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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 홍루몽의 수난 - 작품을 둘러싼 사상의 대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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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3.18
박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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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홍루몽』의 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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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을 둘러싼 사상의 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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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수개월 동안 모택동 치하의 적색 중국에서는 널리 알려져 있는 고전소설 『홍루몽(紅樓夢)』의 평가를 둘러싸고 격렬한 ‘사상투쟁’이 전개되어 문화계에 일대 파문을 야기시키고 있다. 처음에 『홍루몽』학자 유평백을 지탄하였으나 목표는 일전해 대만과 미국을 왕래하고 있는 문학혁명의 선구자 호적(胡適)박사에게 화살이 옮겨져 ‘20년 동안 학술 사상지를 이끌고 온 호적파의 부르주아 관념론을 매장하자’라는 소리에 집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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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300년 동안이나 중국을 비롯하여 우리나라 및 일본에까지도 많은 독자의 심금을 감동시킨 동양의 대표적 고전『홍루몽』이 공산 치하의 중국에서 탄압받게 되었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며 유평백과 호적과 같은 훌륭한 자유주의 학자에 대해서까지 비난의 화살을 그들이 내던졌다는 것은 공산주의의 새로운 반동이며 중국의 오랜 민족적 사상을 말살하고 전체주의적인 사상으로 전환하려는 포악한 정책이라고 대외적으로도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소개코자 하는 것은 중공에 있어서의 홍루몽 연구비판의 일단이며 그 수난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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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루몽』은 중국의 유명한 장편소설로서 지금으로부터 약 290년 전 청조(淸朝)의 성세 건륭연간 조설근이 80회까지 쓰고 그 후 40회분을 ××이 썼다고 한다. 가보옥이라고 하는 귀족의 공자와 그를 둘러싼 열두 명의 미녀가 대관원(大觀園)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화려하고도 애처로운 그 이야기는 삼국지와 어울러 가장 훌륭한 소설로 널리 알려졌다. 문장이 살아있는 구어체였기 때문에 다른 문어의 소설보다도 훨씬 보급의 도가 높았고 글자를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즐거이 이것을 읽고 소설을 단순한 부녀자의 오락품으로만 생각했던 남자들 사이에서도 “이야기를 할 때 홍루몽의 말을 하지 않으면 암만 시서(詩書)를 읽었어도 마음이 풀리지 않는다”고 말이 되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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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일반 서민 대중의 속에도 극이나 얘기책으로 되어 많은 애호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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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이 소설에 관한 고기(考記)도 옛날부터 많아져 ‘홍학(紅學)’이라는 학문까지 성립되었을 정도였는데 중화민국 초년의 문학혁명 시대에 호적 박사가 미국에서 배운 실기주의(實記主義)의 입장에서 새로운 조명을 비추어 『홍루몽 고기』를 저술하고 연정소설로서만 취급되어 왔던 소설을 작자 조설근이 자신의 일신상의 일을 묘사한 훌륭한 사실(寫實)소설로서 여기에 ‘신홍학’을 수립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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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평백은 이 호적의 사상에 크게 영향을 입은 사람이다. 청말의 대학자 유곡원(소주의 한산사의 유명한 풍교야박(楓橋夜泊)의 시비를 쓴 필자)의 손자이며 시인 산문가로서도 일가를 이루어고 있는데 『홍루몽』에 관해서는 지금으로부터 32년 전인 1923년에『홍루몽변』을 저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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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경, 북경, 청화의 각 대학의 교수를 역임 중일전쟁 때에도 북경에 남아 대일협력을 거부해 왔고 해방 후엔 모택동 정권에 끌려서 지금은 북경대학 부속의 문학연구소에 있어서 고전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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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말에는 구저를 증보 수정하여 『홍루몽 연구』를 출판했는데 호적 박사가 문학에서 떠난 이후 중국 최고의 홍루몽 학자로서 자타가 인정하고 있는 그는 요즈음 여러 신문잡지에 홍루몽에 관한 글을 많이 썼다. 『신건설』이란 잡지의 3월호에 발표된 「홍루몽론」은 그 대표적인 저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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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최고 권위자에 화살을 쏜 반역자가 나타났다. 지난 해 가을 『문예보』18호에「홍루몽간론─그 외에 관해서」라고 제(題)한 본문이 게재되었다. 서명한 자는 이희범(李希凡)과 남령(藍翎)이며 원래 이것은 산동대학의 『문사철 월간』에 전재된 것으로 유평백의 연구를 정면으로부터 비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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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들에 의하면 『홍루몽』이라는 소설은 가보옥과 임대옥의 연애 비극을 통해서 봉건 통치계급의 더러운 내막 ─ 잔인하며 위선을 묘사한 것으로서 현실에 대한 작자의 격렬한 분노가 나타나 있다. 