤으로 변명하면 외딸 가진 늙은 부모라 믿지 않을 까닭이 없었다. 서구와 함께 저녁이라도 같이 먹고 싶은 생각이 적지 않은 모양이었다.
 
126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처녀로서의 수저움으로서 이 자기의 가정이 있는 도시에서 다른 사람과 저녁을 함께 먹는 점이며 한 걸음 더 나가서는 자기의 마음으로 좀 유다른 감정을 대하여야 할 사람과 단 둘이서,(자기의 가정이 현재 있는 도시에서) 어느 식당(어떤 종류의 식당을 택할는지는 알 수 없지만)에서 저녁을 함께 한다는 점이 처녀적 감정에 어려운 모양이었다.
 
127
함께 가고 싶어하는 기색도 분명하였다. 두 가지의 상반되는 생각 때문에 주저하고 있는 양이 분명하였다.
 
128
서구는 이 점을 알아보았다. 억지로 끌기도 어렵고 그냥 돌려보내자니 서로 서분하였다. 서구는 잠시 채옥이의 윤택있는 머리를 굽어보다가 좌우간 한 마디 더 던져 보았다.
 
129
“가시기가 어렵습니까?”
 
130
“뭐….”
 
131
뭐라 하는 것은 어렵습니까 하는 데 대한 분명한 부결사(否決詞)였다.
 
132
‘네’라고 하면 분명히 서구가 돌아설까 보아서 그것을 막기 위하여 만류하는 뜻인 것은 분명하였다. 여기서 서구는 그 말과 반대되는 말로서 채옥이의 마음을 한 번 더 떠볼 필요를 느꼈다.
 
133
“그럼 잠깐 가시지요 뭐. 오래 걸릴 것두 아니구 잠깐 저녁만 함께 해주시면 될 일일걸…. 그렇게 하세요.”
 
134
“그래두….”
 
135
이것은 또한 부결사(否決詞)였다.
 
136
가기 어려우냐는 데 대해서도 부결하고 가자는 데 대해서도 부결하는 이 처녀 ― 서구는 웃음띤 마음과 웃음띤 눈으로써 굽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 처녀의 자존심을 상하지 않고 근심을 사지 않을 정도로 함께 저녁을 같이 하는 것이 가장 적당하고 현명한 일이라 생각하였다.
 
137
“뭐랄 게 있읍니까. 어차피 전등이 벌써 온 뒤에 댁에 돌아가시는 게니깐 어른들은 진지를 잡수셨을 게 아닙니까? 어머님께 두 번 심부름을 시키느니 보다는 동무네 집에서 함께 잡숫고 왔노라면 좋을 게 아닙니까. 내 말대루 하세요. 사십 분간만 동반해 주세요. 길 가는 사람들이 힐끗힐끗 돌아봅니다. 자 가십시다.”
 
138
아닌게아니라 지나가던 사람들은 가로등 밝게 비치는 아래 서서 이야기를 주고받는 젊은 사내와 여학생 투의 처녀를 힐끔힐끔 돌아보면서 갔다.
 
139
사실 외표 풍신이 모던 보이(모던 보이라는 것은 경박하다는 것을 나타낸다)답지 않은 젊은 사내와 놀랍게도 눈에 영채가 나는 채옥이의 두 사람이 서서 그나마 서먹서먹 이야기하는 모양은 통행인들의 주의를 자연히 끌었다. 힐끗힐끗 돌아보는 것도 당연하였다.
 
140
채옥이는 드디어 서구와 저녁을 같이 하기로 마음먹고 그 뜻을 대답하였다.
 
141
“어디루 갈까….”
 
142
서구는 혼자 잠깐 생각하였다.
 
143
오백 년간을 한 개 국가의 도읍지로 되어 있었고 현재도 이 땅의 가장 큰 도회라 하던 인구 칠십만을 가지고 있다는 이 도시도 서구와 채옥이가 저녁을 같이 할 만한 장소가 얼른 생각나지 않았다.
 
144
백화점 식당에 들어가자면 서구나 채옥이를 알아볼 눈이 수십 쌍이 될 것이다. 웬만한 다른 식당을 생각해 보아도 밀회(密會)로 인정되기가 쉽다.
 
145
대체 조선이라는 땅이 원래 남녀의 교제에는 우교(友交)라는 것을 인정하여 주지 않는 땅이어니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서구는 채옥이를 위하여 채옥이가 남의 의심을 받는 것을 피하고 싶었다.
 
146
“어디가 좋을까?”
 
