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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에 ‘유모를 구한다'는 광고가 가끔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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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기사 중간을 비집거나 그렇잖으면 기사 꼬리에 네댓 줄 잡아서 나는 것인데 그런 것일수록 다른 큰 광고보다 눈에 잘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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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 유모를 구할 일도 없고 또 유모를 지원할 자격도 없으니 그냥 무심히 보아 버릴 일이로되 그렇지가 않고 번번이 이런 일이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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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집을 찾아가 건넌방에 앉아서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하다가 잠깐 중동이 끊겨 묵묵히 있는 판인데 마루에서 친구의 어머니와 다른 여인의 이야기 소리가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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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여인이라는 건 친구의 친척의 집 유모다. 내가 간혹 찾아갈 적이면 토실토실하니 탐스럽게 생긴 아이를 업고 와서 놀고 하는 것을 몇 번 보았기 때문에 나도 낯은 아는 여자-한 삼십이나 되었을까? 배 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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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어머니가 이렇게 묻는 말을 받아 유모가 대답을 한다. 우리는 귀를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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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에유…… 아까 애아범이 와서 그러는데 뒤어지겠더라구 그래유. 어제 시어머니가 저를 찾으러 문안에 들어왔다가 집을 못 찾고 애 아범이 가서 있는 채석장으로 왔더라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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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원 안되았구려 가보지도 못허구……어미 젖을 뱃기고 그 어린 것이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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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는 집에는 손(孫)이 없고 바라지도 않는 가난뱅이한테 와서 생겨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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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제일 궁금해서 어쩌나! 저 무꾸리래두 좀 해보지? 요 건너 아주 빠개고 보는 것처럼 들어맞히는 장님이 있다는 데 10전이면 돼 10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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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는 그 빠개고 본 듯이 알아맞히는 장님을 찾아가 각삭바른 수입에서 10전을 내던지고 자식의 생사를 점쳐보려고 골목을 자세히 들어가지고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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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무엇인지!” 하고 친구는 유모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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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정월에 난 자식을 늙어빠진 시모한테 맡겨놓고 이월에 그 집으로 유모로 들어왔으니, 그 어린 게 변변히 살 택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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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절 무얼 먹여 기르노? 설마 연유를 멕일 바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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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을 먹인다나 바. 애비라는 건 글방 서방님같이 약비하디 약비한 게 요새까지 번들번들 놀다가 며칠 전에 동대문 밖 채석장에 가서 얻어 먹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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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것을 데리고 동냥도 해먹고 며누리나 아들이 조금씩 보태도 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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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결국 이렇군” 유모의 어린 것이 제 젖을 제공해서 그 어미가 먹고 살고 아비도 좀 얻어먹었고 할미도 좀 얻어먹고 있고 그리고 저는 맘을 얻어먹고 있고, 그러다가 병이 들어 죽게 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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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그래서 그래도 죽겠나 아니 죽겠나 미리 알고 실어서 10전짜리 운명을 다가 알아볼 양으로 장님을 찾어가고……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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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마루로 대고 어머니를 부른다. 심술궂게 싱글싱글 웃는 것이 구박을 주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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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왜 또 그 유모한테 10전 손재를 시키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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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꾸리하러 가란 것 말이냐? 너이는 못 길러보아서 다 모른다. 글씨 어미 된 맘에 오죽이나 궁금하고 답답하겠니? 나식을 나가지고 호강스럽게 길르다가도 잃게 되면 섭섭하고 원통한 법인데 유모네는 돈벌이가 무어라고 제 젖은 남을 주고 눈 어둔 할미가 맘만 먹여 길르다가 인제 죽이게 되었으니 여간만 섭섭하고 원통하겠니? 그런 걸 또 가서 보지도 못하니 궁금하긴들 오죽하겠니? 그런 속은 다 자식을 길러보아야 아느니라. 너이도 인제 당해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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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변이 본시 좋은 부인이라 이렇게 한바탕 사설을 늘어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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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며칠 후에 그 친구의 집을 다시 찾아갔다가 또 그 유모를 만났다. 등에는 그가 젖을 먹이는 어린아이가 업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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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지 일곱 달이라는데 마침 젖살이 올라가지고 솜뭉치같이 복슬복슬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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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얼러주니까 벙싯벙싯 웃는데 아랫니가 두 개 하얗게 솟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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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는 젖 때문이겠지만 주인네가 잘 먹이는 터라 영양도 좋아보이고 또 옷도 깨끔하였다. 그리고 담배까지 피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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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유모네 어린 것은 어쨌수? 그 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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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하고많은 약탈 가운데도 가장 잔인스러운 약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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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나온 지 한달 된 놈이 약탈을 당하고 같은 두 달 된 놈이 약탈을 하는데 거기에 이미 가세를 해서 저도 한목숨 따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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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뒤에도 그 유모를 만나면 그리고 그 등에 업혀서 벙싯벙싯 웃는 아이를 보면 물끄러미 한번은 치어다보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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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신문에 유모 구하는 광고가 나면 그 일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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