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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하(大河) ◈
◇ 대하(大河) 2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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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
김남천
 

1. 2장

 
2
복수(福手)나 복인(福人)을 갖고 말하자면, 박참봉 이상 갈 사람이 이 고을 안에 있을 성 부르지 않다. 재산을 두고 보아 그러하고, 자식이 사남일녀요, 손자 손녀가 모두 건강할 뿐 아니라, 생산된 자식 중에 역참을 당한 것이 하나도 없으니, 이것을 두고 일러도 또한 그러하다. 가족이 모두 산해진미에 짓물리고, 사라능단(紗羅綾緞)에 휘감기어 있고, 비목이 방안 에 찼고, 막서리와 절개가 앞뒷방에 그득하고, 소와 말이 또한 한두 필이 아니니, 어느 모로 따져도 복에 떠 있는 삶을 부르자면 그 이상 가는 이가 없을 게다. 그러나 자기 일에, 자기가 나설 수는 없다. 그래서 자식 잘 기르는 구훈장(具訓長)을 데려다, 형선이의 머리를 올리고 성복을 시키기로 했다.
 
3
오늘은 참봉의 둘째 아들 형선이가, 강선루 뒤 정씨 집으로 장가를 드는 날이다.
 
4
박참봉은 지난 밤은 큰집 사랑에서, 처남되는 최관술(崔寬述)이와 같이 잤다. 그는 형 선이가 장가 가는 데 후행을 가기 위하여, 어젯저녁 이 고을서는 한 10리 폭이나 되는 갱 고지서 일부러 들어온 것이다. 최관술이는 삼십 고개나 겨우 넘었겠는데, 주둥이 위에 자개 수염을 뻐드럭하니 기르고, 또 머리를 반반히 깎았던 것이 적지 않이 좋았다. 낡은 습관을 엄숙하게 지키는 집안이라면 동학(東學)에 취한 최관술이를 보내서 안 될 일이 많겠으나, 마침 사돈 되는 정봉석(鄭鳳錫)이가, 이즈음 예수를 믿기 시작했다는 말이 돌아다니리만큼 개화 사상에 흥미를 갖는 이므로, 이 공장서는 하나밖에 없는, 서울 출입 자주 하는 처남으로 손 우수를 작정한 것이다. 신식으로다 내뻗치자면, 최관술이 당할 놈이 없으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5
둘이 다 한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박참봉은 머리맡에서 살쩍(빗)을 내어, 머리카락을 몇번 상투 있는 쪽으로 치쓸어올리고, 안방에서도 들릴 만큼 한 번 목을 돋우어 침을 뱉었다. 하기는 이 기침 소리는 자고 깨나면 이즈음 유난히 목이 걸걸해지는, 가래를 돋우느라고 하는 것만이 아니라, 비복이나 마누라에게 자기가 기침을 하였노라고 알리는 신호로도 되었다. 자리끼 물을 북 끌어다가 양치를 울걱울걱하고, 옷 괴춤을 허리띠로 가눈 뒤에 담뱃대를 끌어 나무 재떨이에 떵떵 울렸다.
 
6
관술이는 윗목에 깔았던 요 속에서 닁큼 일어나서, 조끼 주머니를 만지더니 담배콱을 꺼낸다.
 
7
"히로가 마츰 두 대 남았으니, 형님 이거 한 가치 피워보소." 하고, 한 가치는 제가 물고 또 한 가치를 내대면서, 이편 한 손으론 담배곽을 비비어 내버린다.
 
8
"응, 히로." 하고 입 속에서 중얼거리더니, 담뱃대에 담으려던 잎담배를 놓고, 관술이가 주는 궐련을 받아 든다. 입술 가운데에 오므라뜨려 물고 주머니에서 부싯돌을 꺼내서 불티가 튀게 마주치고 있는데,
 
9
"아니 이 닢성내를 쓰지, 거, 머 시끄럽게." 하면서 선반 위에 올려놓은 긴 대팻밥을 하나 꺼낸다. 대팻밥 끝에는 노란 인(燐)이 유 황색으로 반짝반짝한다.
 
10
"다 됐쉐. 괜한 돈을 색여, 이게믄 삼심치두 않구 좋은 걸."
 
11
손 끝으로, 불붙어 오르는 불깃을 꼬집어 들고 궐련 끝에 갖다 대인다. 서너 모금 삐금삐금 빠니 불은 담배애 옮아 붙는다. 관술이는 슬며시 잎성냥을 다시 바나나 뭉치처럼 묶어놓은 속에 꽂고, 박참봉에게서 담뱃불을 빌려온다.
 
12
"이놈 좀 독했으믄 좋겠네, 원 김빠진 술맛 같애서."
 
