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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문단 합평회 ◈
◇ 조선문단 합평회 (제6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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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5.3~8
현진건
1
『조선문단』 합평회 [제6회]
 
2
- 7월 소설창작 총평
 
 
3
評者[평자]
4
梁白華[양백화] 金東人[김동인] 玄憑虛[현빙허]
5
羅稻香[나도향] 方春海(방춘해) 崔曙海[최서해]
 

 
6
필자 최 학 송
 

 
7
춘해 : 더운데 오시기 욕보셨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김동인 군이 오시게 된 것은 참 기쁩니다.
 
8
동인 : 아 천만의 말씀…….저는 이번에 구경으로 온 셈입니다.
 
9
백화 : 김기진 군은 아환(兒患) 때문에 못 오신다고 말씀해 달랍디다.
 
10
춘해 : 글쎄, 아까 전화로 잠깐 들었지만 아환이 대단히 모양이에요. 상섭 군도 빠져서 퍽 섭섭합니다.
 
11
빙허 : 상섭 군은 왜 빠졌어요?
 
12
춘해 : 서해 군이 3,4차나 찾아갔는데 어느 시골로 가셨다고 합디다.
 
13
도향 : 경상도 지방으로 간다더니 그리로 간 게지.
 
14
춘해 : 그러면 이제부터 시작하지요. 그런데 창작 합평에 들어가기 전에 다른 말씀은 없습니까?
 
15
빙허 : 다른 할 말은 평을 해 가면서 틈틈이 할 셈 대고 시작합시다.
 
16
도향 : 『개벽』부터 할까요?
 
17
춘해 : 『여명』부터 합시다. 새로 나온 것부터…….
 
18
일동 : 좋습니다.
 
 

 
19
「벙어리 삼룡(三龍)이」(『여명』 창간호) 羅稻香[나도향] 作[작]
 
 
20
춘해 : 참 좋습디다. 콕 찌르는 맛이 있습디다. 그리고 그 벙어리의 가슴속을 그려낸 것이 묘하던데요!
 
21
백화 : 퍽 좋은 작인데 끝에 가서 불 붙는 데가 희미하고 부자연스러워요. 그러나 전체로 봐서 필치가 퍽 유창하고 구상이 묘하게 되었어요.
 
22
빙허 : 그 자연이니 부자연이니 하는 것이 아주 몽롱한 말이야요. 그 말은 퍽 생각할 여지가 있는 줄로 생각합니다.
 
23
동인 : 글쎄! 작자는 자연스럽게 쓴 것이 독자에게는 부자연하게 뵈이는 것이 늘 있는데……, 그렇다고 독자 본위로만 쓸 것도 못 되니까. 이 작(「벙어리 삼룡이」) 마지막으로 봐서 다른 사람은 물론 그 집 행랑사람까지도 안방으로 드나들지 못하도록 엄숙한 집인데 ─ 그렇도록 엄숙한 집 주인 영감이 새벽이면 뒷짐을 지고 앞뒤로 돌아다녀서 그 동리에서는 그것이 마치 시계 모양으로 됐다는 것도 부자연스러워요. 그러나 그것도 사람에 성격을 따라서 혹 있을 것이니 함부로 부자연하다고 할 수도 없고……, 그런 것을 보면 비평이라는 것이 참 어려운 것이에요.
 
 

 
24
「젊은 날」(『여명』 창간호) 金彈實[김탄실] 作[작]
 
 
25
동인 : 탄실(彈實)이 누구에요?
 
26
춘해 : 김명순 씨가 탄실입니다.
 
27
동인 : 이름을 고쳤나요?
 
28
도향 : 그런데 늘 말하는 것이지만 첫째 탄실의 문장에 대해서 서울 사람으로서는 알아보지 못할 만한 말이 퍽 많아요.
 
29
춘해 : 그러고 탄실 씨의 작은 간결한 맛은 있으나 표현 방식이 늘 희미합디다.
 
30
동인 : 어째 희미해요. 먼젓번 「꿈 묻는 날」도 보기는 봤는데 ─ 두세 번 봐도 희미해서 이해하기가 퍽 어렵던데요. 그거 참 수수께끼야!
 
31
도향 : 그러나 이번 「젊은 날」은 「꿈 묻는 날」보담 휠씬 나아요. 하지만 성공한 작품으로 볼 수 없어요. 다른 분도 말씀하지요. 나는 있다 또 할게.
 
32
동인 : 일본 미상송지조(尾上松之助)의 구극을 이 작품에서 발견했습니다. 더 할말 없습니다.
 
