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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파산대놀이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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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극) '송파산대놀이' 대본 전문 (길굿 -거리굿, 길놀이-)
* 李範萬, 韓有星, 金潤擇, 文陸地, 李忠善의 구술에 의해 1975-1980년 李炳玉 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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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산대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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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굿(거리굿, 길놀이)과 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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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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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장을 중심으로 마을을 한 바퀴 돌아오는 길굿은 맨앞에 백색 바탕에 붉은 지네발을 한 송파산대놀이의 용두기와 작은 영기 두 개를 들고 서고, 다음은 악사들로 쌍호적·징·장고잡이가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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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에 탈의상을 입은 연희자들이 탈춤 등장 순으로 서는데, 맨뒤엔 노장이 양 소무를 끼고 뒤따르고, 왜장녀가 궁둥이춤을 추며, 동네를 돌아 공연장으로 오면 개복청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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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는 조명으로 장작불이나 기름방망이 불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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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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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를 시작하기 전에 젯상을 차려놓고 고사를 지내고는, 쇠머리(돼지), 3색과일(사과·배·감·밤 등), 시루떡, 술 등을 제삿상의 원칙대로 차리는데, 을축년 이전에는 거창하게 차렸으나 그 후엔 약식으로 간략하게 차렸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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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상 앞에 첫상좌·둘째상좌 탈을 맨위에 놓고, 연닢·눈끔재기탈을 양반탈이라 둘째 줄에 놓고, 그 다음 샌님 ·신할애비탈(연장자 탈)을 놓고, 다음에 여타의 탈을 진열하고, 맨밑에 여자탈을 배열한 다음, 젯술을 올리고 연희자 전원이 절을 한 다음, 고사말을 낭독하고 소지를 하며 고인이 된 연희자의 명복을 빈 다음, 떡을 관중들에게 돌리고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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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 지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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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차 모년 모월 모일 오늘 길일을 택하여 산대놀음 놀이를 하려고 열의 열성에 각 자손이 모여 정성을 드리오니, 흡흡히 흠양하고 눈도 티도 보지 마시고 손톱 눈 하나 틴 사람 없이 무사히 끝나게 하여 주시옵기를 신령님께 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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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대놀이 대표 고사가 끝나고 즉시 놀이판을 정비하고 첫째마당 놀이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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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과장 - 상좌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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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상좌가 흰 장삼에 붉은 띠, 붉은 한삼, 붉은 고깔을 쓰고 나와 두 손을 모으고 서 있으면 염불장단이 나온다. 첫장단 끝에 활개를 폈다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다. (합장재배) 그리고 앞으로 1장단 나아가 배하고 우로 돌아 1장단에 나아가 배하고 계속하여 사방재배를 한 뒤 손뼉으로 느린 장단을 불러 도드리 느린 타령으로 팔뚝잽이를 하고 활개를 펴서, 반화장·화장무·한삼치기·곱사위·거울보기·여다지를 추고, 다시 손뼉으로 장단을 몰아 불러 자진타령 장단에 화장무·자진화장·여다지·몰아치기·건드렁·멍석말이춤을 추고, 잽이 반대 쪽에 가서 덜미잡이를 하고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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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둘째상좌가 흰 장삼에 남색띠, 남색한삼, 남색고깔을 쓰고 반대편에 나와 손을 들어 사방을 휘둘러 보다가, 첫상좌가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별것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끄덕하고는, 다른 손도 들어 손뼉으로 장단을 불러 건드렁 여다지로 나가 춤을 추고 첫상좌 쪽으로 자진 화장무로 가까이 가서 곱사위로 돌아서서 나온다. 그리고 다시 돌아 첫상좌를 바라보고 서서 활개를 펴고 양팔을 좌우로 흔들다가 뒤로 제끼며 첫상좌를 어른다. 그러면 첫상좌가 쪼그리고 앉은 자세에서 양팔을 펴고 모듬발로 깡충깡충 뛰어 나오면서 몸을 일으키면서 건드렁으로 한 장단 먹고 대무를 시작한다. 화장무·자진 화장으로 교차하고 곱사위로 돌아서 마주보고 여다지로 장내를 돌다가, 팔을 어깨 위로 제치고 고개짓을 하고 맞돌아 헤어져 마주보고 깨끼리 수장잡이를 추고, 첫상좌가 염풍뎅이로 퇴장하면, 둘째상좌만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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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과장 - 옴중·먹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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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중이 검정 삼베 장삼을 입고 시루밑 벙거지를 쓰고 제금을 들고 나와 있다가, 둘째상좌가 자진타령으로 춤이 끝날 무렵 일어서서 제금을 '쨍쨍쨍쨍' 치며 뛰어 들어가면, 둘째상좌가 자지러지게 놀라며 춤을 멈추고 물러나 뒤에 가서 쪼그리고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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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중    자, 모처럼 나왔으니 한 번 놀고나 가자! [불림으로] 나비야 나비야 청산 가자, 호랑나비야 너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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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금으로 장단 따라 양쪽으로 번갈아 칠 때, 둘째상좌가 팔소매를 걷어 올리면서 나와 뒤에서 제금을 채가지고 뒤에 가서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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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중    이크! 내가 대낮에 불한당을 만났구나. 송도 말년에 불가사리가 나서 쇠붙이라는 쇠붙이는 모조리 다 집어 먹었다더니, 이조 말년에도 불가사리가 났나? 얘가 내 제금을 솔개미 병아리 채가듯이 휘익 채가고 말았으니 승천입지(昇天入地)를 했나, 비거석양풍(서남풍)을 했나, 아주 자취도 없이 싹 없어졌구나! 허허, 그러나 저러나 대체 어디로 갔는지 찾아나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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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깃을 다른 한 손으로 잡고 좌우로 쳐다보고, 뒤로 돌아 위를 휘둘러 찾아 본다. 이때 둘째상좌가 제금을 '쨍'하고 치면 옴중이 자지러지게 놀라며) 이크! 이것 봐라 적반하장이라드니 바로 네놈을 두고 하는 말이로구나 이놈! 한 번 혼좀 나 봐라. (불림으로) 소상반죽 열두 마디 휘휘칭칭 감아잡고, (옴중이 한 손으로 다른 팔소매깃을 잡고 위로 쳐들어 좌우로 흔들고 둘째상좌와 대무하다가, 옴중이 둘째상좌의 등을 쳐 쫓아 버리면 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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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중    쉬-이! 그러면 그렇지. 네놈이 별 수 있나. 자, 이왕에 나왔으니 한 번 더 놀고나 가야겠다. [염불장단 불림으로] 얼-수 절-수 지화 허자 저르르르…… [한 팔을 어깨에 올리고 다른 팔도 어깨에 걸치고 고개잡이를 하다가 무릎을 구부리며 앞으로 뿌린다. 양팔을 옆으로 활개를 펴고 앞으로 전진했다가 양팔을 앞으로 뿌리고 뒷걸음으로 물러난다. -삼진삼퇴- 활개 펴고 장삼치기를 하다가 오른쪽 팔소매를 잡아 쳐들어 몸을 제꼈다가, 오른쪽으로 몸을 흔들어 용트림을 하고 왼쪽으로 반복한다. 주로 여다지와 같이 양팔을 위로 펴드는 춤을 추다가, 어깨에 팔을 걸치고 고개를 끄덕끄덕하고 오른 발을 왼쪽으로 90도 돌려 몸을 옮기며 양쪽 소매자락을 어깨에 올린다. 양 소매깃을 앞으로 뿌리고 타령장단을 부른다. 활개 펴고 건드렁·화장무·자진 화장무·제자리서 양팔 좌우 휘두르고, 활개펴기를 두 번 반복 앞뒤로 휘돌리며 옆걸음으로 뛰어갔다 돌아오고 나서, 왼손 어깨로 넘기고 오른 손을 앞뒤로 휘두르며 장내를 돈다. -너울걸음- 이때 먹중이 붉은 반장삼을 입고 나타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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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중    쉬-이! [하면서 쫓아 나가면 옴중은 놀라 물러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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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중    아니 웬 녀석이 어른 노시는데 쉬-하느냐? 쉬-이라니? 왕파리 똥구멍에서 나온 쉬-이란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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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중    왕파리건 쉬파리건 너 이리 좀 오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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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중    날더러 오라고? 대체 네놈이 누군데 날더러 이리 오너라, 저리 가거라. 함부로 주둥이를 놀리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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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중    [옴중의 얼굴을 쳐다보니 망측하게 생긴 것을 보고, 시루밑벙거지를 움켜잡고 장내를 한 바퀴 돌아와서] 이놈아! 이것이 여러 만자 중에 나들이벌로 쓰고 나온 얼굴이냐? [하며 침을 탁 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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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중    이런 안갑할 녀석이 남의 얼굴에 설사를 했구나. 어르르르…… [하며 장내를 한 바퀴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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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중    여러분. 이놈의 얼굴을 좀 보시요. 이놈이 이런 얼굴을 해 가지고 지가 저 잘났다고 날뛴다오. 내가 이놈 얼굴의 흠을 잡아 볼 테니 들어 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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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얼굴이 얼굴이냐? 덜굴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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얽구 검구 검구 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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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구 붉구 붉구 푸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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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박 맞은 잿더미 같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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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오 줄육 같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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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이 밑살 같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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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 맷돌 같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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땜쟁이 발등 같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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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쇠 망태 같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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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석 덕석 방석 같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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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판에 콩엿 호두엿 같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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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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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저러나 니 어멈이 너를 낳아 콩멍석에 엎었다더냐? 니 얼굴이 그 모양이냐? [하며 얼굴을 탁 치며 잡은 손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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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중    예끼 안갑할 녀석아, 이놈이 한참 지껄이더니 어른의 신수가 어떻다고 얼굴에 흠을 냈구나. 내 일러 줄 테니 들어 봐라. 자고로 사내 대장부 얼굴이란 얼숭덜숭 태산준령같구 무르익은 대추빛 같아야지, 네 얼굴모냥 샛빨갛구 한 십년이나 두들겨 먹은 목탁처럼 빤들빤들하고 지지벌건해야 한단 말이냐? [양손으로 얼굴을 문지르다 딱딱이로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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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중    아이쿠 코야! 이 녀석이 손찌검을 하더니 코가 터졌구나. [코를 움켜잡고 다른 손으로 땅바닥을 더듬어 지푸라기를 주워 눈구멍 하나를 틀어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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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중    아 이녀석아, 코가 깨졌다더니 어째 눈구멍을 틀어막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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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중    내가 급해서 막는다는 것이 눈구멍을 틀어막았구나. 그러나 저러나 얘얘! 어디 다시 한 번 보자. [살펴보고] 대관절 너 이 쓰고 있는 것은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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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중    오, 이 쓰고 있는 것 말이냐? 신천 구석에 있는 무식한 놈이 이런 의관을 봤겠느냐? 이 의관으로 논해 볼 지경이면 관명이 옥로다.
 
