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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발소에를 들어서니까 순사 하나가 있다. 가죽행전을 치고 팔에 흰줄 박힌 푸른 바탕에 ‘교통’이라고 쓴 헝겊을 두른 것이 때마침 ‘교통안전대‘라서 거기 동원되었다가 해제된 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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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체경(體鏡) 앞에 가 서서 올백으로 넘긴 머리를 빗으면서 이발사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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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많이 자랐는데 아주 이발을 하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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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바뻐! 일곱시부터는 또 ‘다찌방’을 해야 해요. 몇시야? 여섯시지? 한 시간에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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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순사도 바로 내 옆자리에 앉아서 이발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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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저 XX이발소 XX 벌금 물릴 테야, 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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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사가 하는 말이다. 싹독싹독 가위소리를 내면서 이발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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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 건방져…… 나는 조선 사람은 눈감아주고파도 XX인은 말 걸리기만 하면 막 벌금 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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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지고말고…… ‘센징' 순사라고 ’빠가니‘ 할려구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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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이야기가 끊겼다가 이번에는 이발사가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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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사를 다니시면 재미있는 일도 많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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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고단해 죽겠어. 아주 고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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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하루 쉬고 하루 나오니깐 남 보기에 편할 것 같애도 쉬는 날 가만히 들어앉어서 쉬나 누가? 술 먹어야지 색시집에 놀러다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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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그까짓년들 막…… 밤에도 ‘다찌방’을 서잖우? 그런 때 자동차를 타고 달리는 년이 있으면 ‘스도뿌’를 시킨단 말이야…… 그래 취조를 하면서 주소 성명을 적어 두었다가 그 이튿날이고 비번날 동무나 두엇하고 쓱 찾아가거든 응…… 그러면 아주 칙사 대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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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즈이가 술이랑 다 대접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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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누가 창피하게 얻어먹나? 돈이나 한 삼 원 주어서 무어나 좀 시켜오래서 먹지…… 그러고는 그 담에는 밤 느직해서 나 혼자 쓱 찾어가서 한번 XX세고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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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리를 해서 고개를 돌려 이발사를 돌아다보았다. 분명 그의 입가에 거위침 같은 침이 흘러내렸으리라고 생각한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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