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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랑이의 변화(變化)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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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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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의 變化[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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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에 적힌 虎願寺[호원사]의 緣起談[연기담] ─ 金現[금현]이란 이가 興輪寺[흥륜사]의 재터에서 색시 하나를 만나서 따라가 보니, 그 집안 식구들이 虎皮[호피]를 뒤집어쓰는데 죄다 범이더라는 이야기가 이미 그것입니다. 지나에는 〈虎薈[호회]〉라는 册[책]을 떠들면 여기 관한 이야기가 꼬리를 맞물고 있읍니다. 두서너 가지 재미있는 것을 소개하면 이런 것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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晋[진]나라 孝武帝[효무제] 太元[태원] 五[오]년에 譙郡[초군] 땅의 袁雙[원쌍]이란 사람이 집이 구차하여 남의 집 일을 하고 늦게 집으로 돌아오다가, 길에서 한 여자를 만나니, 年[년]이 十五[십오], 六[육]에 인물이 얌전하므로 말하다가 부부가 되었다. 五[오],六[육]년 지내는 동안에 가계가 차차 펴이고, 뒤에 二男[이남]을 낳아 一〇[일〇]세가 되매 집이 巨富[거부]를 이루었다. 하루는 동리에 新死者[신사자]가 있어 매장 하였더니, 이 마누라가 묘소로 가서 옷을 벗고 비녀 가락지를 빼서 나무에 걸고 형상을 변하여 범이 되어, 무덤을 파고 관을 끌어내어 시신을 집어내어 배부르게 먹은 뒤에, 도로 옷을 입고 人形[인형]이 되는 것을 마침 어느 사람이 보고, 그 남편더러 이 말을 하고 조심하라 하나, 雙[쌍]이 믿지 않다가, 이 후에도 여러 번 이러한 일이 있었으므로 한 번은 村人[촌인]이 그 남편을 데리고 가서 그 實地[실지]를 보이니, 雙[쌍]이 놀라서 그 아내를 힐난한대, 그만 虎形[호형]으로 달아나며 그 근처에 死人[사인]이 있는 대로 모조리 파내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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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것도 하나요.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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浦州人[포주인] 崔韜[최도]라는 이가 滁州[저주] 땅에 가서 다니다가, 하루는 仁義錧[인의관]이라는 주막거리에 이르러 院[원]집 안에서 자려 한즉, 院[원]집 주인이, 이 집에 괴변이 있으니 자지 않는 것이 좋겠소 하는 것을 듣지 않고 대청에 올라가서 자리를 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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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二更[이경]이나 되어 바야흐로 자려할 참에, 院[원]집 대문이 크게 열리고 커다란 짐승 같은 것이 들어오는데, 보니 큰 범인지라, 韜[도]가 혼이 나서 침침한 구석을 찾아가서 엎드려 동정을 살펴 본즉, 그 범이 庭中[정중]에 들어와 짐승 껍질을 벗는 듯하더니 홀연 한 여인의 얼굴도 잘 생기고 옷매도 잘 차린 이가 대청으로 올라와서, 깔아 놓은 금침 속으로 들어가거늘, 韜[도]가 나와서 소리하되 「누구인데 남의 자리로 들어가 자려느냐. 또 보니 네가 짐승의 형상을 하고 들어온 것은 어찌한 까닭이냐?」 한대, 여자가 일어나서 韜[도]더러 하는 말이 「서방님, 조금도 언짢이 알지 마시오. 제 父兄[부형]은 사냥질로 생업을 삼고 집이 구차하여 좋은 데로 시집가려 하나 잘 되지 않던 차에, 서방님이 여기서 주무시는 줄을 알고 짐짓 와서 스스로 중매를 함이니, 변변치 못한 사람이나마 평생을 거두어 주시면 천만 다행입니다. 전에도 훌륭한 양반이 주무시면 이렇게 말씀을 하려한즉, 공연히 겁을 내어서 나를 물리치시므로 이런 말 저런 말이 있어 오지마는, 서방님은 보아하니 활달 대장부시니, 오늘은 평생의 大願[대원]을 이루나봅니다」 하거늘, 韜[도]가 가로되 「분명 그럴 양이면 우리 잘 살아보자」하고서, 이튿날 韜[도]가 범의 껍질을 집어서 대청 뒤 枯井[고정] 中[중]에 집어넣고 그 여자를 데리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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後數年[후수년]에 韜[도]가 明經[명경]에 급제를 하고 宣城[선성] 고을을 하여 부임할새, 그 아내와 소생을 데리고 다시 仁義館[인의관] 院[원]집에 숙소를 하게 되니, 韜[도]가 웃으며 가로되 「우리가 여기서 처음 만나지 아니하였는가」하고, 곧 井中[정중]을 가서 보니 虎皮[호피]가 그냥 있거늘, 웃으며 아내더러 일러 가로되, 「그대의 입었던 옷도 여전히 남았더라」한대, 처가 사람 시켜 가져오라고 하여, 이 껍질을 받고는 웃으며 남편더러 이르되 「내 한 번 입어 보리까?」하는 것을 그리하라 하였더니, 妻[처]가 地臺[지대] 아래로 내려가서 虎皮[호피]를 뒤집어쓰기 무섭게 금세 大虎[대호]로 변화하여 어흥! 소리를 지르고 대청으로 올라와서 그 남편과 소생을 잡아먹고 달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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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것 같은, 좀 악착한 투의 이야기도 있고,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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唐[당]나라 天寶年間[천보년간]에 과거보는 선비가 서울로 올라오다가, 날이 저물매 한 절을 찾아서 들어가 새고 가려고 하였더니, 마침 居僧[거승]이 없고 날이 이미 캄캄하여 다른 데로도 갈 수 없으매, 그냥 鞍馬[안마]는 헛간에 매고 房中[방중]에 들어갔는데, 날이 샐녘에 떠나려 하다가 우연히 寺內[사내]를 둘러본즉, 法堂[법당] 뒤 무너져가는 방 속에 十七[십칠], 八[팔]세 된 어여쁜 여인 하나가 虎皮[호피]를 덮고 잠이 깊이 들었는지라, 장난 삼아서 가만히 가서 虎皮[호피]를 벗겨 감추니, 女子[여자]가 알고 겁을 내는 것을 달래어 아내를 삼고 어찌 된 내력을 물은즉, 하는 말이 집에 禍難[화난]이 있어 피하여서 여기서 잤노라 하므로, 그만 말을 잡아 태워 가지고 서울로 들어갔다. 