13
"깡초만 잡숫던 이야 뽕닢 말리어 피우는 맛일걸요."
 
14
안방에서 마누라가 나오더니,
 
15
"구 훈장 아직 안 왔지요." 하고 물으며 자리를 가만가만히 개어놓는다.
 
16
"내 자리는 내 개리다. 두어 두소 뉘님." 하는 것을,
 
17
"두어 두게. 내 걔게." 하면서
 
18
"누구 사람 보낼까요?" 하고 재처 묻는다.
 
19
"두어 두소. 어젯밤 사람 보냈으니, 안 오리. 머, 그리 바쁘게 하구 어태 한 백 리 길을 갈라우. 한고을 안인걸. 어서 최주사 세숫물이나 떠다 올리우다."
 
20
안으로 난 외짝문을 열고 마누라는
 
21
"세 숫물 사랑에 떠라."하고 소리를 지른다. 문을 열어 잡은 채,
 
22
"어떻게, 조반 전에 해장들 하실라우." 하면서 영감과 제 오래비를 번갈아본다.
 
23
"누님 고만두슈. 오늘 남의 집이 가면서 새벽부터 취하겠소." 하고 관술이가 말하는데, 참봉은 못 들은 척하고 나직이,
 
24
"구 훈장이나 오거든." 할 뿐이다. 마침 구훈장이 말 위에서 기침을 두어 번 한다.
 
25
"들어오우. 지금 안 온다구 사람 보내려든 참이오."
 
26
흰 두루마기에 갓을 단정히 쓰고 두 손을 맞비비면서, 오십 줄에나 들은 구훈장이 들어서니, 최관술이 약간 궁둥이를 들었다. 놓고, 주인 마누라는 살며시 뒷문으로 나간다.
 
27
"아직 새벽엔 춥습니다."
 
28
바른손으로 수염을 한 번 싹 내려 쓸더니
 
29
"어름 풀린 데가 얼마 됐다구 춥지 않겠수." 하는 주인의 말에 또 한 번 손을 마주 비비며 세웠던 다리를 주저 앉힌다.
 
30
세숫물이 나오고 이어서 술상이 들어왔다. 그러나 모두들 가볍지 않은 책임을 앞에 둔 만큼 석 잔 이상은 하지 않았다. 곧 술상을 물리고 조반상을 받았다.
 
31
아침을 먹고나선 구훈장을 데리고 안방 웃간으로 들어갔다. 이 방에서 형선이가 따아 늘였던 머리를 올려 틀고, 옷을 바꾸어 입고 사모관대를 하기 마련이다.
 
32
문을 열어보니 방안이 텅 비었다.
 
33
"형선이 건너오구, 또 대야에 물이랑, 얼깃이랑, 모두 준비해오나라."
 
34
이렇게 부엌과 맞은 방 쪽을 향하여 분부를 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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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구훈장 들어앉으소. 최주사두. 난 밖에 나가 마바리꾼이랑, 권매상꾼이랑, 모두 조반들 먹었나, 좀 돌아보구 올 게니."
 
36
참봉은 담뱃대 쥔 손으로 뒷짐을 지고 중대문을 지나 마당으로 휭하니 나간다. 허리 끈에 찬 주머니와 담배쌈지와 돋보기가 움직일 때마다 일시에 출렁출렁 그네를 뛴다.
 
37
산산이 풀어 헤친 머리를 한 편 목에 늘어뜨리고, 형준이와 함께 형선이가 토방으로 나서서 이편 마루로 옮아 선다. 형준이는 벙글벙글 웃는데, 형선이는 위 눈시울을 내려깔고 얼굴이 불그레해서 부끄러워한다.
 
38
"어째 머릴 안 깍구 그러는가 했더니, 장가 갈 때 상투 한 번 틀어서 색시한테 뵐랴구 그랬구나." 하면서, 저이 외삼촌인 최관술이가 바라보며 웃으니, 신랑될 사람은 아무말도 안 하고 씽긋 이 웃기만 한다.
 
39
"왜, 좋으냐." 하고 껄껄 웃다가, 문지방으로 들어갈 때 펑퍼짐한 웃지개를 보고는,
 
40
"아, 저 녀석, 저 어깨통 보게. 엣적으로 치자면 아들 삼형제는 밑졌다."
 
41
사실 열 아홉 살이라면 대단히 늦은 장가다. 지금 머리를 밴밴히 깎고 히로를 붙여 물고, 서울 출입만 하는 최관술이 자신이, 열 네 살에 장가를 들었는데, 그때에는 이것도 늦은 장가라고 아들 둘을 밑졌다고들 야단이었다.
 
