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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꽃 촉燭불 켜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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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촛불 켜는 밤, 깊은 골방에 만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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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젊어 모를 몸, 그래도 그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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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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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달 같이 밝은 맘, 저저마다 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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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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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랑은 한두번만 아니라, 그들은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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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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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촛불 켜는 밤, 어스러한 창 아래 만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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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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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앞길 모를 몸, 그래도 그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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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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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대같이 굳은 맘, 저저마다 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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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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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세상은, 눈물날 일 많아라, 그들은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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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5. 12 시집 진달래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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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부귀공명富貴功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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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들어 마주 온 내 얼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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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더 미리부터 알았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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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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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는 날 죽는 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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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다 모르고 사는 탓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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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오직 이것이 참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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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내 세상이 어디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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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두여덟 좋은 연광(年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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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와서 내게도 있을 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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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前)보다 좀더 전(前)보다 좀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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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음즉이 살련지 모르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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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들어 마주 온 내 얼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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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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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더 미리부터 알았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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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추회追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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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일까지라도 생(生)의 노력(努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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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은 선사(善事)도 하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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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것도 허사(虛事)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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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亦是) 알지마는, 우리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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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끝내 고개를 넘고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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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싣고 닫던 말도 순막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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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청(虛廳)가, 석양(夕陽)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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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히 조으는 한때는 다 있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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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히 조으는 한때는 다 있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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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무신無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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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돌이켜 물을 줄도 내가 아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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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무신(無信)함이 있더냐?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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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무엇하랴 오늘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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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속히도 당장에 우리 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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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수 없는 그것을, 물과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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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가서 없어진 맘이라고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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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구름은 메기슭에서 어정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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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처롭게도 우는 산(山)의 사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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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품에 속속들이 붙안기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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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밀물도 쎄이고 밤은 어두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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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주었던 자리는 알 길이 없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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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市井)의 흥정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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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外上)으로 주고받기도 하건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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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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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구슬의 봄 새벽 아득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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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며 들 사이에 넓은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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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향기(香氣) 불긋한 잎 위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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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그물의 바람 비쳐 젖은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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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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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걸어가노라 이러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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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저녁의 그늘진 그대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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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다리 위 무지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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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조차 가을 봄 걷히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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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사노라면 사람은 죽는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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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라도 몇 번(番)씩 내 생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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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무엇하려고 살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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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고 살았노라, 그럴 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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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흐르는 저 냇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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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가서 바다로 든댈진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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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로조차 그러면, 이 내 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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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쓴다고는 말부터 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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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라면 사람은 죽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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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다시 내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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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빛의 불붙는 사태흙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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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짓는 저 개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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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살려 하노라, 그와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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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날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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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음에 즐거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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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것이 사람의 본뜻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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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그러면 내 몸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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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애쓸 일도 더 없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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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라면 사람은 죽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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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하다못해 죽어달래가 옳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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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나는 바랄 것 더 없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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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랴 허공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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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만 남은 내 노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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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나 띄워서 보낼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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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못해 죽어달래가 옳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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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더 높은 데서나 보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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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상 다 살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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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은 뒤 없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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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 아노라 지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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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서 이만큼 자랐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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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지내본 모든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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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았다고 이를 수 있을진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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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가에 닳아져 널린 굴 껍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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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가시덤불 벋어 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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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둑어둑 저문 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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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바람에 우짖는 돌무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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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못해 죽어달래가 옳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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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고요한 때라도 지켰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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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5. 12 시집 진달래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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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희망希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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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은 저물고 눈이 나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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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 설은 물가으로 내가 왔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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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山) 속의 올빼미 울고 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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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진 잎들은 눈 아래로 깔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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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숙살(肅殺)스러운 풍경(風景)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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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智慧)의 눈물을 내가 얻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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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금 알기는 알았건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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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모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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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갓 아름다운 눈어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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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뿐인 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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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울어 향기(香氣) 깊은 가을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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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무주러진 나무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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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비가 우는 낙엽(落葉)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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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전망展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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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옇한 하늘, 날도 채 밝지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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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눈이 우멍구멍 쌓인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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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남편(便) 물가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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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구름은 층층대(層層臺) 떠올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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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아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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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 지어 서제(書齊)로 올라들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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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살이하는 젊은이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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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가끔 우물길 나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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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삭(蕭索)한 난간(欄干) 위를 거닐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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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볼 때 온 아침, 내 가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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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혀 옮긴 그림장(張)이 한 옆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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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갓 더운 눈물로 어룽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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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 위에 총(銃) 매인 사냥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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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백(半白)의 머리털에 바람 불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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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달음박질. 올 길 다 왔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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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눈이 만산편야(滿山遍野)에 쌓인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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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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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오지 못한다」 하는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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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던 내 귀로 들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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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수산(萬壽山) 을 나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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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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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갈라선 그 내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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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뵈올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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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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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락에 겨운 입술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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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말도 조금 더 영리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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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게도 지금은 되었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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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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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세상 모르고 살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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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서면 무심타」고 하는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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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슨 뜻인 줄을 알았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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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석산(啼昔山) 붙는 불은 옛날에 갈라선 그 내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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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의 풀이라도 태웠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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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5. 12 시집 진달래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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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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