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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 핑야오고성 성황묘
중국 산시성 핑야오 성황묘(城隍廟)를 방문하여 건물 주위를 살펴보니 공자를 모시는 문묘(文廟)가 건너편에 있었다. 상주(商周) 시대에 건설된 핑야오 고대 도시는 전형적인 북방 마당 색채를 가지고, 건축물은 사각형 원과 대칭 형태를 가졌다. 담장과 전각의 색이 남루하고 퇴색되었지만, 좁은 마당에는 오랜 역사를 담고 있다.
성황묘는 고대의 신비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현재까지 중국에서 가장 완전하게 보존된 핑야오 성황묘는 놀랍게도 사당 안에 사당이 있는 형태이다. 4진의 규모로 성황묘와 재물신을 공양하는 관우의 재신묘(財神廟), 부엌 신을 공양하는 조군묘(灶君廟)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성황묘에는 대궐, 복도, 누각(樓閣), 단(壇) 등 다양한 기능의 건물들이 공통으로 이어진다.
성황묘에는 성황신과 도교 신선이 모셔져 있고, 신(神)들은 모두 자신만의 사당(祠堂)이 있다. 성황묘 안의 묘당은 오랜 기간을 사람들의 소원이 뜻대로 이뤄지도록 융복합 사상과 이념을 담고 있다. 핑야오 성황묘는 명 가정 24년(1522)에 크게 보수되었고, 잦은 화재로 소실되었다가 청나라 때 다시 재건축되었다.
▲ 핑야오 성황묘(城隍廟), 2023년 11월 24일 방문
성황은 고대 한족(漢族)이 숭배했던 신의 일종이었다. 주나라 왕실의 관직 제도를 기록한 《주례(周禮)》에는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이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주나라 사람들은 한 해가 저물어 갈 때 밤을 지내며 팔신(八神)에게 제사를 지냈는데, 7번째 신이 수용신(水庸神)인 성황신이다.
성황신은 성과 마을을 보호하는 수호신으로 삼국시대부터 성황묘가 있었다. 성황을 모신 성황전(城隍殿)에는 100년이 넘은 〈성황출순도(城隍出巡圖)〉가 있다. 이 벽화는 명나라 때부터 시작하여 600년의 역사를 지닌 벽화이다.
성황묘는 황제의 명으로 다른 신보다 지위가 높았고, 전각들은 정사(政事)를 목적으로 하는 관아를 앞에 배치하고 생활 시설들을 뒤편에 배치하는 전조후침(前朝後寢)을 따라 건축되었다. 이것은 예(禮)에 의거 통치하고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유가(儒家)에서 예치(禮治)를 주장하는 것은 강압적인 타율에 의한 것이 아니라, 백성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대동사회(大同社會)를 이루고자 하는 이상정치론(理想政治論)의 반영이다.
▲ 육조부 오지기와(平遥古城 城隍庙 六朝府)
육조부(六朝府)에는 여섯 명의 지옥 판관들이 모셔져 있다. 입구에는 내부 판관들의 모습이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으니 심장이 약한 사람은 관람하지 말라고 경고판이 붙어있다. 지옥을 다스리는 판관들은 각각 세상의 삶과 죽음, 부, 가난, 복록, 형법, 선악을 통제하는데 사람들에게 일상생활에서 죄를 절대로 범하지 말라고 엄하게 훈계하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 육조부 조각상
선악(善惡) 판관(判官)이 징그럽고 무서워 조금 놀라기도 했지만, 조각상에 먼지가 잔뜩 있어 매우 놀랐다. 문화재 화재 예방 교육을 하는 소방관들은 “먼지가 흩어져 있게 되면 가연물(可燃物)이 안 되는데, 먼지가 뭉치기나 한 곳에 많이 모여있게 되면 섬유와 같은 모양으로 불에 가연물로 작용한다.”라고 알려주었다.
문화재를 보유한 사찰에서는 목 조각의 먼지가 두껍게 있으면 바로 불쏘시개 역할을 해 1년에 몇 번씩 먼지를 청소했다. 필자는 조각상을 자세히 보면서 그동안 나 자신이 얼마나 선을 실천하고, 악을 행했는지 돌아보았다.
