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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B는 보통 일류 요리집의 정결하게 꾸민 두개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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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 열고 드나들수 있게 된 장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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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이 열리면 방 A에서 한과 유가 마주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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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흥분이 되어) 그래 성파(醒波)도 원 그 자리에 계섰으면서 그 따우 놈들이 그런 질의를 하는 것을 두고 보았단 말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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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글쎄 지금 법은 이론이야 옳건긇건 여러 놈이 그러자 하면 그만 질의가 되어 바리니까 그것만 해도 일곱 사람이 소위 위원이랍시고 그렇게 질의를 하니 나 혼자 반대를 한들 무슨 소용이 있소! (間) 소용이 없는 줄 알면서도 여러가지로 그렇지 아니한 사리야 타일렀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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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강개해서} 어쨌거나 조선이 하로라도 꼴같이 되려면 그따우 놈들 먼점 때려죽여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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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글쎄 그놈들이 멫푼이나 받고 조선을 로서아에다 팔어먹을 테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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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사회주의자하고 하는 놈은 그저 모조리 잡어다 사형을 하든지 무기징역을 시키든지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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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갑자기 놀란 듯이 시계를 꺼내 보며} 참 하마 올 때가 되지 안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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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아니 여섯시 반이라고 했으니까 아직 멀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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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래도 거지떼라 요리집에서 먹인다는 바람에 일쯕 쫓아오면! 그런데 여섯이 다 오기로 하기는 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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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성과만 믿습니다. 경성지회 따우가 해소결의를 했다고 해소가 될리야 없겠지만 이 기회에 그놈들을 어떻게 해서든지 모조리 쫓아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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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적어도 전조선에 이백 개나 되는 지회가 있는데 두세 군데서 떠든다고 그게 될 말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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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렇지만 만사는 불여튼튼이니까 잘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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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염려없어요. 그리고 일광(逸光)이 한 자리에 앉어서 해내게 될 테니까 일광이야말로 잘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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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웃으며) 그러니까 응원을 잘하란 말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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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뭘 그따우들이야 일광 혼자도 천 명씩은 당해낼 게니까. (間) 자 그러면 나는 건너가서 있으리다. (새에 있는 장지문을 열고 방 B로 건너가 보료에 앉아 손뼉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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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 (소리) 네. (후면 장지문을 열고 굽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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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저 아까도 말은 일렀지만 단일회 손님이라고 하거든 이방으로 안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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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그러고 손님이 통 일곱 분이니까 응…… 한 십오 원짜리 해서 식교자를 차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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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그리고 저 가 가 (간조란 말을 하려다가 그만둔다) 그만두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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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 (소리) 네. (방 A의 후면 장지문을 열고 굽신한다)
60
한 나는 오늘 조용히 손님을 만나려 왔으니까 그리 알고. 응 그러고 저 방 (머리로 방 B를 가리키며) 간조는 얼마나 되든지 내게로 달어두어라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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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러고 나는 뭣 마른안주에 맥주나 가져다 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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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 (각기 담배를 피우며 무대는 잠깐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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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 (방 B의 후면 장지문을 양편으로 열고 비껴서며) 손님 오섰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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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보이의 뒤에서 나타나 방으로 들어온다) 일쯕 오섰습니다. (한의 옆에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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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 B의 샛문으로 다가앉아 귀를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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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혼자 오섰어요? 아직 아니들 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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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네 아직 시간이…… (웃으며) 에누리가 좀 있겠지요. (담배접시를 밀어주며) 담배 피우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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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 (후면 장지문을 양편으로 열고 비껴서며) 손님 오섰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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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보이의 뒤에서 나타나 들어오며) 나도 시간여행을 꽤 하는 모양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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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두 사람 앞에 앉아 담배를 집어 피우며} 요리집도 파리만 날리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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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 (쟁반에 차를 담아가지고 들어와서 전과 정의 앞에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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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샛문 옆에서 자리를 옮겨앉아 손뼉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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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일부러 큰소리로) 이애, 어찌 이리 더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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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 (손바닥을 비비며 굽실거린다) 네 지금 들여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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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전과 정을 번갈아 보며) 저게 일광 아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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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돌아다보며} 그 방에 일광 오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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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주 일어서서 방 B를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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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왜? 우리는 요리집에 못 다니란 법이 있소? 사회주의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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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허허 그런 게 아니라 위원 되시는 분들이 이렇게 모이시길래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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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허허 허긴 나도 웬 영문인지 모르고 성파가 저녁이나 같이 먹자고 해서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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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그런데 일광은 달리 누구 만나시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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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니 나는 지나다가 목도 컬컬하고 하길래 맥주나 한잔 먹으려고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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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그러면 잘 되였소. 우리 같이 저녁이나 먹읍시다. (동의를 구하듯이 전과 정을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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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글쎄 그래도 좋지만 여러분끼리만 무슨 의논이 계신 모양인데……
