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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
◇ 제 1 막 ◇
카탈로그   목차 (총 : 4권)     처음◀ 1권 다음
1936년 7월
임선규
자료 출처 :다음 카페 - 대구연기학원 / 대구 드라마 센터 (https://cafe.daum.net/DramaCenter)
1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2
임선규 작
 
3
• 등장인물
 
4
철수  홍도오빠
5
홍도  누이동생
6
광호  홍도의 남편
7
혜숙  약혼녀
8
봉옥  광호의 누이동생
9
   광호의 모
10
월초  서생
11
간난  혜숙의 집 청지기
12
춘홍  기생
13
중실  혜숙의 오빠
 
 
14
제 1 막
 
15
개막장소  홍도의 집
 
16
무대  밥상에다 보자기를 덮어놓았다. 홍도, 분주히 집안을 치우고 있다. 철수, 세수 수건을 목에 걸고 중앙 후면에서 나온다. 걸음을 계속하여 마루로 올라간다.
 
17
철수  광호군은 아직 안 왔니?
18
홍도  네. 오빠 지금 몇 시유?
19
철수  (시계를 보며) 아홉시가 넘었어. 시간이 넘도록 이 사람이 웬일일까?
 
20
홍도, 대문편으로 향하여 살핀다. 철수, 상보를 제키며 본다.
 
21
철수  야! 오늘 반찬은 아주 굉장하구나.
22
홍도  오빠! 보지 말아요.
23
철수  얘 홍도야, 맨날 이 오래비에게는 된장찌개에다 콩나물만 먹이더니 오늘은 반찬이 아주 굉장하구나.
24
홍도  참, 오빠두-
25
철수  참 오빠두가 아니라 그렇지 뭐냐? 그래 너는 이 오래비보담 손님인 광호가 더 중요하단말이냐?
26
홍도  물론, 그리고 광호씨는 손님이 아니잖아요.
27
철수  손님이 아니라 그럼 뭐란 말이냐?
28
홍도  그야 광호씬 장래.. (말을 흐린다.)
29
철수  오호라, 장래 네 남편될 몸이라 이거냐? (홍도 얼굴을 붉힌다.)
30
하여튼 나는 배가 고파서 더 기다릴 수가 없으니 먼저 먹어야겠다. (상을 잡아다가 먹을려고 한다)
31
홍도  오빠- 이왕 기다리신 것 조금만 더 기다렸다가 광호씨가 오거든 같이 잡수세요.
32
철수  뱃가죽이 등에 가 붙을 지경인데 어떻게 더 기다려. 싫다. 나 먼저 먹겠다. (이것 저것 집어 먹는다. 손으로)
33
홍도  흥, 배가 뻥 터지도록 많이 잡수세요.
34
철수  (먹다가) 뭐 배가 뻥 터지도록 먹어라.
35
홍도  그래요. 배가 뻥 터지도록 많이 잡수시구려.
36
철수  아니, 얘가 이런 말버릇이있나? 이 오래비를 네 하인으로 취급하는거냐?
37
홍도  누가 하인이라고 그랬어요
38
철수  그만둬라. (화를 내고 일어서며) 오늘부터 네가 지어주는 밥, 안 먹으면 그만이지. (상의를 입으며 내려선다)
39
홍도  어디 가실려우?
40
철수  아니꼬워서 그 밥 어디 먹겠니? 나가서 설렁탕이나 한그릇 사먹으면 그만이지. (나간다)
41
홍도  오빠 정말 화났수?
42
철수  됐다! (나간다)
 
43
대문 앞에서 들어오는 광호와 마주친다.
 