48
먹중    뭐. 옥로! 야 이놈아. 두루미 잡는 건 아니구?
 
49
옴중    야, 이놈 보게! 두루미 잡는 옥로를 다 알고 맹물은 아니로구나. 그러나 그게 아니라 저 대국 천자가 보내 주신 노벙거지다.
 
50
먹중    놈 둘러대기는 피아말 궁둥이 둘러대듯 잘도 둘러대는구나. 그건 그렇다 치고 여기 달려 있는 꽃은 무엇이냐?
 
51
옴중    이 꽃 말이냐? 이 꽃은 저위(상감)께서 주신 어사화다.
 
52
먹중    허 그놈. 참 높이는 대는구나. 그러면 이 쓰고 있는 둥글넓적한 것은 또 무엇이냐?
 
53
옴중    이것 말이냐? 저 동대문 밖을 썩 나서서 안갑내를 지나 떡전거리를 가면, 한 칠십 먹은 노파가 녹두 서너 되 드르륵 갈아서 무쇠 솥뚜껑 제쳐놓고, 기름을 둘러서 미나리·김치 숭덩숭덩 썰어 지글지글 이글이글 부친 젬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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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중    그럼 어디 한 번 먹어 보자. [양손으로 붙잡으려 하자, 옴중이 뒤로 물러난다.]
 
55
옴중    아 이놈 보게. 걸신이 들려도 단단히 들렸구나. 아무래도 네놈이 원체 주려서모두 먹을 것으로밖에 뵈지 않는 모양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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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중    이놈아 자세히 좀 보자. 이 울긋불긋 푸룻푸룻하고 노릇노릇 우툴두툴한 것이 대체 뭐냐? [얼굴의 곪은 것을 가리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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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중    오 노릇노릇한 것 말이냐? 이것은 저 강남에서 오신 호구별성님께서 잠시 잠깐 전좌하셨던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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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중    예끼 이놈아, 호구별성님이 어데다 전좌를 못해서 좋은 자리 다 제쳐놓고, 이 못생긴 네놈의 상판에다 전좌를 하셨단 말이냐? 얘, 얘, 어디 자세히 좀 보자. [양 소매를 걷어올리고 벙거지를 잡아 제치고, 두 손으로 얼굴을 쑥 훐어 보고는 호들갑을 떨면서 두 손을 들어 흔들며 뒤로 물러서며] 아. 퉤! 퉤! 얘 이 녀석아. 어디서 진옴을 잔뜩 올려 가지고 와서 수작을 부렸으니, 이제 3년은 재수 없겠다. 퉤 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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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중    얘 이 녀석아, 이게 옴이냐? [대든다.]
 
60
먹중    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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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중    옴이냐? [다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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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중    그래 옴이다. [물러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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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중    정말 진옴이냐? [재차 쫓아가며 다그친다.]
 
64
먹중    아니다. 아니다. 아주 빤들빤들 예쁘게 잘 생겼다. [비꼬는 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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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중    얘얘 다 집어 치우고 옛날에 하던 짓거리나 안 잊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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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중    암, 잊지 않았지.
 
67
옴중    그럼 우리 한 번 놀고나 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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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중    오냐, 그게 좋겠다. [불림으로] 금강산이 좋단 말은 풍편에 넌즛 듣고…… [둘이 춤을 추다가 옴중이 뒷걸음치고, 먹중이 여다지로 쫓아가며 퇴장한다.]
 
 
 

 
69
제3과장 - 연닢·눈끔재기 -
 
70
연닢은 흰 장삼에 청동띠·청동한삼·청동고깔·청동머리띠를 두르고, 눈끔재기는 회색장삼을 입고 붉은 고깔을 쓰고, 둘이 부채를 들고 얼굴을 가리며 굿거리 장단에 맞춰 장내를 한 바퀴 돌아 잽이 옆에서 얼굴을 가리고 서서 춤출 때, 팔먹중 세 명이 등장하여 반대편에서 춤을 춘다.
 
 
71
팔먹갑   쉬-이, 얘들아, 저기 울긋불긋하고 거무스름한 것이 있는데, 대체 무엇들이냐?
 
72
팔먹을   그럼 누가 한 번 보고 오너라!
 
73
팔먹갑   내가 가서 보고 오겠다. [불림으로] 녹수청산 깊은 골에 청룡황룡이 꿈틀꿈틀…… [타령장단에 맞춰 화장무, 자진화장, 곱사위로 장내를 한 번 돌고 여다지로 연닢에 다가가, 한 팔 어깨로 넘기고 고개끄덕이를 한다. 연닢이 부채를 내리고 고개를 쑥 내밀면 자지러지게 놀라 뒤로 물러나오며] 이크! [장단 멈춤]
 
74
팔먹을   얘얘, 춤을 추다 말고 기절초풍하여 달아나니 대체 웬 일이냐?
 
75
팔먹갑   말도 마라. 무시무시하고 굉장하더라.
 
76
팔먹을   대체 니가 뭘 보고 놀라는지 내가 한 번 들어가 봐야겠다. [불림으로] 소상팔경 구경가자! [춤을 추고 나아가 눈끔재기 앞에서 한 팔을 어깨 위로 넘기고 고개짓을 하고 어르면, 부채를 내리고 고개를 쑥 내민다. 역시 자지러지게 놀라 물러나오며] 이-크!
 
77
팔먹병   얘, 얘들아! 춤을 추다 말고 자지러지게 놀라 달아나다니 대체 웬 일들이냐?
 
78
팔먹을   말도 마라. 무시무시하고 굉장하더라. [호들갑을 떨면서]
 
79
팔먹병   대체 뭘 보고 너희들이 자지러지게 놀라는지, 내가 한 번 들어가 봐야겠다. [불림으로] 산중괴물이 웬 말이냐? [화장무·여다지로 들어가 연닢 앞에서 한 팔을 어깨로 넘기고 고개를 내밀고 살펴보니, 연닢이 부채를 내리고 얼굴을 내밀자 얼굴을 서로 맞대고 비벼댄다. 그리고 눈끔재기한테 가서도 비벼대고 춤을 추며 주위를 한 바퀴 돌아와서] 쉬-이! 아하, 이제 알았다. 아닌게 아니라 너희들이 놀랄만도 하다. 제들 명색이 양반인 연닢과 눈끔재기인데 얼굴에 흠이 있어 과거를 못보고, 노류장화(路柳墻花)로 사도팔방을 돌아다니며 허송세월을 하다가, 산대판을 구경하더니만 우리더러 친구가 되어 한 번 놀아 보잔다.
 
80
팔먹갑을  그래 한 번 놀아 보자. [불림으로]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팔먹과 함께 짝을 지어 대무로 깨끼리·건드렁·고개끄덕이를 하고 멍석말이로 돌아 퇴장한다.]
 
 

 
81
제4과장 팔먹중
 
82
제1경 애사당 북놀이
 
 
83
먹중 두 명이 하나는 북을 들고 다른 하나는 북채를 들고 굿거리 장단에 등장하여, 장내를 한 바퀴 돌며 북을 치려고 하면, 살짝 피하며 약을 올린다.
 
 
84
먹중갑   쉬-이! 얘얘, 어른(양반)이 법고를 치려고 하는데, 작살 맞은 뱀장어모양 요리 빼끗 조리 빼끗 도망다니느냐?
 
85
먹중을   아니, 이놈아! 내가 요리 빼끗 조리 빼끗 도망다닌다구? 니가 날 못 쫓아오는 거지.
 
86
먹중갑   얘얘, 그러지 말고 어디 번쩍 쳐들어 보아라. [북채를 쳐들면서]
 
87
먹중을   번쩍 쳐들어 보라구. 자, 쳐들었다. [북을 높이 든다.]
 
88
먹중갑   이놈아, 그건 높아서 어디 치겠느냐?
 
89
먹중을   그럼 사다리 놓고 올라가서 쳐라.
 
90
먹중갑   얘얘! 그러지 말고 북을 좀 내려라.
 
91
먹중을   이젠 내려 달라구? 자, 아주 내려 놓았다. [북을 땅에 놓으며] 쳐 봐라.
 
92
먹중갑   이놈아. 그건 너무 낮아서 어디 치겠느냐?
 
93
먹중을   허허, 너무 낮다고? 낮으면 물구나무 서서 쳐라!
 
94
먹중갑   이런 안갑할 녀석 봤나. [덤비려다 멈추고] 얘얘, 그러지 말고 어중간이 좀 들어라.
 
95
먹중을   어중간이 좀 들라구? 자, 이 정도면 되었느냐?
 
96
먹중갑   오냐, 이제 됐다. [북을 치려 하니, 또 피해 다닌다.] 아, 이놈 보게. 이놈이 자꾸만 슬슬 피해 다니니, 무슨 좋은 수가 없을까? [골똘이 생각하다가] 옳지! [무릎을 탁 치며] 너 이리 좀 오너라. [중앙으로 끌고 와서] 너 이놈, 여기 꿈쩍 말고 서 있거라! [북채로 먹중의 주위를 돌며 금을 긋는다.]
 
97
먹중을   여기 꿈쩍 말고 서 있으란 말이지. 자, 섰다 어쩔테냐?
 
98
먹중갑   이 금 안에 꿈쩍 말고 있거라. 너 이놈, 이 금 밖에 나가면 개자식이다.
 
99
먹중을   뭣이 어째! 이 금 밖에 나가면 개자식이라구?
 
100
먹중갑   그래, 이 금 밖에 나가면 개자식이라 했다.
 
101
먹중을   틀림없지?
 
102
먹중갑   그래 틀림없다.
 
103
먹중을   틀림없이 개자식이라고 했지? 허허허, 자, 여러분! [관중을 둘러보며] 여기 좀 보시요. 이놈이 제 입으로 분명히 이 금 밖에 나가면 개자식이라고 했는데, 지금 어느 놈이 금 밖에 나갔소?
 
