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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생전(楮生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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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첨(李詹)
《동문선》 권101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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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생전(楮生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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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生)의 성은 저(楮)다. 저란 닥으로 종이의 원료다. 그의 이름은 백(白)이다. 백이란 희다는 뜻이다. 자는 무점이다. 무점은 아무런 티가 없이 깨끗하다는 말이다. 그는 회계(會稽) 사람으로 한(漢)나라 채륜(蔡倫)의 후손이다. 생은 태어날 때 난초탕에서 목욕을 하고, 흰 구슬을 희롱하고 흰 띠로 꾸렸기 때문에 그 모양이 깨끗하고 희다. 그의 아우는 모두 19명이나 된다. 이들은 저생과 같은 어머니에게서 태어났는데, 서로 화목하고 사이가 좋아서 잠시도 서로 떨어지는 법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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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원래 성질이 정결하고 무인(武人)을 좋아하지 않았다. 언제나 문사(文士)들만 사귀어 놀았다. 그 중에서도 중산(中山) 모 학사(毛學士)가 가까운 친구이다. 모 학사란 곧 붓이다. 저생과 모 학사는 마냥 친하게 놀아서 혹시 모 학사가 저생의 얼굴에 먹칠을 하고 더럽혀도 씻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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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생은 학문으로 말하면 천지·음양의 이치를 널리 통하고, 성현(聖賢)과 명수(命數)에 대한 근원까지 모르는 것이 없었다. 심지어 제자백가의 글과 이단(異端) 불교에 이르기까지도 모조리 써서 보고 연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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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에서 선비를 뽑는데 책(策)을 주어 재주를 시험했다. 이 때 저생은 방정과(方正科)에 응시하여 임금께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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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이나 지금의 글은 대개 댓조각을 엮어서 쓰기도 하고, 흰 비단에 쓰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모두 불편하기 짝이 없습니다. 신은 비록 두텁지는 못하오나 진심으로 댓조각이나 비단을 대신하려 하옵니다. 저를 써 보시다가 만일 효력이 없으시거든 신의 몸에 먹칠을 하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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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을 듣고 화제(和帝)라는 사람을 시켜서 시험해 보니 그의 말대로 과연 편리하여 댓조각이나 비단을 쓸 필요가 없었다. 이에 저생을 포상하여 저국공(楮國公) 백주 자사(白州刺史)의 벼슬에 임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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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만자군을 통솔케 하고 봉읍으로 그의 씨(氏)를 삼았다. 이것을 보고 나무껍질, 삼(麻(마)), 고기 그물, 칡뿌리 네 사람이 자기들도 써 주기를 청했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말처럼 완전하기 못하여 파면되고 말았다. 저생은 마침내 오래 사는 술법을 배워, 비나 바람이 그 몸에 침입하지 못하고 좀이 먹어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항상 7일이면 양기(陽氣)를 빨아들이고 먼지를 털며, 입을 옷을 볕에 쬐면서 조용히 거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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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에 진(晋)나라 좌태충(左太沖)이 ‘성도부(城都賦)’를 지은 일이 있었다. 그런데 저생이 그 글을 한 번 보더니 이내 외워 버리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그가 외우는 대로 다투어 베껴 썼으나, 그것은 풍류를 아는 선비나 알 수 있는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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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 와서는 왕우군(王右軍)의 필적을 본받아서 해자(楷字)로 쓴 글씨가 천하에서 제일 묘했다. 그는 다시 양(梁)나라 태자 통(統)을 섬겨 함께 『고문선(古文選)』을 편찬하여 세상에 전했다. 또 임금의 명령을 받고 위수(魏收)와 함께 국사를 편찬하기도 했다. 하지만 위수가 칭찬하고 깎아 내리는 것을 공정하게 하지 못한 까닭에 후세 사람들은 이 역사서를 예사(穢史)라고 했다. 이에 저생은 자진하여 사직하고 소작(蘇綽)과 함께 장부나 기록하겠다고 청했다. 임금이 이를 허락하자 지출은 붉은 글씨로 쓰고, 수입은 먹으로 써서 분명하게 장부를 꾸몄다. 이것을 보고 세상 사람들은 그의 재능을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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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뒤로 진(陳)나라 후주(後主)의 사랑을 받게 되었다. 