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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랑(螳螂)의 전설 ◈
◇ 3 막 ◇
카탈로그   목차 (총 : 3권)     이전 3권 ▶마지막
1940.10
채만식
1
제 3 막
 
2
제 1 장
 
3
〔무대〕
4
시골 철도연변의 간이역, 전면은 선로, 후면은 좁다란 장방형의 낡은 간이 역사, 배경은 늦은여름의 전야와 먼산 무대 뒤에서는 간간이 말방울 흔드는 소리와 마부의 말 달래는 소리.
5
아침나절이 훨씬 겨워서, 막이 열리면, 제 3 막 제 2 장 적과 같되 양복은 드렌 품이 훨씬 더한 원석이 역사 안의 쪽마루에 가서 관객석을 향해 걸터 앉았고. 상수의 역사 앞 기둥엔, 수수하니 의관을 차린 형석이, 하수를 향하여 등을 기대고 섰고.
6
형제가 다같이 더할 수 없이 어둡고 심각한 표정이고, 우두커니 한동안 서서 말이 없다.
 
 
7
원석     (이윽고 깍지손으로, 안았던 무릎을 바꾸어 안으면서 푸뜩) 아버님은 그래서? 어제 저물게 당도하섰어?
 
8
형석     (한눈을 파는 채) 네에.
 
9
원석     (방백) 노인이 괜히 고생을 하시구! (間[간]) 사관에다가 말은 그렇게 하구 나왔어두, 그날두 종일 인천 있었구, 그 이튿날두 점심 때가 지나서 한시차루 떠난 걸 갖다가!
 
10
형석     (무언)
 
11
원석     (잠시 무언) 새말 강전이게는 갔더니, 무어라구?
 
12
형석     형님을 만나겠대요. 형님이 오서서 말씀을 하시면, 자기 돈을 더 주마구, 이번 저당일랑 할라 말라구. (間[간]) 놈이 단단이 시방, 그 논이 욕심이 나가지구서!
 
13
원석     욕심두 날 만하지! 사천 평에서 일백이삼십 석이 항용 나는 논이니. (間[간]) 어떻게 은행에다가 밀어넣구서 강전이게선 물러가지구, 한 이십 년이구, 연부루 갚어나가게 했으면 조렸만서두! (間[간]) 은행에서 그걸 이천오백 원투룩 주덜 않을 테니!
 
14
형석     (한숨, 무언)
 
15
원석     (담배를 붙여 문다)
 
16
형석     가서요! 인전 어서. 시장두 하실 텐데.
 
17
원석     괜찮다! 아직.
 
18
형석     가시면서는 말씀 못하세요? (무대 뒤로 대로) 장서방?
 
19
마부     (소리만) 예에!
 
20
원석     아직 가만 좀 있으래두!
 
21
마부     (하수로 등장, 굽신) 예에?
 
22
원석     아냐! 가서 잠깐 더 좀 기대리게!
 
23
마부     예에. (퇴장)
 
24
원석     (침음하다가) 나는 이 길루 그대루 군산으루 갈 테니, 네가 집으로 가거라! (한숨)
 
25
형석     네에?
 
26
원석     (무언)
 
27
형석     일껀 내려오섰다가, 그대루.
 
28
원석     (침통히) 무면도강이란다더니, 차마 얼굴을 들구 집엘 들어갈 면목이 없구나! (間[간]) 그저끼 인천서 떠나가지구, 적이나 하면 돈 일이 백 원이라두 변통이 될까 하구서, 서울루, 전주루 휘익 들러본 것이 다아 그만 낭패를 해, 그래두 집엔 와보아야겠단 맘으루 미리서 전보두 쳐, 오늘은 예까지 와서 차를 내려, 너를 또 만나! (間[간]) 막상 앉어서 고옴곰 생각을 하자니, (한숨) 도시에 머리를 두르구 집 문전을 들어설 염치가 없구나!
 