44
광호  아니 여보게 어디 가나? (홍도에게 인사)
45
철수  어서 자네나 들어가서 배가 뻥 터지도록 먹게.
46
광호  이 사람아, 배가 뻥 터지도록 먹으라니 무슨 말인가?
47
철수  하여튼 배가 뻥 터지도록 먹으라니까.
48
광호  (홍도에게로 가며) 홍도씨 저 사람, 왜 저렇게 툴툴댑니까?
49
철수  이 사람 툴툴대다니?
50
광호  (대답없이) 뭐 때문에 저 사람이 저럽니까?
51
철수  이 사람! 내 말은 말 같지가 않다는건가?
52
광호  그렇다는 게 아니라.
53
홍도  오빠- 제가 잘못했어요. 그러니 그만두시고 올라오세요.
54
광호  대체 뭣 때문이에요.
55
철수  내가 말하지. 자네 들어보게. 그래 세상에 남매지간에 이런 일이 어디 있겠나? 내가 오늘 아침에 말이야. 좀 일찍 일어났더니 몹시 시장하데그려. 자네를 기다릴려니 뱃가죽이 들창에 닫는 것 같아서 도무지 기다릴 수가 있어야지. 그래서 내가 먼저 밥을 먹을려고 막 한 숟갈 뜰려고 하니까 저 홍도가 하는 말이 배가 뻥 터지도록 잡수세요. 이러질 않겠나. 세상에 제 오래비더러 그런 말버릇이 어디 있겠나.
56
광호  그거 화나게 됐네.
57
철수  그래서 지금 막 설렁탕 사 먹으러 나가는 중일세.
58
광호  홍도씨. 이 사람의 말이 사실입니까?
59
철수  아니 이 사람아! 자네는 내 말은 신임할 수 없고 저 홍도의 말만 신임할 수 있단 말인가?
60
홍도  오빠 제가 잘못했어요.
61
철수  일없다.
62
홍도  제가 정말 잘못했다니까요. 예?
63
철수  일없대두?
64
홍도  오빠! (애원조)
65
철수  정말 잘못했다고 생각하니?
66
홍도  얘. 정말 잘못했어요. 그러니 부디 화푸세요.
67
철수  그럼 나도 됐다. 어서 밥먹자.
68
광호  (웃음) 하하하
 
69
홍도, 철수 같이 웃는다.
 
70
철수  자- 어서 올라가세. 정말 나는 자네 기다리다가 허기져 자빠질뻔했네. (올라간다)
71
홍도  (광호에게) 그래요. 너무 늦게 오셨어요.
72
광호  (시계를 보며) 왜요? 저는 약속 한 시간 아홉시 정각에 도착했는데요?
73
홍도  지금이 9시라구요? 아니 그럼 30분이나 늦게 가는 시계를 차고 다니시나요?
74
광호  그럴 리 없어요. 이 시계가 이래뵈두 서양에서 들여온거랍니다.
75
철수  여보게. 물건너온 시계는 30분이나 늦게 가는 건가? 그런 덴뿌라시계는 일찌감치 엿이나 바꿔먹게.
76
광호  하하...그렇게 됐는가? (홍도에게) 미안합니다.
77
홍도  하하...(웃는다)
78
철수  올라오게.
 
79
철수, 올라가 앉으며 홍도도 올라가 앉는다. 3인 서로 권하며 밥을 먹기 시작한다. 철수, 밥을 몇 숟가락 급히 먹다가 걸린다. 광호, 철수의 등을 쳐준다.
 
80
광호  왜 이래. 이 사람.
81
철수  물 물-
 
82
홍도 물을 따라준다. 철수 물을 마시고 숨을 돌린다.
 
83
광호  이 사람아 무얼 그리 급하게 먹나?
84
철수  찬찬히 먹다가 자네들 두 사람에게 맛있는 반찬 다 뺏기면 어떡해?
85
홍도  원 오빠두. (모두 웃는다.)
86
광호  여보게. 정말 이 요리들을 모두 홍도양이 만든것인가?
87
철수  이 사람아! 그럼 내가 만들었겠나? 모두 홍도 혼자서 만든 것이네.
88
광호  과연 맛이 훌륭하군.
89
철수  정말 훌륭한가?
90
광호  정말 훌륭해-
91
철수  그러면 요거 하나 먹어보게. (집어준다)
 
92
광호 입을 벌린다. 철수 자기 입에다 넣어버린다. 철수 웃는다. 광호 얼굴을 찡그린다.
93
철수 또 하나 집어서 준다.
 
94
철수  요번에는 정말 맛 좀 보게.
 
95
광호 받아먹는다.
 