그런데 유평백은 이러한 작자의 의도를 완전히 무시하고『홍루몽』의 좋은 점은『수호전』이 너무 사회에 대해서 분노하고 있는 데 비하여 “노하고 있으나 미워하지 않는다”는 온건한 풍격을 갖고 있는 점이라고 하고, 또한 작품에 나타나는 인물들은 두 작자의 색즉시공의 관념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이라는 것은 완전한 부르주아 관념론이라는 것이 그 논지이다. 이 두 사람은 다시「광명일보」에 유평백을 비난한 글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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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에 대하여「인민일보」에는 종락이란 자가 “홍루몽 연구의 잘못된 관념에 대한 비판을 주요시하자”라고 제하여 유(兪)의 홍루몽관은 호적의 실증주의 철학의 영향 하에서 생긴 것이며 두 사람의 신진의 비판은 “30여년래 고전문학 연구 분야 있는 호적파의 부르주아적 입장 관점 방법에 대해서 내던진 귀중한 제1탄”이라고 칭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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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 후 수일 후의「인민일보」에는 시인 원수박이 “문예보의 편자에게 질문한다”라고 제하여『문예보』는 이·남의 본문을 전재하는 데 있어서 편자의 소개문을 쓰고 “필자들의 의견은 아직 주도하지는 못하나”라고 한 것과 동지가 그것에 유평백의『홍루몽 연구』를 양서로서 소개한 것은 호적파의 부르주아 사상에 사로잡혀 권위주의에 빠진 증좌라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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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보』는 곧 이 질문서를 전재하는 동시에 주간 풍설봉(馮雪峰)(노신과도 친근했던 지도적 문예비평가)이 자기의 발설문을 쓰고 “자기는 오늘까지 호적파의 부르주아 관념론식 관점이 고전문학 연구의 영역에 침범하여 마르크스레닌주의 관념 및 방법의 발전과 승리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을 전연 몰랐다”라고 고백하여 아주 머리를 숙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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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것으로써 문제가 수습된 것이 아니라 더욱 확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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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10월 말부터「인민일보」를 위시한 각 신문과 잡지는 매일처럼 『홍루몽』에 관한 문학자의 의견을 게재하고 한편 각 대학 문화단체에서는 토론회를 열고 이른바 검토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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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4일에 개최된 중공작가협회 고전문학부의 토론회에서는 유평백의 조수를 하고 있는 왕제장이라는 여자가 최근 유평백의 이름으로 쓴 『홍루몽』관계의 본문 중에는 자기가 쓴 것이 있다고 고백하는 등 허위적인 일막이 벌어졌었는데 이것에 관련하여 12월 8일의「성도일보」(향항에서 발행되는 국부계 신문)은 “유평백 청산의 내막”이라고 제하고 이번 사건은 정진탁을 중심으로 하는 47명의 작가출판사의 그룹이 유평백을 숙청시키기 위하여 꾸며낸 연극이며 평패장 여사는 공산당원은 아니나 신민주주의 청년단원이며 북경대학을 졸업한 후 유의 사상을 조사하고 행동을 감시하기 위하여 조수로서 파견된 것이다. 작가출판사에서 발행된 『홍루몽』의 신판이 개편된 것이 많은 것을 지적했기 때문에 유와 함께 함정에 빠진 것이라고 자세한 것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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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토론회 중에서도 가장 대규모적이었던 것은 문연주석단과 작가협회주석단과의 합동토론회이며 지난 해 10월 31일부터 12월 8일까지 사이에 8회에 걸쳐 개최되었으며 곽말약을 비롯하여 노사(老舍) 정령모순(丁玲茅盾) 등 그들의 저명한 문학작가 전부 출석하여 12월 8일의 회에서 대체의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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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곽말약은 “우리들의 잘못을 시정하기 위하여” 당연히 부르주아 관념론에 대한 사상투쟁을 전개할 것, 광범한 학술상의 자유 토론을 전개하여 건설적 비판을 내릴 것, 되도록 신인의 역량을 양육하자 라는 ‘3점의 건의’를 하고서 제2점에 대해서 서로 다른 의견이 있어도 아직까지 충분한 토론이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것을 지적하고 그 원인은 우리들 속에는 권위에 굴종하지 못하는 마음이 있다 마르크스주의를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으나 자기의 의견을 충분히 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발언은 지금까지 나타난 일련의 의견과 대조하여 볼 때 극히 암시적인 것이며 문학이론 전반을 정치의 압력에 의하여 공산주의적 방향으로 끌고 가려는 그들의 흉계가 잘 표시되고도 남음이 있다. 더욱 부언하고 싶은 것은 이 토론회에 유평백도 출석하여 발언도 하였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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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간 이러한 중국 공산주의자의『홍루몽』에 대한 비판은 자유주의적 사상으로 볼 때 극히 어리석은 해석이며 그 작품에 대한 큰 모욕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호적 박사는 오늘날의 자유 중국의 가장 대표적인 문학자인 동시 사상가이며 그의 사상의 흐름을 많이 받은 유평백의 홍루몽 연구도 훌륭한 것이다. 공산주의자들은 『홍루몽』을 중심으로 한 자유토론의 공기(空氣)를 많이 양성해 놓고 그것에 의하여 공산주의 사상을 국민에게 널리 보급시키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틀림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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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신문」(1955.3.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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