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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의 토생원 별주부 ◈
해설   본문  
최남선
1
어림없는 별주부가 꾀발이 토생원의 딴죽에 보기좋게 곤두박이를 쳤다는 이야기는, 박타령만 못하지 아니하게 높은 지위와 큰 세력을 조선의 이야기 중에 가지는 것이다. 신라 때에 金春秋[김춘추]가 범의 굴 같은 고구려에 들어가서, 죽고 남지 못할 목숨을 이 이야기 덕에 간신히 보존하였다는 사실이 《三國史記[삼국사기]》에 소연히 적혔음으로 볼진대, 그것이 어떻게 오랜 옛적으로부터 민간에 떠돌던 줄을 짐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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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사람들도 조선의 대표적 이야기로 대개 이것을 들춤이 또한 까닭 있는 일이라 할 것이다. 「토끼화상」을 그리는 것이 어떻게 조선 사람의 즐겨 외는 노래임을 생각하면, 시방까지도 이 이야기가 어떻게 우리의 생활상에 없지 못할 재료임을 알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조선에 고유한 이야기인지 아닌지는 상고해 보아야 알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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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방 세계에 돌아다니는 옛날 이야기란 것의 근원을 캐어 보면, 태반은 인도에서 시작된 것인 줄을 안다. 그것이 어느 틈에 사방으로 퍼져서, 혹은 본형 그대로 전하기도 하고, 혹은 얼마만큼 변형되어서 전하기도 하고, 혹은 이모저모 변통되다가 나중에는 백판 딴 이야기가 되어서 전하기도 한 것이 전세계 이야기의 거지반이다. 인도 사람은 궁리가 깊고 배포가 큰 동시에, 또 그것을 명석한 논리와 교묘한 비유로써 남에게 알려주는 재주가 있었다. 그 까닭에 천지 만물을 총히 사람처럼 꾸며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무수히 만들어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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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초목 금수를 사람 노릇시켜 만들어낸 이야기가 二[이]천 五[오],六[육]백년 이전 옛날부터 벌써 완전하게 발달하였은 줄은 그 때의 문적을 보아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인데, 석가모니 부처님이 나신 뒤에는 불교 믿는 이들이 그 허다한 이야기를 몰아다가 부처님의 전생 일이라 하여 한덩어리로 뭉쳐 놓아 왔다. 이것이 梵語[범어]로 자다가(Jataka 闍多伽[도다가] 闍陀伽[도타가])란 것이요, 한문으로 번역하여 본생일(本生事[본생사])이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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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경전을 종류로 나누면 열두 가지가 되는 가운데《本生經[본생경]》이라 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 적혀 있는 것이 대게 부처님이 전쟁에 무엇의 몸으로 어떠한 일을 하여서, 이생에는 무슨 일을 겪는다 하는 것이다. 부처님이 전생에 도를 닦으시느라고 토끼도 되고 물고기도 되고, 사슴도 되고 코끼리도 되고, 두루미도 되고 따오기도 되고, 딱다구리도 되고, 까막까치도 되어서, 온갖 착한 일과 아름다운 노릇을 다 하셨다 하는 이야기들이다. 원래 인도에는 아득한 옛날로부터 사람이고 물건이 그 소행의 잘잘못을 따라서 전쟁 • 차생 • 후생에 사람이 물건도 되고 물건이 사람도 되어 돌아다닌다 하는 輪廻[윤회]라는 믿음이 있었는데, 이 「자다가」 이야기도 실상 이러한 믿음으로 말미암아서 더욱 편리하게 성립된 것이다.
 
6
이와 같이 짐승으로 주인을 삼고 거기다가 勸善懲惡[권선징악]하는 의사를 붙여서 만든 이야기가 종교하고 상관 없이 단순하게 처세상의 교훈으로도 사회와 가정에 크게 세력을 가졌던 것이 분명한 사실이다.
 
