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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일의 사(死) ◈
◇ 제2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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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1.7
조명희
1
김영일의 사[死]
 
2
제 2 막
 
 
3
동야. 전석원의 서재 팔첩방(八疊房) 좌측 통행문과 정면으로 탁자가 있다. 실내가 다 신선하며 벽을 향하여 테이블이 놓이고 그 위에는 화양서적이 기권 놓이고, 필통, 좌종, 화병, 기타가 놓였으며 테이블 위로 24촉 등이 켜 있다. 그 앞으로 암췌어가 놓였고, 그 옆으로 훌륭한 북케이스가 있으며 그 위에는 거울과 기타 화장품이 놓여 있다. 벽상에는 여기저기 풍경화, 인물 등 액록이 걸리어 있다. 중앙에는 화로가 놓였으며 그 주위로 전석원, 장성희, 오해송, 최수일 4인이 늘어 앉았다. 全은 명선화복(銘仙華服) 에 금장안경을 썼으며 궐련을 피고 앉았다. 냉정한 이지적 인물이다. 張은 흑색 세비로를 입었으며 吳는 학생복을 입고 머리는 길게 길렀다. 崔는 오예(汚穢)한 화복을 입었다. 막이 열리며 대화가 방장 무르녹는다.
 
4
전석원  (吳를 쳐다보며) 이때껏 이야기해 내려 왔지마는 사회주의니, 무정부주의니 또는 인도주의니, 무슨 주의니 하는 것이 물론 사상의 근저야 깊고 또는 각성하였다는 일부 계급의 참된 부르짖음이라고 하겠지마는, 실상 무슨 주의자니, 어쩌니 하고 떠들고 다니는 자들 보면 다 자기를 위해서 하는데 지나지 못하여.
 
5
오해송  자기를 위함도 물론이겠지. 인간으로서 살아난 요구, 즉 생활의 해방을 부르짖음이 의당한 일이 아닌가? 실상 참된 새 사상과 참된 요구같으면 이기니, 이타니 구별할 것도 없을 줄 아네.
 
6
전석원  생활의 해방이니 자유니 하는 그런 이상을 열구한다는 것보다 자기 명리를 얻기 위하여 애를 쓴다네. 세상 사람이 모두.
 
7
오해송  사람이 명예욕이 있음이 나쁜 것이 아니야. 러셀의 말과 같이 소유욕과 창조욕을 다 가진 것이 인간의 욕망이 아니겠나. 그렇지마는 대개 혁명가든지 누구든지 창조욕을 많이 가져야 하지 않겠나.
 
8
전석원  이 사람은 책상물림으로 밤낮 그런 공상만 이상만 말하지. 현실 사회를 좀 돌아보게. 소위 무슨 주의자라는 것이 모두 매명적(實名的)이 아니면 일종의 향락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겠나? 참된 놈이라고는 세상의 어디 있단 말인가? 없어서 가난하여지면 사회 혁명가가 되고 배불러지면 도로 무주의자가 된다네. 본시 돈 있는 사람으로 무슨 주의자니 하는 자는 매명향락(實名享樂)으로 하는 것이야. (비웃는 어조로) 실례의 말이지마는 자네가 가엾다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 자네가 무엇이니, 무엇이니 떠들지마는 자네도 돈이나 푸근히 있으면 역시 별 수 없을 줄 아네.
 
9
오해송  자네 말과 같이 인간이란 것이 참된 것이 없음을 한하네. 그러한 참된 주의자가 드믐을 한탄하네. 물론 지금까지 병적 상태인 인류 정신계, 침체한 인간의 생명이 부패한 현대 문화에 젖은 까닭으로 그렇게 됨도 무리가 아니지마는 인간이란 것이 그렇게도 변변치 못한 것인지. (탄식) 아 참, (분개한 어조로) 만일 이상에 대한 열렬한 동경과 굳센 반항력을 가진 가장 자유롭고 분방한 혁명아가 있다 하면 나는 두 팔을 벌리고 쫓아가 껴안아 주며 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찬미하여 주고 싶지마는 사람이란 다 그러한 것인가? 아하, 설마 이 세상에 참된 사람이 하나라도 없을 수가 있나?
 
