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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監督)의 안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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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2.3
채만식
1
監督[감독]의 안해
 
2
〔인물〕
3
전(全)……직공 감독
4
안해……여직공
5
……4,5세 가량
6
모풀
7
폭력단
8
형사
 
9
〔시대〕
10
1931년 겨울
 
11
〔장소〕
12
경성
 
13
〔무대〕
14
전 일가의 집. 정면 우수로부터 부엌, 안방, 마루, 건넌방이 보이고 부엌 옆으로는 다시 조그마한 장독간이 있다.
15
앞 툇마루 앞으로 좁은 대뜰과 그 앞으로 다시 좁다란 마당이 있다. 좌수로는 담이 보이고 담이 집과 닿은 건넌방 모로 일각문이 닫기어 있다. 담 밖은 넓은 길. 마당과 마루 구석 같은 데는 그럴듯한 곳에 그럴듯한 살림 나부랑이가 놓여 있다.
16
아침 일찍 전기불이 나가기 전. 막이 열리면 벤또 꾸러미를 옆에 낀 전이 나갈 채비를 차리고 대뜰 위에 서서 안방을 노려본다. (4, 5초 침묵)
 

 
17
    (버럭 성난 소리로) 아니 나올 테야?
 
18
방에서는 아무 대답이 없다. 전은 한참 씨근씨근하고 섰다가 와락 마루 위로 올라서며 방문을 홱 열어젖힌다. 딸이 겁을 집어먹고 꺄웃이 내어다본다.
 
19
    아니 나와?
 
20
안해   (한손으로 딸의 머리를 짚고 한손으로 문지방을 잡고 나타나서) 왜 나오라고 이 성화요? 성화가.
 
21
    성화는 누가 성화야?
 
22
안해   (못 들은 체하고 먼산만 바라본다)
 
23
    (씨근씨근하다가 억지로 참고 좋은 말로 타이르듯이) 그리지 말고 어서가, 좋게 일를 때에 말을 들어요.
 
24
안해   (보지도 아니하고) 싫여요 못가요.
 
25
    왜 못가?
 
26
안해   (무언)
 
27
    어서 나와요. 그만두더래도 이번 일이나 귀정이 난 뒤에 그만두어요. (間[간]) 글쎄 내 체면도 좀 보아주어야지…… 그래 나는 명색 감독 놈이라고 윗사람들이 믿고 일을 맡겨보는데 여편네 되는 사람은 그 못된 년놈들하고 합심이 돼서 동맹을 하느니 어쩌느니 하니……
 
28
안해   왜? 동맹파업을 한 것이 잘못인가? 당신은 회사가 그렇게 고맙고 무서운지 모르겠소만 우리는 고마울 것도 없고 무서울 것도……
 
29
    (질려) 글쎄 그러니까 이번 일이 귀정만 나거든 그때에 그만두라고 아니해?
 
30
안해   귀정이 나면 왜 그만두어요? 더 잘 다닐걸. 누가 공장엘 그만 둘 양으로 동맹파업을 한 줄 아시우?
 
31
    글쎄 나중에야 다니건 않건 어서 나와요. 명색 감독놈이 제 여편네 하나도 부리지를 못하고 어떻게 수많은 다른 직공을 감독하느냐고 회사에서는 날마다 성화를 해요.
 
32
안해   (가볍게 웃으며) 그러니까 그 아니꺼운 꼴을 당하지 말고 우리 편이 되시구려.
 
33
    (들은 성도 아니하고) 자, 어서 나와요. (딸을 보고) 너도 나와 응. 가서 오늘도 아주머니 집에 가 놀고 있어 응. 이리 나와.
 
34
    (나오려고 한다)
 
35
안해   (붙잡으며) 어데 가니! 가지 마라. 어머니하고 집에 있어.
 
36
    (성을 내기 시작한다.) 아니 끝내 이럴 테야?
 
37
안해   (보지도 아니한다)
 
38
    (소리를 높여) 끝내 이럴 테야.
 
39
안해   무얼 이러구 저러구가 무엇 있어 그래요!
 
40
    무어야?
 
41
안해   무엇을?
 
42
    (다궂듯이) 끝내 아니 가고 이럴 테야?
 
43
안해   아니 가요.
 
44
    (버럭) 웨 아니 가?
 
45
안해   아니 갈 만하니까 아니 가지.
 
46
    무엇이 아니 갈 일이야?
 
