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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해를 위하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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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상
김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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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안해를 위하야
 
2
터머스·하 ─ 듸 원작
 
 
 

1

 
4
어느 해 겨울날 오후 ‘헤이풀’시에 있는 ‘성 쩨임스’ 교당 안은 빡빡히 몰려 든 구름떼 밑에 천천히 어두어갔다. 주일날 예배가 끝나고 설교단에 있는 목사가 두 손우에 머리를 숙이자, 회중은 해방된 질거운 한숨을 쉬며 나가려고 무릎 꿇었던 몸들을 일으키던 것이다.
 
5
항구 밖에서 설레는 바다의 물결 소리가 들릴 만치 당내는 정숙하였다. 회중이 나가는 서쪽 출입문을 여느때 같이 열려고 집사가 그리로 가는 발자욱 소리에 그 정숙은 깨어졌다. 그러나 ㅡ집사가 문께까지 채 가기 전에 밖에서 건 것이 열리며 船夫服[선부복]을 입은 남자의 검은 그림자가 밖앝 볓을 등지고 나타났다. 집사가 옆으로 길을 비키니 선부는 들어온 문을 뒤로 조용히 닫고 본당을 지나 內陣[내진] 칭계까지 들어갔다. 목사는 교구를 위해 여러가지 복을 빌고 나서 응당 그럴 수 있는, 자기 자신을 위해 짧은 기도를 드린 후 몸을 일으키고 침입해 온 사내를 바라본다.
 
6
“용서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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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선부는 왼 화중에게 다 들릴 만한 똑똑한 음성으로 목사를 향해 말을 시작하였다.
 
8
“하마트면 파선할 것을 겨우 액을 면하고 도라와 그 감사를 드릴 생각으로 왔습니다. 그리하는 것이 옳은 줄로 들었는데 목사께서는 관계 없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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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는 잠시 머뭇머뭇 하다가 주저하는 말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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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나는 관계 없다고 생각하오. 보통은 예배 전에 그런 히망을 미리 말해서 일반 감사 기도 때에 적당한 말을 넣는 것이지만 그러나 히망이시라면 바다에서 폭풍우를 만난 다음에 드리는 기도문 중에서 읽을 수도 있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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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좋습니다. 저는 아무래도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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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는 기도책에서 감사기도문 있는 데를 찾아 선부에게 일러주고 목사가 그것을 읽기 시작하자 선부는 섰던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똑똑한 음성으로 한마디 한마디씩 따라 외운다. 이렇게 하는 동안에 어리둥절해 꼼짝도 아니하고 있던 회중들도 기계적으로 따라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그들은 각기가 혼자만이 우뚝 솟은 선부의 모양을 보고 있었다. 선부는 여러 사람이 그렇게 자기를 바라보는 것도 모르고 모자를 옆에 놓고 손을 마주 쥐고 동쪽 제단 편을 향해 내진 계단 한가운데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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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기도가 끝나자 선부는 일어섰다. 회중들도 따라 일어서 함께들 교회 밖으로 나갔다 선부가 . 밖으로 나와 남아지 해빛을 그의 얼굴우에 받자 이 고장에 오래 살던 사람들은 곧 그가 바루 수년동안 헤이풀을 떠나 있던 청년, ‘쉐이드랙 쬬’인 줄을 알아보게 되었다. 이 고장 태생으로 어려서 양친을 여이고 그때문에 ‘뉴우운드드’무역에 종사를 하노라 일직부터 항해생활을 시작했던 것이다.
 
14
그는 길을 걸어가며 근방 사람들에게 그가 몇해 전에 고향을 떠나간 이후 지금 와서는 조고만한 연해무역선의 선장 겸 선주가 된 것과 그 배가 이번에 폭풍우를 만났다가 天祐[천우]로 목숨과 함께 난을 면했다는 말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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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안해 그는 교회당을 자기보다 앞서 나온 두 처녀와 가까와졌다. 선부가 들어왔을 때 이 두 처녀는 회중석에 앉어 큰 호기심을 가지고 그의 일동 일정을 살폈고 교회당을 나와서는 함께 걸어가면서 그 사내의 이야기를 하고 있던 길이다. 한 처녀는 호리호리하고 조용한 맵시 또 한 처녀는 키가 크고 장대하고 침착해 보혔다. 쬬 선장은 얼마동안 두 처녀의 풀어 느린 머리채와 등과 어깨로부터 발꿈치까지 자세자세 눈 여겨 본다.
 
16
“저 두 처녀가 누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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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귓속말로 옆에 있는 사람에게 물었다.
 
18
“적은 애가 ‘에밀리·’, 큰 애가 ‘쬬애너·핍파─ 드’죠.”
 
19
“아 ─ 참 인제 생각이 납니다.”
 
20
선부는 두 처녀들 있는 데로 가까이 가 정답게 가마니 그들을 보았다.
 
21
“에밀리씨, 아마 나를 모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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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쬬는 갈색 눈으로 웃음 띤 에밀리를 보며 말했다.
 
23
“아는 것 같아요 쬬씨시죠?”
 
24
수집어하는 에밀리의 태도다. 다른 한 처녀는 검은 눈으로 쬬를 똑바루 마주 본다. 쬬는 말을 이어
 
25
“쬬애너씨의 얼굴 모습은 잘 생각이 나질 않으나 어리셨을 때 일과 친척 뫼시는 이들은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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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이야기를 하며 걸었다. 쬬는 얼마전에 겨우 모면한 풍랑 이야기를 두 처녀에게 자세히 일러 들겼다. 마침내 에밀리·핸닝이 사는 ‘뱃목거리’ 모퉁이 까지 오자 에밀리는 방긋이 웃고 고개를 숙여 두 사람에게 작별인사를 하였다.
 
27
좀 후에 쬬는 쬬애너를 마자 작별하고 별로 볼 일이나 약속이 없는 터라 되 에밀리의 집으로 발을 돌렸다. 에밀리는 자칭 회계사의 아버지 슬하에 있어 조고마한 문방구점을 차려놓고 좀 믿음성이 적은 아버지 직업의 부족을 도와가는 것이었다. 쬬가 들어간 즉 부녀는 때마침 차를 먹기 시작하였다.
 
28
“아, 차 자시는 땐 줄 몰랐습니다 그려.”
 
29
하고 쬬는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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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즐겁게, 저도 한잔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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쬬는 차를 끝내고도 한참이나 남아 있어 여러가지 항해생활 이야기를 해 주었다. 이웃사람도 몇 사람이 와서 함께 청해 들었다. 하여간 에밀리·핸닝은 그 주일날 저녁에 쬬에게 혼을 빼앗겼고, 한두 주일이 지나니 두 사람 사이에는 깊은 이해까지 생기게 되었다.
 