42
"너이 색시가, 열 아홉 되두룩 장가두 못 간 게 대체 어찌 된 병신인가 하구, 지금쯤은 조마조마해서 아침두 못 먹었을라." 하고 또 한 번 제쳐서놀려대니, 건넌방에서 주인 마누라가 신부 댁에서 어저께 살쌍과 함께 가져온 신대의 옷을 들고 건너오면서,
 
43
"색시두 열 아홉인걸, 이즈음 개화한 사람들이라 그래야 된답데." 하며 말참견을 한다. 문밖까지 와서 마루에 아직도 그대로 서 있는 저희 오래비에게 웃보를 주며,
 
44
"아니 들어가지 왜 이러구 섰누."한다. 관술이는 그제서야 옷 보퉁이를 받아 들고 방안으로 들어가서 문을 굳이 닫았다.
 
45
밑으로 따아 내렸던 머리카락을 잡아 올려다 바짝 죄서 상투를 틀고, 농이(노끈)로 바드득바드득 죄니 머리밑이 아픈지, 형선이는 눈살을 잔뜩 찌푸리고 꿇어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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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냐? 고것쯤이야 뭘, 남의 채니를 잡앗또리 할래문, 그만 아픔은 참으야지, 고, 좀, 밧 싹 더 잡어 댕겨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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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삼촌은 괘니 그럽네다레." 하고 형선이는 처음으로 입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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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언짢으냐. 네 형보구 물어보름. 내 말이 괜한 말인가. 그런데, 너 참 색시 한 번 본 적이나 있니?"
 
49
이 말에 형준이가 웃으면서,
 
50
"아마 본 적이 있게 혼삿말이 난다니 좋아서 하루 종일 밥두 안 먹었지." 하니, 형 선이는,
 
51
"내가 왜 밥을 안 먹어, 여느 때보다 한 그릇이나더 먹은걸. 뭐이 슬퍼서 밥을 안 먹어." 하고 흥하니 코웃음을 친다.
 
52
"옳다. 그 말이 잘한 말이다. 늦장가 들면서 기쁘믄 기뻣지, 슬퍼서 밥 안 먹을 일이야 없을 거라."
 
53
이러는 새에 상투는 다 틀어 올렸다. 상투 끝에 새빨간 산호를 꽂고 나서는,
 
54
"인젠 세수를 하시게." 하고 구훈장이 다시 한번 낯을 숙이어 형선이의 새로 단장한 얼굴을 엿본다.
 
55
머리채가 드리어서, 해에 그을리지 않은 곳이 유난히 희었다. 뒷데 석이가 헛청하여 솜털만이 보르르하고, 덜미가 형선이 자신에게도 한결 가뿐하다. 온순한 얼굴이, 덤부룩하던 머리카락을 다듬어 올리니, 갸름하여 더욱 이쁘장스럽다. 코 밑에 수염으로 될락말락한 솜털이 아직 애숭이답게 보수수하다 그러나 윗통을 벗어 붙이고 꺼끕 서서 세수를 하는 걸 보니, 팔과 어깨와 가슴이 어른 부럽지 않게 두드럭 두드럭하다.
 
56
"저 팔과, 저 가슴과, 저 어깨로……."
 
57
이렇게 등 위에서 멍하니 아우의 모양을 내려다보던 형준이는, 제가 장가 들던 날을 생각 하면서 속으로 빙그레 웃었다. 이제 다시 올 수 없는 시절이나, 지금 생각하여도 가슴이 울렁거리는 감격의 날이었다. 형선이 혼사가 대략 작정되었을 때 색시 선을 본다고, 어머니와 두 뭇 골 서모와, 그리고 형준이의 처가 셋이서, 정봉석이네 집을 찾아갔던 일이 있다. 이 미혼 사는 절반 이상된 혼사요, 이것은 일종의 형식에 지나지 않지만 다녀온 뒤엔 모두 색시 인물이 깨끗한 것을 칭찬하였다. 밤에 형준이가 안해다려 물으니, 얼굴은 반달처럼 실한데, 눈이 갸름하고, 콧날이 오뚝하고도 끝이 뾰죽하지 않으며, 무엇보다 자그마한 입술이 귀엽 더라고 한다. 뒷자태가 바르고, 따아 늘어 뜨린 머리채가 궁둥이 밑에까지 치러 치렁하더라고. 그래 은근 히,
 
58
"자네 체니 적보담두 곱던가." 하고 물었더니,
 
59
"별 말심을 다." 하면서 옆구리를 약간 찌르는 듯하고,
 
60
"나 같은 촌 체니가 머." 하면서 씩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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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래두 자네가 제일 고운데." 하고 또 한 번 빈정대었더니, 진정 노하기나 한 듯이,
 