104
먹중갑   예끼! 이 안갑할 녀석아! [하고 북채로 먹중을의 얼굴을 탁 치면 장단이 나온다. 사방으로 피해 다닐 때 왜장녀가 궁둥이춤으로 등장한다. 왜장녀보고 북을 쳐 보라고 북채를 주니, 고개를 저으며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돈)를 만들어 보인다. 허리춤에서 엽전꾸러미를 꺼내 주며 북채를 주니, 받아 가지고 나가, 애사당을 데리고 나와 북채만을 애사당에게 넘겨 주며 북을 치게 한다. 애사당이 북채를 받아 쥐고 북의 둘레를 양채로 테를 따라 위에서 아래로 그려 내리고 나서, 한 장단에 한 번 치고 한 바퀴 돌아 또 한 번 치고, 반대방향으로 돌아 한 장단에 한 번 치고 한 바퀴 돌아 한 번 치고, 반대방향으로 돌아 한 장단에 두 번 치고 나서 계속 둥둥 친다. 북을 들고 있다가 북을 점차 내리니, 북채로 먹중을의 이마를 탁 치면 북을 재빨리 올린다. 한 번 더 반복하여 칠 때 먹중갑이 애사당의 북채를 나꿔 채면서]
 
105
먹중갑   쉬-이! 얘얘, 니가 벗고 친다고 해서 훌렁 벗고 치는 줄 알았더니, 그래 이게 벗고 치는 거냐? [하며 북채로 애사당 치마 밑을 들추려 하자, 주춤 물러나며 손으로 치마폭을 쓸어내린다.] 치마·단속곳·속곳·몽주리 껴입고 치는 게 벗고 치는 것이냐? 자, 내가 벗고 칠 테니 봐라. [채로 장단을 불러 먹중갑과 애사당, 먹중을과 왜장녀가 어울려 춤을 추다 퇴장한다.]
 
 
 
106
제2경 곤장놀이
 
107
먹중 여덟이 등장하는데, 앞에 팔먹 갑(원목)이 곤장을 들고 뒷걸음으로 굿거리장단에 춤을 추며 마당을 한 바퀴 도는데, 먹중갑은 곤장을 휘둘렀다 어깨에 걸쳤다 하며 칼춤을 추듯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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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먹중갑  쉬-이! 얘들아, 너희들이 도대체 뭘 해 먹고 사는 놈들이냐?
 
109
팔먹중을  우리더러 뭘 해 먹고 사시는 양반이냐구? 우린 저-어, 강원도 금강산에서 내려오신 중님이시다.
 
110
팔먹중갑  그래 중이면 절간에서 염불이나 외울 것이지 속세엔 무엇 하러 내려와, 대낮부터 얼굴이 지지벌건하게 술이 만취되어 지랄들 하느냐?
 
111
팔먹중병  우리는 중은 중이로되……
 
112
팔먹중정  우리는 중은 중이로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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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먹중갑  아, 하하하! [곤장은 어깨에 맨 채] 옳지 알았다. 너희들이 오입쟁이 중이 아니면 땡땡이 중이로구나. 그렇다면 너희들 내 말을 명심해서 잘 들어라. 한 번 실수는 병가상사라 하였으니, 이제부터 마음을 고쳐먹고 염불 공부를 시작하는데, 만약 틀리는 놈이 있으면 이 곤장으로 치도곤을 놓을 테다. 알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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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먹모두  예-잇!
 
115
팔먹중갑  자, 그럼 나를 따라 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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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먹중갑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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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먹모두  나무애비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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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먹중갑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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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먹모두  나무할애비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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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먹중갑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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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중모두  나무할미도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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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먹중병  [앞으로 쑥 나서며] 에라 쉬-이! 얘들아, 이러구 보니까 우리가 도루아미타불이 되었구나.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으니 우리 한 잔 더 먹어 보세-. [불림으로] 일배 일배 부일배하니 [술 마시는 시늉을 한다.]…… [다시 춤을 추며 논다.]
 
123
팔먹중정  쉬-이! 나는 너희들하고는 이 짓을 못해 먹겠다. 늬들끼리나 놀아라. 나는 소상팔경 구경이나 갈란다. [불림으로] 나귀 등에 솔질 해라. 소상팔경 구경가자. [춤을 추며 한 명 한 명 곤장을 쳐 내쫓는다.]
 
 
 
124
제3경 침놀이
 
125
굿거리장단에 팔먹이 등장하여 춤을 추며 장내를 돌며 춤을 출 때, 그중 하나가 배를 움켜쥐고 가운데로 쓰러진다.
 
 
126
팔먹갑   쉬-이! [들어가 살피며] 얘가 왜 여기 쓰러졌지? [살펴보다가] 죽었나 봐.
 
127
팔먹을   죽었어! 그럼 고택골로 갔군!
 
128
팔먹갑   그래, 밥숟갈 놨다. 그러나 저러나 얘가 대관절 누구냐!
 
129
팔먹병   그야 들어가 봐야 알지.
 
130
팔먹을   어디 그럼 내가 한 번 들어가 볼까? [들어가 쓰러진 팔먹 뒤쪽에 가서 머리를 두 손으로 잡고 쳐들어 확인한 후, 주위를 휘 둘러 보고 나서] 내 생질 조카야! [하면서 제자리로 나온다.]
 
131
팔먹병   니 생질조카라고? [들어가 사지를 만져 보며] 몸뚱이가 차디차구나. 쯔쯔! 얘가 아까부터 팥죽을 많이 처먹더니만 꼭 찔렸나 보구나. [일어서면서 팔먹 갑을 향하여] 얘얘, 네가 아무래도 우리들 중에서는 아는 게 많아 그중 날 듯하니 들어가 봐라.
 
132
팔먹갑   내가 그 중 날 듯하니 들어가 보라구? [들어가 발로 툭툭 차면서] 얘얘, 일어나 일어나, 사지가 얼음장같이 차고 뻗뻗하구나. 맥이나 한 번 봐야지. 얘가 꼼짝달싹도 안 하는 걸 보니 암만해도 신맥이 뚝 끊어졌구나.
 
133
팔먹정   그 말도 어사한데 그래 신맥을 어떻게 이어 주느냐?
 
134
팔먹갑   신맥을 이어 주는 데는 신풀이로 백구타령이 제일이지.
 
135
팔먹정   그럼 속히 해 봐라.
 
136
팔먹갑   하! 그 녀석 급하긴 매우 급하구나. 돼지꼬리 잡고 순대국 달라겠다. 자, 그럼 백구타령으로 이어 주는데. [노래장단이 나온다.]
 
137
백구야 훨 훨 날지 마라
138
너를 잡을 내 아니다.
139
성상이 버렸으매
140
너를 쫓아 예 왔노라.
141
나물 먹고 물 마시고
142
팔을 베고 누웠으니
143
대장부의 살림살이
144
이만하면 넉넉한가?
145
일촌 간장에 매진 설움은
146
부모님 생각뿐이로구나.
147
에라 만수-에라 대신이야
 
 
148
[장단에 맞춰 춤추며 두 손을 올리며 신을 높이는 시늉을 한다.]
 
 
149
팔먹갑   쉬-이! [당황하며] 어허! 백구타령이 아니라 아무 것을 해도 소용 없구나. 내 재주로는 고칠 수 없으니, 무슨 좋은 수가 없겠나?
 
150
팔먹정   좋은 수가 하나 있지. 요새 풍편에 들어 보니, 저 고개 너머 싸릿골에 신주부라는 용한 의원이 새로 오셨다는데, 모셔다 맥이라도 보는 게 어떻겠느냐?
 
151
팔먹갑   그게 좋겠다. 그런데 싸릿골 신주부네는 어디로 가느냐?
 
152
팔먹을   저쪽이다. [객석을 가리키자 그쪽으로 나간다.]
 
153
팔먹정   얘얘, 그쪽으로 가면 개구멍이다. 이쪽으로 가거라.
 
154
팔먹갑   허허허, 이 녀석들아. 이 늙은이를 만석중이처럼 이리 가라 저리 가라 막 놀리는거냐? 자, 그럼 얼른 다녀오마. [입구 쪽으로 와서 양손을 입에 대고] 신주부! 신주부!
 
155
신주부   누가 날 찾는 모양인데 [등장하며] 신주부, 신주부, 이웃집 강아지 부르는 듯하느냐? 그리고 내가 오주부지 어디 신주부인가?
 
156
팔먹갑   모르시는 말씀 마시요. 용하게 병을 잘 고치는 의원님이 새로 오셨다고 해서, 모두들 신주부라고 모시는 거요.
 
157
신주부   새로 왔으니 신주부라! 하긴 그 말도 그럴 듯하군. 그런데 왜 날 찾아 왔소?
 
158
팔먹갑   다름 아니라, 웬 놈이 산대도감춤을 흐드러지게 추다가 흥에 겨웠는지 쓰러져 신맥이 뚝 끊어졌는데, 속히 가서 맥이라도 좀 봐 주시오.
 
159
신주부   허허. 오밤중에 신주부를 모시러 왔으면 하다 못해 강아지 새끼라도 데리고 와야 타고 갈께 아니요.
 
160
팔먹갑   [객석을 보며 방백한다.] 제미럴! 활개똥을 쌀 놈 같으니라구. 사람이 다 죽어가는 급한 판국인데, 그런 걸 생각할 겨를이 어디 있어. 자 당신 정갱이말이라도 타고 어서 가 봅시다. [신주부를 모시고 가운데로 나와서] 여기 얘여요. [가리키며]
 
161
신주부   대관절 얘가 누구요?
 
162
팔먹병   들어가 봐야 알지!
 
163
팔먹을   어디 내가 한 번 들어가 볼까? [들어가 고개를 쳐들고 또 확인한 후] 내 외삼촌이요!
 
164
팔먹갑   이 녀석아. 아까는 생질 조카라드니 별안간 외삼촌이 됐어?
 
165
신주부   그래 너희 놈의 집안은 참 무식한 놈의 집이로구나. 늬집 촌수는 죽수방울 촌수냐?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게.
 
166
팔먹을   내가 외삼촌이란 말인데, 급해서 말이 헛나와 그랬소.
 
167
팔먹병   여보 신주부 양반, 사람이 죽느냐 사느냐 하는데, 왜 그러고 서 있오? 맥이라도 좀 짚어 보구려.
 
168
신주부   진맥을 해 보란 말이지. [앉아서 팔소매는 걷어 올리고 쓰러진 팔먹의 발목을 잡고 쳐들어 진맥을 한다.]
 
169
팔먹갑   여보 신주부 양반, 다른 사람들은 맥을 볼 때 손목을 짚는데, 당신은 발목을 짚고 어쩌자는 거요?
 
170
신주부   허허 모르는 소리. 매사란 상하가 있는 법인데,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면 못 쓰고, 아래에서 위로 치올라 가야 하는 법이야. 그러니까 맥을 보는 데도 위에서 아래로 보는 상중하맥이 있고, 아래서 위로 보는 하중상맥이 있는데, 이것은 아래서 위로 보는 하중상맥일세.
 
171
팔먹갑   하중상맥이라고요? 신주부양반, 그럼 사관이나 좀 터 주슈.
 
172
신주부   사관? 사관을 어따 놓지?
 
