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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山)사람들 ◈
◇ 제 2 막 ◇
카탈로그   목차 (총 : 2권)     이전 2권 ▶마지막
1949. 12., 1950.1
함세덕
1
[산] 사람들 (전 2막 2장)
 
 
2
제 2 막
 
 
3
인물 :
4
김석민 (金石民 ; 유격대 사령관)
5
송봉윤 (宋奉允 ; 유격대 작전참모)
6
량송백 (梁松栢) ; 유격대 정보참모)
7
고제곤 (高濟坤 ; 사령부 호위[扈衛]중대장)
8
부을나 (夫乙那 ; 사령부 호위중대원)
9
삼바우 (사령부 호위중대원)
10
장달이 (사령부 호위중대원)
11
뚱뚱한 해녀 (사령부 호위중대원)
12
보초장
13
귀녀 (龜女 ; 사령부 호위중대 보급반 부반장)
14
유격대원들 다수
 
 
15
4월 3일.
16
어승생악(御乘生嶽)에 있는 유격대 본거지.
17
이 산은 항용 어쨍 오름이라고 부른다. 오름은 산악이란 제주도 방언으로 한나산의 분화시에 떨어져 나온 측화산(側火山)이다. 도내에는 한나산과 해안의 중간에 한나를 맹주(盟主)로 사백여 개의 오름이 졸망졸망 있다. 남성(南城)인 만큼 산간정서도 육지와 달리 산악에는 아열대성 식물이 무성하며 제주도 특산인 구상나무와 감탕나무와 제주 종(樅)이 한낮에도 어둠침침한 태고림(太古林)을 이루고 있다. 구상나무는 상나무의 일종으로 전산에 취할 듯한 방순(芳醇)한 향기를 풍기며 추즙(椎葺)을 양식하고 감탕나무는 상록 간엽수(澗葉樹)로 4월이면 황록색 꽃이 핀다. 이 밖에 폭나무, 머구나무, 말구시나무, 노가리나무, 굴무기나무, 누룩나무, 녹나무, 차남나무, 굴참나무 등이 전기(前記) 삼특종과 혼생(混生)한다. 지간(枝幹)에는 삼동, 정당, 눈별나기 등 난지성 만초(暖地性 蔓草)가 거미줄같이 얽혔다. 이쪽저쪽에 노출돼 있는 다갈색 현무암에는 청태가 고색도 창연히 우거졌다. 군데군데 탈꽃, 들국화, 꾀꽃[山百合] 등 고산식물.
18
이 밀림에 제주도 도민들은 무장투쟁의 거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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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로 되는 곳은 밀립한 구상나무를 비어내고 사령부 호위중대병사(扈衛中隊兵舍) 앞 광장. 우편에 병사(兵舍), 좌편은 나무등걸의 공지(空地), 후면에는 수목이 그대로 총립(叢立)해 있다. 병사(兵舍)는 통나무로 비어서 사면(四面)을 막았고 지붕과 출입구는 천막포지(天幕布地)로 하였다. 숲 사이로 새로 낸 가는 임도(林道)가 있어 우편의 사령부, 취사장, 대정깐 등으로 련하고 좌편의 정문, 보초장으로 통한다. 숲 사이로 묵묵히 보이는 병사(兵舍) 중에는 지붕을 뜸으로 이은 곳도 있다. 후면 수목 뒤는 비탈, 그 밑으로 계곡이 있어 흑자색 바윗돌을 헤치고 내창물 소리가 간단 없이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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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람드리 구상나무에는 수피(樹皮)를 벳기고 반동놈들의 화상이 그려져 있다. 이따금씩 다람쥐가 산 열매를 물고 나무를 타고 주루루 오르내리고 박새·할미새·방울새 등 산조(山鳥)가 수상(樹上)에서 요란히 울어댄다. 멀리 연면(連綿)한 오름의 봉오리들. 나무 사이로 내다보이는 창공에는 일찍 나온 초저녁 별이 두서너 개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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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이 오르면 유격대 사령관 김석민이 공작 내려간 중대장 고제곤을 대신하야 중앙부대의 전투훈련을 시키고 있다. 이 중대는 화북(禾北), 삼양(三陽)의 두 소대로 편성됐고 사령부 호위를 하는 중대이다. 한 소대에 14,5명 가량 전원 30명 가까이며 그중에는 머슴 삼바우, 빗자루같이 비쩍 말렀고 징용나갔다 온 장달이, 덜렁덜렁하고 괄괄한 뚱뚱한 해녀 등 1막에서 낯익은 얼굴들도 많이 보인다.
22
석민은 구(舊)일본군복에 캡을 썼고 허리에 권총을 찼다. 소대장인 삼바우는 99식 일본보병총을 메었고 수피모(獸皮帽)에 노루가죽 옷을 입었다. 도내에는 아직도 몽고족 침입시에 남겨진 이런 풍속이 남어 있다. 나머지 대원들은 전부 낫, 비창, 갈구리, 죽창 등을 들었고 의복은 평복 그대로이다. 화북반인 일소대가 “이 개놈 자식”하고 사령관의 구령에 따라 수간(樹幹)에 그린 반동의 화상을 죽창(끝은 철선[鐵銑]으로 콱 찔른다. 놀랜 산새들이 재재거리며 자리를 옮긴다. 삼양반(三陽班)인 2소대는 옆에서 보고 섰다.
 
 
23
석 민   동무들, 그래 가지군 개놈은 고사허구 깨구리 한 마리 못 잡겠소. 우리가 8·15 때 그 자식들을 설죽였기 때문에 놈들이 다시 날뛰게 된 거요. 아주 깩소리 못허게 콱 찔르시요.
 
 
24
소대원들, “예”하고 다시 기운을 내서“이 개놈자식”하고 표적의 상을 향해 창을 박는다.
 
 
25
석 민   (답답한 듯 고개를 모로 흔들며) 장달 동무만 다시 한번 해 보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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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달   예. (하고 기운이 없이 느릿하게 찔른다)
 
27
석 민   전연 적개심이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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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달   바지까랑이가 자꾸 흘러내려서……. (하고 치켜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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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민   동무들, 개놈들은 우리 섬에서 연인원 일만삼천 명을 검거해 갔소. 그리구 인젠 맘 턱 놓구 유유히 선걸 실시하기루 허구 벌써 유권자 등록을 개시했소. 그래 가지구 그 개놈들 죽일 수 있겠소? 이리 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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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민, 장달에게서 죽창을 뺏어“이 개놈자식”하고 외치며 전신 불덩이가 되어 과녁을 행해 콱 박는다. 너무도 세게 박아서 창목아지가 뚝 부러진다. 일동, 그 처참에 가까운 표정에 정수리에 냉수 끼얹힌 듯 모골이 선뜩한다.
 
 
31
석 민   (장달에게 창대를 돌려주며) 대정깐 동무헌테 다시 박어달래시오.
 
 
32
장달, 나무에 박힌 쇠창을 빼가지고 풀무 소리와 함마 소리가 나는 대정깐이 있는 곳으로 나간다.
 
 
33
석 민   그럼 다음, 삼양소대 해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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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북반인 1소대와 교체해서 삼양반인 2소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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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우   (포효하듯 대원들에게) 동무들, 고제곤 중대장 동무께서 공작 나가시문서 뭐라구 부탁허십디까? 에? 언제든지 용철 동물 잊지 말라구 허시지 않었수까. 우린 그 동무 가슴에다 박은 총알을 백 배루 천 배루 해서 개놈들헌테 갚어줘야 헌다구 허셨수다.
 
 
36
삼바우를 선두로 삼양반들 격한 적개심으로 “이 개놈자식”하고 과녁을 향해 죽창을 콱콱 박는다.
 