32
다음 달, 어느 달 밝은 저녁, 쉐이드랙·쬬는 거리를 나와 동편으로 좀 신식 가옥들 ─ 고색 청연한 이 浦村[포촌] 근처에 신식 운운할 집이 있다면 ─ 이 서 있는 드높은 지대를 향해, 긴 곧은 길을 올라가고 있었다. 앞에 사람 하나가 가는데 가다가는 뒤를 돌아보는 것이 에밀리가 분명하다고 쬬는 생각되었다. 급기야 가까이 보니 쪼애너·핍파─ 드였다. 쬬는 정답게 인사를 하고 쬬애너 옆을 걸었다.
 
33
“어서 가세요, 괘니 에밀리가 샘 합니다.”
 
34
하는 쬬애너 말에 쬬는 그 말을 좋아하지 않는 듯이 그저 쬬애니 옆을 걸었다. 이렇게 걸어오며 무슨 얘기 무슨 행동을 했는지 쉐이드랙에겐 분명한 기억이 없었다. 그러나 쬬애너는 자기보다 약하기도 하고 나이도 적은 사랑의 적에게서 애써 쬬를 뺏으려 했다. 그 주일부터 쬬는 점점 더 쬬애너·핍파─ 드를 따르는 적이 많고 에밀리와 동행하는 일이 적게 되었다. 얼마 안해 故[고] 쬬 씨의 아들이 바다에서 돌아와 쬬애너와 결혼을 하려고 한다는, 에밀리에게는 여간 큰 실망이 아닌 이런 소문이 이 항구바닥에 돌아다니게 되었다.
 
35
이 소문이 돈지 얼마 아니한 어느날 아침, 쬬애너는 산보차로 옷을 갈아 입고 조고마한 골목길에 있는 에밀리의 집을 향해 걸었다. 동무 에밀리가 쉐이드랙을 잃은 때문에 큰 비통속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양심은 쬬 뺏은 것을 꾸짖었다.
 
36
쬬애너 스스로가 선부 쬬를 만족히 여겼던 것은 아니다. 남자의 열성이 반가웠고 결혼에서 오는 위선을 어서 가져보고도 싶었으나 쬬를 그처럼 사랑했던 것은 아니었다. 우선 쬬애너는 야심이 컸었고 쬬의 사회적 지위가 자기만 못하였다. 또한 쬬애너처럼 아름다운 여성은 언제든지 자기보다 신분이 상당히 높은 사람과 짝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제 동무가 쬬 때문에 그토록 마음 아파 한다면 쬬를 에밀리에게 되돌려 주어도 그렇게 애석하지는 않다고 쬬애너는 항상 생각하였다. 이런 뜻으로 쬬애너는 쉐이드랙에게 파혼장을 썼다. 그리고 제 눈으로 봐서 에밀리가 고통받는 것이 분명하다면 쉐이드랙에게 곧 붙여버릴 작정으로 그 편지를 손에 들고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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쬬애너는 ‘뱃목거리’로 들어가 인도보다 좀 낮은 곳에 있는 문방구점으로 나려갔다. 이맘때에 에밀리의 아버지가 집에 있을 리는 없고, 불러도 아무 대답이 없는 것을 보면 에밀리 역시 나간 모양이다. 손님이 원체 드문데라 사오분 가량 가게를 비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쬬애너는 가게에서 기다렸다. 에밀리는 가게의 얼마 안 되는 물건을 그렇지 않게 보이노라고 ─ 여자만이 할수있게 ─ 별 값어치 없는 것들이나마 얌전히 벌려 놓았다.
 
38
이때 쬬애너는 창밖에 분명히 육전짜리 책, 동이뭉치 끈에 달린 판화 등을 드려다 보고 섰는 한 사람의 그림자를 보았다. 그림자는 에밀리가 혼자 있는가를 확실히 알 량으로 안을 드려다 보는 쉐이드랙·쬬였다. 쬬애너는 에밀리 냄새가 풍기는 거기서 쬬를 만나는 것이 싫은 충동에서 가게와 안 큰 방에 통하는 문으로 빠져 나왔다. 에밀리와의 친분이 있는 지라 쬬애너는 시스럼 없이 자유로 이 집을 통내 했었기 때문에 이쯤은 전에도 흔히 하던 것이다. 쬬는 가게로 들어왔다. 쬬애너는 유리판 문을 가린 얇은 遮面[차면] 사이로 에밀리를 찾다 실망해 하는 쬬를 보았다. 쬬가 도로 나가려 할때 마침 심부름을 갔다 급히 돌아오는 에밀리의 모양이 문 앞을 막았다. 쬬를 보자 에밀리는 깜짝 놀라며 되나가려는 듯이 뒤로 물러섰다.
 
39
“피하지 마슈, 에밀리씨. 피하시지 말아요.”
 
40
그는 말하였다.
 
41
“무엇이 겁나서 그러시오?”
 
42
“겁나서 그리는게 아녜요, 쬬씨. 그저 그저 의외에 뵈니까 그래 깜짝 놀랐어요!”
 
43
신체의 어느 부분보다도 심장이 제일 놀란 에밀리의 음성이다.
 
44
“지나는 길에 들렀어요.”
 
45
하는 쬬 말에
 
46
“종이를 사시겠어요?”
 
47
하며 에밀리는 게산기 뒤로 빨리 걸어갔다.
 
48
“그러지 마슈, 에밀리씨. 내 옆에 좀 있으면 어때서 그렇게 다라나슈? 내가 싫으신 모양이구먼?”
 
49
“싫여 그러는게 아녜요, 어떻게 싫어져요?”
 
50
“그럼 서루 信者[신자]답게 이야기를 하게 이리로 오시구려.”
 
51
에밀리는 한번 깔깔하고 발작적으로 웃고 나서 하라는 대로 가게의 번 곳인 쬬 옆으로 다시 가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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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뻐요.”
 
53
하는 쬬 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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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쬬씨, 그런 말슴 해선 안돼요. 그건 다른 사람한테 하실 말예요.”
 
