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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단(文壇) 30년의 자취 ◈
◇ 文人報國會(문인보국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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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3~
김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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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文壇) 30년의 자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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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人報國會(문인보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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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 여행에서 돌아와서, 기억력을 잃었노라는 핑계로 연이어 각 온천장으 로 돌아다니며 놀다가 집으로 돌아와 보니 세상의 형태는 아주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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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전쟁 색채와 협력 색채로 아주 메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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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무슨 강연회, 저기서 무슨 음악회가 모두 전쟁 색채였다. 게다가 일본이 미국과, 영국에까지 선선을 포고한 뒤에는, 이 땅도 싸움하는 땅으로, 이 백성은 황국신민으로 모두가 된 듯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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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정 당국도 이 백성을 황국시민으로 화하기 위해서는 조선문학의 선전력을 빌어야 될 것을 비로소 느낀 모양으로, ‘朝鮮文人協會’(조선문인협회)를 총독부 후원하에 조직하게 하고, 朴英熙(박영희)로서 그 간사장을 삼고 이광수는 형사피고인이라 보류해 두었지만, 실질에는 회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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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문인협회'가 '조선문인보국회'로 발전하고 총독문화상 제도가 생겨서 문사들은 상을 타려고 경쟁하며 날뛸 때도 나는 병을 핑계삼아 이곳 저곳으로 자리를 옮기며 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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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우기 만주국 문학가들이 와서 환영하는 뜻으로 무슨 대회를 할 때 그때 시골 가 있던 이태준까지 끌려와서 거기 참석하였지만, 나는 멀리 양덕 객창에서 친구들의 모임을 신문지로써 겨우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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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 언론기관이란 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 하나이 남고 다 폐간당하고, 잡지란 《朝光》(조광) 등 한두 개가 남을 뿐이었지만, 그 남은 것조차 소위 '국문 페이지'라 하여 '일문 페이지'를 두지 않으면 안 되는, 고단스러운 세상ㅡ 이런 세상에서 조선문, 조선문학의 생명이나마 유지해 보려는 것은 지대한 공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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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경 나는 병도 거진 나았노라 기억력도 거진 회복되었노라 하고 서울로 아주 돌아왔다. 그러나 나의 이 도피생활은 당국의 미움을 샀던 모양으로서, 서울서 한두 달 간 안온한 생활을 하려는데, 갑자기 그닥지도 않은 일로 헌병대에 붙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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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군헌의 교묘한 유도심문에 능락되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그 수단의 탓으로 소위 '불경죄'라는 죄목으로 만 1년간을 서대문 형무소에서 지냈다. 형무소에서 나는 비로소 알았다. 일본 정치가 얼마나 가혹하게 전쟁을 추진시키는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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造言蜚語(조언비어)죄로 들어온 죄수, 전시 절도죄로 들어온 죄수, 별별 불경 죄수, 그리고 바깥 세상에서는 그런 말싹만 티었다가는 유언비어죄로 걸릴 만한 소리도 형무소 안에서는 공공히들 하고 있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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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을 지나서 나와 보니 세상은 더욱 좁아져 한 다리 한 팔을 자유로이 움직일 여지가 없었다. 게다가 조선문, 조선어 박멸 정책은, 실제로는 우리 의식의 줄이며 나아가서는 이 종족의 줄을 끊으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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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어가 없이 장차 우리는 무엇으로 이민족에게 우리가 조선 사람임을 증명할 수 있고 주장할 수 있으랴? 문학이라는 것은 민족 있고야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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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자손이 일본말을 쓰는 인종으로 변하면 그들은 장차 무엇으로 자기가 조선인임을 변명하랴? 언어의 말살은 즉 민족의 말살이다. 무슨 변이 있을지라도 이 민족의 언어만은 사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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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하여서 나는 죽도록 이 민족의 언어만은 사수할 결심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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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때 이태준까지도 자기가 일본말에 통하지 못하매, 자기의 작품을 친구시켜 일본말로 번역해서 발표하는 등의 苦肉策(고육책)까지 쓰는 형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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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력은 필경은 헛된 노력으로서, 3, 4년 뒤에는 국가가 해방되어 조선말의 세상이 이르렀지만, 그때의 나의 어린 딸에게 애써 가르쳤던 조선어가 일어로 교육받은 다른 동창들과 섞이어서 단연 이채를 나타낸 것은 그 노력의 한 보수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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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의 일어의 추진정책은 얼마나 세었는지, 거리의 작은 가게에서라도 일본말로 물으면 잘 응하지만 조선말로 물으면 눈 거들떠보지도 않던 형편이었다.
【원문】文人報國會(문인보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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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인(金東仁) [저자]
 
  1948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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