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S 여러분! 반갑습니다.    [로그인]
키워드 :
한글 
◈ 병창어(病窓語) ◈
◇ 조선의 하늘 ◇
카탈로그   목차 (총 : 17권)     이전 2권 다음
1928.10.5~
이광수
1
病窓語[병창어]
 
2
朝鮮[조선]의 하늘
 
 
3
七月[칠월] 十九日[십구일]. 今日[금일]이 初伏[초복]이다. 室內氣溫[실내기온] 三十三[삼십삼]. 甚[심]히 淸明[청명]하여 마치 잘 맑은 가을 날과 같아서 살랑살랑 바람까지 불어서 더운 줄도 몰랐다.
 
4
終日[종일] 一點雲[일점운]이 없고 하늘은 찬바람이 날듯이 푸르다. 북창으로 보이는 北漢[북한]과 道峰[도봉]이 손에 잡힐 듯하고 그 살에 주름까지 보일 듯이 가깝다. 이렇게 푸른 하늘과 맑은 空氣[공기]의 그 속에 分明[분명]하게 힘있게 그려진 山[산]은 朝鮮[조선]에서만 보는 것이라고 한다. 내가 日本[일본]이나 中國[중국]에 나그네로 있을 때에 가장 그립고 잊히지 못하는 것이 朝鮮[조선]의 하늘과 山[산]이었다.
 
5
오늘 이러한 하늘을 對[대]하니 病苦[병고]를 頓脫[돈탈]하는 것 같다. 赫赫[혁혁]한 近午[근오]의 日光[일광] 밑에 벌거벗고 누워 이 江山[강산]에 솟은 淸冽[청렬]한 물을 마시고 누웠으나 진실로 爽快[상쾌]함이 그지없다. 釋迦佛[석가불]이 일찍 阿羅[아라]더러 「아름답도다 이 景致[경치]여, 이 속에 一劫[일겁]을 살고 싶도다」하고 어딘가를 讃嘆[찬탄]하던 것과 같이 나도 이러한 自然[자연] 속이면 오래 살아도 심심치 아니하리라고 생각하였다.
 
6
七月[칠월] 二十日[이십일] 지난밤 눈을 떠서는 별을 보며 보며 잤다. 별을 볼 때마다 저녁에 昌慶苑[창경원] 수풀 위에 걸렸던 新月[신월]을 생각하였다.
 
7
눈을 뜨니 어제와 같은 맑은 하늘이 보인다. 바람도 살랑살랑한다. 또 조금 잠이 들었다가 매미 소리에 깨었다. 지지지지하는 소리는 約[약] 一週日以來[일주일이래]로 들었거니와 「매암 매암」하고 토라지게 부르는 소리는 오늘 처음 듣는다. 어저께 잠자리 두 마리를 보았는데 오늘 또 매미의 소리를 듣는구나. 秋風[추풍]도 몇날이 안 남았다.
 
8
뒤꼍에 코스모스 한 송이가 피었다. 희다. 壽昌[수창]이 생각난다. 壽昌[수창]이는 우리 어린아이를 보아 주던 열 네 살 먹은 아이다. 승 같다고 하면 아니라고 사내로라고 辯明[변명]하던 애다. 그 애는 또 내가 咯血[각혈]할 때에 내 더러운 심부름까지도 하여 주었다. 어느 모로 보든지 내게는 적지 아니한 恩人[은인]이다. 그 애가 뒤꼍에 풀을 매고 또 코스모스를 심고 옮겨 심었다. 自請[자청] 꽃 수업을 한다고는 하였으나 그리 잘 하는 솜씨도 못되었다. 그렇지마는 인제 그가 두고 간 好意[호의] 모양으로 그는 善良[선량]한 아이였었다. 自己[자기] 집이 본래 賤[천]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그윽히 자랑으로 아는 善良[선량]한 아이였었다. 그러나 좀 까불었다. 그렇지마는 열 네 살에 아니 까부는 아이 있으랴. 그는 善良[선량]한 나의 恩人中[은인중]에 하나다. 前生[전생]의 무슨 因緣[인연]으로 暫時[잠시] 모였다가 헤어진 人生[인생]의 머나먼 行路[행로]의 동무였다. 이에 그는 그가 심은 흰 코스모스가 피었다. 그가 보고 싶다. 그도 제가 업어 주고 안아 주고 하던 鳳兒[봉아][내 어린 아이의 이름이다]를 생각할 것이언마는 어디 남의 집에 가서 고생을 하는고—
 
 
9
(一九二八年[일구이팔년] 一十月[일십월] 六日[육일] 《東亞日報[동아일보]》蘇齋[소재])
【원문】조선의 하늘
▣ 커뮤니티 (참여∙의견)
내메모
여러분의 댓글이 지식지도를 만듭니다. 글쓰기
〔수필〕
▪ 분류 : 근/현대 수필
▪ 최근 3개월 조회수 : 109
- 전체 순위 : 644 위 (2 등급)
- 분류 순위 : 25 위 / 1821 작품
지식지도 보기
내서재 추천 : 0
▣ 함께 읽은 작품
(최근일주일간)
• (2) 첫 눈
• (1) 화전가
• (1) 새해1
▣ 참조 지식지도
▣ 기본 정보
◈ 기본
  # 병창어 [제목]
 
  이광수(李光洙) [저자]
 
  동아 일보(東亞日報) [출처]
 
  1928년 [발표]
 
  수필(隨筆) [분류]
 
◈ 참조
▣ 참조 정보 (쪽별)
백과 참조
목록 참조
외부 참조

  지식놀이터 :: 원문/전문 > 문학 > 한국문학 > 근/현대 수필 카탈로그   목차 (총 : 17권)     이전 2권 다음 한글 
◈ 병창어(病窓語) ◈
©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2년 06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