29
형석     쯧! 남인가요!
 
30
원석     막이, 부모 제형간이며 처자식들한테야 허물이 없으니 불고 염치를 한다구, 인근 동네, 동네 사람들 앞에서야, 남 한테야, 진정이지 무슨 면목이며 무슨 염치란 말이냐? (間[간]) 동네서들두, 내가 오기만 오는 날이면 일 다아 무사히 모면하는 줄루 알구 있을 테지? 보나마나.
 
31
형석     (무언)
 
32
원석     또오, 내 면목두 면목이려니와, (한숨) 당장 집에서는 그 못 당할 일을 당허구들 있지를 앉느냐. 세간을 끌어내가! 경매를 불러! (間[간]) 까아맣게들 날만 바라구 기대리지를 않느냐? 돈을 해가지구 와서 떠떳이 일을 파여놓려니 하구서. (間[간]) 그런데, 번연히 빈손을 쥐구서 불쑥, 들어서는구나 빈손을 쥐구서!
 
33
형석     (한숨, 무언)
 
34
원석     태산같이 믿구 있다가, 오죽이나들 낙망이 되며, 그러니 차마 애차라서 그 낙담실망하는 정상을 어떻게 본단 말이냐? (間[간]) 제일, 아버님께 죄송스런 말이야 이루 다아 이를 것두 없는 노릇이지만.
 
35
형석     (무언)
 
36
원석     (한숨) 어채피 집안사람들루 하더래두, 이왕 당하는 바엔 차라리 내가 있구서 당하기보담 우선 낙심이 더얼 돼두 더얼 될 것이요, 또오 남이 보매두 내가 오덜 안해서 부득이 저렇거니 여길 텐즉, 은연중 허물이 제풀에 다아 내한테루 밀려서, 역시 더얼 창피두 한 것이요, (間[간], 한숨) 폐일언하구서, (몸을 일으키면서) 말, 네가 타구서 들어가거라!
 
37
형석     (무언, 한숨)
 
38
원석     나는 예서 그대루 기대리다가 군산으루 가서 쯧! 볼일두 있구 허니, 이삼 일 있다가, (間[간]) 모리나 글피쯤 집으루 가마!
 
39
형석     (넋을 놓고 서서, 무언)
 
40
원석     어서, 널랑은 (문득 아우의 얼굴을 돌려다보고는, 하두 그 절망적으로 침통한 데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외면을 하면서 한숨)
 
41
형석     (훠얼씬 있다가, 그대로 한눈을 파는 채, 푸뜩푸뜩 혼자엣말로 조용히 탄식) 어떻게나 하면 좋아요! 어떻게나 하면 좋아요! 집안을 자차 어떻게나 하면 좋아요! (눈물이 어린다)
 
42
원석     (한숨, 무언)
 
43
형석     (무언)
 
44
(두 사람, 제각기 넋을 잃은 듯 우두커니 먼산을 바라다만 보고 섰고, 무대 고요히 암전)
 
 

 
45
제 2 장
 
46
〔무대〕
47
제 1막과 동일.
48
시각은 제 1 장과 거진 같은 시각으로, 사건이 진행중인 채 급히 무대가 밝아지면.
49
정면으로 안채의 토방에는 고씨가 인원과 대원을 데리고 섰고, 하수의 옆 채 사이에는 최씨와 김씨와 은순을 업은 오씨와 소저가 모여 섰고. 상수의 차면 앞으로는 경매인 갑·을과 2, 3인의 인부가, 혹은 섰고 혹은 앉아서, 담배를 피우고 하고.
50
마당 가운데로는 박진사가, 가방을 멘 집달리를 데리고 섰고.
51
박진사는 장자 원석과 비슷하니 왜소한 체집이나, 딸 소저가 많이 닮은 듯이 성미 괄괄하고 괴퍅스러 보이는 얼굴이다.
52
차림새는, 커다란 삼각관에, 모시적삼과 도리사 고의에 흰 마른신을 신었고, 앞과 옆에서 털럭거리는 큰 귀주머니 풍안(風眼)집이 유표하다.
53
(약간 주기를 띠었고)
 
 
54
박진사    (집달리를 달래느라고) 자아, 여보시우? 이 양반?
 