10
전석원  자네같이 공연히 시인이 열정으로만, 공상으로만, 그런 참된 사람을 구하려면 하늘 꼭대기 위에 가서 구하게. 없네, 없어. 나도 처음에는 무던히도 속았지. 인간이란 것을 인제 알았어. 나도 인제는 꽤 알았어. 다 소용없네. 그럭저럭 살아가지. 될 수만 있으면 제 실속을 차려가지.
 
11
오해송  (한참 무슨 생각을 하더니 감개한 어조로) 인간 입김의 독와사(毒瓦斯)! 사교 생활로부터의 허위의 독약! 아편! 아하- 심화정화(深化淨化)되지 못한 인간의 생명이 그 독약탕에 빠지기 쉬운 것이다.
 
12
아하- 가련한 인간! 나도 처음에는 다만 열정으로만 이상만 믿고 무슨 단체니, 무슨 단체니 하는데 참가하였다가 다시 연치 못하여서 지금은 모두 발끊고 들어 앉았네. 먼저 자기 완성이 급해서, 아, 처음 일을 생각하면 환멸의 비애를 느끼지 않을 수 없어. 과연 인간이라 것이 변변치 못한 것이다.
 
13
전석원  (조소하는 모양으로 최수일을 쳐다보며) 저 최수일군만 보다라도 처음에는 꽤 추적대더니 지금은 아주 저 모양이야. (吳를 보며) 우리 회의 창설자가 저 사람 아닌가? (비웃으며) 여보, 신진회 원로대갑! 왜 저 모양이야, 감옥소 출입 몇 번에 아주 그만 등신이 되었어. 지금은 술이나 계집 생각만 하고 있지. 하하하.
 
14
장성희  (崔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선생. 참, 꽤 껍죽대더니 지금은 아주 물렁팥죽이 되었어. 하하하……. 요새도 요시하라 원(原) 잘 다니나? 다닐 돈이나 있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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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일  (무기력한 모양으로) 자네들은 공연히 사람을 놀리지 말게. 세상 일이 다 그러하니. (全을 쳐다보며 잔말 그만 두고 시장하여 못 견디겠으니 먹을 것을 주든지, 아까 말한 돈을 꾸어 주든지 하게, 어서.
 
16
(다리를 걷어 보이며) 이 추운 겨울에 속샤쓰 하나도 못 사입었네. 어서 돈 5원만 꾸어 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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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석원  내가 돈이 어디 있어. 이 사람아, 하숙에 밥값도 떨어져 있는 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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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일  그러지 말고 어서 좀 꾸어 주오. 시장해 안 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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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석원  아, 없어 이 사람아. 있으면 아니 줄 리가 있나. 더구나 무엇이니 무엇이니 하는 우리네가.
 
20
최수일  여보, 대감. 신진회 총무각하! 가네못지상! 그러지 말고 어서 좀 꾸어 주오.
 
21
전석원  어, 그것 참 전차삯 하려고 둔 돈을 준단 말인가. (지갑 속에서 1원 지폐 한 장을 내어준다.)
 
22
최수일  (돈을 받아가지고 일어서며) 땡큐 베리 머취. 그러나 이것 가지고 난 또 샤쓰 하나 못 사 입겠다. 여러분, 먼저 실례합니다. 아이 추워, 취, 취…….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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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송  저 崔씨는 선천적으로 기질이 억세지 못한 사람이 아닌가? 또는 원래 사상이 깊은 근거가 없는 터에, 그래도 처음에는 꽤 팔팔하고 성실하여 보이더니 그만 그 모양이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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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석원  기질이 강하게 생기고 사상의 근저가 깊은 사람은 별 수 있는 줄 아는가? 다 소용 없네. 몇 번만 된 불로 닥기면 그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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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송  그야 다 그렇다고는 할 수 없지마는, 어찌 하였던지 인간이란 것은 약한 것일세. 불쌍한 것일세. 이하, 사나운 박해 밑에 가련한 희생! 생의 반면에는 검은 그늘이 길게 뻗쳐 있음을, 시컴한 마수가 손 벌리고 있음을. 오, 그 그늘! 그 그림자! 불쌍한 인생! (말 끝에 감상한 표정으로 긴 한숨을 쉰다. 방안은 일시 침묵)
 
26
전석원  자 그만 두고 마음도 불쾌하니 술이나 한잔 먹세. (초인종을 누른다.)
 