7
이 「자다가」 이야기가 외국말로 번역되기는 시방부터 一四○○[일사공공]년 전에 페르시아국에서 비롯하여, 바라비 • 시리아 • 아라비아 • 그리이스 • 라틴 • 히브리 • 이스파니아 • 도이치 • 터어키 • 이탈리아 • 프랑스 • 잉글란드 등 여러 나라에 차례로 연비하여 번역이 되어서 유행하다가, 十八[십팔]세기 말년에 범어로부터 바로 그것을 번역하기 비롯한 뒤에는, 전보다 월등한 세력으로써 구미 각국에 퍼져서 큰 환영을 받게 되었다. 우리 동양으로 말하면, 한문으로 번역된 불경 가운데 《佛本生經[불본생경]》 《菩薩本生鬘論(보살본생만론)》과 그 밖에 여러 가지 비유경으로써, 支那[지나]로부터 우리나라와 일본에 전하고, 다시 서장 • 몽고 • 만주를 거쳐 시베리아 • 러시아 • 핀란드까지 퍼지게 되었다. 당초에는 교리를 설명하는 감으로 쓰인 것이 무론이지마는, 또 한옆으로는 종교하고 상관 없이 인생의 길잡이와 사리의 횃불로 몸 닦고 마음 밝히는 거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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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의 《본생경》 가운데 이런 이야기가 있다.
 
9
부처님께서 여러 중더러 이야기하신 말씀이다. 옛날 어느 큰 바다 가운데 큰 용이 한 마리 살았다. 그 마누라 용이 새끼를 배었는데, 잔나비 염통을 간절히 먹고자 하였다. 이 때문에 몸이 날로 여위고 얼굴이 갈수록 누르고, 애가 타고 가슴이 터지게 되었다. 그 남편이 마누라 병세의 심상치 아니함을 보고 하도 딱하고 기가 막혀 간곡히 물었다. 무슨 병이며 무엇이 먹고 싶으냐고 하였다. 도무지 먹을 것 찾는 일이 없으니 어찌한 곡절이냐고 하였다. 아무리 물어도 마누라는 입을 꿰매고 아무 대답이 없었다. 남편이 다시 묻기를, 대답조차 왜 없느냐, 아무것이든 어려워 말고 이르라고 하였다. 마누라의 대답이, 당신이 그대로 시행하겠다 하면 소회를 이르려니와, 그렇지 못한 바에야 말은 하여 무엇하겠느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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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말만 하면 못 될 일이라도 되도록 하여 보겠노라 하였다. 마누라가 다른 게 아니라 잔나비 염통이 먹고 싶어 이러한 것인데, 당신이 어디 가서 이것을 얻어 오겠소 하였다. 남편이 고개를 숙이고 대답하기를, 그대의 먹고자 하는 것이 과연 난처하구료, 바다에 사는 우리가 산중에 있는 잔나비를 무슨 수로 잡아오겠소 하였다. 마누라 말이 이를 어쩌면 좋소, 그것을 못얻어 먹고 보면 이 태가 떨어지고 나도 목숨을 보존할 도리가 없소그려하였다. 일이 착급하니까 남편이 말하기를, 조금만 기다리오, 기어이 구해 보리다, 소료대로 되면 피차에 그런 경사가 다시 있겠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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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로 그 용이 바다에서 나와서 언덕에 올라 보니, 거기서 멀지 아니한 곳에 커다란 나무가 하나 있고, 그 위에 잔나비 한 마리가 과실을 한참 따먹는 중이다. 오냐 잘 만났다 하고, 가만가만히 그 나무 아래로 가서, 정다운 목소리와 구수한 말로 잔나비를 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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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여보 원생원, 그 나무위에서 무엇을 하시오. 이 가지 저 가지 왕래하기에 몸은 오죽 가쁘시겠소. 이 구석 저 구석 먹을 것을 찾으시기에 애가 오죽 쓰이시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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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였다. 잔나비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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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운 말씀이오마는 그다지 대단한 고생은 없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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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둘이 주고 받고 하는 말이다.
 