55
집달리    (지르퉁하니 딴 데를 보고 서서) 말씀하세요.
 
56
박진사    예서 이럴 게 아니라, 자아, 절러루, 사랑으루 나갑시다! 이왕 채려 내간 술상이요, 허니.
 
57
집달리    술은 끌세, 먹을 줄 몰라요! 술 대접 받으러 온 사람두 아니구요!
 
58
박진사    허어, 사람이 어디 그렇두룩 빡빡해서야 쓰우! 젊운 친구가.
 
59
집달리    (버럭) 내가 왜 빡빡해요? 댁에서 답답하게 굴지.
 
60
박진사    거, 기왕 참던 길이니 죄끔만 더 참아주면 될 게 아니요?
 
61
집달리    아침 여덟시버틈 오정이 돼 오두룩 여태 기대려 드렸으면 고만이지, 그 위에 다시 더 어떡허란 말씀예요?
 
62
박진사    지금 곧 와요! 하마 당도해요! (방백) 거 워너니, 무얼들 하느라구 여태들 안 온단 말이냐. (둘레둘레) 거 누구 없느냐? 머슴 어디 갔느냐? 머슴.
 
63
고씨     머슴 들에 나갔지요!
 
64
박진사    이놈은? 이놈, 꼬마둥이는?
 
65
고씨     그애두 같이 들에 나가구요.
 
66
박진사    거 원, 오늘 같은 날은 하나나 집에 있는 게 아니라 (마침, 인원·대원을 보고서) 오오! 느이라두 뻐언이 그러구 섰지만 말구서, 저어 동구 밖으로 좀 나가 보렴? 응?
 
67
인원     (선뜻) 네에! (마당으로 내려서면서 상수의 차면을 향해 급히 걸어나간다)
 
68
박진사    저어 동구 밖까지 나가 보아라? 응?
 
69
인원     네에!
 
70
박진사    애비가 말 타구 올 테니, 얼른 오라구 일러라? 손님이 시방 기대리신다구? 응?
 
71
인원     네에! (퇴장)
 
72
집달리    (박진사의 하는 양을 물끄러미 바라다보고 섰다가, 방백) 내온!
 
73
박진사    인전 곧 오게 됐소이다. 저놈을 내보냈으니깐, 인제 오라잖어서.
 
74
집달리    누굴 어린애루 아나베!
 
75
박진사    곧 당도해요! 얼른 데리구 오라구 일렀으니까 머 인전.
 
76
집달리    (것질러) 여보시우 그, 정신 빠진 수작 고만저만 해두시우!
 
77
박진사    (뻐언했다가, 더럭 성이 나려다가, 얼른 눅이면서) 오온 천만에! 내가 늙은 사람이 멋허러 젊운 친굴 데리구 실없은 말을 하겠소? 적실히 오기에 온다구 하는 거지! 노형두 아까 그 전보 보지 않었소? 전보. (둘레둘레) 전보 어떡했느냐? 일러루 가져오느라! (역정스럽게) 전보 일러루 가져와!
 
78
고씨     (둘러보다가) 전보, 여기 없는걸!
 
79
박진사    없다니? 어디루 가구 없어?
 
80
고씨     아까 참, 당신이 쥐구 사랑으루 나가섰지요?
 
81
박진사    오오, 참! 게, 누구 없느냐? 저, 사랑에 나가서.
 
82
대원     (마당으로 내려가면서) 전보 가져와요?
 
83
박진사    전보 가져오느라! 전보.
 