27
장성희  그것 참 듣던 중 좋은 말일세. (하녀 등장)
 
28
하 녀  나니가 고요데 고사이마스가? (부르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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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희  (빙글빙글 웃으며) 기미이 가오다네 (너, 좀 생색내 봐)
 
30
하 녀  이야다와. (아이 싫어요…….)
 
31
전석원  아오네. (이애)
 
32
하 녀  하이. (네)
 
33
전석원  아노 오사게오 좃도 다 노미마쇼아, 사 - 나니가 이이가? (저 술을 좀 청하려 한다. 그런데 무엇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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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희  아무거나 과히 번거롭지 않고 맛좋은 것으로 청하게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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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석원  양식이 좋겠지? 아노 양식옥니 잇데네. (저 양식집에 가서)
 
36
하 녀  해.
 
37
전석원  상엔노 우이스기 잇본또 가쓰렛쓰 삼마이 응 소레니 쥬몬 시데구레. (3원짜리 위스키 한 병과 가쓰레쓰 3개만 청하여 주려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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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녀  해, 가시고마리 마시다. (네, 그리하겠습니다)
 
39
장성희  안주가 부족해. 무엇 더 좀 청하게
 
40
전석원  글쎄, 그만하면 되지 않을까? 머, 닥구왕(단무지)쪽이나 더 청해서.
 
41
장성희  이 사람, 참, 돈 모으는 사람 마음이란 다르군. 위스키에다 닥구왕이 다 무엇인가. 그렇게 너무 돈 아끼지 말고 이왕이면 무슨 고기 안주를 더 청해 오게.
 
42
전석원  (얼굴을 잠깐 붉히며) 이 사람, 누가 돈을 아껴. 그러나 당장 돈이 넉넉지가 못히니까 그러지. 에, 그러면 무엇? 아, 비푸스텍 아노네 네상. (여보아라 이애)
 
43
하 녀  하이. (네)
 
44
전석원  비후스데기모 삼마이다노무요. (비후스텍도 3매만 청하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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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녀  하이, 가시고마리 마시다. (네, 그리하겠습니다) (잠깐 주저) 아노-스미마생가-오아시와 오아도니. (저-안되겠습니다마는 요리값은 나중에 주시렵니까?)
 
46
전석원  다데가이-아아 양식옥다가라데가이와 데기나이네. 고맛다나. (외상으로 아, 양식집이니까, 외상은 아니 되겠지. 그것 참 아니 되었다.) (지갑을 꺼내어 뒤적뒤적하며 10원 지폐를 꺼내며) 이 돈 10원은 책을 사 보려고 꼭 뭉쳐둔 것인데, 어쩌힐 수 있나. (하녀에게 전하여 주며) 오가시 도오갸오 00 못데기데조다이네. (과자와 차를 먼저 갖다다오.)
 
47
하 녀  해이 가시고마리마시다. (네 그리하겠습니다.) (돌아서 가려 한다.)
 
48
장성희  (빙글빙글 웃으며) 네상! 좃도 요가아룬다요. (이애 잠깐 좀 거기 있거라.)
 
49
하 녀  하이. (돌아서며) 난데 고사이마스가? (네, 무슨 일이십니까)
 
50
장성희  아노-복구가나, 네상니좃도 하나시가아룬다. 오사게노고도와 아도 니나시데모네. (저, 내가 네게 잠깐 할 말이 있다. 술은 천천히 가져오더라도)
 
51
하 녀  해이, 돈나오하나지? (네, 무슨 말씀)
 
52
장성희  (빙글빙글 웃으며) 기미, 이, 가오시데루네. (손을 내어 밀며) 사-곳지구다요. 이쟈나잇가? (너 얼굴 참 이쁘다. 자-이리 오려므나-좋지 아니하냐.)
 
53
하 녀  (상긋 웃으며) 이야나히도-. (아이고 망칙해라.) (돌아서 간다.)
 
54
전석원  이 사람, 하녀 데리고 실없이 굴지 말게.
 
55
장성희  (웃으며) 그러면 어때. 그러고 좀 놀지. 버릇 없어지네.
 
