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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作家)의 ‘눈’과 문학(文學)의 세계(世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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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7.3
임화
1
作家[작가]의‘눈’과 文學[문학]의 世界[세계]
2
──「남매」의 作者[작자]에게 보내는 便紙[편지]를 대신하여 ──
 
 
3
문학의 세계란 작가의‘눈’을 통하여 독자 앞에 전개된 현실세계 그것이다.
 
4
그러므로 우리는 현실세계 그곳에서와 같이 작품 가운데서 자기의 생활을 발견한다. 문학을 가르쳐 하나의 小宇宙[소우주]라 함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實在[실재]한 大宇宙[대우주] 가운데 일부러 作爲[작위]된 小宇宙[소우주]를 창조함은 또 하나의 다른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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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자의‘눈’이 平板[평판]한 硝子[초자]가 아니라 하나의‘렌즈’인 점에 문학의 세계가 현실세계로부터 독립되는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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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이‘렌즈인 눈’에서부터 문학은 시작되며, 또 문학은 한정된다. 그러므로 문학의 가치는 바로 이‘눈’의 우열에 의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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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문학은 손(手[수])의 기술이 아니라 작가의 유일한‘눈’을 통하였다는 의미에서 비로소 예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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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눈’이란 과연 여하한‘렌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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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상화’는 그 모델에 비슷한 만큼 작자 자신을 닮았다고 누구가 말한 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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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작가의‘눈’이란 작품 위에 현실세계를 반영할 뿐 아니라 작가 자신의 자태를 투영하는‘렌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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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가운데는 우리의 생활이 있을 뿐 아니라 작가 자신의 생활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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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작품세계 가운데서 공감하고 반발함은 우리와 작가가 일치하고 撞着[당착]하는 그것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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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를 물론하고, 작가는 작품 가운데 하나의 세계상을 보여주나 그 세계상은 작가의 독특한 혈색으로 항상 농후하게 着色[착색]되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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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피는 실상은 대단히 다양한 것으로 어느 때는 현실세계를 一層[일층] 선명하고 다채하게 자기의 世界像[세계상] 가운데 재구성하는 수도 있으며, 때로는 이와 반대로 혼탁한 血清[혈청]으로 현실세계의 偉觀[위관]과 내용을 더럽혀 버리는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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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적‘렌즈’의 물리학적 質[질]이란 실상 이 작가의‘피’라는 화학적 내용으로 가공된 물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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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자기의‘피’가 될 영양물을 전혀 현실생활이란 토양에서 섭취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라, 작가적 혈액의 原素[원소]란 항상 작가가 생활하고 있는 사회의 原素[원소]임을 면치 못한다. 그러므로 작가의 사회적 본질이란 곧 작가적‘눈’의 理化學的[이화학적] 내용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눈’이 위대한 예술적 세계상을 창조하지 못함은 자명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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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같은 문학작품 가운데서도 비교적 작가의‘피’가 열도를 높여 흐르고 있는 작품 가운데서 보다 강한 감흥을 느낀다는 현상은 예술적 세계상의 우열과는 별개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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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작품 가운데 표시된 작가의 자기에 대하여 열렬한 동감을 느낄 때도 누를 수 없는 반감을 이르킬 때도 거의 비슷한 흥분을 느낌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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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예프스키를 읽을 때도 고리키를 읽을 때도 비슷하게 느끼는 격렬한 心魂[심혼]의 동요를 생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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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리얼리즘은 문학의 不抜[불발]한 기초이면서도 작가의 열렬한 정신의 화염으로 연소되지 않는 한, 저조한 문학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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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금일과 같이 격렬한 갈등으로 성격화 되어 있는 현실을 반영하는 리얼리즘의 정신과 모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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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즘은 확고하게 현실가운데 뿌리를 박고 있으면서 동시에 현실에 대하여 날카롭게 대립하는 문학의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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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히 오래인 동안 진보적 문학의 전통 가운데 성장한 리얼리즘 문학은 현실 위에 섰다는 것만을 의식할 따름이고 현실을 비판하고 극복할려는 의지로 현실과 대립하는 高次[고차]의 현실성을 망각해 가고 있는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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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半端[반단]의 리얼리즘은 현실로부터 도피할려는 경향이나 현실의 모순을 환상적인 방법으로 超克[초극]할려는 경향 등 확연히 손길을 나눌 수 없는 경지에 떨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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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적 리얼리즘을 수입한 우리 문학의 特長[특장]이 이곳에 있음은 통탄할 일이나 그것은 임의 우리 문학의 현상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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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있는 작가들이 이 저조와 惰氣[타기]에 찬 공기를 뚫고 현실과 대립하고 현실과 격투함으로써 현실에 밀착할려는 열정으로 자기의 눈을 연마코자함은 확실히 의의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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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男妹[남매]」朝鮮文學[조선문학] 3월호 所載[소재]라는 조그만 소설에 대하여 소감을 피력함을 좋든 나쁘든 그 가운데 빛나는 작가의 산‘눈’을 발견한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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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작자의‘눈’의 구성내용, 즉 현실세계와 문학적 세계상의 매개자로서 작자의‘눈’이 어떤 가치와 의의를 가졌었는가를 밝혀봄은 결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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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문제일 뿐 아니라 우리 자신의 과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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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소설의 구성이 한개의 초점을 향하여 유기적으로 형성되어 있는데, 작자의‘눈’은 강렬한 렌즈의 작용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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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 가운데 활약하고 있는 인물들, 전개되는 사건이 모두다 金鳳根[김봉근]이란 소년의 무고한 수난이란 一點[일점]으로 집중되어 있어 그의 가슴에 영원히 메꾸어지지 못할 구녕을 뚫어버림으로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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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초점은 주인공 소년의 가슴을 뚫음과 동시에 독자의 가슴을 꿰뚫는데 그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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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한 렌즈는 항상 단 하나의 초점밖에 안갖는 것이다. 이 단 한개의 초점에서 광채는 일층 밝아지고 열도는 일층 뜨거워져 비로소 불을 일으키고 적확한 구녕을 뚫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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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면에 접촉된 광선을 한가닥도 놓치지 않고 한 점 위에 집중시키는 ‘눈’은 분명히 우수한 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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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렌즈면에 도착한 광선의 일부를 그대로 반사시켜 버린다면 그 렌즈면은 흠이 있는 것이고, 초점 이외의 방향으로 굴절시켜 버린대도 그 렌즈는 부정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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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물며 한 초점 이외에 다른 몇개 초점을 남긴다면 더욱 그 렌즈의 가치는 옅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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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점에서「男妹[남매]」의 작가의‘눈’은 분명히 정확한 렌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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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男妹[남매]」의 세계상은 그 인물이 현실적으로 생활하는 광막한 세계에 비하면 분명히 압축된 小世界[소세계]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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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창작가로서의‘눈’은 다시 작품의 내적 구성을 하나의 중심 유일의 초점을 향하여 또는 그 一點[일점]에서 제조하는데 성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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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작품세계의 내적 논리로서 하나의 圓[원]은 한개의 중심밖에 가질 수 없다는 법칙이 관철됨을 요한다.
 