84
대원     (달음질을 쳐서 상수의 차면 밖으로 퇴장)
 
85
박진사    어제 전주서 친 전본데, 오늘 적실히 온다는 거야. 오늘, 적실히! (間[간]) 그래 아까 첫새벽에 내 작은자식을, 말안동시켜서 정거장으루 내보내잖었겠소! 말 안동시켜서. 삼십릿길을 보행이 어렵기두 하련과, 속히, 한시바삐 당도하게 하느라구, 응?
 
86
대원     (편 전보를 손에 들고, 상수의 차면 밖으로 해서 급히 등장. 박진사한테 두손 받쳐 전보를 주면서) 할아버지?
 
87
박진사    건 무엇이냐?
 
88
대원     전보 가져왔어요1
 
89
박진사    오오, 참! (전보를 받아 가지고) 자아 펴서 집달리의 얼굴 바투 대주면서) 이게 아니요? 응 전보가 이렇게 왔거든 온단 전보가! 응?
 
90
집달리    (거듭떠보지도 않는다)
 
91
박진사    문맥은 무언고오 하면, (풍안을 꺼내 쓰고서 전보를 멀찍이 내대고 보면서) 문맥이 무언고오 하면, (읽는다) 명일, 오전, 귀가! (고개를 도로 돌리면서) 응? 그 뜻 알지요? 명일 오전 귀가! 이게 오늘 집으루 온다는 그 말이여든! 명일 오전 귀가. (間[간]) 그애가 거 과히 무식턴 않것만서두, 귀성이라구 살필성자를 쓰던지이, 귀근이라구 보일근자를 쓰던지 하는 게 아니라, 돌아갈귀자 귀가라구 했군그래! 시하예 있는 사람은 귀근이라구 하던지, 귀성이라구 하던지 해야 호릇스럽잖은 법인데! (間[간]) 이게 분명 아마 거, 무식한 우체사령자이 잘못 알아 듣구서 이렇게 귀가루 써서 보냈어!
 
92
집달리    (방백) 내 온, 기가 맥혀서! 집달리 오 년에 별별 구경 다했어두, 츰이네! 츰이여! (지성으로) 여보시우 영감님! 인전 내가 되려 제발 사정 좀 합시다?
 
93
박진사    온다구, 이렇게 전보가 오질 않었소?
 
94
집달리    전보가 왔으니, 글쎄 어떡헌단 말씀예요?
 
95
박진사    지끔 곧 와요! 내 큰자식 박원석이가, 저기 와요!
 
96
집달리    오건말건, 내겐 아랑곳없어요!
 
97
박진사    돈을 가지구 와서, 이걸, 이 집행맞인걸, 도루 다아 물른다 말이요!
 
98
집달리    누가 물르지 말래요? 물르세요! 그렇지만 물를 때 물를값이라두 인전 제발 저리 좀 비껴나세요! (기색이 강경해진다) 던 지체 할 수가 없어요 단 일각두. 여기 말구두, 오늘 해 전으로 세 군데나 가야 해요! 진정 말이지, 내가 받을 빗이라면 얼른 이 자리서 탕감해 드리구 말겠소! (가방을 들먹거린다)
 
99
박진사    그러니 잠깐만 더 기둘러 달란 말이구려!
 
100
집달리    (인부들더러) 나서! 들.
 
101
박진사    (집달리의 팔을 부여잡으면서) 여보시우!
 
102
집달리    (뿌리치면서) 못해요! (주춤주춤하는 인부들더러) 무어들 꾸물거리구 있는 거야?
 
103
인부 1    예에, 헴.
 
104
(인부들, 슬금슬금 마당 가운데로 나서고, 경매인 갑·을도 천천히 몸을 꿈지럭거린다.
105
옆채 옆으로 모여 섰는 여인들, 새로이 당황하여 가벼운 동요가 일고)
 
106
박진사    (화가 치미는 것을 누르고) 아, 여보시유!
 