 
37
석 민   그만 허문 두 눔은 못 뚫어두 한 눔은 뚫겠소. (삼바우에게) 제곤 동무가 내려가문서 용철 동물 잊지 말라구 그럽디까?
 
38
삼바우   예.
 
39
뚱뚱한 해녀  중대장 동문 식사 때건 훈련 때건 보초설 때건 그저 말끝마다 용철 동무 얘기우다.
 
40
삼바우   자면서두 용철 동무, 용철 동무 허구 햇소릴 험수다.
 
41
석 민   ……용철 동문 좋은 동무였소……. (가슴이 아퍼온다) 잠깐 쉬었다 헙시다. 담배들이나 한 대 피시오.
 
42
대원들   네.
 
 
43
대원들, 대열을 풀고 바윗돌 혹은 땅바닥에 앉어 썬 담배를 종이에 말아서 피운다. 물론 한 대 말아서 몇이서 한 모금씩 돌리는 거다. 석민은 뒷짐을 짚고 생각에 잠겨 말없이 마당을 거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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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민   용철 동물 죽인 건 나요.
 
45
대원들   (의아한 듯 그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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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민   허지만 용철 동무가 개놈들을 유도해나갈려는 것을 즉시 알려줬기만 했던들 난 보리밭에서 계속해서 출발허진 않었을 거요. 그걸 제곤 동문 나한테 알려주지 않었었소. 그럼 난 제곤 동물 원망하오.
 
47
대원들   …….
 
48
석 민   ……둘이서 짜구 했던 거요. 두 동무의 심정은 잘 알 수 있소. 내가 그 계획을 알문 말리구 떠나지 않을 걸 잘 알기 때문에 나한테 알리지 않었던 거요. 허지만 한 동무가 죽구 나니 제곤 동무만이 원망스럽구료.
 
49
대원들   …….
 
50
석 민   제곤 동무가 죽었으문 난 또 용철 동물 원망했을지도 몰르오.
 
51
삼바우   진작 빨찌산을 일으켰드면 용철 동문 죽이지 않었을지두 몰르쿠다.
 
52
석 민   그렇소. 허지만 또 그 동무가 안 죽었든들 이렇게 우리가 그 이튿날루 산으루 올라오게 되지 못했을지도 몰르오.
 
53
대원들   (설명을 바라는 듯 그를 쳐다본다)
 
54
석 민   지금두 그때 일을 생각허문 몸소리가 칩니다. 그때 난 위원장 선생님을 모시구 화북리 어느 집 벽장 속에 있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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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우   공출 피해 쌀 감춰둘려구 맹근 암실 말임수까?
 
56
석 민   그렇소. 쌀벌레처럼 좁쌀 속에 들어앉어 있었드랬소. 매일같이 들오는 보고는 각 면에서 누가 잽혀갔네 누가 잽혀갔네였소. 고문으루 죽은 동무가 두 동무요, 맞어서 병신된 동무만 오백 명이 넘었소. 가옥 불살린 게 삼십여 호요. 재산 략탈당한 건 수백만이 넘었소. 이대루 가다간 우리 제주돈 정말로 부대일쿤 산처럼 황폐해갈 형편이었소.
 
57
대원들   …….
 
58
석 민   그래서 우리 민전 지도부에서 철야 토의한 결과 무기를 들고 일어서기루 결정했든 거요. 그래서 인민의 원수들을 무찔러서 그들의 철천의 원한을 갚아주고 인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주기로 했었소. 그래서 그 적당한 기회를 보고 있던 중 용철 동무가 …….
 
59
대원들   (비로소 알겠다는 듯 서로 얼굴들을 마주 보고 고개를 끄덕끄덕한다)
 
60
석 민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경각심을 높여야 할 것은 자칫하면 우리들 투쟁이 복수에 끄치기 쉽다는 것입니다. 루차 얘기했지만 우리들의 투쟁목적은 미제국주의를 조선에서 몰아내구 남북통일 인민공화국을 수립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놈들의 망국적 단속선걸 무력으로 부시는 것입니다. 그러나 남조선 어디서도 아직 무장투쟁은 일어나지 않구 있소. 우리 제주도의 특수사정에서 일어나는 거니 만큼 이것은 큰 모험이 아닐 수 없소.
 
61
대원들   (긴장한다)
 
62
석 민   또한 우리 제주돈 륙지에서 떨어진 고도요. 그러니만큼 앞으로의 투쟁엔 정말루 피나는 곤란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니 동무들의 굳은 각오가 필요합니다.
 
63
대원들   예. (하고 굳은 결심의 표정)
 
 
64
산새들이 둥지 속에서 요란히 짖어댄다. 장달이, 바지를 치키며 창을 다시 박어가지고 돌아온다.
 
 
65
장 달   (석민에게) 댕겨왔수다. 그런데 사령관 동무, 언제나 모두들 뚜드려 부시러 내려가게 됨수까?
 
66
석 민   동문 창질두 하나 잘 못 허문서 내려갈 궁리만 허오?
 
67
장 달   밤낮 연습만 허니까 까놓구 얘기지 신바람이 아니 남수다. 재기 내려가서 그놈들 까 ― 빙총 한번 뺏들어 쏴보구 싶수다.
 
68
석 민   시월 인민항쟁 때 얘기 못 들었소. 영천서 우리 동무 한 사람이 개놈들을 치구 총을 뺏었는데 쏘는 법을 몰라 들구서 망설이다가 뒤에서 응원 온 미국놈 총에 맞어서 죽었소. 우린 앞으루 이런 비극은 없어야 헐 겁니다.
 
69
장 달   쏘는 덴 자신 있수다.
 
70
뚱뚱한 해녀  아이코, 재기 내려가구 싶수다. 참말이지 우리들 잠녀들은 산속에선 숨맥혀서 못 살겠수다. 한달 남짓 물엘 못 들어갔는데 온 전신이 뒤틀리는 것 겉수다.
 
71
삼바우   내려가기만 해봐. 그 어업조합 량준수 눔은 내가 골을 까놓겠수다. (하고 낮으로 낭구를 꽉 찍는다)
 
72
뚱뚱한 해녀  제곤 동문 골꺼정 먹어버리겠다구 허십디다. 꿩쳐서 골 빼먹는 참매(鷹)처럼 골꺼정 아주 먹어버린다구 허십디다.
 
73
장 달   그럼 오서장 놈은 내가 처리허지.
 
74
석 민   그눔은 용철 어머니한테 죽이시게 해야 하오.
 
75
일 동   그렇수다. 용철 어머니한테 죽이시게 해야 허우다.
 
76
석 민   용철 동무 어머니가 눈이 가맣게 동무들이 내려오길 기둘르구 있으실 거요.
 
77
일 동   그리구 부락사람들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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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한 해녀  우리집 누렁이가 내 발소리 알아듣구 컹컹 짖겠수다.
 
79
장 달   내려가서 모두들 만날 거 생각허니 지금부터 가슴이 두군두군허네.
 
 
80
석민과 일동, 오름 너머의 부락을 바라본다. 이때 멀리서 시뻘겋게 봉화가 오른다.
 
 
81
삼바우   저기 봉화가. (하고 그쪽을 가리킨다)
 
82
장 달   어딜까?
 
83
삼바우   대울인 것 같수다.
 
84
석 민   부락에 남아 있는 동무들두 여전히 용감히들 싸우구 있수다. 자, 우리두 그만 쉬구 기운내서 다시 한번 헙시다.
 
 
85
대원들,“예”하고 피우던 담배불들을 끄고 급히 일어서서 정렬한다.
 
 
86
석 민   (한쪽을 가리키며) 저기 굴앞에 있는 여우 바위까지 복보루 한번 달려갔다 와보시오.
 
87
대원들   (일제히) 예.
 