후주는 그의 행신(幸臣) 안 학사의 무리들과 함께 항상 임춘각(臨春閣)에서 시를 지었다. 이 때 수(隋)나라 군사가 경구(京口)를 지나자, 진나라 장수가 이를 비밀리에 임금에게 급히 알렸다. 그러나 저생은 이것을 숨기고 봉한 것을 열어 보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진나라는 수나라에 패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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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업(大業) 연간의 일이다. 저생은 왕주(王胄), 설도형(薛道衡)과 함께 양제(煬帝 569∼618)를 섬겨, 그들과 같이 정초(庭草), 연니(燕泥)의 글귀를 읊었다. 그러나 양제는 딴 사람이 자기보다 나은 것을 싫어해서 저생을 돌보지 않았다. 저생은 마침내 소박을 당해 대궐을 나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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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唐)나라 때였다. 홍문관이란 기구를 설치하게 되었다. 이에 저생은 자수량(楮遂良 596∼658), 구양순(歐陽詢 557∼641) 등과 함께 옛날 역사를 강론하고 모든 나라 일을 상고하여 처리했다. 이리하여 세상에서 말하는 ‘정관(貞觀)의 좋은 정치’를 이룩했다. 또 송(宋)나라가 일어나자 정주학(程朱學)의 모든 선비들과 함께 문명(文明)의 좋은 정치를 이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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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 온공(1019∼1086)은 『자치 통감』을 편찬할 때 박식하고 아담하다 해서 저생을 늘 옆에 두고 물어서 썼다. 그 때 마침 왕안석(1021∼1068)이 권세를 부려 『춘추(春秋)』의 학문을 좋아하지 않았다. 왕안석은 『춘추』를 가리켜 다 찢어진 신문이라고 평했다. 저생은 이를 옳지 못한 평론이라고 했다. 이리하여 마침내 배척당하고 쓰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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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元)나라 초년이 되었다. 저생은 본업에 힘쓰지 않고 오직 장사만을 좋아했다. 몸에 돈 꾸러미를 두르고 찻집이나 술집을 드나들면서 한 푼 한 리의 이익만을 도모했다. 세상 사람들은 간혹 이를 비루하게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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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나라가 망하자 저생은 다시 명(明)나라에서 벼슬을 하여 비로소 사랑을 받게 되었다. 이로부터 자손이 번성하여 대대로 역사를 맡아 쓰는 사씨(史氏)가 되기도 하고, 시가(詩家)의 일가를 이루기도 했다. 발탁되어 관직에 있는 자는 돈과 곡식의 수효를 알게 되었고, 군사에 관한 사무에 종사하는 자는 군대의 공로를 기록했다. 그들이 맡은 직업에는 비록 귀천이 있기는 했지만 모두 직무에 태만하다는 비난을 받지 않았다. 대부(大夫)가 된 뒤부터 그들은 거의 다 흰 띠를 두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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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사공(太史公)은 말한다. 무왕(武王 재위 기간 B.C 1122∼1116)이 은(殷)을 이기자, 아우 숙도(叔度)를 채(蔡) 땅에 봉하여 주(紂)의 아들 무경(武庚)을 도와서 은나라의 유민들을 다스리게 했다. 무왕이 죽자 성왕(成王 재위 기간 B.C 1115∼1079)이 주나라를 다스리게 됐는데 나이가 어려서 주공(周公)이 이를 도왔다. 이 때 채숙(蔡叔)이 나라 안에 근거 없는 풍설(風說)을 퍼뜨리자 주공은 그를 귀양 보냈다. 그 아들 호(胡)는 과거의 행동을 고쳐서 덕을 닦았다. 이에 주공은 그를 천거하여 높은 벼슬에 썼다. 성왕은 다시 호를 신채(新蔡)로 봉했으니 그가 곧 채중(蔡仲)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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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에 초(楚)나라 공왕(共王 재위 기간 B.C 591∼560)이 애후(哀侯)를 잡아 가지고 돌아왔다. 그가 식부인(息夫人)을 공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채(蔡) 땅 사람들은 그 아들 힐을 세웠다. 그가 바로 무후(繆侯)다. 그런데 이번에는 제(齊)의 환공(桓公 재위 기간 B.C 685-643)이 그가 채 땅의 여인과 헤어지지 않은 채 다시 딴 곳에 장가 갔다 해서 무후로 사로잡아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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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후가 죽자 그 아들 갑오(甲午)가 섰다. 그러나 초의 영왕(靈王 재위 기간 B.C 541∼529)이 영후(靈侯) 아비의 원수를 갚으려고 군사를 매복하고 갑오에게 술을 먹여 죽였다. 그리고 채 땅을 포위하고 멸한 다음에 경후(景侯)의 아들 여(廬)를 구하여 세웠다. 그가 바로 평후(平侯)다. 이들은 그로부터 채나라 아래쪽으로 옮겨 살았다. 그 뒤에 초의 혜왕(惠王 재위 기간 B.C 489∼432)이 다시 채 땅의 제후들을 멸해서 그 뒤로는 마침내 쇠약해졌다.
 
20
아아! 왕자(王者)의 후손들이 그 조상이 대대로 쌓은 두터운 덕으로 해서 국가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융성해지고 쇠약해지는 것은 모두 운명과 교화의 탓이었다. 채(蔡)는 본래 주(周)와 같은 성을 가지고 있었다. 이 나라는 양쪽 강국 사이에 끼여 있어서 공연한 공격을 받아 왔다. 그러면서도 길이 그 자손이 없어지지 않고 있다가 한(漢)의 말년에 이르러 드디어 봉읍을 받고 그 성을 바꾸게 되었다. 그러니 나라가 변해서 사사로운 집이 되고, 집이 커져서 그 자손이 천하에 가득해지는 것을 채씨의 후손에게서 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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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11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