16
「그래 당신이 여기 있으면, 무엇을 자시고 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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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이 위에서 이 나무 열음을 따 먹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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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우연히 이 앞으로 지나다가 당신을 만나 보니, 기쁘고 든든하기 그지가 없소. 쉽지 아니한 인연인즉 이제로부터 찰떡 같은 교분을 맺어 믿고 의지하여 지냅시다. 내가 보니, 당신 계신 처소가 그다지 좋아 보이지도 않고 남은 열음도 그다지 많지 못하니, 결코 오래 편하고 즐겁게 지낼 수 없을 듯하오. 당신이 그리로서 내려와서 나만 따라 오면 좋은 길을 인도하여 드리리다. 건너쪽 해변에 훌륭한 큰 수림이 있고, 갖은 수목에 맛난 열음이 더럭더럭 하였는데, 내가 당신을 그리로 데려다 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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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말만 들어도 배가 부르오마는, 만경창파 허허바다를 내가 무슨 수로 건던단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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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울 일 없지요. 내 등에만 업히면 순식간에 건너다 줄 것이니, 어려워 말고 어서 내려와서 내 등에 올라타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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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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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잔나비 마음이란 촐랑촐랑하여 요량이 부족한데, 거기다가 욕심이 앞을 가리니까 더구나 어림이 없어져서, 잘 산다는 맛에 어디서 이런 복운이 다닥쳤나 하고 용의 등으로 깡총 뛰어 올랐다. 용은 이때, 오냐 소원을 성취하였구나 하고 얼른 몸을 꿈틀거려 집으로 데리고 들어가려 하였다. 뜻밖에 물속으로 싣고 들어가매, 잔나비가 그제야 의심이 나서 용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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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쪽 해변으로 데려다 주마더니, 물 속으로 들어가는 일이 웬 까닭이오?」
 
24
하였다. 용은 이제야 바른대로 말하기로 무슨 탈이 있으랴 하고,
 
25
「시방이야 말이지, 우리 마누라가 태중에 무슨 생각인지 네 염통을 먹을 양으로 앳병이 들려서 命在頃刻[명재경각]이기로, 안된 일인 줄 알면서도 잠시 권도를 부려 너를 데리고 가는 것이다.」
 
26
하였다.
 
27
잔나비가 듣고 가슴이 서늘하여, 잠시 욕심을 못 이겨서 죽을 땅에를 빠졌으니, 이 노릇을 어쩌면 좋을까 하고 얼른 생각하여 한 꾀를 내었다. 용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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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영감, 안된 소연이 있소. 그런 줄은 모르고 내 염통을 그 나무 위에 내놓은 채 그대로 왔구려. 응, 그러면 당초에 왜 그런 곡절을 내게 이르지 아니하였었오? 빈 몸으로 가는 것은 본의가 아니니, 얼른 다시 그리로 돌아갑시다. 그래서 내놓은 염통을 가지고 갑시다.」
 
29
하였다.
 
30
소견 없는 용이 이 말을 곧이듣고 몸을 돌이켜서 오던 길로 도로 갔다. 언덕에 거의 거의 닿을 만하여서 잔나비가 한때가 바쁘다고 죽을 힘을 다하여 용의 등에서 깡총 뛰어내려서 나는 듯이 저 있던 나무 위로 올라갔다. 용이 그 밑에서 얼마를 기다리고 있어도 잔나비는 내려올 꿈도 꾸지 아니한다. 재촉 또 재촉을 하여도 들은둥만둥 모르는 체하고만 있다. 지재지삼 어서 내려오라 하니까, 잔나비가 나무 위에서 깔깔 웃으며 조롱하는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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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슬기 없는 놈아, 어느 바삭이가 저 죽일 놈을 따라 간단 말이냐?」
 
32
하였다.
 

 
33
부처님이 인간과 천상의 온갖 비뚤어진 생각과 그릇된 소견을 깨뜨리시고 한끝가게 바른 도를 성취하시려 하매, 잘 되는 일을 깨뜨리고 빗가는 것을 보축하여 남의 정신적 생명을 끊어버림으로써 직업을 삼는 마왕 파순(魔王波旬)이란 악물이 이래서는 못쓰겠다고 저희 졸도를 있는 대로 다 데리고 저희 지량을 자라는 대로 다 써서 갖가지로 부처님을 꾀어서 도를 이루지 못하게 하였다는 전설이 부처님 사적 가운데 있다. 마왕과 부처님의 승강하던 것으로 재료를 삼는 이야기도 여간 많지 아니한 중에 이것이 하나이다. 이것은 곧 마왕 파순이 음식 • 색욕 • 재산 • 명예 • 수면 등 다섯 가지 욕심으로써 부처님을 꾀인 일이 있는데, 이때 마왕이 이렇게 당신을 속이고 꾀는 것이 별안간 시작된 것 아니라, 실상은 전생으로부터 깊은 인연이 있는 것이니라고 설명하셨다 함이 이 이야기다. 그 때의 잔나비가 오늘날 당신이요, 그 용은 곧 마왕 파순인데, 그때 당신을 속이다 못한 까닭으로 시방 또 와서 그 ()을 부리는 것이라는 의취로 만든 이야기가 이것이다.
【원문】인도의 토생원 별주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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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06월 0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