55
“아 ─ 그 말의 뜻을 압니다. 하나 에밀리씨, 당신이 조금치라도 나를 생각해 주신다는 것을 오늘 아침까지 정말 몰랐습니다. 그런 줄 알았더라면 내가 일을 그렇게 작정했을 리가 만무합니다. 사실 쬬애너를 퍽 좋와는 합니다만 그러나 쬬애너는 나를 처음부터 친구 이상으론 더 생각지 않는 줄도 내가 압니다. 내 안해가 돼 달라고 청했어야 옳을 사람이 누군 줄을 이제 와서야 알았단 말이오 당신도 . 아시다싶이 오랬동안 바다에 갔다가 고향엘 오면 남자란 박쥐처럼 눈이 어둬진단 말이오. 여자의 어떤 사람이 어떤지를 분간을 못하고 똑 같이 아름답게들만 보힌단 말이오. 그리고 보니 누가 저를 사랑하는지, 또는 얼마 안해 다른 여자를 더 사랑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이런 생각이 없이 그저 우선 손쉽게 잡히는 데를 먼저 잡는단 말이오. 애초부터 에밀리씨에게 제일로 마음이 끌렸었지만 당신은 너무 뒤로 물러서서 수집어 하니까 아얘 내가 귀찮게 구는 것을 싫여 하시는 줄만 생각이 돼 그래 쬬애너에게로 가게 된 것이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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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말슴하시지 마세요, 쬬씨. 더 말슴하시지 마세요.”
 
57
하고 에밀리는 목이 메어 하였다.
 
58
“다음 달이면 쬬애너와 결혼을 하시기로 하시고 지금이리시는건 잘못…… 잘못입니다.”
 
59
“오 ─ 에밀리씨”
 
60
그는 부르짖었다. 그리고 모르는 곁에 에밀리의 작은 몸을 그의 두 팔로 껴안았다. 휘장뒤에 쬬애너는 혈색을 잃었다. 그 광경을 아니 보려야 아니 볼 수가 없었다.
 
61
“내가 이 여자면 결혼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사랑하는 여자는 단지 당신뿐입니다. 그리고 쬬애너는 해온 말도 있고 하니까 즐겁게 나를 놓아줄 것입니다. 쬬애너는 더 난 곳으로 가고 싶으면서도 동정에서 내게 허락을 한 겁니다. 쬬애너같이 콧날이 서고 잘 생긴 사람은 평범한 선부의 안햇감은 아니란 말이오. 당신이 꼭 맞다는 말입니다.”
 
62
쬬는 에밀리를 여러번 입마췄다. 연약한 에밀리는 그의 포옹속에서 몸을 떨 뿐이었다.
 
63
“그렇지만 쬬애너가 파혼을 해 줄가요? 꼭 해 줄 줄로 아세요? 생각하면……”
 
64
“쬬애너는 우리를 불행하게 맨들려군 아니할 줄 아오 나를 놔줄 것이오.”
 
65
“오, 그랬으면. 쬬애너가 그래 주었으면 인전 가세요.”
 
66
그러나 그는 주저주저 하다가 손님 하나가 일전짜리 ‘납초’를 사러 온 뒤에야 가게를 떠났다.
 
67
이 광경을 목도한 쬬애너는 왼 몸이 질투로 불탔다. 그는 다라나갈 길을 찾았다. 제가 찾어왔던 것은 에밀리가 알아서는 안된다. ‘팔라’에서 낭하로 뒷문을 지나 기척 없이 큰 거리로 나왔다. 두 사람의 사랑의 장면은 쬬애너의 모든 결심을 깨쳐 버렸다. 쉐이드랙을 놔줄 수는 없는 것이다.
 
68
집에 오자 써 가지고 갔던 편지를 불사르고 어머니에게 만일 쬬 선장이 저를 찾아 오거던 몸이 과히 불편해 만날 수가 없다는 말을 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러나 쉐이드랙은 찾아 오지를 않었다. 평범한 말로 자기의 감정상태를 적은 편지 하나를 보냈을 뿐이었다. 당신이 나에게 대해 우정 이상의 무엇을 느끼지 않는다는 그 말을 쫓아 나와의 약혼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사연이었다.
 
69
항구와 먼 데 섬을 바라보며 쬬는 자기 하숙에서 오랫동안 답장을 기다렸으나 이내 오지를 않았다. 이 이상 더 걱정만 하고 있을 수가 없어 쬬는 어둬진 뒤에 큰 길로 나갔다. 쬬애너집을 찾아가 자기 운명이 어떻게 결정이 됐는가를 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70
딸이 퍽 불편해 만날 수가 없단다고 쬬애너 모친은 말하였다. 혹 자기가 보낸 편지 때문인가 하고 물었더니 과시 그 때문으로 편지를 받고 여간 낙망을 한게 아니라는 대답이었다.
 
71
“편지 내용은 알고 게시죠?”
 
72
하고 쬬가 물었다.핍파아드 부인은 편지 내용을 안다는 말을 하고 그 까닭에 자기네들은 여간 괴로운 처지에 노힌 것이 아니라는 말을 첨부하였다. 그 말에 쉐이드랙은 큰 죄를 지은 것같은 두려운 생각이 나서 사실 자기로는 파혼을 하는 것이 쬬애너의 처지를 가뜬하게 하는 것으로 생각을 했던 터이라 그 편지로 인해 쬬애너가 그처럼 괴로워 한다면 그것은 분명한 오해라는 것을 설명하였다. 쬬애너가 자기를 달리 생각했었다면 자기는 어디까지나 언약을 지킬 것이오, 따라 편지 사건은 안 받았던 것 같이 생각을 해야 될 것이라는 말을 하였다.
 
73
다음 날 아침 쬬는 쬬애너에게서 온, 그날 저녁에 자기가 어느 회에 갔다 오는 길을 집까지 바래다 달라는 傳言[전언]을 받았다. 쬬는 부탁대로 하였다. 쬬애너는 남자의 팔을 잡고 공회당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74
“우리 둘 사이는 전과 다름이 없지오? 편지는 잘못 생각하시고 보내신 것이지오?”
 
75
하고 쬬에게 물었다. “당신이 그래야겠다면 전과 다를 것이 왜 있겠오.”
 
76
하고 쬬는 대답하였다.
 
77
“그래지기를 바래요.”
 
78
쬬애너는 에밀리의 일을 생각하고 괴로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79
쉐이드랙은 자기의 한번 언약을 생명과 같이 소중히 여기는 신앙심 있는 진실한 사나이였다. 얼마 안돼 둘은 결혼을 했다. 쬬는 자기가 쬬애너에게 애정이 별로 없다고 본 것은 자기 잘못이었다는 것을 될 수 있는 대로 간곡하게 에밀리에게 알려 주었다.
 