33
백화 : 문장에 들어서는 나도 도향 말에 동감이구! 여주인공 수희가 상옥이에 대해서 어떠한 관계로 그와 같이 상옥을 못 잊어 하는지 거기 대해서 반드시 있어야 할 서술이 없고 그뿐 아니라 전체가 몽롱해서 읽고 나면 어리둥절하여 이 작자가 무엇을 쓰려고 이러한 제목아래 이와 같이 쓰노라고 힘을 들였는지 평자 나로서는 도저히 알 수 없으므로 작자에게 자세한 무엇을 맡기고 이만치 말합니다.
 
 

 
34
「검사국(檢事局)의 대합실(待合室)」(『개벽』 7월호) 想涉[상섭] 作[작]
 
 
35
동인 : 상섭 군의 작품은 흔히 끝이 몽롱한 것이 흠 같아요. 『조선문단』에 실린 「고독」도 끝에 무엇이 좀 더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나요. 그러나 이것은(「검사국의 대합실」)은 좋던데요. 기생같이 얌전하고 맵시나는 작이어요.
 
36
빙허 : 오래간만에 상섭 군 작이 났기에 그것부터 보았는데……그 행문의 묘라든지 묘사의 묘는 한결같으나 새로이 진전된 것은 없는 듯해요. 그런데 그 작의 재료는 내가 아는데 그 사실을 그대로 썼데그려.
 
37
도향 : 전부 그 사실이지 거기다가 작자의 태도를 조금 가미한 것이에요.
 
38
빙허 : 그대로 한 통일된 단편이라고 할 수 있어요.
 
39
동인 : 누가 그랬든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상섭 군의 글에 힘이 없다 하나 가만히 읽어 가면 소 힘같이 굳센 힘이 있어요.
 
40
빙허 : 사실이지 힘이 있어요. 이 「검사국의 대합실」을 보더라도 그냥 끝까지 안 읽고는 뭘 어떻게 쓸는지 모르겠는데 그 결국에 가서 그 여학생같이 차리고 다니는 여자가 있으면 뻔히 쳐다보는 버릇이 생겼다는 것이 보는 사람의 가슴을 얼마쯤 눌러요.
 
41
백화 : 그런데 나는 「검사국의 대합실」을 퍽 재미있게 읽었어요. 제일 문장이 유창해요. 그런데 상섭 군의 전에 작에 비해서 이것은 한 스케치로 밖에 보이지 않아요.
 
42
도향 : 그런데, 나도 거기 동감입니다.
 
43
동인 : 상섭 군의 작품이 처음에는 그렇지 않고 문장 같은 것이 센티멘털했는 데 이즈음 나오는 것은 대개 풍자 경향이 많아요.
 
44
백화 : 어떻게 비비 꼬여 나와요.
 
45
춘해 : 재미있는 풍자소설이오. 신문기자와 재판관에게는 큰 교훈이 될 줄 압니다.
 
 

 
46
「봉화(烽火)가 켜질 때」(『개벽』 7월호) 露雀[노작] 作[작]
 
 
47
도향 : 홍 군의 글은 그 동안 오래 볼 수가 없다가 이번 『개벽』에 나온 것을 보고 반가움과 호의를 가지고 읽었습니다.
 
48
빙허 : 나 역시 그렇습니다.
 
49
도향 : 대체로 백정계급과 다른 계급에 계급관념으로 말미암아 일어나는 비극을 쓰려는 것인데 그 착상한 데 들어서는 어느 정도까지 좋다고 생각하는데 그 표현방식에 들어서 너무 개념적이며 또는 모호한 것이 많고 또는 2,3년 전에 보던 동군의 필치가 조금도 변하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는 것은 그것이 너무 감상적을 면치 못한 까닭에 거기에 적지 않은 불만을 느낍니다.
 
50
춘해 : 부분부분으로는 썩 좋은 데가 많고 동기 정신은 경앙할 만하지마는 너무 시적이요 사건 중심이 되고 통일이 못 된 것을 유감으로 생각합니다.
 
51
빙허 : 로맨틱한 시야요.
 
52
백화 : 이 소설에 대해서는 첫번부터 끝까지 다 보고 나면 마치 무당의 넋두리같이 센티멘털한 감상뿐입니다.그 명제 「봉화가 켜질 때」라는 데 대해서는 그 의미를 평자로는 알 수가 없습니다. 왜 그런고 하니 나종에 그 명제를 볼 때에 평자의 상상과는 딴판으로 어찌해서 그런 명제를 썼는지 그 의미를 알 수가 없습니다. 거기 대해서 무슨 암시가 있다든지 그렇지 아니하면 사건 중심의 그 무슨 사상이 있어서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하여 한 실패한 작이오. 다만 그 백정과 다른 계급의 불합리한 사실을 가지고 소설화하려 한 작자의 생각은 대단히 좋은 줄로 압니다.
 