62
"아이가 둘씩 되는 늙은 할밀 두구……." 하면서 나직이 한숨까지를 짓는다. 지금 겨우 스물 셋에 이렇게 낙심을 하는가―― 그래서 두 득 두 득 잔등을 두들겨주었다. 그러나 그의 육체에서 전날과 같은 땐땐한 굳은 탄력이 없어진 것만은, 형준이 자신도 어찌 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63
이튿날 형선이 놈이 학교에 갔다가 오는 걸 붙들고서, 연자간 뒤로 갖다 세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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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형선이, 호박이 넝쿨째 떨어졌다." 하니, 무슨 영문인 줄을 모르고,
 
65
"왜, 내가 무슨 삼십육계를 했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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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키, 삼식육계에만 호박이 떨어지냐. 그보담두, 이건 진짜루다 횡재한 셈이다. 아니, 네혼삿말 난 정좌수 딸이 양귀비 쩜 쩌먹게 곱드라는구나." 하고 어깨를 툭 내려쳤다. 아우는 와락 팔을 자기 어깨로부터 뿌리치고, 힝하니 달아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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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한 소리." 하였지만, 그의 입은 터진 팥자루처럼 벌어져 있었다.
 
68
이렇게 한갓 되지 않은 생각을, 형준이가 두루두루 하고 있는 동안, 형선이는 소금으로 양추 질( 양치질)을 하고, 더운 물에다 낯을 씻었다. 그러고는 옷 보퉁이를 끌러서 흰 명주 바지에 옥색 저고리를 입고, 그 위에 도리불수 조끼를 입은 뒤에, 삼성 버선을 한편으로 몰아쳐 신고나서 옥색 대님을 질끈 잘라 매었다. 훌쩍 일어나서, 장날 화장수한테 갓 사다 매었던 실로 따은 허리끈을 뺌 사리듯 내동댕이치고, 전반처럼 넓게 접어온 새 끈으로 바지 괴춤을 느즉하니 잡아 맨다. 새총 바지가 된 무종아리를, 잡아 내려서 옹구뿔 바지통을 만들고, 덤덤히 자기 옷 입는 품을 바라보고 섰는 세 사람의 눈이 부끄러워, 슬그머니 돌아서서 두루마기를 쳐들어 올렸다. 그래도 웃음이 자꾸 나와서 참기가 거북하다. 괜한 실없는 웃음이 이렇게 설뚱한 가슴 속에서 우러나오는지, 자기로서도 제 마음을 알 길이 없다.
 
69
두루마기를 입고난 뒤에, 다시 단령을 입고 사모를 쓰고 관대를 띠었다. 이제는 사선을 들고 위에 올라 앉기만 하면 그만이다.
 
70
그러나 곧 출발을 하지는 않았다. 이렇게 성복을 하고 아버지와 어머니를 뵌 뒤에, 다시 두루마기까지를 벗고나서 그는 비로소 여태껏 굶었던 비인 뱃속에 아침밥을 넣었다. 그러나 밥도 잘 안 먹혔다---.
 
71
십이봉 밑에 꽉 얼어 붙었던 두터운 땅덩지(덩이) 같은 얼음이, 시루떡처럼 구멍이 숭숭 뚫어져서 그것이 노전때만큼씩이나 크게 틈이 갈라지더니, 연사흘을 두고 쉬일 새 없이 너 부주룩 하니 흘러내렸다. 이것이 맑히 흘러내린 뒤엔, 물이 유난히 탁해지고, 수위가 눈에 띄게 부풀어 오른다. 다시 물이 맑아지고 수위도 제대로 가라앉을 무렵이면, 십이봉 양지 바른 곳엔 산들산들 바람이 불고, 나뭇가지마다 물이 올라서 목화씨같이 엄눈에 살이 오른다. 아침 저녁은 추우나, 대낮에 해가 쨍쨍 내리쬘 때에 포근하게 따스하다. 긴 하루 해가 지루하게 졸림을 부르는 시절이다. 바로 오늘이 그런 날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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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아니 해서 오정이 되리라는 때에, 형선이는 많은 사람이 둘러선 가운데서 받 들어주는 사람도 없이 말안장 위에 닁큼 올라 앉았다.
 