96
철수  어떤가?
97
광호  아주 훌륭하이.
98
철수  그래? 그러면 요거 또 하나 맛보게. 어떤가?
99
광호  아주 맛있는데.
100
철수  이 사람아 뭐가 그렇게 훌륭하고 맛이 있다는 말인가? 내 입에는 모두가 맵고 짜고 싱거운데. 그래 사랑에 빠지면 반찬에 까지두 빠지는 건가?
101
광호  예끼 사람두.
102
홍도  오빠두 참! 어서 밥이나 잡수세요.
103
철수  하하하! 농담이었네. 그건 그렇고 내 자네에게 물어볼게 있네.
104
광호  뭔가?
105
철수  자네 이게 뭐로 보이는가?
106
광호  원 사람두. 된장찌개아닌가?
107
철수  그래? 그럼이것은?
108
광호  아니 이사람이 계속 말장난 하자는건가? 흰 쌀밥아닌가?
109
철수  그래. 내가 보기에두 그렇군. 허지만 자네 이것만은 알아두게. 것보기에는 평범하고 볼품없는 된장찌개와 흰 쌀밥일지 모르지만 겉멋만 보지말고 그 속의 속맛을 보게. 내가 보기에는 산해진미를 모두 가져와도 이 것보다 낫지는 않을 것 같으이. 알겠나?
110
광호  알았네. 내 자네의 뜻 내 밥통속에 새겨 잊지 않겠네! 하하하! (철수, 광호 같이 웃는다.)
 
111
3인 다시 먹기 시작. 철수 갑자기 시계를 보고 일어선다.
 
112
철수  이크 벌써 10시가 다 되었구나.
113
광호  왜 그래?
114
철수  10시 정각에 화신 앞에서 친구들과 약속이 있어.
115
광호  먹던거나 마저 먹고 가게나 그려.
116
철수  갔다 와서 또 먹지.
117
홍도  그러면 물이라도 많이 잡숫고 가세요. (물을 준다)
118
철수  예끼 내가 붕어 새끼냐? 물이나 많이 먹으라게?
119
광호  하...(철수 내려선다)
120
철수  얘 홍도야. 내가 나가거든 사랑하는 광호씨하고 재미있게 얘기나누면서 많이 먹어라. 응?
 
121
홍도 부끄러워 돌아선다.
 
122
광호  잔소리말고 어서 다녀오게.
123
철수  걱정 말게. 어서 갈테니. 홍도야 내 다녀오마.
124
홍도  빨리 다녀오세요.
125
철수  그래 해 가거든 돌아올테니. (나간다)
126
광호  자- 홍도씨 보기싫던 오빠도 나가고 했으니 우리 같이 재미있게 먹어봅시다. 어서 올라와요.
 
127
간신히 올라간다. 철수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 2인의 거동을 살피며 한편에 숨는다.
 
128
광호  자- 어서 듭시다. (먹는다)
 
129
홍도 밥을 먹는다
 
130
광호  가만있어요. 반찬은 내가 집어 드리지요. (집어 가지고) 자-아 해요. 어서 아- 해요.
 
131
간신히 입을 벌린다. 철수 달겨들어 크게 소리친다.
 
132
철수  아- (2인 당황해진다) 하하하.
133
광호  아니 이 사람 벌써 다녀왔나?
134
철수  하하하. 내가 둘을 방해하려던게 아니라 모자를 두고 나가서 가질러 온 걸세. 미안하이.
 
135
홍도 모자를 집어든다.
 
136
철수  (모자를 받아든다) 홍도야. 이번에는 정말 간다.
137
광호  정말 가는 건가?
138
철수  정말가네.
 
139
철수 다시 나가 숨는다. 광호 철수가 숨는 걸 본다,
 
140
광호  (반찬을 집어들고 홍도에게 준다) 자- 이번에는 정말 받아먹어야 해요. 자-.
 
141
홍도 또 입을 벌린다. 철수 또 뛰어나오며,
 
142
철수  아-(입을 벌린다)
143
광호  아-(철수 입에다 넣어준다)
 
144
철수 받아먹는다. 3인 크게 웃는다.
 
145
광호  이 사람 정말 간다든 사람이 어째 안가고 또 들어왔나?
146
철수  이젠 정말 가겠네.
147
광호  또 정말 가나?
148
철수  정말 가네. 홍도야 미안하다. 이제는 정말 간다.
 
149
철수 정말 나가버린다. 광호 숟가락을 놓는다.
 
150
홍도  왜 그만 잡수시겠어요?
151
광호  네-많이 먹었어요.
152
홍도  찬이 입에 맞질 않으셔서 그러시지요.
153
광호  천만에요. 아주 맛있었어요. 저- 사실 홍도씨가 옆에 있으니 이렇게 맛있는 음식도 그 맛을 모르겠구 그냥 홍도씨 먹는 모습만 봐도 배가 부르네요.
154
홍도  그럼 저도 그만 먹겠어요.
155
광호  제가 안 먹어서 그러세요?
156
홍도  저도 광호씨 먹는 모습만 봐도 배가 부르는 걸요?
157
광호  그러면 상은 제가 치워 드리지요.
 