47
안해   당신까지 참견할 일 아니여요.
 
48
    그래도 아니 나와?
 
49
안해   (본 체도 아니한다)
 
50
    (벼르며) 아, 이년이……
 
51
안해   왜 식전부터, 이년 저년하고 이 기승이야! 별일을 다 보겠네.
 
52
    무어야? (노려본다) 이년이 이만큼이라도 살어가는 것이 회사 덕인 줄은 모르고 왜 괜히 이 지랄이야 지랄이?
 
53
안해   흥, 무척 고맙겠소. (방백) 어쩌면 사람이 저렇게 속이 없어!
 
54
    (들은 체 아니하고) 되지 못한 년놈들이 괜히 (間[간]) 같잖게 동맹이란 다 무어 말러비틀어진 거야, 이 오랄질 놈년들아!
 
55
안해   글쎄 그러니까 당신이나 어서 가서 소같이 말같이 일이나 잘해 주어요. 남의 참견은 그만두고.
 
56
    이년아, 글쎄 너 때문에 나까지 말을 들으니까 말이야 이년아.
 
57
안해   (방백) 녀편네 없는 사람도 공장에만 잘 다녀먹더라!
 
58
    (노려보다가) 그래도 냉큼 아니 나오고 이렇게 조동아리만 놀릴테냐?
 
59
안해   (무언)
 
60
    (훌훌 뛸 듯이) 저런 오랄질 년이 어데 있어!
 
61
안해   (맞서며) 왜 글쎄 식전부터 이 욕질이야 욕질이? 내가 종의 새낀가!
 
62
    아니면 어때 이년아.
 
63
안해   별 궂은 놈의 꼴을 다 보겠네. 그저 가만히 듣고 있으니까 점점 더해.
 
64
    (말대꾸를 하려다가 마침 어데서 울려오는 사이렌 소리에 움칫하여 시계를 꺼내 보고는 허둥지둥 돌아서서 일각문으로 나가며) 어데 보자 이년.
 
65
안해   (방문을 닫으면서) 무척 무섭겠군!
 
66
    두고 보아 이년아. (쿵쿵 걸어가서 일각문을 와락 열고 가버린다)
 
67
무대는 5, 6초 동안 비었다가 모풀이 좌수 담밖길로 나타나 어릿어릿한다.
 
68
모풀   (일각문으로 꺄웃이 굽어다보며) 헴.
 
69
안해   (방에서) 누구야?
 
70
    (방문을 열고 내어다본다)
 
71
모풀   아가, 어머니 계시냐?
 
72
안해   (소리) 누구야. (나온다)
 
73
모풀   나올시다.
 
74
안해   네, 아이고 난 누구라고…… 들어오세요.
 
75
모풀   (마당으로 들어선다)
 
76
안해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일쯕.
 
77
모풀   네……(싱긋 웃으며) 발써 왔지요. 와서 싸흠 구경을 하느라고……
 
78
안해   (따라 웃으며 그러나 뾰롱해서) 다 들으섰어요. 글쎄 그 망할 인간 좀 보세요.
 
79
모풀   네 다 들었읍니다.
 
80
안해   그리구 욕을 어떻게 그렇게 더럽게 해요! (間[간]) 그런데?
 
81
모풀   네, 그 일 말씀입니다.
 
82
안해   네.
 
 
83
(18행 약)
 
 
84
안해   (문을 지쳐놓고 방으로 들어간다)
 
85
무대가 점점 어두워오다가 완전히 어두워가지고는 다시 차츰차츰 밝아오기 시작한다. 완전히 밝아진 뒤의 조명은 황혼인 것을 보여야 한다. 안해는 부엌에서 밥을 짓는 것이 희미하게 어릿어릿하게 보인다. 잠깐 침묵. 전이 지쳐둔 일각문을 벼락같이 열어젖히고 들어선다. 옷이 모두 찢어지고 얼굴에 상처가 났다. 술이 약간 취하였다. 안해는 부엌에서 고개를 내어밀고 내어다보다가 행주치마에 손을 씻으며 나타난다.
 
86
    (툇마루에 펄씬 걸어앉아 골이 잔뜩 나가지고 안해를 노려본다)
 
87
안해   (심상하게) 인제 오시우?
 
88
    (씨근씨근하고 노려보기만 한다)
 
89
안해   (모른 체하고) 어데서 또 싸움을 했수? 옷이 저게 무어야!
 