41
먼저 이 작품의 내적 구조를 풀어보면 초점은 소설 최후에 있다.
 
 
42
‘긴호꽁 매부 몇이든지? 한다쓰 두다쓰’하곤 닝금닝금 뛰어간다.
 
43
봉근이는 항상 듣는 이 말이 지금같이 모욕적으로 자기를 충격한 것을 경험한 적이 없었다.……(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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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근이는 더 참을 수가 없었다. 와락 두주먹을 쥐고 모자도 책보도 길 우에 집어던지고 뒤를 쫓아갔다. 선생의 아들은 여느 때와는 다른 봉근이를 보고 겁이 나서 달음박질을 치는데 봉근이는 길이고 밭이고 얼음이고 분간없이 지금 따라 가고 있는 것이 누구인지도 잊어버리고 두주먹을 쥔 체 죽기를 한하고 자꼬만 쫓아간다.……
 
 
45
소년 鳳根[봉근]이가 쫓아가는 것이 여기에서 늘 그를 놀리든 선생의 아들 一人[일인]이 아님은 작자가 말하는 바와 같거니와 그러면 惡學友[악학우] 전체인가 하면 그럴 것도 같으면서 또 그렇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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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러냐 하면 鳳根[봉근]이로 하여금 무엇인지 모를 것을 향하여 한사코 돌격케 함은 학우들의 조롱 그것 하나만이 아님으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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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도 학우들은‘鳳根[봉근] 매부 한다쓰 두다쓰’하고 놀린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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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오늘날 새삼스러히 鳳根[봉근]의 조그만 心魂[심혼]을 激衝[격충]한 것은‘이만큼 자라기까지 경험한 가지 가지의 더럽고 추한 것들이 함께 뭉쳐저 덩지가 되어 그의 얼굴에 떨어지는 것 같었던’때문이다.
 
49
그 원인, 鳳根[봉근]의 비극적 인내를 드디어 파괴한 動因[동인]은 일반적으로는 작자가 말하듯 그의 여태까지의 생애를 통하여 누적된 諸事實[제사실]이거니와 직접으로는 鳳根[봉근]이가 믿었던 유일의 結帶[결대]인 누이 桂香[계향]의 배반이다.
 
 
50
‘鳳根[봉근]이는 아버지한테 맞고 어머니한테 할키우면서도 구차한 윤재수와 좋아하며 종시 다른 남자에게 몸을 허하지 않는 桂香[계향]이를 볼 때 무슨 숭고하고 신성한 것을 발견하는 것같이 누이가 우러러뵈었다.’
 
