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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수문전(玄壽文傳) (경판본) ◈
◇ 현수문전 권지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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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수문전(玄壽文傳) (경판본)
2
현수문전 권지중
 
 
3
차설 천자가 적진(敵陣)에 싸이어 위급함이 조석에 있더니, 마침 현원수가 북토왕을 토평(討平)하고 승전고를 울리며 완완(緩緩)히 회군하여 형주(荊州)지경(之境)이 다다르니 중사(中使)가 교지(敎旨)를 받자와 들이거늘, 원수가 북향(北向) 사배(四拜)하고 떼어 보니,
 
4
‘그 사이 또 석상왕이 반하여 십이 읍을 항복받고 양해관의 들어와 침노하매, 상이 친정하시니 원수가 만일 승전 귀국하거든 상을 도우라.’
 
5
하신 조서(詔書)이라. 원수가 남필(覽畢)에 대경하여 사관을 돌려보내고, 즉시 선봉장 양기를 불러 조서의 말씀을 이르며 이르기를,
 
6
「이제 천자가 친정하시매 석상왕의 강병을 당하기 어려우시리니, 내 단기로 먼저 급히 가, 상을 구하리니 그대는 대군을 거느리고 뒤를 쫓아오라.」
 
7
하고 말을 달려 서평관을 향하다가, 양경지경의 이르러 피란(避亂)하는 백성의 말을 들으니,
 
8
「천자가 양평관에서 싸우시매 적진에 싸이어 위태함이 시각에 있다.」
 
9
하거늘 원수가 이 말을 듣고 천지 아득하여 급히 말을 채쳐 바로 양평관에 다다르니 과연 천자가 여러 겹에 싸이어 거의 위태하신지라.
 
10
원수가 분노하여 칼을 들고 소리를 크게 지르며 적진을 짓치니, 적진 장졸이 불의의 변을 만나 죽는 자가 무수하니, 원수가 단기(單騎)로 달려들어 십만 적병을 무인지경(無人之境) 같이 횡행(橫行)하며 사졸(士卒)을 풀 베 듯하니, 그 용맹을 가히 알지라.
 
11
적장 양평공이 군사를 거두어 물러 진치고 현원수의 용맹을 일컫더라.
 
12
원수가 즉시 천자께 복지하여 이르기를,
 
13
「신이 북토를 파한 후로 다른 변이 없을까 하였더니, 또 석상 도적이 일어나 폐하의 친정하심을 듣고 빨리 오지 못하여 성체(聖體) 곤하심을 미처 구완하지 못하오니, 신의 죄 만사무석(萬死無惜)이로소이다.」
 
14
상이 적진에 싸이어 이미 항복고자 하매, 제장의 간함을 듣고 혼백(魂魄)이 몸에 있지 아니하여 다만 장탄(長歎) 유체(流涕)할 따름이더니, 문득 진중이 요란하며 적병이 물러감을 보고, 천신이 도우사 송실(宋室)을 보전함인가 하고 장탄하더니, 문득 현원수의 복지 주언(奏言)을 들으시고 몽중(夢中)인가 의심하며 반가움을 이기지 못하여 그 손을 잡으시고 유체하며 이르기를,
 
15
「경이 국가를 위하여 공을 세움이 한두 번이 아니므로, 경의 충성을 일컫더니 이제 경이 또 짐의 위태함을 구하여 사직을 안보케 하니 만고(萬古)의 대공(大功)이라. 어찌 보필지신(輔弼之臣)이 아니리오.」
 
16
원수가 고두(叩頭) 주하기를,
 
17
「신이 적장(敵將)의 형세를 보오니 졸연(猝然)히 파하기 어려울지라. 명일(明日)은 당당히 적장을 베어오리니, 폐하는 근심치 마옵소서.」
 
18
하고 군사를 정제(整齊)하며 제장을 불러 약속을 정할새, 이윽고 북토왕 파한 대군이 이르렀거늘, 원수가 군을 합하여 점고(點考)하니 정병(精兵)이 백만이요 용장(勇將)이 수십 원(員)이라.
 
19
우양을 잡아 대군을 호궤(犒饋)하고, 이튿날 원수가 말에 올라 진문(陣門)을 크게 열고 싸움을 돋우니, 적장 양평공이 원수의 위풍(威風)을 보고 즐겨 나오지 아니하더니, 한 장수가 내달아 맞아 싸우니 이는 적장 약대라. 원수가 소리가 크게 지르고 교봉(交鋒) 팔십여 합에 승부를 결(結)하지 못하더니, 날이 저물매 양진(兩陣)이 쟁(錚)을 쳐 군을 거두니 원수가 돌아와 황상께 주하기를,
 
20
「신이 거의 적장(敵將)을 잡게 되었더니, 어찌 군을 거두시니까.」
 
21
상 이르기를,
 
22
「적장 약대는 용맹한 장수이라. 혹 실수할까 하여 군을 거두니라.」
 
23
하시니, 원수가 분함을 이기지 못하여 물러 나니라.
 
 
24
원수가 차야(此夜)의 제장(諸將)을 불러 파적(破敵)할 계교를 의논할새, 선봉장 양기를 불러 이르기를,
 
25
「그대는 오천 군을 거느리고 서쪽으로 삼십 리만 가면 화산이란 뫼가 있으니, 그곳에 매복하였다가 여차여차하라.」
 
26
하고 또 후군장 장익을 불러 이르기를,
 
27
「그대는 철기 오천을 거느리고 하람원에 매복하였다가 이리이리하면 가히 적장을 사로잡으리라.」
 
28
하고 천자가 거짓 중군이 되어 군마를 거느리고, 적진 앞에 나아가 싸움을 돋우시게 하여 약속을 정하고 날이 밝은 후 진문을 크게 열고 싸움을 돋우니, 약대 불승(不勝) 분노하여 양평공을 대하여 이르기를,
 
29
「오늘날 싸움에 송장(宋將) 현수문을 잡지 못하면, 맹세코 돌아오지 아니리이다.」
 
30
하고 언파(言罷)에 진 밖에 내닫거늘 양평공 이르기를,
 
31
「장군은 경적(輕敵)하지 말라.」
 
32
약대 응낙하고 말을 달려 내다르며 대호하기를,
 
33
「적장은 미결(未決)한 자웅(雌雄)을 오늘날 결하자 하고 내달으니 원수가 냉소(冷笑)하고 맞아 싸워 칠십여 합에 승부를 결치 못하더니, 원수가 말을 돌리어 달아나니, 약대 따르더니 문득 좌우의 함성이 진동하며 손외 일시에 대발하여 군사가 무수히 죽고, 약대의 말 발이 걸려 거꾸러지매 갑주(甲冑)는 다 깨어지고 방천검(方天劍)이 부러지니 겨우 목숨을 도망하여 본진의 돌아가니 양평공이 위로하기를,」
 
34
「장군이 큰 말을 하기에 내 염려하였더니, 불행이 패함을 보니 차후는 경적하지 말라.」
 
35
하더라.
 
36
원수가 계교로써 약대를 잡게 되었더니, 제 본디 용맹하므로 잡지 못함을 분노하여 또 무슨 계교로 잡음을 의논하더라.
 
37
차시 양평공이 송진(宋陣) 파할 묘책(妙策)을 의논하더니, 밤이 깊은 후 문득 자하산에 함성이 일어나거늘 양평공이 놀라 탐지(探知)하니 아무 것도 없는지라. 심하에 괴이 여겨 혹 귀졸(鬼卒)인가 하였더니 또 산 좌편(左便)에서 납함(吶喊)하는 소리가 나거늘, 적진 장졸이 내달아 막고자 하더니 체탐(體探)이 보(報)하되,
 
38
「그 산에 군사 하나도 없고 다만 눈에 재 같은 것이 뵈더이다.」
 
39
하거늘, 양평공이 크게 의혹하여 이르기를,
 
40
「송장 현수문은 당시 명장이라. 재조를 부려 우리를 놀램이로다.」
 
41
하고 제장을 불러 진중(陣中)이 요동치 말라 하더라.
 
42
원수가 제장을 불러 이르기를,
 
43
「내 아까 술법을 행하여 적장의 마음을 속였으니, 지금 우리 일시에 협공하면 제 반드시 나와 싸우리니 적장 잡기를 어찌 조심하리오.」
 
44
하고 대군을 몰아 크게 납함하며 일시의 짓쳐 들어가니, 적진이 처음은 헛일로 알고 준비함이 없다가 십만 대병이 급히 쳐들어오매, 미처 손을 놀리지 못하여 죽는 장졸이 무수하고 사산분궤(四散奔潰)하는지라.
 
45
양평공이 대노하여 약대를 거느리고 죽기로써 싸우매, 화광(火光)이 충천(衝天)하고 함성이 물끓 듯하니 주검이 쌓이어 산을 이루고 유혈이 모이여 내 되었더라. 원수가 양평공을 취하니 양평공이 당하지 못하여 달아나니, 석상왕이 원수의 용맹함을 보고 싸울 마음이 없어 달아나니 날이 이미 새었더라.
 
46
한 장수가 일군(一軍)을 거느리고 짓쳐오니 석상왕이 갈 길이 없는지라. 양평공이 이르기를,
 
47
「사세 위급하니 왕은 잠깐 요술을 행하소서.」
 
48
석상왕이 옳이 여겨 진언(眞言)을 염(念)하니 문득 안개 자욱하여 지척을 분변(分辨)치 못하니, 원수가 뒤를 따르다가 날이 밝음을 다행히 여기더니 문득 안개 자욱하여 길이 아득함을 보고, 소매에서 단저를 내어 부니 안개 사라지고 일광이 명랑한지라.
 