158
광호 상을 든다. 홍도 마주 든다. 손을 잡는다. 홍도 얼굴을 붉힌다.
 
159
홍도  그만두세요. 제가 치울께요.
160
광호  미안합니다. (놔준다)
 
161
홍도 상을 치우고 다시 온다. 홍도 무슨 생각에 잠기여 시름없이 한편으로 돌아선다.
 
162
광호  홍도씨! 무슨 생각을 그리 하십니까?
163
홍도  (앉으며) 저는 너무 걱정이 돼요.
164
광호  뭣이 그리 걱정이 된다 말입니까?
165
홍도  우리들의 결혼문제 말이예요.
166
광호  그 점에 대해서는 아무것두 걱정할거 없어요. 어머니께선 쾌히 승낙을 하실꺼라오. 그러니 우린 머지 않은 날에 결혼해서 행복한 가정을 꾸릴수 있을테니 안심하고 있어요.
167
홍도  정말 어머님께서 승낙을 하실까요?
168
광호  그럼 정말이지요. 내가 홍도씨에게 거짓말을 할 리가 있겠습니까? (이때 춘홍이 등장하여 2인의 모습을 살핀다) 그러니 아무 걱정 말아요. (홍도의 손목을 잡는다)
 
169
춘홍이 앞으로 나선다.
 
170
춘홍  좋습니다. (2인 당황해 떨어진다)
171
홍도  아이 언니! 언제 들어왔우?
172
광호  춘홍씨 어서 오십시오.
173
춘홍  너무 이러지 마십시오. 늙은 과부 바람나겠습니다.
174
광호  늙은 과부라니요?
175
춘홍  왜요? 늙은 과부라니까 웃깁니까?
176
광호  그 사람은 어데갔나요?
177
춘홍  말두 마슈! 골머리 빠지게 아편값을 대줬더니 아니 이자식이 은혜를 모르고서는 나를 차버리고 어떤 년을 꿰차고서 내빼버리고 말았습니다.
178
광호  허- 그러면 요새 춘홍씨의 배갯머리가 퍽 쓸쓸하시겠구료.
179
춘홍  말 마십시오. 벼개를 품에 안고 뜬눈으로 밤을 지샌답니다.
180
홍도  원 언니두. 별소릴 다하네.
181
광호  하하하(크게 웃는다)
182
춘홍  홍도야 목욕 안 갈래?
183
홍도  목욕?
184
춘홍  광호씨 목욕 안 가시겠어요?
185
광호  저는 일주일에 한 번밖에 안가는데요.
186
홍도  그러면 어떡하나?
187
광호  저 이렇게 하지요. 두 분이 목욕갔다 오실 동안 저는 요 앞에 나가서 당구나 치다오지요.
188
홍도  그래두 괜찮으시겠어요?
189
광호  예.
190
홍도  그럼, 다녀오세요 (광호 퇴장)
191
춘홍  홍도야. 그래 광호씨 집에선 승낙 했다더냐?
192
홍도  자기 어머니께서는 승낙할테니 아무 걱정 말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마음이 놓이질 않는구려.
193
춘홍  그러니 말이다. 광호씨는 목숨을 걸고 너를 사랑한다지만 저희 집안에서 너같은 기생을 며느리로 맞아들이겠니? 괜히 나중에 피눈물 흘리지 말고 더 깊이 정 들기전에 단념해라. 그것이 광호씨를 위해서도 옳은 길이야.
194
홍도  그렇지만 이제와서 그이를 단념할 수 없어요.
195
춘홍  물론 이미 깊이 든 정이라 쉽게 단념 못하겠다고 하지만 막상 또 단념하고 보면 얼마 안가서 잊혀질게란다. 그러니 너두 잘 생각해서 결정하도록 해라.
196
홍도  나는 죽어도 그이와 결혼해야 해요.
 