51
왜그러냐 하면‘평양가서 여학교에 다니다가 방학때마다 돌아오는 누구 누구의 평판 높은 처녀들도 이렇게 신성하고 마음이 깨끗할 것같지 않었던’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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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임의 빈곤의 참혹한 손밑에 인간으로서의 제일의 권리, 최초의 자존심을 분쇄당한 비극적 운명의 숨은 눈물이 흐르고 있다.
 
53
이 억압된 가련한 인간들의 숨은 눈물의 소리나지 않는 오열을 감지하지 못하는 마음은 일평생 생활이란 것을 해보지 못한‘두뇌만 가진 인간’(도스토예프스키)의 천박이리라.
 
54
‘알겠읍니까? 당신은 알겠읍니까? 이 어떻게도 할수 없다는 말의 의미를……아마 당신은 아직 모를 것입니다.’
 
 
55
「罪[죄]와罰[벌]」의 마르메라토프가 비생활인의 천박에 대하여 던지는 통렬한 비난을 소년 鳳根[봉근]의 마음이 우리에게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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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학교 동무들이‘김호꽁 매부 한다쓰 두다쓰’하고 조롱할 때도 그 유복한 처녀들이‘사랑도 쥐뿔도 없으면서도 돈 때문에 명예때문에 개기름 흐르는 사나이들의 첩으로 시집을 가는’唾棄[타기]할 사실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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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그들이 자기의 누이와 같이 돈으로 공연히 좌우되어야 할 기생의 신분이 된다면 桂香[계향]이보다도 몇배 추한 야수가 될 것이 아닌가?
 
58
桂香[계향]은 광란하는 폭풍우 가운데서도 아직 一點[일점]의 燈火[등화]를 굳건히 살리고 있지 않은가.
 
59
鳳根[봉근]은 인간으로서 최후의 권리, 최후의 명예의 아름다운 촛불을 桂香[계향]의 가슴에 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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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그 누이의 보물이면서 또한 鳳根[봉근] 자신의 보물임을 그는 무의식적으로 느끼고 있다.
 
61
그의 비극적 인내란 실로 이 너무나 미약한 結帶[결대]로 붙잡어 매여저 있었다.
 
62
이 때문에 鳳根[봉근]의 어린 가슴은 가증한 그 현실의 생애를 짓밟는 현실에 대한 분격을 가만히 간직하고 있었다.
 
63
그러나 이 한줄기 結帶[결대]는 누이 자신의 손으로 끊어지고 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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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밤 어머니와 싸우고 나와 그의 사랑을 위한 혹은 동생을 위한 苦難[고난]한 獨行[독행]의 第一歩[제일보]라 생각하였던 한밤은 그것을 파괴한 一 夜[일야]가 된 것이다.
 
65
적어도 鳳根[봉근]이에게는 그리 생각되고 그리 뵈였다.
 
66
桂香[계향]은, 그가 송충이처럼 서로 싫어하던 모식료품점 주인에게 一夜[일야]를 판 것이다.
 
67
이 직접의 동기가 무엇인가는 이 소설에서 큰 의의가 없다. 보다도 그를 혹은 그들 남매를 이러한 파멸의 深淵[심연]중에 빠트린 원인은 딴곳인 큰 현실 가운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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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출가케 한 원인도, 그들을 기생과 기생의 동생으로 만든 원인도, 그의 가정의 현실로부터 유래하였다.
 
69
桂香[계향]이가 아홉살, 鳳根[봉근]이가 두살때, 그의 生父[생부] 金日九[김일구]는 죽고, 그들의 어머니는 26세의 청상과부가 되었다.
 
70
그러나 연소한 부인이 두자식을 데리고 일가족의 고난한 운명을 개척하기에 현실은 두말할 것 없이 냉혹하였다.
 
71
그들의 母[모]는 급기야 어느 광산에 이를 보는 金鶴燮[김학섭] ── 현재 남편 ── 에게로 개가하여‘관수’라는 아들까지를 낳아 오늘까지 살아온 것이다.
 
72
그러나 광신이 폐광된 뒤 鶴燮[학섭]의 수입도 없어지고 개가도 근본적으로 그들 三母子[삼모자]를 빈궁에서 구하지는 않았다. 결국 딸은‘鳳姬[봉희]’라는 보통학교 생도로서의 그리고 鳳根[봉근]의 누이로서의 이름을 버리고, 桂香[계향]이라는 妓名[기명]을 얻어 오늘날까지 그들 일가는 몇겹의 悲慘事[비참사] 속에서 겨우 지탕해 온 것이다.
 
73
이것은 그들의 역사이거니와 의붓애비, 애비 다른 자식들, 그 중간의 어머니, 이렇게 무리한 모순 위에 결합된 가족이 결코 자연한 상태 가운데 끝나리라고는 생각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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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오래인 갈등과 불안은 어제 하룻낮 보잘것없는 기회에 드디어 폭발하고 만 것이다.
 