147
벌써 꽤 어두워져서 광휘 밝은 별은 꽤 똑똑히 보이는 하늘을 우러러 보며 지팡이로서 땅을 두드리며 잠시 생각하여 보았다.
 
148
“역시 진고개 쪽으로 가십시다.”
 
149
진고개 얼굴 모르는 집으로 찾아가는 것이 가장일 것이었다.
 
150
둘이서는 다시 길을 건너 진고개 쪽으로 가는 전차를 잡아탔다.
 
151
전차에 올라서도 서구는 자기의 전차표만 사고 한 장만 샀노라는 빛을 몰래 채옥이에게 내어보였다.
 
152
진고개에 들어서서 여름 저녁의 잡답한 사람 등을 채이면서 좀 들어가다가 왜성대 쪽으로 뚫린 옆길로 빗겨들었다. 그리고 거기서 어떤 조용한 음식점을 찾아서 둘은 들어갔다.
 
153
하녀는 서구와 채옥이를 그렇고 그런 남녀로 알았던지 가장 으슥한 방으로 안내하고 방석을 깔아 놓고는 음식 주문을 듣고 애교있는 미소를 둘의 위에 던지고는 나가 버렸다.
 
154
잠시는 먹먹히 앉아 있었다.
 
155
그런 뒤에 서구가 먼저 입을 열었다.
 
156
“두 달 만이올시다그려.”
 
157
채옥이는 웃으려 하였다. 그러나 웃지 못하고 얼굴만 주홍빛이 되며 약간 머리를 수그렸다.
 
158
“그 새 왜 연이와 집에 놀러 안 오셨어요?”
 
159
주홍빛이 자줏빛으로 변하였다.
 
160
채옥이의 표정도 태도로 보아 채옥이는 과연 처녀의 온 정열을 다하여 서구를 사모하는 것이었다.
 
161
기혼자인 줄을 뻔히 알고 자기와는 결혼할 수 없는 줄을 뻔히 알면서도 서구를 사모하는 마음을 깎아 낼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162
서구는 이 마음을 번히 안다.
 
163
세상에서 색마라 일컫는 서구 ― 여자와 단둘이서 여행 혹은 동숙(同宿)을 한 일이 적지 않은 서구 ― 색마라고 남들이 웃거나 욕하거나 조소하거나 그저 싱글벙글 웃어 버리고 자기 자신도 그 점을 발뺌하려거나 변명하려지 않는 서구 ― 그러나 서구의 마음은 이 정열의 처녀를 짓밟고 싶지 않았다.
 
164
“방학 동안 내내 서울 그냥 계시렵니까?”
 
165
서구 혼자서 세번째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채옥이에게서 무슨 대답이 나왔다.
 
166
“네?”
 
167
채옥이에게서 대답은 나왔지만 똑똑히 듣지 못한 서구는 다시 재차 물었다. 약간 알아들을 대답이 채옥에게서 다시 나왔다.
 
168
“갈 데가 있어야지요.”
 
169
“내 누이가 제 올케허구 어느 조용한 산간에 한동안 피서가서 있겠다는데 같이 안 기셔요?”
 
170
채옥이는 (진실로)한순간 눈을 치떠서 서구를 보고는 얼른 도로 내렸다.
 
171
서구의 안해와 누이가 간다면 남편 되고 오빠 되는 서구도 가는지 안가는지 그 뜻을 알기 위함인 모양이었다.
 
172
안해와 누이가(가족 전부다) 다 가는데 서구만 안 간다는 뜻으로 듣기 힘든 말이었다. 그러나 또한 서구 자신도 간다면 하필 ‘내 누이와 제 올케가 간다’하여 자기를 뽑아 버릴까.
 
173
거기 대한 의심은 서구의 계속하는 말로 곧 풀게 되었다.
 
174
“나는 대륙 지방에 좀 여행할 일이 생겼읍니다.”
 
175
“대륙에요?”
 
176
약간 말투가 약간 대담하여졌다. 몇 달 전 수일간을 둘이서 인천서 흠없이 지내던 태도가 조금씩 회복되어 갔다
 
177
그러나 채옥이의 태도가 약간씩 대담하여 가는 반대로 서구의 태도가 차차 무거워 가고 신중하여 갔다.
 
178
이 순진하고 아름다운 처녀를 서구는 장차 선우 박사에게 소개하여 볼까 하는 심정을 조용히 이야기할 자리를 찾아 온 것이었다.
 
