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박첨지 (가까이 가서) 네 대령했습니다.
15
평안감사 너 박가거든 듣거라, 길 치도를 어느 놈이 했느냐? 썩 잡아들여라.
18
박첨지 길 치도 한 놈 잡아들이라니 큰 일 났네.
19
산받이 아 잡아들여야지. 거 내게 매끼게.
23
산받이 밥이고 뭐고 홍제났다. 빨리 오너라.
26
홍동지 (돌아서며) 어쩐지 앞이 캄캄하더라. 그래 왜 불렀나.
27
산받이 너 길 치도 잘했다고 평안감사께서 상금을 준단다. 빨리 가봐라.
28
홍동지 그래 가 봐야지. (가까이 가서) 네 대령했습니다.
33
평안감사 너 저놈 엎어 놓고 볼기를 때려라. 너 이놈 길 치도를 어떻게 했길래 말 다리가 죄다 부러졌느냐?
35
홍동지 네 네 잘못했습니다. 그저 그저 하라는 대로 하겠습니다.
36
평안감사 이번만은 그럼 용서하겠다. 썩 물러 가거라
37
(홍동지 방귀를 뀌며 들어가고 평안감사 퇴장하는 듯 했다가 다시 돌아온다)
38
박첨지 아하 여보게 평안감사께서 행차를 띄우시려다가 산채를 보시고 꿩이 많은 듯해서 꿩 사냥을 나오신다네.
48
평안감사 네가 박가냐? 박가면 말 들어라,
49
평안감사 내가 산채가 좋아 꿩이 많을 듯해서 꿩 사냥을 나왔으니 몰이꾼 하나 빨리 사들여라.
50
박첨지 네, 여보게 평안감사께서 꿩 사냥하신다고 몰이꾼 하나 사달라네.
51
산받이 영감은 저쪽에 가서 망이나 보오, 내가 하나 사들이지. 얘 산너머 진둥아.
55
산받이 너 삼시나 사시나 먹고 놀지만 말고 평안감사께서 몰이꾼 하나 사달래니 품팔이 가거라.
58
홍동지 가봐야지. (가까이 가서) 예이.
60
홍동지 네가 빨가벗은 놈이 아니라, 아부머니 바지 저고리를 입었오.
61
평안감사 그놈 곁말을 쓰는구나. 너 이놈아 싸리밭에 쐐기가 많다. 네 재주껏 튕겨봐라. (홍동지 박첨지의 이마를 들이 받으며 꿩 튕기는 시늉을 한다. 매, 꿩, 몰리꾼, 포수가 꿩 사냥을 한다)
64
산받이 평안감사께서 몰리꾼을 잘 사서 상금 준다니 빨리 가 봐라.
66
평안감사 박가면 AF 들어라. 네가 몰리꾼을 사주어서 꿩은 잘 잡았다만 내려갈 노비가 없으니 빨리 꿩 한 마리를 팔아들여라.
67
박첨지 네 벌써 환전 백쉰냥 푸기기 전으로 부쳤으니 어린 동생 앞세우고 살짝 넘어가시오.
69
박첨지 아따 상냥하기는 더럽게 상냥하다.
74
박첨지 평안감사가 꿩을 잡아 내려가시다 저 황주 동실령 고개에서 낮잠을 주무시다가 개미란 놈에게 불알 땡금줄을 물려 직사하고 말았다네.
77
(상여소리) 어허 어히어야 어허 어히어야 어이나 어허 어허이야.
82
산받이 그게 누구 사연데 그렇게 우는 거여.
84
산받이 망할 영감, 그게 평안감사댁 상여여.
85
박첨지 아 난 우리 상연 줄 알었지. 그러기에 암만 울어도 눈물도 안나오고 어쩐지 싱겁더라.
87
박첨지 아차 여보게 상여 구경 좀 해야겠다. 어허 잘꾸몄다 잘 꾸몄어. 평안도 대처는 대처로구나. 유문내들이 겹상여에다 엽전 칠푼은 잔뜩 들였겠다. 아따 냄새 더럽게 난다. 방귀를 안 뀌고 뒈졌나, 아 여보게 만사 있나.
91
박첨지 아 저기 있구나. 허이 허이. (읽는 시늉) 하 하 하.
93
박첨지 아니 만사를 보니 무명학생부군지구라 했네.
94
산받이 아 임자없는 상여란 말이여, 저기 상제님 계시는데 경칠랴고.
97
박첨지 네 네 그저 상여 잘 꾸몄다고 그랬습니다.
103
박첨지 아 여보게 무슨 놈의 상주가 내가 어이 하면 아리고 아이고 아이고 하는 거지 꼴고 내고가 뭐야.
105
박첨지 암만 철을 모르기로서니 내 다시 한번 해 보겠네, 어이 어이.
106
상 주 (장타령) 꼴고 내고.... 쓰르르 하고도 들어왔네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돌아 왓네 여래 영덕 쓰러진 데 삼대문이 제격이요 열녀 춘향 죽어가는 데는 가사낭군이 제격이요 껑실껑실 댕기다 미나리깡에 혼라당 매화가 둑딱...
