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조선에는 괴테의 「파우스트」에 비견할 만한 작품이 나지 않았다. 그러므로 조선의 문학은 아무 보잘 것이 없다. - 이렇게 말하는 평론가가 만일 있다면 그리고 이런 것이 평론가의 할 일이라면 평론가의 일이란 그보다 더 쉬운 일이 없을 것이다. 한 손에 「파우스트」(혹은 「햄릿」이나 「신곡」이나 「실락원」이나 취미대로)만 들고 앉으면 문제는 저절로 풀어질 것이다. 그러나 확실히 평론가나 문예 비평가의 임무는 이런 것이 아니었다. 「파우스트」는 어떤 사람에 의하여, 어떤 시대에 생겨났고, 그것은 어찌하여 훌륭하고, 또 우리들의 입에까지 오르내리느냐는 것을 해명하여야 하고, 다음으론 조선은 어째서 그것이 나지 못하고 또 난다면 「파우스트」와는 어떻게 다르게 될 것이냐를 현대 조선의 사회적 성격에서 천명하는 것이 평론가의 할 일이었다.
3
다시 조선 문학의 현계단은 혼란하다. 그러므로 좋은 작품은 못나온다 - 이렇게 말하는 평론가가 있다면 그것을 평론가의 임무를 다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런가? 혼란의 해명은 혼란 위에 서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회의와 불안의 분석은 이것을 떠나 이 위에 설 수 있는 과학 정신의 파지자에게만 가능하다. 문학주의를 두 발에 감고는 이것의 초극은 절대로 불가능하다. 그 좋은 실례로는‘세스토프적인 것’유행이 일찍이 얼마나 현대의 불안을 해소하였는지를 아무개도 모른다는 곳에 있다. 문학이 혼란을 문화 현상 내지는 이데올로기 전반의 혼란, 그리고 다시 올라가서는 그 혼란을 사회적 제 관계의 특수 성격에서 천명하여 그 초극의 방법을 강구(講究)하고 작가에게 길을 열어 주는 것만이 혼란의 유일한 분석이고 그리고 또 다시 문예 비평가의 급선무이다.
4
(『조선일보』, 1937년 10월 12일, ‘동금기(銅金機)’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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