179
그러나 이렇게 마주 대하고 채옥이의 취하는 태도를 보고 나니 차마 그 말이 입밖에 나오지 않았다. 자기네를 알아볼 사람이 없는 인천에서는 종내 앞서는 정열 때문에 처녀로서의 부끄럼도 잊어버리고 손을 잡아 주기를 원하고 자기의 머리를 서구의 가슴에 기대고 싶어하며 진실한 애인으로서 서구에게 대하던 이 채옥이. 그의 심정을 생각하여 보면 그에게 대하여 ‘그대는 장차 다른 사람과 혼인을 해야 할 사람이라’는 점을 암시하여 주기가 지난하였다.
 
180
처녀 이십 세. 이십 년간 길러 낸 정을 통 서구에서 붓고 그의 애무(愛撫)를 요구하던 이처녀. 요행히 그의 가정이 가정이니만치 성(性)에 대한 지식이 없기 때문에 서구의 어물거리는 태도를 아주 자기를 사랑하여 주는 것으로 믿고 있던 ― 어리석다면 어리석고 순진하다면 순진한 이 처녀. 이 처녀의 타는 불길에 찬물을 끼얹었다가는 잘못하는 날이면 미친 여인을 만들지도 알 수 없다.
 
181
그리하지 말자니 지금 차차 태도가 대담하여 오는 이 처녀를 자기가 여기까지 끌고 온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182
어찌하여얄지 자기의 태도를 결정키 힘들어서 잠시 서구는 주저하다가, 드디어 등 뒤에 있는 초인종을 눌러서 하녀를 불렀다. 초인종 소리에 달려온 하녀는 짐짓 문밖에서 부시럭거려서 방 안의 사람들이 제자리에 돌아가기 재촉하는 모양이었다. 하녀의 눈에는 그렇게밖에는 보일 까닭이 없었다. 그 눈치를 알아챈 서구는 소리를 높여서 하녀를 불렀다.
 
183
“네.”
 
184
꿇어앉아서 문을 열고 들어와서 다시 앉아서 문을 닫고,
 
185
“부르셨읍니까?”
 
186
하는 데 대하여,
 
187
“아까 주문한 음식 얼른 가져오게. 시장허이.”
 
188
하고 음식을 재촉하였다.
 
189
곧 가져오겠읍다고 하녀는 다시 나갔다. 아마 음식은 벌써 다 되고 음식 주문한 남녀의 향락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던 양으로, 얼마가 지나지 않아서 음식이 들어왔다.
 
190
“밥 따르게.”
 
191
이런 자리에서의 예의상 자기는 자리를 피하여 도로 나가려는 하녀를 서구는 다시 앉게 하였다.
 
192
“홍 양. 자 많이 잡수세요. 복생선이지만 결코 중독은 안 됩니다.”
 
193
농담삼아 서구는 채옥이에게 한 마디 던지고 하녀가 따라 주는 밥을 받았다.
 
194
채옥이는 분명 싱거워진 모양이었다. 억지로 얼굴에 미소를 나타내었다. 내면서 이번은 자기게 따라 주는 밥공기를 받았다.
 
195
“요리를 잘못하기 때문에 중독되지, 복생선은 맛은 참 훌륭합니다. 많이 잡수세요.”
 
196
하며 서구는 밥을 먹기 시작하였다. 채옥이도 하릴없이 젓가락을 쪼개어 먹기 시작하였다.
 
197
음식을 끝낸 뒤에 서구는 황황히 회계를 하여 버리고 채옥이와 함께 그 정을 나섰다.
 
198
“함께 가시다가는 아는 사람의 눈에라도 띄면 공연한 의심 살 테니까 이길루 곧장 나가시지요. 난 옆길루 저리로 돌아갈 테니….”
 
199
이리하여 서구는 채옥이를 혼자 돌려보내고 자기는 빗섰다.
 
200
채옥이와 작별을 하고 나서, 서구는 약간 어둑신한 골목짜기로 들어섰다.
 
201
이 정열의 처녀의 가진 바 서구 자신에게 항하여 있던 정열을 어떤 방식으로 선우 박사에게로 돌려만 놓을 방책이 있다면 그것은 세상에 다시 없는 훌륭한 안해가 될 것이다.
 
202
종일 환자들의 불쾌한 꼬락서니를 보고 보다가 저녁때 가정 문을 열 때에 정열의 안해가 뛰어나오며 매달려서 ‘키스’ 아양의 온갖 벼락을 다 내려주면 종일 괴로움에 시달리던 박사의 과로는 한순간에 사라질 것이다. 박사에게 대하여 가장 적당한 안해로서 채옥이를 들 수밖에는 없었다.
 