197
이때 밖에서 찾는 소리
 
198
월초  이집입니다. (들어선다)
 
199
봉옥이와 혜숙, 성들이 나서 들어온다
 
200
봉옥  누가 홍도야? (춘홍이에게) 니가 홍도야?
201
춘홍  내 이름은 홍도가 아니요.
202
봉옥  그럼 니가 홍도로구나. (홍도에게)
203
홍도  누구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용건이 무언가요?
204
봉옥  우리 오빠가 여기 있지? 어서 우리 오빠를 내놔.
205
춘홍  아니.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분수가 있지. 당신 오빠가 물건이요? 내놔라 들여놔라 하게.
206
혜숙  아니 그럼 광호씨가 어디 갔어요?
207
춘홍  알고 싶거든 당신들 마음대로 찾아보시구려.
208
봉옥  정말 우리 오빠를 안 내놓을 작정이야?
209
홍도  아니 대관절 당신들은 누구시길래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와서 이 난리를 부리는 거요?
210
봉옥  난리라니?
211
춘홍  그럼 이게 모두 난리가 아니고 뭐요?
212
월초  그런게 아니라 내가 설명을 하겠소. 이분은 광호씨의 누이동생 되시는 봉옥양이요. 또 이분으로 말하자면 작년에 동경음악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을 하시고 현재 성악을 전공하시고 계시는 박두환대감님의 따님, 혜숙양이시다 이거요. 또한 현재 당당히 광호씨와 약혼하신 사이시라 그런 말이요.
213
혜숙  어떻게 당신은 약혼녀가 있는 걸 알면서도 광호씨를 만날 수가 있죠?
214
홍도  나는 전혀 몰랐어요.
215
봉옥  거짓말 말아. 우리 오빠를 꼬셔다놓구 뒤에서 돈을 내먹을 계획이었지?
216
홍도  계획이라구요?
217
봉옥  계획이 아니고 뭐야?
218
홍도  나는 광호씨에게 약혼녀가 있다는걸 전혀 몰랐어요. 바로 지금에서야 알게 된것뿐 이라구요.
219
봉옥  거짓말 말아!
220
홍도  거짓말이라도 이제 와서는 허는 수가 없어요.
221
혜숙  그러면 당신은 광호씨를 단념할 수 없다는 말인가요?
222
춘홍  홍도더러 단념하라고 할게 아니라 일찌감치 당신이나 단념하는게 좋을걸 그래.
223
혜숙  뭐라구요? 어째서 당신은 자신의 환경과 분수를 모르는 사랑을 꿈꾸는가요.
224
홍도  사랑은 자유예요.
225
혜숙  당신은 그 유명한 <춘희>란 소설도 읽어보지 못했나요?
226
춘홍  소설 읽을 시간 있으면 기생 노릇을 때려치겠다.
227
월초  (짜증 난다는 듯이) 너는 좀 빠져.
228
춘홍  뭐라고? 이 놈아 너나 좀 빠져.
229
월초  아니 이 것이?
 
230
춘홍 홍도 뒤로 숨는다.
 