88
석 민   기운들 있소?
 
89
대원들   있수다.
 
90
석 민   그럼 한번 해봅시다. 그리구 와서 몸 씻구 저녁들 먹기루 헙시다. 을나 동무가 오늘두 맛있는 죽을 멕여줄 것이오.
 
91
대원들   예. (하고 죽창과 총을 옆구리에 끼고 복보(匐步) 태세를 갖춘다)
 
92
석 민   (호각)
 
 
93
대원들, 신호가 떨어지자 기어서 달려나간다. 그들의 뒷모양을 바라보고 섰다. 이때 부을나, 들어온다. 그는 현재 취사반장이다.
 
 
94
을 나   사령관 동무.
 
95
석 민   응? (하고 돌아선다)
 
96
을 나   중대장 동무 아직 아니 돌아왔습니까?
 
97
석 민   아직 안 왔소. 웨?
 
98
을 나   식사가 오늘두 부족임수다.
 
99
석 민   그럼?
100
  있는 것처럼 뵈는 것 같구 참말이지 괴롭수다. (하고 눈물이 글성글성한다)
 
101
석 민   그럴 리가 있소? 을나 동무가 해주길래 그 부족헌 식량으루 그래두 그날그날 꾸려나가지 다른 동무가 맡는다문 며칠을 못 꾸려나갈 거요. 수고허든 끝에 좀더 수고허시오.
 
102
을 나   …….
 
103
석 민   제곤 동무가 돌아오문 당분간은 배식걱정은 없게 될 겁니다. 그러니 좀더 수고허시오.
 
104
을 나   예. (하고 다시 취사장 쪽으로 나간다)
 
 
105
엇기어 아까 나갔던 대원들, 숨이 턱에 나가지고 허덕허덕 하며 기어들어 온다. 제일 나종으로 삼바우가 널부러진 장달이를 업고 들어온다.
 
 
106
석 민   (달려가며) 어떻게 됐소?
 
107
삼바우   도중에서 널부러지구 말았수다.
 
108
석 민   다른 데 다친 덴 없소?
 
109
삼바우   예.
 
110
석 민   빨리 갖다 눕히구 의료반 동무헌테 봐달라구 허시오.
 
 
111
삼바우, 장달이를 업고 병사[兵舍] 쪽으로 간다.
 
 
112
석 민   (대원들에게) 수고들 했소. 몸들 터시오.
 
113
대원들   (옷에 묻은 흙을 턴다)
 
114
석 민   그런데 동무들헌테 한 가지 미안한 얘기가 생겼소.
 
115
대원들   뭠수까?…….
 
116
석 민   사실은 오늘두 식사가 부족이라구 헙니다. 그래서 순번에 따라 오늘 저녁은 동무들 중앙부대서 걸러달라구 헙니다.
 
117
대원들   (일제히 기운있게) 좋습니다.
 
118
석 민   아주 미안하게 됐소. 난 그런 줄 몰르구 복보전진을 시켜서 장달 동물 졸도까지 시키구…….
 
119
뚱뚱한 해녀  사령관 동무, 염려허실 거 없수다. 한 끄니 굶는 것쯤이야 습관이 돼서 아무렇지도 않수다.
 
120
대원들   정말 아무렇지도 않수다.
 
121
석 민   동무들두 알다시피 우리 섬은 평시에도 매년 오만 석이 부족입니다. 그런데다가 놈들의 강제공출로 수만 석을 뺏기구 나니 더 심할 수밖에 있소? 쌀을 가지고 있는 눔은 량준수 같은 친일파 아니문 경찰놈들뿐이구 소지주들이 약간 가지구 있대두 비밀상 그 사람들한텐 살 수가 없습니다.
 
122
대원들   …….
 
123
석 민   이번에 성내 전평 동무들이 기부금을 비밀루 올려보내줘서 동무들 중대장인 고제곤 동무가 수일 전에 보급반 동무들을 더리고 배를 가지구 목포루 떠났습니다.
 
124
대원들   그럼 공작 내려가셨다는 게?
 
125
석 민   네, 식량문제 때문이였소. 늦두래두 오늘 오정까진 돌아오기루 됐는데 아직 안 도착합니다. 사고만 없다면 밤 안으로 도착할 겁니다. 그러니 오거든 해서 먹기루 헙시다.
 
126
대원들   그럭허지요.
 
127
대원 1   그래두 우린 난 폭이우다. 부락에선 더 고생들 허구 있수다.
 
128
대원 2   며칠 전에 표선면(表善面)선 아직 익지 않은 새보릴 비어 먹구 중독이 걸려 일가 다섯 명이 죽었다구 헙디다.
 
 
129
이때 삼바우, 장달이를 눕히고 돌아온다.
 
 
130
석 민   어떻게 됐소?
 
131
삼바우   별일 없수다. 배가 고파서 그렇수다. 그래 내가 먹을려구 뱀 한 마리 잡아뒀든 거, 을나 동무헌테 부탁했수다. 과서 주라구.
 
132
석 민   뱀을?
 
133
삼바우   예, 허기진 덴 그게 제일이우다. 을나 동무가 징그럽다구 그래서 아주 허물 벳겨서 항아리에 넣어주구 왔수다.
 
134
석 민   웬체 몸이 약한가 분데 제곤 동무 오거든 의론해서 부락 일이래두 보게 했으문 어떻겠소?
 
135
삼바우   요전 중대장 동무가 내려가라구 한번 그랬다가 혼나셨수다. 그날밤 저 아래 말구시 낭구에다 목을 맬려고 허지 않었수까? 놈이 강땐 경치게 시우다.
 
136
석 민   그렇다문 그대루 두시오. 그런데 동무들, 제곤 동무가 오늘 식량을 가져오드래두 며칠 안 가서 또 우린 곤란에 부닥치게 될 거요. 그래서 우리 사령부에서 토의허구 또 제곤 동무허구두 의론한 결과 대용식으루 추이를 재배허기로 했는데 동무들 생각은 어떻소.
 
137
대원들   추이(椎葺)를요?
 
138
석 민   그렇소. 구상낭구를 잘라서 골짜구니에다 던져두문 제절루 번식헙니다. 그러면 봄 가을 맛있고 향기한 버섯을 먹게 될 것입니다.
 
139
대원들   (일제히) 좋습니다.
 
140
석 민   그리구 우리 제주도에서 대용식으루 헐 수 있는 모든 동식물은 모주리 이용헙시다. 우선 늪(沼)에 개고리두 잡아먹구 산에 올라오는 임자 없는 워립새(山牛)와 반동놈들의 소는 낙인(烙印) 잘 봐서 잡아먹읍시다. 그리구 산마(山麻), 맬순, 더덕, 산꿩, 마늘, 양얘뿌리, 도라지, 무릇, 기축, 난생이 등 산초와 볼래, 다래, 플, 퀸열매, 유름, 탈비자(榧子), 삼동 등 산열매루 철 따라 부족헌 걸 보충허구……. 그래서 장기전을 끌구 나갑시다.
 
141
대원들   그럽시다.
 
142
뚱뚱한 해녀  그럼 쇠뿔은 단김에 빼랬다구 구상낭구 짤러 던집시다.
 
143
대원들   그럽시다.
 
144
석 민   오늘은 훈련두 좀 과했구 시장들두 헌데 일찌감치 쉬구 내일 허십시다.
 
145
대원들   괜찮수다.
 
146
석 민   (삼바우에게) 그럼 동무가 작업 조직허시오.
 
147
삼바우   예.
 
148
석 민   그럼 해산.
 
149
삼바우   (대원들에게) 그럼 도끼를 가지구 나오시오.
 
 
150
대원들, 병사로 들어가 도끼를 들고 나와 내창으로 간다. 교교(皎皎)하든 달은 어느듯 구름 속에 잠겼고 바람이 태고림에 울기 시작한다.
 