 
 

2

 
81
결혼후 한달만에 쬬애너의 모친이 세상을 떠나 두 사람은 자연 아주 실제적인 사물에 마음을 쓸 수밖에 없었다. 쬬애너는 어머니를 잃고 보니 남편이 또 바다로 가려 하는 생각을 견디기가 어려웠다. 그러면 쬬가 집에서 무엇을 해야 할가 이것이 문제였다. 마침 큰 길 거리에 상권과 재고품을 함께 넘겨 버리려는 조고만한 잡화상 하나가 나서 그들은 결국 이것을 사맡기로 했다. 장사에 대해서는 쉐이드랙은 아주 손방이오, 쬬애너 역 아는 것이 거이 없으나 둘은 차차 배워가며 하기로 생각을 하였다.
 
82
잡화상을 벌려 놓고 몇해동안 있는 힘을 다 드려 계속해 봤으나 이렇다는 성공이 없었다. 아들 둘을 낳았다. 그다지 남편을 사랑해 본 일이 없던 쬬애너는 두 아들만은 하느님 같이 위하였다. 근심 걱정이 그저 두 아들 때문이었다. 그러나 상점은 번창하지를 못해 두 아이 교육과 전도에 대한 크나큰 꿈도 현실 앞에서 차차 빛을 잃게 되었다. 변변한 교육을 받지 않은 채로 바닷가에서 사는 까닭에 두 아들은 그만 연령때에 마음이 끌리기 쉬운 종류의 항해술과 기타 여러가지 일에 퍽 민첩하였다.
 
83
쬬 부처의 결혼생활의 큰 흥미는 그들의 제 살림 외에는 에밀리의 결혼 문제에 있었다. 뛰어난 사람이 눈에 아니 띠우고 되려 뒤구석에 숨었던 사람이 발견되는 이런 야릇한 인연으로 에밀리는 그 장터에서 큰 장사를 하는 에밀리보다 나이는 몇살 위나 아직 혈기 방강한 상처한 사람의 눈에 들어 사랑을 받게 되었다. 처음에 에밀리는 아무와도 결혼을 할 수가 없다고 잘라 말을 하였다. 그러나 ‘스터버’(상인의 이름 ─ 譯者註[역자주])는 조용히 두고두고 기다려 겨우 에밀리이 승락을 받았다. 그 결실로 두 아이를 낳고 그들이 자라 피어남을 따라 에밀리는 자기가 그처럼 행복되게 살 수가 있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말하였다.
 
84
이 훌륭한 상인의 집은 흔히 오래된 장터에 끼어 있는 크고 든든한 벽돌 주택으로 쬬네 상점 거이 마진 편 큰 거리를 면하고 섰었다. 순전한 갬에서 쬬애너는 에밀리의 자리를 뺏었던 것인데 지금 와서 뺏은 자기는 몬지 묻은 설탕봉지 건포뭉치 차통 등속을 지키는 것이 팔자고, 뺏긴 에밀리는 이런 것들을 벌려온 가게 창문을 나려다 보게 됐다는 것이 쬬애너의 고통이었다.
 
85
장사는 점점 더 줄어들어 쬬애너 스스로가 가게를 볼 밖에 수가 없었다. 두푼짜리 손님이 불러도 계산기 앞뒤들 다리에서 자게 바람이 나게 돌아다니는 자기 꼴을 에밀리·스터어가 제집 큰 방에 앉어 길 건너로 바라다 보리라는 것, 변변치 않은 손님이라도 와 주는 것을 고맙게 아니 여길 수 없는 처지나, 자기네는 길에서 그들을 만나면 정답게 인사를 해야만 하는데 에밀리는 이 근방에서도 이렇다 하는 사람과 이야기를 해가며 어린애들과 가정교사를 다리고 지나가는 것 이런 것들이 못견디게 쬬애너를 괴롭게 하였다. 이것이 쉐이드랙·쬬를 별로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그의 정이 다른 데로 가려는 것을 못가게 한 쬬애너의 전 수확이었다.
 
86
쉐이드랙은 선량·정직한 사람이라 마음으로나 행동으로나 안해에게 대해 충성을 다하였다 애 어머니에게 . 몸과 맘을 다 받히는 동안에 세월은 차차 에밀리에 대한 사랑을 시켜 버리고 전에 있던 충동적으로 생각도 없어져 이제 와서는 에밀리는 그저 한 친구로 밖에 더 생각이 되지 않었다. 에밀리의 쬬에게 대한 감정도 역시 그러하였다. 차라리 에밀리와 시기할 만한 조고만한 이유라도 있었드라면 쪼애너가 좀 더 만족했을 지도 모르리라. 자기가 꾸며논 일의 결과에 대해 에밀리나 쉐이드랙이 아주 녕온히 지나는 것이 쬬애너의 불만을 더욱 크게 하였다.
 
87
쉐이드랙은 여러 경쟁자들을 상대로 소매상 영업을 번창하게 해 갈만한 좀스러운 민첩을 타고 나지 못하였다. 손님 중에서 행상이 놔 보라고 억지로 매껴논 上品[상품] 계란 대용품을 쬬 자신 역 좋다고 생각하는가 하고 물으면 ‘푸딩’에 닭알을 안 넣고 닭알 맛이 나게 하기야 어렵죠 하는 대답이었다. 그 가게의 진품 ‘모카·커’가 진짜 ‘모카’냐고 물으면 그는 상을 찌프리며
 
88
“조고만한 가게에서들 그렇다고 하죠”
 
89
한다. 이런 법으로 致富[치부]할 수는 없었다.
 
90
어느 여름날 길 건너 큰 벽돌 집에서 반사하는 뜨거운 햇빛이 쬬애너 가게를 위압하듯이 나려 쪼였다. 마침 가게에는 쬬애너 내외만이 있었다. 쬬애너는 어느 부자 손님의 마차가 와 놓인 에밀리집 창문을 건너다 보았다. 요새 와서 에밀리의 행동에 좀 保護者然[보호자연]하는 형적이 보혔다.
 
91
“여보, 실상 당신은 장사꾼이 못돼요.”
 
92
하고 안해는 처량히 말하였다.
 
93
“장사를 하도록 길려 나지를 안했으니 당신이 이 장사를 뛰어들듯이 시작해 가지곤 그 직업에서 재물을 모을 수는 없지 않아요?”
 
94
매사에 그랬지마는 이 말에도 쬬애너가 옳다고 쬬는 찬동을 한다.
 
95
“재물을 뫼 보겠다는 생각은 털끝만치도 없오. 이만하면 행복이구 또 그럭저럭 살아간다 말이지.”
 
96
하고 쬬는 유쾌히 말하였다. 쬬애너는 느러진 ‘픽클’지 병들 새로 큰 집을 바라다 본다.
 