53
동인 : 읽지 않았습니다. 나는 노작 씨를 아직 무면식이지만 시인으로 매우 존경해요. 그 시인은 시인이요 소설가는 소설가지 양자에 같이 우수한 사람은 만에 한 사람 쉽지 않아요. 두 가지를 겸업(?)하는 사람은 대개는 두 가지가 다 불완전합니다. 그러니깐 시에 우수한 노작 씨인지라 짐작컨대 어쩔까 해서 안 봤습니다.
 
 

 
54
「젊은 이상주의자(理想主義者)의 기(記)」(『개벽』 6,7월호) 八峰[팔봉] 作 [작]
 
 
55
백화 : 전편의 착상으로 말하면 작자가 명제로 삼은 젊은 이상주의자의 친구가 죽고 갇힌 일기를 편찬한 것인데 그러기 때문에 전편이 서술적으로 되어 작자의 아모 기교를 볼 수가 없습니다. 기교를 반드시 본다는 것은 아니지마는 그 일기에 나타나는 주인공의 인생관이 천박(?)하여 담자로 하여금 절실한 인상을 주지 못하는 것이 이 작의 성공치 못한 점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작자가 미정고라 하였은즉 다시 확정고(?)로 발표할 때로 미루고 이번은 이만 말합니다.
 
56
도향 : 말하자 하면 소설로는 그리 성공한 작품이 아니라 하겠지요. 그러나 그의 피가 끓어나는 듯한 정열과 반역의 부르짖는 소리는 무거운 자극을 줍니다.
 
57
동인 : 미정고라는 것은 무엇을 뜻한 것입니까. 작품을 독자에게 감상시키기 위해서 발표하는 것인데 미정고를 발표하는 것은 어떤 까닭입니까. 오늘 기진 씨가 출석한다더니 왜 안 왔습니까? 왔더면 나는 그 미정고를 발표하는 이유를 물어 보렸는데.
 
58
도향 : 유려한 필치는 언제든지 감복하는 바이며 요령을 얻은 문장은 읽는 이로 하여금 염증이 나게 하지 않습니다.
 
59
춘해 : 문장이 퍽 유창합디다. 그리고 사상이 웅건해요. 그럼 일기체가 되어 괜찮다고도 하겠지만 너무 설명식이 되었습디다.
 
60
도향 : 사건의 추이와 서술이 부족하여 주인공의 죽은 원인인 영애 사이의 관계가 몽롱하여진 까닭에 너무 자연스럽지 못한 점이 많습니다. 대체로 보아서 힘있는 작품입니다.
 
 

 
61
「땅 파먹는 사람들」(『개벽』 6,7월호) 朴吉洙[박길수] 作[작]
 
 
62
춘해 : 근래에 드물게 보는 어떤 이상한 방식의 창작이며 아름다운 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까도 부자연에 대한 말이 나왔지마는 이 작에 제일 거칠게 나타나는 것은 부자연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형제가 풀 뜯어 가지고 하는 대화라든지 어린 아우가 일본인에게 하는 말이라든지는 농촌의 어린아이로 도저히 못할 말을 집어 넣었습니다. 그러나 이 부자연을 가릴 만한 큼직한 힘이 이 작에 흐름으로 다소 성공한 것이라고 봅니다.
 
63
백화 : 이 작에 대하여는 그 명제를 보고 많은 기대를 가지고 읽었으나 읽고 나서 실망한 것은 작전체가 부자연에 빠진 것입니다. 시골 구석의 무무한 아모 교육도 없는 농가의 땅 파먹는 아들 형제가 마치 도회의 교육받은 아이들같이 과학에 기꺼운 대화를 하는 것도 자연스럽지 못하거니와 그 아비라든지 그 자식의 회화에 나타나는 말은 도모지 한 집안의 사람 같지가 않습니다. 그러나 작자가 이러한 농촌의 생활을 그리려고 한 것은 대단히 좋은 생각으로 압니다.
 
