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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8
박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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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 독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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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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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영화는 제2차 대전 후 많은 우수한 작품을 제작함으로써 영화 예술의 발전을 돕고 있다. 확실히 전전(戰前)의 영화와는 그 기법이나 제작 계획에 있어 다른 각도로 발을 디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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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작의 조직으로서는 구라파 대륙 제국(諸國)과 미국 영화의 중간이라고 할 수 있는 회사 시스템을 가지고 있으나 그중에는 자유로운 독립 프로덕션제를 만들고 있으므로 따라서 작품에는 제작자나 감독의 개성이 나타나는 것이 많다. 그러한 예는 런던 필름에서 캐럴 리드가 감독한 「제3의 사나이」나 데이비드 린의 「밀회」와 「올리버 트위스트」 같은 데서 찾아볼 수가 있다. 이러한 영화(우리나라에서 상영된 것만 가지고 말함)는 제작자와 감독의 개성만이 아니고 2차 대전 후의 영국 영화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키고 나아가서는 예술적인 작품을 자국의 영화로서 찾으려는 의욕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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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영화는 미국과는 달리 스타 시스템(배우 중심)의 작품이 적다. 물론 비비언 리나 로렌스 올리비에와 같은 이름난 스타도 있으나 그들은 국민적인 예술 작품을 만들어서 그 가치로 해외에 수출하려고 하고 있으며 그 결과는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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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시스템을 취하지 않으면 자연 영화는 감독과 시나리오의 중심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영국 영화의 하나의 전통적인 습관이며 특히 독립 프로덕션에서는 제작비를 절약하기 위해 배우 중심은 생각지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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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한 국민성적인 영화는 즉 그들이 일반적으로 보아 다른 예술과의 교섭이 깊고 진실을 자유롭게 표현한다는 정신이라 할 수 있고 인간 탐구를 위하여 온 구라파 문화의 표현일 것이다. 민족의 전통에서 벗어난 어떠한 작품도 예술이라고 볼 수 없는 영국 영화의 모토는 미국 영화의 경우와는 좋은 대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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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대전 중에서부터 후에 걸쳐 영국에서는 많은 대미(對美) 친선을 의도한 작품을 만들었다. 우선 우리들이 본 것 중에서도 「비수(悲愁)」, 「천국의 계단」 등이 있는데 이것은 영국인의 선의의 정신을 단적으로 말하는 동시 영국 영화의 시장 확장을 위한 것이라 하겠다. 대전 중 영국인은 지금까지 그 인간 생활이나 문화 전통상 미국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으나 많은 군사 및 경제적 원조로써 승리를 얻었다. 그래서 영화는 국민적 감사의 뜻을 표현하였고 이런 영화는 미국에서 환영을 받았다. 별로 미국에서 상영되지 않았던 영국 영화도 많이 수출되고 그 때문에 얻은 수입은 영국 영화 발전에 도움이 되었다는 것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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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영국 영화는 순수로운 기술 면으로 볼 때 미국 영화보다는 떨어진다. 허나 그들에게는 소화하고 예술화할 능력이 있는 것이다. 물질적인 기술을 커버할 수 있는 유능한 인재가 많이 있는 것이다. 비단 영화가 기계 예술이라고 해도 기계를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사람의 지능이며 그러한 면에서 영국 영화에는 우수한 사람들이 전후에 속속 모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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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해방 후 처음 소개된 영국 영화는 게이스버러 제작인 「카라반」, 「요부 바바라」 등이었는데 그리 좋은 작품이라고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전전의 영화와 다른 점을 쉽게 찾을 수 있었으니 그것은 작품이 가지는 ‘어둠’이었다. 전후의 영국인은 승리를 거두었으나 오랜 전재(戰災)에 시달린 심리적인 암흑의 세계를 벗어날 길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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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대개의 여러분들이 보았을 것으로 믿는 데이비드 린 감독의 「밀회(Brief Encounter)」는 전후 세계 각국의 작품을 통해서도 우수한 작품이다. 영국 영화를 유명하게 한 기법의 하나인 나라타주를 전면으로 활용하여 훌륭한 구성을 하였을 뿐 아니라 격정에 넘치는 두 기혼 남녀의 사랑의 이야기는 보는 사람을 감동케 한다. 감독 린은 그 후에도 「위대한 유산」, 「올리버 트위스트」, 「초음 제트기」 등을 만들었으나 아마도 「밀회」가 그의 최고 작품이 될 것이며 이것은 전후의 영국 영화의 수준을 상징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 말하고 싶은 것은 스토리의 문제다. 평범한 사랑의 줄거리를 린은 강인한 연출로써 깊이 파고들어 가 조금도 그 긴박감을 풀리지 않게 하고 불란서나 미국영화에서 흔히 묘사되는 육체의 세계를 피하여 어디까지나 순수한 감정과 이지적인 애정으로 그린 점이다. 