97
“그럭 저럭 살아야 가죠.”
 
98
쬬애너는 좋지 않게 말하였다.
 
99
“그렇지만 전에 가난하던 에밀리·스터가 얼마나 잘 사는지 보시구려. 그집 애들은 물론 ‘칼레지’를 갈 것 아뉴? 그런데 우리집 애들은 敎區學校[교구학교]에 밖에 갈 수 없으니 그애들 생각을 좀 해 보구려!”
 
100
쉐이드 랙의 마음은 에밀리에게로 달렸다.
 
101
“당신이 에밀리를 가까이 못 오게 해서 에밀리와 나 새에 변변치 않은 애정 문제가 끝나고 그 때문에 스터어가 청혼을 했을 때에 에밀리가 응락을 할 수 있게 됐으니 그리고보면 당신보다 더 좋은 일을 에밀리에게 해준 사람이 없구려.”
 
102
하고 쬬는 웃으며 말하였다. 이 말에 쬬애너는 미칠것만 같았다.
 
103
“지난 얘긴 고만 둬요!”
 
104
쬬애너는 애처러운 빛을 띠우고 말을 막았다.
 
105
“당신 생각은 그만 두시구라두 애들 생각 내 생각을 해서라도 어쩌면 좀 더 넉넉해질 수가 없겠우?”
 
106
“그야 여지껏 말은 하지 않았지만 늘 나는 이 직업에 맞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을 했던거요. 나는 좀더 기를 펼만한 곳, 친구와 이웃 사람들 새 보다 좀더 활개를 펼만한 공간이 필요한 모양이야. 내게 맞는 길로만 나간다면 누구 지지 않게 돈도 벌 수 있겠지만”
 
107
쬬는 정색을 하며 말을 한다.
 
108
“그렇게 됐으면 좀 좋겠어요. 그래 당신 가실 길이라는건 무엇얘요?”
 
109
“다시 바다로 가는 것.”
 
110
선인의 안해들의 반 과부 생활이 싫여 쬬를 집에 잡아 둔 것은 바로 쬬애너 자신이다. 그러나 이제와서 쬬애너의 욕망은 이 마음을 꺾었다.
 
111
“그래 성공은 정말 그 길에 있다고 생각하슈?”
 
112
하고 물었다.
 
113
“다른 데 없다고 믿으오.”
 
114
“그래 가시고도 싶고?”
 
115
“그야 가기가 좋와서 가는 건 아니지, 내 집 뒷방에 들어 있는 것같은 그런 낙이 있는 건 아니니까. 똑 바로 말을 하면 바다에 애착이 있는 건 아니야. 그전에도 그리 애착이 있었던 건 아니란 말요. 그러나 당신이나 어린 놈들의 재산 문제를 생각하면 문제가 달라지니까 나같이 바다에서 나서 바다에서 자란 사람에겐 이 길 밖에는 없다는 말요.”
 
116
“한 재산 작만하려면오래 걸릴까?”
 
117
“그야 봐야 알지, 그닥지 안 걸릴지도 모르긴 하지만.”
 
118
이튿날 아침 쉐이드랙은 그가 바다에서 돌아와서 처음 몇달 동안을 입고 다니던 항해복을 농장에서 꺼내어 곰팡을 털어 입고 선창으로 나갔다. 항구는 ‘뉴우운드드’와의 무역을 전만은 못한 여지껏 꽤 융성하게 하고 있었다.
 
119
얼마 아니해 쬬는 있는 것을 다 털어 어느 범선 한 척의 공동 소유권을 사 가지고 그 배의 선장이 되었다. 두 서너달 연해를 항해하는 동안에 쬬는 잡화상을 하노라고 뭍에서 올렸던 때를 말끄럼이 떨어 버렸다. 봄이 되자 배는 뉴우운드드를 향해 떠났다.
 
120
쬬애너는 두 아들과 집에 있었다. 두 아들은 차차 실한 총각들이 되어 항구와 선창 근처에서 여러가지 일에 종사하였다. 속심 좋은 어머니 생각은
 
121
“좀 일들을 시기면 어떤가. 부드기 해서 우선 하는 것이지. 애들 아버지가 돌아오면 열일곱 하고 열여덟살 밖에 안되는데 그때는 바다일을 고만 두게 하고 가정교사를 구해서 충분히 교육을 시킬 것이고, 돈만 있으면 에밀리·스터어의 애지중지하는  두 아들만 못지 않게 幾何[기하]며 탄을 배운 신사도 될 수 있단 말이지.”
 
122
쬬의 돌아오겠다 한 그 날짜가 차차 가까워 그날이 왔다. 그러나 배는 아니 돌아왔다. 쬬애너는 범선이란 오는 날이 늘 불확실한 법이라 늦는 것이 근심될 일은 아니라고 믿었다. 그 믿음은 사실로 증명이 되어 온다고 한 날짜에서 한달쯤 늦어진 어느 비 오는 날 저녁 이식해서 배가 들어온다는 소문이 들리고 얼마 안해 뱃사람식의 뚜벅뚜벅하는 발자욱 소리가 출입문께서 들리며 쉐이드랙이 안으로 들어왔다. 두 아들은 밖앝에 나가 아버지를 보지 못하고 쬬애너 혼자서 앉어 있었다.
 
123
두 사람의 떠났다가 만난 첫 반가움이 지나가자 쬬는 조고만한 투기적 사업을 하난 한 것이 그 결과가 좋았고 그 때문에 늦어졌다는 설명을 했다.
 
124
“당신을 실망하게 안 해줄 작정이었단 말이오. 사실 그대로 된줄로 당신도 생각해 줄거요.”
 
125
이런 말을 하며 그는 짹이 죽였다는 거인의 돈 주머니 같은, 뚱뚱하고 둥근 커다란 부대 주머니를 꺼내서는 끈을 끄르고 속에 있는 것을 화덕 옆, 낮은 의자에 앉어 있는 쬬애너 무릎 우에 쏟아 놓았다. ‘쏘뻐린·기니’(당시에는 ‘기니’가 있었던 것이다.) 데미가 와르르 소리를 내며 차마자락이 마루바닥에 닿도록 무겁게 쬬애너의 무릎 앞에 쏟아졌다.
 
126
“자!”
 
127
쉐이드랙은 득의 만면해서
 
128
“내가 해 놓는다고 당신더러 말을 하지 않았오? 자 말대로 했오, 못했오?”
 
129
하였다. 그러나 쪼애너의 낯에는 처음 돈을 받을 때에 흥분했던 그 빛이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130
“참 많구먼요, 그런데 이것 뿐예요?”
 