49
원수가 그제야 적장의 닫는 양을 보고 풍우(風雨)와 같이 따르니, 석상왕이 그 저 소리를 듣고 대경실색하여 이르기를,
 
50
「오늘날 아등(我等)이 이곳에서 명을 마치리로다. 송국 대장 현수문의 재조를 오늘이야 쾌(快)히 알괘라. 나의 술법은 다만 안개 피울 줄만 알더니 현수문의 저 소리는 서역국 일광대사의 우제성(雨際聲)이니 어찌 놀랍고 두렵지 않으리오. 내 십 년 공부하여 재조를 배웠으매 나를 대적할 자가 없을까 하였더니 이제 속절없이 되었으니, 어찌 아깝고 슬프지 아니하리오.」
 
51
하고, 장탄(長歎) 불이(不二)하며 닫더니 군마(軍馬)가 피곤하여 멀리 가지 못하고, 원수의 대진(大陣)이 다다라 한 번도 싸우지 못하고 원수의 자룡검(子龍劍)이 이르는 곳에 약대의 머리 내려지는지라. 양평공이 낙담상혼(落膽喪魂)하여 아무리 할 줄 모르고 석상왕에게 이르기를,
 
52
「우리 기병(起兵)한 후로 싸움을 당하매, 송장 현수문만 못하지 아니하더니 오늘 저 소리 일곡(一曲)에 명장 약대 죽고, 우리 또한 죽게 되었으니 누를 한(恨)하리오. 이른바 천지망아(天之亡我)요, 비원지죄(非怨之罪)라.」
 
53
하고 언파(言罷)에 자문(自刎)하고자 하더니, 일성(一聲) 호통(號筒)에 석상왕과 양평공이 사로잡힌 바가 되니, 원수가 군중의 호령하여 함거(檻車)에 넣고 대진(大陣)을 돌리어 본진으로 돌아올새, 승전(勝戰)한 북소리가 원근에 진동하더라.
 
 
54
차시 상이 현원수의 오래 돌아오지 않음을 근심하사 부장 양기를 보내어 돕고자 하시더니, 날이 새고 사시(巳時) 지나도록 소식이 없음을 크게 근심하시더니, 문득 원수가 약대의 머리를 베어들고 승전하여 돌아옴을 보시매 반가움을 이기지 못하여 마주 나와 원수를 맞으니, 원수가 급히 말에서 내려 복지(伏地)하오니, 상이 가로되,
 
55
「만일 경 곧 아니런들 짐의 목숨이 지금 살았으며, 경의 용맹 곧 아니면 어찌 적장 약대를 베리오. 짐이 그 공을 헤아리면, 천하를 반분하여도 갚지 못하리로다.」
 
56
원수가 성교(聖敎) 여차하심을 망극하여 고두(叩頭) 주하기를,
 
57
「신이 성은을 입사와 조정에 충수(忠隨)하오매 난시(亂時)를 당하오면 전장(戰場)에 나아가 도적을 소멸하옴이 군신지도(君臣之道)의 떳떳하온 일이오니, 폐하가 어찌 성교를 과도히 하사 신의 몸이 일어나지 못하게 하시나이까?」
 
58
상이 원수의 충성된 말을 더욱 기특히 여기시고 제장 군졸을 모아 소를 잡으며 술을 걸러 삼군을 호궤(犒饋)하고 사로잡힌 적장들을 원문(轅門) 밖에 처참(處斬)하라 하시고 즉일 회군할새, 자사(刺史) 수령(守令)이 지경(地境) 대후(大厚)하더라.
 
59
행하여 충주(忠州)의 이르니, 충주 자사 연숙이 상께 주하기를,
 
60
「근간(近間) 시절이 흉흉하여 처처에 도적이 다니오며, 주려 이산(離散)하는 백성이 많사오되 홀로 심한 곳은 서천(西天) 땅이오니, 복망 폐하는 진무사(鎭撫使)를 보내오사 백성을 무휼(撫恤)하소서.」
 
61
하거늘 상이 주사(奏辭)를 들으시고 근심하사 환국(還國)하신 후 안찰사(按察使)를 가리어 보내고자 하시더니, 원수가 주하기를,
 
62
「이제 도적을 평정하였으매 천하 백성이 안둔(安屯)치 못하오리니, 신이 비록 병혁(兵革)의 곤함이 있사오나 서천의 가 백성을 진정하고 기황(饑荒)의 주림을 면케 하오리니, 폐하는 근심치 마소서.」
 
63
하거늘 상이 원수의 몸이 곤뇌(困惱)하므로 서천에 보냄을 아껴 이르기를,
 
64
「경이 어찌 또 그 소임을 당하리오. 경을 위하여 허(許)하지 아니하나니 경은 무려(無慮)하라.」
 
65
원수가 굳이 고하여 가기를 원하오니, 상이 마지못하여 바로 서천으로 보내고, 상이 황성으로 돌아오사 제장 군졸을 상사(償賜)하시고 만조(滿朝)를 모아 진하(陳賀)하시며 만세를 부르더라.
 
 
66
각설, 장부인이 무량도에 가 현시랑과 함께 의지하여 부부가 매양 수문을 생각하고 슬픈 눈물이 마를 날이 없음으로 거의 죽게 되었더니, 갈수록 팔자가 불행하여 석상왕의 난을 만났으니 무량은 서천 땅이요, 석상국에 가까운 지라.
 
67
난시(亂時)를 당하니 밥을 얻어먹지 못하여 여러 날 주림을 견디지 못하여, 부부가 서로 다니며 주린 양을 채우더니, 일일은 그곳 백성이 이산하여 오야촌으로 가는지라.
 
68
현시랑의 부부도 함께 오야로 가더니 도적이 폐야(蔽野)하여 사람을 죽이고 양식을 탈취하는지라. 현시랑이 도적을 만나 약간 얻은 양식을 도적에게 잃고 부인 장씨를 찾으니 간 곳이 없는지라.
 
69
사면으로 찾되 만나지 못하매 필연 도적에게 죽은가 하여 주야로 통곡하며, 멀리 가지 못하는 죄인이매 다만 무량을 떠나지 못하더니, 천자가 친정(親征)하사 도적을 파하시고 황성의 회환(回還)하사 옛날 시랑 현택지의 무죄함을 깨달으시고 특별히 죄명(罪名)을 사(赦)하시며, 인하여 계양(桂陽) 태수(太守)를 내리시니,
 
70
사관(辭官)이 급히 내려와 현시랑을 찾아 계양으로 도임(到任)하게 하시니, 현시랑이 북향(北向) 사은(謝恩)하고 계양의 가 도임하니, 어찌 즐겁지 않으리오마는, 부인 장씨 수만 리 적소(謫所)에 내려와 또 실산(失散)함을 생각하매 눈물이 샘솟듯하여 심장을 사르며 어느 날 만남을 원하더라.
 
 
71
이적에 장부인이 도적에게 쫓기어 현시랑을 잃고 찾을 길 없어 오야촌에서 있더니, 순무(巡撫) 어사(御史)가 내려와 이향(離鄕)한 백성은 제 본 곳으로 돌려보내고, 주린 백성은 창고를 열어 진휼(賑恤)하니 장부인이 도로 무량으로 가는지라.
 
72
순무사(巡撫史)가 친히 점고(點考)하여 보낼새, 어사가 문득 장부인의 턱 아래 혹이 있음을 보고, 마음이 자연 슬퍼 자기 모친을 생각하고 가까이 옴을 일러 별좌(別坐)하고 묻기를,
 
73
「부인의 행색을 보니 여항(閭巷)의 사람은 아닌가 싶으니 무슨 일로 이곳에 사시니까?」
 
74
부인이 어사의 친문(親問)함을 들으매, 감격함을 이기지 못하여 눈물을 흘리고 이르기를,
 
75
「첩이 본디 경사(京師) 사람으로 가군(家君)이 적거(謫居)하오매 다만 아자(兒子)를 데리고 금릉 땅에 사옵더니, 운남의 난을 만나 아자를 잃고 의지할 곳이 없으매, 이곳 가군 적소로 왔더니 갈수록 팔자가 기구하여 또 난을 만나매, 가군을 잃고 이곳의 혼자 의지하온 지 오래지 아니하옵더니, 이제 어사또의 하문하오심을 얻사오니 진정(眞情)을 발(發)하오매 어찌 슬프지 아니하오리까?」
 
76
하며 누수(淚水)가 여우(如雨)하니 어사가 그 부인의 말을 들으매 자연 슬퍼 흉격(胸膈)이 막히오고 호흡을 통(通)치 못하더니, 문득 가졌던 봉서(封書)를 떼어보니 하였으되,
 
77
‘갑자(甲子) 추구월(秋九月) 이십사일에 도적을 파(破)하고 대공을 이룬 후 오야의 들어가 실산한 부모를 찾으리라.’
 