107
집달리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다가, 볼품 사납게 지청구를) 못한대두 이래요! (서류를 훌훌 넘긴다)
 
108
박진사    (서류에 손을 얹을 듯) 잠깐만 더!
 
109
집달리    (떠밀면서) 왜 이 모양야, 이건!
 
110
박진사    (떠밀려나서는, 무춤했다가 그 다음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이윽고 결기 있이) 여보!
 
111
집달리    (힐끗 고개를 쳐들었다가 도로 서류를 보면서 무언)
 
112
박진사    (한걸음 다가서면서) 그래, 진정이요?
 
113
집달리    따잡구 대들면 어쩔 심에요?
 
114
박진사    (잔뜩 노리다가) 진정이여!
 
115
집달리    그렇단밖으!
 
116
박진사    에라끼!
 
117
집달리    멋이?
 
118
박진사    고현 손 같으니! (홱 몸을 돌이켜, 차면 밖을 향해 쿵쿵 걸어가면서) 전세상 같었으면, 널 이놈.
 
119
집달리    (쫓을 듯) 머야?
 
120
박진사    도척이 같은 놈!
 
121
집달리    아니, 저 늙은이가 눈에 뵈는 게 없나?
 
122
박진사    이놈, (돌아서서) 네가 이놈, 자식을 기르나 보아라! (퇴장)
 
123
집달리    (씨이근씨근, 한참이나 차면을 대고 눈을 흘기다가, 천천히 돌아서서는 괄괄스럽게 손짓 얼러, 인부들더러) 저 대청마루에 있는 두주허구 베를 먼점 들어내왔!
 
124
(인부들, 비슬비슬 대청마루로 향해 가고, 최씨 눈물을 씻고, 소저 발을 동동 구르고, 김씨와 오씨는 보다 못해 뒤 울안으로 퇴장하고
125
고씨, 집달리 앞으로 내려오고)
 
126
집달리    (인부들더러) 빨리빨릿!
 
127
고씨     여보시요! 이 양반?
 
128
집달리    몰라요!
 
129
고씨     (한숨) 그까짓 것 세간이 무슨 아까서 그리는 게 아니요! 그보다두 더한 전장두 죄다 떠내려갔을라더냐. 세간 나부랭이가 값으루야 몇푼어치나 되우? 그렇지만서두, 이걸 모두 끌어내가구, 남의 앞에다 벌려놓구서 네가 사랴 내가 사랴, 암만에 팔아라, 암만에 사거라, 그 짓을 허구 조옴 창피허며 망신스러우? (間[간]) 죄끔만 더 참어주시요! 존 일 허느라구.
 
130
집달리    (조금 부드럽게) 내가 빗을 받을 사람이라면 죄다 탕감이래두 해드리구 싶어요! 나두 그렇지만 이게 다아 윗사람 영으루 하는 노릇이구, 남의 심부름이지, 하나두 머, 내겐 이해 상관 없는 일예요. (인부들, 영치기 베틀을 마당을 떠메고 내려오고, 대원 울면서 상수의 차면 밖으로 쫓아나가고, 고씨 치맛고름으로 눈물을 씻는다.
 
131
인부들, 마당 가운데다가 베틀을 내려놓고는 다시 대청마루로 올라가고, 경매인 갑·을 베틀을 끼웃끼웃 들여다본다.
 
132
박진사, 대원을 데리고 두 주먹을 불끈, 노기 등등하여 상수의 차면 밖으로 급히 등장)
 
133
박진사    (차면 앞으로 우뚝 멈춰서면서 노기가 와락 더 치밀어 몸을 푸르르, 고함소리로) 그래 이놈들! 느이가 이놈들 정녕코 이 행패를 할테냐? 언감히 내 집에 내정돌입을 해가지구, 이 거조를 할 테냐?
 
134
(집달리 이외의 일동, 놀라서 박진사를 바라다보고 침을 삼키고. 마악 뒤주를 떠메고 나오던 인부들, 얼른 도로 내려놓고는 어쩔 줄을 몰라하고.)
 