173
팔먹갑   여보슈. 그걸 알면 내가 놓지 의원을 불렀겠소.
 
174
신주부   그렇던가. [무색한 듯 쪼그리고 앉아, 허리춤에서 침통을 꺼내 침을 머리에 문질러 손과 발에 사관을 놓는다.] 사관을 놔도 꿈쩍 안 하는 걸 보니 이상한데, 옳지 아까 내가 아래서 봤길 망정이지 위에서 봤더라면 큰일날 뻔했구나!
 
175
팔먹을   뭐가 어떻게 됐소?
 
176
신주부   아 그럼, 되다 마다 항문이 꽉 막혔어.
 
177
팔먹을   그럼 무슨 좋은 수가 없소.
 
178
신주부   좋은 수가 있긴 하나 있지. 항문이 꽉 막힌 데는 황침이 제일이지.
 
179
팔먹병   황침! 황침이라면 이만한 게 아니요. [양손을 넓게 벌려 보이며]
 
180
신주부   암 그렇지, 이만하지. [양 손을 넓혀 보임]
 
181
팔먹정   그러나 저러나 신주부 양반, 황침을 놓으면 살겠소?
 
182
신주부   그야 둘 중 하나겠지.
 
183
팔먹정   둘 중 하나라니?
 
184
신주부   죽기 아니면 살기지.
 
185
팔먹갑   그럼 어서 황침인지 똥침인지, 죽든 살든 단판 씨름으로 한 대 놔 주오.
 
186
신주부   자 그럼 황침을 놓는데 죽든지 살든지 난 모르오! [머리에 쓴 건에서 황침을 뽑아 쓰러진 팔먹을 엎어 놓고 뒤에서 엉덩이를 향하여 두어 번 흔들다가 푹 쑤셔 넣는다.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면 장단이 나오며 모두 흥겹게 춤추며 퇴장한다.]
 
 
 

 
187
제5과장 노장
 
188
제1경 - 파계승놀이
 
189
팔먹들이 굿거리 장단에 맞춰 등장하여 각자 흥겹게 춤을 춘다.
 
 
190
팔먹갑   쉬-이! 얘들아, 오랫만에 우리 팔난봉이 한자리에 다 모였구나. 이렇게 나온 김에 한바탕 놀아 보자.
 
191
팔먹모두  놀아 보자!- 나비야 나비야 청산 가자. 호랑나비야 너두 가자…… [팔먹 여덟이 군무를 한다. 이때 노장이 객석에 나와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서 있다.]
 
192
팔먹을   쉬-이! 북쪽 하늘이 컴컴하게 흐려 오는 걸 보니, 소나기라도 한차례 내릴 것 같구나.
 
193
팔먹병   그래! 어디 그럼 내가 나가서 살펴보고 오겠다. [불림으로] -소상반죽 열두 마디 휘휘칭칭 감아 잡고- [노장 앞까지 나가 기웃거리다 부채를 쫙 펴니 놀라며 물러나며] 이크! 얘들아, 자세히 살펴보니 뒷절 노장께서 나와 계신다.
 
194
팔먹정   그런데 스님이 절간에서 염불이나 외지, 이 속엔 왜 내려왔단 말이냐?
 
195
팔먹병   상좌중놈에 남색만 썼지 여색을 못써서, 색달이 걸려서 오래 고생 하다가 흑달이 돼서 죽을까봐 곪은 걸 풀려고 내려왔겠지.
 
196
팔먹정   자, 그럼 우리 모셔서 함께 놀아 보자.
 
197
팔먹모두  그거 좋겠다. 가서 모셔 오자. [우루루 몰려나가 노장의 죽장을 양쪽으로 나눠 서서 한 손으로 모두 잡고 굿거리 장단을 부른다.] 얼수 절수 얼수 절수…… [굿거리 장단이 나오면 모두 바깥쪽 손을 위 아래로 흔들며 등장한다. 그러나 노장은 그냥 서 있고 죽장만 딸려 나온다.]
 
198
팔먹갑   쉬-이, 우리가 노장님을 모셔 온다더니, 여태 끌고 나온 것이 지팡이밖에 더 있느냐? 우리 다시 가서 모셔 오자. [다시 나아가 죽장 잡고 노장을 모시고 굿거리 장단을 불러] 얼수 절수 얼수 절수…… [이번엔 노장이 죽장 뒤끝을 잡고 부채로 얼굴을 가랜 채 따라 나오다 중앙에 움추리고 앉는다. 팔먹들이 장내를 한 바퀴 돌고 나서]
 
199
팔먹을   이크! [모두 놀라 흩어지고 팔먹 하나가 죽장을 노장 앞에 갖다 놓는다.] 저기 저 거무스름한 게 있는데 저건 또 뭐냐? 팔먹병 어디 내가 한 번 들어가 봐야겠다. [성큼성큼 들어가 머리부터 엉덩이 끝까지 냄새를 맡다가 구리다는 듯이 고개를 내저으며] 비린내가 몹시 나는데! [휘둘러 보며]
 
200
팔먹갑   비린내? [한 걸음 나서며] 비린내가 나는 걸 보니 생선인가 보다.
 
201
팔먹을   생선? [팔먹병을 바라보며] 생선이라면 회를 해 먹어야지. [먹는 시늉을 한다.]
 
202
팔먹병   회라면 어두일미라는데 나는 대가리를 먹겠다. [팔뚝을 잡아 보인다.]
 
203
팔먹정   그럼 토막을 내야지. [성큼성큼 들어가 팔을 걷어 올리고 두어 번 흔들다 노장 등을 탁 친다. 노장이 움찔하니 모두 놀라] 이크! [물러나면 장단이 나온다. 화장무로 3번 안으로 들어가 여다지로 후진 3번 하고 건드렁 퇴장한다.]
 
204
팔먹이 퇴장하면 소무 2명이 양 옆에 나와 서며 장단이 바뀌어 염불장단이 나온다. 소무는 손을 이마 앞에 올려 손바닥을 엎었다 제꼈다 하는 자라춤을 춘다.
 
205
노장이 한 장단을 움직이지 않고 있다가 꿈틀거리기 시작하면서 노장춤을 춘다. 〈伏舞〉
 
206
고개를 좌우로 움직이다 끝 박에 부채질 하고 고개를 숙인다. 우로 고개를 들고 소무를 부채 너머로 살펴보다 역시 부채질 하고 숙인다. 좌로 반복한다.
 
207
죽장을 짚고 한 쪽 무릎을 세우며 좌우 소무를 살피고 부채질 한다. 겨우 죽장에 의지하여 부들부들 떨며 일어서려다 숙이고 부채질 한다. 겨우 일어나 부채를 펴고 팔을 펴들어, 우측 소무를 부채 밑으로 살피고 좌측 소무도 살핀다.
 
208
부채를 접어 아래로 내려 좌우로 흔들다가 죽장을 떠 올린다. 죽장을 양 어깨에 걸치고 좌우 소무를 번갈아 바라본다.
 
209
갈지자 걸음으로 후진하여 뒤로 나아가 죽장을 떨구어 버리고 부채로 장단을 굿거리로 청하여 부채를 쫙 펴서 크게 흔든 다음, 활개를 펴고 화장무·활개펴기·활개꺾기·거드름춤을 추며 우측 소무에 다가가니, 소무가 뒤로 돌아 춤을 춘다. 실망한 노장이 다시 좌측 소무 쪽으로 춤추며 다가가니, 역시 보기 흉하다는 듯이 뒤로 돈다. 그러자 노장이 이번에 자기 염주를 벗어 소무 목에 걸어 준다. 그리고 돌아 우측 소무 쪽으로 춤추며 나오니, 좌측 소무가 다시 돌아서서 우측 소무 쪽으로 가는 걸 보고 염주를 벗어 앞에 동댕이 친다. 노장이 염주 소리를 듣고 돌아서 염주를 주워 높이 쳐들어 보다가, 염주에 밴 여자 냄새를 맡으며 고개를 염주에 파묻고 진저리를 친다. 체념이나 한 듯, 뒤로 물러나가 염주를 땅에 팽개치며 장삼을 벗어 버리고 객석 앞쪽으로 나와 쪼그리고 앉아, 시늉으로 양치질하고 양손으로 물을 떠 입에 물어 헹군 다음, 앞으로 내뱉으며 세수하고 소매자락으로 얼굴을 닦고, 안주머니에서 거울을 꺼내 얼굴을 보며 빗질을 한 다음 뒤로 돌아보니, 소무들이 자기 장삼을 쳐들고 오라고 손짓한다. 흐뭇하면서도 못 믿겠다는 듯이 발을 개고 주저앉아 허리춤에서 투전을 꺼내 바닥에 깔아 놓고 한 장을 집어보고 기뻐 무릎을 탁 치고 뒤돌아보니, 역시 장삼 염주를 들고 서서 손짓으로 오라고 부른다. 일어서서 손뼉으로 타령장단을 불러 소무 쪽으로 다가간다. 장삼을 입혀 준다. 노장이 염주를 양쪽 소무와 자기 목에 셋이 함께 걸고, 어깨를 걸고 깨끼걸음으로 장내를 돌아 잽이 옆에 가서 앉는다.
 
 
 
210
제2경 - 신장수놀이
 
211
검정깃이 달린 누런 반장삼에 붉은 띠를 두르고 꽃 달린 패랭이 쓰고, 채찍을 들고 붉은 옷을 입은 원숭이를 업고 굿거리장단에 장내를 서서히 돌면서 주위를 둘러보고, 노장이 앉아 있는 반대 쪽에 원숭이를 내려 놓는다. 원숭이는 고개를 파묻고 엎드린다.
 
 
212
신장수   쉬-이! [손을 들어 주위를 살펴보고] 아하! 장 한 번 잘 섰다. 장꾼은 다섯인데 풍각쟁이는 일곱이로구나. 이왕에 나왔으니 엿이나 한 번 팔아 보자. 엿 사시오. 엿! 콩엿, 깨엿, 수수엿, 울릉도 호박엿도 있소! [반응이 없자, 다시 한 번 주위를 둘러보고] 허허, 사람은 백결치듯했는데 엿 사 먹을 놈은 한 놈도 없구나. 이렇게 단엿을 사 먹을 녀석이 없는데, 신 살 놈은 있을라구. 그러나 저러나 한 번 외워 보자.
 