78
하였거늘, 어사가 놀라 즉시 부인 앞에 가까이 앉으며 묻기를,
 
79
「그리하오면 아자의 이름이 무엇이며 몇 살이나 되었더니까?」
 
80
부인이 탄하며 이르기를,
 
81
「아자의 이름은 수문이요, 성은 현이요, 겨우 다섯 살 되어 잃었나이다.」
 
82
원수가 이 말을 듣고 계하(階下)의 내려 재배 통곡하며 이르기를,
 
83
「불초자(不肖子) 수문이로소이다.」
 
84
하며 모친을 붙들고 방성대곡(放聲大哭)하니, 장부인이 천만(千萬) 몽매(夢寐)의 아자 수문이 왔음을 알고 일변 반갑고 일변 놀라, 어찌할 줄을 알지 못하고 자세히 보니 과연 어려서 모습이 있거늘, 어사의 손을 잡고 통곡하며 이르기를,
 
85
「내 너를 잃은 지 벌써 십삼 년이라. 생사를 알지 못하여 주야로 설워하더니 이제 몸이 저렇듯 그 사이 영귀(榮貴)하여 산 낯으로 모자가 상봉하니, 이는 하늘이 도우심이로다.」
 
86
어사가 울며 이르기를,
 
87
「소자가 어려서 모친 무릎에 앉아 매양 모친 턱 아래 있는 혹을 만지며 놀던 일과, 모친이 소자를 안으시고 이르시되, 네 부친이 적소에 계서 너를 오죽 보시고 싶으랴 하시던 말씀이 생각하오면 희미하오나, 누구에게 물을 곳이 없더니, 소자가 과거볼 때에 창두(蒼頭) 차복이라 하고 후히 대접하며 자세히 가르치기로 부모 찾기를 원하오나, 외람히 벼슬에 참여한 후로 풍진(風塵)의 요란함이 있사와 갑주(甲冑)를 벗을 날이 적으므로 천연(遷延)하였더니, 이제 모친은 만나거니와 부친을 어느 날 만나리까.」
 
88
하며 주인하였던 사람을 불러 그 사이 은혜를 이르며 은자(銀子)를 주어 정을 표하고, 위의(威儀)를 갖추어 모부인을 모시고 올라올새, 먼저 상께 표를 올려 서천 제읍(諸邑)이 안둔함을 상달(上達)하고, 버금 실산하였던 모친 만난 소유(所由)를 주달(奏達)하였더라.
 
89
원수가 모부인을 뫼시고 올라올새, 소과(所過) 군현(郡縣)이 지경 대후하며 천하의 희한한 일도 있다 하며 분분(紛紛) 치하하더라.
 
 
90
여러 날 만에 소흥현의 다다라 문득 석공을 생각하고, 그 집의 소식을 물으니 혹(或)이 답하기를,
 
91
「석참정(石參政) 부인 상시(常時) 가산이 탕패(蕩敗)하여 살 길이 어려우므로 동리 백성을 부치어 재물을 구하다가, 혹 아니 주면 악형(惡刑)으로 침노하니 동리 백성이 살 길 없어, 혹 도망도 하며 혹 욕(辱)도 하더니, 기간에 불행한 사람이 있어 그 집에 잡히어 악형을 당하더니, 인하여 죽으매 살인으로 얽히어 그 집 석생(石生)이 살인 원범(原犯)이 되었으매 지금 옥중의 갇히어 살지 못하겠다.」
 
92
하거늘, 원수가 청파(聽罷)에 방씨 요악(妖惡)을 짐작하나, 악장(岳丈)의 유언을 생각하고 그 석침을 불쌍히 여기며 즉시 태수를 보고 석침을 백방(白放)하고, 석침을 불러 보니 석침이 알지 못하고 다만 머리를 조아 은혜를 사례하니, 원수가 이르기를,
 
93
「네 나를 알 소냐. 얼굴을 들어 자세히 보라.」
 
94
석침이 곡절을 알지 못하고 잠깐 눈을 들어 보니, 여러 해 오매불망(寤寐不忘)하던 매부 현생(玄生)과 방불(髣髴)하되, 그 실사(實事)를 알지 못하여 묵묵부답(黙黙不答)이거늘, 원수가 이르기를,
 
95
「나는 곧 네 매형이라. 어찌 몰라 보느뇨?」
 
96
하고 가내(家內) 안부를 물으니, 석생이 반가움을 이기지 못하여 눈물을 흘리고 말을 내지 아니하더니, 오랜 후 정신을 차려 이르기를,
 
97
「현형(玄兄)이 나가신 후로 소식을 알지 못하더니, 이제 매형이 저렇듯 영귀하여 죽을 인생을 살게 하오니 은혜난망이오나, 소제(小弟)는 모친의 편협(偏狹)으로 이런 가화(家禍)를 당하오니 참괴(慙愧)함을 이기지 못하리로소이다.」
 
98
원수가 즉시 석침을 당상(堂上)의 올리고 전후수말을 물으며, 일변(一邊) 자사에게 전령(傳令)하여 제전(祭典)을 차리되, 석참정 산소로 등대(等待)하라 하더라.
 
 
99
각설. 천자가 환국하신 후로 현원수의 돌아옴을 날로 기다리더니 문득 표를 올렸거늘 보시니 서천 백성을 진무하고 난시에 실산하였던 모친을 만나 함께 돌아오는 표문(表文)이라.
 
100
상이 남필(覽畢)에 그 진충보국(盡忠保國)함을 못내 일컬으시며 또한 모친을 만남을 희한히 여기사 가로되,
 
101
「대원수 현수문은 문무가 겸비(兼備)하고 충효가 쌍전(雙全)하니 만고의 희한한지라. 어찌 송실의 보필지신(輔弼之臣)이 아니리오.」
 
102
하시고, 벼슬을 돋우사 금자(金紫) 광록대부(光祿大夫) 우승상(右丞相) 겸 계림후(鷄林侯) 위국공(魏國公) 삼도순무어사(三道巡撫御史)를 내리시고, 그 모친은 정경부인(貞敬夫人) 직첩(職牒)을 내리오사 사관으로 하여금 주야로 달려가게 하시니,
 
103
이때 사관이 교지를 받들고 원수를 찾아 내려오다가 소흥현(紹興縣)에 이르러 원수의 행차를 만나니, 원수가 사관을 맞아 교지를 받잡고 북향사배하며 성은이 융성함을 망극하여 눈물을 흘리니, 열읍(列邑) 수령이 추앙(推仰) 않는 이 없어 행여 무슨 죄에 걸릴까 저어하더라.
 
 
104
승상이 사관을 돌려보내고 모부인(母夫人)께 이 일을 고하며, 즉시 석공 분묘(墳墓)에 올라가니 벌써 포진(鋪陳) 범절(凡節)과 제수(祭需)를 등대(等待)하였더라. 승상이 석공 묘전(墓前)에 나아가 제문을 지어 제하니, 그 제문에 이르기를,
 
105
‘모년 모월 모일의 금자 광록대부 우승상 겸 삼도순무어사 소서(小壻) 현수문은 삼가 악장 석공 묘하의 고하옵나니, 오호(嗚呼)라. 소자가 일찍 부모를 실리(失離)하고 혈혈단신이 정처 없이 다니매, 그 추한 모양이 인류(人類)의 섞이지 못하거늘, 악장이 거두어 사랑하시니 그 은공은 태산이 가벼웁고 하해(河海) 얕거늘, 하물며 천금(千金) 재녀(才女)로 호연(好緣)을 허(許)하시니 쇄골(碎骨) 분신(焚身)하여도 어찌 은혜를 갚으리까. 그러나 소자의 운수가 불길함을 면치 못하여 잠깐 은혜를 잊고 귀택(貴宅)을 떠나오매, 우연히 문무과의 참방하여 외람히 조정에 충수하오매, 전장의 나아가 도적을 파하고 벼슬이 일품의 거하오니 천은이 망극하온지라. 악장의 애휼지택(愛恤之澤)이 아니면 어찌 목숨이 보전하여 이에 이르리까. 오호통재(嗚呼痛哉)라. 악장의 유교(遺敎)를 봉행(奉行)하여 사사(事事)의 영험(靈驗)하심을 보오니, 어찌 알으심이 이 같사오며, 또한 처(妻)의 열행(烈行)이 무상(無上)하여 여화위남(女化爲男)함을 보오니 어찌 감동치 아니리까. 그러나 금일 침아를 만나니, 악장을 만나 뵈옴 같은지라. 슬프다. 석일 은공을 어찌 잊으리까. 만일 악장의 영혼이 계실진대 한 잔 술을 흠향(歆饗)하소서.’
 
106
하였더라.
 
107
읽기를 마치매 일장통곡하니 산천이 슬퍼하는 듯하더라. 석생(石生)이 또한 옛일을 생각하고 슬피 통곡하니 승상이 위로하고 산의 내려 석부(石府)로 이르니 장부인이 벌써 석부에 와 아자 현승상이 돌아옴을 기다리더라.
 