112
유 하긴 우리 경지(경성지회) 위원끼리 모아서 저녁이나 먹으면서 뭘 좀 상의하려고 하는데, 그렇지만 별로 비밀 될 것도 없고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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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글쎄 그러시다면 같이 모시고…… 또 모처럼 성파가 한턱을 내신다니까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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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허허. 이 가난한 놈의 주머니를 털어먹기가 그렇게 유쾌하시오? 허허. 어쨌거나 그러면 이 방으로 건너오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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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동 (방 B로 자리를 잡고 둘러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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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 (둘이서 방 A의 후면 장지문을 열고 휘휘 둘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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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 (문을 닫고 다시 방 B의 후면 장지문을 열고 맥주와 마른안주를 놓은 조그마한 식탁을 앞뒤에서 들고 들어와 상을 한편에 놓고 위선찻종 담배 접시 같은 것을 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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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아니 내가 내는 것을 먹겠다더니 일광이 먼저 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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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허허. 그러나 이것은 내가 미리 시킨 것이니까 위선 먹어놓고 봅시다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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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동 (보이가 놓아주는 식탁에 둘러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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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보이를 따라 열린 장지문으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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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먼저 보고 일어서며) 어서 오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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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아니 늦잖앴어요. 더운데 이 맥주나 위선 한잔 받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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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다른 사람들과 같이 식탁에 둘러앉는다} 일광 선생님 오랜만에 뵈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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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맥주 한잔을 따라 임에게 주며)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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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고맙습니다. (받아 마시고) 성파, 요지음 수가 생기섰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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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허허. 돈 없는 놈이 술잔이나 내게 되면 이래! 허허. 그러나 이 술만은 이 일광 것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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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정말 성파가 낼 턱은 인제 나올 테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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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그런데 참 나는 오라기에 오긴 왔지만 무슨 일이요. (좌중을 둘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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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뭐 별일은 없고 그저 우리 경지위원이 모혀서 저녁이나 먹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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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저녁이나 먹으면서 저, 우리가 지난번에 해소질의를 하지 안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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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거북한 듯이} 그것을 우리가 한번 재검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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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재검토를 해보자고 모인 것이란 말씀입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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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내가 이런 말을 해서 (맥주를 임의 잔에 부으며) 드십시오. 좋을지 어쩔지는 모르지만 경지에서 질의된 그 해소안을 한번 재검토를 해 볼 필요가 있잖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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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술을 마시고 나서 약간 정색해서) 아니 일광 선생은 잠깐 계십시오. (유를 보고 딱딱하게) 그래 경지위원은 전부 오기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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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그러면 하필 이런 데로 모일게 무엇 있어요. 당당하게 우리 회관이 있으니 그리로 모이지 않고? (間) (뻣뻣하던 기색을 부서뜨리고) 이렇게 저녁을 내신다니 고맙기는 합니다마는 (間) 어쨌거나 성파 선생이 요지음 수가 생겼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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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소비조합에 전화나 한 개 기증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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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허허. 이거 저녁 한 끼 내고 경을 단단히 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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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러니까 내이게 된 김에 앞으로는 좀 자조 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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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그런데 어쨌거나 이게 정식 위원회는 위원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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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황망히) 아니 저 저 일광은 이 옆엣방에 오섰는데 뭣 별로 비밀이나 중대사항을 토의하는 것도 아니겠고 하기에 같이 저녁이나 자시면서 의견도 듣고 또 우리끼리 의사소통도 되게 하고 할 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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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원 참! 그렇다고 아모 관계 없는 이가 경지위원회에 왜 참예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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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미안합니다마는 사신 술이나 자시고 일광 선생은 가시오. 사리가 그렇지 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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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렇지요. (間) 뭣 내가 자의로 이 자리에 앉은 것도 아니고 저 성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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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니 그럴 거 없어요. 그러면 나는 가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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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서서 후면 장지문을 열고 쿵쿵 걸어간다)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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