 

 
64
「늘어가는 무리」(『개벽』 7월호) 宋[송]동량 作[작]
 
 
65
춘해 : 평범한 사실을 이만치 그려내고 실감을 주며 건실한 붓대와 어느 정도까지 세련된 필치들이 평범하여 싫증나게 하는 이 작을 덮고도 남습니다. 그러나 전체에 흐르는 기분이 나려 쏠리는 물과 같지 않고 뻑뻑히 뿌듯이 나려오는 물 같으며 콕 찌르는 고초(苦草)가 아니고 건건한 간장 같은 것이 불만입디다. 그러나 개인의 의견으로는 이등인 「땅 파먹는 사람들」보담 좋다고 봅니다.
 
66
백화 : 이 작품에 대하여 나는 이달 창작 중에서 가장 좋은 작으로 생각하였습니다. 첫째 작자가 이러한 사실을 들어 우리 눈앞에 벌려놓아 주는 것도 대단히 감사하다 하겠는데 그 묘사가 어느 정도까지 핍진하여 보는 사람으로 하야금 실감이 있게 여실합니다. 끝에 가서 좀 불만이 있으나 처음 보는 이의 작으로는 성공한 좋은 작이라고 생각합니다.
 
 

 
67
「보석 반지(寶石 半指)」(『시대』 혁신지) 海[해] 作[작]
 
 
68
백화 : 이 소설은 꽤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작 전체로 보아서는 평범한 작이라고 할 수 있으나 작중 주인공의 이성에 대한 헛 기대라든지 공상이라든지 처음 이성을 대하는 사람의 심리묘사가 잘 되었고 세상에서 따뜻한 사랑을 한번도 못 받아 본 남주인공이 혼자 속을 태우는 짝사랑의 장면이며 나종에 보석 반지를 보고 낙심을 하면서도 홀로 사랑하는 마음을 버리지 아니하는 이 세상의 항용 있는 첫사랑의 맛을 보려는 숫보기의 심리가 자연스럽게 묘사가 되어야 흥미가 있는 작입니다. 그리고도 주인공의 이 세상의 대껴나지 못한 인생관도 우습게 잘 나타났습니다.
 
 

 
69
「불효 자식(不孝子息)」(『조선문단』 7월호) 蔡萬植[채만식] 作[작]
 
 
70
동인 : 무명 작가의 작품은 어디라고 명언할 수는 없지만 좀 ─ 유치하달까 한 흔적이 보이는데 이 작품에서는 그런 점이 보이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 작자는 모르핀 중독자가 아닙니까? 너무 그 중독자의 심리며 생활을 그럴 듯이 그렸어요.
 
71
도향 : 제재는 탐나는 제재입니다. 쓰면은 훌륭한 작품을 만들 수 있겠지요. 더구나 조선과 같이 아편쟁이가 많은 데에서는 반드시 언제든지 어느 문인의 붓으로든지 써질 줄 알고 있던 것입니다. 나도 직접 아편 흡연자 소굴에 들어가 보려고까지 하였으나 기회가 없어서 아직 그대로 있습니다
 
72
동인 : 모자간의 정애(情愛)라든가 그런 곳이 좀 잘못하면 센티멘탈하게 되기가 쉬운데 그 필치가 아주 조금도 힘 빠진 데가 없습디다. 얌전한 작품이외다.
 
73
춘해 : 흠을 찾기가 어려울 만한 얌전한 단편인 줄 생각해요. 그러고 작중에 성실과 진정이 흐릅디다.
 
74
백화 : 「불효 자식」 이 작은 너무 바빠 보지를 못하여 작자에게 미안한 말씀을 합니다.
 
75
도향 : 그런데 아까운 것은 작자의 기능이 너무 그것을 그려내기에 부족한 것 입니다. 더구나 일개인을 통하여 주인공과 또는 그에 관련된 사건을 보는 것이니까 그만큼 주인공이나 또는 그 부수되는 사람의 성격을 그리기가 힘드는 것이며 그만큼 비평적이어야 할 것입니다. 군데군데 작자 자신이 친히 관찰한 듯이 명료한 점이 있기는 있어 보이나 또는 군데군데 부자연한 곳이 있으며 어머니의 애정을 나타내는 데 더 눈물 날 듯한 감상이 없으며 이 작품의 정신이 너무 도덕적 보통 의미의 견지로 쓴 듯합니다. 기교나 문체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76
「고독(孤獨)」(『조선문단』 7월호) 想涉[상섭] 作[작]
 
 
77
도향 : 제목이 어째 「고독」일까요?
 
78
춘해 : 글쎄, 내용과 제목이 배치되었어요. 주인공 문렬의 고독이 원만히 나타나지 않았습디다.
 