203
그러나 채옥이의 마음을 서구 자신에게서 떼어 내기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204
또 한가지 서구로서 마음에 켕기는 일은 자기의 안해에게도 누차를 당부를 받았거니와 누이 연이가 인제는 혼기(婚期)가 되었는데 적당한 배필로서는 역시 선우 박사를 최상으로 꼽을 밖에는 없었다.
 
205
매부로서 선우를 생각해 볼 때에 선우의 인격에 대하여서도 불만이 없을 뿐더러 자기의 누이 연이가 누이라 하여 특별히 생각되는 바가 아니라, 선우에게 대하여서는 현명한 안해가 될 것이다.
 
206
연이는 채옥이와 같이 정열의 여자는 아닌 대신 온갖 사물을 정확히 보고 정확히 인식하고 정확히 행동하는 인품을 가지고 있는지라 ‘안해’라 하는 것이 ‘내조자(內助者)’라 하는 말과 공통되는 말일진대, 내조자로서는 연이는 가장 적당할 안해가 될 것이었다.
 
207
선우 박사를 위하여서는 가장 현명한 안해의 제목이요 선우 박사는 또한 연이에게 대하여서는 어질고 부드럽고 착한 남편이 될 것이었다.
 
208
연이냐.
 
209
채옥이냐.
 
210
선우 박사의 배필로는 두 여자가 마찬가지로 서로 다른 의미로서 좋은 안해감이다.
 
211
누구를 골라 주랴.
 
212
김여경이는 떼어 버리는 편이 선우 박사를 위하여 좋은 일이다. 뿐더러, 가령 장차 선우 박사가 김여경에게 대한 임시적 흥분이 삭아진다 하면 그 가정은 냉락한 가정이 될 것이니 김여경의 장래를 위하여서도 선우 박사와의 새는 떼어 버리어야 할 것이다.
 
213
절룩 ― 한 번 돌부리를 차면서 비츨 하였다. 비츨 하는 바람에 지금껏 하고 있는 순서 없는 생각에서 깨어났다. 깨어나면서 왼쪽을 내려보니 진고개로 내려뚫린 골목짜기가 있었다.
 
214
서구는 그 쪽으로 향하여 발을 돌렸다.
 
215
밝은 쪽으로 항하여 내려오면서도 저절로 서구의 머리는 지금껏 하던 순서없는 생각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216
채옥이를 주랴.
 
217
누이를 주기는 쉬운 일이지만 채옥이를 주려면 채옥이의 마음을 자기에게서 떼어서 선우에게 돌릴 필요가 있다. 이 공작이 또한 손쉽게 될 일이라고 단언하기 힘들다.
 
218
진고개 밝은 거리까지 내려와서도 서구는 역시 막연히 그 순서없는 생각만 계속하고 있었다.
 
219
밝은 거리에 내려와서 휘황한 ‘일루미네이션’의 아래 찬연히 장식되어 있는 진열장 속의 상품들을 발견하면서야 겨우 그 생각에서 벗어났다.
 
220
서구는 그 거리를 서쪽으로 꿰어나오며 몇 가게를 들러서 몇 가지의 물건을 사서 옆에 끼고 전찻길로 나와서 북쪽으로 가는 전차를 잡아 탔다.
 
221
집으로 돌아갈 일 밖에는 남은 일이 없었다 (미완)
 
 
222
(朝鮮日報[조선일보], 1939.3.14~4.18)
 
223
(해방 후 『정열』로 개제, 〈大潮[대조]〉에 연재함)
【원문】3
▣ 커뮤니티 (참여∙의견)
내메모
여러분의 댓글이 지식지도를 만듭니다. 글쓰기
〔소설〕
▪ 분류 : 근/현대 소설
▪ 최근 3개월 조회수 : 57
- 전체 순위 : 1021 위 (2 등급)
- 분류 순위 : 133 위 / 882 작품
지식지도 보기
내서재 추천 : 0
▣ 함께 읽은 작품
(최근일주일간)
• (1) 최선생
• (1) 설날밤
▣ 참조 지식지도
▣ 기본 정보
◈ 기본
  # 정열은 병인가 [제목]
 
  김동인(金東仁) [저자]
 
  조선 일보(朝鮮日報) [출처]
 
  1939년 [발표]
 
  소설(小說) [분류]
 
◈ 참조
▣ 참조 정보 (쪽별)
백과 참조
목록 참조
외부 참조

  지식놀이터 :: 원문/전문 > 문학 > 한국문학 > 근/현대 소설 카탈로그   목차 (총 : 3권)     이전 3권 ▶마지막 한글 
◈ 정열(情熱)은 병(病)인가 ◈
©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2년 07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