131
하는 쬬애너의 말에
 
132
“이것 뿐이라니? 여보 그 뭉치가 삼백 ‘파운’은 될 건데. 한 재산야!”
 
133
“그야 바다에서 생각을 하면 한 재산이죠. 그렇지만 어디 육지서야…….”
 
134
하여간 쬬애너는 그 당장은 돈 생각을 않기로 했다. 좀 있다가 아들들이 왔고 다음 주일날 쉐이드랙은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다. 이번에는 일반 감사 기도 중의 斜書體[사서체]의 더 평범한 구절을 택했다. 그러나 며칠후 돈을 투자하는 문제가 났을 때 쬬는 자기가 생각했던 것처럼 쬬애너가 만족해 하지 않는 것 같음을 말하였다. 안해는 대답하였다.
 
135
“이거 보시구려, 우리는 몇 백으로 세는데 저 집에선 몇 천으로 센단말요.”
 
136
머리로 길 건너편을 가르치며
 
137
“당신이 떠난 후로 쌍두 마차를 부린다나?”
 
138
“아, 그래?”
 
139
“이것 봐요, 당신은 세상이 어찌 돼 가는지를 몰라요. 하여튼 힘껏 해봅시다. 하지만 저 집은 부잔데 우리는 역시 가난하단 말이지.”
 
140
그해 일년의 대부분은 그럭저럭 보냈다. 쬬애너는 수심을 띠우고 집안과 가게를 돌아다녔고 두 아들은 여전히 항구 근처서 일을 하였다. 어느날 쬬가
 
141
“당신의 왔다갔다 하는 것을 보면 여태도 못 만족해 하는 줄을 알겠오.”
 
142
하고 말을 한즉
 
143
“만족치 못하지 뭐유? 우리집 자식들은 스터어집 배를 부려 먹고 살아갈게 아뉴? 그전엔 내가 에밀리보다 났었는데.”
 
144
하고 쬬애너는 말하였다.
 
145
남과 왈가왈비를 하기 싫여하는 죠라 그저 더 한번 항해를 해 볼가하는 생각이라고 중얼거리고 말았다. 며칠을 두고 곰곰이 생각하다가 어느날 오후 선창에서 들어와 벼란간 이런 말을 하였다.
 
146
“이거보오, 한 번만 더 바다엘 가면 당신 뜻대로 될텐데 한가지 조건이…….”
 
147
“뭬 뜻대로 된단 말이슈?”
 
148
“몇 백이 아니라 몇 천 ‘파운’으로 셀 수 있게 된단 말요.”
 
149
“조건은 무언데?”
 
150
“애들을 데리고 함께 가면 말야.”
 
151
쬬애너는 낯빛이 질렸다. 그래 황겁하게
 
152
“그런 말은 그만 두슈.”
 
153
하고 말을 막았다.
 
154
“왜?”
 
155
“그런 말은 듣기가 싫구려. 바다는 위험한 덴데 그 애들이 점잖은 지위에 가길 바라지 누구라 위태한 데 가기를 바라겠우? 목숨을 내 놓고 바다에를 가게 할 수는 없어요, 그건 못될 일예요!”
 
156
“아, 그럼 고만 두지.”
 
157
다음날 한참 잠잠히 있다가 쬬애너는 묻기를
 
158
“저 애들과 함께 가기만 하면 아마 이익엔 여간 차이가 나는 게 아니죠?”
 
159
“혼자 애쓰는 것의 삼배가 되지. 내가 보살필테니 말하자면 나같은 사람이 셋이 있는 셈이란 말요.”
 
160
얼마 또 후에
 
161
“좀 더 그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슈.”
 
162
하는 쬬애너의 청이 있었다.
 
163
“사실 말이지 그 애들이 거이 선창 못지 않게 배를 잘 부린단 말요. 그리고 북해에는 이 항구 근처의 해변보다 더 고약한 데가 없고 그 애들은 어렸을 때 부터 여기서 연습을 한게 돼서 아주 든든하단 말요. 든든하고 믿엄성있는 점으론 그 애들 나이먹은 사람이 여섯이라도 못 당하지.”
 
164
“그래도 바다는 위험한 데 아녜요? 요새는 또 전쟁이 있다는 소식도 있구한데.”
 
165
쬬애너는 불안스럽게 묻는다.
 
166
“위험야 있지 하지만……”
 
167
이 생각이 점점 더 자라고 커져 필경 모성의 애정이 묺어지고 말았다. 에밀리의 지나치게 보호자연하는 태도를 견딜 수가 없었다. 쬬애너는 자기들의 빈한을 남편에게 찡얼대지 않을 수가 없었다. 두 아들도 아버지처럼 마음이 좋았다. 그래 장사길로 바다에 가보면 어떤가 한즉 쾌히 가볼 뜻을 보혔다. 바다를 굳이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버지나 다름이 없으나 계획을 다 듣고 나선 열심으로 함께 가기를 청하였다.
 
168
이렇게 되고 보니 마지막 결말은 어머니의 말 한마디에 달렸다. 쬬애너는 얼마를 끌고 있었다. 그러나 종당 두 아들이 아버지를 따라가도 좋다는 허락을 하였다. 쉐이드랙은 이 말을 듣고 퍽 좋아하며 하나님이 여지껏 자기네들을 보호해 주신 것을 감사하였다. 하날은 충성된 그들을 저버리지 않으실 것이다.
 
169
쬬네는 전 소유를 이 사업에 기우렸다. 잡화상점의 상품은 남편이 없을 ‘뉴우운드랜드’무역기간을 쬬애너가 지당해 갈만한 최소한도의 정도로 주려 버렸다. 전번에는 아들들이나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렇지도 못한 지리한 세월을 쬬애너는 어떻게 보낼지 알지 못하였다. 그러나 쬬애너는 이 달련을 견딜 결심이었다.
 
170
배는 단화 장화 기성복 漁獵器具[어렵기구] ‘삐터어’ ‘치이’바와 노끈 帆布[범포] 등과 그외의 여러가지 상품을 실고 떠났다. 올 때에는 기름 羽毛皮[우모피] 魚物[어물] 과실 등 무엇이고 구할 수 있는 것은 가지고 오기로 했다. 그리고 왕로나 귀로에 다른 항구들과 투기적 무역을 해서 큰 돈을 벌어볼 계획이었던 것이다.
 
