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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열락列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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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게 깊게 목메인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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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품속으로써 굴러나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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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달피 잠 안오는 유령(幽靈)의 눈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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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검은 개버드나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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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져 내리는 비의 줄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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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느껴 비끼는 주문(呪文)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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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커먼 머리채 풀어헤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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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성하면서 가시는 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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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벗은 벌레들은 꿈틀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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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혈(黑血)의 바다. 고목(枯木) 동굴(洞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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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목조(啄木鳥)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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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아리는 소리, 쪼아리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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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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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가 나를 헤내는 부르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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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으스름한 언덕, 여기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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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무더기도 움직이며, 달빛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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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만 남은 노래 서리워 엉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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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조상(祖上)들의 기록(記錄)을 묻어둔 그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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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두루 찾노라, 그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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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적 없는 노래 흘러 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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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가득한 언덕으로 여기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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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가 나를 헤내는 부르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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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는 소리, 부르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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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넋을 잡아 끌어 헤내는 부르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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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비난수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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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하려노라, 비난수 하는 나의 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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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한짐에 묶어 가지고 가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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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면 이슬 맞은 바위의 붉은 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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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오르는 해를 바라다 보며, 입을 벌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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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돌아라, 비난수하는 맘이어, 갈매기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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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무덤뿐이 그늘을 어른이는 하늘 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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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의. 잃어버린 세상의 있다던 모든 것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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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내 몸이 죽어 가서 없어진 것만도 못하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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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는 비난수 하는 나의 맘, 헐벗은 산(山)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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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진 잎 타서 오르는, 냇내의 한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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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나부끼라 저녁은, 흩어진 거미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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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매던 이슬은 곧 다시 떨어진다고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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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하려 하노라, 오오 비난수 하는 나의 맘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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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가 없어지는 세상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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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날과 날이 닭 소리와 함께 달아나 버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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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웁는, 오오 가까웁는 그대뿐이 내게 있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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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찬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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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르스렷한 달은, 성황당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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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군데군 헐어진 담 모도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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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둑히 걸리웠고, 바위 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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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한 쌍, 바람에 나래를 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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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긔한 무덤들은 들먹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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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녹아 황토(黃土) 드러난 멧기슭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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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라, 거리 불빛도 떨어져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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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짓고 들었노라, 오오 가슴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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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무덤보다도 다시 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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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은 물보다 더 더움이 없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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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가슴이여, 모닥불 피어 오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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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한세상, 마당가의 가을도 갔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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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오히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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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들어라, 눈석이물이 씨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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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위에 누워서, 밤마다 누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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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 모도리에 걸린 달을 내가 또 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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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招 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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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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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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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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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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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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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끝내 마자하지 못하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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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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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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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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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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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져 나가 앉은 산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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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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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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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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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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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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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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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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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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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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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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