75
소설은 어제 낮부터 그 이튼날 아침까지의 사건으로 구성되어 있다.
 
76
이 압축성이「男妹[남매]」로 하여금 드라마티칼한 긴장 가운데 始終[시종] 시킨 것이다. 정히 소설은 사회적 불합리의 한개 티피칼한 장면을 우리 앞에 전개하였다.
 
77
직접으로는 어제저녁, 어머니와 桂香[계향]과의 口論[구론]으로 桂香[계향]과 鳳根[봉근]은 출가한 것이나, 그 구론은 오래 축적된 갈등과 모순의 충돌, 폭발이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78
물론 싸움은 그날의 일상적 些事[사사]로부터 출발하였다.
 
79
낮부터 義父[의부] 鶴燮[학섭]은 앞집 車[차]서방과 같이 부근 朝川[조천]이란 내로 고기를 낚으러 갔었다.
 
80
鳳根[봉근]이도 의부의 눈총을 마저가며 따라갔다가 저녁때 한짐을 잔뜩 잡아 가지고 돌아왔다.
 
81
그런데 사건은 고기를 잡아가지고 와서 그것을 팔러 가자는 의부들의 의지와 그것을 가지고 맛있게 저녁 반찬을 하자던 桂香[계향]이들의 기대의 상극으로부터 시작한다.
 
82
鳳根[봉근]이게는 그것이 돈이 된다거나 반찬이 된다기 보다도 하루 종일 잡아 온 한줌의 어린애다운 즐거움을 깨트리는 것이 무한히 서러웠다.
 
83
桂香[계향]이의 마음이 鳳根[봉근]의 이 간절한 심정을 모를 리가 없었다.
 
84
그러므로 鶴燮[학섭] 등이 고기를 둘러메이고 팔러 나간 뒤 남은 문제는 이 파괴된 소년의 심정을 어떻게 하였느냐에 있음은 물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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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전능한 神[신]일지라도 빈한하고 무고한 소년의 심혼을 아프게 하며 박해 하는 것을 어떤 露西亞[로서아] 작가는 거부하지 않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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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의 비극은 비극중의 비극이다.
 
87
鳳根[봉근]이는 방속에 들어가 엎으러져 울어버렸다. 어떠한 代償[대상]도 어린아이의 가슴에서 상실된 즐거움을 보충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88
언 강 위에 寒風[한풍]도, 의부의 눈총도, 무거운 어깨의 짐도, 그저 고기를 많이 잡어가지고 어머니 누이에게로 돌아간다는 한개 덧없는 즐거움 때문에 잊어버렸던 것이다. 그러나 이 즐거움이 잃어졌을 때 모든 이 비극적 사실은 어린 마음 가운데 폭풍우 같이 일어나는 것이다.
 
89
桂香[계향]은 돈을 주어 달랬다. 그러나 鳳根[봉근]은 돈을 집어던지고 울었다. 桂香[계향]은 그만 鳳根[봉근]의 뺨을 갈겨버렸다.
 
90
鳳根[봉근]의 울음은 드디어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아지고 땅을 뚫을 듯이 슬픔은 깊어졌다.
 
91
이 울음이 자기를 때린 누이에 대한 원망으로부터 發[발]한 것이 아님은 누구나 잘 알 것이다.
 
92
그럼 무엇을 서러워하고 우는 것일까?
 
93
피려던 꽃도 어린아이의 슬픔에 복바치는 울음 앞에는 스러지고 말 것이다. 이 우름소리를 듣는 누이의 마음은 어떻겠는가?
 
94
그가 동생을 미워서 때리지 않았음은 重言[중언]할 필요가 없다. 그러면 왜 누구를 때렸을까?
 
95
부엌에서 잠잠이 밥을 짓고 있던 그들의 어머니가 딸이 동생을 때린 손벽의 아픔을 자기 마음의 아픔으로 느꼈음은 당연한 일이다.
 
96
불행한 어머니는 딸이 때린 것은 鳳根[봉근]이가 아니며 자기인 것, 또한 鳳根[봉근]을 때린 것이 딸 桂香[계향]의 손이 아니다, 어미 자기의 손이라고 생각된 것이다.
 
97
드디어 싸움은 桂香[계향]과 어머니와의 사이에 벌어졌다.
 
98
그러나 주의할 것은 그들이 결코 미워하는 사이가 아닌 것, 그들의 근원을 캐면 같은 생활의 비참한 희생자, 서로 불쌍히 여기는 인간들이란 점이다.
 
99
오직 그들의 싸움은 무고한 어린 심혼의 수난 앞에 서로 손을 마주잡고 통곡하는 一形式[일형식]에 불과하다.
 
100
오늘날 우리는 빈민들이 가정에서 이런 종류의 싸움을 수없이 발견할 수가 있다.
 
101
그들은 실상 서로 싸우는 게 아니라 피차의 무력을 아지 못할 고난의 製造者[제조자] 앞에서 통곡하고 있는 것이다.
 