73
박참봉네 행길 건넛집은 이칠성이네 집이고, 윗집은 나카니시 상점이고, 아랫집은 조 그만 사탕 장수라고, 깨엿도 놓고 호두엿도 놓았는데 진소위 사탕이라 명칭이 붙는 것으론 채다리 과자와 얼음과자가 작은 나무통에 들어 있는, 김용구네 집이다. 사나이라고 생긴 건 아이까지 나서고, 늙은 여편네들도 부엌 챙 바자 앞에 나섰다. 바자 틈으로 힐끗힐끗 흰 그림자가 보이는 것은, 행길가에 나설 수 없는 젊은 아낙네와 나이 찬 처녀들이 숨어서 행길 쪽을 엿보는 탓이다. 나카니시네 집에서는 본시 나카니시가 혼자 홀아비 생활을 하고 있으니, 다른 누구가 나설 이도 없다. 처음에 체부(遞夫)를 다니면서 처음 이곳에 온, 이 나 카니 시는, 그 뒤에 진위대가 없어지면서 수비대가 얼마간 주둔해 있을 때에, 용달을 맡아서 1년 안짝에 적지 않은 이를 보아 지금은 제법 큼직한 잡화상이 되었다.
 
74
아래 윗거리에서도, 부잣집이고 행세하는 집들간의 혼삿날이니만큼, 많은 사람들이 쓸어 모이었다. 이 집과 친히 내왕하는 사람은 박참봉 옆에 서 있고, 거래가 그리 많지 않은 사람은 저희끼리 두세 사람씩 패를 지어 수군거리며 말 있는 행길 가운데를 구경하고 있다.
 
75
신랑이 타고 있는 둘째 번 흰 말이나, 후행이 탈 갈색으로 팡파짐하니 다부지게 생긴 노새나, 안부(雁夫)가 탄 맨 앞에 자그마한 당나귀나, 모두 박참봉 제 집에서 친히 기르는 짐승들이다. 흰 말과 당나귀는 먼 길을 갈 때나, 추수할 때 타작하러 가느라고 가끔 타고, 노새는 연자질을 시키느라고 손수 먹여 기른다. 길 가운데 서서 수많은 눈이 저희들을 보고있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발굽을 울리며 커다란 눈을 꺼벅거리고 탈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76
마바리꾼에게 줄 것으로 흰 무명 세 필을 한 끝씩 풀어서, 안장과 짐승의 코숭이와 꼬리 있는 데까지 희게 줄을 늘인 것이, 풍족해 보여 볼품이 좋았다. 말꾼들은 말초리가 끝에 붙은 채찍을 등골에 꽂고, 말꼽지를 단단히 밭게 붙들고서, 그 중의 한 사람은 말의 머리를 가만가만히 쓸어주고 서 있다. 기러기를 안은 구훈장이 탄 당나귀 앞에 저만치 앞서, 권마 성 꾼 둘이 서서 박참봉 쪽을 눈이 찌그뚱해서 바라보고 있다. 이들의 고함소리가 청 높은 염불처럼 거리를 뒤흔들때엔, 말방울이 울고, 말꾼의 채찍이 보기 좋게 말 궁둥이를 후려 갈기는 때이다.
 
77
모든 준비가 되었는데 박참봉과 후행 갈 최관술이가 대문 안에서 무슨 일인가 수군거리고있다. 말탄 채 벌써 적지 않은 동안을 기다리고 서 있는 구훈장과 신랑도, 궁금해선지, 하나는 기러기를 안고, 또 하나는 뻔히 사선을 든 채 그쪽을 바라보고 있다.
 
78
이야기는 최관술이가 쓰고 있는 국자보시를 벗고, 갓을 대신으로 쓰라는 교섭이다. 그러 나 최관술이는 좀처럼 박참봉의 말을 듣지 않는다.
 
79
지금까지 이 고을서 쓰는 개화된 신식 모자는 두 가지밖에 없었다. 학도들이 쓰는 삽포--- 다시 말하면 학생 모자가 그의 하나요, 학도 아닌 사람들이 쓰는 국자보시가 다른 또 하나다. 국자보시라는 건 헌팅 비슷한 건데, 이곳서는 그것을 쓰는 사람도 별로 없다. 최관술이가 금데로 만든 개화경을 코허리에 걸고 검정 두루마기에 발목덜미까지 높이 엮어 올린 구두를 신고, 반반히 깎은 머리 위에 뎅그렁하니 올려놓은 것이, 이 국자보시란 게다. 그는 다시 울퉁불퉁한 황양목을 껍질을 벗겨서, 옹지 있는 곳을 약간 불에 태워 그것을 개화장이라고 짚고 다닌다.
 