231
혜숙  아르맨은 말크랜을 진심으로 사랑했을지라도 그 사랑은 절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그리고 결국 비참한 죽음을 맞았지요. 자신의 분수를 모르는 사랑에는 결국 눈물밖에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어째 당신은 모르나요?
232
홍도  그렇게 유식한 당신은 어째 외국의 <춘희>란 소설만 알고 조선시대의 열녀 춘향이는 모르시나요?
233
춘홍  그렇지. 당신네들은 <춘향전>도 못 읽어 봤소? 남원의 기생 성춘향이는 대감집 아들이 도령과 눈이맞아 정혼하기로 언약을 맺고 서울로 과거보러간 이도령을 1년이고 2년이고 기다렸지. 그러다 신관사또 변학도의 수청을 거절하고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굳은 절개를 지켜오다가 결국에는 이도령의 품으로 돌아가서 사랑을 이룬 열녀 성춘향이를 어째 모르는가 말이야.
234
월초  허- 이런 무식한 것들이 있나? 저 아씨. 저런 것들은 말할 상대가 되지 않으니 그만 갑시다.
235
춘홍  이 놈팽이야! 생각 잘했으니 어서 찬밥덩이나 치우러 가보시지.
236
월초  무엇이? 찬밥덩이나 치라고? 허 저런 괘씸한 것들이 있나? 그래 너희들 눈에는 내가 남의 집 찬밥덩이나 치러다니는 거러지로 밖에 안보이느냐?
237
춘홍  그러면 뭐냐 이놈아? 괜히 오래서서 지껄이면 재미없을줄알아! (팔을 걷고 나선다)
238
월초  뭣이? 재미가 없을줄 알라고?
239
춘홍  그래 어디 한번 춘홍이의 주먹맛을 볼테야? (바싹 달겨든다)
240
봉옥  허- 이런 것들이 있을까? (비켜서며) 이건 기생년들이 아니라 싸움패들이로군 그래.
241
홍도  아니 뭐라구요? 기생년들이라구요? 그래 기생년들이 어쨌단 말이요? 당신들보고 밥을 달라고했소 돈을 달라고 했소 어째서 기생, 기생하는거요?
242
봉옥  아니, 그럼 기생을 보고 기생이라지 뭐란 말이야?
243
월초  이것봐. 옛날엔 예절은 물론이거니와 가무와 시, 그림에도 능통해야 기생이라고 했었지. 그런데 요즘 기생들을 보면 절개도 없고 가무도 능하지 못한데다가 그저 돈이라면 눈이 뒤집혀 가지고 이놈도 좋다 저놈도 좋다 이렇게 온갖 추태를 연출하고있지 안냔 말이야. 이것들아! 그러니까, 너희들 기생들이란, 그저 우리 남자들에게 유흥을 제공하는 오락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말이다.
244
춘홍  뭣이 오락물이라고?
245
월초  그럼 오락물이지 뭐야?
246
춘홍  뭣이 어째?
247
혜숙  게다가 요즘 신문을 보면 학생과 기생들의 연애문제가 사회에 큰 악영향을 입히고 있어서 이제 우리 식자 계급에서도 그 문제의 대책을 강구중이에요.
248
춘홍  잘은 지껄인다. 그래, 우리 기생들은 사랑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있어?
249
혜숙  뭐라고? 휴- 저런 벽창호들과 상대해서 말하는 내가 잘못이지. (화를 내고 나간다)
250
봉옥  암튼 오늘은 우리가 그냥 돌아가지만 다음번에 또 오게되면 그땐 정말 가만 안놔둘거야! 월초! 가요!
251
월초  예!
 
252
봉옥, 월초 퇴장.
 
253
춘홍  야 이 것들아! 다음번에 보자는 것 치고 무서운 것 없더라! 백번이고 천번이고 또와 봐라. 하하하.
 
254
광호 등장.
 
255
광호  아니 왜들 그렇게 서있소? 목욕하러 벌써들 다녀오셨습니까?
256
춘홍  흥. 그러는 도련님은 왜 다시 돌아오셨소?
257
광호  혼자치는 당구가 어디 재미가 있나요? 그래서 홍도씨 돌아오실때까지 집에서 기다리는 편이 더 나을 것 같아 돌아온겁니다. 그런데 홍도씨가 왜 저런답니까?
258
춘홍  아니 언제까지 그리 시침을 떼실려고 그러시오? 방금전에 댁의 그 잘난 약혼녀라는 여자가 와서 한바탕 난리를 치고 갔소! 이래도 계속 시침을 떼실거요?
259
광호  아니 그 여자가 여기까지 찾아왔단 말입니까? 그여잔 나와 아무 상관 없는 사람입니다!
260
춘홍  뭐라구요? 아니, 아무상관 없는 여자가 남의 집까지 찾아와 이 난리를 친답니까?
261
그래, 이렇게 뻔뻔스럽게 지금껏 우리를 속여왔던거요?
262
광호  그게 아닙니다. 제 말좀 들어보십시오. 사실 그 여잔 제가 어렸을적 집안들끼리 서로 결혼하기로 약속을 맺은 여자입니다. 하지만 전 그여잘 사랑하지 않습니다. 전 정말 홍도씨만을 사랑합니다. 믿어주십시오.
263
홍도  정말입니까?
264
광호  내가 어디 홍도씨한테 거짓말 한적 있습니까?
265
춘홍  그렇다면 다행이유. 휴- 우린 또 지금까지 속은 줄만 알고 얼마나 실망했다구...
266
광호  이 자리에서 춘홍씨 앞에 맹세하겠습니다. 앞으로 전 영원히 이 홍도씨만을 사랑하겠습니다.
 
267
홍도 부끄러워한다. 광호 홍도의 손을 잡는다.
 
268
춘홍  그럼 난 이쯤에서 나가야겠죠? 둘이 좋은 시간 보내슈!
 