213
신 사시오, 신! 신 사시오, 신!
214
네날 딴총에 짚신도 있고
215
육날 제총에 미투리도 있고
216
당사실로 수놓은 여혜도 있고 명주로 백비한 꽃신도 있오!
217
[주위를 둘러보다 노장이 손짓하는 것을 보고] 날 오라고? 옳지 저 녀석이 신을 사려나 보구나. [노장 가까이 뛰어가서] 그래 몇 켤레나? [노장 손을 들어 두 손가락을 보인다.] 두 켤레?
218
어허, 그놈 참 효성도 지극하구나! 그래 하나는 너의 대부인 주고, 하나는 너의 마누라 줄려구. [노장 고개를 흔든다.] 아니야? [노장 양손을 들어 양쪽 소무 어깨에 얹는다.] 오라. 이제 알았다. 하나는 너의 큰마누라 주고, 또 하나는 너의 작은마누라 줄려구? [노장 고개를 끄덕끄덕 한다.] 그럼 얼마난 걸루 줄까? [노장 양손을 쳐들고 한 손으로 접은 부채에 한 뼘 두 뼘을 올리고 조금 더 올려 크기를 일러 준다.] 어이쿠! 한 자 두 치라.
219
허허. 옛말에 족대왈 적이라더니 도둑년의 발이냐? 웬 년의 발이 그리도 크냐. 그럼 또 하나는? [노장 이번엔 한 뼘 반을 표시한다.] 일곱 치 닷 푼. 오 그건 쓸만하구나! 자 그럼 갖다 주마. [건들건들 뛰어가 원숭이 밑에서 신을 꺼내는 시늉을 하며 갖다 노장에게 준다.] 에따. 신 받아라! [노장 양 소무에 신을 신겨 주는 시늉을 한다] 자 신을 받았으면 돈을 내야지. [노장 손을 들어 두어 번 쥐었다 폈다 하고 없다고 좌우로 흔든다.] 뭐? 지금 신값이 없다구? 그러면 돌아오는 장날이나 되돌아 오는 장날쯤 하여 두어 파수쯤 걸려서 줄 것이지, 그것도 윤동짓달 스무 초닷새날 준다구? 아이구 나는 망했구나. [원숭이 쪽으로 뛰어가 채찍으로 원숭이를 탁 치면 일어나서 벌벌 떤다.] 얘. 이 베라먹을 짐승아, 너 이리 좀 오너라. 니가 나를 알다시피 너하고 나하고 한 솥에 밥을 먹고 산 지가 어언 석삼년이 지났는데, 알다시피 허리 잘룩한 계집이 있느냐 아니면 머리 감실감실한 자식새끼가 있느냐? 그래서 내가 너를 알기를 허리 잘록한 계집처럼도 생각하고, 머리 감실감실한 자식처럼도 생각해 왔는데, 얘야, 오늘은 내 청을 하나 들어줘야겠다. [노장을 가리키며] 저 건너 보이는 중놈한테 가서 신값 좀 받아 오너라. [원숭이 촐랑촐랑 뛰어 간다.] 얘, 얘, 얘! 이리 오너라. [원숭이 되돌아 온다.] 어디 말귀나 알아 듣나 한 번 시험해 보자. [채찍을 목 뒤에 꽂고] 두 손을 번쩍 들고 [두 손을 들면 원숭이도 두 손을 든다.]
220
젬젬젬-젬 [원숭이 따라 한다.]
221
곤지 곤지 곤지 곤지 [원숭이 따라 한다.]
222
짝자꿍 짝자꿍 [원숭이 따라 한다.]
223
두 손을 내리고 [두 손을 내려 뒷짐을 진다.]
224
도리 도리 도리 도리 [따라 한다.]
225
허, 그놈 영특도 하지. 그만하면 심부름 하나는 충분히 하겠구나. 냉큼 가서 신값을 받아오너라. [채찍으로 탁 치면 원숭이도 신장수 엉덩이를 탁 치고 손뼉으로 장단을 부른다.]
226
[장단이 나오면 원숭이는 촐랑촐랑 뛰어가 소무를 얼싸안고 등에 타고 장난을 하면 노장이 부채로 쳐낸다. 원숭이가 한참 소무를 놀리다가 돌아오면] 쉬-이! 그래 신값은 받아왔느냐? [소무 모습 흉내를 내고 진저리를 친다.] 그렇게도 예쁘더냐? 얘얘 제랄은 그만 떨고 그래 신값은 받아 왔느냐?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리고 좌우로 흔든 다음, 샅에 끼고 진저리 친다.] 이놈 신값을 받아오라고 보냈더니 돈은 안 받아 오고, 그래 개평을 따고 왔단 말이냐?
227
예끼 이놈! 너 때문에 밥 빌어다 죽 쑤어 먹겠다. [채찍질 하니 도망간다. 쫓아가면서 퇴장.]
 
 
 
228
제3경 - 취발이
 
229
(등에 호랑이 그림이 그려진 푸른 반장삼에 흰 한삼, 푸른 고깔을 쓰고 녹음을 들고, 만취가 된 듯 녹음-푸른 나뭇가지-을 얼굴에 가리고 비틀거리다, '아취-'하고 재채기를 크게 하고 코를 '팽' 풀어 옷에 쓰윽 닦으며)
 
 
230
취발이   요놈의 고뿔인지 쥐뿔인지 들 줄만 알지 날 줄은 모르는구나. 아- 취! 그러나 저러나 여러 해포만에 다정한 친구를 만나 그냥 헤어질 수 없어서, 주막에 들어가 미색을 양 무릎에 앉혀 놓고 한 잔 먹어 두 잔 먹어 일배 일배 부일배라. 권커니 잤커니 밤새도록 퍼 마셨더니 얼굴이 불콰하고 취흥이 도도하야. 무악재 고개를 쓱 올라서니 뒷산 솔개미란 놈이 내 얼굴이 지지벌건하니까 자판에 고깃덩어리로만 알고, 이쪽에서 휘익 저쪽에서 휘익 채갈려고 날아드니 소름이 쭉쭉 끼치는구나. 자 저놈의 솔개미를 쫓아보는데. [불림으로] 이리로 휘익-저리로 휘익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게걸음뛰기를 하며 솔개미 쫓는 시늉을 하고 나서]
 
231
취발이   쉬-이! 그놈의 솔개미를 멀리 쫓아버리고 났더니 취기가 싹 가시는구나. 그런데 이상하다. 어디서 비린내가 몹시 끼치는데! 옳지! 저기 거무스름하고 히끗히끗, 노룻노룻, 발긋발긋한 게 있는데, 대체 저게 뭔가 내 한 번 건너가 봐야겠다. [불림으로] 녹수청산 깊은 골에 청룡황룡이 꿈뜰꿈뜰…… [타령으로 호들갑스럽게 화장무·곱사위·돌단이 등으로 노장·소무 주위를 맴돌다가, 노장의 부채로 탁 맞고 '아취'하고 물러서며]
 
232
취발이   아하! 이거 희안하구나. 역발산 기개세하는 취발이 삼십 평생에 매라는 말만 들었지 못 맞아 봤는데, 이거 오늘에야 내가 임자를 만난 모양이다. 그러나 저러나 니가 내 성식을 모르는 모양인데, 대관절 무엇인지 자세히 보기나 해야겠다. [불림으로] 원산 첩첩 곤산 너머 태산은 주춤 기암칭칭 장송낙낙……
 
 
233
(모듬발로 깡충깡충 좌우로 뛰며 불림을 한 다음, 여다지·배치기·건드렁으로 노장 주위를 한 바퀴 돌아 살펴보고 나와서)
 
 
234
취발이   쉬-이! 아하 이제 알았다. 네 보아하니 머리에 송낙을 쓰고 목에 염주를 걸고, 칠포장삼을 입고 가사를 걸친 것을 보니 뒷절 중이 분명한데, 니가 중이냐? 아닌 밤중이냐? 칠월 백중이냐? 거리 노중이냐? 깊은 산중이냐? 중이면 절간에서 불도나 닦을 것이지, 속세에 내려와서 그것도 계집을 둘씩이나 끼고 농탕을 치니, 이거 될 법이나 할 짓이냐. 자 저놈을 다부지게 얼러야겠는데, 금강산으로 녹일까, 녹수청산으로 녹일까.
235
[불림으로] 다부지고 모지고 앙칼지고 준치가시같이 얼러라!
236
[타령장단에 곱사위 깨끼리를 추며 후리러 간다. 노장이 앞에 나와 대무한다. 화장무·자진화장·여다지·배치기·건드렁·돌단이로 돌아 녹음으로 등을 내려쳐 쫓아낸다. 노장이 물러나 소무 가랭이 밑에 숨는다. 찾아보니 노장이 없어 소무 앞을 신이 나서 돌다가]
 
237
취발이   쉬-이! 흐흥. 그러면 그렇지 별 수 있나. 얘가 혼히 나기는 난 모양인데, 이제 아주 줄행랑을 쳤겠지. [하며 소무를 향하여] 자! 이제 다 팔아도 내 땅이니 너희들 나하고 한 번 놀아 보자. [하며 소무 앞으로 다가가니, 소무 가랭이 밑에서 고개를 쑥 내밀고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니 깜짝 놀라 물러서며] 이크! 이건 또 뭐냐? 중놈을 쫓아버리고 났더니, 아니 저년의 가랭이 밑에서 한 오백 년이나 묵은 이묵이가, 고개를 쓱 내미니, 이거 점잖은 짐승이 무슨 짓일까? 피비린내 끼치기 전에 어여 썩 물러가거라. 쉬-익, 쉬-익 쉬-익! [조심스럽게 쫓는다. 노장이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다가 다시 한 번 고개를 내민다.] 하하! 얘가 놀자네! [내밀었던 고개를 들여가며 소무 하나 업고 나간다.] 아유 저런 안갑할 년이 아주 중서방을 해 가는구나. [양쪽 소무를 번갈아 바라보다 장내에 남아 있는 소무를 보고] 얘 이제 너하고 나하고 단둘이 남았으니 한 번 놀아 보자꾸나. [소무가 고개를 흔든다.] 뭐 싫다구? 그렇지 탐화봉접이라 했으니 내가 널 쫓아가야지. 자, 나와 한 번 놀아 보자. [하며 다가가자 몸을 꼬며 고개를 흔든다.] 야, 요것 보게 앵두를 똑똑 따네. [가까이 가서] 아이쿠 냄새 한 번 지독하구나. [코를 쥐며] 요년이 노린내 나는 중놈한테 놀아 나더니 노린내가 물씬 배었구나. 휘-익 휘-익 [녹음으로 소무 온 몸을 사방으로 털어 준다.] 야, 이거 여기까지 노린내가 배었구나. [녹음을 맡아보다가 객석으로 집어던진다.] 자, 이제 나하고 한 번 놀아 보자. 노린내 나는 중놈보다야 사자 어금니같은 내가 어떠냐? [불림으로] 낙일욕물 현산서하니 도처청망이 하함이라. [도처 청명이 황하수라]…… [타령에 깨끼춤을 멋지게 추면서 소무 주위를 도는데, 소무는 자꾸 고개를 돌리며 보지 않으려 한다.]
 
