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수수깡 쓸린 창(窓)에나 서늘 그득 좋아라.
13
그대로 안두삼척(案頭三尺)엔 고요 그득하여라.
16
한나절 느린 볕이 잔디 위에 낮잠 자고,
17
맨 데 없는 버들개가 하늘 덮어 쏘대는데,
18
때 외는 닭의 울음만 일 있는 듯하여라.
20
드는 줄 모른 잠을 깨오는 줄 몰래 깨니,
33
옛 등걸인 체해도 간 해 그는 아니도다,
35
가신 봄 뉘라시더뇨 온 봄 몰라 하노라.
37
가뿐한 바람 아래에 잔 물결이 조으셔를,
38
실버들 활개 치며 덩실 춤을 추는 저기,
39
높은 듯 낮은 그림자 제비 혼자 바빠라.
43
반가운 옛 얼굴은 다 어디로 가 계신고,
45
올에도 또 속았에라 옛 꿈 그려 하노라.
53
덧 있는 그 무엇이 있다는 말 들으신가,
54
탐탐이 모인 곳에 꽃이 피고 술 고이니,
79
잘난 이 가멸한 이 옹기옹기 모인 채로,
85
열릴 듯 닫힌 문으로 눈이 자주 가더라.
97
하고 먼 큰 목숨이 뿌리뿌리 뻗으실 제,
98
북 한 번 다시 듣는 날 서을이라 합니다.
102
맨 앞에 다시 그 앞이 겐 줄 알고 갑세다.
104
새 목숨 짓고 지어 끊이울 틈 없는 우리,
105
시(時)마다 이엄이엄 서을이오 또 서을을,
110
오로지 이 내 한 몸 잘 살거라 하심인 줄,
114
느는 걸음 환한 길에 가쁜 줄 모르괘라,
115
이따가 돌부리 채도 새 힘 날 줄 알리라.
119
이 길이 그 길이라기 예고 옐 뿐이옵네.
124
어쩌다 깨단 하옵고 고개 다시 숙어라.
126
한겹씩 풀고 풀어 모조리 다 헤쳐버려,
128
님께만 벌거숭이로 난 채 뵈려 하왜라.
132
이 샘밑 못 막을세라 메우는 수 없고녀.
134
웃느니 웃으래라 웃는 그를 내 웃을사,
136
님밖에 다시 누구를곱게 볼 줄 있으랴.
138
돌바닥 맑은 샘아 돌 우는 듯 멈추어라,
139
진흙 맛 구정물에 행여 몸을 다칠세라,
143
속고 또 속는 밖에 다시 할 일 무어리만,
150
달 뜨자 일이 없고 벗으시자 술 익었네,
154
다 부서지는 때에 혼자 성키 바랄쏘냐,
156
무른 듯 단단한 속은알 이 알까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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