 
108
이때 방씨 현생이 나간 후로 마음의 시원하여 앓던 이 빠짐 같더니, 여러 세월이 지난 후 어찌 귀히 되어 석공 산소의 소분(掃墳)하고 집에 이르름을 듣고 대경하여 놀란 기운이 가슴에 가득하매, 한 술 물도 먹지 아니하고 전일(前日)을 생각하여 어찌할 줄 모르더니, 이윽고 현승상이 들어와 배알(拜謁)하거늘, 방씨 황망이 답례하고 무류(無謬)히 앉았거늘, 승상이 방씨의 기색을 알고 문후(問候)하는 말을 마치매 방씨 이르기를,
 
109
「내 석일(昔日) 현서(賢壻)를 구태여 괄시함이 없으매, 그대 스스로 집을 버리고 나가니 내 마음이 심히 불안하거니와, 여아(女兒)가 또한 그대의 생사를 알지 못하여 주야 슬퍼하더니, 인병불기(因病不起)하여 세상을 버린 지 벌써 삼 년이 지나는지라. 이제 그대 저처(底處)로 몸이 영귀함을 보니 제 살아 있으면 영화를 함께 보리니 이 일을 생각하면 어찌 슬프지 아니하리오.」
 
110
하고 눈물을 흘리거늘, 승상이 이 말을 듣고 짐짓 모르는 체하여 놀라 이르기를,
 
111
「소서의 팔자가 사오나와 오 세에 부모를 실리하고 정처 없이 다니니, 그 추한 몸이 사람 같지 아니하거늘 상공이 거두어 애육(愛育)하사 귀소저(貴小姐)로 배우(配偶)를 정하시매 상공 유교(遺敎)를 잊지 아니하고, 소저를 찾아 부귀를 함께 지낼까 하였더니, 이제 소서로 말미암아 세상을 버렸으니, 소서가 무슨 낯으로 악장 분모에 가 뵈오며 악모(岳母)를 대하리까. 그러나 그 산소나 가르쳐 주소서.」
 
112
방씨 이 말을 들으매, 언사(言辭)가 대덕(大德)함을 중심(中心)에 헤아리고, 무슨 말로 대답할꼬 하여 묵묵부답이러니, 양구(良久) 후 희허(噫虛) 탄하며 이르기를,
 
113
「제 죽은 후 그대의 사생(死生)도 알지 못하고, 또한 혈식(血息)이 없음으로 임자 없는 신체라 하여 화장(火葬)을 하였으니, 이 일을 생각하면 더구나 면목이 맺혀 말을 못하노라.」
 
114
승상이 방씨의 간특(奸慝)함을 아나, 본디 관후장자(寬厚長者)이라. 조금도 불쾌히 여기지 아니하고, 석생을 불러 가져온 바 금은을 주며 그 사이 노모(老母)를 봉양하라 하고, 재성각에 가 전에 있던 처소를 보니 자취 완연하고, 석공의 가르치시던 말씀이 들리는 듯하여 비창(悲愴)한 눈물이 관대(冠帶)를 좇아 흉배(胸褙)를 적시는지라.
 
115
인하여 석공 사묘(祠廟)에 하직하고 방씨에게 이르기를,
 
116
「소서가 국사(國使)로 왔으매 중한 절월(節鉞)이 밖에 있어, 오래 지체함이 불가한고로 지금 떠나노라.」
 
117
하고 모부인을 뫼시고 길을 떠날새, 당초 장부인이 시비 채섬을 데리고 무량으로 갔더니 난리를 만나 분산(分散)하여 함께 오지 못하였더니, 어찌 이 일을 알고 뒤를 따라 왔는지라. 장부인이 반가움을 이기지 못하여 함께 올라오니 채섬은 보교(步轎)를 태웠더라.
 
 
118
소과(所過) 열읍(列邑)이 명함(名銜)을 들이고 지경 대후하더니, 계양의 이르러는 태수가 공장(公狀)과 명함을 들이거늘, 보니 계양태수 현택지라 하였거늘, 승상이 크게 의혹하여 혹 동성(同姓)이 있는가 하고 장탄(長歎) 불리(不離)하더니, 모부인 장씨 급히 승상을 청하여 이르기를,
 
119
「아까 일몽(一夢)을 얻으니 너의 부친이 이르되, 아자 수문을 데려왔다 하며 통곡하거늘, 놀라 깨어나니 마음이 어지러워 너를 청함이니 오늘날 무슨 소식을 들을 듯하도다.」
 
120
승상 이르기를,
 
121
「아까 본현(本縣)의 명함을 보니 부친의 성함과 같은지라. 심히 괴이하도소이다.」
 
122
장부인이 또한 의아하여 수색(愁色)이 만면하거늘, 승상이 자연 기운이 막혀 호흡을 통하지 못하더니, 문득 봉서를 생각하고 떼어보니, 하였으되,
 
123
「갑자(甲子) 동 십일월의 우승상 위국공에 이르고 계양 땅을 지나다가 부자가 상봉하리라.」
 
124
하였거늘, 승상이 남필(覽畢)에 신기함을 탄복하고 대경(大驚) 대희(大喜)하여 즉시 태수를 청하여 들어오라 하니, 태수가 황공하여 무슨 죄가 있는가 하고 계하에 이르러 배알하니, 승상이 급히 뜰에 내려 황망이 답례하고 함께 당(堂)에 올라 자세히 보니 백발노인이라.
 
125
체도(體度)가 단아(端雅) 수려(秀麗)하고 기위(奇偉) 엄숙하여 호호(皓皓)한 수염이 무릎에 가까운 지라. 승상이 일견(一見)의 유체(流涕)하며 이르기를,
 
126
「감히 묻잡나니 자제가 있나이까?」
 
127
태수가 이르기를,
 
128
「소관이 본디 자녀간(子女間) 두지 못함을 한하더니, 늦게야 일자(一子)를 두어 후사를 이을까 하였더니, 제 오세에 이르러 소관이 무량도에 정배하오매 집에 가 다녀가지 못하므로, 제 얼굴을 보지 못하고 처에게도 이별을 이르지 못하고 바로 적소에 내려가 집안 소식을 전하지 못하더니, 제 장씨 난을 만나 아들을 잃고 의지할 곳이 없어 소관의 적소로 찾아오매, 요적(寥寂)함은 면하오나 귀히 여기던 자식을 잃었사오니, 벌써 죽어 뼈도 남지 못하리로되, 완명(頑命)이 보전하여 몽은(蒙恩)하기를 바라더니, 갈수록 흉한 운수를 만나 석상의 난을 당하오매, 또 그곳에서 처를 잃고 마음을 진정하지 못하더니, 천은이 망극하여 소관의 죄명을 푸시고 탕척서용(蕩滌敍用)하여 이 고을 태수를 내리시니, 마지못하여 도임은 하였으나, 처자를 생각하고 세월을 보내더니 오늘날 승상 노야(老爺)의 행차(行次)가 욕림(辱臨)하사 하문(下問)하심을 얻사오니, 소관의 심사가 자연 좋지 못하도소이다.」
 
129
승상이 청파에 그 부친이심을 짐작하고 우(又) 묻기를,
 
130
「아자의 이름을 무엇이라 하시니까?」
 
131
답하기를,
 
132
「수문이로소이다.」
 
133
승상이 급히 당(堂)에 내려 재배 통곡하며 이르기를,
 
134
「불초자(不肖子) 수문이로소이다.」
 
135
하고 방성대곡하니 태수가 어린 듯이 앉았다가, 그제야 아자 수문임을 알고 붙들고 통곡하니, 열읍 수령이 모두가 이 일을 보고 희한히 여기더라.
 
 
136
태수가 수문을 붙들고 전후수말을 자세히 무르며 신기히 여기더니, 승상이 모부인을 만나 뫼시고 오는 말에 이르러는 태수가 더욱 방성통곡하니, 시비 채섬 또한 통곡하고 듣고 보는 사람이 다 우니, 모두 우는 빛이라.
 
137
승상 부자와 부인이며 시비 채섬과 일당(一黨)의 모이어 지난 일을 일컬으며 종일토록 즐기고 날이 밝은 후, 승상이 또 표를 올려 부친 만난 소유(所由)를 상달(上達)하였더니 상이 보시고 희한히 여기사 가로되,
 
138
「현택지, 수문의 부친인 줄 벌써 알았던들 어찌 무량도에 오래 두었으며 벼슬을 돋우지 아니하리오.」
 
139
하시고, 현택지로 양현후(陽縣侯) 초국공(楚國公)을 봉하시고 사관을 보내시니, 사관이 주야(晝夜) 배도(倍道)하여 계양에 이르매, 태수와 승상이 교지를 받자와 북향사배하고 황은이 감축함을 못내 일컬으며, 사관을 돌려보내고 태수가 신관(新官)과 교체(交替)하며 길을 떠나 함께 올라올새, 금릉 선산(先山)의 올라 소분하고, 고택(故宅)을 찾아보니 형용(形容)은 의구(依舊)하나 풀이 사면에 무성하였으니, 초창(悄愴)함을 이기지 못하여 이웃 백성을 불러 금은을 주며 옛 정을 표하고, 여러 날 만에 황성의 득달하니 상이 승상 부자의 돌아옴을 들으시고, 궐문 밖에 나와 맞으시니 승상 부자가 복지 사은하온대, 천자가 반겨 승상의 손을 잡으시고 가로되,
 
140
「짐이 경을 만 리 외에 보내고 염려를 놓지 못하였더니, 수차 올린 표를 보고 무사히 열읍 백성을 진무함을 알았으니, 경의 효성이 지극하여 실산한 부모를 찾아 함께 돌아옴을 들으니 만고에 희한한 일이라. 어찌 기쁘지 아니 하리오. 그러나 짐이 경의 부친을 알지 못하여 오래 무량도 악풍(惡風)을 쏘이게 하였으니 짐이 어찌 용열(容悅)함을 면하리오.」
 
141
승상 부자가 면관(免冠) 돈수(敦壽)하며 이르기를,
 
142
「신의 부자가 천은이 망극하여 외람히 높은 벼슬에 충수하오니, 복이 손(損)할까 두려우매 동동촉촉(洞洞燭燭)하여 몸 둘 바를 알지 못하옵거늘, 폐하가 갈수록 성교 여차하시니 도리어 후회 있을까 저어하나이다.」
 
143
상이 더욱 기특히 여기시고 만조를 모아 크게 잔치하시고, 출전하였던 제장을 불러 벼슬을 돋우시고, 사졸(士卒)을 상사하시며 조회를 파하시니 승상 부자가 퇴조(退朝)하여 차복이 있는 곳으로 오니, 모부인이 석부인으로 더불어 말씀하고 또한 집을 크게 고쳤으니, 이는 벌써 나라에서 고쳐 주심이라. 차복이 초국공과 승상을 모셔 지극히 섬기니 가중사(家中事)를 총찰(總察)하게 하더라.
 