이것은 영국의 국민성과 도덕관념의 전통을 높이 나타낸 것으로 나는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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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영국에서 가장 특색 있는 프로덕션으로 이름난 아처즈사(社)가 1948년에 제작한 「분홍신(The red shoes)」의 반향이다. 안데르센의 동화에서 취재하여 일관성 있는 스토리로 전개되는 이 발레 영화는 전후 최대의 기획성을 가진 색채 영화로서 미술과 음악은 아카데미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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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영국 영화는 시장 관계로 그리 대작을 만들지 않았으나 유명한 프로듀서 J. 아서 랭크는 「분홍신」을 계기로 영국 영화의 세계 진출과 미국 대회사 시스템과의 대항을 시도하여 성공했다. 제작 감독을 한 마이클 파웰과 에머릭 프레스버거는 42년에 아처즈 프로를 결성하여 제작, 연출, 각본에 대한 책임을 분담하고 「흑수선」, 「천국의 계단」, 그 후엔「호프만 이야기」 등의 명작을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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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신」은 웅장하고 호화로운 데서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무대를 만들고 발레의 장면 구성은 전인미답의 기이한 연출을 했다. 음악 연주 지휘를 한 토머스 비첨은 말할 것도 없이 영국이 낳은 현대 최대의 지휘자이며 그는 이어 「호프만 이야기」의 음악 연주까지도 맡아보았다. 「분홍신」과 아울러 「천국의 계단」의 색채 영화는 영국 영화의 색채 기술의 우수성을 자랑하고도 남음이 있으며 그 촬영자 잭 카디프는 원색과 중간색을 교묘히 사용하여 색채를 가진 영화에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하여 최근에 상영된 「판도라」의 아름다움도 역시 그의 노력의 성과이며 카디프의 영향은 미국에까지 미치고 있는 것이다. 여하간 「분홍신」을 처음으로 한 상기한 영화는 프레스 버거와 파웰의 현대적인 아방가르드 정신이며 가장 정통적인 영화 예술의 결정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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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5세」와 「햄릿」(아서 랭크 제공)은 영국 영화만이 제작할 수 있는 셰익스피어 작품인데 그것이 모두 훌륭한 영화로서 우리들 앞에 나타났다. 「헨리 5세」에서는 테크니컬러의 성질을 인공에 의한 배경으로 완전히 살리겠다는 착상이 성공했으며 아마도 로렌스 올리비에는 「햄릿」보다도 이 영화에 의하여 불후의 이름을 남길 것이라는 의견도 있는 것이다. 허나 연기에 있어서는 역시 「햄릿」을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올리비에는 세계적으로 영국을 대표하는 연기, 연출, 제작자이며 그는 「햄릿」의 비극적인 심리 연출을 흑백 영화로 제작한 데 성공한 단 한 사람이다. 이 영화 역시 전후의 영화 중의 금자탑이며 영국 영화의 위치를 높이었다. 그리고 「햄릿」에는 펠릭스 아일머, 바실 시드니, 노먼 우랜드와 같은 우수한 무대 배우가 출연하고 있는데 이것을 셰익스피어 작품에 있어서는 중요한 일이며 영화배우만의 영화가 아니며 스타 중심의 영화에 그리 찬동치 않는 영국 영화의 특징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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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에 상영된 「제3의 사나이(The 3rd Man)」는 아마도 근래의 최고 작품이 될 것이다. 알렉산더 콜더의 런던 필름사에서 캐럴 리드가 감독한 그레이엄 그린 원작·시나리오인 이 작품은 영화 예술의 모든 극치를 종합하고 있다. 패전 후의 빈(비엔나)의 혼돈된 사회와 인간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화면은 시각적인 숏과 숏의 집적으로도 긴박감(스릴러적 수법)을 두텁게 하고 있다. 미국의 셀즈닉도 제작자의 한 사람으로 참가한 탓인지 지금까지 취하여 오지 않았던 스타 시스템을 한 것도 이색스러운 점이며 더욱 이 영화는 실지로 현지에 가서 촬영하였다. 인상적인 빈의 풍경, 거기서 살아가는 인간과 그들의 성격 묘사의 치밀성, 아마도 영국 영화만이 그려 낼 수 있는 경지가 아닌가 나는 믿는다. 그레이엄 그린은 현대 영국의 대표적인 작가이며 캐럴 리드는 「떨어진 우상」과 아울러 「제3의 사나이」 두 편을 감독했다. 여기서 우리들이 쉽게 알 수 있는 것은 문학과 영화의 제휴인바이처럼 잘 융합된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 될 것이다. 얼마 전 미국에서 영국을 건너간 존 휴스턴의 「물랭 루주」를 보았다. 이것은 환락의 거리 파리 몽마르트르에서 그 비애로운 생애를 보낸 화가 로트레크의 전기 영화인데 그 색채 처리나 연출에 있어서 또 다른 영국 영화의 신경지를 발견하였다. 존 휴스턴은 「아프리카 여왕」, 「악마를 치워 버려라(Beat the Devil)」 등의 문제작을 영국으로 건너간 후 만들고 현재는 데이비드 린, 리드와 아울러 가장 대표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이한 작가이다. 앞으로 이 세 사람의 활동이 영국 영화의 운명을 걸머지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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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된 매수 관계로 자세히 쓸 수 없었으나 영국 영화는 앞으로 어떠한 나라의 영화보다도 예술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나는 여기서는 좋은 작품을 예로 하여 좋은 부면만 적고 말았다. 좋은 면을 살펴보는 방법을 우리들은 우선 배워야 할 것이다. 끝으로 「전율의 7일간」의 존 볼링, 「시저와 클레오파트라」의 가브리엘 파스칼, 처(妻) 안나 니글을 주연작으로 하는 허버트 윌콕스, 「탈주병」의 란스 콤포트, 「판도라」의 앨버트 류윈 등의 감독의 이름을 기억하기로 하자. 이것은 스타 중심이 아닌(요즘은 차차 그런 경향이 적어졌으나) 영국 영화를 감상하기 위해서는 감독의 연출 여하가 큰 역활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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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여성』, 195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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