56
오해송  (눈감고 무슨 생각함같이 고개를 숙이고 앉았다가, 고개를 들고 벽을 바라보고 개탄한 말로) 아하, 쓰마라나이요노나가다! (쓸데없는 것들)
 
57
(벌떡 일어나며) 나는 갈라네. (모자를 집는다.)
 
58
장성희  (일어나 吳의 모자를 뺏으며 목을 끌어 잡아당기며) 아, 이 사람 가기는 왜 간다고 그래. 술까지 청하여 놓고.
 
59
전석원  (일어나 吳의 손목 잡아당기며) 이 사람 공연히.
 
60
오해송  (몸을 빼내려 하며) 아니, 가야, 가야겠어.
 
61
장성희  잔소리 말고 앉게, 앉아. (끌어 앉히려고 한다.)
 
62
오해송  아니여, 볼 일이 있어.
 
63
장성희  볼 일은 닷다가 무슨 볼 일? (양인이 吳를 끌어 앉힌다. 吳는 마지못하여 불쾌한 안색으로 앉는다.)
 
64
전석원  자네 쓸데없이 공연히 공상에만 살지 말게. 다 그러지 말고 그럭저럭 살아 나가세. 그게 도리어 재미있는 처세법이니.
 
65
오해송  (아무 말없이 담배만 피워 물고 앉았다.)
 
66
(하녀, 차와 과자를 가지고 등장)
 
67
하 녀  오갹상가 이랏샤이마시다 긴상도 유가다도, 소노호가후다리사마가. (손님이 오셨습니다. 김서방이라 하는 이와 또 그 외에 두 양반이)
 
68
전석원  김양다레다? 도-시게구레. (김서방이 누구야? 들어옵시사고 하여라.)
 
69
(하녀 돌아서 간다.)
 
70
장성희  네상! 좃도좃도-. (이애. 잠깐, 잠깐!)
 
71
하 녀  이야나히도. (그 양반은)
 
72
(퇴장)
 
73
(사이)
 
74
김영일  (문밖에 서서) 용서하시오.
 
75
전석원  뉘시오? 들어들 오시오.
 
76
(金, 朴, 李3인 등장. 각각 인사한다.)
 
77
전석원  앉으시오. 여러분!
 
78
(외래 3인도 옆자리로 앉는다.)
 
79
전석원  찾아와 주시니 고맙쇠다. 그런데 여러분이 어째 이처럼 한꺼번에 오셨나요?
 
80
김영일  네, 무슨 좀…….
 
81
전석원  말씀하시오.
 
82
김영일  아까 그 일은 어찌 하였던지. 지금 사정이 좀 절박한 일이 있어서-집에서 우리 어머니께서 병환이 위중하시다는 기별을 듣고 불가불 집에는 나가야 하겠고, 여비가 한 푼도 없어서 좀.
 
83
전석원  아, 대단히 딱합니다. 자당께서 그러하시단. (吳와 張도 金에게 대하야 동정의 인사를 한다.)
 
84
전석원  우리가 늘 하는 말과 같이 우리의 이상이 다 같이 잘 살아 나가자는 것이 아니인가요. 아까 그 돈으로 말하면 전부 다 당신이 쓰신다 하여도 의당한 일이겠지마는, 내가 마침 하숙 밥 값이 여러 달치 밀려서 그것을 갚느라고, 사정이 옹색해서 그렇게 되었지요. (지갑에서 돈 10원 지폐를 꺼내어 金의 앞에 놓으며) 돈은 다 쓰고 남은 것이 겨우 이분이니까. 미안하외다마는 이것 가지고서 고향으로나 가시오. 대단히 미안하외다.
 
85
전석원  그러실 것이 아니라, 이 돈 10원 가지고는 여비가 가량도 없으니 이 사람 사정을 좀 생각하여 주시오.
 
86
전석원  (주저주저 하다가 지갑으로 50전 지폐 1매를 꺼내어 가지고 교활한 강소를 하며 金의 앞에 놓으며) 전차 삯 하려고.
 
87
김영일  (창피하고 분한 반항심은 나지만 도리어 과대한 낙망으로 인하여 고개를 흔들며 눈에는 이상한 예민 발광적인 광이 발하며 기막힌 어조로) 아, 이것을 어찌 하나? 아-. (급한 어조로) 여보시오. 그러지 말고 사람을 좀…….
 