238
취발이   쉬-이! 얘얘, 너 중놈한테 고작해야 염불이나 들었지, 이런 춤을 보았느냐? 내가 춤을 출테니 잘 봐라.
239
[불림으로] 소상반죽 열두 마디 뚜욱뚜욱 뚜욱뚜욱…… [병신춤을 춘다.]
 
240
취발이   허허! 이제 보니 얘가 딴 생각이 있었구나! 그렇다면 한 번 놀아 보자.
241
[불림으로] 인간이별 만사중에 독수공방이 제일 섧다. [깨끼춤으로 다시 춤을 추며 소무 뒤에 가서 키도 재 보고 팔도 얹어 보고 고개를 넘겨다 볼 때, 비로소 소무가 얼굴을 마주보게 된다. 이제 신명이 나서 소무 앞쪽에 와서 손을 내미니 손을 잡아 준다. 손을 잡고 춤을 추다가 양손을 잡고 앉으며 발밀기를 하다가, 서서히 일어서서 옆으로 게걸음뛰기를 한 다음, 왼 손으로 소무 왼 손을 잡아 어깨에 걸치고 오른 손으로 소무 허리를 뒤로 감아잡고, 오른 무릎으로 소무 엉덩이 밑에 받치고 모듬발로 방아 찧듯 뛰며 한 바퀴 돈 다음]
 
242
취발이   쉬-이! 이제 나도 어른이 되었으니 상투나 한 번 틀어 보자. [발을 개고 앉아 앞머리를 손가락에 감아 대면 그대로 풀어진다. 또 반복해도 풀어진다.] 옛말에 취발이 상투는 짜나 푸나 매 한 가지라더니, 내 팔자에 상투가 무슨 상투냐? [하며 뒤를 돌아보니, 소무가 배를 문지르다 아픈 표정을 짓고 쓰러진다. 깜짝 놀라 일어나며] 아니, 얘가 웬일이냐. [달려가 배를 쓰다듬다가 깡충 뛰며] 허허. 우리 집안에 경사났네. 취발이 경사났어! 이제 우리 선영에도 꽃이 함박 만하게 피었구나! 얘가 벌써 산기가 있는 모양인데, 어서 해산어멈을 불러 얼른 낳도록 칠성님께 빌어야지. 해산어멈! 해산어멈! [해산어멈이 짚뭉치를 이고 엉덩이춤을 추고 나오면 장단이 나온다. 해산어멈이 엉덩이춤을 추며 소무에 다가가서 짚뭉치를 내려 놓고, 짚뭉치 속에 넣어온 동자 인형을 몰래 치마 속에서 꺼내 거꾸로 들춰 엉덩이를 탁 치고 세워 받쳐 잡고 쳐다보니, 취발이가 쫓아가 달라고 하니 줄까 말까 실강이를 하다가, 취발이가 나꿔채 빼앗아가니 해산어멈은 짚뭉치를 챙겨 들고 소무를 데리고 퇴장한다.]
 
243
취발이   쉬-이! 그놈 참 잘 생겼다. 용생용 봉생봉이라더니 어쩌면 이렇게 나만 꼭 닮았느냐? 그리고 삼신님도 고마우시지. 취발이가 이렇게 가난한 줄 알고 바지꺼정, 저고리꺼정, 조끼꺼정, 버선꺼정, 복건꺼정 점지해 주셨구나! [동자를 귀에 대고 말을 듣고 나서] 뭐 이름을 지어 달라고? 그렇지. 사내대장부가 세상에 태어났으면 이름 석자가 중요한데, 그래 이름을 지어 주마. 그러나 저러나 조실부모하여 십오세부터 주색잡기에 침범하여 글이라곤 낫 놓고 기억자도 모르니, 네 이름을 뭐라 짓지? 내가 취발이니까 취자 항렬을 또 딸 수는 없고. 가만 있자. 옳지! 마당에서 났으니 마당쇠라 짓자. [동자를 귀에 대 보고] 뭐! 오줌이 마렵다고? 야 이거 큰일 났구나. 이렇게 점잖은 분들이 많은데, 어디다 대고 쉬를 하지? [관객 앞에 가서 두 다리를 벌려 잡고] 쉬-쉬- [하고 털털 털어 준다.] [또 귀에 대고 나서] 이제 천자를 가르쳐 달라고? 그렇지! 사내대장부하면 신언서판이지. 너야 외양이 이렇게 분명한데 글을 몰라서야 쓰겠느냐? 오냐, 가르쳐 주마. [발을 개고 앉아 동자를 앞에 앉혀 놓고]
244
하늘천 따지. [객석에서 따라 한다.]
245
가마솥에 누룽지,
246
딱딱 긁어서,
247
너는 한 그릇,
248
나는 두 그릇……
249
[귀를 동자 쪽으로 가까이 대었다가] 천자문이 어려우니 풀어서 가르쳐 달라고? 오냐, 그럼 너 좋은 대로 하자.
250
쳐다 보느냐 하늘 천, [객석에서 따라 한다.]
251
내려다 보니 따 지,
252
휘휘칭칭 감을 현,
253
꾹 눌렀다 누르 황……
254
허허 그놈, 나보다 차포졸이 더하구나. [다시 귀에 대어 들고] 천자는 그만 배우고 이제 국문을 가르쳐 달라고? 오냐 남들이 배우는 건 뭐든지 다 배워라.
255
기억 니은 지긋 열을, [따라 한다.]
256
기억자로 집을 짓고,
257
지긋지긋이 사잤더니,
258
가이 없는 이내 몸이,
259
거지꼴이 되었구나!
260
허허, 이러고 보니 신세타령이 되었구나.
261
[다시 귀에 대고 나서] 뭐라고, 글만 배워 가지고는 쉽게 밥벌이를 할 수 없으니, 쉽게 벌어 먹을 수 있는 것으로 가르쳐 달라고? 가만 있자 쉽게 벌어 먹을 수 있는 것이라면 장타령밖에 아는 게 없는데. 그거라도 배우자.
 
262
취발이   [동자를 들고 일어서며 장타령을 읊는다.]
 
263
얼시구 시구 들어간다. 절시구 시구 들어간다.
264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네.
265
요놈의 소리가 요래도 천냥 주고 배운 소리 한 푼 벌기가 땀 난다. 품 품바나 잘 한다.
266
네 선생이 누군지 남보다도 잘 한다.
267
시전 서전 읽었는지 유식하게도 잘 한다.
268
냉수동이나 먹었는지 시원시원 잘 한다.
269
뜨물동이나 먹었는지 걸직걸직 잘 한다.
270
기름동이나 먹었는지 미끈미끈 잘 한다.
271
밥은 바빠서 못 먹고 죽은 죽어서 못 먹고
272
떡은 딱딱해서 못 먹고
273
술은 수리수리 잘 넘어간다.
274
저리시구 저리시구 잘 한다. 품바나 잘 한다.
275
앉은 고리는 등고리, 선 고리는 문고리
276
뛰는 고리는 개고리, 나는 고리는 꾀꼬리
277
입는 고리는 저고리, 품바나 품바나 잘 한다.
278
한 발 가진 깍귀
279
두 발 가진 까마귀
280
세 발 가진 통노귀, 네 발 가진 당나귀
281
저리시구 저리시구 잘 한다. 품바나 잘 한다.
282
일자 한 자 들고 보니
283
일편단심 먹은 마음 죽으면 죽었지 못 잊겠네.
284
이자 한 자 들고 보니
285
이수중 백노주에 백구 뻘뻘 날아든다.
286
삼자 한 자나 들고 보니 삼월이라 삼진날에 제비 한 쌍이 날아든다.
287
사자 한 자를 들고 보니
288
사월이라 초파일에 연등놀이가 좋을시구.
289
오자 한 자를 들고 보니
290
오월이라 단오날에 처녀 총각 한데 모여
291
추천놀이가 좋을시구, 품바나 잘 한다.
292
육자나 한 자를 들고 보니
293
유월이라 유두날에 탁주놀이가 좋을시구.
294
칠자 한 자 들고 보니
295
칠월이라 칠석날에 견우 직녀가 좋을시구.
296
팔자 한 자 들고 보니
297
팔월이라 가배날에 오레송편이 좋을시구.
298
구자 한 자 들고 보니
299
구월이라 구일날에 국화주가 좋을시구.
300
십자 한 자 들고 보니
301
시월이라 무오날에 고사 사당이 좋을시구.
302
저리시구 저리시구 잘 한다 품 품바나 잘 한다.
 
303
취발이   [각설이타령을 멈추고 다시 동자를 귀에 대고] 뭐? 글 배우고 밥벌이 배웠더니 배가 고프다고? 그럼 네 에미를 불러야지. 여보! 여보 아, 이년이 어딜 갔어. [소무 등장] 어딜 갔다 이제 오는 거야? 우리 마당쇠가 배 고프다는데 젖 좀 먹여.
304
[동자를 받아 내던지고 들어간다.] 아이구 이런 망할 년이 있나. 애 대갈통이 단단한 돌대가리길 망정이지, 큰일 날 뻔했구나. 애가 나 혼자 만든 애냐? 저와 내가 서로 좋아서 낳은 애지. 자-그럼 이만 놀고 들어가자. [불림으로] 간다 간다.
 
305
취발이   간다. {퇴장}
 
 

 
306
제6과장 샌님
 
307
제1경 - 의막사령놀이
 
308
굿거리 장단에 맞춰 팔소매 있는 검정 등거리를 입고 채찍을 들고 앞장서서 뒷걸음으로 나오고, 그뒤 정자관을 쓴 언챙이 샌님, 갓을 쓴 서방님, 복건을 쓴 도련님 순으로 양반 까치걸음으로 나온다. 마당을 한 바퀴 돌며 말뚝이가 '샌님! 샌님! 허허! 샌님'하고 굿거리에 맞춰 부르면서 돌다가, 양반 셋이 잽이 반대편에 자리잡고 서서 부채질하며 중앙으로 춤추며 나온다.
 
 
309
샌님    말뚝아, 말뚝아, 야! 이놈 말뚝아-! [말뚝이는 알아듣고도 들은 척도 안 하다가 샌님 옆에 다가가서]
 
310
말뚝이   에-잇! [장단이 멈춘다.] 말뚝이 대령이오! [채찍을 양손에 잡고 고개를 숙였다 쳐들며 대답한다.]
 
311
샌님    야라야히, 듣거라! 날이 저물었으니 사처를 하나 정해라!
 
