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7년 8월 10일 풍림사에서 간행한 오장환의 제1시집 <성벽>에 실린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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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香九天曲[월향구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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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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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랑주 껍질을 벗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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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적신다.

5

향내가 난다.

6

점잖은 사람 여러이 보이인 중에 여럿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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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고 떠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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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녀(妓女)는 호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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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사나이와 흡사한 모습을 찾고 있었다.

10

점잖은 손들의 전하여오는 풍습엔

11

계집의 손목을 만져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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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녀는 푸른 얼굴 근심이 가득하도다.

13

하 ─ 얗게 훈기는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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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 냄새를 지니었도다.

15

옛이야기 모양 거짓말을 잘하는 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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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사슴처럼 차디찬 슬픔을 지니었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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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절 태극선 부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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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노래, 너는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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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보선 맵시 단정히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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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던히도 총총한 하루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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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기억의 엷은 입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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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물이 젖어 있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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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와 같은 입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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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노래, 너는 조용히 웃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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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옷깃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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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마음은 가릴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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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란치마 땅에 끄을며 조심조심 춤을 추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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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백하다는 소녀의 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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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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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매운 회초리, 허기찬 금식(禁食)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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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 끌리어 왔다.

32

슬픈 교육, 외로운 허영심이여!

33

첫사람의 모습을 모듬 속에 찾으려 헤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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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 써 첫사람은 아니다.

35

잃어진 옛날로의 조각진 꿈길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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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싹 마른 종아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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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들은 화심(花心)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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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향료를 물들이도다.

39

슬픈 사람의 슬픈 옛일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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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진 패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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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차한 제 마음에 복수는 할 바이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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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먹은 과일처럼 이 틈에 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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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치거리는 옛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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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 방탕한 귀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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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녀는 조심조심 노래하도다. 춤을 추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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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리운 양, 춤추는 여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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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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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이익하지도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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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미(加味)를 모르는 한약처럼 쓰고 틉틉하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