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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불운不運에 우는 그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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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운(不運)에 우는 그대여, 나는 아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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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그대의 불운(不運)을 지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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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는 바람에 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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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물에 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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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어진 그대의 가슴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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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지나간 나의 일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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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또 다시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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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황(赤黃)의 포말(泡沫)은 북고여라, 그대의 가슴속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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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청(暗靑)의 이끼여, 거치른 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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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는 물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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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바다가 변變하야 뽕나무밭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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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잡지 못할만한 나의 이 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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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봄 저녁에 져가는 꽃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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져가는 꽃잎들은 나부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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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일러 오며 하는 말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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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변(變)하여 뽕나무밭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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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하다, 아름다운 청춘(靑春)의 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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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던 온갖 것은 눈에 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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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낯 모르게 되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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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아라, 그대여, 서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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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도 삼월(三月)의 져가는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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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피같이도 쏟아쳐 내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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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저 꽃잎들을, 저기 저 꽃잎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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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황촉黃燭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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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촉(黃燭)불, 그저도 까맣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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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러져 가는 푸른 창(窓)을 기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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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조차 없는 흰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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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자 거울에 얼굴을 묻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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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없이 생각없이 들여다보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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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르노니, 우리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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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밤은 꿈속으로 보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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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조는 동안에 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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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別) 좋은 일도 없이 스러지고 말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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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맘에 있는 말이라고 다 할까 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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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소연하며 한숨을 지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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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괴로워 하는 사람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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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나쁘지 않도록 좋게 꾸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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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이 세상의 버릇이라고, 오오 그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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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에 있는 말이라고 다 할까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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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세 번(番) 생각하라, 위선(爲先) 그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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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부터 밑지고 들어가는 장사일진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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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법(法)이 근심은 못 같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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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설움을 남은 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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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마라, 세상, 세상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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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좋은 이름 좋은 말로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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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을 속옷마저 벗긴 뒤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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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네길거리에 세워 놓아라, 장승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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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슨 일이냐, 그날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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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람들은 제각금 제 비위(脾胃)의 헐한 값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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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몸값을 매마쟈고 덤벼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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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그러면, 그대들은 이후에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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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우러르라, 그저 혼자, 섧거나 괴롭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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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훗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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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님네들이 외우는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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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아들을 기르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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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길을 보자는 심성(心誠)이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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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하다, 분명(分明)히 그네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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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어버이 틈에서 생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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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무엇이냐, 우리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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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들어 가르치던 먼 훗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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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네들이 또다시 자라 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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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같이 외우는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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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길을 두고 가자는 심성(心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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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딸을 늙도록 기르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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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부부夫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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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안해여, 나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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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묶어준 짝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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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살음이 마땅치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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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다시 그러랴, 안 그러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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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고 별나운 사람의 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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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몰라라, 참인지, 거짓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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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분(情分)으로 얽은 딴 두 몸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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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어그점인들 또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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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생(限平生)이라도 반백년(半百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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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사는 이 인생(人生)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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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분(緣分)의 긴 실이 그 무엇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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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말하려노라, 아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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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한 곳에 묻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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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나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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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가에 떨어져 나가 앉은 메 기슭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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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바다의 물가 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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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으리, 나의 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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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큰길을 앞에다 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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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로 지나가는 그 사람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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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끔 떨어져서 혼자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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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얀 여울 턱에 날은 저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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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문간에 서서 기다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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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새가 울며 지새는 그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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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희게, 또는 고요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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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쩍이며 오는 아침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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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길손을 눈여겨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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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인가고, 그대인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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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5. 12 시집 진달래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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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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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落葉)이 발이 숨는 못물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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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뚝우뚝한 나무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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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빛조차 어섬푸레히 떠오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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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섰노라, 아직도 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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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東)녘 하늘은 어두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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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인(天人)에도 사랑 눈물, 구름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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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꿈의 베개, 흐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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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님이여, 그러나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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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도 붉으스레 물 질러 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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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밟고 저녁에 섰는 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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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半)달은 중천(中天)에 지새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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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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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저 구름을 잡아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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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게도 피로 물든 저 구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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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면 새캄한 저 구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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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아타고 내 몸은 저 멀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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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만리(九萬里) 긴 하늘을 날아 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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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잠든 품속에 안기렸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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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스러라, 그리는 못한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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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여, 들으라 비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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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구름이 그대한테로 내리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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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라, 밤저녁, 내 눈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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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부 바다가 변(變)하야 뽕나무밭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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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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