 
151
석 민   (하늘을 쳐다보며) 노을 바람(東北風)이 불려나.
 
 
152
석민, 중대부로 들어가 낫을 가지고 나온다. 그리하야 나무 가장구를 쳐서 쌓놓구 모닥불을 피운다. 구상나무 잎이 향기를 풍기며 훨훨 탄다. 내창 근처에서“쿵 ― 쿵”하고 나무를 찍는 도끼 소리, 산정(山靜)을 깨틀고 으지직 쿵 하고 거목이 쓰러지는 소리. 대원들의 환성. 멀리 산울림.
153
이때 을나, 들어온다.
 
 
154
석 민   (웃으며) 뱀을 괐다지요?
 
155
을 나   예. 비우가 상해 혼났수다.
 
156
석 민   허지만 그게 몸에 정기나는 거랍디다.
 
157
을 나   사령관 동무, 말씀이 하나 있수다.
 
158
석 민   또 부서 바꿔달라는 겁니까?
 
159
을 나   아니우다. 동무들이 추이 양식헌다구 낭구를 비구 있는데 저럴 거 없이 오늘이래두 습격을 나가십시다. 그래서 놈들 곡간에 쌓논 쌀들 뺏어옵시다. 그럼 저런 고생헐 필요 없수다.
 
160
석 민   (그를 불 앞에 끌어앉히며) 최소한의 희생으루 최대한의 성과를 내야겠는데 준비가 좀 부족입니다.
 
161
을 나   허지만 식량이 없는데다가 약이 전연 없어 환자가 자꾸 늘어 가구 있수다. 이대루 가다간 죽는 동무두 많이 생기겠수다.
 
162
석 민   을나 동무의 심정은 잘 알겠소. 그동안 동무들의 피나는 노력으루 맨주먹으루 어떻게 어떻게 총을 열 자루 가까이 구허긴 했소. 그걸 구허다가 팔을 잃은 동무두 있구 지금 놈들에게 붙잽혀 혹독한 고문을 당허구 있는 동무두 있소. 허지만 정작 있어야 할 탄약이 부족입니다.
 
163
을 나   그럼 우리 몇 사람만이래두 우선 내려보내줍서. 화북지서 하난 습격헐 자신 있수다. 그래서 쌀두 총두 탄약두 다 뺏어오겠수다.
 
164
석 민   화북 한 군데 습격허구 그만 둘려문 그렇게 헐 수두 있소. 허지만 나머지 십일 면은 어떡허겠소. 동무, 도내엔 륙백 명의 경찰과 일 련대의 국방경비대가 있소. 전화 한번이면 즉시 응원대가 출동헐 것이오. 각 지서에 기관총이 늘어서문 맨주먹인 우리가 놈들을 어떻게 쳐부시겠소? 그러니 한꺼번에 열 두 지서를 무찔러버려야 헙니다.
 
165
을 나   그럼 탄약은 언제나 들오게…….
 
166
석 민   을나 동무, 안심허시오. 제곤 동무가 그것두 오늘 가지구 올 것입니다.
 
167
을 나   중대장 동무께서요?
 
168
석 민   그렇소. 사실은 제곤 동무가 근 이십 일을 두고 화약 맹그는 법을 궁리해왔었는데 수일 전에 그게 성공했소. 그래서 자기가 댕기는 성내 알콜공장 로동자 동무들헌테 비밀히 제졸 부탁했었는데 이번에 그게 된 모양이요.
 
169
을 나   (환희 속에) 그럼?
 
170
석 민   그러니 량식 가조는 편에 가지구 올 것입니다. 사실은 그것때문에 제곤 동무가 우정 내려갔든 거요.
 
171
을 나   (좋아서 어찌할 바를 모르며) 그럼, 그럼 저두 가보겠수다.
 
 
172
을나, 병사(兵舍)로 들어가 도끼를 들고 나온다. 이때 북편 산너머서 산정을 깨틀고 요란한 총성 수발(數發), 고요한 산곡이 흥청 깨여진다. 양인, 긴장하야 서로 얼굴을 본다. 사령부 쪽에서 작전참모 달려나온다. 그는 유도 3단, 얼굴이 검어 별명 니그로이다. 자연목으로 만든 담배골통을 항상 들고 있다.
 
 
173
작전참모  카 ― 빙총 소린 것 겉수다.
 
174
석 민   몇 발 났지요?
 
175
작전참모  세 발인 것 같수다.
 
 
176
이때 보초장, 급히 달려온다. 머리가 자배기만하야 항상 무거운 듯 설레설레 흔들고 다니는 사나이다.
 
 
177
작전참모  어디서 났소?
 
178
보초장   관음사(觀音寺) 지나 무드내 쪽인 것 겉수다.
 
179
석 민   앞으로 올라올 사람이 누구누구 남았소?
 
180
보초장   고대장 동무 일행허구 아침에 나가신 정보참모 동무가 남았수다.
 
181
작전참모  송백 동문 방향이 달를 거요.
 
182
보초장   그럼 고대장 동무 일행뿐이우다.
 
183
을 나   동무들이가 개놈들에게 혹시 추격당허구 있는 거나 아닐 꾀까?
 
184
석 민   글쎄. (보초장에게) 보초를, 똑똑히 서라구 일르시요. 아까 순찰해보니까 더러들 선 채 졸구 있습되다.
 
185
보초장   잠들이 부족해서…….
 
186
석 민   졸린 동문 교대시켜 재우도록 허시요. 김장군께서두 밥은 굶겨두 잠은 재우라구 허셨다구 헙디다.
 
187
보초장   예.
 
 
188
보초장,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며 나간다. 잠시 중단됐든 도끼소리, 나무 쓰러지는 소리 다시 산간에 울려온다. 을나, 소리나는 곳으로 급히 달려간다.
 
 
189
작전참모  (귀를 기울이며) 저 도끼 소린 웬 소리입니까?
 
190
석 민   추일 재배키루 허구 화북·삼양 동무들이 나물 비구 있는 거요.
 
191
작전참모  그럼 역시 저 중대가 그중 씩씩허군요.
 
192
석 민   중대장이 좋아서 그런 거요. 고제곤 동무가 목포루 간 후 오늘까지 사흘째 내가 림시루 봐주구 있는데 완전히 사상통일이 돼 있소.
 
193
작전참모  또 뫼기두 잘 묐어요. 을나, 삼바우, 장달, 객사동 해녀, 난 요전 재미난 얘길 하나 들은거요.
 
194
석 민   뭔데.
 
195
작전참모  야전들 나갔다가 노루새낄 한 마리 잡었든 모양이에요. 그랬는데 너무 어려서 좀 키웠다가 잡아먹자구 저 뒤에다 매달아 뒀었다나요. 그랬더니 밤새 내창 건너의 에미노루가 와가지구 캥캥 울어대드래요. 그래 잠을 잘 수가 없어 멀찌감치 대정깐에다 매달아뒀대요. 밤에 잠이 안 와서 제곤 동무가 밖으로 나왔다가 뭐이 대정깐 속에서 부스럭거리기에 가봤다나요. 그랬더니 에미노루가 와가지구 새끼헌테 젖을 빨리구 있더래나요.
 
196
석 민   (신기한 듯) 젖을?
 
197
작전참모  네. 그걸 보니까 부락에서 우리들이 내려오길 눈이 까맣게 기들르구 있는 용철 동무 어머니 생각이 난다구 대원들더러 끌러놔주자구 그랬대요. 그랬더니 대원들이 그러자구 그래서 놔줬다구 그래요.
 
198
석 민   그건 아주 깨끗한 시 아니요? 자기 어머니보다 용철동무 어머니 생각을 허구 놔주자구 한 그게 그 동무의 진실성이요.
 