102
桂香[계향]의 어머니가 생각하듯 그가 善惡間[선악간] 개가치 않고 두 자식과 자기의 생명을 걸을 아무 딴 방도도 없었다.
 
103
이점은 桂香[계향]이도 잘 안다. 그러나 桂香[계향]이가 말하듯, 의붓애비 술값, 집안 살림사리를 몸을 팔아 할 것 다하고 틈틈이 내 좋은 서방을 즐기는 것을 나무랠 수도 없지 않은가?
 
104
어머니의 마음속을 파고들어가 본다면 딸자식을 남과 같이 공부시켜 좋은 남편 얻어 매끼지 못한 깊은 슬픔이 들었을 것이다.
 
105
이것은 자식에 대한 한없이 미안하고 죄스러운 생각으로서 언제나 그를 비애 가운데 잠기게 하는 것이다.
 
106
자식을 사랑하는 어버이의 슬픔?
 
107
그가 무엇 때문에 桂香[계향]의 조그만 즐거움을 미워할 것인가?
 
108
그러나 빈궁이란 무서운 현실은 이 애정, 실현되지 못하는 육친애를 그들 자신간의 쓸데없는 심적 갈등으로 고쳐 버리는 것이다.
 
109
즉 딸은 은연중 어머니가 개가하였다고, 어머니는 딸이 자기의 좋은 남자를 즐긴다고 싸우는 것이다.
 
110
이 갈등에는 그들의 생활과 애정을 파괴한 객관적 원인으로서의 빈궁 이외에 그들이 진심으로 대립하고 相爭[상쟁]할 一點[일점]의 이유도 없는 것이다.
 
111
周知[주지]와 같이 桂香[계향]이가 기생이된 것도 그의 어머니가 개가하였기 때문이 아니었으며, 그의 어머니가 개가한 것도 그들 三母子[삼모자]의 생명을 유지해야 될 절박한 필요에 인함이 아니었던가?
 
112
비록 개가가 그들의 가족적 불행의 一原因[일원인]일 수 있다 가정하고 그들의 生父[생부] 金日九[김일구]가 생존하여 개가치 않았다 하더라도 그들 일가의 생활을 지금보다 행복되게 했으리라는 보장은 아무 곳에도 구할 수 없지 않은가?
 
113
전혀 그들이 개가를 하고 기생이 되고 혹은 안되었던간에 그들의 생활이 불행했으리라는 것은 여러가지 사실로 보아 피치못할 사실이라 볼 것이며, 동시에 그들의 불행은 보이지 않는 운명이 되어 그들의 머리 위에 떨어지는 사회적 원인 가운데 기존한 것이다.
 
114
오직 빈궁과 무지로 말미암아 그들에게 불행을 마련해 주는 진정한 원인이 발견되지 아니하였을 때, 딸은 어머니를 원망하게도 되고 어머니는 딸을 원망하게도 되는 것이다.
 
115
그러나 이렇게 無効[무효]하고 타당치 않은 갈등은 그들의 불행을 일층 심각히 하고 뼈아프게 할 따름이다.
 
116
객관적으로 관찰할 때 이 이유없는 육친 싸움이란, 부유한 가족 간에 흔히 볼 수 있는 재산 중심의 추악한 골육전에 비하여 비극적으로 아름다운 것이다.
 
117
그들의 싸움은, 불행의 공통한 대상을 극복할 수 없는, 절망의 오열이며, 자기들의 무력을 통곡하는 너무나 뼈아픈 一形式[일형식]에 불과하다.
 
118
“이년아 어서 나가거라!”
 
119
“그래 나가리다!”
 
120
이런 간단한 말, 근거도 없는 감정의 충돌로 그들은 왕왕 서로 손길을 나누는 것이다.
 
121
그들이 나간다고 내보낸다고 조금도 더 행복되느냐 하면 대부분의 경우에 있어 그 반대의 결과를 낳음이 통례이다.
 
122
無知[무지]가 보다 큰 불행을 낳는 것을 有閑[유한]한 世人[세인]은 인간 심리의 미묘한 점이라 부른 이곳에서 이 소설을 일관하는 심리적 갈등의 명확한 본질을 독자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123
그러므로 桂香[계향]이가 동생을 데리고 출가한 것도 결코 어머니가 미워서가 아니며, 桂香[계향] 남매를 분낌에 나가라고 소리친 것도 어머니의 마음의 진정한 소리가 아니었다.
 
124
그들이 나간 뒤 밤새도록 흐른 불행한 어머니의 눈물을 우리는 이 소설 가운데 씌어지지 않은 부분에서 상상할 수 있지 않은가?
 
125
그러나 그들을 내쫓은 第三[제삼]의 원인은 의부 鶴燮[학섭]이냐 하면 현상적으로는 그리 뵈이면서도 그 實[실]은 그렇지 않다.
 