수가 터져서 과거에 급제를 하고, 또 얼른 지방에 원을 하여, 內行[내행]을 갖추어 到任[도임]하였다가, 수년 후 瓜滿[과만]이 되매 所生[소생] 수인을 데리고 부부가 함께 서울로 가는 길에, 그 전에 자던 절에 또 숙소를 하려 한즉, 이번에는 居僧[거승]이 있어 나와 맞아서 下處[하처]를 시켰다. 이튿날 떠날 무렵에 남편이 웃으면서 처에게 물어 가로되 「이편이 우리가 처음 만나던 데를 생각지 못하는가?」한즉, 처가 노해 가로되 「나는 본래 인류가 아니지마는 우연히 당신을 만나서 有子生女[유자생여]를 하여 이렇게 살아 오는 것인데, 그렇게 묵은 책장을 들출 양이면 부끄러워 같이 살 수가 없으니, 어서 그때 그 옷을 찾아 주시면 내가 가고싶은 데로 가오리다」 하는지라, 남편이 「아니오, 실수했소」 하고 사과하되, 처가 일향 듣지 않고 그 옷을 내어달라 하므로, 말리다 못해서 바로 말하기를 「그대의 옷이 저 북편 房[방] 어느 틈에 있을 테니 찾아 입을테면 입으라」한즉, 그 여인이 성이 불끈 나고 눈이 화경 같아지고 미친 것처럼 북편房[방]으로 뛰어 들어가서, 호피를 찾아내어 몸에다가 걸치고는 두어 발자국 뜀박질을 하더니, 그만 大虎[대호]로 변화하여 어흥 소리를 지르고 뒤를 돌아다보고 건너편 숲속으로 들어가는지라, 그 사람이 혼이 나서 자식을 거두어 가지고 길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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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야멸지다 할 이야기도 있읍니다. 범이 그 껍질을 사람의 두루마기나 치마처럼 벗었다 입었다 한다는 말입니다. 또 〈異苑[이원]〉이라는 책에는 그 중에도 좀 색다른 투로 생긴 이야기가 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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晋[진]나라 太康年間[태강년간]에 英陽[영양] 땅의 鄭襲[정습]이라는 이가 廣陵太守[광능태수]를 해서 갔는데, 驅從[구종]으로 부리는 한 사람이 홀연 미친 체 비스름한 짓을 하고는 간 곳이 없더니, 달포만에 찾으니 벌거벗고 앓는 소리를 하며 온 몸에 피투성이를 하였거늘, 어찌 된 까닭을 물은즉, 서낭님이 데려다가 범이 되라고 하고 斑皮[반피]를 뒤집어씌우는 것을, 나는 못하겠읍니다고 바락바락 사양하매, 신령님이 역정을 내어서 「정 그렇다니 그 가죽을 도로 벗기라」하여 그 통에 살이 묻어나서 이렇게 죽을 지경이 되었읍니다 하며, 旬日[순일]이 지나서야 그 헌데가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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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그 중에도 超特的[초특적]으로 기괴한 투의 이야기도 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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海中[해중]의 龍[용]이 껍질을 벗고 人形[인형]으로 化[화]한다 하는 이야기도 많이 있었읍니다. 조선의 예에도 〈輿地勝覽[여지승람]〉(卷三七[권삼칠]의 全羅道[전라도] 興陽縣[흥양현] 人物條[인물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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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때에 曺精[조정]이란 이가 벼슬이 侍中[시중]에까지 이르고, 노후에 시골 집에 내려와 있는데, 한 白頭翁[백두옹]이 날마다 찾아와서 바둑을 두거늘, 어디서 왔느냐 하나 대답하지 않고, 그 뒤를 밟아 보니 海中[해중]으로 들어가므로 그가 용의 변화인 줄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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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것이 있고,〈芝峰類設[지봉유설]〉 (卷十七[권십칠]·異問[이문])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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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興陽[흥양]의 海邊[해변] 岩上[암상]에 한 노인이 앉아서 졸거늘, 사람이 가까이 가서 보니, 곁에 지팡이 하나가 있고, 지팡이 머리에 한 瓢子[표자]가 달렸으므로, 그 사람이 그것을 떼서 만적거린즉, 老父[노부]가 깜짝 놀라 깨어서, 얼른 그것을 빼앗아 가지고 그만 水中[수중]으로 들어가버렸다. 아마 老父[노부]는 神龍[신용]의 변화한 것이려니와, 瓢子[표자]는 무엇에 쓰는 것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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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이야기가 적혀 있는 것처럼, 해변 지방에는 용이 人形[인형]으로 변화하여 人家[인가]에 왕래한다는 이야기가 더러 있기는 하되, 의당 있음직한 용이 허물을 벗었다 입었다 하는 대문은 분명히 전해 오지 않음이 사실입니다.
【원문】호랑이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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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07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