199
작전참모  그렇지요.
 
200
석 민   그런데 오늘 평양방송엔 무슨 특별한 뉴 ― 쓰 없습디까.
 
201
작전참모  있습니다. 아주 획기적인 뉴 ― 쓰가 있습니다.
 
202
석 민   뭔데요?
 
203
작전참모  김일성 장군, 김두봉 선생과 북조선 민정대표들의 이름으로 우리 남조선 정당 사회단체 대표들에게 남북 련석회의 제안이 있었습니다.
 
204
석 민   남북 련석회의?
 
205
작전참모  네, 오는 사월 십팔일 평양에서 개최하자구 했습니다.
 
206
석 민   사월 십팔일이문 앞으로 이주일 아니요?
 
207
작전참모  그렇지요. 그래서 이 회합에서 남북정치정세를 심의하고 미 제국주의와 그의 주구 소위 유엔위원단을 조선으로부터 구축하게 하며 동족상쟁을 꾀하는 리승만 도당의 남조선 단독선걸 분쇄하는 구체적 계획을 토의하자구 했습니다.
 
208
석 민   음…….
 
209
작전참모  그리고 쏘련의 제안인 량군 즉시 동시 철거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후 일반·평등·비밀·직접의 민주주의적 원칙에 의하여 선거를 시행하고 인민국회의 선거와 중앙정부를 수립하기로 하자고 하였습니다.
 
210
석 민   (주먹으로 한 손을 치며) 이제야말로 남북 우리 인민들의 투쟁은 본격적 궤도에 오르나 봅니다.
 
211
작전참모  사령관 동문 이 련석회의 제안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12
석 민   (크나큰 감격을 가지고) 삼천만 전인민이 갈망하고 있는 회합이요. 내 자신이야 말헐 것두 없지요. 우린 이번 회합에서 조국의 통일과 독립을 위하여는 정견과 사상과 종교의 상이를 불문하고 총궐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미제국주의자들 구실인 조선 사람은 파벌적이요, 파종적이요, 또 국가운명에 경험이 없다는 것을 이번 회합을 통해서 결정적으루 분쇄해버려야 할 것입니다.
 
213
작전참모  네.
 
214
석 민   이번 련석회의의 개최는 남북 조선인민의 투쟁과 승리에 대한 신심을 한층 제고시켜줄 것입니다. 더욱이 무장투쟁을 준비하는 우리들에게 있어서는 ―.
 
215
작전참모  이 주일 후엔 련석회의 방송을 듣게 되겠습니다.
 
216
석 민   그땐 개놈들 뚜들어부시구 륙구짜리 라디오두 몇 개 뺏어올테니까 전원 듣두룩 하십시다.
 
 
217
내창 도처에서는 나무를 찍는 소리, 우지직 쿵 하고 쓰러지는 소리.
 
 
218
작전참모  그런데 어쩐 일일까요? 투쟁위원회에 간 송백 동무까지 아니 오니.
 
219
석 민   무슨 긴급한 지시가 있는지도 몰르지요. 그런데 각 부대 보고서는 다들 들어왔소?
 
220
작전참모  네. (하고 사령부로 가질러 갈려구 한다)
 
221
석 민   그대루 두시오. 가서 보지요. 그래 오늘두 탈락잔 없습디까?
 
222
작전참모  네, 십이 부대 다 건재입니다.
 
223
석 민   병자나 사곤?
 
224
작전참모  남원(南元) 부대에 여기처럼 허기져서 쓰러진 동무가 하나있구, 애월(涯月) 부대에 땅바닥에서 자다가 지네에 물려 누운 동무가 한 동무, 나머지 부댄 전부 어제보고 그대루 이상 없습니다.
 
225
석 민   우리 제주돈 뱀허구 지네가 원체 많으니깐 여간 주의를 안해선 안됩니다. 무슨 별 다른 정본 없습디까?
 
226
작전참모  오늘 오전 열한 시부터 바도리취 민정장관실에서 경찰 수뇌부 회합이 있었다구 헙디다.
 
227
석 민   경찰 수뇌부?
 
228
작전참모  네. 경찰청장 김영배 자식을 위시해서 성내, 서귀포 두 본서 서장, 그리고 십이 면 각 지서장이 전원참석이었다구 헙니다.
 
229
석 민   회의 내용은?
 
230
작전참모  거기에 대해선 상세한 걸 입수치 못한 모양입니다.
 
231
석 민   선거 유권자 등록강행에 대한 대책강구였을 거요. 현재까지 각 경찰서 관계허구 관청과 선거위원회 관계눔들 빼놓군 등록헌 사람이 전연 없소. 그래서 놈들이 몹시 당황허구 있다드니, 거기 대한 대책을 강구허는 모양입니다. 들어가보십시다.
 
 
232
석민과 작전참모, 사령부로 나간다. 마당에는 아무도 없다. 도끼 소리, 나무 쓰러지는 소리만 쿵쿵, 으지직 쾅 허고 들려온다. 이때 정문쪽에서 까욱까욱까욱 하고 적의 출현을 알리는 암호 소리. 어둠을 뚫고 대원들이 이쪽 저쪽에서 웅성웅성 하며 모여든다.
 
 
233
대원 1   대기 출현신호지?
 
234
대원 2   가마귀 소리니끼 소적일 꺼야.
 
 
235
석민과 작전참모, 사령부에서 다시 나온다. 장달도 뛰어오고 을나 외 나무를 잘르던 대원들도 달려온다.
 
 
236
작전참모  (대원 1에게) 지금 가마귀 소리 났지요?
 
237
대원 1   예. 소적인 모양입니다.
 
 
238
작전참모, 입구에 걸린 철판을 두들길려고 한다. 사령관, 말린다. 이때 보초장 헐레벌떡 달려온다.
 
 
239
석 민   어떻게 됐소?
 
240
보초장   미안허우다. 북편 제이 보초가 신호를 잘못했수다.
 
241
작전참모  신홀 잘못하다니?
 
242
보초장   보급반 동무들이 식량을 가지구 올라오는 걸 잘못 보구 적인 줄 안 모양이었다구 헙니다.
 
243
석 민   그럼 제곤 동무 일행이?
 
244
보초장   예. 감탕나무 숲새루 걸어들오는 걸 깜깜헌데 뭐이 부시럭부시럭 거리니까 총소리가 나서 잔뜩 긴장허구 있든 터라, 적인 줄 착각허구 가마귀 신홀 했다구 험수다.
 
245
대원들   하하하. (하고 웃는다)
 
246
석 민   좀 침착하라구 이르시오. 전대원의 생명은 보초에게 있으니까.
 
247
보초장   예. (하고 다시 나간다)
 
 
248
엇기어 보급 부반장 귀녀를 선두로 좁쌀부대를 진 남녀 7, 8인 올라온다. 여자들은 도 풍습에 따라 지게에 졌고 남자들은 밀방해서 졌다. 작전참모, 대원들 달려가 짐들을 내려주고 악수한다.
 
 
249
석 민   수고들 허셨소.
 
250
귀 녀   오래들 기둘르셨지요? 그런데 사고가 하나 생겼수다.
 
251
석 민   무슨 사고?
 
252
귀 녀   중대장 동무가 일행 중에서 떨어지셨수다.
 
253
석 민   중대장 동무가?
 
254
대원들   (놀래서 소연(騷然)해진다)
 
255
작전참모  (초조히) 아니 어떡허다?
 
256
귀 녀   목포서 좁쌀을 구해가지구 날 밝기에 산지포(山地浦 ; 제지(濟地) 성내의 항구)에 닸었수다. 마침 선창의 감시원이 우리 동무라 곧 하륙을 해가지구 중대장 동무는 탄약 가지구 갈 께 있다구 잠깐 딴 데 들르셨다가 산간부락 화전민 집에서 다시 만나가지구 삼성오름 솔밭으루 해서 오구 있었수다.
 