126
물론 義父[의부]는 그들 모자의 싸움 장면에 있지도 않았고, 一言[일언]의 거친 말도 서로 건느지 않았으나 모녀간 싸움에 보이지 않는 動因[동인]이 된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므로 이 소설의 모녀간 갈등은 現実味[현실미]를 띠고 충분히 산 개성간의 갈등으로 形象化[형상화] 되었다.
 
127
그러나 그들 모녀를 갈라놓은 진정한 갈등의 모체는 그들 뒤에 무서운 눈알을 굴리고 있어 그의 어머니를 改嫁[개가]치 아니할 수 없게 만든 빈궁이란 현실의 커다란 暗影[암영]이다.
 
128
鳳根[봉근]이가 고기를 질머지고 황혼의 江岸[강안]을 걸어올 제 등뒤에 커다란 그림자가 暮雨峰[모우봉]의 거대한 체구가, 그들의 어두운 운명의 상징이 아니었든가?
 
129
이 暗影[암영]은 또한 그들의 義父[의부]를 술이나 먹게 하고 기생애비 노릇이나 하게 한 것이며 桂香[계향]으로 하여금 자기 최후의 자랑까지를 포기케 한 그것이다.
 
130
동시에 鳳根[봉근]이의 마음으로부터 믿던 최후의 結帶[결대]를 끊었고 어린 심혼 가운데 영원히 메꾸지 못할 상처를 뚫은 것이다.
 
131
실로 暮雨峰[모우봉]의 거대한 암영은 그들 전가족의 머리 위를 덮고 있는 것이다.
 
132
소설「男妹[남매]」의 출발점은 바로 이 인간의 생활과 心魂[심혼]을 무참히 짓밟는 사회적 암영이란 데서 출발한 것이다.
 
133
그리하여 義父[의부], 母[모], 桂香[계향], 기타 인물들의 생활과 심리를 노도와 같은 힘으로 貫流[관류]하면서 소년 鳳根[봉근]의 무고한 心魂[심혼]을 뚫어 버리는 곳에 집중된 것이다.
 
134
생활적 불행에 대한 가장 저항력 없는 한 인간 위에 그것들은 집중되므로써 그 잔인성을 최고도로 발휘한 셈이다. 그러므로 비극은 절정에 오르는 동시에 끝난 것이다.
 
135
이 방법은 독자의 감명을 고조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이며 이 소설을 가르쳐 내가 드라마티칼한 작품이라 부르는 이유도 이 고도의 비극성에 있다. 또한 이곳에 우리는 좋은 비극에서 보는 醇化[순화]된 抒情味[서정미]를 발견한다.
 
136
요컨대 一短篇[일단편]으로서「男妹[남매]」는 시작한 곳으로부터 출발하여 막을 내릴 곳에 와서 끝난 것이다.
 
137
「男妹[남매]」는 최근 발표된 누구의 작품보다도 문학을 통하여 독자의 면전에 人間苦[인간고]의 근원을 고발할려는 고매한 정신으로 불타고 있는 작품이다.
 
 
138
이것은 모든 純良[순량]한 예술작품에 불가결한 내면적 진실성이거니와 남은 문제는 작자가 적발한 악의 본질과 描寫[묘사]된 생활환경의 가치 여하이다.
 
139
우선,「男妹[남매]」를 통독하고 나서 우리들의 가슴을 흔드는 기본 관념은 빈궁이란 것이 나이 많은 사람으로부터 무고한 소년에 이르기까지 또는 일가족 전체를 가장 무참한 운명하에 때려 누인다는 것인데, 의심할 것도 없이 이 관념의 가치는 고귀한 것이다.
 
140
그러나 악으로서의 빈궁이 어느 곳에서 원인하였는가의 문제는 충분히 제기되지 않았다.
 
141
물론 단편이란 형식 가운데 이 浩翰[호한]한 大問題[대문제]를 전개할 수는 없는 것이나 적어도 얼마큼 암시되어야 할 것은 아닌가?
 
142
이 소설이 砲身[포신]이 되어 발사하는 탄환과 같은 심각한 박력을 가지고 우리의 가슴을 치는 소년 鳳根[봉근]의 비극적 운명의 장래가 암담한 一色[일색]만을 전하는 것 같은 이유가 이곳에 있다.
 
143
즉 鳳根[봉근]의 운명이 그 감명의 강도에 비하여 현실적 내용성이 부족한 것이다. 그러므로 믿던 최후의 一線[일선]을 끊기고 모든 굴욕의 집합된 충격에서 뛰어나가는 鳳根[봉근]의 행위는 절망의 飛翔[비상]처럼 느껴졌다.
 
144
책보, 누이, 어머니, 학교, 一切[일체]를 버리고 내닫는 鳳根[봉근]의 앞 길에는 아직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허공이 아닐까?
 