80
다른 것 다 말고, 저덥부룩하니 깍은 머리 위에 홀랑하니 방정맞게 올라 앉은 꼭지 있는 바리께 같은, 국자보신가 젓가락보신가 한것만 벗어버리고, 그 대신 구훈장처럼 점잖은 감투와 갓만 써준다면, 그까짓 코허리가 시근시근한 개화경이니, 개백정들이나 들고 다닐 개화장이니 한 것 같은 건, 그런 대로 모른 척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81
처음 박참봉은 이왕 신식 사람을 보내는 바엔, 그가 어떠한 모양을 하건 눈감아둘라 했었는데, 정작 말이 나서고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서 처남이 하고 있는 품을 바라보니, 아무래도 마음 한모퉁이가 께름하고 믿음성이 가지 않아 참을 수가 없는 것이다.
 
82
그러나당자가 우겨대는 판국이니, 지금 이 자리에서 아웅다웅 다투고 있을 수도 없는 형편이다. 소견대로 하라고 내맡기니, 최관술이는 자개 수염을 한 번 비비고, 성큼성큼 개화장을 둘러가며 노새 있는 쪽으로 걸어간다. 말을 타고 개화장을 두를 수도 없는 터이라, 말옆에 우뚝 서서 몽둥이를 휭휭 객쩍게 둘러본 뒤에, 그놈을 난뜨럭 말안장 옆에다 가로 찔러 끼운다. 휙하니 말 위에 올라타더니 한 번 개화경을 햇빛에 번쩍하니 빛내이고.
 
83
"자, 가자구."하면서 발뒤꿈치로 노새 배통머리를 가만히 두어 번 찌른다. 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잔뜩 대기하고 있던 권마 성 꾼이,
 
84
"아--- 아으아---." 하고 앞에서 목청을 돋아 세워서 소래기(소리)를 지른다. 당나귀가 아장거리고, 신랑 탄 흰말이 꼬리를 두어 번 치다가 떼꾹떼꾹 걸어간다. 새 서방은 사선으로 얼굴을 가리고 눈앞에 우쭐거리는 먼 앞길을 황홀하게 빛내어본다. 손우수가 탄 노새도 냉금냉금 발굽을 두어 번 구르듯 하더니, 방정맞게 외해행 소리를 치며 앞말을 따라간다. 말이 강선루를 바라보며 앞으로 움직이는 대로, 권마성과 말방울 소리에 맞추어 구훈장의 갓과 신랑의 사모와 손우 수의 국자보시가 후물후물 춤추듯 한다.
 
85
강선루 앞에서 망을 보던 아이놈이, 먼 데서 권마성 소리가 나고, 말과 사람이 움직이는것을 보더니, 풀맷돌처럼 날쌔게 달음질을 쳐서 정좌수네를 향하여 뛰어간다. 눈앞에 정좌 수네 집 대문이 보이고 그 앞에 많은 사람이 아물거린ㄴ 걸 보고는 바른팔을 내 두르며,
 
86
"샛 시방 온다. 구릉다리께 지냈다." 하고, 아직 구룡교에 다다를 겨를도 못 된 것을 보탬을 해서 지저귀어댄다. 이 아이놈의 소리를 받아가지고, 대문 밖에서 어정대며 잔심부름을 하던 축들이, 두서넛 안마당으로 뛰어들어가며,
 
87
"샛 시방 구릉다리께 지낸 지 오래다니, 어서 상 주비하우." 하고 소래기를 지른다. 이 말은 순식간에 마당과, 후간과, 청간과, 부엌과, 움안에까지 퍼져 나갔다.
 
88
과방간에서 큰상을 고이 든 과방꾼들이 약과 과줄을 산같이 고여놓은 목구를 옮겨 주고 옮겨 받으며,
 
89
"빨리 빨리 합세다. 샛시방 문밖에 왔답네다." 하고 수선을 피운다. 신랑이 들어앉아 큰상을 받을 안방 웃간에 돗자리를 깔고, 그 위에 호랑요 를 깔던 이 집 막서린가 누군가는 뒤꼍에 펼쳐놓은 산수 평풍을 바라보면서 툇마루로 뒷걸음을 치다가, 엉겁결에 실족을 하여 뜰 가운데 비스듬하니 나가 떨어져 뒹굴었다. 남이 아프거나 말거나, 모두 와---하고 웃는 가운데서, 넘어졌던 자느 궁둥이를 턱턱 털며, 소리난 것 봐선 별로 다친 곳도 없는 지 제풀에 벌씬 웃고 돌아섰는데, 사랑 뒷문을 열고, 떠들어 대는 안마당에 눈을 돌렸던 정좌수가 일의 사연을 알고 별반 상처난 것도 없는 것을 안즉,
 
90
"덤 베지 들 말구 조심조심히 해라." 하고 나직이 기별을 하고는 문을 도로 닫는다. 부엌에서도 이것을 내다보고, 국숫물을 끓이던 용네 어미가, 뒤뜰 안 움 잔등에서 떡에 참기름을 바르고 있던 주인 마누라에게 달려가서,
 
91
"마루에서 떨어져 누가 다리를 상한가봐요. 지금 막 밖에까지 샛시방이 왔다는데. 다리를 삐었 는지 부러뜨렸는지 일어나질 못하고 쩌름 거림네다."
 