257
석 민   그랬는데?
 
258
귀 녀   관음사 지나 무드내 동구에 있는 할망당(淫祠堂) 근처서 지나가든 개놈 두 놈허구 딱 마주치구 말았수다.
 
259
석 민   개놈허구?
 
260
귀 녀   예. 우리들 짐을 보자 수상쩍게 생각했는지 서라구 그럽디다. 그러자 중대장 동무께선 고지(용암지대의 관목림)루 뛰라구 그래서 그냥 옆에 있든 나무수월루 찔러 들어갔수다.
 
261
석 민   그랬는데?
 
262
귀 녀   그놈들허구 우리허군 한 오십 매틀 가량 떨어져 있었는데 우리가 뛰기 시작허니까 거냥 총을 쏘문서 쫓아옵디다. 그래 죽어라구 한참을 뛰다가 돌아보니까 일행중에서 중대장 동무가 떨어져서 보이질 아니 헙디다.
 
263
대원들   저런. (하고 분해한다)
 
264
석 민   그런데 동무들만 오문 어떡헙니까.
 
265
귀 녀   혹시 딴 길루 오셨을지두 몰라서…… 도중에 한 동문 련락치라구 떨어트리구 왔수다.
 
266
보급반들  아직 안 오셨지요?
 
267
석 민   떨어진 사람이 올 리가 있소?
 
268
작전참모  그런데 대관절 어떻게 왔기에 고동무가 떨어진단 말이요.
 
269
귀 녀   이십 매틀씩 간격을 두구 왔는데 도중에서 이 동무가 발병이 나서…… (하고 여자 한 사람을 가리킨다) …… 그래서 중대장 동무가 가득 무거운 짐에다 이 동무 꺼꺼지 한테 지구 오시느라구 대열 맨 뒤에 오셨드랬수다.
 
270
참 모   그러니 아까 그 카 ―빙총 소리가.
 
271
석 민   맞지나 않었는지 몰르겠소.
 
272
참 모   빨리 대원들을 보내보지요.
 
273
석 민   (을나에게) 우선 량식부터 곳간에 날르게 하시오. 그래서 이 동무 들허구 아까 안 먹은 동무들 먹이두룩 허시오.
 
274
을 나   예.
 
 
275
을나, 사령부로 들어가 열대를 가지고 나온다. 그리하여 보급반들을 더리고 식량 곳간과 취사장이 있는 우편으로 나간다. 그러나 그의 얼굴엔 몹시 불안과 걱정의 빛이 서렸다.
 
 
276
석 민   삼바우 동무, 기호 동무, 박궐 동무, 정익순 동무, 앞으로 나오시오.
 
 
277
호명당한 남녀대원들, 앞으로 나온다.
 
 
278
석 민   동무들, 고제곤 동문 우리가 가장 애끼구 사랑하는 동뭅니다. 뿐만 아니라 그 동무 등엔 우리 빨치산의 생명인 탄약이 있습니다. 그러니 어떻게든지 구해가지구 오두룩 허시오.
 
279
호명당한 대원들  (일제히) 예.
 
280
석 민   비가 올 것 같으니 우비를 가지구 가시오. (귀녀에게) 그럼 동무가 안내허구 가시오.
 
 
281
귀녀와 호명당한 대원들, 병사로 들어가 우의 혹은 뜸을 입고 칸태라 불을 들고 나온다. 제주도 우의는 갈중이와 막창가지로 미녕에다 감물을 들였으며 모양은 큼직한 군인들 만도와 같다.
 
 
282
대원들   (석민에게) 그럼 댕겨오겠습니다.
 
 
283
귀녀를 안내자로 하고 삼바우 외 호명당한 대원들 나간다. 석민과 작전참모는 높은 바위로 올라가 산록을 내려다보고 섰다. 적도로 해서 제주도를 거쳐 일본으로 가는 태풍은 본격적으 불기 시작했다.
 
 
284
장 달   (나머지 대원들에게) 탄약이 도착허는 대로 출동명령이 내려올지 누가 알꾀까? 그러니 우리두 무기 갈아 놓구 중대장 동무가 맽기구 가신 총두 닦어두구 대기허구 있습시다.
 
285
나머지 대원들  그럽시다.
 
 
286
장달 외 대원들, 병사에 들어가 숫돌들과 3·8식 일본보총(日本步銃)을 한 자루 들고 나온다. 그리하야 다음에 희가(戱歌)를 부르며 낫, 비창, 죽창 등의 날을 간다. 장달은 기름 걸레로 총 소제를 한다.
 
 
287
장 달   경찰놈은 감둥개.
 
288
일 동   (따라서) 경찰놈은 감둥개.
 
289
장 달   서청놈(서북청년회)은 미친 개.
 
290
일 동   서청놈은 미친 개.
 
291
장 달   대청놈(大同靑年團[대동청년단] ; 李靑天[이청천]을 두목으로 한 테로단)은 하얀 개.
 
292
일 동   대청놈은 하얀 개.
 
293
장 달   민족청(民族靑年團[민족청년단] ; 李範奭[이범석]의 두목 테로단)은 푸른개.
 
294
일 동   민족청은 푸른 개.
 
295
장 달   경비대는 노랑개.
 
296
일 동   경비대는 노랑개.
 
297
장 달   미국놈은 오랑캐.
 
298
일 동   미국놈은 오랑캐.
 
299
장 달   모가지를 줄줄 매서.
 
300
일 동   모가지를 줄줄 매서.
 
301
장 달   일본해로 보내주자.
 
302
일 동   일본해로 보내주자.
 
 
303
노랑개, 푸른 개들은 놈들의 완장, 혹은 제복의 빛에 의해서 지은 것이다. 바람은 점점 더 시차게 폭풍으로 화하고 지붕의 천막이 기폭처럼 펄럭인다.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304
뚱뚱한 해녀  아이코, 빗방울 떨어지네.
 
305
석 민   (암상(巖上)에서) 적도서 오는 태풍입니다. 모두들 병사루 들어가서 허시오. 그리구 보초 선 동무들 우장들 갖다 주두룩 허시오.
 
 
306
대원들, 무기와 숫돌을 들고 병사로 들어간다. 장달과 뚱뚱한 해녀, 각각 뜸을 들고 좌우편으로 달려나간다. 무대에는 암상에 석민과 작전참모뿐. 비는 어느듯 줄줄 내리기 시작한다.
 
 
307
작전참모  지루한 사월 장마가 또 시작되나 봅니다.
 
308
석 민   올라오는 길로 병살 제일 몬저 지어왔기 망정이지 그란했드라문 큰일 날 뻔했소.
 
309
작전참모  그러게 말이예요.
 
 
310
이때 보초장 들어온다.
 
 
311
보초장   정보참모 동무께서 돌아오셨습니다. (하고 다시 나간다)
 
 
312
석민과 작전참모, 급히 암상에서 뛰어내려 달려간다. 이윽고 송백을 맞어 가지고 돌아온다.
 
 
313
석 민   많이 맞이셨지?
 
314
송 백   뭘요. (하고 모닥불 앞으로 간다)
 
315
작전참모  (낭구를 꺾어 꺼진 불을 일으킨다) 그런데 어찌 그리 늦으셨소?
 
316
송 백   (수건을 벗어 물을 짠 후) 당 본부에서 오늘 지시가 있었습니다.
 
317
석 민   무슨?
 
318
송 백   이삼 일 내루 습격을 개시허라는…….
 