269
광호, 홍도 웃는다. 무대 전환.
270
철수와 중실 등장. 철수 시름없이 마루에 앉는다.
 
271
중실  그래 너는 어떻게 할 작정이야.
272
철수  뭣을 말인가?
273
중실  네 누이 홍도와 광호말이다.
274
철수  나는 두 사람을 결혼시킬 작정이다.
275
중실  두 사람을 결혼시켜? 그게 정말이야?
276
철수  그래. 내가 보기에는 두 사람의 사랑이 너무나 진실하기에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두 사람을 결혼시킬거란 말이다.
277
중실  광호가 네 동생하고 결혼한다면 내 누이 혜숙이는 어떻게 하란 말이야?
278
철수  그거야 당연히 광호 군이 처리할 줄로 믿네.
279
중실  광호군이 처리 할거라고? 그래, 너는 기생인 네 누이와 학생인 광호와의 사랑이 어디로봐서 그다지도 깨끗하단 말이냐?
280
철수  그러면 자네는 내 누이가 기생이라고 해서 광호와의 사랑이 부정하다고 하는 것인가?
281
중실  그렇지 않고 뭐야?
282
철수  그렇다고 해도 좋다만 그들의 사랑은 너무나 순박하다네. 그리고 아무리 내 누이가 기생이라고 할지라도 기생은 사랑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법은 없네. 그렇기에 난 그 두 사람의 사이를 맺어줄걸세. 그러니 이 점에 대해선 더이상 나에게 말할 게 아니라 광호군에게 직접가서 말하게. 그럼 자네의 설교를 더 듣고 싶니 않으니 이만 가주게.
283
중실  뭐라고? 그러면 너는 일개 기생인 네 누이로 인하여 세파에 물들지 않은 순진한 처녀에게 실연의 상처를 가슴에 안기겠단 말인가?
284
철수  사랑은 자유야.
285
중실  저기서 울고 있는 내 누이동생이 가엾지도 않단 말이야.
286
철수  자네 누이 문제를 꺼내 가지고 불쌍한 내 누이를 중상하지 마라. 비록 내 누이는 기생일망정 현대 신여성 열 주어도 바꿀 수 없을만큼 나에겐 소중하다.
287
중실  예끼 퉤 (침을 뱉는다) 더러운 자식. 너 홍도를 내세워 가지고 광호에게 돈을 울거 먹을라고 하는거지?
288
철수  뭐라고? 광호의 돈을 울거먹는다고?
289
중실  그래 이 더러운 기생오래비야!
290
철수  뭐, 뭐야?
291
중실  그래, 기생오래비가 아니면 뭐야? 야 이 기생오래비야. 잘 들어. 이 사실을 모든 학우에게 알려서 너를 오늘부터 우리 학창회에서 제명 시켜버릴테다. 그런 줄 알아.
292
철수  뭣이라고? 여, 여보게!
 
293
중실 퇴장. 암전.
 
294
홍도집. 청소를 하고 있다. 철수 등장.
 
295
홍도  오빠- 벌써 오시였구려.
296
철수  얘 홍도야.
297
홍도  네-
298
철수  이리 앉아서 내 말을 자세히 들어라.
299
홍도  오빠 얼굴색이 이상하니 웬일이요?
300
철수  홍도야 너는 이 오래비가 하는 말이면 어떠한 말이든지 거역하지 않겠지?
301
홍도  그러믄요. 세상에 한 분밖에 안 계신 오빠가 이 동생에게 하는 말인데 무엇이든 들어야지요. 근데 오빠 별안간에 웬일이유? 무슨말인데 그래요?
302
철수  홍도야 정말 이 오래비의 말이라면 무엇이든지 거역하지 않고 들어주겠니?
303
홍도  정말 무엇이든지요. 아... 그렇지만 두 가지만 빼놓구요. 그 두가지만 빼놓고는 무엇이든 듣겠어요.
304
철수  그 두 가지란 무엇이지?
305
홍도  한 가지는 오빠가 학교를 졸업하실 때까지 제가 일을해서 돈을 버는것...
306
철수  또 한가지는?
307
홍도  또 한 가지는 광호 씨와 결혼하는것.. 이 두 가지만 빼놓구는 뭣이든지 다 듣겠어요.
308
철수  홍도야. 내가 부탁하는 게 바로 그 두 가지다.
309
홍도  네?
310
철수  나는 오늘부터 학교를 그만둘테니 너도 기생일을 그만두어라. 그리고 광호를 단념해라.
311
홍도  오빠- 그것만은 안돼요.
312
철수  단념해라.
313
홍도  안 돼요. 그것만은 아무리 오빠의 말씀이라 해도 못 듣겠어요.
314
철수  예끼! (따귀를 친다) 너는 오늘부터 내 누이동생이 아니다. (일어선다)
315
홍도  (오빠를 잡으며) 오빠. 왠일이세요? 평생 저에게 욕 한마디 하지 않으시더니 오늘은 무슨 까닭에 뺨을 다 때리세요, 네? 오빠! 무슨 까닭이에요? (운다)
316
철수  홍도야 잘못했다. 이 오래비가 불쌍한 너를 때리다니. 이 오래비가 미쳤지. 많이 아프냐? (만져준다)
317
홍도  오빠! (가슴에 안기며) 전 오빠가 없으면 살 수 없어요. 만약에 정히 오빠가 광호씨를 단념하라고 하시면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단념하겠어요.
318
철수  아니다. 너는 절대 광호군을 단념해서는 안 된다. 그러니 어떠한 부디 광호군과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도록 해라. (방으로 들어가 가방을 가지고 나온다)
319
홍도  오빠 어디 가세요?
320
철수  내가 없어야 니가 행복하게 살수가 있다.
 