79
빙허 : 염 군의 작품으로는 대단히 떨어지는 것인 듯해요. 아마 최 군의 강청에 억지로 쓴 것이겠지요.
 
80
백화 : 염 군이 소설을 쓸 때에 싫증이 아니 났던지 나는 작자가 쓰다가 내던져 두었다가 억지로 쓰기 싫은 것을 쓴 듯합니다. 그래서, 조각조각 이어다 붙인 듯한 느낌이 납니다. 말하자면 염 군의 작으로 실패한 작입니다.
 
81
도향 : 여하간 현재 흔히 있는 평범한 사실을 집어다가 새삼스럽게 느낌을 주는 작품입니다. 「검사국 대합실」적에도 말씀한 바와 같이 사회에 대한 작자의 냉조가 은연히 흘러나오는 흔적이 보입니다. 그러나 남주인공과 여주인공 사이에 가장 주요한 연애의 발단 즉 여주인공이 참맘이든 또는 일시 화풀이든 그 남주인공을 잡아당긴 동기를 너무 암시적으로 쓰려고 한 것이 이 작품의 전체의 아까운 흠을 맨들어 놓았습니다.
 
82
백화 : 아모렇든지 염 군의 이 때까지 발표한 작중에 그 중 빠지는 모호한 작입니다.
 
83
도향 : 어떻든 염 군과 같이 힘있고 자극 많은 작품을 쓰던 이로서 이렇게 살짝살짝 넘어가는 작품을 쓰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로 유감입니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겠지만은 좀더 힘있는 작품이 나올 때가 있을 줄로 믿습니다.
 
84
빙허 : 첫째로 초점을 잡지 못하는 것이 이 작으로 하여금 매우 산만한 느낌을 줍니다. 월급도 떨어지고 여관 주인에게 졸리는 남주인공의 생활만 그린다든지 그렇지 않으면 일찍이 홀로 되고 재가를 했더니만 그 사내 또한 몹쓸 병에 걸리어 반신불수 귀먹쟁이가 되어 아까운 청춘을 한숨과 눈물로 보내는 가련 여자의 신세를 그린다든지 두 가지 중에 한 가지를 줏대로 삼아야 될 터인데 아모 편에도 치우치지 않은 것이 독자에게 흐리마리한 인상밖에 주지 않아요.
 
85
빙허 : 그러고 주정꾼 간수를 대적할 때에 유도(柔道)를 쓰고 그 훌륭한 힘에 주인 계집이 반한 듯이 붓을 굴렸기 때문에 어째 통속극을 보는 듯한 느낌이 없지 않아요. 여하튼 전번 「전화」와는 물론이려니와 금월 것으로 「검사국 대합실」만 훨씬 못해요.
 
 

 
86
「오몽녀(五夢女)」(『시대일보』) 李泰俊[이태준] 作[작]
 
 
87
춘해 : 『조선문단』 7월호에 당선되었던 것인데 부득이한 사정이 있어서 시대 일보에 발표했습니다. 그런 관계로든지 어쨌든 보신 분이 계시면 한 번 평을 하여 줍시오.
 
88
도향 : 이 작품을 볼 때에는 김동인 군의 「감자(甘藷[감저])」가 자꾸 생각납디다. 처음 보는 작자로서 이만큼 얌전한 작품을 내어놓는 것은 퍽 반가운 일입니다.
 
89
백화 : 이 작도 이 달 발표된 작중에 대단히 좋은 작으로 압니다. 첫째 작자가 이러한 방면에서 취재를 한 것도 현하 우리 문단에서는 한 특색으로 압니다. 그리고 그 구상도 좋거니와 그 필치도 비교적 유창하여 성공한 작이라고 할 수 있고 게다가 묵직한 힘이 있어서 독자로 하여금 강렬한 인상을 주어 한번 생각게 하는 작입니다. 작자의 노력을 감사합니다.
 
90
도향 : 이 가운데에서 우리는 ‘오몽녀’를 통하여 궁촌 여성의 난잡한 성적 생활의 측은한 일면을 볼 수 있으며, 또는 ○○의 ○○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그의 구상과 기교가 그리 완숙하였다고 할 수는 없으나 서투른 점을 별로 찾아낼 수 없습니다.
 
91
춘해 : 건실한 필치, 치밀한 묘사와 구상, 현실을 예술화하여 실감을 주는 작자의 수완과 정신 어떤 점으로 보든지 성공한 작품이라고 믿습니다. 그러나 작자의 인생관이라든지 태도가 희미합디다.
 
 
92
(2월 15일 영도사 초막에서)
【원문】조선문단 합평회 (제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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