145
그 점은 소설로서의 효과를 높인 점은 인정할 수 있으나 명확한 목표, 대상을 향하여 육체와 정신의 힘을 통합하여 전진하는 문학의 정신으로선 한 개의 결점이다.
 
146
그렇다고 나는 소년 鳳根[봉근]의 이러한 현실 내용을 인식하고 빈궁인으로서의 자각을 얻지 못하였다거나, 또는 소설의 結尾[결미]가 빈궁에 대한 투사 金鳳根[김봉근]의 출발로 귀결되지 않았다고 불만을 말함은 아니다.
 
147
소년 鳳根[봉근]에게는 아직 그런 것을 명확히 인식하고 자각할 능력도 성숙치 못하였으며 그를 투사로 출발시키는 것은 동키호테의 出鄕[출향]처럼 우수운 것이리라.
 
148
그러나 나의 비난은 一觀念[일관념], 감정의 전달뿐이 아니라 그것이 작품 현실이란 한 세계상을 통하여 구체화 된다는 것, 따라서 문학의 세계상이란 객관적 가치를 保持[보지]해야 함을 강조할려는 데 있다.
 
149
「男妹[남매]」의 작자가 창조해 낸 세계상은 과연 금일의 산 현실과 동일한, 혹은 그것을 집약할 만한 높이에 도달하였느냐 하면 그렇다고 긍정해버리기에 곤란한 점이 있다.
 
150
「男妹[남매]」의 작품 현실에서는 작자가 기도한 악에 대한 정신적 고발이란 목적아래, 현저히 不歪曲[불왜곡]된 현실의 흔적을 발견할 수가 있다.
 
151
작자에 있어 빈궁이란 사회적 일반성이 때와 경우, 인물의 차이에 따라 姿意[자의]에 가까운 다양성을 가졌다는 사실이 적지아니 주의되지 못하였다.
 
152
비근한 예로 鳳根[봉근] 一家[일가]에 대하여 중대한 영향을 준 두 인물, 세무서‘윤재수’와 모 식료품점 주인을 들어보라.
 
153
우선‘윤재수’란 인물은 전혀 개성으로서도 성격으로서도 또는 타잎으로서도 형상화 되어 있지 않다.
 
154
오직 누이와 동생의 운명을 측면에서 조종하는 한 그림자로서 빛어 있었고, 그의 실체는 통속연애 비극에 등장하는 인물에서 처럼 안이화 되어 있다.
 
155
이점은 세무서 하급리원으로서의‘윤재수’의 성격을 적출치 못하였을 뿐더러 桂香[계향]과의 연애사건, 그곳에서까지 현실성을 소멸하였다.
 
156
멜로드라마로 표현된 桂香[계향]과 그와의 연애사건은 이 소설중 가장 현실미 없는 약점이다.
 
157
鳳根[봉근]의 비극을 만들기 위한 한개의 인위적 조작에 불과하지 않을까? 식료품점 주인이란 인물도 이 윤재수와 전혀 동일한 역할을 하기 위하여 招致[초치]된 듯한 약점을 가지고 있다.
 
158
이처럼 현실성이 적고 충분히 형상화 되지 않은 인물과 사건으로 작중인물의 중대한 變局[변국]을 지배시킴은 작자의 커다란 부주의가 아니면 아니된다.
 
159
이 두 인물과 그들과의 관계를 통하여 작자는 鳳根[봉근] 一家[일가]가 外界[외계]와 맺고 있는 연관을 제시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사회생활 가운데 놓여진 일가족의 위치를 어느 정도까지 표시할 수 있었을 것이다.
 
160
빈궁과 부유를 体現[체현]한 것도 각개의 산 인물이며 그것을 만들어 내는 원인도 그들 인물의 생활적 관계라는 것을 작자는 덜 주의하였다.
 
161
한사람 한가족의 빈궁, 불행이 연고없이 일어나지 않음을 작자는 熟知[숙지]하지 않는가?
 
162
그밖에 義父[의부] 鶴燮[학섭]을 통하여서도 작자는 一家[일가]와 社會[사회]와의 통로를 어떠한 형식으로던 설정할 것이었다.
 
163
그가 광산일꾼이었다가 폐광으로 말미암아 기생애비가 되었다는 술회쯤으로는 이 목적은 달성되지 않는다.
 
164
그의 또는 그 가족의 역사에는 시대적 변천 혹은 사회생활의 추이라는 커다란 배경이 暮雨峰[모우봉]과 같이 가로놓여 있지 않은가?
 
165
그러므로 이 소설을 일괄하면 작자는 가족 내부를 상당히 현실적으로 그리고 형상화 하기에 성공한 반면 가족과 외계와를 연결하는 사건 묘사에 있어서나 인물의 형상화에 있어서나 모두 덜 현실적이었고 성공치 못하였다.
 