321
철수 나가려한다.
 
322
홍도  (달려가며) 오빠! 이 동생을 두고 어디로 가신단 말이에요. 오빠가 가시면 이 외로운 동생은 누굴 의지하고 살란 말이에요, 네? 오빠 가지 마세요.
323
철수  아니다. 나와 넌 같이 살수 없어. 난 가야한다! 놔라! (뿌리치고 나가려고 한다)
 
324
이때 광호 등장, 세 사람 서로 떨어진다.
 
325
광호  아니 자네. 가방을 들고 어디 가는 건가?
326
철수  자네에게 부탁하네. 홍도는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내 동생일세. 영원히 버리지 말고 고히 고히 사랑해 주게.
327
광호  이 사람아 새삼스레 그게 무슨 말인가? (광호 나가려 한다)
328
홍도  오빠! (목메어 부른다)
 
329
이때 광호모, 간난 등장
 
330
간난  (밖에서) 이 집입니다. (들어선다)
331
광호  어머니!
332
   광호야. 그래 너는 학생의 신분으로 이러한 기생집 출입이 옳단 말이냐?
333
광호  어머니...
334
   그래, 누가 홍도냐?
335
홍도  (나서며) 네- 접니다.
336
   음- 그래 너는 어째서 내 자식 광호를 잡아놓구 돌려보내지 않는거냐?
337
홍도  죄송합니다. 하지만 잡고서 놓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338
   그러면 어떻게 약혼까지 한 광호를 사랑한단 말이냐?
339
홍도  ...
340
광호  어머니, 용서해주십시오. 저는 이 홍도와 결혼하겠습니다. (일동 놀랜다)
341
   뭣이- 결혼을 해?
342
간난  아니 도련님은 하필 저런 기생하고 결혼을 하겠다고 하시는 겁니까?
343
광호  기생은 진실한 사랑을 하지말란 법이 어디 있습니까? 저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이 홍도와 결혼하겠습니다.
344
간난  도련님이 왜 저러실까?
345
   너는 잠자코 있거라. 그래 광호야 너 그 말 진심이냐?
346
광호  네!
347
   그러면 홍도야 너두 진정 광호를 사랑하느냐?
348
홍도  네!
349
   음- 그래... 좋다. 너희들의 마음이 그렇다면 결혼하도록해라.
350
광호  네? 네, 어머니 감사합니다.
351
간난  대감마님 어쩌실려고 서방님을 저런 기생과...
352
   허- 듣기 싫다. 너는 어서 박 대감댁으로 가서 금번 결혼문제는 파혼이라고 전해라.
353
간난  아니 파혼이라구요?
354
   여러 말하지 말고 어서 가서 전해라.
355
간난  네- (얼른 나가며) 원 참. 별일두 다있네.
 
356
노복 나간다.
 
357
   얘- 아가 이리 가까이 온!
358
홍도  (나서며) 어머님!
359
철수  (반가히) 여보게 매부!
360
광호  처남- 하하하..
 
361
2인 달려들며 악수와 같이 일동 대소.
 
362
- 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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