319
석민·작전참모  그럼……? (하고 감격하야 각각 송백의 한 손씩을 잡는다)
 
320
송 백   오늘 강제등록을 추진시킬려구 놈들의 간부회의가 있었다구 합니다.
 
321
석 민   군사부들루두 정보가 들왔었소.
 
322
송 백   그래서 만일 지금 상태대루 도민이 선걸 반대허구 등록을 안헌다문 각 경찰서허구 지서에다 몰아넣구 강제루 도장을 받기루 했다구 헙니다.
 
323
작전참모  흥 미친 ? 개자식들. 우리 제주도 사람이 그렇게 노굿노굿할 줄 아남.
 
324
송 백   그러니 놈들이 등록을 강행허기 전에 습격을 허라구 허십디다. 그리구 그 자리서 인민위원회를 복구시키구 토지개혁을 해버리라구.
 
325
석 민   알겠소.
 
326
송 백   그런데 준빈 어떻게 되겠습니까?
 
327
석 민   다른 건 다 됐는데 탄약이 부족입니다. 그리구 세화, 구엄, 조철, 새 부대엔 총이 한 자루씩밖에 안 돌아가서 그게 다소간…….
 
328
송 백   (의아한 듯) 탄약은 당에서 위원장 선생님께서 제곤 동무 편에 보냈다구 그리시나 부든데…….
 
329
작전참모  그 동무가 도중에서 개놈들에게 발각이 돼서 추격을 당허구 있다구 합니다. 그래서 지금 대원들을 내려보냈습니다.
 
330
송 백   어떻게 다치지나 않았을까요?
 
331
석 민   난 그 동물 믿습니다. 무길 안구 같이 죽으문 죽었지 뺏기진 않을 겁니다. 그러지 않구라두 큰길에서 발각이 된 게 아니구 오름 등구에서 당해서 추격을 당하자 곧 고지루 들어섰다구 허니까 놈들이 기구 날러두 잡진 못할 꺼요. 판흙과 넝쿨이 밀생해서 대개들 들어서는 길루 길을 잃구 헤어나가지 못허게 되구 맙니다.
 
332
작전참모  그럼 들어가 구체적으루 작전을 짜보두룩 허시지요.
 
333
석 민   들어들 가십시다.
 
 
334
석민과 두 참모, 사령부로 나간다. 이때부터 비는 억수로 퍼 붓기 시작한다. 바람은 미칠 듯이 삼림에 휘몰아오고 대원들의 병사의 천막이 우산이 뒤집어지듯 발딱 재껴진다. 규성을 치며 대원들, 밖으로 튀어나온다. 그래서 필사적으로 바람에 날리는 천막을 잡어 억지로 침목(枕木)에다 붙들어 매고 다시 들어간다. 무대에는 아무도 없다. 멀리서 천둥이 산붕(山崩)처럼 굴러와 근처의 나무에 따따딱 하고 낙뢰한다. 뇌광이 어둠을 뚫고 뱀눈처럼 번득인다.
335
이때 좌편 산길을 내려 비를 주루룩 맞고 제곤, 좁쌀 부대와 무기를 넣은 가마니를 지고 비틀비틀 들어와 중앙에 콱 쓰러진다. 옷은 갈래갈래 찢겼고 머리는 헝클어졌으며 전신 진흙 투성이, 안면에는 피가 흘른다. 신발은 어데다 팽개친 듯 맨발바닥이다.
 
 
336
제 곤   (끊어져가는 목소리로) 동무들 동무들. (그러나 그의 기진한 가는 소리도 미칠 듯한 비바람 속에 그대로 꺼져버린다. 제곤 서너 번 동무들을 불르다 활줄이 끊어지듯 앞으로 그 자리에 콱 엎데져 움직이지 않는다)
 
337
을 나   (식사준비가 끝난 것을 알리려 들어오다 어둠 속에서 뭐이 시커멓게 웅크리고 있는 것을 발견하자 “악”하고 규환을 친다.)
 
338
제 곤   (꿈틀거린다)
 
339
을 나   (두군두군하며 그의 앞으로 간다. 얼굴을 쳐들고 보니 고제곤이다) 중대장 동무. (하고 환희와 감격 속에 급히 그의 어깨에서 참방을 벳기고 짐을 내려놓는다. 그리하야 사방(四方)을 향하야 외친다) 동무들, 중대장 동무가 돌아오셨수다. 중대장 동무가 돌아오셨수다.
 
 
340
대원들은 우루루 문을 차고 나온다. 보초장과 보급반들도 달려오고 뒤늦어 석민과 작전참모와 송백이 달려온다.
 
 
341
석 민   (제곤을 일으키며) 동무, 제곤 동무.
 
342
제 곤   (눈을 뜨고) 사령관 동무. 미안험수다. 이렇게 걱정을 끼쳐서…….
 
343
석 민   무슨 소릴 하고 있소?
 
344
작전참모  그래, 어디 다친 덴 없소?
 
345
제 곤   괜찮수다. 개놈들이 쫓아와서 본길루 왔다간 여기가 드러날 것 같어서 주름길로 뺑뺑 돌아서 오느라구…….
 
346
석 민   (얼굴에 피를 닦아주며) 그래 개놈들은?
 
347
제 곤   눈다리 오름 산벗나무 있는 데 있지 않수까? 웨 요전 내가 노루 새끼 잡았다든……. 거기까지 두 놈이 쫓아 오다가 비는 퍼붓구 땅은 질구 앞은 안개가 끼어 안 보이구 하니까 뱅뱅이 넝쿨에 걸려서 비탈루 굴러떨어지드니 겨냥 돌아가버립디다.
 
348
석 민   그래 쫓아오던 눔들이 혹 동무 얼굴 아는 놈은 아니였소.
 
349
제 곤   알구 뭐구…… 바로 용철 동무 죽인 화북리 지서장눔이였수다.
 
350
작전참모  그럼 오난수?
 
351
제 곤   산길에서 잘 만나서 짐 내려놓구 당장 쳐죽일려다가 앞일 생각허구 그냥 뛰기루 했었수다.
 
352
대원들   (전부 경악한다)
 
353
석 민   그런데 그눔이 어떻게 거꺼지……?
 
354
제 곤   공일날이라 부하눔허구 관음사에 놀러 갔다 오는 길인 것 겉습디다.
 
355
송 백   원쑨 외나무 다리서 만난다드니…….
 
356
석 민   그래 탄약은?
 
357
제 곤   무사히 가마니 속에 넣가지구 왔수다. (하고 가마니를 끌어댕긴다)
 
 
358
제곤, 급히 가마니를 끌르니 탄약과 보총 네 자루가 나온다. 이것을 바라보는 대원들, 경희(驚喜)의 소리를 질른다.
 
 
359
석 민   그런데 그 총은 웬 거요?
 
360
제 곤   해녀 동무들이 바다에 나가서 왜놈들이 패망시 물에다 처넣구 도망간 걸 건져왔다구 허우다. 그걸 성내 로동자 동무들이 비밀리에 수선해서 올려왔드라구 허우다.
 
361
석 민   (눈시울이 뜨거워오는 표정) 오다가 삼바우, 만석 동무 못 만났소?
 
362
제 곤   못 만났수다.
 
363
석 민   동물 찾어나갔소. 엇갈린 모양이요.
 
 
364
이때 삼바우와 만석의 일행 역시 비를 주루룩 맞어가지구 초연히 들어온다.
 
 
365
삼바우   (제곤을 발견하고) 제게 중대장 동무가 아닙수까?
 
366
장 달   그렇수다. 돌아오셨수다.
 
 
367
제곤을 찾어나갔던 일행, “중대장 동무”하고 그에게로 몰린다. 또 한 번 기쁨의 악수.
 
 
368
뚱뚱한 해녀  사령관 동무, 중대장 동무 무등 한 번 태두 좋겠수까?
 