 
144
차시 천자가 승상의 공을 기린각(麒麟閣)의 올리시고, 단서(丹書) 칠 권을 종묘(宗廟)에 두시사 만대(萬代)의 유전(留傳)하게 하시고, 현승상을 명초(命招)하사 이르기를,
 
145
「짐이 경의 공을 갚음이 적기로 이제 위왕(魏王)을 봉하나니, 경은 위국(魏國)에 가 치국안민(治國安民)하면 짐이 꺼리는 바를 면할지라.」
 
146
하시고, 대완마(大宛馬) 천 필을 사급(賜給)하시니, 승상이 면관(免冠) 돈수(敦壽)하며 이르기를,
 
147
「신이 하방(下方)의 포의(布衣) 서생(書生)으로 우연히 문무방의 참여하여 약간 공이 있다 하옵고, 벼슬이 일품(一品)에 거함도 외람하여 황공무지(惶恐無地)하옵거늘, 이제 폐하가 또 왕작(王爵)에 나아가라 하시니 이는 죽사와도 감히 당치 못하오리니, 폐하가 어찌 이런 조서를 내리어 신의 외람함을 더하고자 하시나니까.」
 
148
상이 불윤(不允)하시고 퇴조하라 하시니, 승상이 옥계의 머리를 조아리니 흐르는 피 이어지되, 연(連)하여 불윤하시니 승상이 마지못하여 사은(謝恩) 퇴조하고, 본부에 돌아와 부친 초국공과 모부인께 탑전(榻前) 설화를 고하고 갈수록 황은이 망극함을 일컫더라.
 
 
149
각설, 제남후(諸南侯) 조길은 황제 지친(至親)이라. 매양 찬역(簒逆)할 뜻을 두어 군마를 많이 모으고 연습하며, 용력(勇力) 있는 사람을 모아 병(兵)을 일으키고자 하되, 다만 현수문이 두려워 감히 생의(生意)치 못하는지라.
 
150
차시 한 사람이 있으니 성명은 우사기라. 용력이 과인(過人)하므로 일찍 별장(別將)을 하였더니, 현승상이 토번(吐蕃)을 칠 때에 장계(狀啓) 지완(遲緩)한 죄로 죽이려 하다가 사(赦)하고 결곤(決棍) 사십 도(度)로 내쳤더니 벼슬도 못하매,
 
151
제남후를 찾아보고 함께 모역(謀逆)하니 제남후가 그 용력과 재조를 기특히 여겨 괴수(魁帥)를 정하였더니, 차시 현수문이 나라의 유공함을 밉게 여겨 우사기로 하여금 없이 하고자 할새, 제남후가 칼을 주며 이르기를,
 
152
「그대 이 칼을 가지로 궐하(闕下)의 가 이리이리 하면 천자가 반드시 현수문을 죽이지 아니하면 원찬(遠竄)하리니 그대는 이 일을 행하라.」
 
153
우사기 응낙하고 가니라.
 
 
154
차시 천자가 미양궁의 계시더니 재화(災禍)가 있음을 피하사 태양궁에 옮기시니, 태양궁은 궐문(闕門)에서 깊지 아니한지라. 우사기 본디 용력이 있어 능히 십 장(丈)을 뛰는지라. 우사기 칼을 들고 궁장(宮牆)을 뛰어 넘어 미양궁을 찾아다니더니, 문 지킨 장수에게 잡힌 바가 되어 천자께 아뢰되, 상이 진노(震怒)하사 급히 오천문에 전좌(殿坐)하시고 그 놈을 잡아들여 국문(鞫問)하시니, 우사기 주하기를,
 
155
「승상 현수문이 신에게 이르되, ‘내 국가를 위하여 허다(許多) 도적을 파하매 그 공이 적지 아니하되, 천자가 거짓 대접하는 체 하시고 좋지 않은 위왕을 시키시니 마지못하여 위국으로 가려니와, 실로 나를 위함이 아니니, 네 이 칼을 가지고 궐중(闕中)의 들어가 상을 하수(下手)하면, 그 공으로 너를 벼슬을 중히 시키리니 부디 내 말을 허수히 알지 말라.’ 하옵거늘, 신이 그 말을 듣고 이에 미침이오니 다른 일은 없음이로소이다.」
 
156
상이 이 말을 들으시고 헤오되,
 
157
‘이는 필연 어떤 역적이 있어 현수문을 없이 하고자 함이로다.’
 
158
하시고, 성심(聖心)이 진노하사 먼저 이 놈을 엄형(嚴刑)을 중히 하매 제 어찌 견디리오. 개개(箇箇) 복초(服招)하는 말이 무비(無非) 현수문을 모함하는 말이라.
 
159
황제 크게 노하사 급히 우사기를 처참하고 군을 발하여 제남후 조길을 잡아 죽이려 하실새, 급히 위왕 현수문을 명초(命招)하시니, 이때 위왕이 부중(府中)에 있어 위국으로 가려하고 치행(治行)하더니, 불의에 이런 변고가 있음을 듣고, 위왕 부자가 궐외의 이르러 죄를 기다리더니, 문득 부르시는 패문(牌文)을 보고 배복(拜伏) 이르기를,
 
160
「이제 수문이 죄명을 면치 못하고, 심상(尋常)히 탑하(榻下)에 입시(入侍)하옴이 신자의 도리 아니오니, 황상의 명교(命敎)를 봉승(奉承)치 못하리니, 이 일로 상달(上達)하라.」
 
161
하고 부자가 관(冠)을 벗고 땅에 초석(草席)을 깔고 궐외에 엎드리거늘, 명관(命官)이 들어가 이대로 상달하오니, 상이 들으시고 대경하사 가로되,
 
162
「위왕 현수문은 나의 고굉지신(股肱之臣)이라. 비록 흉적(凶賊)이 있어 참소(讒訴)하는 자가 있으니 그 충심(忠心) 효행(孝行)은 거울 같이 알거늘, 어찌 그런 거조(擧措)를 하여 나의 마음을 불안케 하랴.」
 
163
하시고 위왕께 조서를 내리어 위로하시며 빨리 입시함을 재촉하시니, 위왕 부자가 황공하여 즉시 관을 갖추고 탑하에 복지하오니, 상이 반기사 이르기를,
 
164
「짐이 경의 충성을 아나니, 비록 참소하는 말이 있으나 옛날 증모의 북 던지고 달아남을 본받지 않으리니, 경은 안심 찰직(察職)할지어다.」
 
165
위왕이 다시 일어나 배주(拜奏)하기를,
 
166
「성교(聖敎) 여차하옵시니 아뢸 말씀 없거니와, 신의 이름이 벌써 죄인(罪人)구초(口招)에 씹혔사오니, 복망 폐하는 신의 작위를 삭(削)하사 후인(後人)을 징계(懲誡)하소서.」
 
167
상이 불윤하시고 가로되,
 
168
「이제 제남후 조길이 반함을 꾀하매, 경의 용맹을 꺼려 경을 없이 하고자 함이니, 급히 조길을 잡아 죽이고자 하나니, 경 곧 아니면 능히 당할 자가 없는지라. 경은 모름지기 행하라.」
 
169
하시고 정히 조서할 즈음에 좌승상 설개 급히 들어와 주달하되,
 
170
「난데없는 도적이 황성 밖에 이르러 백성을 무수히 죽인다.」
 
171
하거늘 상이 대경하사 급히 위왕으로 하여금 어림군(御臨軍) 삼천을 풀어 주시며 그 도적을 잡으라 하시니, 이 도적은 제남후 조길이 벌써 모사(謀事)가 발각한 줄 알고 기군(起軍)함이라.
 
172
위왕이 군을 거느리고 융복(戎服)을 갖추어 입고 토산마(土産馬)를 타고 전에 쓰던 자룡검(子龍劍)을 비껴들고 나아가니, 조길의 군마가 개미 같이 왕래하거늘, 위왕이 여성(厲聲) 대매(大罵)하기를,
 
173
「무지한 필부(匹夫)가 외람한 뜻을 두고 기병 범궐(犯闕)하니 네 어찌 살기를 바라리오.」
 
174
하고 달려드니 조길이 답하기를,
 
175
「천자가 무의(無義) 무도(無道)하여 나 같은 충량지신(忠亮之臣)을 멸시(蔑視)하고 간신을 가까이 하므로, 오래지 아니하여 천하가 다른 사람에게 돌아갈 줄 알고, 차라리 나 같은 황친(皇親)이나 가짐이 좋을까 하여 하늘께 명을 받잡고 옥새를 찾으려 하거늘, 네 어찌 천시(天時)를 알지 못하고 나를 항거하고자 하느뇨? 이제 네 머리를 베어 나의 위엄을 빛내리라.」
 
176
하고 달려들어 수합을 싸우더니, 위왕의 자룡검이 번듯하며 조길의 머리 내려치는지라. 그 머리를 기에 달고 들어와 상게 주달하오니, 상이 초국공과 더불어 말씀하시다가 위왕이 반일지내(半日之內)에 반적(叛賊)의 머리를 베어옴을 크게 기특히 여겨 가로되,
 
177
「경의 용병(用兵)은 고금에 희한하도다.」
 
178
위왕 이르기를,
 
179
「이 조길 같은 도적은 서절구투(鼠竊狗偸)이오니 어찌 족히 근심하오리까?」
 
180
상이 기뻐하사 도리어 위국에 내려가면 조정이 비게 됨을 슬퍼하시나, 마지못하여 떠나감을 재촉하시니 왕이 또한 애연(哀然)하나, 인하여 하직하고 부친 초국공과 모부인 장씨와 부인 석씨와 시비들을 거느리고 길을 차려 위국으로 내려가니, 풍성(豊盛)한 위의 거룩하더라.
 
