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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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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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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따로 와 지나는 사람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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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자고 가자 하며 나는 앉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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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하느편(便)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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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는 떠나 나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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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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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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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나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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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르르 내려 감는 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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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도 생시에도 눈에 선한 우리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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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저 산(山) 넘어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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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은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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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들놀이 (들도리) / 들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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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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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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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졌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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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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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로 한 벌 가득히 자라 높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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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의 헐벗은 묵은 옷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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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분전의 바람에 날아 돌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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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보아, 곳곳이 모든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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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쩍이며 살아 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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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나래 펄쳐 떨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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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개도 높이 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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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에 이내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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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가 또다시 쉬기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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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에 찬 내 가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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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으로 채워져 사뭇 넘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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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은 다시금 또 더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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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바리운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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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울고 일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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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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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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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에는 소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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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구리는 울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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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 그늘 어두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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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짐지고 땅 보며 머뭇거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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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반딧불 꾀어드는 수풀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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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다 잘 살어라 하며, 노래 불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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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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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자 뫼 위에 올랐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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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아 퍼지는 아침 햇볕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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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도 번쩍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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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속삭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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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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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내 몸의 상처(傷處)받은 맘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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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은 오히려 저프고 아픔에 고요히 떨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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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금 나는 이 한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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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있는 엄숙을 모두 느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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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바라건대는 우리에게 보섭대일 땅이 있었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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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꿈을 꾸었노라, 동무들과 내가 가즈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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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 가의 하루 일을 다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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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에 마을로 돌아오는 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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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이, 꿈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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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집 잃은 내 몸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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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는 우리에게 우리의 보섭대일 땅이 있었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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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떠돌으랴, 아침에 점을 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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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라 새로운 탄식을 얻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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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랴 남북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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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은 떠가나니, 볼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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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반짝임은, 별빛이 아득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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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결뿐 떠올라라, 가슴에 팔다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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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어쩌면 황송한 이 심정을! 날로 나날이 내 앞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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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가느른 길이 이어 가라. 나는 나아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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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걸음 또 한걸음. 보이는 산 비탈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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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새벽 동무들 저 저혼자......산경(山耕)을 김매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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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5. 12 시집 진달래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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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밭 고랑 우에서 / 밭 고랑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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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두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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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높이 가득 자란 보리 밭, 밭고랑 위에 앉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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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마치고 쉬는 동안의기쁨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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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두 사람의 이야기에는 꽃이 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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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빛나는 태양은 내려 쪼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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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무리들도 즐거운 노래, 노래 불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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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은혜여, 살아 있는 몸에는 넘치는 은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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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은근스러움이 우리의 맘 속을 차지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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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끝은 어디?자애의 하늘은 넓게도 뎦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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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두 사람은 일하며, 살아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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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태양을 바라보아라 날마다 날마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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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라 새로운 환희를 지어내며, 늘 같은 땅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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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활기 있게 웃고 나서, 우리 두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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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일리우는 보리밭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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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 들고 들어 갔어라, 가지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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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 나아가는 기쁨이여, 오오 생명의 향상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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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저녁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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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소의 무리와 사람들은 돌아들고, 적적(寂寂)히 빈 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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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머구리 소리 우거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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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은 더욱 낫추, 먼 산(山)비탈길 어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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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뚝우뚝한 드높은 나무, 잘 새도 깃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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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수록 넓은 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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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빛을 물끄럼히 들여다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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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수그리고 박은 듯이 홀로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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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한숨을 짓느냐. 왜 이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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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것을 아주 잊었어라, 깊은 밤 예서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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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생각에 가볍고, 맘이 더 높이 떠오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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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멀지 않은 갈숲 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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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이 솟구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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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합장合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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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 단 두 몸이라. 밤 빛은 배여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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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거 봐, 우거진 나무 아래로 달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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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말하며 걸었어라, 바람은 부는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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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燈)불 빛에 거리는 헤적여라, 희미(稀微)한 하느편(便)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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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 밝은 그림자 아득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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퍽도 가까힌, 풀밭에서 이슬이 번쩍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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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막 깊어, 사방(四方)은 고요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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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즉, 말도 안하고, 더 안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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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우뚝하니. 눈감고 마주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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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먼 산(山). 산(山)절의 절 종(鍾)소리. 달빛은 지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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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묵념默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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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슥한 밤, 밤기운 서늘할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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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창(窓)턱에 걸어앉아, 두 다리 늘이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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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머구리 소리를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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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처롭게도, 그대는 먼첨 혼자서 잠드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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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은 생각에 잠잠할 때. 희미한 수풀로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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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가(村家)의 액(厄)막이 제(祭)지내는 불빛은 새어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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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비난수도 머구 소리와 함께 잦아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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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득히 차오는 내 심령(心靈)은…… 하늘과 땅 사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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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심히 일어 걸어 그대의 잠든 몸 위에 기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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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임 다시없이, 만뢰(萬)는 구적(俱寂)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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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요(照耀)히 내려 비추는 별빛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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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을 이끌어라, 무한(無限)히 더 가깝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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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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