▲ 성황묘 무루(舞樓) 공명장치
성황묘 안의 무대의 이중 복도와 재신묘의 천정은 고대 중국의 대표적인 건축기법을 가장 잘 보여준다. 성황묘 무대는 노래하는 곳이라 하여 악루(樂樓), 춤추는 곳이라 무루(舞樓)라고 한다.
무대는 회랑으로 이어지며, 겹처마를 한 산꼭대기의 누각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3칸의 넓은 면과 번쩍이는 유리기와로 지붕을 장식한다. 극단의 앞뒤에 편액(匾額)이 한 점씩 걸려 있다. 북쪽에는 별과 하늘에 제사 지내는 소격루(昭格樓)라는 글씨가 있고, 남쪽에는 '감입(敢入)'이라는 글씨가 있다.
▲ 이채청음(異彩淸音)
무대 아래에는 네모난 벽돌 아래 10구짜리 커다란 옹기 도자기를 5개나 묻어 많은 소리의 음향(音響) 공명(共鳴) 구역을 만들었다. 무대 천장의 아름다운 꽃무늬 판자는 소리를 공명할 수 있도록 둥근 형태로 만들었다. 무대 위에 소리를 모을 수 있는 원형 공명통이 설치되어 있고,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도록 뒷면에 이채청음(異彩淸音)이란 놀라운 현판이 있었다. 한자 글씨만 봐도 이곳이 경극과 음악을 즐기는 무대라는 것을 한 번에 알 수 있었다.
성황묘에는 2개의 무대가 마련되어 있어 사람이 구름같이 몰려도 자연스럽게 소리가 나는 쪽으로 이동하도록 하였다. 건축은 반대편 헌전(獻殿)과 정전(正殿)에서 돌아오는 소리를 모두 결합할 수 있는 공명 구조로 만들었다. 성황묘의 무대에는 음악을 이해하는 장인(匠人) 목수들의 노련한 솜씨가 보여 건물을 쳐다보며 감탄하였다. 옛 선인들은 정말 소리 성질을 정확하고 바르게 이해했다. 성황묘에 많은 사람이 몰려와 경극(京劇)을 볼 때 멀리 떨어져 있어도 소리를 잘 들을 수 있도록 큰 항아리를 땅에 넣어 큰 효과를 보았다.
▲ 성황신 침궁(寢宮) 안쪽 내부
침궁(寢宮)은 성황신이 가끔 휴식을 취하고 잠을 자는 침실이다. 침궁이라 대궐처럼 화려하게 꾸미고 장식한 줄 알았는데, 아주 검소했다. 침궁 아래는 돌을 아치형으로 쌓아 만든 공간이 있고, 그 위는 누각이 있는 구조로 3곳의 감실(龕室)이 있었다. 중앙에 성황이 앉아 있고, 좌우에 생사를 다스리는 생사 판관과 선악 판관이 있다.
▲ 남송 회화 《十王圖》 一部, 생사부(生死簿)(사진:위키백과)
사람들은 판관이 생사부(生死簿)를 보관하고 있다고 굳게 믿어 향을 올리고 제물을 바쳤다. 불교에서는 염라대왕이 생사부를 관장하고, 도교에서는 판관이 담당했다. 도교의 옥황상제는 처음부터 신이 아니라 인간이 선행을 쌓고 쌓아 거듭해서 천상계의 왕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 성황전 성황신
건물 옆에 있는 계단으로 누각에 오르면 성황과 여성 성황을 만나게 된다. 옛날 전설에 여성 성황은 개휴현의 성황이었는데 핑야오의 성황이 내기에서 이겨 얻어온 것이라고 전해온다.
▲ 유네스코 세계유산 핑야오 성황묘
핑야오 성황묘는 도교 사원이다. 농촌에는 성황묘가 없고 큰 도시와 마을에는 황제의 명으로성황묘를 반드시 설치하고 제사를 모셨다. 고대 상나라를 이어받은 주나라(기원전 1046~기원전256) 사람들은 한 해가 저물어 갈 때 밤을 지내며 팔신(八神)에게 제사를 지냈다.
생활문화아카데미 대표 궁인창 |