171
배는 봄 어느 월요일 아침에 떠났다. 쬬애너는 그 출범을 보지 못 하였다. 자기 스스로 만들어 놓은 그 광경을 쬬애너는 자기로서 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럴 줄 알고 남편은 그 전날 밤 다음날 한나잘 전으로 떠날 예정이라는 막연한 말을 해 두었다. 쬬애너는 이튿날 아침 다섯시에 깨어 아랫층에서 버스럭대는 소리를 듣고서도 남편이 전번처럼 아홉시께나 떠나려니 하고 작별할 때의 마음 준비를 하노라 급히 나려가 보지를 않았다. 그리다가 나려간즉 장농 斜面[사면]에 백묵으로 쓴 글짜들이 보힐 뿐 남편도 아들도 없었다. 작별로 쬬애너를 괴롭히기가 싫여 이렇게 떠난다는 쉐이드랙의 급히 갈겨 쓴 글 줄과 그 아래에 ‘어머님 안녕히 계십시오.’한 두 아들의 필적이 있었다.
 
172
쬬애너는 선창으로 달려가 항구의 푸른 바다 저편을 바라 보았다. ‘쪼애너’호의 돛대와 바람 싫은 돛은 보히나 사람은 볼 길이 없었다. ‘내가 가게 한 것이다.’ 부르짖는 쬬애너의 두 눈에는 눈물이 넘쳐 흘렀다. 집에 남은 ‘안녕히 계십시오.’라고 쓴 백묵 글자들이 쬬애너의 가슴을 어이는 듯 하였다. 그러나 앞방으로 돌아와 에밀리네 집을 바라본 때 장차 자격지심의 괴로움에서 해방될 수가 있다는 예감에 쬬애너의 여윈 얼굴은 승리의 빛을 띠었다.
 
173
사실 공정하게 말을 하자면 에밀리·스터어가 난체 한다는 것은 거이다 쬬애너 머리에서 생겨난 것이었다. 쬬애너의 생활 환경이 에밀리보다 낮다는 사실은 에밀리 역 감출 길이 없었으나 둘이 만났을 때 ─ 이제 와서 별로 만나는 일도 없었지만 ─ 에밀리는 백방으로 그 차이를 보이지 않으려고 애를 썼던 것이다.
 
174
첫 여름이 지났다. 쬬애너는 지금엔 창문 하나와 계산기 하나 밖에 안되는 가게를 봐 가지고 겨우 호구를 하였다. 사실 에밀리가 유일한 큰 고객이었다. 스터어부인의 무슨 물건이던지 그 품질여하를 불문하고 사주는 친절 그것이 곧 보호자나 施主[시주]의 관후한 태도라, 쬬애너의 마음을 찌르는 가시가 그 속에 있었다.
 
175
길고 지리한 겨울이 됐다. 백묵으로 작별 인사를 보호해 두기 위해 장농면을 벽을 향해 돌려 놓았다. 쬬애너는 차마 그것을 지워 버릴 수가 없었다. 그리고 때때로 그 글을 보고는 눈물을 지었다.
 
176
에밀리의 귀여운 아들들은 겨울 방학으로 집에 돌아와서 대학 이야기를 하였다. 쬬애너는 물에 빠진 사람처럼 숨을 죽이고 살아 갔었다. 한 여름만 더 지나가면 무역기간이 끝이 난다. 그 기간이 끝날 임시해 에밀리는 예전 친구를 찾아갔다. 쬬애너가 몇달째 남편과 아들의 편지가 없어 근심을 하기 시작했다는 소문을 들었던 것이다.
 
177
쬬애너는 묵묵히 에밀리를 맞었다. 좁은 계산기 뒤를 뻐기고 상점 ‘팔라’ 뒷방으로 들어갈 때 에밀리의 비단옷이 유난스리 사각소리를 내었다.
 
178
“에밀리는 성공을 했는데 나는 아주 그 반대지!”
 
179
하는 쬬애너의 말에
 
180
“왜 그런 말을 하오. 들이니 인제 한 재산 벌어가지고 오신다든데.”
 
181
하고 에밀리가 대답하였다.
 
182
“글세, 벌어 가지고 올가? 여자로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의심이 나는구려. 셋이 죄다 한배에 탔으니 좀 생각을 해보오! 게다가 몇달을 두고 편지도 없구려.”
 
183
“여직 오신단 한이 다 된 것도 아닌데 미리 생 근심은 왜 하오?”
 
184
“없는 도안에 내가 한 고생은 아무걸 가지고도 못 바꿀걸.”
 
185
“왜 애최 가시게를 했우? 꽤 잘들 나셨는데.”
 
186
“내가 가게 했어!”
 
187
쬬애너는 싹 에밀리에게로 돌아서며 말하였다.
 
188
“보낸 까닭을 말할테니 들어 보오. 당신네는 부자로 잘 살고 우리는 겨우 겨우 지나가는게 참을 수가 없었단 말요. 이제 실토를 했으니 미워할테건 미워하구려!”
 
189
“내가 어떻게 쬬애너를 미워하오?”
 
190
에밀리는 그후로 이말의 증거를 보였다.
 
191
가을이 다 갔다. 배 올 때가 되었는데 해변 몰골에 ‘쬬애너’호는 형적도 보히질 않았다. 정말 불안해진 때였다. 쬬애너는 화덕 옆에 앉어 와아 하고 바람이 불 때마다 몸서리를 쳤다. 쬬애너는 본시 바다를 무서워 하고 싫여 하였다. 바다란 여자의 슬픔을 좋아하는 믿을 수 없는 고요할 줄을 모르는 징그러운 물건이었다.
 
192
“그래두 돌아들 오지!”
 
193
하고 그는 중얼거렸다. 쬬애너는 쉐이드랙이 떠나기 전에 만일 자기네가 이번 행보에 성공을 해가지고 무사히 돌아오면 그 전 파선을 면하고 돌아왔을 때 모양으로 두 아들과 함께 교당 안에 꿇어 앉어 구원해 주신 감사를 진심껏 하나님께 드리겠다고 말한 것을 기억한다. 쬬애너는 조석으로 교당에 가 內陣[내진] 계단에 제일 가까운 앞 자리에 앉어 항상 쉐이드랙이 파랗게 가치 젊었을 그 시절에 꿇어 앉았던 계단을 바라보았다. 쬬애너는 이십년 전 그가 무릎을 끓었던 그 자리를 역력히 기억한다. 모자를 게단 옆에 놓고 꿇어 앉았던 그의 모습을 기억한다. 하나님은 착하신지라 남편은 돌아와 그가 말한 것처럼 쬬오지는 여기, 짬은 저기 앉히고 다시 무릎을 꿇을 수 있을 것이나 그곳을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세 사람이 돌아와 거기 무릎을 꿇고 앉인 듯 하였다. 두 아들의 날신한 윤곽과 그들대로 좀 더 웅장한 모습이 손을 마주 잡고 동편 벽을 배경으로 나타나 보이는 듯 하였다. 공상은 거이 환각으로 변하였다. 피곤한 눈으로 계단에 바라뵈는 세 사람의 모습을 그곳에 아니 볼 때가 없었다.
 