 
181
각설, 선시(先時)에 석상왕이 반하여 현원수로 더불어 싸우다가 패하매, 약대와 양평공이 죽은 후로 그 가속(家屬)을 찾아 처참하더니, 약대의 여(女)는 이름이 노양춘이니 나이 십육이요, 양평공의 여는 계양춘이니 나이 십칠 세라. 미처 출가(出嫁)하지 못하고 집에 있더니, 자식을 다 잡아 죽임을 보고 도망하여 무계산의 들어가 숨고 둘이 약속하되,
 
182
「우리 조상이 다 번국(藩國) 신하(臣下)이라. 우리 부친이 불행한 때를 만나 현수문에게 목숨을 버린 바가 되었거니와 우리는 비록 남자는 아니나 아비의 원수를 갚지 못하면 지하에 돌아가나 하면목(何面目)으로 부친을 뵈오리오. 요사이 들으니 현수문이 그 공으로써 위왕을 봉하여 위국으로 온다 하니 수문은 본디 소년이라. 우리 얼굴이 비록 곱지 못하나 제 우리를 보면 반드시 마음을 돌리어 가까이 보기를 구하리니, 이때에 우리 소원을 이루면 그 날 죽어도 한이 없으리니 어찌 다행치 않으리오.」
 
183
하고 위국에 가 보수(報讎)할 일을 꾀하더라.
 
 
184
재설(再說) 위왕이 길을 행하매, 서천 군마와 제신이 시위(侍衛)하였으니, 위의 거룩함이 진실로 왕자(王者)의 행함을 가히 알지라. 마침 소흥으로 지나더니 전군에 전령(傳令)하여 석참정 부중(府中)으로 사처(私處)를 정하라 하니라.
 
185
이때 방씨 가산이 점점 탕패(蕩敗)하여 조석(朝夕)을 이루지 못하더니 뜻밖에 위왕의 행차가 이른다 하거늘, 방씨 놀라 이르기를,
 
186
「내 집이 비록 빈한(貧寒)하나 사부(士夫)의 집이거늘 무슨 일로 내 집에 사처를 정하니 실로 괴이하도다.」
 
187
하고 황황(遑遑) 불이(不二)하더니, 이윽고 왕이 바로 내당으로 들어오거늘 앞에 앉아 침이 인도하여 들어오니, 다른 이 아니요, 곧 현생(玄生)이라.
 
188
건장한 위의 전보다 더하고 면류관(冕旒冠)에 곤룡포(袞龍袍)를 입고 백옥홀(白玉笏)을 쥐었으니, 봉(鳳)의 눈을 살피지 아니하고 아름다운 수염이 가슴에 닿았으매 단정한 걸음으로 당상(堂上)에 오르거늘, 방씨 황망히 당하(堂下)에 내려서는지라.
 
189
왕이 오르심을 청하고 예(禮)하니, 방씨 어찌할 줄 알지 못하고 마음의 황공하여 감히 입을 열지 못하니 왕이 묻기를,
 
190
「아까 침아를 보고 악모(岳母)의 안녕하심은 알았거니와 그 사이 향화(香火)나 끊지 아니하고 망녀(亡女)의 제사나 절(絶)치 아니하였나이까?」
 
191
방씨 대답하기를,
 
192
「왕이 옛일을 잊지 않으시고, 이처럼 찾아보며 봉제(奉祭) 범절(凡節)을 물으시니 황공 감사하거니와, 아무리 빈한하나 망녀의 제사는 이때까지 궐(闕)치 아니하였으니 제 죽은 날을 당하면 소첩(小妾)이 비감(悲感)하여 하나이다.」
 
193
정언간(定言間)에 시비 고하되,
 
194
「위국 중전(中殿) 낭랑(娘娘)이 시비 향랑을 데리고 오신다.」
 
195
하거늘, 방씨 이르기를,
 
196
「향랑은 죽은 소저의 시비라. 소저와 같이 세상을 이별하였거늘 네 어찌 그릇보고 와 분주히 구느냐?」
 
197
하고 꾸짖더니, 이윽고 위왕비(魏王妃) 칠보(七寶) 화관(花冠)에 운무의(雲霧衣)를 입고 쌍옥패(雙玉佩)를 찼으니, 무산선녀(巫山仙女)가 요지(瑤池)에 내림 같고, 월궁항아(月宮姮娥)가 옥황(玉皇)에 오름 같으니, 보기에 황홀하여 무슨 곡절을 알지 못하고 박힌 듯이 섰다가 이르기를,
 
198
「낭랑이 향촌(鄕村)의 외로운 사람을 보고 이다지 공경하시니, 황공무지로소이다.」
 
199
낭랑이 미급답(未及答)에 향랑이 급히 들어와 고하기를,
 
200
「낭랑은 곧 석소저라. 부인이 어찌 몰라보시나이까?」
 
201
하며, 문안을 드리거늘, 방씨 이 말을 듣고 대경실색(大驚失色)하여 안색(顔色)이 여토(如土)하고 눈의 동자(瞳子)가 없음 같아, 위비(魏妃)와 향랑을 이윽히 보다가, 다만 두 손을 비벼가며 서서 죽은 사람 같거늘, 왕이 좌(座)에 앉았다가 그 거동을 보고 즉시 침을 부르니, 침이 계하(階下)의 이르러 모친이 기망(欺罔)한 죄를 대죄(待罪)하니, 위왕비 침의 대죄함을 보고 친히 당(堂)에 내려 그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며 함께 당에 올라 곁에 앉히고 위로하기를,
 
202
「너를 그 사이 오래 보지 못하였더니, 이처럼 장성하니 어찌 기특하지 않으리오.」
 
203
하고, 방씨 앞에 나아가 위로하기를,
 
204
「태태(太太)는 과려(過慮)치 마소서. 이왕사(已往事)를 생각하시고 무색(無色)히 여기시나, 다 소녀의 운수가 불길(不吉)하옴이니, 생각하오면 일장춘몽(一場春夢)이라. 어찌 천륜지리(天倫之理)에 참괴(慙愧)함을 품으리까?」
 
205
하며 침아를 불쌍히 여겨 눈물을 흘리거늘, 방씨 이 말을 듣고 더욱 무안하여 아무 말도 대답지 못하더라.
 
 
206
이날 왕과 비 석공(石公) 사묘(祀廟)에 나아가 함께 배알하고 슬피 통곡하며 재성각에 가 밤을 지낼새, 옛일을 생각하고 비회(悲懷) 교집(交集)하여 눈물흐름을 깨닫지 못하는지라.
 
207
날이 밝은 후 왕과 비 방씨께 하직하고 길을 떠나 여러 날 만에 위국의 이르니 문무백관이 모이여 천세(千歲)를 부르더라.
 
 
208
일일은 비(妃) 왕에게 이르기를,
 
209
「첩의 계모 방씨 비록 심사가 어질지 못하나, 이제 우리 영귀함을 보시고 심히 무안히 여기시니, 침아에게 뫼시고 오라 하여 수삼삭(數三朔) 뫼심이 어떠하니까?」
 
210
왕이 옳이 여겨 글월과 위의(威儀)를 보내었더니, 그 사이 방씨 애가 말라 죽고, 홀로 석생이 초토(草土)에 있기로 석생만 데려 왔다 하거늘, 왕비 침의 손을 붙들고 통곡하며 침을 불쌍히 여겨, 위국에 함께 있더라.
 
211
왕이 위국에 즉위(卽位)하여 그 부친 초국공으로 태상왕(太上王)을 봉하고 나라를 다스리니, 백성이 평안하여 길에 흐른 것을 줍지 아니하고 산에 도적이 없으니 위왕의 인덕을 가히 알리러라.
 
 
212
각설, 이때 계양춘 등이 무계산의 은거(隱居)하였더니, 위왕이 내려와 위(位)에 직(職)함을 듣고 노양춘과 함께 남복(男服)을 개착(改着)하고, 서동(書童)의 모양같이 하여 형제라 칭하고, 위국에 이르러 한 사람을 찾아 주인을 정하여 있으니, 이 사람은 위국 궁녀(宮女)의 아비라.
 
213
그 서동들이 도로 여복을 갖추고 의탁(依託)함을 구하거늘, 그 주인이 본디 자녀간 없음으로 심히 사랑하여 부녀지의(父女之義)를 맺고 함께 있으니, 계양춘 형제 인물이 일색(一色)이므로 동리 사람이 일컫지 않은 이 없으매, 자연 위국 궁녀들도 불러 보기를 자주하매 소문이 파다하여 위왕도 아는 지라.
 