92
누가 상하였다는 바람에 주인 마누라가 떡함지를 놓고 부엌으로 뛰어나와 안뜰을 내어다 보니, 별로 그런 일이 일어난 것 같지도 않다. 모두 음식을 들고, 과방간으로 왔다갔다 하는데, 어디 한 사람치고 몸에 상처를 입은 이가 있는 성싶지 않다.
 
93
"누가 업구 사랑엘 갔나." 하고 용네 어미가 그 뒤의 일을 조사하러 뜰 안으로 나가려는 것을 원반할 만두를 빚고 있던 부인네 하나가,
 
94
"상 하긴 뭐이 상했다고 용네 엄매는 저러구 댕기나." 하는 바람에, 두룩두룩 여러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는데 벌써 주인 마누라는 용네 어미의 헛풍선인 것을 알아차리고 그대로 떡함지 있는 움 잔등으로 간다.
 
95
사랑에서는 신랑 일행이 오기를 대기하고 있는, 인접과 손대들이 모두 의관을 갖추고 부슬부슬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96
"권마성 소리가 안 들리니 아직 강선루 앞에두 안 온가부다. 너무 일즉 나가 멀 하간." 하고 정좌수는 여러 젊은이들에게 말하였으나, 자기 자신도 일어나서 갓을 쓰고 흰 두루마기를 입었다.
 
97
강선루의 옆 당장을 휙 돌아서니
 
98
"아--- 아으아---." 하는 권마성 소리가 유난히 높이 들려오고 이어서 구훈장 탄 당나귀가 빼뚝빼뚝 나타난다.
 
99
신랑 탄 흰 말과 그 뒤로 최관술이의 국자보시가 보이면서, 올승졸승한 많은 아이들이 옆으로 뒤로 따라선 것이 보인다.
 
100
"기러기 안은 건 구훈장이구, 손우수는 갱고지 최주사로구만." 하고 눈 밝은 젊은이들이 떠들어대는 것을, 정좌수는 대문 아래 서서 먼발로 일행이 올라오는 쪽을 바라보고 있다.
 
101
새 서방이 왔다는 바람에, 일하던 사람들까지 일손을 놓고 모두 대문 밖으로 몰려 나왔다. 부인네들만이 안타까운 생각을 누르고서 부엌 안에서 허성대었다. 본시 바탕이 없는 여편네들만은 사나이장정들 틈에 끼어 시시덕거리며 말 위에 탄 신랑을 보고, 다시 노새를 탄 최주 사의 모양을 웃었다. 이 고장서는 볼 수 없는 가죽구두를 신고 머리 위에도 뭔가 별스 러운 걸 썼다. 미상불 이들에게는 생각도 못했던 일이므로, 놀라웁고도 우습지 않을 수 없었다.
 
102
여럿이 부축해서 신랑을 말께서 내려 세우니, 파란 명주 두루마기를 입은 젊은 인접이 두 사람, 그를 안내해 대문 안으로 데리고 가고, 안부와 후행은 손대가 나서서 사랑으로 인도 한다.
 
103
"최주사, 수그러히 오셨습네다." 하고 인사를 하니, 어느 새에 빼어 들었는지, 개화장을 두르며 걸어 오던 최관술이는, 바른 손으로 국자보시를 벗어 들고,
 
104
"천만에 말슴이올세다. 퍽이나 바쁘시겠습네다." 하고 전부터 안면이 있는 정좌수에게 마주 인사를 한다.
 
105
"춘부장께서도 안녕하시겠습지요." 하고 다시 한번 정좌수가 인사말을 하니,
 
106
"덕분에 건강하 올세다 "하고 대답한다. 그들은 사랑으로 들어갔다. 엮어 올린 구두끈을 끄르느라고, 한참이나 마루에 꺼끕 서서 어물거리는 최관술이를, 행길에 서서 바라보고 있던 어린 아이놈들은 구두 속에서 나오는 것이 흰 버선이 아니고 까마툭툭한 양말인 데 또 한 번 놀래어,
 
107
"아 저게 구두 버선이다. 가죽으루다 맹그른 겐데, 아마 백 냥 남아 한 대." 하고 한 아이가 아는 듯이 설명을 한다. 나카니시 상점에서도 구두 버선은 파는 것이 없었다. 한 켤레밖에 없는 구두 버선은, 가죽으로 만들기는 샘스러, 발뒤꿈치가 나간 것을 삼 성 조박지( 조각)로다 잡아 옭아 매었다. 그러나 최관술이는 의기양양해서 개화장을 마루에 세워 놓고, 개화경을 번쩍이면서 방안으로 들어간다.
 