88
오해송  (全을 보며) 아아, 이 사람 그러지 말고 힘 자라는 대로 아주 도와 드리게. 나도 얼마 도와드릴 터이니. (金을 쳐다보며) 가실 적에 내 여관으로 같이 가십시다. 金공!
 
89
김영일  네. 감사합니다 아무쪼록…….
 
90
전석원  (얼굴이 붉어지며 주저하다가) 아아, 그 사람은 언제는 내가 돈 있으면 그리 하는 사람인가? 시이, 돈이 더 없을 걸. (지갑을 뒤적거리며 50전 지폐 1매를 더 꺼내며) 참 이것 밖에는 더 없쇠다. 그리고 원래 사람이란 것은 모두 모순 뿐이니까 나부터도 무슨 주의니 무엇이니 떠들지마는 개혁되기 전 현대에서 앉아서는 어찌할 수 없습니다. 그런 줄을 알고 다 각기 서로 용서하며 삼가 지냅시다.
 
91
김영일  (얼굴 분한 표정이 있으나 억지로 참고 조급히 일어서며) 자, 가세들.
 
92
오해송  (따라 일어선다.)
 
93
박대연  (성낸 눈으로 金을 노려보다가 全을 흘겨본다.)
 
94
김영일  (두어 발자국 걸어 문으로 향하고 나가다가 분한 표정으로 홱 돌아서며 급한 어조로) 여보, 나도 남과 같이 들키지 않고 무엇이든지 도적질할 줄 아오. 도적질이란 말은 지금 세상에 쓰는 말, 말하자면 야비한 수단, 그러나 내 진실한 마음이 그렇지 못해서.
 
95
전석원  (격노한 표정으로 쳐다보며) 여보! 그게 닷다가 무슨 말이오? 누가 도적질 하지 말라오. 말이 공산주의니 무엇이니 하니까 공연히 나마기지리(기질)도 맥도 모르고. 현대에 앉아서는 출현사회 제도대로 살아가는 것이야. 공연히들.
 
96
박대연  (앉아 듣다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하여지며 이 말 끝에 소리를 높이며) 아, 이 가면 쓴 도적놈아, 교활한 놈아. 피도 없고 눈물도 없는 도야지 같은 놈아.
 
97
전석원  (눈이 둥그레지고 얼굴이 붉어지며) 아, 이따위 놈이 웬 놈이야? 강도놈들이 사람에게 공갈 취재(取材)하러 온 놈들아, 아니냐?
 
98
박대연  이놈! 강도, 공갈 취재(取材)? 이놈 네가 도적놈이다. (눈을 부릅뜨고 주먹을 쥐고 일어서며) 이놈! 당장 요따위 교활한 놈은 이 세상에 씨도 없이 죽이라고 하는 터이다.
 
99
전석원  (조분한 모양으로 일어서며) 야, 이놈 보아라. 되지 못한 놈들이. 덤비면 누구를 어째?
 
100
박대연  (쫓아가 金을 껴안으며 급한 어조로) 아니, 자네는 좌우간 오늘 저녁에 기차도 없이 떠나지 못하는 사람이니까 이따위 놈은 좀 단단히……. (몸을 뿌리치고 대들어 全을 때린다.)
 
101
전석원  (대들어 朴을 때린다. 이춘희도 全을 때리고 장성희도 朴을 때리고 金과 吳는 싸움을 말린다. 네 사람이 업치락 뒤치락 방안은 수라장이 된다. 朴은 全을 밑에 깔아 누이고 때린다.)
 
102
(하녀가 급보 등장)
 
103
전석원  (하녀를 보고 숨차고 황급한 말로) 네상! 고방고방 (이 애, 이 애 교번소(交番所))
 
104
(하녀 급히 퇴장) (여러 사람은 뜯어 말리며 각각 붙들고 있다. 金은 한 구석에 서서 흐트러진 머리를 쓰다듬고 있다.)
 
105
박대연  이놈! 교번호? 죽일놈! (붙든 사람을 헛뿌리대고 대어든다.)
 