107
박첨지 별놈의 상주를 다 보겠네. 상제란 놈이 장타령을 때려 부시니. 에니 나 들어가겠다.
109
박첨지 아니 비오는 날 나막신 찾듯 웬 박가를 찾나.
110
산받이 저 상제님이 길 치도를 잘했다고 상급을 준다네, 빨리 가보게.
113
박첨지 에이 아니꼬워서. 뒷꼭지에 피도 안마른 녀석이 박가야 망가야, 암만 도산지기를 보기로서니 박가야 망가야... 네 박간지 망간지 됩니다.
115
상 주 평양서 상여 올라오신다고 소문 난 제가 수삼일이 되었는데 길 치도를 어떻게 했기에 상도꾼들이 다리를 죄 삐었으니 빨리 상도꾼을 사 들여라.
116
박첨지 허허 이게 상급인가, 아 여보게 상두꾼 다리가 삐었다고 상두꾼 하나 빨리 사 들이라네.
117
산받이 내 사 줄테니 영감은 들아가오, 야 산머머 진둥아.
118
홍동지 (안에서) 똥 눈다, 밥 좀 먹고.
123
산받이 네 이놈 홍제 났다. 평안감사댁 상여 품 팔아라.
126
홍동지 야 부자집 상여구나, 떡 있나?
135
산받이 에이 이놈 개장국이 무슨 개장국이야.
143
상 주 문 안이고 문 밖이고 웬 빨가벗은 놈이냐. 대빈 상이다 빨가벗은 놈은 얼씬도 말어아.
145
상 주 빨가벗은 놈은 대감 상여에 얼씬도 말어라.
146
홍동지 다 틀렸다 다 틀렸어, 빨가벗은 놈은 대감 상여라 얼씬도 말라네.
149
산받이 내가 시키는 대로 해여. 상제님이나 상두꾼이나 모두 사타굼지 그건 떼어 아랫묵에 묻고 왔느냐고 물어 봐라.
154
홍동지 허 참 그렇지. 내 일곱동네 장사지. 힘으로 안되면 그까짓것 발길로 차고 주먹으로 쥐 박고, 이승에서 못 살면 저승에서 살지.... (대들려다) 야 이거 못하겠다.
156
홍동지 그렇지 해 봐야지. (머뭇거리다가) 상제님.
158
홍동지 상제님이나 상두꾼이나 그건 떼어 아랫목에 묻고 왔오?
159
상 주 아따 벌거벗은 놈이 말 한번 잘 한다. 네 재주것 모셔라.
160
홍동지 아따 됐다. 괜히 벌벌 떨었네. 여보게 상여 구경 좀 하겟네. 이런데 떡 조각이나 있건만, 야 여기 능금 있다.
161
산받이 야 이놈아 그게 능금이 아니라 상여 꼭지지.
162
홍동지 난 능금이라고, 아따 냄새 우라지게 난다. 똥을 안싸고 뒈졌나.
164
(상여소리, 어허 어허여 어허 어허여.... 일동 상여를 메고 홍동지가 아랫배로 밀고 나간다)
166
박첨지 아하 여보게 난 이제 아무 걱정 없네. 이곳이 터가 좋아 일급지 명당에 제별지 대처요 나라의 언당은 사모처 꽃철이라, 내 여기다 절을 한 채 질려네.
169
대잡이 (안에서) 어허 화상이 절을 다 짓는다.
171
대잡이 (안에서) 어허 화상이 절을 지어.
173
대잡이 (안에서) 어허 화상이 절을 지으면.
175
(상좌 둘이 나와 조립식 법당을 짓는다)
176
대잡이 (안에서) 이 절에다 시주를 하면 아들 낳고 딸을 낳네.
177
산받이 이 절에다 시주를 하면 아들을 낳고 딸을 낳네.
178
대잡이 (안에서) 이 절에다 시주를 하면 아들을 낳고 딸을 낳고, 자손만대 부귀공명 한다고 여쭈시오.
179
일 동 어허 화상이 절을 지어. 절을 지어라 절을 지어. 이 절에다 시주를 하면 아들을 낳고 달을 낳네. 이 절에다가 시주를 하면 부귀공명 하시련마는 어허 화상이 절을 다 짓는다. 어허 화상이 절을 다 짓는다. (상좌들이 지은 순서로 거꾸로 헐기 시작한다)
180
대잡이 (안에서) 어허 화상이 절을 다 헌다.
182
대잡이 (안에서) 절을 헐어, 절을 헐어, 어허 화상이 절을 다 헐어.
183
산받이 절을 헐어, 절을 헐어, 어허 화상이 절을 다 헐어.
184
일 동 어허 화상이 절을 다 헌다 어허 화상이 절을 다 헐어.
185
(법당을 완전히 헐어버리고 상좌들 퇴장하면 박첨지가 나와서)
186
박첨지 이것으로 끝을 맺었으니 편안히들 돌아가십시오. 이 늙은 박가가 절을 합니다. 아이구구 허리야.
187
(박첨지 퇴장하면 한동안 사물을 울려 마당걷기 풍물을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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