369
석 민   좋소.
 
 
370
대원들, 일제히 우루루 달려들어 삼바우, 앞말을 서고 장달, 뚱뚱한 해녀, 뒷말을 서고 3인 마차를 태운다. 을나, 앞에 서서 마차를 인도하며 고운 목소리로 제주도 민요인 오돌뜨기 노래를 시작하니 대원들 한 패는 무기와 탄약 가마니를 높이 쳐들고 따라서 화창(和唱)하며 마당을 빙빙 돈다.
 
371
  오돌뜨기 추야에
372
  달이 동동 밝은데
373
  저기 춘향월이냐
374
  제가 머리루 갈꺼나
375
  둥그대 당실
376
  둥그대 당실
377
  여두 당실
378
  연자 버리고
379
  제가 머리로 돌아갈꺼나
380
  류월 십오일
381
  솔밭 배를 타구요
382
  달도 밝은데
383
  제가 머리로 갈꺼나
384
  둥그대 당실
385
  둥그대 당실
386
  여두 당실
387
  연자버리고
388
  제가 머리로 갈꺼나
389
  산천초목
390
  속잎이 낳네
391
  구경가기가
392
  아이코 ― 야 반갑구나
393
  둥그대 당실
394
  둥그대 당실
395
  여두 당실
396
  연자 버리고
397
  제가 머리로 갈꺼나
398
  말을 타고
399
  꽃밭에 드니
400
  말굽마다
401
  아이코 향내로구나
402
  둥그대 당실
403
  둥그대 당실
404
  여두 당실
405
  연자 버리고
406
  제가 머리로 갈꺼나.
 
 
407
석민과 두 참모도 한테 어울려 상하 잊어버리고 노래를 부른다. 노래가 끝나자, 일동, 제곤을 내려놓는다. 비는 멎었고 바람도 가라앉었으며 도 특유의 깊은 안개가 자욱이 까라앉었다.
 
 
408
석 민   (대원들에게) 그럼 빨리들 가서 식사허시오. (을나에게) 어떻게 됐소.
 
409
을 나   다 됐수다. 그러지 않어두 지금 불르러 오든 길이었수다. (제곤에게) 중대장 동무두 가시지오.
 
410
제 곤   앞서 갑서. 곧 갈 테니.
 
 
411
을나를 따라 대원들 나간다. 장달은 맡았든 총을 제곤에게 주고 나간다.
412
무대에는 석민, 두 참모, 제곤의 4인만 남는다.
 
 
413
제 곤   (석민에게) 그런데 서장눔이 절 봤으니 낌샐 챘기가 쉽겠수다. 그렇게 되문 비밀이 탄로날 염려가 있지 않겠수까…….
 
414
석 민   물론 저희눔들 상부에 보고할 것입니다. 그러니 놈들이 방비책을 세우기 전에 앞질러서 오늘밤으루 해버립시다.
 
415
제곤·두 참모  오늘밤 안으루요?
 
416
석 민   그렇소. 그러지 않어두 김일성 부대가 배를 타구 건너와서 한나산으루 들어갔느니 또 민애청원들이 산으루 들어가서 전쟁준빌 허느니 등등 갖인 풍설이 다 돌아 놈들의 신경이 극도루 날카로워진 모양인데 오늘 얘기가 들어가문 당장 각지선 철요성같이 방비허기 시작헐 껍니다. 그러니 앞질러서 오늘밤으루 쳐버립시다. 동무들 의견은 어떻소?
 
417
작전참모  좋겠습니다. 마침 장마철 들어 안개두 자욱이 끼었구 기습허기엔 좋은 챤쓴 것 같습니다.
 
418
송 백   저도 작전참모 말씀에 찬성입니다.
 
419
석 민   제곤 동문 어떻게 생각하오? 역시 직접 싸울 사람은 동무니까……?
 
420
제 곤   전 언제라두 좋습니다. 허지만 다른 중대들 준비가 어떻게 돼 있는지요.
 
421
석 민   조천(朝天), 함덕(咸德), 세화(細化), 구엄(舊嚴), 성산포(城山浦), 남원(南元), 한림(翰林), 외도(外道), 대정(大靜)의 각 부대 전부 언제든지 출동헐수룩 돼 있소.
 
422
제 곤   그렇다면 사령관 동무 말씀대루 지금 당장 내려가십시다.
 
423
석 민   (송백에게) 그럼 정보참모 동문 이 길루 당에 가서 위원장 선생님께 모든 사연을 상세히 보고허시구 즉시 각면에 련락을 띄워주도록 허십쇼. 상세한 것은 내가 내려가는 길루 들러서 즉시 여쭙는다구 허구…….
 
424
송 백   그럭허지요. 습격시간은?
 
425
석 민   새벽 1시루 허십시다.
 
426
송 백   그럼 나가보겠습니다. (하고 3인에게 각각 악수를 나누고 나간다)
 
427
석 민   (작전참모에게) 동문 즉시 각 부대에 출동준빌 시켜 모아주십쇼. 그리구 이 총은 세화, 구엄, 조천에 주구 탄약은 전부대에 똑같이 논두룩 허십쇼.
 
428
작전참모  네. (하고 탄약을 헨다. 그래서 얼마를 제곤에게 주며) 동무네 중대부터 받으시오.
 
429
제 곤   네. (하고 받는다. 작전참모, 무기와 탄약을 들고 나간다. 사령관도 준비차 나간다. 이윽고 출격의 철판을 두들기는 소리)
 
 
430
제곤, 총에다 알을 잰다. 출격준비를 하고 삼바우, 장달, 뚱뚱한 해녀 등 화북, 삼양 대원들 달려온다. 을나도 죽창을 들고 나온다. 그리하야 정렬한다.
 
 
431
을 나   (들고 온 주먹밥을 제곤에게 주며) 잡숩서.
 
432
제 곤   고맙소. (하고 주머니에 넣는다. 사이를 두고, 각 중대장에게 인솔되어, 조천(朝天), 함덕(咸德), 성산포(城山浦), 세화(細化), 구엄(舊嚴), 남원(南元), 한림(翰林), 애월(涯月), 외도(外道), 대정(大靜)의 중대들이 들어와 말없이 정렬한다. 삼엄한 가운데 석민과 작전참모 다시 나온다)
 
433
제 곤   (구령) 전체 차렷. (대원들의 웅성웅성하는 소요 딱 끄치고 물을 끼얹인 듯 조용해진다)
 
434
석 민   동무들 기다리구 기다리든 때는 왔습니다. 한 놈두 놓치지 말 것, 이것이 동무들의 구호가 돼야 할 것입니다. 들어가는 맡으루 무길 점령허시오. 그래서 즉시루 죽창과 낫 대신 바꿔 매시오. 그리구 그 자리서 인민위원회를 복구허구 민주개혁을 해버리시오. 우리의 혈맥엔 백두산 밀림준봉을 지구허시며 이십 년 동안 왜적 관동군을 무찔르신 김일성 장군의 빨치산의 피가 흐르구 있습니다. 우리는 이 조국에 대한 불타는 애국심과 혁명정신을 계승해서 우리 강토에서 미제국주의자를 몰아낼 때까지 영웅적으루 싸웁시다.
 
435
일 동   싸웁시다. (하고 각각 죽창과 총을 높이 든다)
 
436
석 민   그럼 화북·삼양부터 출발허시오. 습격이 성공허거든 봉화를 올려서 련락허시오.
 
437
일 동   예.
 
438
제 곤   그럼 화북·삼양부대 날 따러 앞으로. (제곤을 따라 화북·삼양부대 자욱한 안개를 허치고 산을 내려간다)
 
439
― 막 ―
 
 
440
(《문학예술》1949. 12., 195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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