312
말뚝이   예-잇, 사처를 하나 정하랍신다. [채찍을 어깨에 걸쳐 메고 빈정대는 투로 말하며 앞쪽으로 걸어 나오면서] 제기럴 우리 집 샌님 인지, 댄님인지, 졸님인지 하는 저런 녀석이 [힐끗 쳐다보며] 날 부르기를 말뚝아, 꼴뚝아, 메뚝아, 깍뚝아 하고 오뉴월 장마통에 나막신 찾듯이 막 불러제키더니만, 겨우 사처를 하나 정하라구? [채찍을 내려 흔들며] 하기야 장님이 개천 나무라 소용 있나? 내가 제 집에서 종노릇 해먹고 사는 형편이니, 사처를 하나 정하는 수밖에 없지. 내 그럼 사처를 하나 정하는데!
313
[불림으로] 나비야 청산 가자 호랑나비야 너도 가자, 얼수 절수 얼수 절수! [채찍 중간을 잡고 앞으로 냈다 당겼다 하며 불림을 하고, 몸을 좌우로 비껴 뛰며 말뚝이 춤을 추다가 샌님 앞으로 여다지로 가서 팔 어깨 위로 넘기고 고개짓을 하다가, 양반 둘레를 한 바퀴 돌아 나와 반대편으로 가서 두 손을 입에 대고 의막사령을 부른다.]
 
314
말뚝이   의막사령! [장단이 멈춘다.] 의막사령!
 
315
쇠뚝이   어떤 제미럴 놈이 날 불러. [반장삼을 입고 괴춤을 넣으며 하품을 하며 기지개 켜며 등장한다.]
 
316
말뚝이   대낮에 뭘 하고 들어 앉았나?
 
317
쇠뚝이   내근을 했지.
 
318
말뚝이   예끼 이사람아. 괴춤도 안 빼고 내근을 해!
 
319
쇠뚝이   두 내외가 안에 들어 앉았으니 내근이지!
 
320
말뚝이   그렇든가. 그런데 자네 요새 드문드문하네 그려!
 
321
쇠뚝이   신흥사 지프래기 같으냐?
 
322
말뚝이   중에 상투 같다.
 
323
쇠뚝이   싸립문에 입춘 같구?
 
324
말뚝이   맛물 써래발 같다.
 
325
쇠뚝이   여보게 농담은 그만두고 대체 무슨 일로 날 찾아 왔나?
 
326
말뚝이   자네한테 청이 하나 있어 찾아왔네.
 
327
쇠뚝이   무슨 청인가? 뭐 달라는 소리만 말고는 다 들어 줌세.
 
328
말뚝이   여보게 이리 좀 와 보게. [쇠뚝이를 끌어 상전을 가리키며] 저 건너편의 저것들을 좀 보게. 저것들이 우리집 상전일세. 저기 윗 입술이 쭉 째진 게 우리집 샌님이고 [샌님 이 못마땅하다는 듯이 부채를 몹시 흔든다.] 그 다음 물건이 서방님이고, 끝에서 깝쭉깝쭉 까부는 게 우리집 도련님일세. [역시 도련님이 부채질 한다.] 그런데 저것들이 송파산대놀이 구경을 왔다가 날은 저물고 의지할 곳이 없어 사처를 하나 정하랍시는데, 내가 이 근처에서 다정한 친구라야 자네밖에 더 있나?
 
329
쇠뚝이   그야 그렇지!
 
330
말뚝이   그러니 사처를 하나 정해 주게.
 
331
쇠뚝이   오랜만에 다정한 친구가 찾아와서 부탁하는데 안 들어 줄 수 있나. 그럼 내 사처를 하나 정해 봄세!
332
[불림으로] 왼초 반초 반반초. [둘이 대무를 하다가 쇠뚝이가 퇴장을 하니, 말뚝이 혼자 추다가 쇠뚝이가 등장하면]
 
333
말뚝이   쉬-이! 그래 사처를 정했느냐?
 
334
쇠뚝이   암, 정했지.
 
335
말뚝이   어따 정했느냐?
 
336
쇠뚝이   저 고개 너머 양지 바른 곳에 좌좌우향으로 좌청룡 우백호한 명당자리가 있어 터를 널찍이 잡아 놓고……여보게. 잠깐만 [한쪽으로 데리고 가서 귀에 대고 소근거리며 말뚝 박는 시늉, 깃 넣는 시늉, 문 여는 시늉을 하니 말뚝이도 따라서 한다. 이때 도련님은 샌님, 서방님을 건들며 수염도 잡아당기고 장난을 치다가 부채로 얻어 맞는다.]
 
337
말뚝이   아하하하- 수고했네. [불림으로] 백수한산 심불로…… [춤을 한바탕 추며 대무한다. 양반 셋은 부채를 펴 앞으로 숙였다 들었다하며 삼진삼퇴 한다.]
 
338
샌님    야, 이놈 말뚝아! 말뚝아! 말뚝아!
 
339
말뚝이   [서서히 다가가서] 예-잇! [장단 멈춘다.] 말뚝이 대령이오. [고개를 숙였다 쳐든다.]
 
340
샌님    사처를 정했느냐?
 
341
말뚝이   예-잇. 사처를 정했소.
 
342
샌님    어따 정했느냐?
 
343
말뚝이   저기 [가리키며] 저 고개 너머 양지 바른 곳에 좌좌우향으로 좌청룡 우백호한 명당자리가 있어 터를 널찍이 잡아 놓고, 토담을 뚜르르르 둘러 놓고 [손을 한 바퀴 둘러 보이며] 참나무로 깎아 만든 말뚝을 여기도 박고 [샌님 가랭이 밑에 박으니 깜짝 놀라 물러난다.] 여기도 박고 [서방님 앞에 박는다.] 저기도 박고 [도련님 앞에 박는다.] 듬성 듬성 박아 놓고, 우리 양반님네들 오뉴월 삼복지경에도 얼어 뒈지실까봐 깃을 두둑이 갖다 놓고 [들어 넣는 시늉], 문은…… 문은…… [문을 잡고 열려는 시늉을 하다가, 옆에서 거들어 주는 쇠뚝이를 힐끗 쳐다보며 서로 고개를 끄덕끄덕 한 다음] 하늘로 내었소! [양손을 위로 펴올린다.]
 
344
샌님    예끼 이놈. 그럼 돼지우리가 아니냐!
 
345
말뚝이   영락없이 돼지우리죠! [장단이 나오면 모두 춤을 춘다. 한참 추다가 채찍을 들어 양반을 치며] 양반돼지 나가신다. 두우!두우! [하며 돼지 모는 흉내를 내며 퇴장한다.]
 
 
 
346
제2경 - 샌님과 미얄
 
347
(샌님이 작은마누라 -소무-와 함께 어깨를 걸고 춤추며 마당을 돈다. 이때 미얄이 지팡이 짚고 나오니, 샌님이 얼른 소무를 뒤에 숨겨 놓고 시치미를 떼면서)
 
 
348
샌님    쉬-이! 거 마누라 아녀?
 
349
미얄할미  아니 영감 아뇨?
 
350
샌님    아니 그런데 할미 얼굴이 왜 이 모양이 됐나?
 
351
미얄할미  아! 영감 찾아 다니느라구 저 강원도 금강산에 들어가 칡뿌리, 참나무뿌리도 캐 먹고, 밤도 따 먹고, 도토리도 주워 먹고 해서 독이 올라 얼굴이 이렇게 되었지.
 
352
샌님    그랬어. 그러나 저러나 마누라 없는 동안 하도 적적해서 작은집을 하나 두었지. 그러니 이왕 나온 김에 인사나 하고 들어가오.
 
353
미얄할미  예끼 여보, 기껏 찾아서 왔더니 작은 집이라니 그 큰 집은 어디다 두고 작은 집이야?
 
354
샌님    작은 집이 아니고 작은마누라를 두었으니 인사나 하우.
 
355
미얄할미  뭐라고? [놀란듯이] 작은마누라를 두었다고! 아이고 분해라 어디 보자! 이년! 이년! [소무를 붙잡고 실강이를 벌인다. 그러나 힘에 부친 미얄할미가 뒤로 나자빠진다.]
 
356
샌님    왜들 이래. 그만두고 들어가지 못해! [미얄보고 나무랜다.]
 
357
미얄할미  날보고 들어가라구. 아이고 분해! 어디 너희들 잘 먹고 잘 사나 봐라. 나는 간다. 너희 연놈들아! [굿거리장단이 나오면 퇴장한다. 이때 포도부장이 등장한다.]
 
 
358
(샌님이 소무와 춤추면서 소무 뒤에서 좌우 어깨 너머로 넘겨보며 춤추다 앞으로 나와 양손을 맞잡고 놀다가, 손을 놓고 까치 걸음으로 춤추며 마당을 돌 때, 포도부장이 기다리고 있다가 이때를 놓칠세라 얼른 소무와 맞잡고 춤춘다. 샌님이 화가 나서 팔을 걷어 부치고 포도부장 덜미를 쳐 쫓아 버리면서 장단이 멈춘다.)
 
 
359
샌님    얘얘, 내가 살면 얼마나 산단 말이냐? 내 죽으면 산 밑에 한나절 갈이(일천평) 개똥 밭도 네가 가질 거구. 방에 들어가 깨진 농짝도 너 다 가질 거구, 부엌에 들어가 깨진 그릇도 너 다 가질 거구, 밤 한 톨 도토리 한 톨이 생겨도 달고 단 밤은 내가 먹고, 쓰고 쓴 도토리는 너 먹을 거다. [소무가 듣고 있다가 샌님 얼굴을 탁 치면 굿거리장단이 나온다.]
 
 
360
(샌님이 소무 양손을 잡고 춤을 출 때, 포도부장이 가까이 가서 팔을 뚝 쳐 떼어 버리고 소무 양손을 잡고 춤춘다. 샌님이 소무를 붙잡으려 하자, 포도부장이 가로막으며 빙빙 돈다.)
 
 
361
샌님    얘 젊은 놈아! 젊은 것들이 좋아하는 건 어찌 하겠냐? 마지막으로 마누라 손목이나 만져 보게 해 다오. [풀이 죽어서 포도부장이 소무 손을 잡고 자기 손을 샌님에 내주니, 샌님이 손을 잡고 어루만지며 얼굴에 비비다가 살펴보니, 포도부장의 손인지라 뿌리치며] 이 안갑할 녀석아! [부채로 포도부장을 탁 치면 장단이 나오며, 춤추며 퇴장한다.]
 
