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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영 검토(1) - 사상, 작품, 문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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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7.5
김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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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영 검토(1) - 사상, 작품,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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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이 그에게 지금의 인기를 갖게 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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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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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영 씨의 작품의 거개가 농촌을 배경으로 한 것이다. 간혹 농촌에서 도회에로 작가적 시각을 돌리기는 하나 여태까지는 대체로 실패한 모양이다. 농촌도 충청도 - 아마 씨의 고향이 천안이라 하니 씨의 소설에 나오는 농촌은 대개가 천안 부근일는지 모른다. 이 천안 부근의 농촌을 통하여 우리에게 씨가 보여준 농민의 생활을 보면 씨는 확실히 확고한 세계관을 파악하고 현실사회를 본질과 현상 그리고 모순과 당착과 결함 속에서 가장 투철하게 예술적으로 형상화하는 작가인 듯싶다. 씨의 세계관을 형성하고 있는 것은 강렬한 유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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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의 작품이 다소 자연주의적 영향을 깨끗이 버리고 있지 못하는 것도 결코 사상적 토대가 건전하지 못한 탓은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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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가 그의 소설 중에서 즐겨서 묘사하는 것은 대지주보다도 사음(舍音, 마름)이고 사음에게 할키우는 소작농의 군상들이다. 중산계급의 몰락 혹은 소작농의 빈농으로의 전락과 노동자에로의 전화 - 이런 것을 그리는 씨의 붓은 씨의 사상이 현실사회에 대한 극도의 불만에 근거한 것을 말하고 있다. 그러므로 대지주의 면모를 고리대로밖에 못 그리고 또한 현실에 대한 씨의 붓이 근대적 산업 속에 들어오지 못하고 그런 까닭에 산업자본가 금융자본가 또는 근대적 기업가를 그림에 서투른 것도 전혀 씨의 체험과 생활의 일면성에서 오는 결과이지 사상이 낡은 탓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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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괄하여 말한다면 씨는 사회주의적 사상을 가진 작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이상 더 날카로운 사상을 가진 작가는 현재의 조선에는 있는 것 같지 않으며 공산주의 작가도 있는 것 같지 않다. 간혹 그런 사상을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이가 있을는지 모르나 공산주의자란 실천을 떠나서는 있을 수 없으니깐 현재 글을 쓰는 작가는 하나로 이 사상의 소지자로 간주할 수는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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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적 사상이라면 그러므로 그 말 자체가 다소 애매하고 다양성을 내포하고 있으나 이기영 씨의 사상을 말하라면 역시 이런 것이 아닐런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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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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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의 작품은 위에서도 말하였거니와 농민의 생활을 그린 것이 많다. 그리고 씨가 늘 그리는 것은 빈궁이다. 빈궁이 만드는 가지 가지의 슬프고 또 비참한 이야기를 다양적으로 그리는 작가는 조선에서 이씨가 으뜸일 것이다. 그러므로 씨가 한번 부유(富裕)를 그리려고 하면 붓은 고정화하고 구상과 나오는 인물도 유형화되는 수가 많다. 사음이든가 고리대금업자가 나오고 첩이 나오고 그의 아들 중의 하나는 이런 생활에 반기를 드는 신사상을 가진 지식청년 - 이렇게 판이 박혀있다. 씨의 십여 년에 이르는 작품행동은 물론 「고향」에서 완결되었는데 씨의 작품의 장점과 단점이 이 속에는 전부 뚜렷하게 나와 있다. 그 뒤에 쓴 몇 개의 단편도 「고향」속에 있을 듯한 삽화의 한 가닥 같은 것이 많았고 씨의 그 뒤의 창작태도가 빠졌다는 침체 혹은 유형화란 것 이것을 말함이 아닐까. 이것을 깨달았음인지 씨는 눈을 돌려 「인간수업」을 써서 새 방면을 개척하려 하였다. 그러나 역시 농촌을 그리는 것 같이 용이하게 성공치는 못한 모양이다. 현재 조선일보에 연재되는 「어머니」는 아직 몇 회 나지 않았으므로 알 수 없으나 「고향」의 복사는 아닐 것이다. 사실 이씨의 장래는 「고향」을 토대로 하여 「고향」을 완전히 떠나버리고 타관으로 출향하는 데서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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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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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그러므로 이른바 문장가는 아니다. 쓸 데 없는 반복과 되풀이와 군더더기와 잔소리가 어지간히 많이 들어 있는 것이 사실인 것 같다. 씨의 작품 속에서 자연주의적 냄새가 남아 있다는 것도 물론 창작적 태도 그 자체에 원인이 있겠지만 문장에서도 많이 영향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농촌의 풍경과 그 속에 안기어 영위되는 농민들의 생활을 이기영 씨 이상 아름답고 윤택 나게 그리는 문장을 아직 조선문학은 가지고 있지 못하다. 읽을 때에 혹은 읽고 난 뒤에 눈 앞에 움직이는 풍경과 인물 - 그리고 오랫동안 마음을 묻게 하고 그 향기 속에 취하게 하는 문장은 결코 나쁜 문장이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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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스트로서 씨가 문장을 수련하고 일층의 완벽을 기하려면 - 한 가지를 그림에 그 말이 아니고는 나타낼 수 없을 단 한 마디의 말을 선택하기에 노력하여 이여(爾餘)의 쓸 데 없는 말을 전부 내어 버리는 데 노력할 것, 그리고 문장을 그가 표현하려는 내용에 맞추어 호흡시키는 데 노력할 것, 표현의 가일층의 적응성에 힘쓰고 평면적 문장 대신에 입체적 문장을 만들기에 힘쓸 것, 그리고 마지막으론 한문투의 소어(所語)를 삼가 쓸 것 등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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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모든 점에 유의하고 끝으로 모던 센스를 좀더 씨의 문장이 고려하면 씨는 결코 남에게 지지 않을 대문장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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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적인 것이 못되고 망평〔妄評〕에 빠져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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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림』, 1937년 5월호, 특집)
【원문】이기영 검토(1) - 사상, 작품,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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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천(金南天) [저자]
 
  # 풍림 [출처]
 
  1937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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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11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