135
집달리    (인부들더러) 머야? 이건!
 
136
박진사    (눈을 부릅뜨고) 못한다! (쫓아오면서) 어딜! (문득 사방을 초급히 둘러보면서 무엇인지를 찾다가, 선뜻 하수의 광을 향해 허둥지둥 달려간다) 어딜, 감히! 천하 없어두 못한다!
 
137
(고씨, 최씨, 소저, 무얼 어쩌느라고 저러나 싶어 걱정스럽게 박진사의 뒤를 몇 걸음 따르고, 김씨와 오씨, 옆채 사이로 등장하고)
138
박진사, 광문을 벼락치듯 열어제치고 쫓아들어갔다가 순간 후에 다시 도끼를 움켜 쥐고 뛰쳐나와 마당 가운데로 베틀을 향해 맥진. 얼굴엔 가득한 살기.
139
(일동 아연, 여인들의 비명).
140
집달리, 베틀에서 물씬물씬 뒤로 물러서면서 눈쌀이 패앵팽하여 아랫 입술을 깨물고. 인부들과 경매인 갑·을, 우우하니 상수의 차면 밖으로 몰려 달아나고.
141
여인들의 저마다
142
“여보오!”
143
혹은
144
“아버님!”
 
145
하고 부르짖는 비명이 요란한 가운데, 고씨는 박진사의 앞으로 가로막다가 떠밀려서 나가 동그라지고 최씨와 소저는 부여잡으려다가 미급하고서 뒤를 쫓고.
146
김씨와 오씨와 대원은 마당으로 달려나오고.
 
147
박진사    (입가엔 게거품, 눈은 뒤집히고, 미친 듯 베틀을 향해 내달으면서) 어딜 이놈들! 어딜 감히! (베틀 앞에 다다르자, 이를 부드득, 도끼를 번쩍 쳐들어 힘껏 내리찍는다) 이래도!
 
148
(가족들 주춤 멈춰서서는 불의에, 안도 그리고는 통쾌한 얼굴들이고. 경매인 갑·을과 인부들, 차면 밖에서 끼웃이 들여다보다가 슬금슬금 들어서고)
 
149
박진사    (계속하여 베틀을 함부로 찍으면서) 이래도 이래도 느이가! 이래도 이놈들!
 
150
집달리    (고개를 끄덕끄덕하다가, 경매인을 돌려다보고) 주재소! 순사, 좀!
 
151
(경매인 갑, 꾸벅하면서, 상수의 차면 밖으로 급히 퇴장하고)
 
152
집달리    (물끄러미, 방백) 박적을 쓰구 베탁을 바우겠지? (間[간]) 흥! 사람꺼경 못 성하느라구!
 
153
박진사    (자폭적으로 더욱 베틀을 내리찍는다) 이래도! 자, 옜다! 자! 옜다! 자, 옜다! 자아! 옜다! (마지막 모질게 한번 내리찍고는 도끼를 건 채 얼굴을 번쩍 쳐들면서, 기세 등등하여 집달리더러 호통을) 이래도! 이놈! 경매해 갈 테거든 경매해 가거라. 이놈! 해가아, 이놈, (서서히 내리고 있던 막급히 다 닫긴다)
 
154
작자 부기 : 반드시 희곡을 쓰고 싶었다느니보다는 제재가 마침 소설로는 불편한 점이 있기로 전험(前驗)에 따라 역시 이 형식을 빌린 것이다.
 
 
155
<人文評論[인문평론] 1940년 10월호 ; 祭響[제향]날,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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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본
  # 당랑의 전설 [제목]
 
  채만식(蔡萬植) [저자]
 
  1940년 [발표]
 
  희곡(戱曲) [분류]
 
◈ 참조
▣ 참조 정보 (쪽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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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랑(螳螂)의 전설 ◈
©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10월 0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