 

 
362
제7과장 신할애비.신할멈
 
363
(굿거리장단에 신할애비가 먼저 지팡이 짚고 등장하며 마당을 한 바퀴 돌며 반대편에 서서 춤출 때, 신할미가 지팡이 짚고 출구로 나와 춤을 추다가 뒷걸음으로 춤추며 서로 물러나오다, 중앙에서 엉덩이를 부딪쳐 서로 앞으로 엎어 지려다 일어나 뒤돌아 보고, 서로 얼굴을 확인해 보고)
 
 
364
신할미   거 영감 아니유?
 
365
신할애비  영감이고 곶감이구, 지긋지긋하게 쫓아 다니는구나. 여태 죽지도 않고 살아 가지고 아침 굶은 강아지 모양 졸졸 따라 다니느냐? 쌈지끈에 대꼬치냐? 쌍줄육에 삼육이냐? 쌍지나에 아삼이냐? 너 때문에 더 살려도 못 살겠다. 늙어서 마누라가 영감 거두지 못하면 이제 죽어야지. 제발 좀 없어져라. 얼른 죽어라 죽어!
 
366
신할미   뭐라고, 날더러 죽으라구!
 
367
신할애비  그래 죽어라. 어서 죽어!
 
368
신할미   젊어서 영감 잘 거둘 땐 좋아라고 하더니, 이젠 죽으라구! 아이고 분해라. [주저앉아 지팡이로 땅을 치며 통곡하며] 아이고 원통해. [가슴을 주먹으로 치다가 뒤로 나자빠져 죽는다.]
 
369
신할애비  요런 허연 년이 성미가 깍정이 같아서 꼭 가랑잎에 불붙는 듯하더니만, 죽으랬더니 정말 죽었나 보다. [신할미를 살펴보고 만져보다가] 아니, 이거 아주 까무라졌구나! 아이구 정말 죽었나 보다. 이거 큰일났구나. 얘 도끼야! 도끼야!
 
370
도끼    [등장하며] 왜 그러우, 아버지! [바보스럽게]
 
371
신할애비  느 어멈이 죽었나 보다.
 
372
도끼    그게 무슨 말이유? 어머니가 죽다니 거짓말 말어!
 
373
신할애비  아 인석아, 죽었나 살았나 보려므나.
 
374
도끼    [만져 보며] 정말 죽었나 봐. 뻗뻗해. 아버지! 어머니 사지가 고드름같이 차디 찬 것을 보니 죽기는 죽었나 본데, 아버지 좋아하는 데는 아직 뜨뜻하구려.
 
375
신할애비  예끼. 안갑할 녀석아! 그게 바로 니가 나온 구녁이다. 인석아 빨리 가서 니 누이를 불러 오너라.
 
376
도끼    싫우! 이래뵈두 초상상제 맏상제인데 날보고 가라구?
 
377
신할애비  인석아, 하루 볕을 쬐도 내가 너보다 더 쬐었는데, 니 애비인 이 늙은이가 가야 옳니?
 
378
도끼    제기럴! [출구 쪽으로 가서] 누이! 누이!
 
379
도끼누이  [등장하며] 아이구, 너 도끼 아니냐? 그런데 니가 무슨 바람이 불어 여길 다 왔니?
 
380
도끼    어머니가 죽었대.
 
381
도끼누이  뭐! 어머니가 죽었다구? 거짓말 마라, 인석아! 네 말은 콩으로 메주를 쑨대도 곧이 안들어!
 
382
도끼    이번엔 정말야, 그런데 매부는 어딜 갔어?
 
383
도끼누이  죽은 지 벌써 석삼년이나 됐다, 인석아!
 
384
도끼    숟가락 놨단 말이지? 그럼 그동안 옹색 펴 줄 사람도 없이 적적해서 어떻게 살았지? 옳지! 누이는 과부요, 아버지는 홀애비가 됐으니 둘이 잘 해 보시오.
 
385
도끼누이  그런 걱정마라. 인석아! 그러나 저러나 어머님께서 돌아가셨다니, 어서 가 보자. [신할미 누운 데로 나와 몸을 만져 보고] 아이고! 아이고! 어머님이 이게 웬일이요? 아이고, 어머니! [주저앉아 땅을 치고 통곡을 한다.]
 
386
신할애비  얘들아! 그만 울어라. 운다고 죽은 사람이 살아난다더냐? 그만 울구 니 어머니 죽은 넋이라도 좋은 곳으로 보내게, 어서 가서 무당을 불러 오너라. [도끼, 도끼누이 퇴장한다.] 동네 사람들! 동네 사람들! [동네 사람 두 명 등장한다.] 이 신체를 쳐 주오. [동네 사람 둘이 신할미의 머리와 다리를 잡고 쳐드니 뻗뻗하게 들려 출구로 나간다. 도끼누이가 상복을 입고 간단한 제물과 촛대를 두 개 올린 젯상을 차려들고 등장하여 앞에 상을 놓으면, 신할애비가 성냥을 그어 촛불에 붙인다. 도끼도 상복을 입고 무당과 함께 등장한다. 무당은 방울과 부채를 들고 제상 앞에 선다.]
 
387
신할애비  죽은 넋이라도 좋은 데로 가도록 빌어 주게.
 
388
무당    [두 손 모아 큰 절을 세 번 하고] 굽어 봅시사! 시원하고 섭섭하기도 하구나! 귀걸어 받으시고 번갈아 받으시고, 이 정성을 바칠 적에 죽은 고혼을 좋은 데로 가게 천도해 줍소사! [빌고 일어서서 지노귀굿을 넋두리부터 시작한다. 노래 가락으로]
 
389
넋이야, 넋이로다.
390
녹양심산에 저 넋이라.
391
넋은 받아 넉반에 담구요.
392
신의 신은 받아 옥반에 담아
393
세상에 못 나올 망제가
394
놀고나 갈까.
395
쳐라! 얼수 절수
396
[당악장단이 나오면 무당춤을 춘다. 도끼, 도끼누이는 뒤에서 빌며 절한다.] 쉬이! 쉬이! 쉬이 [장단이 멈추면 대감놀이 재담을 시작한다.]
 
397
무당    나 돌아왔소. 나 돌아왔소.
398
내가 누군 줄 아느냐.
399
살아 생전 같구, 사후 영천 같구나.
400
오면 온 줄을 알어, 가면 간 줄을 알어.
401
이러닐 저러니 해도 우리 영감은 어딜 갔오?
402
[영감 손목을 잡으며] 아이구 불쌍하구. 가련하구려.
403
살아 생전에 영감 거두지 못 한다구,
404
날더러 죽으라구 죽으라구 그렇게도
405
몹시 애를 쓰고 쩔쩔 매더니,
406
죽어노니 속이 시원하겠소.
 
407
신할애비  마누라 죽고나니 뉘우치는 바가 많소.
 
408
무당    웬수니, 구수니 해도 죽어노니 뉘우치는구려. 그래도 불쌍하구, 가련하구랴.
409
살아 생전에는 미우나 고우나
410
내가 뒤를 거두어 주고 받들어 주고
411
위해 주고 보살펴 주었는데,
412
이젠 우리 영감을 누가 거두어 주며
413
누가 보살펴 준단 말이요.
414
어쩌다가 이렇게 마누라를 잃고
415
독수공방 홀로 누운 홀애비 신세가 되었소?
416
쓸쓸하고 적적해서 내 생각만 나겠구려.
417
여보 영감!
418
이제부터는 흔히 먹고 흔히 쓰고,
419
널리 먹고 널리 쓰고 부자 되고 장자 되게
420
도와 주고 점지해 줄 테니 거부 되어 잘 살게 되면,
421
그때나 마누라 덕인 줄 아시구.
422
부디부디 오래 살어 우리 자식들이나 잘 보살펴 주고 시집 장가 들게 해 주오.
423
무당 아이구, 우리 도끼는 어딜 갔느냐?
424
[도끼 손목을 잡으며]
425
우리 도끼야! 너를 내가 살아 생전에
426
장가를 못 들이고 나이가 오십이 되도록
427
그냥 내버려 두고 황천객이 되었으니
428
불쌍하구 가련하구 원통하구 절통하구나
 
429
도끼    아이구 어머니! 나 어서 장가 보내 주!
 
430
무당    오냐! 염려 말고, 걱정 말아라.
431
네 소원대로 장가도 보내 주구,
432
고래등같은 기와집에
433
하인도 몇씩 두고, 호의호식 하며
434
걱정 없이 잘 살게 도와 줄 테니, 그땐 네 에미 덕인 줄 알아라.
 
435
무당    우리 도끼누이는 어딜 갔느냐?
436
[도끼누이를 붙잡고]
437
요런 불쌍하구 가련한 것 같으니
438
요것이 그래도 우리 집에 귀염둥이로
439
불면 날까 불면 꺼질까,
440
애지중지 금지옥엽 고이고이 키웠더니
441
사주팔자가 아주 사나워,
442
시집간 지 석달만에 서방·영감·시아범·시어멈
443
죄 잡아먹고 독수공방 홀로 누워
444
눈만 깜짝깜짝하구 드러누웠으니,
445
요런 불쌍하구 가련한 팔자가
446
세상에 또 어디 있겠느냐?
447
내 이제부터 오는 서방가는 서방
448
죄 업어다 다시 시집 보내 줄 테니
449
염려 말고 걱정 말아라.
 
450
무당    쳐라! [장내를 춤추며 돌면서 부채에 복채도 받는다.]
451
쉬-이!
452
쇠머리 돼지 대가리는 고사하고
453
뿌연 막걸리 한 잔 없으니 정성이 부족하구나!
454
이제 우리 대감이 한 번 놀고 가는데-
 
455
[창부타령조로]
456
높은 산에 눈 날리듯 얕은 산에 재 날리듯
457
억수 장마 비 퍼붓듯 대천 바다에 물 밀듯이, 이 좌석에 오신 손님 재수나 사망을 섬겨드리리다.
458
얼시구 좋구나 지화자 좋아
459
아니 놀지는 못하리라.
460
어떤 대감이 내 대감이냐.
461
어떤 대감이 내 대감이냐.
462
어사를 돌던 내 대감이요.
463
순력을 돌던 내 대감이라.
464
날이 새면 어사를 돌고
465
밤이 되면 순력을 돌아,
466
어사 돌던 내 대감이요
467
순력을 돌던 내 대감이요.
468
얼시구 절시구 지화자 좋아
469
아니 놀지는 못하겠네.
470
일생에 좋은 건 덩기덩이구
471
평생에 좋은 건 닐리리요,
472
오늘같이 좋은 날은 세상을 뒤집어도 없구나.
473
얼시구 좋구나 지화자 좋아
474
아니 놀지는 못하리라.
 
475
무당    자 우리 대감이 잘 놀고 간다.
476
[불림으로] 간다 간다 나는 간다.
477
북망산천 나는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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