106
김영일  (朴을 붙들고 애원하는 말로) 이 사람, 이러다가 일이 글러서 내가 못가게 되면 어찌하나? 나, 나를 보아서, 나를 보아서.
 
107
박대연  아니여, 아무 염려없네. 순사가 오면 무슨 일이 있어. (대어 들어 全을 때리며 자빠뜨린다.)
 
108
(全이 자빠지는 서슬에 朴의 가슴을 붙잡아 헤침에 朴의 회중으로 부터 무슨 선전 비라 종이 조각이 쏟아져 방바닥에 어지러이 흩어진다.)
 
109
(순사 1인과 형사 2인 등장)
 
110
순 사  (쫓아가 朴, 全 양인을 뜯어 갈라 놓으며) 도시다? 도시다 (웬일이야, 웬일.)
 
111
형사갑  (방바닥에 비라를 급히 집어보며) 고라고라 비라! 센덴비라! 후온분쇼! 후온분쇼! (全을 쳐다보며) 고라 도시다노! (이것 보아 종이 조각! 선전 문서! 불온 문서! 불온 문서! 이것 웬 것이야)
 
112
김영일  (급히 朴을 가르키며) 아이쓰가 아이쓰가. (저 놈이, 이 놈이) (吳를 붙들며 애원하는 말로) 이 일을 어찌하나요?
 
113
오해송  글쎄올시다. 이 일이 어찌 이렇게 되나요.
 
114
박대연  (조급한 모양으로) 아이고, 영일의 일이, 내가 너무 부주의다. (이를 갈고 全을 쳐다보며) 이놈! 全가 저 놈을 죽여야. (全에게 달려든다)
 
115
형사갑  (朴을 붙들며) 고이쓰 모모가라 후데이센진다쓰소. (이놈이 본래부터 불령선인이다.) 朴의 회중을 뒤지어 나머지 같은 비라를 찾아낸 후, 끌어 내며) 유꼬유꼬 민나히빳데. (가자, 가자, 모두 붙들어.)
 
116
(형사 을과 순사는 여래 사람을 몰아내며)
 
117
형사을  유꼬유꼬 민나게이사쓰마네. (가자, 가자. 모두 경찰서까지)
 
118
김영일  (吳의 손목을 붙들고 애원하난 말로) 아이고, 이것을 어찌합니까? (몸을 빙그레 돌고 땅에 쓰러지며) 아이고, 어지러워라.
 
119
오해송  (金을 붙들고 주지않으며) 영일씨! 아, 이 일을.
 
120
형사을  (金에게 쫓아가 붙들고 일으키려 하며) 오이오이 난다. 오기요! 오기요. (이애, 이놈! 이것이 무슨 짓이냐? 일어나거라 일어나.)
 
121
이춘희  (애원하는 말로) 고노히도와 병기중다가라도-소도-소-. (이 사람이 지금 병중인 까닭으로 아무쪼록, 좀)
 
122
형사을  (李를 좀을 넣으며) 나니오윤다. (무슨 소리야) (순사를 쳐다보고 李를 가리키며) 고이쓰모하야꾸 힛구리다시나사이. (이놈도 어서 붙잡아 갑시다.)
 
123
오해송  (형사를 보고) 혼도니오뎅아이 시마승아 고노히도와 고노히 도와이마 병기중데쓰다가라-. (참으로 원합니다마는, 이 사람이 지금 병중에 든 몸이니까 …….)
 
124
(말을 마치지 못하여)
 
125
형사을  야가마시요 요게이나고도오. 오이오이하약구. (시끄러워, 쓸데없는 걱정 말아. 그만 두고 어서 다 가자-가( (金을 억지로 일으키며 비틀걸음치는 사람을 끌고 나간다. 순사가 그외 여러 사람을 몰아서 퇴장)
 
126
(바깥에서 와지끈 뚝딱소리 나며, 朴의 목소리가 크게 난다.)
 
127
박대연  아이고, 저 몹쓸 놈 사람 친다. 더구나 병든 사람도-.
 
128
-幕下-
【원문】제2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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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본
  # 김영일의 사 [제목]
 
  조명희(趙明熙) [저자]
 
  1921년 [발표]
 
  희곡(戱曲)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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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일의 사(死) ◈
©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2년 11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