214
위왕이 구경하고자 하여 그 여아를 부르라 하니, 계양춘 등이 마음에 기뻐 제 원(願)을 이룰까 하고 단장을 성비(盛備)히 하여 전하(殿下)에 이르니, 왕이 눈을 들어 자세히 보매 두 아이의 얼굴이 과연 아름다워 태도가 심히 정숙하나, 미간(眉間)의 살기(殺氣)가 은은(隱隱)하고 요기(妖氣)의 모양이 나타나는지라.
 
215
왕이 일견(一見)에 괴이 여겨 물리치니, 양춘 등이 물러와 소원을 이루지 못함을 한탄하더니, 문득 한 계교를 생각하고 의논하기를,
 
216
「우리 등이 궁녀에 참여하면 반드시 왕에게 근시(近侍)하리니, 왕이 비록 여색(女色)을 좋아 아니하나, 친압(親狎)함이 간절한즉 그 마음을 돌이키기 쉬우리니 어찌 때 좋지 않으리오.」
 
217
하고 궁녀 됨을 자원하였더니, 과연 궁녀에 충수(充數)하매 거짓 동류(同類)를 사랑하고 인의(仁義) 있으니, 모든 궁녀들도 다행히 여기더라.
 
 
218
차시 좌승상 노상경이 주하기를,
 
219
「요사이 궁중에 요기(妖氣)로운 기운이 있사오니, 신이 헤아리옵건대 궁녀 중 무슨 요열(鬧熱)이 있는가 하오니 전하는 살피소서.」
 
220
하거늘 왕이 크게 의혹하여 궁녀들을 초택(抄擇)하니, 과연 전에 불러보던 계양춘 형제 있는지라. 왕이 그 요녀(妖女)를 죽이고자 하되, 죄를 범(犯)치 않으므로 멀리 내치라 하니. 계양춘 등이 어찌할 수 없어 나오매 분노함을 이기지 못하여 도로 남복을 개착하고, 진국(晉國)을 찾아 가니 진왕(晉王)이 본디 천자를 원망하며 기병할 의사를 두었으나, 양국이 현수문에게 망함을 보고 생심(生心)도 발구(發口)치 못하였더니, 차시 양평공의 여(女) 계양춘이 진국의 와 궁녀 됨을 듣고 계양춘을 불러보니 천하의 드문 일색(一色)이라. 드디어 첩을 삼고 노양춘으로 대장 우골대의 첩을 삼게 하니라.
 
221
진왕이 주야로 계양춘에게 혹하여 놀며 이르기를,
 
222
「너의 부친이 현수문에게 망하니 너의 마음이 어찌 섧지 아니하랴?」
 
223
계양춘이 울며 이르기를,
 
224
「첩의 평생소원이 아비 원수를 갚고자 하되, 계집의 소견이 매양 좁기로 의사를 내지 못하였더니, 이제 왕이 첩을 위하여 한번 수고를 아끼지 않으신 즉, 앙천지시(仰天之時)가 다 좋을까 하나이다.」
 
225
왕이 희(喜) 묻기를,
 
226
「어찌 이름이뇨?」
 
227
계양춘이 고하기를,
 
228
「이제 현수문이 조정을 떠나 수천 리에 있으니, 이때를 타 기군(起軍)하여 바로 황성을 치면 조정에 당할 장수가 없으매, 반드시 송제(宋帝)를 항복 받으리니, 왕이 스스로 천자위(天子位)에 직(職)하시면 현수문을 죽이기는 여반장(如反掌)이오니, 어찌 이를 생각하지 않으시니까?」
 
229
진왕이 청파(聽罷)에 무릎을 치며 이르기를,
 
230
「내 과연 잊었더니, 이제 네 말을 들으니 흉금(胸襟)이 열리는지라. 오늘로 좇아 일을 행하리라.」
 
231
하고 드디어 제장(諸將) 군졸(軍卒)을 조발(調發)할새, 우골대로 선봉을 삼고, 마골대로 후군장을 삼고, 호골대로 중군을 삼아, 정병 십만을 조발하여 황성으로 행할새, 진왕이 스스로 대원수가 되어 제장으로 의논하기를,
 
232
「우리 이제 행군하여 송제를 잡으려 하매 일이 발각하면 대사를 이루지 못하리니, 밤이면 행하고 낮이면 산의 숨어 사람이 모르게 행진하여 바로 황성을 치면 천자가 미처 피하지 못하고 사로잡히리니, 제장은 영을 어기지 말라.」
 
233
하고 행군을 재촉하니, 이때 노양춘이 우골대에게 이르기를,
 
234
「장군이 병을 거느리고 황성으로 향하매 첩이 또한 말 뒤를 쫓고자 하나니, 옛날 초패왕(楚霸王)도 우미인(虞美人)을 데리고 전장(戰場)에 다녔으니 족히 부끄럽지 않을지라. 쫓아다님을 원하나이다.」
 
235
진왕이 옳이 여겨 함께 행하니라. 우골대 등이 낮이면 산에 숨고 밤이면 길을 나니, 지나는 바에 자사(刺史) 수령(守令)이 알지 못하고 또한 위국이 수천 리 외에 있으매 위왕도 아득히 모르니 어찌 송실(宋室)이 위태치 않으리오.
 
 
236
이적에 진왕이 군을 몰아 함곡관에 이르니, 관을 지킨 장수 조현이 막거늘 일 합에 베고 달려 황도(皇都)에 이르니, 차시 천자가 불의(不意)에 변을 만나는지라. 성문을 굳게 닫고 어찔할 줄 모르더니, 상이 앙천(仰天) 탄하며 이르기를,
 
237
「짐이 매양 진국을 꺼리더니, 이제 반하여 적병이 성하에 이르매 조정에 당할 장수가 없고, 수문은 수천 리 밖에 있으매 누구를 믿고 사직(社稷)을 안보(安保)하리오.」
 
238
말을 마치며 용루(龍淚)가 종행(縱行)하니, 반부(班府) 중에 일인이 출반주(出班奏)하기를,
 
239
「신이 비록 재조가 없사오나 일지군(一枝軍)을 주시면 적병을 소멸하고 폐하의 근심을 덜리이다.」
 
240
모두 보니 정동장군 양기라. 상이 대열(大悅)하며 이르기를,
 
241
「경이 석일(昔日) 현수문을 따라 양국 도적을 파할 때에 소년대장으로 그 예기(銳氣)를 믿었거니와, 이제 벌써 백수(白鬚) 노장(老將)이라도 남은 용력이 있어 급한 도적을 파하고자 하니, 어찌 만행(萬幸)이 않으리오.」
 
242
하시고 즉시 수성군(守城軍) 십만을 조발하여 파적(破敵)하라 하시니, 양기 군을 거느리고 일성포향에 서문을 크게 열고 내달아 대호하기를,
 
243
「내 비록 노장이나 너 같은 쥐무리는 초개(草芥) 같이 알거늘 너의 오랑캐 감히 나를 대적할 소냐?」
 
244
하고 맞아 싸워 팔십여 합에 승부를 결치 못하더니, 우골대 거짓 패하여 달아나다가 도로 돌아서며 칼을 들어 양기의 머리를 베고, 좌충우돌하며 송황제 항복함을 재촉하니 능히 당할 자가 없는지라. 상이 유체(流涕)하며 이르기를,
 
245
「조정에 양장(良將)이 없고 밖에 도적이 급하니 이를 장차 어찌 하리오. 사람을 위국에 보내어 위왕 현수문을 청하면, 이 도적을 근심할 바가 없으되, 수천 리 밖에 어찌 사람을 보내며, 비록 보냄이 있으나 도적이 죽이고 보내지 않으리니 어찌 오백년 종사(宗社)를 오늘날 망할 줄 알리오.」
 
246
하고 슬피 통곡하니 조신(朝臣)들이 능히 말을 이루지 못하고 다만 체읍(涕泣)할 따름이라.
 
 
247
각설 위왕이 본국에 있은 지 벌써 수년이라. 천자께 조회(朝會)하려 하고 군마를 거느리고 황성으로 나아갈새, 진교역의 이르러 밤을 지내더니 문득 한 백발노인이 갈건(葛巾) 도복(道服)으로 표연(飄然)히 이르러 이르기를,
 
248
「나는 남악 화산의 일광대사이러니 급히 전할 말이 있기로 왔노라.」
 
249
하고 이르기를,
 
250
「이제 진국이 반하여 가만히 황성을 침범하매 그 위태함이 시각(時刻)에 있거늘 왕이 어찌 알지 못하고 구하지 않느뇨?」
 
251
하고 밖으로 나가거늘 위왕이 대사를 보고 반겨 다시 말을 묻고자 하다가 놀라 깨어나니 침상(枕上) 일몽(一夢)이라. 마음이 서늘하여 잠을 이루지 못하고 뜰에 내려 천문을 살펴보매, 과연 자미성(紫微星)이 희미하여 곤(困)함이 특심(特甚)하거늘, 무슨 변고(變故)가 있음을 알고 급히 군마를 물리고 천리 토산마를 채쳐 청수강을 건널새, 진관(鎭官)이 주하기를,
 
252
「진번(晉蕃)이 반하여 황성을 치매 황제의 사생(死生)이 어찌 된 줄 모르오니, 왕은 급히 구하소서.」
 
253
하거늘 왕이 대경하여 말을 채쳐 달려가니 일주야(一晝夜)에 일천삼백 리를 행하매 토산마가 곤하여 능히 가지 못하거늘, 왕이 잠깐 쉬어 피란(避亂)하는 백성에게 물으니 답하되,
 
254
「도적이 서문을 쳐 무수한 장수를 베고 궁성(宮城)을 앗으니 성중이 크게 위태하다.」
 
255
하거늘, 위왕이 이 말을 듣고 망극하여 나는 듯이 송진의 이르니, 벌써 송장(宋將) 양기 도적에게 죽고, 병마사 조철이 군을 거느리고 나와 싸울 마음이 없어 황황 망극(罔極)하더니, 위왕이 단기로 진을 헤치고 들어옴을 보고 반가움을 이기지 못하여 울며 황상의 위태함을 이르니, 왕이 묻기를,
 
256
「황상이 어디 계시뇨?」
 
257
조철 이르기를,
 
258
「적병이 서문으로 들어가 싸우더니, 상이 어느 곳에 피하신지 알지 못하도소이다.」
 
259
위왕이 차언(此言)을 들으매 분기(憤氣) 충돌하여 조철에게 군사를 거느리고 뒤를 따르라 하며, 서문의 이르러 적진을 엄살(掩殺)하는지라.
 