90
    그년 사람 잡어먹겠네.
 
91
안해   (짐짓 놀라며) 왜 또 사람을 못 잡어먹어서 이리우? 어서 방으로 들어가요. 옷 내어드리께. (마루로 올라서려 한다)
 
92
    (버럭) 어델 들어가.
 
93
안해   왜?
 
94
    왜? 야 이년아, 나가 당장에.
 
95
안해   왜 또 기승을 피우고 이래요.
 
96
    허 그년 참 사람 잡어먹을 년이네. (뻔히 치어다보다가) 죽여놓기 전에 당장에 나가거라.
 
97
안해   미쳤나! 웨 괜히 나가라구 이래요.
 
98
    (벼르며) 그래도 아니 나갈 테야.
 
99
안해   (맞서며) 왜 나가래요? 왜 내가 행실이 궂소? 왜 괜히 나가래요 나가라길.
 
100
    아 이년아, 내가 모르는 줄 아니?
 
101
안해   무얼 알아 무얼? 무엇 때문에 그래요. 무엇 때문에 응.
 
102
    너 이년아, 오늘 회사에 무엇하러 왔어?
 
103
안해   갔으면 어때? 나 볼일 있어 갔어.
 
104
    (뻔히 치어다보며) 저년 봐. (間[간]) 이년아, 뉘 주둥아리로 그 말이 나와?
 
105
안해   왜? 왜?
 
106
    (벌떡 일어서서 한걸음 다가서며 세듯이 꼬박꼬박) 아 이년아, 글쎄 그 놈년의 축에 들어서 나까지 회사에서 미움을 받게 해놓고는 또 오늘 그 년놈의 축에 끼어서 회사를 부시러 와?
 
107
안해   회사를 부시러 갔으면 뭣 당신 회사요? 별 걱정을 다 하네.
 
108
    (들은 체 아니하고 더욱 다가서며) 그리구 이년아, 그 개떼같이 달려들어 나를 이 모진 매를 때리는 그 년놈의 축에 네가 끼어와?
 
109
안해   매를 맞았으면 내한테 맞았소? 왜 괜히 병신스럽게 얻어맞고는 여편네한테 분풀이를 하러 들어!
 
110
    (도로 앉으며) 안될 말이다. 뭐 너 같은 년한테 손짓하기도 싫고, 어서 나가거라. 회사에서도 너를 안 쫓아내이면 나까지 쫓아내인다고 하니까. (間[간]) 어서 좋은 말로 이를 때 나가거라. (머리를 우디고 고민한다)
 
111
안해   흥, 가지가지로 병신스런 소리만 가려가면서 하네.
 
112
    아 이년이.
 
113
안해   무엇이 어때서 그래. (돌아서서 부엌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114
    (와락 달려가서 왼손으로 안해의 머리쪽을 잡아채며) 무아야 이년아.
 
115
안해   (뒤로 쓰러질 듯하다가 부억문을 잡고 겨우 몸을 바로잡고 돌아서서 악을 쓴다) 왜 때려 왜. 응 왜 때려 왜.
 
116
이때에 폭력단이 담 밖의 길에 모여서서 일각문 안으로 끼웃거리며 저희끼리 소곤거리고 구경을 한다.
 
117
    이년이. (발길로 안해의 너벅다리를 걷어찬다)
 
118
안해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는다)
 
119
    (방문을 열고 자던 눈을 비비며 나오다가 광경을 보고 어머니에게로 뛰어내려간다)
 
120
전은 상관치 아니하고 안해를 때리고 차고 한다. 안해는 맞다가 악이 나서 남편의 다리에 매어달리어 물고 꼬집고 막 싸운다. 그 뜸에 딸이 끼여 지나는 매를 얻어맞으며 자지러지게 운다.
 
121
폭력단 A  거 구경할 만한걸.
 
122
폭력단 B  그 사람이 지금 우리 대신으로 수고하느라고 애쓰네.
 
123
폭력단 C  녀편네가 그래도 우리 손에 걸린 이보담은 단꿀이겠다.
 
124
폭력단 D  나는 저 여편네가 전가 여편넨 줄은 몰랐었어.
 
125
폭력단 B  놈의 집안이 망하느라고.
 
126
폭력단 D  우리는 가세.
 
127
폭력단 C  가만 있게 구경이 좋잖은가.
 
128
폭력단 D  구경도 좋지만 어서 가서 우리도 멫 놈 뚜드려잡어야지.
 
