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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장미 한가지 골르기를 평생 삼가리,
24
포효하는 검은밤, 그는 鳥卵조란처럼 희다.
33
일식이 개이고난 날 밤 별이 더욱 푸르다.
51
별들은 우리 눈썹 기슭에 아스름 항구가 그립다.
62
내가 홀로 속엣소리로 그대의 기거를 문의할삼아도 어찌 홀한 말로 부칠 법도 한 일이 아니오니까.
63
무슨 말씀으로나 좀더 높일 만한 좀 더 그대께 마땅한 언사가 없으오리까.
64
눈감고 자는 비둘기보다도, 꽃 그림자 옮기는 겨를에 여미며 자는 꽃봉오리보다도, 어여삐 자시올 그대여!
67
밤은 한 폭 그대의 호수에 깃들이기 위하여 있는 것이오리까.
68
내가 어찌 감히 금성(金星) 노릇하여 그대 호수에 잠길 법도 한 일이오니까.
69
단정히 여미신 입시울, 오오, 나의 예(禮)가 혹시 흐트러질까 하야 다시 가다듬고 풀이하겠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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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연유가 있사오나 마침내 그대를 암표범처럼 두리고 엄위롭게 우러르는 까닭은 거기 있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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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남의 자취가 놓이지 못한, 아직도 오를 성봉(聖峰)이 남아 있을 량이면, 오직 그대의 눈雪에 더 희신 코, 그러기에 불행하게도 계절이 난만(爛漫)할지라도 항시 고산식물의 향기 외에 맡으시지 아니하시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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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건히도 조심조심히 그대의 이마를 우러르고 다시 뺨을 지나 그대의 흑단빛 머리에 겨우겨우 숨으신 그대의 귀에 이르겠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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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랍에도 이오니아 바닷가에서 본 적도 한 조개껍질, 항시 듣기 위한 자세였으나 무엇을 듣기 위함이었는지 알 리 없는 것이었나이다.
74
기름같이 잠잠한 바다, 아주 푸른 하늘, 갈매기가 앉아도 알 수 없이 흰모래, 거기 아무 것도 들릴 것을 찾지 못한 적에 조개껍질은 한갈로 듣는 귀를 잠착히 열고 있기에 나는 그때부터 아주 외로운 나그네인 것을 깨달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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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이 세계는 비인 껍질에 지나지 아니한 것이, 하늘이 쓰이우고 바다가 돌고 하기로소니 그것은 결국 딴 세계의 껍질에 지나지 아니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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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껍질이 잠착히 듣는 것이 실로 다른 세계의 것이었음에 틀림없었거니와 내가 어찌 서럽게 돌아서지 아니할 수 있었겠습니까. 바람소리도 무슨 뜻을 이루지 못하고 그저 겨우 어눌한 소리로 떠돌아다닐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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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귀에 가까이 내가 방황할 때 나는 그저 외로이 사라질 나그네에 지나지 아니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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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귀는 이 밤에도 다만 듣기 위한 맵시로만 열리어 계시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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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란한 세상에서도 그대 귀 기슭을 들러 다만 주검같이 고요한 이오니아 바다를 보았음이로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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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시 그대의 깊고 깊으신 안으로 감히 들겠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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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수한 바다 속속에 온갖 신비로운 산호를 간직하듯이 그대 안에 가지가지 귀하고 보배로운 것이 갖추어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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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놀라울 일은 어찌면 그렇게 속속드리 좋은 것을 지니고 계신 것이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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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心臟), 얼마나 진기한 것이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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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名匠) 희랍의 손으로 탄생한 불세출의 걸작인 뮤즈로도 이 심장을 차지 못하고 나온 탓으로 마침내 미술관에서 슬픔 세월을 보내고 마는 것이겠는데 어찌면 이러한 것을 가지신 것이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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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성화(聖火)를 끊임없이 나르는 백금보다도 값진 도가니인가 하오면 하늘과 따의 유구한 전통인 사랑을 모시는 성전인가 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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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항시 농염하게 붉으신 것이 그러한 증좌(證左)로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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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간혹 그대가 세상에 향하사 창을 열으실 때 심장은 수치를 느끼시기 가장 쉬웁기에 영영 안에 숨어버리신 것이로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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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 폐는 얼마나 화려하고 신선한 것이오며 간(肝)과 담(膽)은 얼마나 요염하고 심각한신 것이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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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들은 지나치게 빛깔로 의논할 수 없는 일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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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 그윽한 골 안에 흐르는 시내요 신비한 강으로 풀이할 것도 있으시오나 대강 섭렵하야 지나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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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솟는 듯 달이 뜨는 듯 옥토끼가 조는 듯 뛰는 듯 미묘한 신축과 만곡을 가진 적은 언덕으로 비유할 것도 둘이 있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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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 이러하게 그대를 풀이하는 동안에 나는 미궁에 낯선 나그네와 같이 그만 길을 잃고 헤매겠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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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대는 이미 모이시고 옮기시고 마련되시고 배치와 균형이 완전하신 한 덩이로 계시어 상아(象牙)와 같은 손을 여미시고 발을 고귀하게 포기시고 계시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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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혜와 기도와 호흡으로 순수하게 통일하셨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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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완미하신 그대를 풀이하올 때 그대의 위치와 주위를 또한 반성치 아니할 수 없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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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 말씀 번거로우나 원래 이 세상은 비인 껍질같이 허탄하온데 그 중에도 어찌하사 고독의 성사(城舍)를 차정(差定)하여 계신 것이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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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도 다시 명철한 비애로 방석을 삼아 누워계신 것이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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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나로는 매우 슬픈 일이기에 한밤에 짖지도 못하올 암담한 삽살개와 같이 창백한 찬 달과 함께 그대의 고독한 성사를 돌고 돌아 수직(守直)하고 탄식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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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한 예감에 떨고 있노니 그대의 사랑과 고독과 정진으로 인하야 그대는 그대의 온갖 미(美)와 덕(德)과 화려한 사지(四肢)에서, 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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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전아 찬란한 괴체(塊體)에서 탈각하시어 따로 따기실 아침이 머지않아 올까 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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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아침에도 그대의 귀는 이오니아 바닷가의 흰 조개껍질같이 역시 듣는 맵시로만 열고 계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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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나리꽃으로 마지막 장식을 하여드리고 나도 이 이오니아 바닷가를 떠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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