108
안방 웃간에서는 지금 막 큰상을 들인다. 가운데 앉은 신랑의 상이 들어가고 양쪽에 앉은두 사람 인접의 상이 들어간다. 절편, 증편, 이차떡, 조차떡, 설기떡으로 높직하니 다섯 목 구가 높은 축대처럼 올라 앉았는데 흰 과즐, 붉은 과즐이 한 목구씩, 약과가 첨성대처럼 한 복구, 이 밖에 깨다식, 지짐, 산적, 행적, 파적, 사과, 배, 날밤, 대추 빠진 거 없이 듬북이 쌓아 올렸다. 그 위에는 오색이 영롱한 갈꽃이 한 떨기씩 꽂히어 있다. 3개의 상이 가지런히놓인 앞으로, 국수 그릇과 술잔과 은수저가 놓인 작은상이 곁따라 놓였다.
 
109
구훈장네 서당에서 지난 밤새도록 구훈장다려 단자를 배껴가지고 온 어린 총각 아이들이, 마루에 한 뭉치 모여 앉아서 단자 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 '立月卜己三’이니, '左七右七橫山倒出’ 이니 뭐니 하고 여남은 장 써가지고 그 중 의한 장을 인접을 통해서 들이니, 신랑 의학식을 시험하느라 사람은 백차일 치듯 마루와 뜰 안에 둘러섰다.
 
110
부엌 안에서 작은 사위의 얼굴을 엿보지도 못하고 서 있는데, 큰딸이 쪼루루 사람들 등뒤에서 신랑의 얼굴을 보고 와서,
 
111
"얌전한 게 샛서방이 곱게 생겠소다." 하는 바람에 주인 마누라는 벌써 오므라지기 시작한 불편과 입가장으로 해족하니 웃음을 짓는다. 용네 어미가 또 손을 내두르면서 뛰어 들어오며, 큰딸이 있는 것도 모르 곤지,
 
112
"큰 사위 둘 가지구두 못 당하겠쇠다. 아니 이게 남중절색이 아니외까. 오마니두 참 잘 맞었단 말요. 앵이 난두 고런 샛서방이나 한번 얻어봤으믄." 하고 객쩍게 웃어보다가, 옆에 입을 딱 감물고 섰던 이 집 큰딸을 발견 한 즉,
 
113
"어머니는 딸두 잘 나셨거니와 사위두 잘 맞으신단 말이에요. 아니 어쩌면 큰사위가 그렇게 인물이 절색인데 또 작은사위마저 저렇게 곱답네까." 하고 다시 마당으로 뛰어나간다.
 
114
인접에게서 단자가 온 것을 힐끗 보더니 들려주는 붓은 받지도 않고, 형선이는, 옆에 있는 인접에게,
 
115
"그 대루 물레주우." 하고 나직이 말한다. 모든 사람은 적지 않이 실망하였다. 서당 공부도 상당히 했고, 벌써 몇 년째 기독학교니 동명학교를 다니는 학도니만큼, 10여 장의 단자 같은 건 훌훌 써 내 갈길 줄 알았던 그들은, 아예 들이댈 척도 안 하는 신랑의 태도에 실망을 느낀 것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상을 안 주겠다면 커니와, 딴말 없이 물리라는 데 다시 두말이 있을수 없다. 인접이 대신하여 커다랗게 '(退)’ 자를 써서 내갈기니, 이 소리를 부엌에서 들은 신랑의 장모는,
 
116
"단 자상은 따루 채려 올릴 게니, 큰상은 그대루 뒤두소." 하고 밖을 향하여 소리를 질렀다.
 
117
"큰상은 웃어룬들이 계시다니 보내 올리야 하겠소다." 하고 다시 뇌친다.
 
118
큰상을 놓아둔 채 원반상이 들어왔다. 만둣국에 흰밥을 말은 것이다. 인접이 권하는 대로 신랑은 술을 들어 원반을 몇 술 떠 먹었다.
 
119
"만두 세 개는 먹어야 첫아들을 본다네." 하고 어느 늙은 노파가 놀려대니 모두들 와 하고 웃어댄다. 그러나 형선이는 만두 1개를 먹었을 따름이었다. 사랑에서는 주안이 한참 벌어져 있었다.
【원문】대하(大河) 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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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천(金南天)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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