194
그러나 삼부자는 돌아오지 않었다. 자비하신 하나님이시나 아직 쬬애너의 영혼을 위로하려 하시지 않았다. 이것은 세 사람을 자기 양신의 노예로 만든 쬬애너의 속죄였었다. 불원해 속죄의 경계를 넘어 쪼애너의 마음은 절망에 가까와졌다. 와야 될 때가 여러달이 지났건만 배는 오질 않았다.
 
195
쬬애너에게는 늘 그들이 돌아오는 소리가 들리는 듯 돌아오는 모습이 보이는 듯 하였다. 물골이 환히 내다뵈는 항구 뒤 언덕웅 섰다가 남으로 묘막한 바다 수평선 저쪽에 적은 무엇만 보여도 그것이 꼭 ‘쬬애너’호의 큰 돛대 끝으로 생각이 되었다. 안에 있다가 큰 길이 선창으로 뚫린 시립창고 근처에서 무슨 떠드는 소리만 들리면 쬬애너는 “왔구나!”하며 벌컥 일어서곤 하였다.
 
196
그러나 온 것이 아니었다. 주일날 오후마다 세 환영은 내진 계단에 꿇어 앉으나 참 사람들은 있지를 않았다.
 
197
가게는 저절로 없어졌다. 괴로움과 설음에 맧을 잃고 조곰식 물건 사 놓던 것 조차 그만 두게 되어 자연 손님이 아주 없어지고 말었다. 쬬애너가 이런 고경에 있을 때 에밀리·스터어는 백방으로 도와 주려 하였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거절을 당하였다. 에밀리가 가서 도움 받기를 청하면 쬬애너는 목쉰 소리로
 
198
“당신이 싫어! 당신을 볼 수가 없어!”
 
199
하고 말하는 것을 에밀리는
 
200
“그래도 돕고 위로해 드리고 싶은걸 어쩌오.”
 
201
하는 것이었다.
 
202
“당신은 남편에 귀여운 아들들이 있는 귀부인이지! 날 같은 외토리 ‘파라’가 무슨 필요가 있어요!”
 
203
“이것 봐요. 이렇게 합시다. 이런 음 쓸쓸한데 더 게시지 말구 우리 집에 와서 함께 사십시다.”
 
204
“나갔던 사람들이 와서 아무두 없으면 어떻게 하라고, 나간 사람들과 내 세를 아주 끊고 싶은거구려? 안될 말, 나는 여기서 살아요! 당신이 싫여! 암만 잘해 줘도 고맙지가 않아.”
 
205
그렇지만 시일이 갈수록 쬬애너는 수입 없이 가겟세를 내갈 수가 없었다. 남편과 아들이 돌아오지 않을 줄을 알고 억지로 스터어집 신세를 지기로 응낙을 하였다. 언제든지 이 집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출입할 수 있는 삼층에 방 하나를 따로 정하였다.
 
206
쬬애너는 머리털이 반 백이 지나 거운 백발이 되고 이마에 굵은 주름이 지고 여윈 몸이 앞으로 굽어졌다. 그러나 아직도 나간 사람들이 오기를 기다리며 층층게에서 에밀리를 만나면 좋지 않게
 
207
“날 데려 온 까닭을 알아! 나갔던 사람들이 도라와 보면 내가 없이 낙심을 하고 혹 되 나가 버릴지 모르지, 그래야 내가 쉐이드랙을 뺏은 복수가 될테란 말이지!”
 
208
에밀리·스터어는 고민의 구렁에 빠진 사람의 이러한 원망을 참았다. 그는 ─‘헤이풀’에 사는 모든 사람들은 ─ 쉐이드랙과 그 아들들이 확실히 바다에 빠져 죽은 줄을 안다. 그러나 쬬애너는 밤에 무슨 소리에 잠이 깨면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이 오지나 아니 했나 하고 껌벅대는 등불을 내쳐 건너편 가게를 바라보곤 하였다.
 
209
“쪼애너”호가 떠난지 육년후 어느 습기 있고 컴컴한 섯달 밤 일이다. 바람이 바다 편으로서 들여 불고 고기 비린내가 나는 안개가 젖은 포목 같이 얼굴을 덮었다. 쬬애너는 여러달 동안 느껴 보지 못한 열심과 확신을 가지고 나간 사람들을 위해 기도를 올렸다. 그리고 열한시나 돼서 잠이 들었다. 그가 깜짝 놀라 깬 때는 아마 한두시 새쯤 되었으리라. 길에서 발자죽 소리가 나며 쉐이드랙과 두 아들의 잡화상점 문 앞에서 부르는 소리를 쬬애너는 분명히 들었다. 자리에서 튀어 나와 무엇을 몸에 걸었는지도 거이 모르고 에밀리 집의 넓은 ‘까아펱’깐 계단을 뛰어 나려 낭하 ‘테이불’우에 촛불을 놓고는 문꼬리와 비짱을 벳기고 거리로 나갔다. 선창께서 몰려 오는 안개 까닭에 그렇게 가까운 건너편 가게가 보히질 않았다. 그러나 쬬애너가 곧 거리를 건너 갔을 때, 괴이도 하다, 아무도 없질 않은가? 가엾은 이 미인은 맨발로 미친듯이 우 아래를 헤매었으나 사람은 뵈질 않았다. 쬬애너는 전날 자기 소유이던 가게로 돌아와 있는 힘을 다해 문을 두드렸다. 돌아온 사람들이 아침까지 자기를 , 괴롭히지 않으량으로 그 밤은 그냥 그 집에서 지나기로 했는지도 모른다. 몇 분을 지나서야 가게를 경영하는 젊은 사람이 웃 창문으로 내다 보았을 때 사람 같은 해골이 반 나체로 아래 서 있는 것이 보혔다.
 
210
“누가 오지 않았오?”
 
211
해골 같은 쬬애너가 물었다.
 
212
“아, 쬬부인이시군. 누구신지 몰랐습니다.”
 
213
근거도 없이 기다리는 마음이 얼마나 쬬애너를 괴롭게 하는가를 아는 까닭에 젊은 사람은
 
214
“아무도 오지 않았습니다.”
 
215
하고 친절하게 말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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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해를 위하야 [제목]
 
  김상용(金尙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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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3년 02월 0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