129
폭력단 A  가세들. (손에 든 종이쪽을 펴보며) 이번은 두 놈이 한 집에 사는 델세.
 
130
일동   두 놈쯤은.
 
131
폭력단 일동  (퇴장)
 
132
전과 안해는 아직도 싸운다. 전의 입에서는 번번이“나가라”는 말이 나온다. 한참만에 두 사람은 어찌어찌하다가 떨어지게 된다. 딸은 어머니에게 매어달리어 운다. 안해는 머리를 가다듬어 쪽을 찌고 딸을 안는다.
 
133
    (씨근씨근하고 서서 노려보며) 저년이 그래도 아니 나가고 저러고 섰을테냐.
 
134
안해   (안았던 딸을 내려놓으며) 나갈 테야 나갈 테야. 그렇지만 그대로는 아니 나갈걸. (방으로 뛰어들어가서 세간을 들부신다)
 
135
    (대굴대굴 굴듯이 따라가서 또 붙잡고 운다)
 
136
전은 다시 방으로 뛰어들어가서 또 한번 어우러져 싸운다. 어두컴컴 한 방안에서 퉁탕거리는 소리, 부르짖고 욕하는 소리, 어린애 우는 소리에 섞이어 엉크러진 사람 뭉치가 난무한다. 한참만에 안해가 밖으로 뛰어나온다. 옷은 아주 발기발기 찢기었다. 뒤이어 딸이 울며 따라나오다가 지쳤든지 마루에서 발만 동동 구르며 운다. 안해는 부엌으로 들어가서 입으로 저주를 하며 와락 절그렁 세간을 부순다. 전은 방에 그대로 앉아 있다. 안해는 부엌에서 나와 다시 장독간을 쳐부순다. 실컷 부수고는 머리를 가다듬어 쪽을 찌고 그나마 옷깃을 바로잡는다.
 
137
    (방에서 뛰어나오며) 이년아, 부실 대로 부섰거든 어서 나가잖고 무얼해 이년아.
 
138
안해   있으래도 아니 있어. 나가 이렇게. (일각문을 향하여 통통 걸어간다)
 
139
    (왁 더욱 울며 뛰어내려가 어머니의 치마꼬리에 매어달린다)
 
140
안해   (떼어놓으려고도 아니하면서) 가거라. 가서 네 애비하고 잘 살어라.
 
141
    그러면 잘못 살 줄 아니 이년아. 걱정을 말고 어서 나가거라.
 
142
안해   (달려붙는 딸을 확 떼밀며) 가. 가 네 애비한테 가.
 
143
    (붙잡고 놓지 아니한다)
 
144
    (딸더러) 이리 와 이 계집애.
 
145
    (더욱 매어달리며 엄마를 부르고 운다)
 
146
안해   (내려다보다가 눈물이 쏟아진다)
 
147
형사   (일각문으로 들어서며) 전서방 있소?
 
148
    (나오며) 네 누구십니까?
 
149
형사   나는 서(署)에서 왔는데 (안해를 훑어보며) 이게 여편네야?
 
150
    (머뭇거리다가) 네.
 
151
안해   왜 그러세요.
 
152
형사   (아니꼬운 듯이) 왜 그러냐? 따러와 봐. (안해의 팔꿈치를 잡아다린다) 가.
 
153
안해   (홱 뿌리치며) 놓아요. 가자는 대로 갈 테니.
 
154
형사   (의젓하게) 방정맞은 계집년이! 빨리 가자. (몰아센다)
 
155
안해   (딸을 떼어놓으며) 울지 말고 있거라. 나 곧 오께.
 
156
    (달려붙으며 운다)
 
157
    (와서 발버둥치고 아니 떨어지는 딸을 안는다)
 
158
안해   (돌아보며) 우지 말어 곧 오께. 사탕 사가지고 곧 오께.
 
159
형사와 안해 일각문 밖으로 퇴장. 전은 우는 딸을 달래지도 못하고 우두커니 서서 가는 사람의 뒤만 바라본다. (서서히 막)
【원문】감독(監督)의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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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본 정보
◈ 기본
  # 감독의 안해 [제목]
 
  채만식(蔡萬植) [저자]
 
  동광(東光) [출처]
 
  1932년 [발표]
 
  희곡(戱曲) [분류]
 
◈ 참조
▣ 참조 정보 (쪽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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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監督)의 안해 ◈
©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11월 0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