 
260
차시 진왕이 서문루(西門樓)의 올라 제장을 모으고, 송제의 항복함을 재촉하며 계양춘과 즐기며 이르기를,
 
261
「네 만일 남자로 났을진대 지혜 족히 천하를 얻어 용루(龍樓) 봉궐(鳳闕)에 높이 앉고 육국(六國) 제후(諸侯)의 조공(朝貢)을 받으리로다. 네 한 번 묘책을 내매 내 천하를 취하게 되었으니, 이는 천고의 희사(喜事)이라. 내 보위(寶位)에 오르는 날 너로써 황후를 봉하여 백년을 열락(悅樂)하리라.」
 
262
하니, 계양춘이 이 말을 듣고 양양자득(揚揚自得)하더니 문득 서문이 요란하며 일원(一員) 대장이 칼을 들고 진중을 시살(廝殺)하매 장졸이 무수히 죽고 호골대 또한 죽었는지라. 진왕이 대경실색하여 마골대로 나가 싸우라 하니, 마골대 진밖에 내달으며 꾸짖어 이르기를,
 
263
「네 무지한 필부(匹夫)가 천의(天意)를 알지 못하고 송제에 항복받은 우리에 항거하느뇨?」
 
264
하고 내달으니 위왕이 분발(奮發)이 충관(衝冠)하여 황금 투구에 은갑(銀甲)을 입고 천리토산마(千里土産馬)를 탔으며 손에 자룡검을 들고 내달으니, 사람은 천신(天神) 같고 말은 비룡(飛龍) 같더라. 소리를 크게 하여 꾸짖어 이르기를,
 
265
「나는 위왕 현수문이라. 너의 무도한 오랑캐 감히 황성을 범하니 어찌 하늘이 두렵지 않으리오. 빨리 나와 목숨을 재촉하라.」
 
266
하고 맞아 싸우더니 수합이 못하여 자룡검이 이르는 곳에 마골대의 머리 마하(馬下)에 내려지는지라. 위왕이 좌충우돌하여 적진을 짓밟으니 주검이 뫼 같고 피 흘러 내가 되었더라.
 
267
위왕이 바로 진왕을 베고자 하여 무인지경 같이 횡행(橫行)하니 적진 장졸이 현수문이란 말을 듣고 황겁(惶怯)하여 싸우지 아니하거늘, 위왕이 그제야 서문의 이르러 문을 열라 하니 문 지킨 장수가 굳이 막거늘,
 
268
「위왕 현수문 왔음을 천자께 아뢰라.」
 
269
하니, 이윽고 문을 여는지라.
 
270
이때 상이 성밖에 나가 피하지 못하고, 위왕 현수문만 생각하고 눈물을 내리오시며 항복하고자 하시더니, 문득 현수문이 와 적진을 물리치고, 서문을 열어 달라 하는 말을 들으시고, 대희(大喜)하여 꿈인가 생시인가 하시다가 문 외에 나와 맞으시니, 위왕이 말에서 내려 복지(伏地) 유체(流涕)하오니, 상이 위왕의 손을 잡으시고 유체하며 이르기를,
 
271
「경이 위국의 있으매 수천 리 외의 통기(通寄)함이 없거늘, 경이 어찌 알고 이르러 짐의 급함을 구하니, 이는 하늘이 경을 내시사 짐을 주심이로다.」
 
272
위왕이 읍주(泣奏)하기를,
 
273
「폐하의 곤하심이 다 신이 더디 온 죄로소이다.」
 
274
하고 알고 온 수말(首末)을 주달하오니, 상이 더욱 희한히 여기시며 파적(破敵)할 일을 의논하시니 위왕 이르기를,
 
275
「이제 적병이 성밖 십 리를 물려 진 쳤으니 폐하는 근심치 마소서.」
 
276
하고 토산마를 이끌어 내니 그 말이 죽었거늘, 위왕이 붙들고 통곡하며 이르기를,
 
277
「내 네 공을 힘입어 천자를 위하더니 네 오늘날 뜻밖에 나를 버리고 죽으니 내 어찌하리오.」
 
278
하고 슬퍼함을 마지아니하니 천자가 이를 보시고 크게 놀라사 타시던 대완마를 사급하시고 철기 삼천을 주시며, 임기로 선봉을 삼고 적진을 파하라 하시니,
 
279
위왕이 사은하며 즉시 군을 거느리고 성문을 나니 적진 장졸이 멀리 바라보고 위풍(威風)에 쫓기어 강을 건너 진치고 나오지 아니하거늘, 위왕이 따라 강을 건너 진치고 제장을 불러 이르기를,
 
280
「예서 십 리만 가면 사곡이란 들이 있어 무성한 갈대가 백 리를 연(連)한 곳이라. 오늘 사경(四更)에 군사 하나씩 흘러가 그곳에 매복하였다가 명일(明日) 싸움에 적군이 그 앞을 지나리니, 일시에 불을 놓아 그 뒤를 치면 가히 진왕을 사로잡으리라.」
 
281
임기 청령(聽令)하고 물러나니라.
 
 
282
차시 진왕이 현수문에게 일군(一軍)이 대패함을 분노하여, 우골대로 선봉을 삼고 싸움을 돋우나, 위왕이 진문을 크게 열고 말에 올라 대매(大罵)하기를,
 
283
「너의 무도한 오랑캐 어찌 나를 당할 소냐. 빨리 나와 내 칼을 받으라.」
 
284
하고 맞아 싸워 삼십여 합에 승부를 결치 못하더니, 우골대 기운이 진(盡)하고 군마가 곤뇌(困惱)하매 군을 돌리어 본진으로 달아나거늘, 위왕이 급히 따르니 적진이 사곡으로 지나는지라. 문득 사곡에서 방포(放砲) 소리 나며 일시에 불이 일어나고 사면의 함성이 물 끓듯 하거늘 적진이 황겁하여 서로 항오(行伍)를 차리지 못하고 사산분궤(四散奔潰)하는지라.
 
285
진왕이 우골대를 붙들고 계양춘을 돌아보아 이르기를,
 
286
「이를 장차 어찌 하리오. 사면에 화광이 충천하고 복병이 대발(大發)하니 비록 날개 있어도 살기를 도모치 못하리로다.」
 
287
하고 방성대곡(放聲大哭)하니 장졸이 다 넋을 잃고 아무리 할 줄 모르는 지라. 위왕이 불 일어남을 보고 승승장구하여 적진을 시살하고 자룡검을 들어 우골대의 머리를 베어 내리치니, 진왕이 우골대의 죽는 양을 보고 하늘을 우러러 통곡하며 이르기를,
 
288
「천지망아(天之亡我)요, 비전지죄(非戰之罪)라.」
 
289
하며 칼을 빼어 스스로 멱을 찔러 죽으니, 모든 군사가 손을 묶어 살기를 빌거늘, 위왕이 그 항졸(降卒)을 살려 보내고 진을 거두어 돌아올새, 진왕의 머리를 베어 기에 달고 승전고를 울리며 회군하더니 문득 한 계집이 애연(哀然)히 울거늘, 자세히 보니 전일 위국에서 보던 노양춘이라.
 
290
크게 괴이 여겨 인하여 죽이고 황성의 들어와 적진을 함몰(陷沒)함을 주달하오니, 상이 대열하사 가로되,
 
291
「먼저 경이 이르러 오매 짐이 보고 마음을 놓이더니, 이제 승전함을 들으니 마음이 더욱 평안한지라. 경의 충성이 하늘에 이름이라. 적병을 파하고 오늘날 진국 도적을 파하여 짐의 위태함을 건져 내었으니 천고에 쌍 없는 대공이라. 무엇으로 갚으리오.」
 
292
하시고 제장 군졸을 상사하시며 만조를 모아 크게 잔치하시고, 사방에 방 부처 백성을 안무(按撫)하고 조회를 파하시니, 위왕이 천은이 감축함을 사례하고 위국으로 돌아오니, 상이 십 리에 나와 전송하시고 떠남을 심히 결연(缺然)하사 용루(龍淚)를 내리시니, 위왕이 또한 눈물을 흘리고 이별하여 본국으로 돌아오니, 태상왕 부부와 왕비며 석침이 반겨 무사 환국(還國)함을 못내 일컫더라.
 
293
위왕이 매양 침을 사랑하매 벼슬을 주었으니 이날 그 벼슬을 돋우어 우승상을 삼으니, 위왕의 용맹함과 어진 덕택이 천하에 진동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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