166
그런 때문에 鳳根[봉근] 一家[일가]란 일개 봉쇄된 모나드와 같은 인상을 준 것이며 일가족의 불행, 그 불행의 담당자 鳳根[봉근]의 비극을 지배한 원인은 天來[천래]의 숙명과 같은 감을 준 것이다.
 
167
이 작품의 주요한 色調[색조]인 尤甚[우심]한 고독감도 실로 이 봉쇄성, 隔離性[격리성]에서 온 것이다.
 
168
그러나 좀더 주의깊게 읽으면 소설상 전반 약 3분의 1과 후반 3분의 2가 서로 다른 기분이 지배하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169
鳳根[봉근]이가 이웃‘옥섭’의 집에 온 면서기의 자전차를 작란하는 데로 부터, 고기를 잡으러 간 데까지 작자의 붓은 영롱한 리얼리티 위를 달리었다.
 
170
그 장면의 옥섭, 면서기, 桂香[계향]은 다 생선처럼 산 인물이었고, 桂香[계향]과 면서기와의 회화는 지나치게 정확할 만치 현실적이었다.
 
171
더욱이 義父[의부]와 차서방이 고기잡는 데서 鳳根[봉근]이가 체험하는 사실, 심리의 묘사는 칭찬하여 남음이 있다. 그러나 인위적 인물과 사건이 역할을 演[연]하는 下半[하반]에 와서 작자의 붓은 현실을 쫓는 이보다 더 많은 정신을 따른 것이 아닐까? 작자와 더불어 기억하고 싶은 것은 고차의 리얼리즘이 현실과 대립하고 그것과 격투한다는 것은 우리들의 주관적 정신에서가 아니라 현실 그것을 가지고 대립하고 격투한다는 것을 이해하라는 것이다.
 
172
우리들의 정신이 高次[고차]의 현실을 창조함은 그것이 현실의 집중된 반영인 때문이며 현실의 內的[내적] 進行力[진행력] 그것으로 의지화 된 때문이다.
 
173
그러므로 우리의 정신은 현실로 말미암아서만 의지화 된다면 우리의 의지는 영원히 정확한 현실을 요구한다.
 
174
이 요구의 실현에서만 우리의 정신은 진정한 정신일 수 있는 것이다.너무 駄言[태언]을 장황히 弄[농]하여 미안하나 작자가, 이 소설의 속편을 쓸 듯한 의도를 가졌다기에 일부러 詳細[상세]에 亘[긍]하여 이야기한 것이다.
 
175
그런데 나 자신도 이 작품을 읽은 독자와 더불어 金鳳根[김봉근]의 후일담을 기대하는 것이나 鳳根[봉근]의 그뒤 이야기를 쓰는 데는 한개 함정이 놓여 있음을 미리 一言[일언]하고 싶다.
 
176
작자는「罪[죄]와 罰[벌]」의 작자가 그 후일담을 쓰지 않은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177
라스코리니코프의 西伯利亞[서백리아] 流刑記[유형기]가 만일 씌여졌다면 죽엄의 집의 기록과 같은 대예술이 아니었을 것이다.
 
178
독자란 항상 주인공이 뻔한 예상된 길을 가면 하품을 하는 법이다. 탐정소설이나 통속소설의 작자는 독자의 이 심리를 이용하고 있으나 결코 나는 「男妹[남매]」의 작자에게 이 길을 권함은 아니다.
 
179
오직 독자가‘응! 그저 그런가!’하고 一笑[일소]할 甘美[감미]하고 안일한 코스를 열지 말라는 것이다.
 
180
그가 몇해 뒤 생활전선상에서 여러가지 고초를 겪는 사실도 물론 가치있고 흥미있는 일이다.
 
181
그러나 강하게 발사된 탄환은 맹렬하게 폭발한다는 彈道學[탄도학]의 법칙을 기억해야 한다.「男妹[남매]」의 砲口[포구]를 나온 鳳根[봉근]의 절망적 飛翔[비상]은 조만간 착륙점을 발견할 것이다.
 
182
착륙점에서 그는 朦朦[몽몽]한 黑煙[흑연]과 굉굉한 음향을 發[발]하고 폭발할 것은 예상할 수가 있다.
 
183
그러나 폭발할 때까지 이 비극의 탄환이 반드시 체험할 비상한, 전혀 비상한 경로를 나는 그 후일담에서 기대하고 싶다. 이것은 그의 폭발을 일층 힘있게 多彩[다채]하게 장식할 것이다. 그는 벌써 비상한 길을 걸을 만한 충분한 이유를 그의 비상한 출발에서 질머지고 나서지 않았는가? 그의 다음 길은 아마도 보통세상의 貧家少年[빈가소년]이 걷는 그러한 평탄한 一條[일조]의 노선은 아닐 것이다.
 
184
그것은 좋은 一篇[일편]의 소설이 되기에 충분할 것이다.
 
 
185
(1937. 3)
【원문】작가(作家)의 ‘눈’과 문학(文學)의 세계(世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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